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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2 회


제 8 장

1

밤이 되자 동남쪽하늘이 벌겋게 타올랐다.

무서운 재난이 배태되여있는듯 한 그 시뻘건 밤노을밑에서 포성이 구궁- 구궁- 하고 둔중하게 울려왔다.

장군님께서는 유격대의 방어진지들을 돌아보시고 소왕청골짜기의 마차길을 따라 사령부로 돌아가고계시였다.

캄캄한 어둠이 골짜기에 내리덮였다. 음산한 마가을바람이 나무가지들에서 울부짖었다.

그이께서는 바람속을 걸어가시며 무거운 생각에 잠기시였다.

유격근거지의 먼 변두리쪽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왜놈들의 《토벌》이 시간의 일치성과 행동의 정연한 순차성을 띠면서 점점 큰 력량으로 전개되여왔다.

왜군들은 벌방에서 가까운 근거지변두리의 촌락들부터 들이치기 시작하였다.

놈들은 늙은이고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할것없이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고는 집들에 미친듯이 불을 질렀다.

두만강연안 수백리 땅에서 벌방과 골짜기들에 오붓하게 보금자리를 틀었던 마을들이 며칠밤사이에 화로불처럼 타올라서 재더미로 되여버렸다.

왜군부대들은 밤이 되여도 불사른 마을에서 물러가지 않았다.

지난 몇달동안에 진행된 《토벌》들에서는 한두번 《토벌》하고는 아주 물러가거나 밤이면 안전한 곳에 퇴각하였다가 다시 공격하여왔는데 이번에는 차지한 계선을 강화하고는 한걸음 또 한걸음 다가들어오면서 모든것을 초토화해버린다.

여러가지 징후로 보아 적은 새로운 전략적단계에 들어선것이 분명하다.

9월 하순부터 왕청현의 유격근거지들은 물론 훈춘, 연길, 화룡현을 비롯한 두만강연안의 거의 모든 유격근거지들이 왜군들에게 완전히 포위될 위험에 처했다. 적은 하나의 큰 전선을 폈으며 전격전의 방법으로 일거에 유격근거지들을 소탕해버리자고 결심한것이 분명하다.

(이건 《토벌》이 아니라 큰 전쟁이구나!)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고있다.

사람들은 얼굴빛들이 캄캄해져서 왜놈들이 대무력으로 접어드는데 어떻게 하면 저놈들을 물리칠수 있겠느냐고 걱정하고있다. 이러한 론의들은 유격대와 반일자위대, 인민혁명정부와 현당에서도 벌어지고있다.

혁명이 불바다에 잠겨 망하느냐 흥하느냐 하는 마당에 이르러 혁명의 지휘성원들은 자기 속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기염을 토하며 또한 자기 주장을 좀처럼 굽히려들지 않는다.

현대적무장으로 장비한 대무력의 일제침략군과 맞선 조건에서 유격근거지를 고수할것이 아니라 내주고 일시 깊은 산중으로 퇴각하여 들어가 혁명력량을 보존해야 하지 않는가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각 유격구들에서 방어진지들을 굴설하고 그것을 피로써 사수하다가 전체 혁명력량을 동원하여 반공격에로 이전하여 왜놈들과의 결사전을 벌릴것을 주장하고있다. 앉아서 죽기보다 일어나 싸우다가 피값이나 하고 죽자는것이 그들의 결심이다.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된다.

어떻게 하나 근거지를 사수해내고 근거지에 의거하여 혁명을 계속 확대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 의지는 절대로, 절대로 굽힐수 없다!

장군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 묵묵히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시였다.

그이께서 사령부에 돌아오니 마당에 난데없이 높다란 무지가 생기고 그밑에서 담배불이 깜빡이고있었다.

그 담배불이 옆으로 획 날다나더니 웬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솟아올랐다.

《누구요?》 하고 장군님께서는 물으시였다.

그 사람은 반기는 목소리로 이렇게 웨치며 그이앞으로 달려나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쌍암촌에서 왔습니다. 지유복입니다!》

《아, 회장동무, 이게 웬일입니까?》

지유복은 두손을 앞에 모아쥐고 쭈밋거렸다.

《장군님, 저… 사실은 올농사를 다 지어놓고 장군님을 마을에 모시고 큰 잔치를 하자고 했는데 시국이 이렇게 번져지다나니… 모두 얼마나 섭섭해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쌀을 지고왔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여 무지로 가서 낟알섬들을 쓰다듬어보시였다.

《아니 제가 이렇게 많은 쌀은 해서 뭣합니까?》

《이번 전쟁에 써주십시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많은걸 어떻게 운반해왔습니까?》

《스무명이서 한가마니씩 지고 산길을 타서 왔습니다. 저희들한테 땅을 주시고 마을에 친히 와서 학교까지 열어주신 장군님께로 간다니 허… 모두 펄펄 날아왔습니다.》

방안에 들어와 장군님앞에 앉은 지유복은 몹시 흥분되여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았다.

《장군님! 우리 농군들이 목숨이 붙어있어가지구야 어떻게 분여받은 밭을 왜놈들한테 빼앗길수 있겠습니까. 걷어안구 죽는 한이 있더라두…

우리는 장군님만 굳게 믿고 쌍암촌을 지키겠습니다.》

이렇게 부르짖는 그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를 멀리까지 바래주신 장군님께서는 방에 들어와 목단추를 끌러놓고 벽에 기대여앉으시였다. 석유등잔에서 팔팔 타오르는 불꼬리가 방안을 희미하게 밝혔다.

그이의 눈앞에서는 한없는 기대와 믿음에 차서 쳐다보던 지유복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았다. 뾰족산과 마반산에 나갔을 때에도, 이 며칠사이에 만나시였던 수많은 인민들도 모두 그러한 눈으로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는것이였다.

사람들은 쌍암촌의 그 농민처럼 장군님께서는 한칼에 왜놈들을 베버릴 묘술을 간직하고계시며 이제 때가 되면 비상한 예지와 힘으로 놈들을 요정내리라고 믿고있는것이였다.

그것을 느끼면 느끼실수록 장군님께서는 어깨가 무거워지시였다.

지금 어둑시근한 방에 홀로 앉아계시는 그이께서는 손가락을 꼽아가시며 인민혁명정부의 창고에 있는 예비식량의 보유량, 그것이면 유격대와 인민들이 얼마동안 왜놈들의 경제봉쇄를 견디여낼수 있겠는가. 그리고 유격대와 반일자위대의 무장상태와 화력을 가늠해보시고 무기수리소의 작탄생산능력을 타산해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목숨과 바꾸기도 하고 피흘려 구해들인 38식보총, 38식기병총, 44식기병총, 칠성자, 양포, 다태갈 등 유격대의 각종 무기들에 대하여 대원들의 얼굴처럼 생생하게 눈에 익혀두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그 총들로 효률적인 화력조직안을 세웠다가는 허물고 허물었다가는 다시 세워보시는것이였다. 또한 유격대와 자위대의 방어진지들이 적의 공격이 예견되는 방향에 정확히 배치되였는가를 거듭거듭 가늠해보시고 검토해보시는것이였다.

(왜놈들은… 우리가 활동하기 불편하고… 여러모로 생활조건이 불리한 겨울에 결정적인 공세로 넘어올것이다. 겨울이 오면 어쩐다? 병약자들과 로인들과 어린애들은 더 안전한 곳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가?…)

생각하면 할수록 어느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방안은 깊은 호수속처럼 고요하였다.

등잔에서 가물가물 타오르는 빨간 불꼬리만이 세상을 덮은 어둠을 밝히느라고 무진 애를 쓰는듯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문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눈을 조용히 뜨시였다.

문곁에 리성림이 그림자처럼 서있다. 그는 수심이 잔뜩 어린 얼굴로 이쪽을 보며 한숨을 짓는다.

《무슨 일이 있소?》

《오늘 저녁엔 누구도 안들여놓자구 했는데 정말…》

《누가 찾아왔나?》

《예…》

《누군데… 한영권동무요?》

《아니, 두 아바이가… 저, 김진세아바이하구 마종삼이라는 농민이… 암만 가라구 해도 듣지 않습니다. 사령관동지를 꼭 만나게 해달랍니다.》


×


활짝 열려진 방문에서 쏟아져나가는 불빛이 뜨락에 엉거주춤 서있는 두 농민을 환히 비쳤다.

장군님께서 퇴마루에 나서시자 그들은 뒤로 주춤 물러서는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로인들을 방안으로 안내하시였다.

김진세는 머리를 수굿하고 입을 무겁게 다물고있었으나 마종삼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장군님께서 물으시기 전에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생각다못해 찾아왔습니다. 무엄한줄 알면서두 섭섭하고 분해서… 여기 진세형님도 앉아있지만 저는 그저 이 형님한테만 못살게 굴었습니다.

위원이라면서 이런 일을 보고만 있겠느냐고. 그래서 같이 찾아왔습니다.》

《저희들이 무엇을 잘못한 모양이군요.》

《아닙니다. 장군님께서 그런 령을 내리시였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장군님께서야 우리를 그렇게 대하시겠습니까? 지내봐서 알지만…》

그제야 김진세는 얼굴을 들고 석쉼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좀 섭섭한 일이 있었습니다.》

《장군님, 로약자들이라고 할 때 저희들같이 뼉다구를 씽씽 놀리는것들두 들어갑니까?》 하고 마종삼이 참지를 못하고 물었다.

장군님께서는 무슨 영문인지 알수 없으시였으나 그들의 말을 다 듣기로 마음먹으시고 우선 묻는것부터 대답하시였다.

《로약자들이라고 할 때에야 년세도 많고 쇠약해져서 일도 못하고 잘 운신도 못하는 로인님들을 이르는 말이겠지요.》

마종삼이 눈을 번쩍거리며 김진세의 무릎을 몰래 툭 건드리였다.

김진세는 얼굴이 환히 밝아졌다.

《장군님, 이제는 됐습니다. 막힐데가 없게 됐습니다.… 돌아가겠습니다.》

기쁨에 넘쳐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에서는 물기가 번들거렸다.

《아-니, 무슨 일들입니까? 그래 그 말을 물으러 왔단 말입니까?》

마종삼이 주저없이 긍정하였다.

《예, 장군님, 돌을 다루는데서야 우리가 젊은것들보다야 낫겠지요. 이 간도오지에 들어와 이날이때까지 살면서 구들돌인들 얼마나 놔봤구 밭을 일구면서는 돌을 얼마나 주어냈겠습니까.…》

지난날의 설음이 북받쳐오르는듯 마종삼의 목소리는 갑자기 떨리였다.

《돌이야 우리가 잘 다루지요.… 지난 〈토벌〉때두 보니깐 저 뾰족산같은데서 유격대동무들이 돌을 굴려서 왜놈들을 치는데 그렇게 하나하나 내리굴려서야 몇놈의 골통을 까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싸움도 클것 같은데 우리가 나서서 좀 본때를 보이자고 맘먹었지요. 저녁녘에 석전을 벌릴만한 터를 잡아보자구 뾰족산앞으로 나가다가 걸렸습니다. 무작정 돌아가라는게지요. 의향을 말해도 쓸데없습니다. 저기가 어디라고 탄알이 앵앵 날아다니는데 나가 쏘다니겠는가, 전쟁이라는게 노루나 메돼지잡인줄 아는가, 누구 속을 썩이자구 비칠데 안 비칠데를 모르고 물덤벙불덤벙인가, 로약자들은 대피소로 가게 됐으니 어서 산속에 들어가배겨서 움쩍말라는게지요. 무산자라구 자꾸 내세워주니까 이건 전쟁마당에까지 다 비쳐든다는게 아닙니까.》

김진세가 말이 지나치는 그에게 눈을 흘기였다.

《말이야 바루 해야지 어디 그런 소리야 했소? 원…》

《그게 누구입니까?》 하고 장군님께서는 물으시였다.

《자위대 홍병일동무인데… 싸움도 다가와 피가 끓을 때라 그렇게 됐겠지요.》

《홍병일이가…?》

장군님께서는 더 말씀이 없이 무엇인가 생각에 잠기시는것 같으시였다.

김진세는 다시 머리를 수굿하고있다가 나직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저희들에게 땅을 주시였습니다. 지난날에는 꿈에도 생각 못한 사람대접을 받도록 해주시였습니다. 근거지가 이런 란리를 겪는 때에… 장군님께서 어려우실 때에 제 명줄이나 건사하자구 장끼처럼 머리를 박고 숨어있다니 할짓입니까. 아무리 아둔해도 의리까지 없다면야 저희들이 무슨 사람이겠습니까. 장군님, 석전을 하면 보탬을 줄것 같은데 뾰족산앞에서 걸렸습니다.… 아닌게아니라 좀 섭섭했습니다.》

그이께서는 이들의 가식이 없는 진정앞에서 가슴이 뜨거워오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마종삼의 거쿨진 손을 뜨겁게 잡으시며 활기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아, 그런 좋은 생각을 하셨단말입니까! 유격대도 중요하지만 아바이네들 같은분들의 조력이 있으면야 왜놈들을 더 잘 칠수 있지요. 그런데 석전을 어떻게 하렵니까? 자, 어디 들어봅시다! 큼직하게 지략을 펴보십시오!》

그이께서는 등잔을 밀어놓고 뒤로 물러앉으시며 자리까지 넓게 내주시였다. 장군님의 공감과 지지에 두 농민은 승기가 살아올라 어찌할바를 몰랐다.

김진세가 권하자 마종삼이 동심이 어린듯 한 눈을 총명하게 빛내이며 움쭉 일어났다.

그는 엉거주춤 서서 손시늉을 해가며 설명하였다. 처음에는 자신없이, 다음에는 점점 신이 나서 이야기하였다.

《저희들은 왜놈들이 밑으로 지나갈만 한 가파로운 산중턱에다가 돌무지들을 잔뜩 쌓아놓자는겝니다.

밑에 깐 통나무를 뽑으면 한꺼번에 허물어져내리게.… 처음에는 이렇게 돌담장처럼 쭉 쌓다가 그우에 큰 돌, 작은 돌을 이렇게 높게 쌓아올리면 됩니다. 왜놈들이 밑으로 지나갈 때 밑에 깐 통나무를 슬쩍 뽑아버리면 와르르 쿠당쾅쾅 돌사태가 쏟아져내려갑니다. 장군님, 왜놈이구 말이구 대포구 자동차구 다 짓뭉갤수 있습니다. 그저 한 돌무지옆에 날파람있는 사람이 한둘씩 숨어있다가 제꺽 손을 쓰면 돌사태야- 와르르- 할판입니다!》

장군님께서는 몸을 뒤로 젖히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대단합니다! 아주 그럴듯합니다!》

두 농민이 돌아간 다음 장군님께서는 등잔의 불심지를 돋구어 놓으시였다. 불그스름한 빛발이 파문을 일으키며 방안에 가득 차넘치는듯 하였다.

그이께서는 방안을 조용히 거니시다가 갑자기 활기에 넘치신 음성으로 전령병을 부르시였다.

구석쪽에서 침통한 얼굴로 군복저고리의 터진데를 깁던 전령병은 그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저, 우리가 김진세아바이네 집에 처음 찾아갔던게 어느날이였던가? 우리가 여기 소왕청에 도착한 이튿날이였지?》

《예…》

《쌍암촌에 처음으로 나간건 그다음이였던가?》

《예…》

《참 그사이 많은 길을 걸었지.… 성림이, 하모니카라도 불어주지 않겠나?》

《예? 하모니카요?》

《그래… 아무거나 한곡조 불라구!》

성림이는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그는 배낭속에 깊이 간수해두었던 하모니카를 얼른 꺼내서 바지무릎에 한두번 씻고는 입에 가져갔다.

방안에 하모니카의 경쾌한 선률이 흐르고 장군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기시여 조용히 거니시였다. 그이의 눈앞에 쌍암촌으로 나가던 때의 눈보라길이 어른거리고 그 마을에서 만났던 수많은 농민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쌍암촌으로 나갔을 때 사람들이 환호하던 일, 눈에 묻힌 길을 헤치며 청구자령을 넘고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왕재산에 올랐던 일, 거기에서 만났던 정치공작원들과 국내조직책임자들의 얼굴, 얼굴들, 그후의 운동대회에서 다시 만났던 전장원 그리고 새 인간으로 갱생한 전수원면장… 류다섬에서 만났던 한설봉로인과 그의 아들, 국수를 눌러주던 웃기 잘하는 류다섬 아주머니들… 구국군과 련합하여 동녕현성을 들이치던 일, 오사령과 사려장, 채려장… 그이의 눈앞에는 혈전수만리길에서 사랑을 주시고 이끌어주시였던 수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근거지에 이런 위기가 닥쳤다는것을 알면 김진세와 마종삼, 저 지유복이처럼 우리를 지원해나설것이다. 그렇다.

왜놈들은 우리보다 총과 대포를 더 많이 가지고있지만 우리는 사람들을… 사람들을 더 많이 가지고있다. 우리는 인민대중을 가지고있다!)

장군님께서는 이튿날 사령부의 작전회의에 모여온 유격대 지휘관들과 당, 정권기관 일군들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사람들의 의리는 어려운 정황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는것 같습니다. 어제 쌍암촌의 지유복회장이 농민들을 데리고 낟알섬을 지고 나를 찾아왔습니다. 요긴하게 써달라고… 김진세와 마종삼농민은 이제 싸움이 붙으면 석전으로 유격대를 돕겠다고 찾아와서 그 묘술까지 내놓았습니다. 나는 그들의 궐기를 전체 근거지인민들의 의사를 대표하는 소행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인민들이 있습니다. 우리 유격대가 인민대중과 잘 합심한다면 백배, 천배의 힘을 더 얻어가지고 싸울수 있습니다. 때문에 근거지의 방위력을 순 유격대의 력량으로만 타산하고 적의 대병력과 대비하는건 큰 잘못입니다. 우리의 방위력에는 응당 인민대중의 무궁무진한 지혜와 힘이 가산되여야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전령병에게 밖에 나가 쌍암촌에서 가져온 낟알을 좀 들여오라고 이르시였다.

성림이는 얼마후 군모에 기장쌀을 가득 담아가지고 들어와 책상우에 놓았다. 구수한 곡식냄새가 물씬 풍기였다.

모든 사람들이 기쁨에 넘쳐 그 낟알을 굽어보았다.

장군님께서는 기장쌀을 부드럽게 쓸어만지며 말씀하시였다.

《동무들, 이건 보통 낟알이 아닙니다. 이 기장쌀 한알한알에는 우리를 지지성원하는 인민들의 지성이 깃들어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여기 근거지에 와서 벌린 혁명사업과 모든 시책들이 정당했고 인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산 증거입니다. 이제 싸움이 붙으면 인민들은 우리를 적극 도와나설것입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이제 왜놈들이 접어들면 여기에서는 군대와 인민들이 몽땅 떨쳐나서 놈들을 족치는 대인민전쟁이 벌어질것입니다.

우리가 실현한 로선과 시책들의 정당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의혹을 품었던 사람들만이 이 마당에 와서 인민대중의 궐기여부를 우려할수 있습니다… 동무들, 우리는 올가을에 첫 곡식을 수확했을뿐아니라 더 큰것을 수확했습니다. 그것은 인민대중의 확고한 지지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것을… 이것을 얻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흥분하신김에 기장쌀을 가득 움켜쥐신 주먹을 높이 쳐드시였다. 그 주먹에서 넘쳐난 낟알들이 기름방울처럼 빤짝거리며 흘러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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