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회
제 7 장
4
1933년 8월말,
인민혁명정부가 보다 넓은 범위에서 민주주의적개혁들을 철저히 수행하고 혁명을 추진시키려면 대무력으로 적의 《토벌》거점들을 소탕하여 근거지에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것이 중요하였으며 련합작전을 통하여 이미 기초가 마련된 조중련합전선을 강화하면 반일성전을 일대 고조에로 이끌수 있고 근거지방위에도 유리한 력량관계를 조성할수 있었다.
오사령은 이에 정중하게 동의하면서 련합군의 총지휘권을
오의성은
동녕현성을 치는데는 채려장도 동의하였다.
조중련합부대가 서로 도우며 장거리행군을 하여 동녕현성부근의 야산들에 이르니 우쑤리강 저쪽 씨비리평원으로부터 이국의 선기를 품은 써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9월 6일 21시, 유격대의 서산포대공격으로써 련합작전이 개시되였다.
동녕현성의 성벽밖에서 때를 기다리던 사려장부대와 채려장부대의 기본력량은 남문으로, 채려장부대의 나머지 력량은 동문으로 일시에 공격해들어갔다.
유격대부대들은
그리하여 전장에는 결정적으로 유리한 형세가 조성되게 되였다. 그러나 이때 시가의 동쪽지구에서는 심상치 않은 사태가 벌어졌다. 채려장부대가 사려장부대의 익측에서 제멋대로 떨어져나가 위만군장교관사들에 달려들어 불을 지르고 재물들을 략탈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이 위만군병영에 알려지자 왜놈들에게 총부리를 돌리겠다던 위만군련대는 다시 저항해나섰다. 위만군 1개 대대는 지하통로로 빠져나가 령사관거리와 남문거리의 교차점에 배치된 왜놈들과 합세하였다. 그리하여 그 교차점부근의 건물들에 중기관총들을 배치하고 남문거리를 따라 진격해들어오는 사려장부대에 반타격을 가할 준비를 갖추고있던 적진에는 력량이 배로 증강되였다.
사려장부대에는 엄중한 위험이 닥쳤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였다.
사려장부대는 남문거리를 따라 적을 정면으로 공격할것이 아니라 뒤골목의 장애물들을 리용하면서 좌측으로 우회하여 공격해야 하였다. 채려장부대는 략탈을 즉시 중지하고 남문거리우측으로 우회하여 교차점의 적을 익측으로부터 타격함으로써 위험에 직면한 사려장부대를 구원하여야 하였다.
두 련락병이 길을 뛰여건너가 어둠속에 사라지자
사려장을 지원하기 위한 부대들이 움직이는것을 보신 다음에야
옥상에 오르니 서늘한 바람기가 느껴지시였다. 우쑤리강쪽으로부터 불어오는 선기를 품은 눅눅한 바람이 초연을 날라왔다.
채려장의 방향인 성시의 한끝 저 멀리 동문거리쪽의 어둠속에서는 산발적인 총성이 간간이 들려왔다. 역시 채려장의 방향인 남문거리의 동쪽지구에서는 시뻘건 불길들이 처처에서 날름거리고있을뿐 총소리나 폭음은 별로 들려오지 않았다. 그곳은 문제로 된 위만군장교들의 관사지구이다. 채려장은 아직도 략탈행위에 매달려있는것인가?
사려장의 방향에서는 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지고있었다. 그 부대는 남문거리의 서쪽지구에서 벌써 적의 종심으로 깊이 뚫고들어갔다. 그쪽에서는 총소리들이 끓어번지고 폭음이 우뢰쳐올랐다. 맞총질하는 불빛들과 박격포탄과 수류탄들이 터지는 화광에 건물들의 지붕이며 불타는 벽체들, 폭풍에 날아오르는 물체들이 언뜻언뜻 드러났다. 사려장을 지원하기 위하여 시가의 중심을 동서로 가로지른 령사관거리를 따라 진출하는 유격대의 방향에서도 총소리들이 끓어오르고 화광이 번개쳤다. 그러나 채려장의 방향만은 의연히 잠잠하였다.… 련락병들이 떠난지 1시간반이 지나도록 그 방향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련락병들이 와야 실태를 알아보겠는데 웬일인지 그들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략탈에 매달리고있는가? 련합작전을 리용하여 자기 부대의 월동물자나 구하자는 속심인가? 사려장이 위험에 처했는데도 자기 리속만 채우고있단 말인가?)
최춘국이 놀라서
이때 한 구국군병사가
하영은 군모와 총은 어디다 벗어팽개쳤는지 맨머리바람이고 가슴앞에 탄띠만 둘렀다. 그는 숨이 턱에 닿아 헐떡거리며
《하영이… 부대를 탈출한게 아니요?》
《예…》
《왜 탈출했소?》
《김사령님, 고가가… 고참모가… 그자가 여기서 보낸 우리 련락병 둘을 사려장님한테로 못 가게 쏴죽였습니다!》
《뭐라구? 채려장이 아오?》
《모릅니다. 우리 두령님은 그들한테서 김사령님 명령을 전달받고는 빨리 사려장님한테로 달려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참모 그자가 몰래 뒤따라가서 쐈습니다. 우리보고 쏘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들으니까 제놈이… 제놈이 뒤쫓아가서 쐈습니다. 저는 숨어서 다 봤습니다.》
《아- 고참모… 그놈이! 이 일을 또 누가 아오?》
《리선생한테, 리청천선생한테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못 들은척합니다.… 김사령님! 제가 이리로 달려오면서 보니 사려장님부대는 란장판입니다. 사병들이 마구 철수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사려장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합니까? 사려장님은 좋은분입니다!》
《하영이, 수고했소. 알려줘 고맙소.… 라자구에서는 그때 별일이 없었소?》
하영이는 문득 설음이 북받쳐오르는듯 흑흑 느껴울었다.
《김사령님, 저는 부대에 못 돌아가겠습니다. 무서워 못 가겠습니다!》
《그럼 당분간 여기 있소.》
(아, 귀축같은놈!)
《사려장이… 사려장이 쓰러진것 같소!》
《예?》 하고 최춘국은 놀라서 눈을 번쩍이였다.
《사려장은 우리 련락을 못 받았기때문에 적의 정면으로 돌입하다가 적의 화력에 쓰러졌는지도 모르오.》 이렇게 말씀하시는
《최춘국동무, 동무는 이제부터 날파람있는 대원 몇명을 데리고 남문거리로 달려가오. 사려장의 생사여부를 알아보오. 부상당했다면 성밖으로 반출하오. 책임적으로… 운명했다고 해도 시신을 왜놈들한테 절대 넘겨줘서는 안되오.… 알겠소?》
《옛!》
최춘국의 얼굴에는 비장한 결심이 어리였다.
옥상에서 내려 현정부의 마당으로 나오신
총탄이 울부짖고 화광이 번개치는 속으로 뛰여가시는
최춘국은 가슴을 조이며
×
최춘국은 김창억이와 마동호를 비롯한 다섯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남문거리쪽으로 달려갔다.
불구름에 휩싸인 남문거리는 무질서하게 퇴각하는 구국군병사들로 수라장을 이루고있었다.
최춘국은 도망치는 구국군병사들을 붙잡고 사려장의 지휘처가 어디냐고 물었다. 모두 눈을 희번뜩이며 모른다고만 대답하였다.
최춘국은 대원들과 함께 시체들이 너저분하게 널린 거리를 따라 령사관거리쪽으로 올라가면서 지휘처로 됨직한 건물들속으로 들어가보군 하였다.
초연과 피비린내가 거리에 흘렀다. 앞에서는 기관총들이 울부짖었다.
최춘국은 입에 손나팔을 대고 피타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사려장-》
다른 대원들도 그에게 목소리를 합치였다.
《려장님-》
그들이 목이 쉬도록 려장을 부르며 거리와 골목들을 누벼나가는데 길가의 한 울타리안에서 구국군장교와 대여섯명의 병사들이 뛰여나왔다. 울타리안에서 누군가의 절통한 부르짖음소리가 터져올랐다.
《서라- 돌아서라- 이놈들아-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비분에 떠는 목소리였다.
최춘국은 울타리안으로 달려들어갔다.
몸집이 우람한 구국군장교가 무릎걸음으로 기여나오다 그를 쳐다보더니 손에 쥔 권총을 관자노리에 가져갔다. 사려장이였다. 려장은 그를 왜놈으로 본 모양이다.
최춘국이 번개같이 달려들며 권총을 걷어찼다. 권총은 허공으로 날아올라가며 발사되였다. 하늘이 허물어져내리는듯 한 굉음과 함께 려장은 주먹으로 땅을 치며 통곡하였다.
《어- 으흐흑…》
최춘국이와 김창억이 려장을 안아일으켰다.
《려장님… 려장님… 려장님을 구출하라고 우리
그의 눈에 감사의 눈물이 괴여올랐다.
《김사령이?… 김사령이?!》
사려장은 몸을 화들화들 떨며 그들을 쳐다볼뿐 말을 더 못하였다. 최춘국은 대원들의 도움으로 그를 업었다.
이때 울타리밖에서 여러개의 철갑모가 번뜩거렸다. 왜놈들이였다.
창억이 울타리밖으로 수류탄을 내던지고 경기관총을 휘둘렀다. 울타리가 와지끈 부서져 날아나고 왜놈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딩굴었다.
창억이는 뭉개쳐오르는 초연속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빨리-》
그의 뒤를 따라 사려장을 업은 최춘국이와 나머지 대원들이 달려나갔다. 그들은 남문거리에 나서자 성문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왜놈들은 거리복판으로 추격해오며 총질을 하였다.
창억이는 려장을 업은 최춘국을 앞세우고 추격해오는 놈들에게 경기를 휘두르고 냅다 뛰여가군 하였다. 적들은 어둑한 골목안과 지붕에서도 그들을 향하여 총을 쏘아댔다. 창억이와 마동호를 비롯한 대원들은 달려가면서 혹은 뒤걸음이나 가재걸음을 치면서 놈들에게 맞총질을 하였다. 지붕에서 짐승같은 비명을 지르며 굴러떨어지는 놈도 보였다.
사려장을 업은 최춘국은 자주 뒤를 돌아보며 제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웨쳐댔다.
《창억이, 빨리- 동호- 빨리-》
그의 잔등에 업힌 사려장은 머리를 뒤로 젖히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김사령! …김사령!》
그리고는 다리를 척 늘어뜨렸다. 그의 발끝이 길바닥에 칠칠 끌렸다. 급해맞은 최춘국은 벌컥 역증을 냈다.
《려장, 려장 발을… 발을 좀 드시오. 젠장, 발을 좀 들란 말이요.…》
그러나 려장은 발을 들지 않았다. 창억이 뒤따라가며 소리쳤다.
《중대장동지, 중국말로… 중국말로 하오!》
최춘국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그냥 뛰여가며 역증을 냈다.
《발을 드시오, 발을…》
그는 이 다급한 정황에서 중국말이 인차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거리 한복판을 따라 남문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등뒤에서 벼락치는 총성, 왜놈들의 짐승같은 고함소리, 헉헉거리는 숨소리… 들쑹날쑹한 길바닥이 파도치는듯도 하고 아찔한 나락으로 구겨박히는듯도 하였다.
드디여 앞에 남문이 바라보였다. 그것을 보자 모두 다리맥이 탁 풀리며 무릎이 와들와들 떨렸다.
성벽에 유격대원들이 붙어서서 그들을 뒤쫓아오는 놈들에게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그들의 탈출을 위하여
최춘국은 성문밖으로 나오자 사려장을 업은채로 길바닥에 쓰러지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