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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7 회


제 7 장

2

집무실에는 씁씁하고 향긋한 약냄새가 떠돌았다. 9. 18사변후 관내로 들어가버린 은행업자의 응접실이였던 이 방에 놓여진 원탁이며 의자, 책상, 벽장 등의 가구들은 모두 둔탁하고 묵직한것들뿐이였다.(오의성에게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기름때가 거멓게 밴 마루바닥에는 중국식창살무늬의 그림자가 길게 이그러진 모양으로 비꼈다.

오의성은 창곁에 뒤짐을 지고 버티고 서서 바깥을 내다보며 거리쪽에서 들려오는 나팔소리며 발구름소리,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사령부가 라자구로 옮겨온 이후로 온 시가가 이렇게 떠들썩하기는 처음이다.

문득 거리쪽으로 뻗은 골목을 통하여 언뜻언뜻 지나가는 낯선 대렬이 바라보였다.

대오의 앞장에는 백마를 탄 대장이 섰다. 그뒤로 붉은 기발을 든 기수, 나팔수… 그다음으로 대렬이 보무당당히 척척 행진해간다. 대렬의 병사들은 모두 하나같이 새 군복에 새 배낭을 메였으며 어깨우에서는 보총이 번쩍거린다.

오의성은 뒤짐을 진채로 주먹을 꽉 부르쥐는가 하면 입귀아래로 흘러내린 밤빛의 팔자수염끝을 씰룩거리기도 하였다.

현관쪽에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몸이 옆으로 퍼진 장교가 승냥이털반외투앞자락을 열어제끼고 뛰여들어왔다. 그는 오의성의 뒤에 와서 숨을 헐떡거리며 부르짖었다.

《사령님이 조선공산군의 입성을 허락했습니까? 려장님이 가서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오의성은 얼굴만 뒤로 돌리였다. 얼마전에 동산호의 부대에서 채려장부대로 넘어온 고참모였다. 승냥이털반외투앞자락을 헤쳐놓은 그의 말상인 얼굴에서는 땀물이 철철 흐르고있었다.

오의성은 그의 승냥이털반외투가 지금에는 참을수 없이 역겨워나며 울화가 터져올랐다.

그는 고참모에게로 다가가 그 반외투의 목깃을 와락 거머쥐고 마구 흔들어댔다.

《여름이 다 됐는데 아직도 이따위 마적껍대기… 마적껍질을 벗지 못해?》

고참모는 쓰러질듯이 비칠거리다가 똑바로 섰다.

《사령님… 사령님…》

《썩 물러가! 무슨 큰 변이 났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게냐?》

《채려장님께서는 저들이 손해배상을 요구할게라고 했습니다. 리광일당에 대한 사살건을 들고나오면… 그때에는…》

《썩 물러가! 너희놈들이 감히 나를 가르치려구? 썩 물러가!》

고참모는 겁에 질린 눈을 희번덕거리며 비실비실 뒤걸음질쳐나갔다.

집무실에는 오의성 혼자 남았다.

거리쪽에서 터져오르는 조선사람들의 만세소리가 메아리쳐와 창유리들이 지르릉지르릉 울었다.

오의성은 무슨 일이 터질것 같은 심란한 생각에 책상쪽으로 무겁게 걸어가서 호피가 깔린 회전의자에 주저앉았다. 무엇을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고 여느때없이 두손이 거북해졌다. 그는 책상모서리에 던져진 소설책에 눈길이 미치자 무심결에 그것을 들었다. 《삼국연의》였다. 요새 와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는 진한장에게 소설책을 읽히고 그것을 들으며 밤시간을 보내는 때가 종종 있었다.

지난밤 진한장이 읽다가 접어놓은 책장을 펼친 그는 까다로운 상형문자들의 글줄에 눈길을 박고 움직일줄 몰랐다. 그는 난생처음으로 자기의 문맹을 개탄하며 옆방에 대고 구슬픈 목소리로 소리쳤다.

《게 누구 없느냐-?》

옆방에서 몸이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해맑은 장교가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달려나와 그의 옆에 서서 허리를 굽혔다.

오의성은 그에게 소설책을 내밀었다.

《아무데나 읽어라… 속이 시원해질데를… 오늘은 웬일인지 가슴이 클클하구나…》

《호궁을 탈가요?》

《아니 책을 읽어라.》

얼굴이 해맑은 장교는 그의 옆에 다가가서 자장가를 부르는듯 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약간씩 억양을 넣어가며 읽어내려갔다.

《때는 마침 깊은 겨울이라 날씨가 무섭게 춥고 하늘에는 구름이 빽빽하게 끼여있었는데 몇마장을 가지 않아서 홀연 북풍이 몰아치며…》

목단추를 끌러놓고 호피속에 몸을 묻은 오의성은 스르르 졸음에 취하는듯 눈을 내리감았다. 그러나 그는 책읽는 소리는 전혀 듣지 않고 바깥에 정신이 가있었다. 현관문소리가 나고 발자욱소리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여러 사람이 방안에 들어서는 기척이 났다.

오의성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뛰여일어났다.

키가 후리후리하고 눈정기가 번쩍거리는 청년장군이 진한장의 안내를 받으며 방안에 들어섰다. 순간 방안에 신선한 기운이 가득차는듯 하였다.

청년장군은 그의 앞으로 다가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사령님, 안녕하십나까? 김일성이라고 부릅니다.》

오의성은 그이의 젊음과 청신한 체취에 저으기 놀라며 가슴앞에 두손을 모아잡았다.

《아, 김대장… 정말 반갑습니다. 먼길에… 오의성이라고 합니다!》

《제가 혹시 독서를 방해한게 아닌가요?》

《원… 무슨 말씀을… 어서…》

지방색이 짙은 동북말씨에 인이 박인 오의성은 그이께서 능숙하게 구사하시는 중원의 류창한 표준말에 은근히 마음을 쓰며 서둘러 자리를 권하였다.

그는 장군님을 방안복판의 원탁으로 안내하여가서 가운데의자에 앉히고 자기는 그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진한장비서와 얼굴이 해맑은 장교가 그의 량옆에 앉았다.

술렁거리던 방은 인차 조용해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따뜻한 미소가 어리신 눈길로 오의성을 똑바로 건너다보시였다.

오의성은 50이라는 나이와 자기의 군직에 어울리는 풍채좋은 몸을 의자등받이에 기대며 팔자수염밑에 음험한 미소를 머금었다. 벌겋게 충혈된 그의 눈에는 호의만 비껴있지 않았다. 그 눈에서는 날카로운 경계의 빛과 호기심 그리고 오만한 그 무엇이 끓고있었다.

문득 그는 철퇴같이 크고 든든해보이는 두주먹을 원탁우에 올려놓으며 비만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소인은 김일성대장이 일본군과 잘 싸운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소이다. 김대장군대는 수가 적으면서도 싸움마다에서 일군을 격파하는데 우리는 군사는 많으나 그렇지 못합니다.》

《오사령님, 그건 너무 과한 말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고 말씀하시는 장군님의 음성에서는 진심이 울리였다. 그러자 그는 의자팔걸이에 육중한 몸을 엇비스듬히 기대며 능청스럽게 웃어보였다.

《아까 보니까- 김대장네 군사들은 모두 새 총을 멨던데 그걸 우리 낡은 총과 몇자루 바꿔줄수 없겠습니까? 좀 한턱 쓰시오. 허허허…》

그가 터뜨리는 웃음소리에 응접실의 기둥뿌리까지 울리는듯 하였다. 뜻밖의 물음이며 엉뚱하게 들이대는 청이였다.

장군님께서는 몸을 의자등받이에 기대며 큰소리로 웃으시였다.

《정말 사령님은 롱담이 대단하십니다. 만여명 군사를 거느리신 사령님이 이런 청을 한다고 누가 곧이 듣겠습니까. 진담이라도 그렇지요. 바꾼다는게야 말이 됩니까? 우리는 서로 왜놈들과 싸우는 우군인데 총 몇자루가 뭐겠습니까. 그냥 드리겠습니다. 그쯤한 총 몇자루야 왜놈들과 한바탕 싸우면 얻을수 있는건데 더 드릴수도 있습니다!》

오의성은 귀바퀴가 벌겋게 되여 한손을 내흔들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 아, 그건 내가… 롱말도 진담도 아니고 그저… 그저… 해보는 소리요.》

장군님께서는 팔걸이에 한팔을 올려놓으시며 즐겁게 웃으시였다.

《허허허… 오사령께서 이렇게 허물없이… 격식도 없이 맞아줄줄은 몰랐댔습니다!》

오의성은 의자등받이에 몸을 도로 기대더니 눈을 내리뜨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빛이 정색해졌다. 그는 옆에 앉은 진한장을 돌아보고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학식도 있고 해서 나는 자주 이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공산당이 좋은가 나쁜가? 이 사람은 공산당이 될 생각은 없지만 그리 나쁜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조선사람이나 학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군사들은 좋아 안합니다. 나쁩니다. 당신네는 좋지 못하게 행동하고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잘못하는 점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씀해주십시오.》

《당신네는 어째서 가는곳 마다에서 우리 중국사람들의 상공당을 다 마사버립니까? 왜 우리 신앙을 모욕합니까?》

《우리 유격대원들이 상공당을 다 마스는걸 사령님이 직접 봤거나… 또… 그런 망동을 하는자를 붙잡은걸 본 일이 있습니까?》

《그런 일은 없지만 공산당이 상공당을 마슨단것은 세상이 다 압니다. 삼척동자도 다 알고있습니다. 공산당이 미신을 믿지 않고 반대하는게야 사실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조선미신이나 반대할게지 중국미신까지 반대하여 우리 상공당을 마슬게야 있습니까?》

《사령님, 미신을 믿지 않고 반대한다는것과 상공당을 파괴한다는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중국사람들의 신앙과 풍습을 존중하도록 대원들을 교양합니다.

그것을 어길 때에는 군민관계를 파괴하는 행위로 엄중히 처벌합니다. 상공당은 중국사람들의 신앙과 풍습에 관계되는것인데 우리가 무엇때문에 구태여 그것을 마스려고들겠습니까. 우리가 상공당을 파괴한다는것은 왜놈들이 조선사람들과 중국사람들을 리간시키기 위해 날조해낸 기만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놈들이? … 그럼 김대장은 상공당앞을 지나갈 때 절을 합니까?》

《우리는 상공당을 마스지도 않고 거기에 아무 관계도 없으니 절도 안합니다.… 사령님은 절을 합니까?》

《아- 아- 아- 니, 안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절을 안하는거나 사령님이 절을 안하는거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오의성은 그 어떤 일치점을 발견한것이 못내 흐뭇한듯 몸을 뒤로 젖히고 껄껄 웃어대다가 장군님을 흘깃 건너다보았다.

《김대장네 부대에는 녀군인들이 있다던데요?》

《있습니다.》

《그러니 그게 사실인가? …》 하고 오의성은 혼자말로 뇌이였다.

《무엇인데요?》

《들려오는 말을 다 믿을수는 없지만 공산당에서는 집단정신을 장려하기때문에 남녀간에도 구별이 없이 한이불밑에서 잔다는데 그게야 패륜패덕을 조장하는게 아닙니까?》

《사령님은 그런 소리를 믿습니까?》

《믿든 안믿든 그런 소문이 있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인간의 도리로나 리치상으로 봐도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수 있겠습니까… 우리 군대에서는 남녀간에 마음이 맞으면 부부간이 되는 경우는 간혹 있어도… 남녀관계는 엄격하고 고상합니다. 녀성들을 혁명동지로서 존경하고 도와주는것이 도덕으로 되여있습니다. 왜놈들이 우리를 얼마나 미워하면… 놈들이 우리를 민중으로부터 고립시키려고 얼마나 악착스럽게 발악하면 이런 거짓을 다 꾸며내서 퍼뜨리겠습니까!》

오의성은 그이의 분격에 공감하여 눈을 번뜩이였다.

《나도 그런 소문은 귀등으로 들었습니다.》

《우리 량군이 손을 잡고 일제와 싸우면서 합작을 강화하여 서로 래왕도 잦았더라면 이런 오해도 없고 리해를 훨씬 깊이할수 있었을겝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의성의 눈에 문득 이상한 랭소의 빛이 어렸다.

《합작이요? 그게 진정입니까?》

《무슨 말씀인지요? 저는 진정을 터놓고 손을 잡자고 왔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왜 정치를 그렇게 합니까? 말로는 우리와 합작을 하자면서 행동은 다르게 합니까? 왜 중국인지주들을 청산합니까? 토지를 빼앗고 가산을 몰수하고 승냥이한테 뜯겨 죽으라고 들로 내쫓습니다. 어떤데서는 사살까지 했습니다. 어제는 다른 누구의 부모가 그런 참을 당했다면 래일은 내 가친이 그렇게 될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공산당을 어떤 감정으로 대해야 합니까? … 이것도 헛소문입니까?》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청산을 당할수 있습니다.》

《뭣이라구요?》

《앞으로도 청산을 당할수 있습니다!》

오의성은 제편에서 오히려 당황하여 진한장을 돌아보고는 눈을 크게 뜨고 장군님을 건너다보았다.

《합작을 하자면서 그걸… 그걸 인정하구… 또 그렇게 주장한단 말입니까?》

그는 전군을 대화재처럼 휩쓸며 타올랐던 분격의 도화선으로 되였던 그 근본문제에 대하여서만은 장군님께서 림기응변으로 에둘러 말씀하리라고 생각한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이의 대답은 이 상상을 뒤엎어놓았다.

오의성은 아연해졌다.

그는 눈을 엄엄하게 번뜩이며 볼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니 원한 맺힌 적으로 남자는겐지 화의를 이룩하자는겐지 김대장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저는 그 어떤 목적을 달성하자고 진실을 은페하거나 누구를 기만하고싶지 않습니다. 진실이 아니라 호상 기만과 허위에 기초한 화의나 합작은 오래 못갑니다. 모래우에 세워진 성처럼 인차 허물어지고맙니다.》

오의성은 더운 숨을 후- 내쉬고 손수건을 꺼내여 이마의 땀을 훔치였다.

《옳은 말씀이요!》

《화의가 이룩되자면 덮어놓고 오해할것이 아니라 우선 서로 잘 리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주청산문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근거지에서 토지개혁을 하여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해서 농민들에게 나눠줬다는건 세상에 비밀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한게 아닙니다. 조국과 민족을 반역하여 친일을 하는 악질지주놈들의 토지만 빼앗았습니다. 이전에 일부 그릇된 사람들이 반일이냐 친일이냐를 갈라보지 않고 덮어놓고 지주들을 수탈한 일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엄중한 과오로 비판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토지개혁을 할 때에도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엄격히 경계했습니다.… 오사령님이면 제 백성들에게는 낟알 한알 공짜로 안 주고 악착하게 굴면서 나라나 민족이야 어떻게 되든 저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왜놈들에게 붙어서 군량도 대주며 왜놈들을 섬기는 지주가 있다면… 용서하겠습니까?》

《하긴 그런 놈들이 있지.… 천추에 용서 못할 놈들이…》

《우리는 그런 놈들의 땅만 빼앗습니다.》

《나도 그런 놈들은 치겠소! 그건 잘했소!》

《사령님, 그렇습니다. 우리는 손을 잡을수 있습니다! 우리들에게는 반일구국이라는 커다란 공동의 목적이 있습니다. 이것을 잊고 사소한 오해와 인식상착오로 서로 반목하고 적대적으로 지낸다면 항일성전에 얼마나 큰 지장을 가져오겠습니까.… 그건 결국 왜놈들을 돕는것으로 될것입니다. 일제는 우리 조중인민들이 단결하여 련합전선을 형성하는것을 제일 두려워하고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따지지 말고 리해를 두터이하면서 단결하여야 합니다!》

장군님의 절절하신 음성이 방안에 가득차서 울리였다.

오의성은 의자등받이에 기대며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불깃하게 상기된 그의 얼굴에 복잡한 생각들이 지나가는듯 하였다.

이윽고 그는 눈을 능청스럽게 뜨고 그이를 건너다보았다.

《나는 김대장 말씀에 다 공감합니다. 그러나… 련합전선을 무을 생각은 없습니다. 일본군과는 따로따로 싸웁시다. 우리는 반일구국항전을 해도 우리끼리 하겠습니다.》

《그게 진담입니까?》

《진담이지요. 진담이 아니구요. 우리와 귀군이 련합전선을 결성하고 같이 싸우게 된다면 량군이 섭슬려지낼 때가 많게 될것이고 그러면 당신네는 인차 우리 병사들속에서 공산주의선전을 벌려 우리 군을 공산화하려고들겝니다. 김대장, 내 우려가 그릅니까?》

장군님께서는 몸을 뒤로 젖히시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시였다.

《허허허… 걱정마십시오! 우리는 왜놈들을 치고 나라를 찾자는 말밖에 안하겠습니다!》

장군님의 웃음소리는 방안을 들었다놓았다. 선의에 찬 그 쾌활한 웃음소리는 몇천마디의 말보다 더 강한 힘으로 편견의 장벽을 허물어버리고 용렬한 가슴들을 활활 열어제끼는듯 하였다.

오의성은 그저 놀라움과 경탄에 번쩍이는 눈으로 그이를 쳐다볼뿐이였다. 문득 그는 눈길을 내려 원탁우를 휘둘러보더니 큰 실책이라도 범한듯 펄쩍 놀라며 진한장을 돌아봤다.

《이게 웬일인가? 자네들은 오늘 나를 톡톡히 망신시킬 작정이군.… 손님에게 차 한잔 권하지 않고 이야기만 했으니 이게 무슨 례의인가?》

그리고는 장군님을 향하여 두손을 마주잡아보이며 사과의 미소를 보내였다. 장군님께서도 그 호의에 머리를 약간 숙여 답례하시였다.

진한장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복도로 뛰여나갔다.

그가 나가자 장군님께서는 의논조의 조용한 음성으로 오의성에게 말씀하시였다.

《일제는 만주를 강점한 다음 제 힘을 과신하면서 터무니없이 오만하게 행동합니다. 놈들은 중국관내를 넘겨다보고 쏘련의 씨비리를 노리고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반일력량들이 단합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조중 두 나라 인민들은 단결… 또 단결하고 힘을 모으고 또 모아야 합니다. 우리는 귀군을 공동의 원쑤와 싸우는 전우로 생각하고 중국인민과의 진정한 친선을 귀중히 여깁니다. 조중 두 나라 인민들이 굳게 단결하고 련합전선을 형성해서 왜놈들을 치면 놈들은 조선과 중국땅에서 쫓겨나고말것입니다!》

오의성은 진중한 표정으로 그이의 말씀을 들었다.

몸이 비대하고 얼굴에 기름기가 번들번들한 화식병이 주전자와 차잔들이 놓인 다반을 들고 들어왔다. 차잔들이 부딪치는 야릇한 음향이 울리고 향긋한 차냄새가 방안공기를 흔들었다.

화식병은 원탁둘레를 사뿐사뿐 걸어돌아가며 차잔들을 놓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허리를 굽석거리며 습관적인 무의미한 미소를 보내였다. 그는 진한장에게 주전자를 넘겨주고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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