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 회


제 6 장

3

다음날에는 유격대참관단이 쌍암촌으로 떠났다. 마촌사람들은 길에 나와 떠들썩하며 그들을 바래웠다.

명절기분에 휩싸인 사람들은 대렬을 지어 씩씩하게 걸어가는 유격대원들을 바라보다가도 아는 대원들이 보이면 큰소리로 인사말을 보내군 하였다.

언제나 그러한것처럼 대렬은 인민들앞을 지나가게 되자 걸음이 더 힘차지고 발구름소리도 높아졌다.

대렬이 마을을 거의 벗어날 때 동호가 앞에 선 창억의 어깨를 건드리며 기쁨에 넘쳐 소리쳤다.

《여, 창억이, 형수가… 형수가 나왔어.》

마동호는 보금이를 형수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굴었고 보금이도 그렇게 불러주는것이 고맙고 재미나서 그에게 각별히 상냥스럽게 대하는 사이였다.

머리를 기웃거리며 흥성거리는 사람들앞에서 보금이 손에 무엇인가 하얀것을 들고 밝게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대렬속에서 익살이 섞인 목소리들이 울렸다.

《야- 환하다!》

《여, 창억동무!》

《창억이…》

창억이는 동무들이 그래주는것이 좋기도 하고 창피스럽기도 하여 안해에게로 달려나가지 못하였다. 어느사이 마동호가 달려나가 보금의 손에 들렸던 하얀것을 받아쥐고 대렬로 돌아와서 그것을 머리우에 높이 쳐들어 흔들어보였다.

《동무들, 손수건이요! 행군길에서 땀을 씻으라는 손수건이요. 원앙새가 그려졌소. 우리 형수가 어떻소? 하하하…》

손수건은 대원들의 손에서 손을 거쳐 대렬의 뒤쪽과 앞쪽에까지 갔다가 창억의 손으로 돌아왔다.

창억이는 그것을 보지 않고 호주머니에 밀어넣었다.

(젠장, 이러지 말고 뒤에서 일이나 수걱수걱 잘할게지…)

높고 푸른 하늘에는 연한 비늘구름이 비껴 해볕을 부드럽게 식혀 내려보냈다. 그러나 길바닥에서는 더운 먼지가 풀썩풀썩 일었다. 유격대참관단은 별로 휴식도 없이 우불구불한 마차길을 따라 부지런히 걸어갔다. 백명이 거의 되는 인원이였다. 참관단이라고 하지만 완전무장을 갖춘 대오였다.

대원들은 무기와 장구류의 무게도 느끼지 못하고 활개를 힘차게 저으며 걸었다. 그들의 마음은 벌써 쌍암촌에 가있었다. 그들속에는 각지방의 유격대들에서 선발되여온 온갖 재간군들이 다 있었다. 그들은 인민들앞에서 연극도 하고 춤판도 벌려 인민들의 혁명기세를 부쩍 높여줄 속심이였다.

어느사이에 녀대원들과 나어린 대원들은 길가의 들꽃을 꺾어 가슴에도, 군모에도 엇비스듬히 꽂았다. 척척 내딛는 발구름의 가락에 따라 가슴과 군모들에서는 민들레, 씀바귀, 철쭉, 밥알꽃들이 웃음을 한껏 머금고 한들한들 춤을 추었다.

대오속에서 묵묵히 걸어가던 창억은 노상 입을 헤 벌리고 벌쭉거리며 따라오는 동호를 이따금 돌아보았다. 그가 이렇게 좋아하는것은 연극조에 든때문이리라. 재간이 발뒤꿈치같은 동호에게 차례진 배역이란 이번에도 아주 간단한것이였다.

관청앞에서 함부로 나무지게를 벗어놓고 땀을 들이다가 순사복을 입고 거드름을 피우는 창억에게서 잔등을 두어대 얻어맞으면 되는것이였다. 마동호는 떠날 때 이런 경사날에도 자기는 매를 맞게 됐으니 신수가 고약한 놈은 별수 없다고 웃음절반 불평절반으로 말했었다. 그때 창억은 넌지시 웃으며 그건 연극에서 맞는 매기때문에 지주놈한테서 맞는 매와는 계급적성격이 다르다고 하였다. 지금 걸어가며 생각해보니 그 소리 한마디만은 과연 걸작으로 여겨져 입가에 미소가 어리였다. 다른 대원들도 명절경사에 이러루한 사연들이 덧붙여져 걸음은 가벼워만지고 얼굴에는 웃음만 넘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재빛이 약간 도는 백마를 타시고 길을 떠나시였으나 도중에서 대오를 만나자 말에서 내려 대원들과 함께 걸으시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시였다.

명월구회의에서 유격근거지-해방지구에 혁명정권을 세울데 대한 방침을 제시하시고 그 실현을 위하여 투쟁하여온 간고한 로정을 돌이켜보면 마냥 감회가 깊어지시는 그이이시였다. 그러나 이 길에서는 무거운 생각은 뒤로 미루고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만 하고싶은 그이이시였다.

대오는 고개길을 치달아오르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걸어가는 창억에게 따뜻한 미소가 흐르는 눈길을 돌리시였다.

《창억동무, 오늘 동무네 연극조의 임무가 중요하오. 동무는 무슨 역을 맡았던가?》

《순사역을 맡았습니다.》

《그 역에는 대사가 없지?》

《옛, 마동무를 두어대 때리며 욕설을 퍼부으면 됩니다. 그런데… 마동무가 이런 경사날에 매를 맞게 돼서 좀 안됐습니다.》

《허허허, 그런가!》

마동호가 바빠맞아 얼굴이 벌겋게 되여 변명조로 말했다.

《아닙니다. 인민들을 교양하자는 일인데 그보다 더한 일도 당하겠습니다.》

《좋소. 마촌에서 공연하는 날에는 배역을 바꾸겠소. 그날에는 창억동무가 매를 맞소.》

그 말씀에 창억은 손바닥으로 머리를 꾹 눌러 목을 움츠러뜨리며 입을 크게 벌리였다. 그 바람에 전 대오에서 웃음보따리가 터졌다.

《창억이가 녹았구나!》

《하하하…》

《허허허…》

바로 이때 고개너머에서 자지러지는 총소리가 들려왔다. 말이 귀를 빳빳이 세우며 코김을 사납게 내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느사이에 말안장에 뛰여오르시였다. 군마는 흙먼지구름을 날리며 고개마루로 날아올라갔다.

그이께서는 고개마루의 소나무밑에 말을 들여세우시고 쌍안경으로 전방을 살펴보시였다.

쌍암촌일대의 전경이 한눈에 안겨왔다. 전투는 쌍암촌으로 들어가는 골짜기어귀에 돌출한 독립고지를 중심으로 하여 벌어지고있었다. 왜놈들은 독립고지앞을 감돌아흐르는 류수천우안에 여러문의 박격포와 척탄통을 걸어놓고 련발로 쏘아대며 보병들을 독립고지에 올리밀고있었다. 놈들은 독립고지의 유격대방어선을 뚫고 쌍암촌을 들이치자는것이 분명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정치공작에 참가시키려고 파견한 장룡산이 저런 싸움을 감당하게 된것이 못내 가슴아프시여 안색이 흐려지시였다.

독립고지의 정점은 포연에 자욱히 덮였다. 그 포연속에서 이따금 총소리들이 들려오고 불덩어리들이 튀여올랐다.

(장룡산동무가 왜 봉화를 올리지 않았는가?)

그이께서는 안타까운 나머지 모두숨을 내쉬고 쌍안경을 내리며 이마의 땀을 훔치시였다.

이때 아래쪽에서 온몸을 나무가지와 풀로 덮은 청년이 숨을 헉헉 몰아쉬며 달려올라왔다. 청년은 소나무밑의 군마를 보자 화닥 놀라며 뒤걸음질쳤다. 그의 손에 작탄이 쥐여있었다.

《동무!》

장군님께서는 큰소리로 청년을 부르시였다. 그제야 청년은 그이를 알아보고 울상이 되여 달려올라왔다. 그의 얼굴에는 비지땀이 즐벅했다.

《쌍암촌에서 오오?》

《예, 리재명동지가 보냈습니다.》

《거기 인민들은 무사하오?》

《아침에 학교마당에 모였다가 〈토벌대〉가 오는 바람에 모두 산으로 피했습니다. 마촌에서 온 유격대 중대장동무가 적은 걱정말라고 했는데도 싸움이 커지자 그렇게 됐습니다.》

《리재명동무는 지금 어디 있소?》

《마을에서… 마을에서… 유격대를 도와 왜놈을 칠 준비를 합니다.》

《동무, 가서 전하오! 개교식을 계획대로 하라고… 〈토벌대〉는 우리가 맡겠으니…》

청년은 벙긋 웃어보이고 몸을 덮은 나무가지들과 갈대들을 와락와락 벗어서 길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홱 돌아서 정신없이 달려내려가며 껑충껑충 뛰여올랐다. 그가 벗어던진 나무가지와 풀대들이 한지게분의 나무짐은 실히 될것 같았다.

행군종대로 돌아오신 장군님께서는 대오를 제꺽 두대로 나누시고 1대는 도로로 행군을 계속하다가 동북쪽으로 우회하여 적의 익측을 치고 2대는 강행군으로 수림을 극복하면서 서남쪽으로 우회하여 적의 배후에 불의에 나타나 박격포진지를 소멸한 다음 독립고지의 유격대력량과의 협동동작으로 적보병을 류수천좌안에 압축하여 소멸하도록 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친히 2대를 인솔하시고 길가의 수림속으로 뛰여들어가시였다. 대원들의 가슴과 모자에서 꽃송이들이 떨어져 발길에 짓밟혔다. 울창한 원시림은 대오의 앞길을 지궂게 막아섰다.

대오는 얼기설기 얽힌 나무가지들과 다래넝쿨속을 누비며 골짜기를 지나 바위벼랑을 기여올랐다. 장군님께서는 진두에서 달려나가시며 대원들을 앞으로, 앞으로 이끄시였다.

어떤 때는 어둠침침한 수림속에서 도끼날이 번개처럼 번뜩이였다.

그이께서 도끼를 휘둘러 그물처럼 얽힌 다래넝쿨을 찍어버리시는것이였다. 대원들은 그이께서 열어주시는 그 길로 질풍같이 달려나갔다. 대원들은 땀이 눈으로 흘러드는데다가 거미줄까지 시끄럽게 덮쳐들어 손바닥과 팔소매로 얼굴을 자주 씻어내야 하였다.

대오는 악전고투끝에 류수천기슭의 갈밭속으로 내려섰다.

아주 가까운 앞에서 땅을 쾅쾅 구르며 박격포가 불을 토하고있었다.

물씬물씬 달려드는 초연에 숨이 막혔다.

폭음에 전률하는 잡관목들사이로 해빛을 받아 눈부시게 번쩍이는 류수천물결과 왜놈들의 그림자가 언뜻언뜻 내다보였다.

장군님의 신호에 따라 전투대형으로 산개한 대원들은 갈숲을 누비며 배밀이로 기여나갔다.

잡관목숲의 끝변두리에까지 이르니 박격포진지는 손에 잡힐듯 한 지척이였다.

키가 작달막한 장교놈이 군도를 머리우에 높이 쳐들었다가 공기를 내리찍으며 악에 받친 소리를 내질렀다. 그때마다 장난감같은 박격포가 껑충껑충 뛰여오르며 시뻘건 불길을 토하였다.

장군님께서는 권총으로 그놈의 잔등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시였다.

놈은 군도를 떨구며 몸을 뒤로 제끼였다. 그것을 신호로 총창을 비껴든 유격대원들이 무서운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그들은 불의의 배후타격에 기겁하여 갈팡질팡하는 포수놈들을 찔러넘기고 발길로 걷어차서 쓰러뜨리고는 총탁으로 마구 내리깠다.

뜨거운 모래불과 잡관목숲속에서 혼전이 벌어졌다. 나딩구는 박격포, 고함소리, 아우성, 어느사이엔가 여기저기에서 시뻘건 불길이 회오리치며 잡관목숲을 휩쓸기 시작하였다. 그 불길속에서 유격대원들은 비호처럼 뛰여다니며 왜놈들을 찌르고 차넘기였다.

장군님께서는 불길속에서 유격대원들과 왜놈들이 한데 뒤섞여 돌아가는 이런 혈전속에서도 장룡산이네가 걱정되시여 류수천건너의 고지쪽에 번개같이 눈길을 돌리군 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적들이 모래불에 너저분히 쓰러지고 박격포진지가 소멸되자 맨선참 물속에 뛰여들며 권총을 휘둘러 대원들을 불러일으키면서 웨치시였다.

《동무들- 고지로 공격하는 적보병을 향하여- 사격- 일제사격-》

대원들은 모래불의 후미진 곳이며 나무그루나 바위뒤에 엎드려서 혹은 강물로 뛰여들어가며 일제사격을 하였다. 강물이 물갈기를 흩날리며 노호하고 대기가 와르릉와르릉 떨었다.

독립고지중턱을 누렇게 휘감은 적의 산병선에서 쓰러지는 놈들이 보이더니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산병선이 여러개의 토막으로 끊기여 누런 무리들이 움푹한 골짜기로 밀리는가 하면 개바닥쪽으로 뛰여내려왔다.

이때 독립고지꼭대기에서 웬 사람의 그림자가 해빛을 등지고 불쑥 솟아올랐다. 그는 팔을 높이 들어 흔들며 무엇이라고 소리치는것 같았다.

(장룡산이?)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속으로 부르시며 고지꼭대기를 바라보시였다.

고지꼭대기에서는 수십명의 유격대원들이 총창을 번쩍이며 반돌격해내려왔다. 그들은 바람을 탄 바위돌처럼 굴러내려오며 놈들을 닥치는대로 무찔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동쪽방향으로 우회한 유격대원들이 익측에서 맹사격을 퍼부었다. 놈들은 강기슭으로 밀려내려와 짐승떼처럼 붐비며 갈팡질팡하였다.

장군님께서는 모래불에 엎드린 대원들을 향하여 우렁차게 웨치시였다.

《돌격 앞으로-》

대원들은 물속으로 뛰여들어가며 저쪽기슭의 적들을 향하여 사격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낫이 왜놈들의 아래도리를 베며 날아지나가는듯 하였다. 무리로 쓰러지는 놈들속에서 살아남은자들이 강복판으로 달려들어와 물속에 숨어들었다.

고지에서 반돌격하여 내려온 유격대원들이 물속으로 뛰여들어 얼이 빠져 미친듯이 달려드는 적을 무찌르고있을 때 이쪽의 유격대원들도 무서운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나갔다. 물결도 흐름을 멈추고 사품치며 하늘을 향하여 날아오르는듯 하였다. 류수천은 달려가고 달려오는 유격대원들의 만세소리와 함성, 왜놈들의 비명소리로 끓어번졌다. 물결을 걷어차며 달려가는 대원들의 발밑에서 물갈기가 시허옇게 번쩍이며 튀여올랐다.

《동무들 》

《수고했-네-》

강복판에서 만난 유격대원들은 얼싸안고 돌아가는가 하면 안아서 번쩍 추켜올리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제김에 풍덩 물속에 주저앉아 숨넘어가는 소리로 웃어대기도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떠들썩한 상봉이 벌어진 강물우를 둘러보시다가 물결을 헤가르면서 대원들쪽으로 걸어나가시였다. 마주 달려오는 대원들은 가슴이 터질듯 한 승리의 환희로 하여 총을 높이 추켜들고 그이를 향하여 만세를 불렀다. 어떤 대원들은 갈증때문에 얼굴과 가슴에 물을 마구 끼얹다가 그것도 성차지 않아 머리를 물속에 아주 구겨박았다. 또 어떤 대원들은 군모에 물을 담아 정수리에 끼얹으며 천진란만한 어린애처럼 좋아라 웃어댔다. 떠들어대는 소리, 웃음소리, 물장구를 치는 소리…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르는 물보라에 무지개가 비끼고 그뒤에서 웃음어린 얼굴들이 번쩍거렸다.

장군님께서는 걸어나가시며 누구인가를 안타깝게 찾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희희락락하는 대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시고는 또다시 걸어나가시였다. 어느덧 강물은 허리를 쳤다.

웃고 떠들어대는 한무리의 대원들옆에서 맨머리바람의 장룡산이 박태화에게 부축되여 그이를 향하여 걸어나오고있었다. 그도 역시 벙글거리고있다. 장룡산이와 박태화는 활개를 저으며 걸어오는것 같았으나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며 물살에 밀려 비청거린다. 초연에 거멓게 그슬린 장룡산의 파리한 얼굴에서 눈만은 유난히 정기를 내뿜으며 번쩍인다.

장군님께서는 하루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진 그의 인상에 놀라 물결을 헤치시며 앞으로 달려나가시였다.

《장동무!》

장룡산은 그이를 반겨 웃으며 달려나오려고 하였다.

《사령관동지!》

장군님께서는 달려가서 그의 팔을 옆에 끼시였다.

《어디 다쳤소?》

《괜찮습니다. 빈대가 무는것처럼 따끔하길래 옆구리를 보니까 탄알이 스쳐지나간게 아닙니까. 헛참, 재수없이 살가죽이 벗겨졌습니다.》

《깊은데를 다친게 아니요?》

《아닙니다. 허허허…》

장룡산은 젖은 손으로 얼굴을 씻어내리며 벙글거렸다.

《봉화로나 무슨 신호로나 왜 알리지 않았소? 그럼 우리가 좀더 일찌기 달려왔겠는데…》

장룡산은 대답을 안했다. 박태화가 불만스러운 눈길을 장룡산의 쪽에 흘깃 던졌다. 그가 봉화신호를 올리지 못하도록 엄하게 단속한 모양이다.

장군님께서는 그 심정이 가늠이 되시여 더 묻지 않고 그의 팔을 옆에 끼고 물결을 헤치며 기슭을 향하여 걸어나가시였다. 장룡산은 힘들게 발을 옮기면서도 그이쪽이 아니라 박태화쪽에 몸무게를 더 주려고 마음을 쓰는듯 하였다.

류수천우의 높은 하늘에서는 종다리가 피타는 소리를 내지르며 돌멩이처럼 떨어져내리다가 아득히 솟구쳐 날아올랐다.

기슭으로 나오신 장군님께서는 장룡산이를 모래불에 앉혀놓고 상처를 보자고 하시였다. 그러나 그는 사령관동지께 굳이 상처를 보이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며 쌍암촌에 명의가 있는데 마을에 들어가서 그 의사한테 보이고 좀 처치를 받으면 될것 같다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아무런 수단도 없는 여기서 상처를 함부로 열어보는것도 좋지 못할것 같으시여 박태화에게 상처를 잘 싸맸는가고 물으시였다. 박태화는 팥알만 한 파편이 옆구리로 들어갔는데 피가 나오지 않도록 자기한테 있던 붕대로 단단히 싸맸다고 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쌍암촌으로 들어가서 지난 겨울에 낯을 익힌 지유복이네 웃방에 장룡산이를 눕혀놓으시였다. 지유복이 의사한테로 달려갔다와 이제 준비해가지고 곧 온다고 하였다.

이미 쌍암촌에 나와있던 리재명이와 림성실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장군님께서는 어서 학교마당에 모인 인민들에게로 나가고싶으시였으나 이런 경사의 날에 다른 누구도 아닌 장룡산이를 방안에 남겨두게 된것이 가슴아프시여 선뜻 걸음이 떨어지지 않으시였다.

벽에 기대여 엇비스듬히 앉아있는 장룡산은 피기가 가셔진 얼굴을 들어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제걱정을 말고 어서 나가보십시오. 저도 이제 의사가 오면 치료를 받고… 나가… 나가보겠습니다. 》

《장동무, 자꾸 움직이면 좋지 못할수 있소. 잠자코 누워있소.》

그이의 음성은 애정에 넘쳐 부드럽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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