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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불의 약속

                                                       김 일 수

 

( 제 1 회 )

 

1

 

《운전사동무, 나하고 바꿔앉읍시다.》

몇번씩이나 손목시계를 초조하게 들여다보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운전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시였다.

뜻밖의 말씀에 그이를 모시고 동행하던 신혁진부부장은 흠칫 몸을 떨었다.

《어둡고 … 길도 … 미끄러운데 …》

툭툭 끊어지는 말마디들에 어찌할바를 몰라하는 그의 안타까움과 긴장감이 그대로 실렸다.

밖에서는 차가 떠날 때까지만 해도 푸실푸실 내리던 눈이 어느새 하늘공간을 꽉 메우며 펑펑 쏟아지고있었다.

《그러기에 내가 운전하겠다는것입니다. 장군님께 빨리 가야 합니다.》

끝내 운전석에 앉으신 그이께서는 질풍같이 차를 몰아가시였다.

혁진은 그이와 함께 차를 운전하는 심정으로 눈발이 쏟아지는 차창앞을 긴장한 눈길로 주시하였다. 하면서도 떠날 때부터 풀리지 않았던 의문에 계속 옴하였다. 여러날째 함경남도와 강원도일대를 현지지도하시는 장군님을 오늘 아침에 뵙고오신 그이이신데 어이하여 이밤 또다시 그곳으로 가시는것인지? …

매사에 신중하고 정확하고 촉기빠른 혁진이였으나 지금은 도무지 그이의 심중을 헤아릴 길이 없었다.

그이의 억센 손에 틀어잡힌 승용차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높은 속도로 질주하였다. 바람소리가 차창에 울고 차체에 부딪친 눈송이들이 형체를 잃고 뽀얗게 흩날렸다.

어느덧 인적없는 도로를 누비는 차의 전조등빛에 키높이 자란 숙소주변의 전나무들이 안겨왔다.

《?! …》

김정은동지께서는 한순간 등받이에서 몸을 떼시며 시창앞을 주시하시였다. 숙소로부터 뻗어나온 흰 솜을 수북이 깔아놓은듯 한 길우에 두줄기 차바퀴자욱이 길게 누워있는것이다. 분명 장군님께서 타신 야전차의 바퀴자리였다.

장군님께서 또 먼길을 떠나시였구나! 좀더 빨리 왔어야 하는건데 …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어린 눈길로 숙소쪽을 바라보시는 그이의 시야에 굳어진듯 서있는 중년녀인의 형체가 비껴들었다.

《누굴가?! …》

급제동을 하였으나 차는 달려오던 속도를 이기지 못해 녀인을 지나쳐 한참이나 앞으로 쭉 지쳐나갔다. 차를 다시 후진시키신 그이께서는 인차 그 녀성이 이번에 장군님의 현지지도를 받은 문창군기초식품공장 지배인 문숙희임을 알아보시였다. 녀인의 입에서 몰몰 흘러나오는 입김이 조각상처럼 까딱않고 서있는 그가 살아있는 사람임을 증명하고있었다.

이 지배인동무가 여길 어떻게?

두손으로 눈언저리를 문지르고있는걸 보아 우는것 같았다.

차에서 내리시는 그이를 알아본 녀인은 놀라움과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그이께 달려와 막 안기다싶이 하며 인사를 올렸다.

《존경하는 대장동지, 안녕하십니까? 정말 뵙고싶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추운 날씨에 장갑도 끼지 않은 녀지배인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녀지배인은 정말 울고있었다. 벌겋게 짓물린 눈언저리가 비취색의 야외등빛에 생생히 드러나보였다.

《이 밤중에 왜 여기 나와있습니까?》

《대장동지, 글쎄 … 이걸 보십시오. 장군님께서 … 길을 떠나시면서 어쩌면 …》

문숙희는 흐느껴울며 그이께 장갑 한컬레를 내보이였다.

순간 김정은동지께서는 무거운것이 가슴에 쿵 부딪쳐오시였다.

장군님께서 끼시였던 장갑, 자신께서 오래전부터 눈에 익혀오신 너무나도 수수한 장갑이였다. 너무 오래 끼시여서 이제는 보풀이 일고 색도 바래여 볼품이 없었다.

어머님께서 몇번이나 새 장갑을 마련해드리셨건만 그럴 때마다 《아직 손질하면 몇해 더 낄수 있겠는데 그러지 마오. 지금 입고있는 야전솜옷도 그렇고 이 장갑에도 정이 들어 그러는거요.》라고 하시던 장군님의 음성이 다시금 귀전에 울려오시였다.

지배인은 자기네 공장에 찾아오신 장군님께서 새로 생산한 기초식품들을 보아주시며 벗어놓으셨던 장갑이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야기하였다.

《저희들이 한 일이 글쎄 무엇이라고 … 녀성들이 많은 공장인데 자체로 생산활성화의 불을 지펴 인민을 위해 일을 많이 했다고 우리를 치하해주시면서도 글쎄 자신께서는 …》

보풀이 일대로 인 장군님의 장갑을 본 지배인은 너무 억이 막혀 울고 또 울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수령인 우리 장군님께서 과연 이런 장갑을 끼신단 말인가. 걷잡을수 없게 쏟아지는 눈물에 젖어있다가 정신이 들어 얼른 손질해가지고 그이께서 계시는 숙소를 찾아왔으나 장군님께서는 또다시 현지지도의 길을 떠나시고 계시지 않으시였다. 지배인은 장갑을 더 빨리 손질해드리지 못한 자책때문에 오열을 터뜨렸다.

《이 … 장갑마저 끼지 않으시고 추운 날 … 먼길 … 떠나시면 어찌합니까.》

장갑을 받아쥐신 김정은동지의 안광에도 뜨거운것이 어리시였다.

바로 오늘 이른새벽이였다. 현지지도의 먼길에서 돌아오신 어버이장군님께 인사를 드리려고 방에 들어서시던 그이께서는 그만 무춤 멈춰서시였다.

장군님께서 걸상에 반쯤 누우신채 눈을 감고계시는것이였다.

《몸이 … 편치 않으십니까?》

《아무래도 발이 말째게 구누만.》

《의사들을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만두오. 사람들이 알면 또 괜히 걱정만 끼칠텐데 …》

눈시울이 뜨거우시였다. 장군님도 인간이시였다. 보통사람들처럼 호소하고싶은 아픔도 고충도 가지고계시였다. 하지만 그 모든 아픔과 고충을 조용히 혼자 묵새기시는 그 모습에 가슴이 지져내는듯 아프시였다. …

김정은동지께서 이밤 장군님의 숙소로 달려오신것도 바로 이때문이였다. 불편하신 몸으로 현지지도와 전선시찰의 길을 쉬임없이 이어가시는 장군님을 단 하루밤만이라도 편히 쉬시게 막아서고싶은 심정이시였다.

아픈 가책이 그이의 가슴을 사정없이 두드리였다.

녀지배인은 벌겋게 달아오른 눈을 문지르며 젖어든 목소리로 말씀올렸다.

《저희들이 일을 쓰게 하지 못해서입니다. 장군님께서 많은 일을 했다고 치하하실 때 우린 글쎄 제 기쁨에만 취해있지 않았겠습니까.

장군님께서 이만하면 괜찮다, 그러나 인민을 위한 일에 만족이란 없다고 하실 때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장군님의 그 요구성에 비하면 우린 아직 멀었습니다. 제 이제 꼭 일을 더 잘하여 우리 장군님을 다시 모시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자책감에 얼굴을 못드는 지배인을 바라보며 어언 자신의 가슴도 저려드는것을 느끼시였다.

《동무들의 잘못만이 아닙니다. 내가 장군님을 잘 받들지 못했습니다. 장군님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렸다면 이런 찬 밤눈길을 또 떠나셨겠습니까. …》

도리여 자신을 자책하시는 그이의 말씀에 혁진이도 문숙희지배인도 죄송스러움을 금할수 없었다.

한동안 말없이 생각에 잠겨계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우리 인민들을 잘살게 해주시려고 장군님께서는 오늘도 찬눈길을 헤치며 강행군을 하고계십니다. 우리 인민이 소리치며 잘살 그날은 먼 장래의 꿈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있습니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혁진을 돌아보시며 결연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혁진동무, 오늘도 오로지 인민을 위해 온갖 로고를 다 바치시는 장군님을 위하여 지금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이겟소. 내가 얼마전에도 말했지만 우리가 건설하려는 강성대국이 어떤 모습인가를, 그 실체가 어떠한가를 인민들에게 빨리 보여주어야 합니다. 아마 그러면 우리 인민들이 광명한 래일에 대한 신심과 락관을 가지고 더욱 용기백배해 일떠설거요. 그래서 난 결심했소. 우리가 마중가는 강성대국의 모습을 저 하늘에 화폭으로 그려보이겠소. 우리 인민뿐아니라 온 세상이 다 보게 말이요.》

《?! …》

혁진이며 문숙희의 가슴을 흔들며 정열과 확신에 찬 그이의 음성이 다시 울리였다.

《불로써 그려보이겠소. 아마 몇백몇천마디의 말보다 불의 언어가 훨씬 더 위력할것이요.》

 

2

 

축포시험발사가 끝났을 때도, 돌아오는 길에서도 그이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였다.

그이의 무거운 침묵은 그대로 혁진의 가슴을 무겁게 하였다. 오늘의 축포시험발사는 그가 김정은동지로부터 직접 과업을 받고 오래동안의 준비끝에 진행한것이였다. 그런데 아무 말씀도 없으시는걸 보면 분명 그이의 의도와 어긋났다는것이 아닌가.

곰곰히 되새겨봐야 짚이는데가 없었다. 발사과정에 실수도 없었고 부분적인 공정에서도 튀는것이 없었다. 프로그람조종에 의한 이번 시험발사를 보며 새맛이 난다고, 멋있다고 하는 몇몇 일군들의 목소리에 은근히 가슴이 부풀기까지 하였던 그였다.

그이께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도 빗나갔을줄이야. 은연중 손바닥에 내배는 땀발이 느껴졌다.

풀지 못한 의문을 안은채 신혁진은 그이를 따라 집무실에 들어섰다. 그때 집무탁에 놓인 전화기가 드르릉 울리였다. 그이께서는 선채로 전화를 받으시고나서 혁진에게 이르시였다.

《혁진동무, 급한 문제가 제기되여 잠간 나갔다오겠으니 그동안 이 자료들을 다시 보시오.》

김정은동지께서는 집무탁의 한쪽구석에 놓여있던 자료들을 그에게 주시고 방을 나서시였다.

혁진은 마음을 눅잦히며 자료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축포발사와 관련한 조종프로그람개발추세자료들이였는데 거의가 이미전에 본것들이였다. 페지들을 다시 번져가는 혁진의 생각도 한페지한페지 번져졌다.

이전에 주셨던 자료들인데 왜 또 보라고 주셨을가? 몇번이고 곱씹어 생각했으나 끝내 대답을 찾지 못하였다.

얼마후 활달하신 걸음으로 방에 들어서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정깊은 눈길로 그를 바라보시였다.

《혁진동무, 자료들을 다시 보면서 생각되는게 없습니까?》

혁진은 절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언제나 그이의 의도를 제때에 받들지 못하는 자신이 스스로도 민망스러웠다.

그이께서는 가책에 잠긴 그의 표정을 바라보시다가 방안을 거니시며 말씀하시였다.

《오늘 시험발사는 모든 과정이 아무탈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였소. 그러나 거기에 무엇이 없는가. 우리의것이 보이지 않소. 우리의 피가 뛰지 않고 우리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소. 한마디로 쥐여짜면 우리 식이 아닙니다.

신동무, 어디 한번 말해보시오. 강성대국이 그 누가 와서 세워주는것인가, 아니면 하늘에서 공짜로 뚝 떨어지는것인가? 아닙니다. 장군님께서 세워주시고 장군님의 령도따라 우리 인민이 제 손으로 세우는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번에 쏘려는 축포는 바로 그 강성국가의 실체를 보여주자는것인데 그 실체를 우리의것이 아닌 남의 기술로 보여주려고 하고있으니 어디 이게 될 말입니까?》

혁진은 뇌리에서, 눈앞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하였다. 어둠을 헤가르며 사위를 대낮처럼 밝히는 자연의 번개불처럼 그 섬광의 번쩍임에 모든것이 단번에 훤해졌다. 이어 번개불의 뒤를 응당 따르는 우뢰가, 무서운 후회와 자책이 그의 온넋을 통채로 꽈르릉 울리였다.

그이의 말씀 한마디한마디가 혁진의 가슴에 정대로 쪼아박듯 그대로 새겨졌다.

《우리의 행복은 기어이 우리자신의 손으로 창조하겠다는 장군님의 그 신념과 우리 인민의 자존심을 가슴에 지니지 못하면 우리 식의 축포도 창조할수 없습니다.》

그이의 어조가 힘있게 울릴수록 혁진은 고개가 아래로 숙어졌다. 언제나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지향하고계시는 그이앞에 비쳐지고있는 자신이 가엾기 그지없었다. 그이께서 이번 축포발사의 의의를 몇번씩이나 강조하셨건만 남의 기술을 모방하는데 만족하지 않았는가.

《제가 정말 정신이 쑥 나갔댔습니다.》

혁진은 자기의 속을 그대로 터놓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답답한 가슴을 견디여내지 못할것 같았다.

그러는 혁진을 바라보시며 그이께서는 추억깊이 말씀하시였다.

《몇해전 장군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자강도가 점점 밝아지고있소. 한점의 불빛이 얼마나 그립고 소중한가를 피눈물속에서 체험한 우리 인민이였지. 그래서 우리가 주저앉기를 바라는 원쑤들이 보란듯이 초불밑에서 랑만의 노래를 짓고 우등불을 지피며 발전소언제를 쌓은 그들이 이제는 락원의 불을 자기 손으로 켜내였소. 강계정신으로 지펴올린 장자강의 불야경. 우린 그렇게 하나, 둘 조국번영의 불을 더 높이 추켜들게 될거요.〉》

격정의 문을 터친듯 그이의 어조는 흥분으로 떨리시였다.

《혁진동무, 한번 생각해보시오. 장군님께서 왜 그토록 장자강의 불야경을 보고 기뻐하셨는지 압니까. 다른 나라들의 화려한 번화가의 불장식에 비하면 소박한것이지만 우리 인민의 무한대한 정신력이 고난을 이겨내고 창조해낸 불빛이여서 그토록 만족해하신겁니다. 그래서 장군님께서는 장자강의 불야경은 보기만 해도 절로 새힘이 나고 정신이 든다고 하신것입니다. 그 불이야말로 우리의 손으로 켜낸 우리의 불입니다. 남이 스위치를 넣었다껐다할수 없는 자기의 불이란 말입니다.

우리의 행복은 우리 손으로! 자력갱생하는 사람에게는 광명한 미래가 있다! 이것이 우리의 창조철학입니다. 축포발사에 바로 우리의 이 정신을 담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제 모습을 가진 우리 식의 축포가 될수 있습니다. 이번에 하자는 축포발사의 의도도 여기에 있고 불의 서사시의 주제와 구성을 결정짓는 핵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떻소?! 혁진동무, 새로운 축포발사로 우리 장군님의 결심, 조선의 선언을 저 하늘에 새기는 그날까지 힘껏 노력해봅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혁진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자신을 믿고 동지를 믿고 인민의 밝은 래일을 믿으시는 그이의 신념과 의지가 맥박치는 손길이였다.

혁진은 그 손길을 통해 그이의 열정이 그대로 흘러들어 자신의 몸과 마음이 확확 달아오름을 느끼고있었다.

 

3

 

불현듯 인기척을 느끼신 김정은동지께서는 고개를 드시였다. 언제 들어오셨는지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자신의 등뒤에 와계시였다.

《방해하지 않고 그냥 가려 했는데 …》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그이를 만류하시며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시였다.

《밤도 깊었는데 뭘하고있소?》

《축포발사프로그람을 한번 짜보고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새 축포의 개발정형과 제일 걸린 문제로 나서고있는 조종프로그람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셨다.

《그러니 조종프로그람을 대장이 직접 짜겠다는거구만. 새것을 창조하려는 그 기백이 좋소. 나도 언제부터 이런 새 축포를 우리 인민들에게 보여주자고 생각했댔는데 내 마음을 우리 대장이 알아주누만. 정말 고맙소.》

대견한 눈길로 김정은동지를 바라보시던 장군님께서는 《불!》 하고 나직이 혼자말씀처럼 뇌이시였다. 어딘가 가슴속 깊은 곳에 묻혀있던 아픔과 고뇌가 같이 묻어나오는 저릿한 어조였다. 장군님의 눈가에는 추억의 빛이 어리시였다.

《불의 귀중함을 제일 절감한게 고난의 행군시기였지. 사실 난 전연에 나갔다가 불꺼진 평양거리로 들어설 때면 제일 가슴아프군 했소. 〈한줄기 밝은 빛이라도 더해줄수 있다면〉 하는 시구절이 있지. 그게 바로 그때의 내 심정이였소. 그래서 내 한몸을 깡그리 태워서라도 우리 인민에게 밝은 빛을 주리라 결심했소. …》

김정은동지께서는 목이 꽉 메이는것을 느끼시였다. 장군님께서 고난의 행군을 앞장에서 헤쳐나가시던 나날들이 눈물겹게 안겨오시였고 남모르는 중병을 앓으시면서도 자신보다 조국과 인민만을 생각하시는 장군님의 모습이 아프게 가슴을 찌르시였다.

《장군님, 이제는 제가 장군님의 그 짐을 걸머지겠으니 단 하루라도 편히 쉬여주십시오. 간절한 부탁입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숙연한 감정에 잠겨계시는 김정은동지의 두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이제는 내가 바라던 날이 다가오고있소. 새 축포발사는 우리가 이 땅우에 어떻게 강성대국을 일떠세우는가 하는 조선의 결심과 의지를 실체로 보여주게 될거요. 난 대장을 믿소. 온 세상에 조선의 미래를 실체로 보여주오.》

《장군님, 알았습니다. 장군님의 념원이고 우리 인민의 소원인 강성대국을 세우는 길에 저의 모든것을 깡그리 바치겠습니다.》

장군님께서 방을 나서신 후에도 김정은동지께서는 마음속에서 활활 타래쳐오르는 불길을 오래도록 걷잡을수 없으시였다. 달리고싶으시였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며 다가오는 조선의 미래를 향해 달리고싶으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축포발사준비정형을 보고드리기 위해 때마침 찾아온 신혁진과 함께 밖으로 나오시였다.

차에 오르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직접 운전대를 잡고 가속답판을 힘껏 밟으시였다.

그이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는듯 승용차는 수도의 밤거리를 경쾌하게 누비였다.

시내의 중심거리들과 충성의 다리를 지나 통일거리입구에 들어서시였다. 왜 이곳에 왔는지 자신께서도 알수 없으시였다. 그 무엇인가가 차에 오르실 때부터 그이를 이곳으로 끌어당기였다. 달빛에 출렁이는 강물을 보셨을때에야 자신께서 왜 이곳에 오시였고 무엇이 자신을 이곳으로 떠밀었는지 가늠이 오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강변가까이에 차를 세우시고 혁진과 함께 강기슭을 거니시였다.

출렁이는 물결소리에서 대동강이 안고있는 만단사연을 듣기라도 하시는듯 말없이 걸음을 옮기시던 그이께서는 혁진에게 조용히 물으시였다.

《혁진동무 아버지도 포병이였다지요?》

뜻밖의 물으심에 혁진은 눈이 둥그래서 미처 대답을 올리지 못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말씀처럼 조용히 뇌이시였다.

《우리는 보지 못하였지만 이 대동강은 그날의 광경을 다 보았을거요. 전승의 그밤 여기 오셨던 수령님 모습도 뵈옵고 … 혁진동무 아버지네가 쏘아올리던 축포도 보고 …》

그이께서는 명상에 잠긴 눈길로 혁진을 바라보시였다.

《아마 수령님께서 서계시였던 자리가 이 근방쯤 될겁니다. 혁진동무도 수령님께서 전승광장 주석단을 내리시는길로 강남요업공장에 나가셨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있을겁니다. 그러나 그날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모를겁니다. …》

그날 7월 28일.

강남요업공장을 찾으셨던 수령님께서는 밤이 늦어서야 평양을 향해 출발하시였다.

《9시까지는 평양에 들어서야겠는데 … 좀더 속도를 놓소.》

수령님께서는 자주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시며 몇번이나 재촉을 하시였다. 차안에는 9시를 향해 바투 육박해오는 초침의 박동소리만이 꽉 들어찬듯 하였다.

《대동강이 보입니다.》

열려진 창너머로 몸 절반을 기울이고있던 부관 김억필이 거센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에 이끌리듯 과연 번들거리는 대동강의 물면이 어슴프레 시야에 들어오고 강변에서 밤물고기잡이를 하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얼른거렸다.

수령님께서는 얼핏 시계를 들여다보시고 말씀하시였다.

《시간이 다됐구만. 여기에 내려서 보고갑시다.》

《여기… 말입니까?!》

억필이 주춤거렸다.

《그렇소. 9시가 다되였소.》

그 찰나에 갑자기 하늘에 번쩍 하는 빛이 가로질렀다. 이어 쿵, 쿠궁- 하는 둔중한 포소리가 울리더니 차체가 부르릉 흔들리는 속에 령롱한 색갈로 부서지는 황홀한 빛이 차창을 꽉 덮었다.

《축포다, 축포! 수령님, 축포입니다!》

억필의 걸걸하고 청높은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드디여 그 시각이 온것이다. 이미 수표하신 최고사령관명령대로 조국해방전쟁의 력사적인 승리를 기념하는 축포를 쏴올리고있는것이다.

백수십문의 포가 일제사격으로 포문을 열자 땅과 하늘이 엇바뀌는듯 격렬하게 진동하였다.

시중심부 대동강반의 하늘에 눈부신 불꽃보라가 연방 터져오르고있었다. 핑- 하늘이 돌아가는것만 같은 느낌! 순간 강철의 심장을 지니신 수령님께서도 그만 마음의 안정과 평형을 잃으시였다.

전쟁의 3년간을 겪으시며 얼마나 많은 폭음을 들어오셨던가. 하지만 그 어떤 포성도 흔들지 못하던 위대한 심장에 마쳐오는 류다른 충격을 견디여내기가 어려우신듯, 자신의 체내에서 끓어솟는 격정에 놀라시듯 수령님께서는 흠칫 몸을 떠시였다.

언제 차가 멎고 부관이며 운전사들이 뛰여내렸는지 알수 없었다. 뒤차에서 내린 일군들과 수행원들도 모두 자기를 잃은듯 덤벼치며 강기슭가까이로 내달았다.

그들의 뒤를 따라 수령님께서도 강뚝으로 향하시였다. 발치에 무엇이 걸채이는것도 알지 못하시였다. 그것이 첫 장마가 휘젓고간 뒤의 물웅뎅이나 엉성한 풀덤불이든 휘널린 자갈들이든 무슨 대수랴. 이루 다 형언못할 뜨거운 파동에 온몸이 떠실리운것 같이 느껴지실뿐이였다.

축포를 쏠데 대한 명령서에 비준할 때도 오늘 있게 될 행사의 광경을 눈앞에 그려보셨건만 그때와는 또 다른 류다른 흥분과 환희가 수령님의 혼신을 휘감고있었다.

《만세! 만세!》

승벽내기로 날아오르는 불줄기들을 향해 웨침소리가 휘뿌려져올랐다.

《꽃불이다, 꽃불!》

강변에서 물고기잡이를 하던 사람들과 아이들도 연방 탄성을 터뜨렸다.

《그래그래, 꽃불이지. …》

수령님께서는 아직은 축포라는 말을 들은적도 본적도 없는 아이들의 소박한 목소리를 나직이 되뇌여보시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불빛 한점 볼수 없었던 평양이 가슴을 활 열고 쏴올리는 축포를 보며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가. 원쑤들의 폭격때문에 반토굴집의 등불이나 담배불마저 가리워야 했던 나날들에 대한 처절한 추억, 그 무수한 고통의 밤들과 영영 결별하고 맑은 래일을 소리쳐 불러보는 환희 …

강변에 서시여 평양의 하늘을 장식하는 전승의 축포를 점도록 바라보시던 수령님께서는 언듯 시선을 돌리시였다. 축포의 불빛이 번뜩이는 속에 빛과 어둠이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평양의 밤풍경이 그이의 가슴을 어이였던것이다.

거무스레한 강철빛으로 번쩍이는 강물너머 얼른거리는 맞은켠 평천부두주변이며 폭격에 한쪽경간이 뭉청 내려앉은 대동교근방에도 그렇고 눈길이 닿는 시야안에 성한 집 한채, 불빛 한점 보이지 않는다. 화광이 펀뜩거릴 때마다 수묵화처럼 생생히 드러나군 하는 그 모든것은 찌르는듯 한 예리한 아픔을 더해주고있었다.

무거운 사색에 잠겨 몇걸음 강뚝우를 거니시던 수령님께서 번쩍 고개를 드시고 어둠속에서도 줄기차게 불의 흐름을 안고 도도히 굽이치는 강물을 바라보시였다.

대동강아, 너의 물결우에 이제는 페허를 헤치고 일떠설 조선의 새 노래를, 래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실어라. 저 축포처럼 희한하고 모두가 좋아 만세를 부르는 사회주의락원의 행복의 원무곡을 너에게 주마! …

《이것은 그밤 수령님께서 대동강과 더불어 인민들과 나누신 심장의 대화였고 조국앞에 다지신 언약이였습니다. 그때 수령님께서는 하늘에 반짝이는 축포의 불꽃들을 이 땅에 다 내리워 온 세상이 부러워하게 우리 조국을 백배, 천배로 더 잘 건설하리라 결심하시였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 …》

수령님의 그 말씀이 귀전에 울리여오는듯 김정은동지께서는 숙연한 자세로 대동강너머 먼 하늘가를 바라보시였다.

그이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혁진은 가슴속으로 장쾌한 메아리 같은것이 퍼지는것 같았다.

우러르라, 너 대동강이여! 그이께서는 전승의 축포에 깃든 뜻깊은 사연을 추억으로만 더듬고계시지 않으신다. 그리고 불시에 떠오른 상념에 이끌려 이곳에 와보시는것도 아니다.

혁진에게는 그이의 마음속 웨침소리가 청청히 들리는것 같았다.

《수령님! 내 기어이 조선의 축포를 쏴올리겠습니다. 수령님 바라시고 장군님 바라시는 조선의 축포를 저 하늘에 펼쳐놓겠습니다. 조선이 강성대국을 어떻게 건설하는지 이 김정은 온 세상에 똑똑히 보여주겠습니다.》

혁진은 어둠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대동강에 정깊은 눈길을 던졌다. 사연많은 대동강아, 너 오늘은 기억하라!

 

(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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