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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8 회


바다가 보인다

라 광 철

3

광석은 배낭에 수지물통을 지고 또 한손에도 물통을 들고 다른 손으로 지팽이를 짚어가며 전투장으로 향했다. 어릴 때 늘 다니던 길이였지만 다층살림집건설이 한창 벌어지고있는 곳은 어딘가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단층살림집들이 자리잡고있던 곳에 큰 도시의 하나의 거리를 방불케 하는 현대적인 살림집들이 일떠서고있었고 동시에 탁아소와 유치원, 학교들이 최상의 수준으로 건설되고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벌써 무산땅의 완공된 선경마을이 그림처럼 안겨왔다.

전투장은 군악대의 힘찬 취주악소리와 방송선전차에서 방송원의 격동적인 전투소식들이 꽝꽝 울려나오고 달려가고 달려오는 사람들의 열기띤 숨결로 들끓고있었다. 정말 포성없는 치렬한 격전장이였다.

광석의 온몸에도 피가 끓어번져졌다.

가까운 곳에서 혼합물을 이기던 삽질소리가 멎더니 다급한 웨침소리가 들려왔다.

《물! 물이 떨어졌소!》

광석은 그리로 다가갔다.

《자, 물입니다. 그런데 이건 샘물입니다. 음료수!》

그는 손에 쥐고있던 물통과 배낭을 벗어내려놓으며 말했다.

《젠장, 물이구 음료수이구 빨리 가져오우! 사람이야 목마르면 참을수 있지만 이 혼합물이 물을 못 먹으면 우리의 전진속도가 떠진단 말이요!》

물통을 받아들던 군인이 피뜩 광석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잠시 주춤하며 물었다.

《동문 누구요?》

검은 보호색안경을 끼고 지팽이까지 들고있는 그가 이상스러웠던것이다.

《난 제대병사요.》

광석은 웃으며 친근하게 말했다.

《그럼 영예군인이 아니요?!》

《글쎄, 큰 위훈도 없이 그저 그렇게 됐소.》

그 군인은 순간 뜨거운 격정이 솟구쳐 광석의 두손을 꽉 잡고 흔들었다.

그리고는 발뒤꿈치를 딱 모아붙이고 차렷자세를 하더니 경건하게 앞못 보는 광석에게 경례를 하며 말했다.

《영예군인동지,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나 영예군인동지까지 이러지 않아도 됩니다.》

광석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는 그의 얼굴은 볼수 없었지만 그립던 옛 전우를 여기 북부전역에서 다시 만난듯 했다.

《혼합물! 뭘해?》

더 말을 나눌새가 없었다. 전투장에는 돌격의 함성만이 곳곳에서 메아리치고있었다.

광석이도 물배낭을 다시 지고 두만강가로 걸음을 재우쳤다.

이번 수해로 원래의 길은 다 없어졌지만 건설장들에 물을 날라다주느라 늙은이, 아이들 할것없이 떨쳐나선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큰길이 생겨났다.

그 길로 대하처럼 흐르는 사람들의 물결은 항일유격대를 원호하던 두만강지구 인민들의 투쟁모습같기도 하고 가렬했던 조국해방전쟁시기 1211고지로 탄약상자를 이고지고 나르던 남강마을사람들같아보이기도 했다.

광석이 두만강기슭에 내려가 물을 긷고있는데 누군가 반갑게 소리치며 자갈밭을 밟으며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허은연이였다.

《야, 아저씨! 아저씬 이런 험한 길을 다니면 안돼요! 그러다 상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허허, 은연인 내가 가만있어야 편안한줄 아는 모양이구나. 그러면 난 인차 죽고말아. 또 그렇게 백년을 살아있다 해도 죽은 목숨이나 같은거구. 은연이야 내 마음을 잘 알지 않니. 그런데 넌 어떻게 여기 나왔니?》

《우리 소년단원들도 수업을 마치고는 북부피해복구전투에 참가한 전투원들을 위해 매일 좋은일하기운동을 하기로 했어요!》

은연이 짜랑짜랑한 목소리로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 그래! 너희들이 정말 기특한 생각을 했구나!》

은연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들에게 경애하는 원수님을 만나뵈온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가고 묻군 하였다. 그럴 때마다 그의 부모들은 공부도 잘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한 아이들이라고 말해주군 했다. 은연의 가슴속에는 자기도 공부도 잘하고 좋은일하기도 많이 하여 꼭 경애하는 원수님께 기쁨을 드리겠다는 소중한 꿈이 간직되여있었다.

《아저씨, 그럼 이젠 우리와 함께 다니자요!》

《영예군인아저씨, 우리와 함께 다니자요. 그러면 우리도 사기가 나요!》

은연의 동무들도 광석의 주위에 모여들어 저마끔 목청을 돋구었다.

《고맙다, 애들아! 그럼 우리 함께 다니자꾸나. 나도 너희들과 함께 다니면 힘이 난다. 자, 그럼 전투장을 향해 앞으로!》

광석이 얼굴에 미소를 담고 힘있게 걸음을 내짚으며 구령까지 치자 아이들은 좋아라고 웃고 떠들며 따라섰다.

그날 광석은 아이들과 함께 부지런히 물을 길어날랐다. 은연은 광석을 집앞에까지 바래우고 돌아갔다.

이때 그들의 모습을 남몰래 지켜보는 한 처녀가 있었다.

그는 무산광산련합기업소 로천분광산 전기수리직장에 다니는 한마을에 살고있는 권은향이라는 처녀였다.

집에 들어선 광석은 팔다리가 뻐근하고 온몸이 잦아드는듯 했으나 기분은 더없이 상쾌했다. 그는 문득 병사시절에 즐겨읊던 자작시 구절들이 떠올랐다.


나는 전초병

우리 원수님 그처럼 사랑하시고

제일로 아끼시는 바다의 문전보초병

잊을수 없어라

최고사령관동지를 한자리에 모신

한없는 긍지와 자랑으로

크나큰 희망과 행복으로

가슴벅차오르던 영광의 그날을

조국이여 우리를 믿어다오

언제나 그날의 그 맹세안고

내 조국의 푸른 바다를

금성철벽으로 지켜가는

바다의 우리 전초병들을!

오, 총대와 함께 영원히 살리

최고사령관동지를 결사옹위하는

바다의 전초병 결사대로

한생을 빛나게 살리라!


혼자 조용히 시를 읊어보는 그는 인생의 철리를 심장깊이 새겨준 그 소중한 병사시절이 없었다면 자기는 아마도 이미 뿌리없는 나무처럼 말라버리거나 오가는 바람에도 쉽게 쓰러졌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사시절! 그것은 진정 그에게 있어서 한생을 그 어떤 고난과 시련속에서도 시대의 참된 인간으로 살아나갈수 있는 투철한 정신을 배워준 귀중한 혁명대학이였다.

전투장들에서는 이제는 영예군인인 광석이 물배낭을 지고 다니는것을 누구나 다 알고있었다. 그들은 그가 물배낭을 지고 나타날 때면 《우리 〈물탄약〉공급수가 온다!》하고 소리치며 마주 달려와 마중하군 했다.

광석이 다시 빈 물배낭을 지고 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 그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광석동무! 내 여기 대대정치지도원이요. 저기로 가 좀 앉기요.》

그는 광석이와 허물없이 무릎을 같이하더니 웃음어린 어조로 담배를 권했다.

《자, 한대 피우오!》

《고맙습니다.》

남달리 담배를 좋아하는 광석은 담배를 받아 귀바퀴에 끼웠다.

아무리 제대되였다 해도 상관앞에서 담배를 피우는것만은 서슴어졌던것이다.

《그러지 말구 어서 피우라구!》

그는 광석에게 불까지 붙여주었다.

《야, 이거 〈백승〉 담배로구만요!》

광석은 담배를 한모금 들이빨더니 마치 고향집향기에 취한듯이 말했다.

《허허, 광석동문 아직 〈백승〉 담배맛을 잊지 않았구만!》

《병사시절의 그 담배맛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음!》

대대정치지도원은 싱그레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광석동무, 불편한 몸으로 정말 수고가 많소!》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전 지금 이 전투장의 전초선에 서지 못하는것이 막 안타깝습니다.》

《아니요, 광석동무는 지금도 전초선에 서있소. 우리 원수님께서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시는 영예군인인 광석동무가 길어오는 그 한통한통의 물은 하루빨리 이 북부지역에 선경거리를 일떠세워 최고사령관동지께 승리의 보고를 올릴 일념으로 낮과 밤을 모르고 전투를 벌리는 우리 병사들의 심장을 더욱 세차게 불타오르게 하고있소!》

광석은 대대정치지도원의 치하에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런데 말이요, 우리 병사들은 광석동무가 힘들게 물배낭을 지고 다니는것보다 광석동무의 노래나 선동연설을 들으면 더 좋아할거요!》

《정치지도원동지, 전 힘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군인들의 마음도 알아주어야지. 노래로 천만사람의 심장을 울릴수도 있지 않소!》

광석은 자기가 육체적으로 힘들어할가봐 념려해주는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병사들이 좋아한다면 잘 부르지 못하지만 제 노래를 한곡 부르겠습니다.》

《좋소, 그럼 저기로 가기요!》

그는 광석의 손을 잡고 방송선전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격조높이 웨쳤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높이 받들고 북부피해복구의 인민사수전, 인민복무전에 참가한 전투원동지들!

이제부터 우리 전투장에 〈물탄약〉공급수로 소문난 영예군인 김광석동무의 노래를 듣겠습니다.》

불이 번쩍나게 일손을 다그치던 드넓은 전투장에서 《와!》하는 환성이 터져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광석의 심장이 느닷없이 높뛰였다. 대격전장이 보이는듯 했다. 아니, 사회주의선경거리가 눈앞에 벌써 환히 보이였다. 축포가 터져오른다.

우리 당의 인민사랑의 축포, 전승의 축포가 터져오른다.


온 누리를 물들이는 승리의 천만불꽃

당을 따라 백승해갈 우리 심장 불태우네

축포여 너는 우리의 명절 떨치는 불보라

축포여 너는 우리의 승리 전하는 금문자

말하라 전승의 축포여

승리는 영원히 조선의것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광석의 눈굽은 저도 모르게 쩌릿이 젖어들었다.

과연 어느 나라, 어느 력사에 국가의 인적, 물적, 기술적잠재력을 총동원, 총집중하여 자연재해로 한지에 나앉은 평범한 인민들을 위해 이런 사랑의 전쟁을 벌린적이 있었던가. 이것은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는 우리 당만이,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께서만이 내리실수 있는 대용단이였고 승리에로 이끄실수 있는 전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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