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손전화홈페지열람기
날자별열람


제 67 회


바다가 보인다

라 광 철

2

북부지구의 두만강기슭 전역에 거대한 전선이 펼쳐졌다.

무산군에만도 인민군부대들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전역들에 전개되였던 강력한 건설력량이 투입되였다.

무산땅은 불도가니처럼 끓어번졌다.

붉은기가 숲을 이룬 전투장들에서 울리는 군악대들의 군가소리와 방송선동, 직관선동, 예술선동의 힘있는 화선선동이 사람들의 피를 끓게 했다. 군인건설자들은 전투에 진입한지 3일만에 벌써 읍지구에 수십동에 달하는 다층살림집기초굴착공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축조공사에 달라붙고있었다. 려명거리건설에 동원되였던 수만명의 돌격대원들이 북부전역으로 달려나와 낮과 밤이 따로 없는 백열전을 벌리고있었다.

여기저기서 《세멘트!》, 《모래!》, 《물!》하는 다급한 웨침소리들이 들려왔다.

광석은 집에 가만있기가 바늘방석에 앉아있는것 같아 건설장에 나왔으나 아무 일도 할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막 부끄럽고 한스러워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들은 치렬한 전투를 벌리고있는데 나는 두눈을 보지 못한다고 그저 이렇게 앉아있어야 하는가. 나에게는 아직 걸어다닐수 있는 성한 다리와 두팔이 있지 않는가.

전우들이 보고싶었다. 바다가 그리웠다. 잔잔한 물결우에 금빛노을이 타오르던 해상경비근무의 아름다운 아침이며 사나운 격랑을 헤가르며 조국의 바다를 지켜가던 보람찬 병사시절의 나날들이 눈에 삼삼 어려왔다. 그곳에서 바다는 진정 그의 청춘이였고 자랑이였으며 빛나는 삶이였다. 그곳에서 뜨거운 정을 알게 되였고 수령과 조국을 지키는 병사의 한없는 긍지와 영예를 가슴가득 간직하게 되였다.

광석은 해군에 입대하여 적들이 주둔하고있는 섬이 지척에 빤히 바라보이는 서해의 열점지역인 해상에서 해상경비함의 포수로 군사복무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한치앞도 가려보기 힘든 캄캄한 야밤에 우리측 령해에 침입한 적들과의 격전을 벌리던중 눈에 부상을 입게 되였다. 그는 전대군의소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시력은 점점 떨어졌다.

그는 한동안 절망과 고민에 빠져 잠도 이를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전우들이 있는 부대로 돌아와 훈련과 전투근무수행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전우들과 함께 있으니 크게 힘이 되였지만 한쪽눈이 잘 보이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렇다고 그 사연을 말할수도 없었다.

무쇠같이 강한 체력을 가져야 하는 군대에서 눈을 잘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군사복무능력을 상실했다는것이나 다름없었던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이제 제대된다는것은 한창 피여나던 인생을 잃는것이나 같았다.

그의 이러한 마음을 제일먼저 알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고 힘을 준것은 함선의 지휘관동지들과 곁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전우들이였다.

《광석동무, 마음을 굳게 가지라구. 우리가 동무 하나 지켜주지 못할것 같아 그래? 우리 함께 충정의 항로를 끝까지 가자구!》

그들은 광석의 시력에 부담이 될수 있는 일들을 철저히 금지시키고 락천적으로 생활하도록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이였다.

그는 지금도 자기가 만기복무를 영예롭게 마칠수 있은것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한몸바쳐 결사옹위하는 전초병으로 살고싶어하는 그마음을 귀중히 여겨주고 적극 도와준 지휘관동지들과 전우들의 뜨거운 사랑과 믿음이 있었기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어떤 다른 나라의 군대에서라면 상상할수도 리해할수도 없는 일이였다.

그 나날에 그는 조선인민군 초병대회에도 참가하는 영예도 지니게 되였다.

그런데 전쟁이 벌어진 이 북부전역에서 그는 군복을 벗고 두눈을 못본다고 그날의 그 정신과 전우들의 믿음을 망각할수 없었다. 그의 가슴은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영원히 변함없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병사, 전초병으로 살아가리라는 의지로 세차게 고동쳤다.

잊지 못할 나의 전우들이여! 순간이나마 바다시절을 잊었던 어제날의 이 병사를 용서해다오!

광석은 전투근무수행을 위한 첫 출항에 나서던 때처럼 흥분되였다.

눈앞이 환히 밝아지는듯 했다.

《형수, 내 제대배낭이 어디 있어요?》

그는 아침밥을 짓느라고 부엌에 있는 형수에게 물었다.

《저 웃방벽 군복이 걸려있는 곳에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제대배낭은 왜 찾아요?》

《나도 오늘부터 전선에 나가자고 그래요. 코앞에서 전쟁이 벌어지고있는데 지금껏 팔다리가 이렇게 성성해서 죽은 사람처럼 가만있은게 정말 부끄러워요.》

《삼촌두 참, 삼촌이 건설전투장에 나가 뭘한다구 그래요?》

《어제 전투장에 나가보니 물이 딸려 안타까와들 하더군요. 그럴 때 물이라도 길어다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요.》

《삼촌까지 그런 일을 안해도 일없어요. 건설장엔 자동차와 기중기, 사람천지에 펀펀한 사람두 어디 발을 들여놓을지 모를판인데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쩔려구 그래요?》

형수는 아무래도 안심치 않아하며 말했다.

《형수는 맹인들이 눈은 못 보지만 남들보다 감각이 몇배나 더 발달되여있는지 다는 모르지요. 난 지금 형수가 문턱에서 나를 어떤 눈길로 바라보고있는지도 다 알려요. 그렇지, 덕평아!》

광석은 웃으며 방바닥에서 장난감땅크를 가지고 놀고있는 조카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조카애는 무엇도 모르면서 《응!》하고 삼촌의 말에 머리를 끄덕였다.

《보세요, 세살난 덕평이도 다 아는데 형수가 모르다니요.》

《에이, 그 고집 정말! 하여튼 형님이 들어온 다음에 말해보라요.》

《형님이야 내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아니 적극 지지해줄건 뻔해요. 형수도 우리가 고난의 행군시기 부모를 다 잃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있을 때 누가 따뜻이 돌봐주었는지 잘 알지 않나요.

당에서는 우리를 친부모보다 더 큰 사랑으로 세상에 부럼없이 키워주었어요. 지금 어머니 우리 당에서 재난을 당한 북부지구 인민들을 위해 전당, 전군, 전민이 떨쳐나설데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인민사랑의 전쟁을 시작했는데 앞을 못 본다고 가만히 있으면 난 산 인간이 아니지요!》

형수는 그의 절절한 마음에 어쩔수 없었다.

광석은 이미 마음속 출항의 닻을 올렸던것이다. 이제는 침로를 따라 전속으로 내달릴것이다. 상쾌한 바다바람마저 불어오는듯 그의 가슴을 한껏 부풀어오르게 했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