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회


제 5 장

2

송금주는 이전보다 더 정열적으로 일에 몸을 잠그었다.

이틀동안은 밀렸던 교수준비를 하고 사흘동안은 소년단반들에 대한 지도를 하였으며 그다음 한주일동안은 우리 마을 도서실개관준비를 하였다.

종류별로 대장을 만들어 열람자들이 쉽사리 볼수 있게 정치경제도서, 과학기술도서, 문학예술도서, 상식도서의 순서로 벽에 걸어놓고 대출대장도 마련하였다.

사서의 책상앞바람벽에는 학습은 혁명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첫째가는 임무라고 하신 어버이수령님의 명제도 모시였다.

학교 소년단조직에서는 2학년 3반의 녀학생 3명을 우리 마을 도서실의 꼬마사서들로 임명하고 그들이 사흘에 한번씩 당번제로 도서실에 와서 대출임무를 맡아보게 하였다. 첫날의 당번으로 뽑힌 박영실은 개관을 하루 앞두고 사서의 책상에 꽃병을 가져다놓고 거기에 다리아 세송이를 꽂아놓았다. 바깥벽 문설주에는 《우리 마을 도서실》이라는 간판을 달고 그 간판과 직각을 이루는 곳에는 《우리 마을 도서실은 래일부터 문을 엽니다.》하는 패쪽을 걸어놓았다.

그날 오후 송금주는 도서실에 나타나 개관준비를 점검하고 모든것에 만족해하였다. 그리고 며칠동안 자기를 도와 개관준비를 착실하게 해온 어린 사서들을 칭찬하였다.

15시경부터는 사람들이 줄줄이 도서실로 찾아와 서재를 돌아보았다.

맨 먼저 군당부장과 군청년동맹부장이 찾아오고 그뒤를 이어 룡산중학교 교장이 왔다. 그들이 돌아간 다음 꼬마사서들을 낳은 2학년 3반 처녀애들이 나타나 서가들을 돌아보며 한참동안 지지배배하다가 사라졌다. 30분간격을 두고 영천군 책방책임자가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10권을 가지고와서 도서실에 기증하였다.

송금주를 깜짝 놀라게 한것은 녀교원합숙으로부터 세집 건너에서 사는 리신태의 부인 임철옥이 실내화를 찰찰 끌며 도서실에 불쑥 나타난것이였다. 랭담하고 독선적인 남편과는 달리 임철옥은 좀 수다스러우면서도 사근사근하고 통이 큰 녀자였다. 그는 서재에 들어서자바람으로 입가에 애교있는 웃음을 흘리며 송금주에게 말했다.

《금주선생, 나도 이 도서실의 독자가 될수 있을가?》

《간판을 보시라요.》

서가의 책들을 정돈하던 송금주는 머리도 쳐들지 않고 대답했다.

《무슨 간판? 바깥벽에 붙어있는 간판 말이지. 그거야 봤지. 가만있자. 우리 마을 도서실이니까 나도 이 도서실신세를 질수 있겠구만.》

《아, 있구말구. 그런데 조건부가 있어요.》

《조건부는 또 무슨 조건부가 있어요?》

《신태선생 승인을 받으세요.》

《내가 왜 그 량반 승인을 받아야 하나? 송선생 승인만 받으면 다지.》

《신태선생이 아주머니한테 트집을 걸수 있으니까요. 〈공명주의자한테 뭣하러 다녀!〉 …》

송금주는 리신태가 안경다리를 신경질적으로 잡아흔들고나서 뒤짐을 지고 방안을 왔다갔다하며 안해에게 호통질하는 시늉을 해보이였다. 그가 리신태의 연기를 얼마나 방불하게 해보였던지 임철옥은 허리를 까부리고 도서실안이 떠나가게 웃어댔다. 그러다가 옆구리에 두팔을 올리고 눈을 까뒤집으며 발을 탕 굴렀다.

《뭐, 뭐, 뭐 송금주가 공명주의자야? 신태동문 금과 옥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야. 천리마뒤다리를 잡아당기는 한심한 보수주의자란 말이야.》

남편에게 욕설을 퍼붓는 어떤 독설가의 흉내를 내고는 또다시 까르르 웃음바가지를 쏟아놓았다. 송금주도 배를 그러잡고 웃었다. 그들은 만나기만 하면 이따금씩 이렇게 웃음판을 펼치군 하였다. 임철옥이 송금주를 좋아하는것처럼 송금주 역시 임철옥을 좋아하였다. 무슨 연분인지 두 녀자는 만나자바람으로 친구가 되였다. 임철옥은 극비에 속하는 가정내사까지도 송금주에게 서슴없이 터놓군 하였다.

《송선생, 난 첫 독자가 되고싶구만. 이왕이면 지금 책을 빌려주지 않겠나?》

《까짓거 그렇게 하지요 뭐.》

임철옥은 서가에서 리기영의 《고향》을 뽑아들고 박영실이 끼고있는 대출대장에 자기 이름과 책제목을 적어놓은 다음 흔드적거리며 도서실을 나섰다. 우리 마을 도서실은 수많은 주단역배우들의 등퇴장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무대로 변하였다.

한시간쯤 지나서 정애경이 숨이 턱에 닿아서 도서실로 달음박질해왔다.

그는 나들문을 열어제끼자 숨을 가라앉히지도 못하고 다급하게 말했다.

《금주, 평양에서 기자가 찾아왔어.》

《무슨 기자?》

《〈민주청년〉기잔데 널 취재하겠다는거야.》

《내가 어떻게 되여 〈민주청년〉신문사가 관심하는 인물이 됐을가?》

송금주는 서가에 한쪽팔을 올리고 얼떠름해서 눈을 슴뻑거리였다. 정애경은 생글생글 웃으며 그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송금주란 인물이 천리마를 타고 날아가니까 〈민주청년〉창문에서도 내다봤겠지. 이거 송녀사가 점점 유명해지는데.》

《이봐, 까불지 말어. 길확실이나 리신자쯤 되면 몰라도 나야 그 녀자들처럼 신문에 날 명분이 없지 않니.》

정애경은 눈에 독을 품고 송금주를 쏘아보았다.

《왜 명분이 없다고 그래. 네가 그동안 오죽이나 많은 일을 했니. 우리 마을 도서실 하나만으로도 넌 신문에 소개될 자격이 있어. 못난 소리 작작하구 기자를 맞이할 준비나 해라. 그 사람 이만저만한 미남이 아니더라.》

《미남이면 어쨌다는거야?》

《같은 값이면 잘 생긴 남자와 마주앉는게 좋다는게지. 그것두 주석을 달아야 리해하겠니?》

《어쨌든 난 만나지 않겠다. 내가 무슨 큰일을 했다구 신문에 소개한단 말이야. 가서 그 미남한테 말해라.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구.》

《고집두 원. 네가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학교의 체면은 어떻게 되니. 제발 영천망신을 시키지 말구 이 정언니의 말을 들어라.》

《난 도망치구말테야.》

송금주는 짜장 도망이라도 칠듯이 뿌득뿌득 나들문쪽으로 걸어갔다.

《이거 야단났구나. 당세포위원장선생한테 고자질을 해야지.》

정애경은 종시 정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문밖으로 뛰여나갔다.

어쩐지 영예가 너무도 때이르게 찾아오는게 아닌가 하는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잘 익은 영예가 금이라면 설익은 영예는 버럭과 같다. 부당하게 차례진 영예는 막돌보다 못하다. 송금주는 영예에 습관되지 못한 처녀였다. 그가 잠간이나마 영예를 누린적이 있다면 영천고중 녀자롱구선수로 활약하던 1년간이였다. 그 롱구팀은 경기마다에서 1등을 하였고 그때마다 그는 학우들한테서 떠들썩한 칭찬을 받았다. 그것은 응당한 영예였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기자가 온다는 말을 듣고는 심드렁했다.

오히려 영문을 알수 없는 불안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 불안이 도대체 오데서 오는지 가늠할수 없었다.

송금주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꼬리에 정애경을 달고 나타난 김영찬이 그 문으로 들어서며 《가지 마시오.》하고 그를 눌러놓는다.

《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거요. 선생의 사업실적과 일본새를 온 나라에 소개하는 중대사인데 그걸 외면해서야 되겠소. 군당과도 다 토의되였으니 쓸데없는 고집을 쓰지 마오. 애경선생은 여기서 기자선생의 취재를 간접적으로 도와줘야겠소. 금주선생이 제 자랑을 잘 안하는 성미니 자칫하다가는 취재가 싱겁게 될수 있는데 애경선생이 옆에서 보조역을 잘해야겠소. 자, 기자선생, 이리로 들어오시오.》

김영찬이 문밖을 향해 소리치자 검정색바탕에 하얀 세로줄무늬가 간 남방샤쯔를 입고 머리에 왼쪽가리마를 탄 키꼴이 후리후리한 청년이 우선우선한 얼굴로 방안에 들어섰다. 어깨에는 사진기를 멨다.

《강석민이라고 합니다.》

기자는 왼쪽옆구리에 삼면쟈크가방을 낀채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송금주앞에 내밀었다. 송금주는 증명서를 펼쳐보지도 않고 돌려주면서 면구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소개는 이미 애경선생한테서 들었습니다. 오시느라고…》

《군당과 군민청에 들렸다가 학교로 곧추 왔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금주선생 칭찬이더군요. 취재대상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 이 방안이 답답한데 합숙방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송금주는 서가들로 꽉 들어찬 도서실안을 둘러보며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사람은 넷인데 의자가 두개뿐이니 둘은 부득불 서있어야 하였다.

그러나 기자는 점잖게 사양하였다.

《아니, 괜찮습니다. 여기도 좋습니다. 이번 취재의 주공목표는 우리 마을 도서실이니 차라리 잘된셈입니다. 오늘은 이 도서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래일 오후에는 학교로 돌아가야 하니 소년단지도원실에서 취재를 하도록 합시다.》

사리도 정연하고 례절도 밝았다. 인품은 또 얼마나 돋보이는가. 말투도 손세도 몸가짐도 흠잡을데없이 세련되였다. 오랜 도시생활과 직업의 부대낌속에서 다듬어질대로 다듬어진 강한 지성미가 입놀림과 눈빛에서까지 느껴졌다. 차라리 어느 한 구석에서라도 터슬터슬한 천연미가 느껴졌으면 하는 생각이 일 정도였다.

이런 류형의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송금주는 늘 까닭모를 불편을 느끼군 했다. 강석민기자와 마주앉은 지금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김영찬이 정애경을 기자의 보조상대역으로 찍어준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싶었다.

강석민은 취재수첩을 꺼내려고 가방을 열려다말고 천천히 서가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때로는 책들에 찍힌 도서제목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때로는 서가의 나무단들을 손으로 쓸어보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천정의 꾸림새를 품을 들여 훑어보기도 하였다.

《이 도서실에 해방직후에 출판된 책들이 특별히 많은데 이런 책들은 어떻게 구입했습니까?》

강석민이 《김일성선집》 1권 초판과 《빨찌산의 딸》을 뽑아들고 보다가 물었다.

《고덕탄광마을에 정문호라는 장서가가 있는데 그분이 기증한 300권의 책들가운데 해방전도서들과 해방직후도서들이 많았습니다.》

송금주의 대답이였다.

《혼자서 300권이나 기증했단 말입니까? 거 참 대단한 장서가인데요. 그 사람의 서재에 있는 책은 몇권이나 됩니까?》

《한 3천권쯤 됩니다.》

《3천권이면 굉장한 책부자로구만. 그 정문호라는분과 송금주선생은 어떤 연고가 있습니까?》

《전 고중시절부터 그의 독자였습니다. 제가 우리 마을 도서실을 꾸린다는 소문을 듣고 그분이 직접 달구지에 책을 싣고 여기까지 찾아오지 않았겠습니까. 그가 하는 말이 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도 하는데 도서실을 새끼치는 일이야 못하겠는가구…》

송금주는 그날 공업품상점앞까지 따라가서 정문호를 만나던 일이 떠올라 감개를 금할수 없었다. 그는 목이 메여올라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가 발휘한 소행의 금새가 기자의 취재를 당하는 이 순간에 더 뜨겁게 안겨오고 더 두드러져보이는것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였다. 송금주의 대답이 너무 빈약하고 메마르다고 생각했던지 이번에는 정애경이 그를 대신하여 정문호가 불구자로 된 경력과 그가 탄부들과 학생들을 위해 자기의 서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개방하고있는가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그다음은 송금주가 이 도서실을 내올 때 교원들의 반영이 어떠했고 학교당조직이 그가 하는 일을 어떻게 떠밀어주었으며 도서실개관을 위해 어떤 실무적조치들을 취해주었는가에 대하여 소설처럼 재미나게 엮어댔다. 그의 입은 정말 모타가 달린 화술기계처럼 쉴새없이 잘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에 김영찬은 꼬마사서 박영실을 데리고 슬그머니 학교로 돌아갔다.

잠시후 박영실이 학생용의자 한개를 도서실에 들여다놓고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세사람은 의자에 삼각으로 마주앉아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부터 강석민은 정식으로 취재수첩을 꺼내들고 도서실을 중심으로 하는 송금주의 활동내용과 생활적인 세부들을 진지하게 파고들었다.

《이런 도서실을 가졌으면 하는 꿈을 가진것이 언제부터였습니까?》

《고중시절에 정문호동지네 집에 가보고 그런 욕심을 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의 그 욕심은 자기자신만을 위한 꿈이였습니다. 말하자면 나도 이런 서재를 꾸릴수 없을가 하는 소박한 욕망이였지요. 그 꿈이 교단에 선 후 대중계몽을 위한 도서실을 내자신의 힘으로 꾸리고 운영해보고싶은 욕망으로 발전한거지요.》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집단주의적사고방식으로 전환되였다고 봐야지요.》

정애경이 그 독특한 화법으로 송금주의 말에 양념을 쳤다. 강석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긍정하였다.

《그게 바로 천리마시대의 특징이 아니겠습니까.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우리 수령님의 리념이 인간과 사회관계를 그런 식으로 아름답게 변모시키는거지요. 정말 요새는 살 멋이 있고 사는 보람이 있습니다.》

그는 전국각지에서 발양되고있는 사회주의적미풍에 대하여와 사회주의건설에서 이룩되고있는 경이적인 성과들에 대하여, 1960년대의 천지개벽을 반영하고있는 문학예술작품들에 대하여 한참동안 수자와 사실들을 들어가며 이야기하였다.

취재자로부터 상담자로 돌변한 강석민의 말을 들으며 송금주는 그의 인품과 지성세계에 더 깊이 끌려들어갔다. 강석민은 확실히 안목이 넓고 성격이 활달하고 호방하며 감정세계가 풍부한 언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찬교무주임선생의 말이 송선생이 고덕탄광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고있다는데 거기에 대해서 좀 말씀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강석민은 열정적인 상담자로부터 다시 위풍있는 취재자로 돌아갔다.

그는 확실히 취재를 할줄 아는 사람이였다. 취재대상을 흥분시켜놓고는 자료를 뽑아내는것이 그의 수법이였다. 강석민은 취재를 폭넓고 깊이있게 하였으며 사소한 세부도 놓치지 않고 이모저모로 파헤쳐 거기에 심각한 의의를 부여하군 하였다.

어느 대학 무슨 학부를 나왔을가, 총각일가, 장가를 간 사람일가.… 불현듯 송금주는 기자의 경력을 알고싶은 얄궂은 호기심을 느끼였다.

어째서 기자들은 재판관처럼 질문만 하는데 취재대상자들은 그들이 묻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섬겨바치면서도 자기를 취재하는 인물의 생활에 대해 물어볼 엄두도 못 내는가. 이거야말로 불공평하지 않는가. 서로가 서로를 알면 취재도 더 흥겨워지고 심도가 깊어질텐데. 저 사람은 우리앞에 자기 소개를 좀 하고 취재를 시작했어야 하는건데 기자 일반이 범하고있는 도식의 길을 그대로 걷고있다.

송금주는 자기가 기자의 질문에 대답할 차례가 되였다는것도 잊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정애경이 앞질러 대답을 대신하였다.

《금주선생의 아버지는 고덕탄광에서 오래동안 탄부로 일한분입니다. 그분은 자기 딸이 아직 철이 채 들지 않았을 때부터 자기가 무슨 일을 하며 자기네 일터가 어떤 일터인가에 대해 옛말처럼 들려주고 딸에게 놀이감삼아 석탄덩이도 가져다주었습니다. 탄광에 대한 애정이 그때부터 싹텄다고 말할수 있지요. 이것이 금주선생으로 하여금 탄광사람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탄광마을의 녀선생으로 성장할수 있는 바탕으로 된겁니다.》

송금주가 교원생활의 첫시작을 갱견학으로부터 떼던 사연이며 설날에 아버지의 선배탄부였던 화약고지기를 찾아가 세배를 드린 사연, 이런 소행이 커다란 반사를 일으켜 탄부들이 집단적으로 우리 마을 도서실공사를 어떻게 도와주었고 교원들의 후방사업을 어떻게 후원해주고있는가에 대해 아기자기하게 설명하였다. 정애경의 설명은 그자체가 소설이였고 수필이였으며 서정시였다.

잘두 재잘거린다, 저 혀바닥은 누굴 닮아서 저렇게 멋들어지게 나불거릴가, 저 입에만 걸려들면 아무리 범상하고 광택이 없는 세부도 반짝거리는 형상의 옷을 입고나와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해준다. 나한테 저런 능란한 대변인이 있다는것이야말로 얼마나 큰 행운인가, 애경이가 실컷 말하게 내버려두자. 내가 말하면 제 자랑이 되고 애경이가 말하면 남의 자랑으로 되는것이니 나쁠것도 없다.

취재를 빨리 끝내도록 해야지, 저 사람한테서 수도의 소식을 들을수있는 시간적여유도 우리스스로가 마련해야 하지 않나.

송금주는 합숙에 나가 국사발에 랭수를 떠다가 기자에게 권하면서 그냥 그 생각을 이어나갔다. 취재가 끝나면 기자한테서 우리 수령님과 수도 평양에 대한 이야기를 실컷 들어보자,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있겠는가, 저 애경이가 이제는 그만 나불거려야겠는데. 하지만 송금주는 그날도 그 다음날도 소원을 성취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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