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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 회


제 4 장

7

30분후에 정애경이 우리 마을 도서실에 들어왔다가 쓰러진 송금주를 합숙방으로 데려다 눕히였다. 송금주는 저녁식사도 하지 않고 온밤 병고에 시달리였다. 말하기도 싫었고 생각하기도 싫었으며 움직이는것조차 싫었다. 그는 끝없는 혼미의 세계에서 헤매느라고 눈마저 뜨지 못하였다. 눈만 뜨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눈알만 옆으로 돌리면 방안이 통채로 빙글빙글 돌아갔다.

《금주야, 어디가 아프니? 어데가 아파서 그 모양이야? 의사를 데려올가?》

곁에서 시중을 들고있던 정애경이 송금주의 어깨를 안타깝게 흔들어대며 물었다. 송금주는 손을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좀 어지러울뿐이야. 걱정마.》

《어지럽다구? 네 그 빈혈증이라는게 끝내 큰일을 치는구나.》

정애경은 빈혈증을 걸고들면서 두손으로 턱을 고이고 몇초동안 눈을 깜박깜박하며 천정을 말끄러미 쳐다보다가 느닷없이 자기가 방금 내뱉은 말을 부정해버리였다.

《쳇, 빈혈증은 무슨 빈혈증. 사달은 너의 그 무분별한 열성에 있어. 네가 그동안 오죽이나 무사분주했니.》

《내 열성에다가 〈무사분주〉라는 허름한 감투를 씌우지 말아라.》

《흥, 그래도 속은 살아서…》

《이것 봐, 량반은 뜨물통에 빠져두 량반행세를 하는거야.》

송금주는 바싹 마른 혀바닥을 침으로 추기였다. 탈수가 얼마나 심한지 입술이 말라서 터슬터슬했다. 촉기빠른 정애경은 얼른 부뚜막의 물드무에서 랭수 한사발을 떠다가 송금주의 머리맡에 갖다놓았다. 송금주는 한쪽옆구리를 방바닥에 붙인채 몸을 반쯤 일으켜 사발의 물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들이키였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드러누웠다.

이 이상 애경이가 더 말을 걸지 말아주었으면 그리고 오늘 밤만은 제발 불을 빨리 꺼주었으면 하고 송금주는 속으로 빌었다. 그런데 저 알량한 정애경은 짝패의 그런 속을 아는지마는지 눈섭 한오리 까딱치 않고 그저 부동의 자세로 송금주의 해쑥한 얼굴만 말똥말똥 지켜보고있을뿐이였다. 저녁식사후 1시간은 이 합숙의 한담시간이다. 정애경은 아마 이 시간을 예전처럼 푸짐하게 보내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였다. 바람개비처럼 날쌔게 돌아가는 그 혀바닥으로 나에게 트집을 걸지 못해 안달이겠지.

정애경의 화제중 절반이상은 송금주의 약사발을 올리는 트집이다. 그는 트집을 걸거나 상대에게 도전을 하지 않으면 잠시도 못 견디는 성미다. 오늘 밤은 혀바닥이 막 근질근질해나겠지. 실컷 근질근질해나라지. 오늘은 그와 마주앉아 한담을 펼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용기는커녕 입을 벌릴만 한 기력조차 없었다. 입만 벌리면 머리의 빈혈이 더 심해질것만 같았다.

송금주는 턱으로 모포를 바싹 끌어올리고 눈을 감았다. 이것은 너와는 더 말할 힘도 없으니 그쯤 알고 더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빈혈증을 한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정애경은 그런 신호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였다.

《그 롱구훈련이라는것도 그렇지. 네가 직접 목에 호각을 걸고 나서서 이래라저래라하고 간참을 해야 할 일이야?》

이번에는 그가 날린 화살이 롱구훈련이라는 과녁에 명중하였다. 상대의 약점을 제때에 발견하고 그것을 강타하는데서는 그를 따를만 한 명포수가 없었다. 정애경은 송금주의 반응이나 표정의 변화 같은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련속적인 곧추치기를 들이댔다.

《그게 학교를 대표하는 롱구팀이라면 또 모르겠다. 학급아이들을 대여섯명 모아놓고 무슨 지도랍시고 호각을 빽빽 불어대니 세상에 그런 꼴불견이 어디 있니. 넌 그래 학급의 제자들을 몽땅 롱구선수로 만들 심산이냐?》

정애경이 열을 올리면 올릴수록 송금주는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았다. 그도 속으로는 그 엄청난 도전에 맞불질을 하지 못해 몸살이 날 지경이였다. 하나 일단 론쟁에 말려들었다가는 몸에 생긴 이상현상이 사달을 일으킬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말았다. 그가 만일 포문만 열었더라면 이런 말마디들이 튀여나갔을것이다.

《이것 보시오, 애경녀사. 내가 학급학생들의 롱구훈련을 지도하는건 그들을 선수로 키우자고 그러는게 아닙니다. 그건 그들의 체력을 정상적으로 단련시키고 그들이 자기들끼리 제멋대로 하는 롱구훈련을 규범화하자는것입니다. 며칠전에 장철갑이네 학급 롱구소조가 우리 학급 롱구소조에 시합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애경녀사는 아마 모르고있을테지요. 다른 학급도 아닌 우리 학급에 말입니다. 이건 무얼 말해줍니까. 2학년 3개 남자학급중에서 우리 학급을 따를만 한 롱구팀이 없다는것과 우리 학급의 롱구실력이 2학년전체를 대표할뿐만아니라 그 거만한 3학년 1반의 무적이라고 뽐내는 장철갑이네 팀만 꺾어놓으면 학교의 대표팀으로 될수 있다는걸 의미하지 않습니까. 물론 나는 내가 지도하는 팀을 학교의 대표팀으로 만들 야망은 없습니다. 내가 바라는건 일요일에 있게 될 대항경기과정을 통해 제자들에게 배짱과 담력과 단결력을 키워주고 그들모두를 장차 뚜렷한 목적과 투지를 가지고 인생을 자신만만하게 개척해가는 강자들로 키우자는데 있습니다.》

정애경은 송금주의 속대사를 죄다 읽기라도 한듯이 또다시 파도식공격을 해왔다.

《훈련도 그렇지. 자기 학교 운동장에도 좋은 롱구장이 있는데 5리나 되는 고덕탄광롱구장까지 선수들을 끌고다니면서 훈련을 주니 이런 미친짓이 어데 있나 말이야.》

이쯤 되면 정애경의 눈이 올롱해진다. 송금주는 눈을 감고서도 그것을 죄다 보고있다. 그는 입가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속으로 또 통쾌한 반격을 가하였다.

《애경녀사, 체육감각, 체육열이라고는 꼬물만치도 없는 당신이 어떻게 그 심원한 비공개훈련의 원리를 리해할수 있겠소. 내가 이동훈련을 조직한건 장철갑이네한테 우리 팀의 전술을 로출시키지 않자는데 있고 둘째로는 선수들에게 훈련의욕을 높여주자는데 있단 말이요. 소도 방목을 시키면 살이 더 오른다는걸 아마 녀사는 모를테지요.》

송금주는 이런 속대사를 하고나서 자기도 모르게 《에헴!》 하고 마른 기침을 톺아올리였다. 정애경은 짝패의 심기를 감촉했는지 더는 바가지를 긁지 않았다. 그대신 화제를 홱 돌려 살틀한 말로 물었다.

《뭘 좀 먹지 않을래? 먹고싶은게 있으면… 가만, 식당 가서 카스테라 사올가?》

송금주는 입술을 가까스로 벌려 《아니.》 하고 말했다. 그러나 정애경은 그 말을 듣지 못하고 그냥 무슨 음식이 생각나는가고 하면서 따지고들었다.

《금주, 네 입술이 말이 아니구나. 극심한 탈수증! 이건 뭘 의미하는지 알아? 몸에서 수분이 조금만 더 나가면 네가 의식을 잃을수도 있다는거야.》

《잘두 재잘거린다. 탈수니 뭐니 하고 제법인걸. 아, 어머니가 내과의사이니 들은 풍월이 있겠구만. 그런데 이것 봐, 애경녀사. 지금 녀사가 나를 도와줄수 있는 최상의 방도는 그 나불대는 입에다가 빗장을 지르는거야.》

송금주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타이름이다. 정애경이 그런 타이름을 간파할리 만무하다. 그는 송금주의 화끈 단 볼을 살짝 꼬집었다놓으며 간이라도 떼줄듯 한 살가운 어조로 무엇인가 또 물었다.

하지만 송금주는 그 말을 듣지 못하였다. 가물거리던 의식의 한끝에서 먹장구름같은것이 밀려와 그 의식에 먹물을 뿌려놓았다. 그는 깊이를 알수 없는 수면상태에 들어갔다. 그밤에는 다른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다.

다음날은 토요일, 소년단원의 날이다. 토요일에는 수업을 오전에만 한다. 오후에는 소년단조직이 주축이 되여 여러가지 과외활동을 하군 한다.

송금주는 오전에 수업을 두시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교후원에서 산책을 하였다. 넓은잎나무와 바늘잎나무들로 꽉 들어차 흡사 하나의 아담한 공원을 련상시키는 후원에 들어서면 생물교원들이 《오존》 이라는 학술명으로 부르기 좋아하는 사이다같이 쩡- 하는 공기가 페부를 대번에 세척해준다. 그는 새파란 뼁끼칠을 한 장의자에 까치다리를 하고앉아 한참동안 과로로 하여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였다. 지난밤보다는 어지럼증이 그닥 심하지 않았다. 빈혈이 재발하지 말아야 할텐데 걱정을 놓을수 없다.

교장도 교무주임도 병원에 가보라고 강권하나 송금주는 빨래줄에 걸린 위생복만 보아도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군 한다. 아니, 그것은 거부감이라기보다 크레졸냄새나 노보카인냄새를 맡을 때마다 느끼군 하는 섬찍한 감각이나 전률에 가까운것이였다. 그는 청진기가 몸에 와닿아도 이상한 반발을 느끼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병원에 실려가지 말아야 한다. 20대처녀의 생신한 몸으로 환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대접을 받는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다.

《선생님 , 안녕하십니까?》

긴의자 옆구리에서 울리는 귀에 설은 목소리였다.

송금주는 소리나는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였다. 코밑에 수염터가 까밋까밋하고 피부색이 해말간 소년이 그를 향해 굽석 절을 하였다.

3학년 1반 롱구팀의 주장 장철갑이였다.

《장철갑학생, 오래간만이군요. 무슨 일로 왔어요?》

송금주는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부드럽게 물었다. 자전거사건을 유발시킨 장본인이고 또 자만심이 강해서 동급생은 물론 하급생들한테서까지 손가락질을 받는 학생이였지만 그는 장철갑에 대한 선입견을 버린지도 오래다. 두 학급사이의 대항경기가 물망에 오르면서부터 김동주나 장철갑의 과거를 백지화하였다.

《선생님, 래일 시합을 할 때 심판을 서주지 않겠습니까?》

《철갑이, 나한테 그런 위험한 요청은 왜 해요?》

《위험하다니요? 그게 왜 위험합니까?》

《내가 편심을 서면 철갑이네 팀에 불리하지 않나요.》

《그런건 걱정두 안합니다. 우린 선생님을 잘 압니다. 선생님, 우리 부탁을 거절하지 말아주십시오.》

장철갑은 얼굴에 간절한 표정을 담고 앞으로 한걸음 다가섰다. 장철갑이네가 이런 요청을 하는것은 두 학급의 친교와 우의를 위해서도 환영할만 한 일이다. 열쇠는 김동주네가 이 요청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하는데 있다. 두 학급 선수들의 의사가 합치될 때만이 송금주는 당당하게 심판을 설수 있다.

《그런데 철갑학생, 어째서 조정국선생한테는 그런 부탁을 안해요?》

《조정국선생님이 심판을 서면 오히려 편심을 설수 있다고 보았기때 문입니다. 하급학년이라고 동주네 반칙을 눈감아줄수 있습니다. 심판원들이란 대체로 약한 편을 들지 않습니까?》

《나야 자기네 학급이니까 편심을 더 로골적으로 할수 있지 않아요?》

《아닙니다. 선생님은 자기 학급이기때문에 좀 봐주고싶어도 봐줄수 없습니다. 그럼 위신이 떨어지니까요.》

어디서 이런 심리학자가 나타났을가. 장철갑의 요청은 심리학의 원리를 면밀하게 타산한데 기초한것이였다.

《좋아요. 그럼 심판을 서겠어요.》

송금주는 장철갑의 요청을 쾌히 받아들이였다. 그는 3학년학생들이 자기를 공정한 교원으로 보는것이 못내 흡족하였다. 교원의 자부심가운데서 가장 값높은 자부심의 하나는 학생들의 신뢰를 받는데서 오는 만족감이다. 학생들의 신뢰는 곧 교권을 담보한다.

장철갑은 오던 때와 마찬가지로 허리를 직각으로 굽혀 깍듯이 인사를 한 다음 기만동작을 할 때와 비슷한 동작으로 나무들사이를 요리조리 에돌면서 교사 서쪽현관쪽으로 사라졌다.

그날은 모든것이 무난하게 지나갔다. 오후에 있은 분단토론회도 맵시있게 되였고 해질무렵의 롱구훈련도 계획대로 내밀었으며 저녁을 잘지어 합숙사감의 칭찬도 받았다. 빈혈로 인한 간밤의 고통 같은것도 되풀이되지 않았다. 토요일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그런데 일요일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난 송금주는 금요일 저녁에 자기를 괴롭히던 어지럼증이 또다시 재발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눈앞에서 새노란 벌레같은것들이 기묘한 무늬를 그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니였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몸이 한쪽옆으로 기울어지는듯 한 증세가 생기고 머리속에서 걸죽한 반죽덩어리같은것이 뭉글뭉글 돌아가며 뇌수를 마비시키는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 그를 위협하였다.

하지만 송금주는 이를 악물고 자기자신의 육체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변덕과 배신을 묵묵히 이겨냈다. 그는 정애경이 의사요, 입원이요 하면서 또 소동을 피울것 같아 아침식사를 하면서도 보통날처럼 천연스럽게 굴었다. 정애경이 아침을 치르고 오늘은 하루종일 음악소조와의 사업을 하겠다면서 합숙을 나설 때에는 롱까지 걸었다.

오전 한겻동안만, 오전 한겻동안만 제발 무사해다구!

송금주는 속으로 이렇게 빌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오전 10시부터는 장철갑이네 학급 롱구팀과 대항경기를 하게 된 시간이다. 그때까지는 한시간반이 남았다. 어떻게 하나 이 한시간만을 견지해야 심판도 설수 있고 경기 전과정에 대한 관찰도 할수 있다.

그는 허드레옷을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웃방에 올라가 베개를 베고 누웠다. 합숙을 나설 때까지 마음도 가라앉히고 몸에 무리가 가지않게 심장활동도 조절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눈부터 감아버리였다. 량손을 포개여 가슴에 얹고 두다리를 쭉 폈다.

그러자 일시에 피곤이 몰려들었다. 온몸이 노곤해지고 정신마저 흐리마리해졌다. 졸음이 서서히 밀려와 눈까풀에 무겁게 매달렸다. 가슴에 포개여얹었던 손이 풀리면서 두팔이 온돌바닥에 떨어졌다.

송금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한시간반동안이나 악몽에 시달리였다. 동창을 어루만지던 해살이 그의 얼굴에 실려와 얼마동안 이마와 볼을 쓰다듬다가 머리맡으로 자리를 옮기였다. 그는 10시가 다 돼서야 잠에서 깨여났다. 벽장속에 베개를 밀어놓고 황황히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김동주와 부딪쳤다. 그의 뒤에는 리기석과 고철룡이 서있었다.

《기다린지 오랜가요?》

송금주가 머리를 비다듬으며 물었다.

《우린 5분전부터 문을 두드렸습니다.》

김동주의 대답이였다.

《그런데 난 그런것도 모르고… 다들 모였나요?》

《네, 3학년 1반팀도 왔습니다.》

《늦어서 미안해요. 벌써 10분이 초과됐군요. 어서들 가자요.》

송금주는 세 제자를 앞세우고 공설운동장으로 향하였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가 어질어질했으나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묵묵히 걸음만 옮겨놓았다.

공설운동장에서는 두 팀의 선수들이 몸풀이훈련을 하고있었다. 송금주네 학급선수들이 학교체육부의 하늘색롱구선수복을 입었다면 3학년 1반팀 선수들은 학교배구부의 등색운동복을 입었다. 얼핏 보면 서로 다른 학교의 선수들이 대항경기를 하려고 이 운동장에 모여와 준비운동을 하는것 같기도 하였다. 롱구장 량옆에는 두 학급의 응원단이 진을 쳤다. 3학년 1반도, 2학년 1반도 재적인원이 몽땅 출석했다고 한다. 린접 학급 학생들의 얼굴도 드문드문 보인다. 하기는 이보다 더 가슴을 끓게하는 경기가 어디 있겠는가. 상급학년과 하급학년이 서로 맞붙어 승부를 겨룬 경기는 아마 유사이래 처음으로 되는 사변일것이다.

흥미있는것은 도전자가 상급학년 선수들이라는데 있다. 이것은 3학년 1반의 상급생들이 2학년 1반 하급생들의 롱구실력을 인정하고 그들을 교내의 유일무이한 적수로, 경쟁자로 보고있다는것을 의미한다.

운동장에서 축구훈련을 하던 고등광업기술학교 학생들도 롱구장에 쓸어와 응원단의 뒤에 어깨성을 쌓았다.

《상급학년과 하급학년의 경기래.》

《이런 경기는 난생 처음 보는구만.》

《2학년팀 감독은 장거리대포래.》

《장거리대포란건 무슨 소리야?》

《그전때 고급중학교 녀자롱구주장 있지 않아. 아, 목에 호각을 걸고 곤색운동복을 입은 저 선생 말이야.》

고등광업기술학교 학생들속에서 오가는 말이다.

《2학년팀 감독이 장거리대포라면 그 팀은 중장거리슛을 많이 하겠구만. 3학년팀이 만만치 않은 적수와 맞다들었는걸.》

축구공을 넣은 그물망태기를 어깨에 둘러멘 고등광업기술학교의 중앙공격수가 하는 말이다.

학생용걸상 5개가 한줄로 주런이 놓인 초대석에는 김영찬교무주임과 최일섭소년단지도원, 롱구소조지도교원 조정국, 3학년 1반 담임교원 김창렬이 앉아있다. 와야 할 사람은 다 왔다. 두 학급사이에 약속된 시합이 학교당조직과 소년단조직까지 관심하는 경기로 전환되였다.

《교무주임선생님,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롱구공을 들고 중앙선에 나선 송금주는 초대석쪽으로 돌아서서 김영찬에게 물었다.

《심판원의 결심대로 하시오.》

김영찬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보이였다. 량팀선수들이 송금주의 구령에 따라 초대석과 관람석을 향해 번갈아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박수소리가 일어났다. 경기시작을 앞두고 군중이 박수를 친 전례는 아마 한번도 없었을것이다. 모든 절차가 국제규정의 요구대로 진행되였을뿐아니라 어떤 측면에서는 그것을 초월하였다.

량팀주장들인 장철갑과 고철룡이 서로 등을 돌려대고 서서 돌가보를 한 다음 각각 공과 자리를 차지하였다. 송금주는 마주서서 도약을 하려고 몸을 잔뜩 도사리고있는 두 주장의 머리우에 공을 올리던지면서 경기시작을 알리는 호각을 길게 불었다.

첫공을 장철갑이 잡아 자기편 좌측공격수에게 넘기였다. 뽈은 몇초동안 3학년팀 선수들의 손에서 돌아갔다. 침착하고 째인 련락이나 속도는 좀 더디였다. 2학년팀은 구역방어대형을 짓고 상대팀이 륜밑으로 돌입하지 못하도록 대형을 부단히 변화시키면서 밀집방어와 대인방어를 자연스럽게 배합하였다. 장철갑을 축으로 하여 반원형으로 뽈을 돌리던 3학년팀이 마침내 륜밑돌입을 시도하였다. 5번의 돌입이 실패하자 7번이 연거퍼 몸빼기동작으로 2학년팀의 방어구역 종심깊이에로 들어왔다. 그것은 2학년팀의 밀도가 높은 방어구역에 빈 공간을 조성하여 단거리넣기를 하려는 시도였다. 마침내 그 빈 공간에서 공을 잡은 장철갑이 재빠른 조약으로 득점에 성공하였다.

송금주는 기록수역을 담당한 조정국에게 손가락 두개를 곧추 펴보이였다. 3학년생들이 차지한 응원석에서 박수소리가 일어났다. 환성은 없다. 선수들도 고자세이지만 응원자들도 점잖다.

뽈은 2학년선수들이 차지하였다. 리기석의 손에서 날아간 공이 중앙선에 있는 김동주의 손을 거쳐 상대편 방어구역 오른쪽구석으로 비호같이 육박해가는 강만호의 손으로 넘어갔다가 조수철의 손으로 넘어갔다. 조수철은 상대편 방어종심에서 우왕좌왕하는 선수를 기만동작으로 손쉽게 따돌리고 륜밑넣기로 2점을 벌었다. 2학년응원석에서는 《야!》 하는 환성이 터졌다.

기술도 어슷비슷하고 주력도 비등비등한 팀들의 시합, 경기는 첫시작부터 백열전이다. 문제는 전술에 달려있다. 상대편의 장점과 약점에 다같이 대처할수 있는 심도깊은 전법을 누가 더 능란하게 구사하는가하는데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3학년팀이 4점을 연거퍼 따서 점수가 6대 2로 되자 응원석에서는 이런 말들이 들려왔다.

《학년의 차이는 어쩔수 없구만.》

《아직은 속단할수 없어. 3학년팀이 개인기술에 바탕을 둔 경기를 한다면 2학년팀은 집단주의적방식에 기초한 속도경기를 하고있어. 개인기술 대 속도경기, 어느 팀이 승자가 되는가 하는건 두고봐야 해.》

《2학년팀이 아직은 힘을 조절하는것 같은감이 나.》

그들이 이런 말을 나누는 사이에 점수는 9 대 8로 껑충 뛰여올랐다.

2학년팀에서는 중장거리넣기의 명수인 강만호와 륜밑투사의 능수인 조수철이 각각 4점, 2점씩 벌었다. 결전장처럼 부글부글 끓는 경기장, 응원열기도 죽가마처럼 달아오른다. 점잔을 빼던 3학년생들이 《잘한다!》, 《슛!》, 《중거리!》하고 고함을 치면서 선수들을 고무해준다.

전반전 15분경에 이르러 두 팀의 경기점수는 18 대 18로 동점이 되였다. 2학년팀이 중장거리넣기를 련속 시도하자 3학년팀은 중앙선 대밑에까지 방어구역을 넓히면서 검질긴 대인방어를 하였다. 그에 대응하여 2학년팀 선수들은 다양한 위치교체와 차단의 방법으로 상대편 선수들을 따돌리면서 시종일관하게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그들은 어제 오후 송금주가 최종적으로 준 전술방안대로 경기를 잘 운영하였다.

-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속도경기를 할것.

- 모두가 방어하고 모두가 공격할것.

- 걸어다니지 말고 뛰여다닐것.

- 자기 팀의 방어구역에서 잡은 공은 1~2초내에 상대편 방어구역에 있는 자기편 선수에게 련락할것.

- 공을 땅바닥에 치지 말고 공중전을 할것.

- 넣기는 자신이 있을 때에만 할것.

- 슛을 할 때에는 가장 리상적인 위치를 차지할것.

- 반칙을 하지 말것.

선수들은 이 전술방안을 훌륭하게 구사하였다.

전반전 경기마감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울리기 바쁘게 선수들은 자기편 응원석으로 제가끔 몰려갔다. 오장수와 리길룡이 두 팀 선수들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한팀에 5병씩 사이다를 나누어주었다. 그것은 송금주가 전혀 예견하지도 않았던 학생들스스로의 자발적인 소행이였다. 아이들이 다 자랐구나 하고 그는 속으로 감심하였다.

2학년팀의 주장인 고철룡이 송금주앞으로 뛰여왔다.

《선생님, 후반전을 시작하기 전에 하실 말씀이 없습니까?》

송금주는 웃으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특별히 할말은 없어요. 다시한번 강조하고싶은건… 경기속도를 더 높일것, 반칙을 하지 말것, 덤비지 말것, 마지막순간까지 경기도덕을 잘 지킬것…》

《알았습니다.》

고철룡은 인사를 하고나서 동무들한테로 뛰여갔다. 이번에는 상대편 주장 장철갑이 송금주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저 철룡이네가 참 좋은 애들입니다.》

사이다를 준데 대한 인사일것이다. 송금주는 목에 건 호각끈을 잡아 빙글빙글 돌리면서 그에게 물었다.

《어때요 , 2학년 팀이?…》

《간단치 않습니다. 강적입니다.》

《내가 혹시 편심을 선건 없나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팀을 봐준것 같습니다.》

《그럼 됐어요. 후반전엔 정신을 바싹 차리고 뛰여야지 참패할수 있어요.》

《두고봅시다.》

장철갑은 벌써 웃으면서 동료들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부터 3학년선수들은 머리를 맞대고 전술토론에 들어갔다. 전반전 나머지시간에 한점을 앞섰지만 자만할 근거가 조금도 없다는 판단을 내린게 분명하였다. 선수들의 심리란 점수가 앞설 때일수록 긴장도가 더 높아지는 법이다.

후반전을 시작할 때에는 관중의 수효가 두곱이상으로 불어났다.

송금주가 강조한대로 2학년팀은 첫시작부터 경기속도를 부쩍 높이였다. 그들이 잡은 공은 땅바닥에 떨어질 사이도 없이 공중으로 획획 날아다니다가 륜속에 미끄러져들어가군 하였다. 22 대 24, 26 대 30, 30대 32로 앞서가던 2학년팀이 던져넣기실수를 세번하는 사이에 3학년팀은 륜밑넣기로 실점을 회복하여 경기성적을 36 대 36으로 만들었다. 후반전경기 14분을 경과한 때였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송금주의 신상에서는 어지럼증이 다시 발작하였다. 눈앞에서 새노란 벌레들이 규칙적인 무늬를 그리며 맹렬하게 날아다니고 잉- 하는 소리가 청각을 마비시키였다. 그는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후반전 마감시간까지 3분이 남아있었다.

3분만 견지하자, 3분만…

2학년팀이 세꼴을 연거퍼 넣는 모습이 꿈속에서처럼 바라보이였다.

송금주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그럴테지. 그러나 그 미소는 옷음으로 되지 못하고 몹시 못마땅해하는것 같은 찌프린 표정으로 변하였다.

갑자기 속이 메슥메슥해지면서 하늘땅이 빙그르 돌아갔다. 수백명 관중의 얼굴이 그의 눈앞에서 하나로 녹아붙었다.

40 대 36!

잘해, 승리는 확정적이야. 어쩐지 눈물이 나누나.

송금주는 다시한번 시계를 내려다보며 자신에게 부르짖었다. 10초만 참자! 아니, 5초만! 호각을 입에 가져다대고 길게 불었다. 그다음, 그다음… 그는 호각을 입에 문채 서서히 땅바닥에 쓰러졌다. 선수들이 악-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그를 품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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