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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9 회

밝은 미래

김 철

4

며칠이 지나갔다.

교원들과 학생들, 학부형들까지 모두 떨쳐나 밤낮을 이어 전투를 벌린 결과 학교에 쌓인 감탕을 기본적으로 쳐내고 천막교실은 어설핀 교사안으로 옮겨지게 되였다.

그리고 읍지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어 학생들에게 적으나마 학습장과 원주필이 차례지게 되였다.

순옥은 바빴다. 오전에는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군병원에 입원한 선희를 찾아가 이동수업을 해야 했다.

선희로 말하면 큰물때 집창문을 깨고 날아든 돌에 맞아 허리를 상했는데 그래도 의사들의 정성에 의해 이제는 그가 문전출입을 하게 된것이 무엇보다 순옥을 기쁘게 했다.

순옥은 읍으로 뻗은 소로길에 나섰다.

《선생님.》

길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곳에서 기다리던 금성이였다.

《무슨 일이예요?》

《선생님, 저…》

금성은 주밋거렸다. 순옥이 재촉해서야 입을 열었다.

《선희에게 주려고 우리 동무들이 학용품을 좀 모았습니다. 이건 제가 학습장 두페지 썼던것인데 일없겠는지… 그리고 이건 봄이랑 다른 동무들이…》

금성이 내미는 네권의 학습장과 다섯자루의 원주필들을 보며 순옥은 가슴이 짜릿했다.

《금성이랑 학습장이 모자라겠는데…》

《우린 일없습니다. 그저께 병원에 면회가니 선흰 남은 책이 없어 다쓴 책에 덧글을 쓰고있었습니다. 그래서…》

《금성아!》

순옥은 금성을 품에 안았다. 한갈기의 파도가 처절썩 가슴속에 감겨드는듯 했다.

《학급동무들의 그 맘을 내 꼭 선희에게 전할게요.》

금성과 헤여진 순옥은 걸음을 다그쳤다.

그가 병원정문에 이르니 두손을 허리부위에 대고있는 선희가 기다리는중이였다.

《선희, 날씨가 찬데 왜 나왔니?》

《선생님이 이 시간에 올것 같아서…》

《그래, 어서 들어가자.》

순옥은 선희의 오른팔을 부축하고 호실에 들어갔다.

그가 학급동무들이 보낸 학용품을 전하자 선희는 좋아 어쩔바를 몰라했다.

순옥은 학습장을 가슴에 안은 선희가 불편없이 두터운 이불에 기대도록 도와준 다음 침대머리맡에 앉아 한참이나 오늘 배운 수학이며 국어 등 수업내용을 알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선희학생, 오늘 배운 수업내용이 다 리해되나요?》

《예.》

《정말? 모를게 있으면 다시 물어봐요.》

순옥은 선희의 그늘진 얼굴을 가려보며 되물었다.

《선희, 왜? 무슨 일이 있었니?》

《아닙니다. 저 하나가 뭐라고 선생님이 매일같이 이렇게… 선생님, 이젠 오지 마십시오.》

순옥은 선희의 손을 주물러주며 흔연한 어조로 일렀다.

《다신 그런 소리말아. 그럼 선생님 성내. 선희, 빨리 병도 고치고 공부를 더 잘해서 경애하는 원수님 지어주시는 멋쟁이 새 학교에서 동무들과 같이 공부해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순옥이 문가에 나갔을 때 따라나선 선희는 말끝을 흐리마리했다.

《헌데 금성동무랑 학습장을 내게 주었으면…》

순옥은 신발끝으로 바닥을 부비며 서있는 선희의 잔등을 살뜰히 다독여주었다.

《선희학생, 그런 걱정말고 치료 잘 받아요. 래일 또 올게.》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추운데 어서 호실에 들어가. 어서.》

환자복을 입은 선희의 바래움을 받으며 순옥은 입원병동의 계단을 내려갔다. 다른 아이들과 꼭같이 수업을 받고 학습진도를 어김없이 맞춰가는 선희의 동실한 얼굴을 기쁘게 그려보는 그의 가슴은 교육자의 보람과 영예로 가슴뿌듯했다.

순옥이 병원정문을 나서는데 《선생님.》하는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선희의 담당간호원이 막 달려오는것이였다.

간호원은 가쁜 숨을 톺으며 《이거 학습장 선희가…》하고 쑥 내밑었다.

《아니? 이건 방금 선희에게 주고 온것인데?》

《선생님이 간 다음에 창가에 서있던 선희가 저에게 부탁했답니다.

그가 하는 말이 선생님과 동무들의 성의는 고맙지만 이 어려운 때 다른 동무들도 학습장이 모자랄것이라고 걱정하며 도로 보내더군요.》

《…》

학용품이 들어있는 꾸레미를 받아쥔 순옥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제자의 기특한 마음이 도리여 스승의 마음을 아프게 한것이 아닌가.

자박자박… 되돌아가는 간호원의 걸음소리…

순옥은 《간호원동무.》하고 급히 불러세웠다.

《수고스러운대로 선희에게 다시 전해주세요. 꼭!》

순옥은 종종걸음을 치며 병원정문을 나섰다. 읍거리를 걸어 강선구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모래주머니를 찬듯 무거웠다.

우리가 수업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부족한것은 얼마나 많은것인가?

그중에서도 제일가는 애로는 다름아닌 아이들의 학용품인것이다.

다람쥐 볼가심정도인 학용품을 놓고도 먼저 동무를 생각하고 서로 도와주려는 학생들의 갸륵한 마음을 대할 때면 재난속에서 조숙한 그들이 대견하고 그러면서도 안타까움에 가슴이 쓰리는 순옥이다.

그는 후 한숨을 내쉬고는 언뜻 고개를 쳐들었다.

따사로운 해빛이 비쳐와 눈이 부셨다.

철썩철썩- 얼음물같이 찬 성천수를 건너온 순옥이 걷어올렸던 바지가랭이를 내리는데 《여보, 마침이군. 빨리 가기요, 빨리!》하는 철진의 다급한 소리가 귀전에 날아왔다.

《여보…》

그가 정신차릴새도 없이 철진이 한손을 잡아끌었다.

《학교로 가기요. 이러다 우리가 망꼬리로 가게 되겠소.》

《대체 무슨 일이예요?》

《아마 좋은 일이 생긴것 같애.》

그들부부가 숨이 턱에 닿아 운동장에 당도하니 이미 사람바다를 이루었다.

《여보, 저앞에 금성이랑 보이누만. 어서 학생들에게 가보오.》

《예.》

순옥은 아이들이 렬을 지은 앞자리에 나갔다. 자기 위치를 찾은 그는 창남을 비롯한 일군들이 주런이 서있는 곳을 바라봤다.

《봄이야, 저 지함들엔 뭐가 있을가?》

《글쎄.》

등뒤에서 도간도간 들려오는 아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순옥의 시선도 무드기 쌓인 갖가지 지함들에 가닿았다.

이때 마이크앞에 나선 도당일군이 좌중을 둘러보며 발언하였다.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께서 간곡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민들레학습장이랑 학용품을 꼭 전하도록 하라고, 어린이봄가을내의와 아동신발도 포근하고 멋있는걸로 반드시 현지에 가닿아야 한다고 하시며 이것은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당부라고 뜨겁게 말씀하셨습니다.》

솨솨-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크나큰 감격의 물결이 파도쳤다.

《만세!》

아이들도, 교원들도, 학부형모두가 두손을 높이 쳐들고 발을 구르며 목청껏 불렀다.

묻건대 력사의 어느 갈피에 아이들의 글소리, 웃음소리를 위한 이렇듯 고결하고 위대한 당부를 남기신 열의 인간, 인민의 어버이가 어디에 있었던가.

순옥은 무아경에 잠겨들었다.

렬차에 싣고 천리길을 달려온 그 지함들에는 바로 교과서와 민들레학습장을 비롯한 학용품들, 각종 교구비품들이 그득히 들어있는것이 아닌가.

또 한켠에는 새 교탁이며 칠판, 콤퓨터, 책상과 걸상들이 아름차게 쌓여있다. 순옥의 눈가에는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재난을 겪은 다음부터 아픈 마음을 묵새기며 학생들앞에서는 절대로 눈물을 흘리지 말자고 강한 맘을 도슬렀던 그였건만 사랑의 바다에 안긴 이 시각에는 행복의 눈물을 걷잡을수 없다.

그는 젖은 눈길로 눈물폭포를 이룬 운동장을 둘러보았다.

얼마전까지 짝짝이신발을 신고 수업에 나왔던 금성이가 멋있는 신발을 새로 신고 어린 마음에도 감동을 금할수 없어 울먹이고 교과서와 민들레학습장들을 손과 손에 잡고 좋아라 나풀나풀 춤을 추는 학생들이며 쏟아지는 눈물을 닦을념을 못하고 격정에 겨워하는 학부형들…

옆에 서있는 정철이 하는 말이 순옥의 귀전을 쳤다.

《큰물이 났을 땐 너무 아뜩하여 속상한 걱정을 하던 우리가 아니였소. 헌데 이젠 되려 이 많은것을 보관할 걱정을 하게 됐구만.》

《정말 그래요.》

순옥은 머리를 끄덕이였다.

불현듯 그의 뇌리에는 선희의 근심어린 얼굴이 우렷이 떠올랐다.

동무들이 보내준 학습장을 도로 주려고 했던 선희, 그가 곁에 있다면 이야기해주고싶었다.

선희학생, 더는 근심을 말아요.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께서 학용품을 한가득 보내주셨다!

기다리거라! 이 선생님이 사랑의 민들레학습장들을 안고 한시바삐 너에게 가련다!…

밤, 그밤에는 온 무산땅이 쉬이 잠들지 못했다.


×


덜커덩, 덜커덩-

청진청년역을 떠나 송도원으로 달리는 직통렬차에 몸을 실은 순옥은 가락맞게 울리는 차륜소리를 들으며 밖을 내다보았다.

차창으로 흘러가는 농장벌이며 산야는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감회가 새로왔다. 어느새 가을이다. 뜻밖에 휩쓸었던 큰물에 의해 집과 학교에 감탕산이 쌓이고 그 슬픔을 딛고 일어서 야전수업을 하던 때가 불과 두달전의 일이건만 이제는 학급학생들과 함께 야영행렬차를 타고 행복의 별천지로 가고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쩌릿함을 금할수 없는것이다.

모진 아픔의 극단에서 벅찬 환희의 극단에로 옮겨진 나의 인생길이여!

순옥은 가방에서 큼직한 사진첩을 꺼내들었다.

아직은 한장의 사진도 없이 비여있는 이 사진첩은 바로 야영행렬차를 타고 청진을 떠날 때 역구내에 나왔던 창남교장이 넘겨준것이였다.

그때 사진첩을 주면서 창남은 절절히 말했었지.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복받은 세대요. 가장 어려운 곳에서 큰 행복을 받게 된 행복동이들, 이제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에 가면 우리 아이들의 행복상을 맘껏 사진기렌즈에 담아서 차곡차곡 이 사진첩들에 끼여넣도록 하오. 우리 아이들의 근심없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게 하여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보신다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나 말이요.》

사진첩을 어루쓸며 가슴뭉클해진 순옥의 뇌리에는 큰물이 지나간 뒤 천막에서 읊었던 시구절들이 다시금 되새겨졌다.

포화속의 상학종소리를 노래한 그 시가 결코 력사의 흔적이 아니라 오늘의 눈부신 현실로 자랑차게 이어지고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우리의 아버지 김정은원수님 계시여 이 땅우에는 사랑의 종소리가 영원히 울려퍼지고 그 종소리가 있기에 내 조국의 미래는 해님처럼 밝고 밝은것이 아니랴.

밝은 미래! 이는 위대한 김정은시대의 힘있고 아름다운 상징어이다!

순옥은 머리칼을 귀등으로 살풋이 넘기며 큰숨을 들이그었다. 한결 마음이 커지고 생의 약동과 활력이 한껏 넘쳐남을 뿌듯이 느끼였다.

순옥은 격앙된 심정을 안고 조용히 입속으로 시를 읊어보았다.


오오, 울려가라

포화속의 상학종소리여!

백전백승하는 조선의 노래여!

백악관의 썩은 기둥뿌리 뒤흔들며

종소리 우뢰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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