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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 회

리 국 철

5


한달이 지나서였다.

어뜩새벽에 정복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을 나섰다.

군인들이 작업을 끝내고 잠간 눈을 붙인 이 시간에 거의 완공단계에 이른 살림집들을 한번 품놓고 돌아보고싶은 욕망이 새록새록 갈마들었던것이다. 군인들이 일할 때에는 감히 집구조를 눈여겨볼 엄두도 못내던 정복이였다.

렬맞춰 일매지게 일떠선 아빠트들에 다달은 정복은 군복을 빨아주는 군인들이 일하는 아빠트에 올라 어느 한 집문을 조심히 열었다.

전실에 아직 모래무지가 모가 나게 쌓여있는것을 보면서도 꼭 사람이 살고있는 살림집에 들어서는 심정이여서 정복은 저도 모르게 신발을 벗어놓고 발을 내짚었다.

그리고는 널직널직한 부엌과 세면장을 돌아보며 그냥 감탄을 했다.

이게 어디 집인가. 궁궐이지… 이런 집에서 내가 살게 되다니… 나한테 이런 집이 차례진단 말인가. 세상에… 사실이라 믿기엔 도무지 현실같지 않고 꿈이라고 하기엔 눈앞의 모든것이 너무도 또렷하고 황홀했다. 눈귀로 자꾸 뜨거운것이 흘러내렸다.

방문을 조심히 열던 정복은 굳어졌다. 웬 군인이 낮은 발판에 올라 벽체미장을 하고있다. 일에 방해가 될세라 가만히 문을 닫으려다가 제눈을 의심하며 다시 문을 열어제꼈다. 한참 미장을 해대던 군인이 팔소매로 눈을 뻑 닦는다. 환한 전등빛에 군인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인춤 가려본 정복은 근심을 밟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분명 울고있었다.

정복이 기워준 군복을 받아쥐고 눈물이 그렁해있던 그 한줄배기 군인이였다. 근심을 담고 물었다.

《임자 왜 혼자 일을 하나? 헌데 어디 아픈게 아닌가? 어째 그러나?》

그제야 방안에 들어선 정복을 알아본 군인은 발판에서 내려서며 웃음을 담았다.

《어머니가 어떻게 이 새벽에 오셨나요?》

《오. 그저 좀… 헌데 왜 무슨 일인가? 응?》

군인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 벽면을 바라보았다.

《속이 타서 그럽니다. 어머니, 난 왜 이렇게 미립이 빨리 트지 못할가요. 오늘 이 벽체미장을 내가 맡아했는데 글쎄 자대로 대보니 편차가 생긴게 아니예요. 그래 이렇게 퇴치하느라 하는데 아직두… 이거야 어디…》

정복은 제사 자대를 찾아쥐고 벽체로 다가섰다. 군인들의 일하는 모습을 이제는 퍼그나 눈에 익혀두어 그들이 미장을 끝내고 하는 검사도 제법 할줄 알게 된 그였다.

군인들이 하는대로 벽체에 자대를 갖다대고 한쪽에서 전지불을 켜보았다. 자대그림자가 생긴 다른쪽에 알릴락말락 가느다란 빛이 새나 온다.

《원, 요런거야 일없지 않으리. 이만한 미장이면 고급기능공솜씨지… 요까짓거때문에 눈물 다 흘리구… 인민군대두 우나?》

손을 툭툭 털며 웃는 정복을 바라보며 군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예요, 어머니. 이 집이 어떤 집이예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추위가 닥쳐오기 전에 한지에 나앉은 사람들이 입사하기를 손꼽아 기다리시는 집이란 말입니다.》

군인은 다시 미장칼을 잡아들었다.

《어머니, 이제 이 벽면에 이 집 주인들이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모시게 될수도 있지 않겠나요. 또 이 집 부모들의 아들이 군대에 나가있다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찍은 기념사진도 모실수 있구요. 그런데 난… 아직두…》

떨리는 군인의 그 목소리에 정복은 속이 찌르르해나 말을 못했다. 그래서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다시 재작업을 한단 말이지.…

정복은 슴배여나오는 뜨거운것을 닦을념도 않고 서둘러 삽을 찾아들었다. 만류하는 군인을 비켜세우며 혼합물을 퍼담아 그의 미장판에 털썩 올려놓아주었다.

어지간히 시간이 흘렀다.

별안간 군인이 벽체에서 물러나며 소리를 질러댔다.

《만세!》

자대를 쥔 손과 전지를 든 손을 휘저어댄다. 그의 눈가에는 또 눈물이 어릉거린다.

정복은 코등이 시큰해났다.

《어머니, 끝내 난 해냈어요. 불빛이 새지 않아요. 내가 벽체를 완성했단 말이예요. 하하, 어머니!》

기상나팔소리가 짜랑 울리였다.

《이크, 벌써 시간이… 어머니, 난 가겠어요. 일과에 참가해야 합니다.》

군인은 번개같이 날랜 동작으로 작업공구들을 모아쥐더니 달려나갔다.

아들의 모습처럼 안겨들었다.

무산에 온 모든 군인들이 다 아들들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두달, 두달만에 무산읍에 아름다운 새 동네가 솟아났다. 옛말에서나 듣던 희한한 현실이 펼쳐졌다. 한날한시에 물에 모든것을 잃고 한지에 나앉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다시 태여나 꿈같은 행운을 지녔다.

정복에게도 집이 배정되였다. 가장집물은 둘째치고라도 숟가락, 저가락뿐만아니라 성냥곽까지 부뚜막에 놓여있는 그런 새 집이였다.

그 방에서 정복은 남편을 찾으며 울었다.

여보, 보세요? 이게 우리 집이예요. 우리 집!

이 집과 함께 정복은 자신도 다시 태여난 심정이였다.

대원수님들의 초상화를 우러르며 정복은 조용히 남편과 말을 했다.

《여보, 남철이 아버지, 전 우리 집이 왜 귀중한지 지금에야 똑똑히 안것 같애요.

제손으로 꾸리고 갖추어놓은 가장집물이 귀해서 집이 귀중한것이 아니였어요. 혈육이 모여사는 보금자리여서 집이 귀중한것도 아니였구요. 우리 집은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정히 모신 집이예요. 우리 집만이 아닌 이 땅의 모든 집들에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정히 모셨어요. 그래서 집이 귀중한거예요. 귀중한 집…》

군인들이 떠나간다는 소리는 온 무산읍을 들끓게 했다.

고생고생 다하며 산을 넘고 길을 닦아열며 찾아왔던 그 군인들이 떠나간다.

올 때는 우리 그저 맞았지만 떠날 때야 왜 그냥 보내겠는가.

성의와 지성이 쌓여졌다. 물과 공기만 마신다는 군인들이라 해도 도중식사야 못 받겠는가 하는것이 모두의 가슴에 고패치는 생각이였다.

하여 무산역전에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은 자기들의 성의가 깃든 식사꾸레미를 군인들에게 들려주느라 얼굴이 달아가지고 돌아갔다.

막는 손, 내미는 손, 쉼없이 오고가는 식사꾸레미… 사람들은 렬차까지 막아나섰다. 도중식사를 받기 전에는 렬차가 못 떠난단다.

끝내 군부대 부대장이 명령을 했다.

인민들의 도중식사를 받을것!

와- 함성이 터졌다.

《어머니!》

정복은 그 소란스러움속에서도 유별나게 귀청을 자극하는 웨침을 너무도 똑똑히 가려들었다. 아니, 심장으로 들은 소리였다.

아들이였다! 분명 아들이였다. 이게 누구냐, 하늘에서 내려왔나, 땅에서 솟았나.

늘씬한 키, 다부진 몸, 너부죽한 얼굴… 신통히도 남편을 빼물은 아들이다.

《남, 남철아!》

어푸라질듯 달려나가 와락 아들을 그러안았다.

좔좔 쏟아지는 눈물을 닦을념도 않고 그저 아들의 잔등만 손이 닳도록 어루쓸었다.

떠들어대던 주위의 군인들이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가 감탄을 하며 제일처럼 기뻐들 한다.

모두가 눈들만 슴벅이는데 누군가가 먼저 소리쳤다.

《거 아주머닌 아들이 지어놓은 집을 받은셈이우다. 하하.》

《인민반장내외두 이번에 군대나가있는 딸을 만났대요.》

사람들이 목메여 한마디씩들 하는 소리였다.

《물에 웃음을 잃어버린 어린 자식들은 바다로 불러 밝은 웃음을 되찾게 해주시구, 가산을 잃은 부모들에겐 군대나간 이런 씩씩한 자식들을 보내주시여 비였던 마음을 힘으로 꽉 채워주시구… 세상에 이리도 다심하시구 인정깊으신분이 어디 또 있겠소!》

동사무장아바이의 눈물에 젖은 목소리였다.

아들은 활짝 웃고있었다!

그 얼굴이 남편의 얼굴로 바뀌여졌다.

《어머니, 아버진요?》

흠칫했다.

아픔을 몰아오는 물음, 찌르르 가슴에서 일어나는 전류…

《오, 지금… 공장에 있다. 낮교대니까. 나와 교대를 하지.》

너무도 스스럼없이 튀여나가는 이 말에 정복은 놀랐다.

마음속에서 동요가 일었으나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돼, 제발… 안돼… 아직은… 언제한번 남편이 잘못되였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지 않아?

남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정복은 서둘러 말머리를 돌렸다.

《원, 자식두… 고향에 와있으면서두 에미랑 어떻게 됐는지 찾아볼 생각을 안한단 말이냐.》

《어머니, 리해해주세요. 사실 무산에 도착해서 인차 지휘관동지들과 중대동무들이 떠미는통에 집에 갔댔습니다. 헌데 집은 없고 감탕만… 그때 얼마나 억이 막히고 가슴이 아파나던지… 마침 할아버지 한분을 만났는데 다들 무사할거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 할아버지가 둔덕에 주런이 솟아난 천막들로 이끄는걸 굳이 사양하고 돌아섰습니다.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은 다음에야 뭣때문에 시간을 지체한단 말입니까. 온 무산땅이 전쟁을 하고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80리길을 되돌아 부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정복은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하다, 암 그래야지.》

《어머니곁에 있으면서도 새 집에 입사한 아버지, 어머니를 찾아뵙지 않은 이 아들을 용서해요.》

정복은 눈을 슴벅거렸다.

《무슨 소릴 하니? 이렇게 만났는데… 그리구 난 여기서 숱한 아들을 만났다. 그 아들들이 새집들이때 다 왔댔다.》

《저도 여기서 많은 어머니, 할머니들과 상봉을 했어요. 글쎄 한 할머닌 제가 도착한 첫날에 저를 자기 친손자로 잘못 보고 달려오지 않겠어요. 가산을 다 잃고 집을 잃은 할머니가 아마 제일 생각나는것이 손자생각이였겠지요. 〈영성아!〉 하며 덥석 그러안는데 처음엔 뻥했어요. 그러다가 왜 그렇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지 그래 무작정 할머니! 하고 웨치며… 할머니품에… 그 광경에 중대장동지랑 분대장동지랑 모두 울었구요. 이번에 난 알았어요. 내 어머니, 내 할머니가 따로 없는 이 땅이란걸… 그래서 할머니네 새집들이에 갔댔습니다.

내가 이렇게 떠난다는걸 알면 할머니가 여기로 막 달려올것 같아 부대에 가서 편지를 하려고 해요.》

《그래, 그래… 할머니이름이 뭐냐? 할머니집에 찾아가게…》

어느덧 상봉의 순간이 잠간새 지나고 헤여져야 하는 발차신호가 울릴 때 정복은 덤벼쳤다.

《내 꾸레미가 어디 갔니?》

떠나보내는 아들에게는 뭐든 들려보내고싶어하는것이 어머니의 본능이다. 허나 지성이 담긴 정복의 식사꾸레미는 이미 다른 군인손에 들려준 상태이다.

아들은 웃으며 자기가 받은 꾸레미를 내보였다.

승강대에 오르며 남철은 정색하여 말을 했다.

《어머니, 이 아들은 고향 무산에 크나큰 우리 집을 지어놓고 떠납니다.》

정복은 코등이 시큰하여 눈을 슴벅이며 말은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렬차가 서서히 움직였다.

남철이네 군관들과 병사들이 모두가 정복에게 경례를 했다.

점점 렬차가 멀어질 때 아들 남철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어머니, 안녕히 계십시오. 우리 원수님만 믿고 사십시오.》

오냐, 알겠다. 잘 가거라 내 아들아!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정복은 오래도록 손을 흔들었다.

렬차에 손을 흔들던 사람들은 갑자기 한쪽에서 와짝 떠드는 소리에 고개들을 돌렸다.

렬차가 섰던 반대켠의 광경에 모두 억이 막혀 굳어지고들 말았다.

정복도 숨을 헐떡이며 서있다가 철길을 급히 건너갔다.

거기엔, 그곳엔… 군인들이 인사를 하며 정히 받아안았던 그 도중식사꾸레미들이 모두 땅에 놓여있었다. 하얀 종이를 깔고놓은 밥곽도 있고 비닐을 깔고놓은 꾸레미도 있다. 정복이 어린 전사에게 쥐여주었던 그 꾸레미도 그대로 있었다.

누군가 목갈린 소리로 욕을 해댔다.

《아들들이라면서 통 부모들 말은 안 듣누만. 세상에 이런 자식두 있소?》

세상에 이런 군대가 있는가! 인민을 지켜 죽음도 맞받아나가면서도 그 인민의 고마움의 인사는 단 한번도 받지 않는 군인들… 그가 다 하지 못한 이 말을 사람들은 목메여 생각하고있었다.

《나》 라는 말을 모르는 곳, 《우리》 라는 말뜻이 너무도 사무치게 슴배인 이 땅… 그 땅에 솟아있는 귀중한 집들…

정복은 평양하늘을 우러르며 깊이 머리숙여 인사를 했다.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 정말 고맙습니다. 하늘땅 끝까지 경애하는 원수님만을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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