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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 회


제 4 장

4

한시간이면 끝나리라고 예견했던 그날의 교원총회가 두시간이상이나 걸리게 된것은 리장준교장이 결속을 하려고 서두르는 순간에 리신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송금주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데 있었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토론에 참가할 때마다 늘 하는 습관대로 머리카락이 한오리도 흐트러지지 않은 머리를 왼손으로 위품있게 쓰다듬으며 양복저고리의 두번째 단추와 세번째 단추사이에 바른손을 밀어넣었다.

《시간이 퍼그나 흘렀지만 제가 좀 한마디 하겠습니다.》

그는 《에헴.》하고 사람들을 초조하고 불안하게 하는 잔기침을 몇번 하고나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저는 신임교원들의 책임성과 관련한 문제를 가지고 토론에 참가하려고 합니다. 지난해와 올해에 우리 학교에는 9명의 신임교원들이 배치되여왔습니다. 젊고 학력있는 새 세대의 교원들이 년로한 교원들과 가정에 파묻힌 녀성교원들을 대신하여 교단을 차지하는것은 교육의 장래를 위해서도 환영할만 한 일이라고 봅니다. 물론 대다수의 신임교원들은 높은 책임성과 깨끗한 량심을 가지고 일을 잘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신임교원들은 어떤가? 일을 쓰게 하지 못하고있습니다. 나는 오늘밤 여기서 송금주선생과 조보배선생, 리학철선생이 맡고있는 학급들의 실태를 언급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이 학급들은 하나같이 수업규률이 문란하고 학과성적이 저조하며 위생문화상태가 불결합니다.》

교원들속에서 가벼운 술렁거림이 일어났다. 교장이 총회를 결속하려고 할 때 중뿔나게 일어나 모임시간을 연장시키게 한 리신태를 두고 속으로 짜증을 내던 교원들도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진지하고 심각한 태도로 그의 발언을 경청하였다. 리신태는 다른 사람들이 하치 않게 보는 사실도 향수를 치고 분칠을 하여 굉장히 의의있는 사변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란한 언변이 있었다.

송금주는 리신태가 언권을 요청하고 자기를 비판하는데 대해 별로 놀랍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응당 와야 할것이 왔다고 생각하였으며 오늘총회에서 만일 그가 토론에 참가하여 자기를 공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될것이라는 생각까지 하였다. 예감은 어김없이 맞아떨어졌다.

흥분하지도 분노하지도 말며 격해지지도 말자. 그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들어보자. 리신태라는 거울에 비쳐진 내 몰골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송금주는 이런 상념에 잠겨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심상하고 태연한 얼굴로 리신태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이 학급들에 들어가면 정숙이 보장되는 때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수업에 정력을 집중하기가 곤난합니다. 사방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고 장난에 정신을 파는 모습이 보입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전 새 학년도에 들어와 벌써 수업중에 교편대를 두대나 부러뜨렸습니다. 학생들이 떠들어댄다고 교탁에 대고 마구 두드려대니 결과야 뻔하지 않습니까. 교편대를 휘두르지 않고서는 수업을 할수 없는것이 이 학급들의 형편입니다. 이런 실정에서는 학과성적을 도저히 높일수가 없습니다. 저는 송금주, 조보배, 리학철선생들이 정애경선생의 경험을 허심하게 배우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날한시에 배치된 같은 신임교원이지만 정애경선생은 학급관리를 잘하고있습니다.

이 학급에 들어가면 교편대로 교탁을 두드리지 않아도 됩니다. 스케트를 타고 얼음판을 지치는 기분으로 수업을 하게 됩니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이런 리상적인 학급을 정애경선생이 만들어냈습니다. 이 학급이 총점 1위의 학급으로 모든 교직원, 학생들의 사랑을 받는것은 너무도 응당한 일입니다.》

리신태는 잠시 말을 끊고 경건한 표정으로 한자리 건너에 앉아있는 정애경을 돌아다보았다. 그는 마치 자기의 그 철학적사색이 넘치는 시선으로 정애경의 몸에 금도금을 하고 꽃보라도 뿌려주는상싶었다. 그래, 정애경이 학급관리를 맵시있고 여무지게 하는건 사실이지. 리신태선생이 정애경을 내세워주는건 정말 고마운 일이야. 리신태선생의 토론에는 거짓이 없고 과장도 없고 허풍도 없다. 모든게 사실 그대로야. 그런데 왜 나는 저 선생의 말을 긍정하면서도 그것을 마음편하게 받아들일수 없을가. 다른 선생들이 무슨 조언을 주면 아무런 부대조건도 없이 성근하게 받아들이는데 신태선생이 한마디만 하면 반발부터 생기니 이거야말로 속상한 일이 아닌가.

송금주는 이마에 와닿는 수십쌍의 눈길들을 느끼며 얼결에 머리를 쳐들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때에야 그는 모두가 리신태의 집중포화 대상으로 된 자기의 반응을 유심히 지켜보고있다는것을 감촉했다. 어떤 교원들은 로골적으로, 어떤 교원들은 능청스럽게 또 어떤 교원들은 은밀하게 바라보고있었다. 같은또래의 신임교원들중에서 정애경은 추어올리고 그 단짝인 송금주는 깎아내리였으니 그 반응이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어지간한 처녀들 같으면 리신태의 비판에 반감을 가지든가 정애경에 대해서도 시샘을 느끼련만 송금주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런 정도의 자극에 풀떡거릴 송금주가 아니였다. 그는 머리를 뻣뻣이 쳐들고 교원들이 어떤 눈치로 자기를 바라보는가를 하나하나 침착하게 가늠해보았다. 대부분의 교원들은 그 시선들에 동정과 련민을 담고있었다. 두세명의 교원들만이 호기심을 가지고 그를 주시할뿐이였다.

《그러면 어째서 이 학급 학생들의 규률상태, 도덕상태가 이런 란장판이 되였겠습니까?》

리신태의 토론은 계속되였다. 송금주는 이 대목에서 귀를 바싹 도사리였다. 그가 그 원인을 교육학적으로 어떻게 보는지 그게 궁금해서였다.

《그것은 이 교원들이 학생관리를 실속있게 하지 않고 사업에서 중심을 놓치고있는데 있습니다. 학교사업의 중심이 교수교양이라는것은 다 알고있는 사실이니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실태는 어떤가. 중심을 놓치고 왕청같은 일에 정력을 랑비하고있단 말입니다. 송금주선생의 실례를 들어봅시다.》

만장의 시선이 또다시 송금주에게로 날아왔다. 송금주의 배심과 의지력을 떠보기라도 하는듯 한 눈길들이였다. 송금주는 그 많은 시선들을 한몸에 고스란히 받으면서도 주접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뻐젓이 고개를 쳐들고 자기에게 직격탄을 날려보내는 포문에 몸을 내대는 자세로 리신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물론 나도 이 선생의 열정과 진취성에 대해서는 한두번만 탄복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열정과 진취성이 방향각을 잘못 잡고있다는것입니다. 송금주선생이 부임후 첫 사업으로 전개한게 무엇이였습니까. 력사에 없는 갱견학이였습니다. 어째서 개학을 하루 앞둔 학생들이 학업과는 인연이 없는 갱견학부터 해야 합니까. 우리 마을 도서실문제도 그렇습니다. 이런 도서실이 왜 필요한지 저는 아직도 리해할수 없습니다. 중요한것은 이 도서실을 짓는 기간에 숱한 교원, 학생들이 공사를 돕다나니 교수교양과 학습에 적지 않은 지장을 받았다는겁니다. 공명심이란 이래서 나쁘다는겁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송금주선생의 행위에 공명주의자라는 딱지를 서슴없이 붙입니다. 본인이 리해하건 못하건 그에 대한 저의 관점은 확고합니다. 저는 이 세 선생이 한분기내에 학급을 개조하지 못하면 담임교원자격을 박탈하자는것을 제기합니다.》

리신태는 자리에 앉자마자 손수건으로 땀을 씻었다. 그가 말하고저 했던 문제의 핵은 바로 담임교원자격박탈이라는 그 어마어마한 의미에 있었다. 모든 교원들이 그의 제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하지만 송금주만은 그 가혹한 착상에도 불구하고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처신을 의젓하게 하였다.

교원들의 시선은 교장과 세포위원장이 앉아있는 집행석으로 쏠리였다. 리신태가 파낸 광석덩어리들에 대한 감정결과를 알고싶어하는 눈길들이였다. 수업규률이 문란하다든가 례의도덕이 저조하다든가 위생문화상태가 불결하다든가 하는것들은 다 구체적인 해명을 필요로 하지않는 현상들이였지만 갱견학이나 우리 마을 도서실의 설립과 같은 건들은 반드시 그 정당성(혹은 부당성)여부를 교육학적으로 론증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량감이 있는 심각한 문제거리들이였다.

《송금주선생, 조보배선생, 리학철선생…》

리장준교장이 집행석에서 세 교원의 이름을 불렀다. 세 교원은 자리에서 소리없이 일어났다.

《선생들은 학습규률과 례의도덕, 위생문화사업에서 나타나고있는 자기네 학급의 흠을 인정합니까?》

《네.》

세 교원이 동시에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리장준은 세 교원을 자리에 앉히고나서 어조를 바꾸었다.

《이자 리신태선생이 갱견학과 우리 마을 도서실설립을 두고 공명주의라고 규정하였는데 이에 대한 여러 교원들의 견해를 듣고싶습니다.》

교장이 말을 끝내기 바쁘게 리철순이 큰 키를 솟구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거쿨진 몸집에 실려 그가 토론에 참가할 때마다 군중을 감화시키군 하는 장중한 론리가 동시에 일어서는상싶었다. 영천중학교 교원들은 누구나 그의 장대한 몸집과 름름한 언행에 아낌없는 신뢰를 보내왔다. 그의 넋은 언제나 백지장처럼 하야말쑥했고 그의 말은 구구표처럼 단순명백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저는 갱견학과 우리 마을 도서실설립에 공명주의라는 딱지를 붙인 신태선생의 주장에 동의할수 없습니다. 공명주의자들은 절대로 고생을 사서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일에 몸을 적시지 않고 앞에서는 열성을 쏟아붓는척 하다가도 뒤에 돌아앉아서는 건달을 피우는 요술쟁이들이며 불로소득자들입니다. 송금주선생은 넓은 안목을 가지고 먼 앞날을 내다보며 학생들에게 갱견학도 시키고 우리 마을 도서실도 발기하였습니다. 그는 자기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대들을 위해 고생을 사서 하였습니다. 그래 이런 교원한테 공명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여야 하겠습니까? 그가 공명심을 가지고 도서실공사를 벌리였다면 난 애당초 그 공사를 돕지도 않았을것입니다. 자기는 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을 벌려놓으면 시비질을 하고 뒤다리부터 잡아당기는 그런 악습을 결정적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학문이 앉아있는 책상앞에서 의자가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장내는 커다란 기대와 호기심을 가지고 일제히 그쪽으로 눈길을 모았다.

송금주도 그쪽으로 얼핏 고개를 돌리였다. 사무탁우에 ㄷ자형으로 성벽마냥 쌓인 책더미로 하여 조학문의 얼굴은 이마웃부위만 가까스로 보이였다. 이 류다른 성곽속에서 그가 무엇을 하며 무슨 궁리를 하는지 그것은 아무도 몰랐다. 하루종일 이 성곽의 충실한 주인노릇을 하면서도 그는 오고가는 말을 다 들었고 세상에 나도는 정보를 다 입수하였다.

가정에서는 금주령의 구속을 받으며 안주인한테 쥐여사는 비참한 존재이지만 직장에서는 유모아로 빚어진 해학가, 박식가로 떠받들리는 조학문이 마침내 자기의 성곽속에서 서서히 솟아올랐다.

《먼저 리신태선생한테 묻고싶은게 있습니다.》

조학문이 말꼭지를 떼자 리신태는 불안스럽게 그를 쳐다보았다.

《선생은 송금주선생의 아버지가 전쟁전에 고덕탄광 전차갱에서 일한 탄부였다는 사실을 알고있습니까?》

《모릅니다.》

《그것 보시오. 남의 속은 알지도 못하면서 공명주의딱지를 함부로 붙이였으니 얼마나 경솔한 일입니까. 사상감투라는건 아무데나 붙이는 반창고가 아닙니다. 송금주선생은 해방된 이듬해에 아버지의 일터가 너무 보고싶어 전차갱에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아 종시 갱에는 들어가보지 못했다는겁니다. 결국은 이게 한으로 맺히게 되였습니다. 송금주선생이 갱견학을 조직한 첫번째 리유는 바로 이 한을 풀자는데 있었습니다. 그럼 두번째 리유는 뭔가. 이 학급 재적인원 50명중 35명은 탄부의 자식들인데 갱에 들어가봤다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여기로부터 송금주선생은 부모들이 어떤데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은 자식구실도 잘할수 없고 애국자도 될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즉시에 갱견학을 조직했다는겁니다. 이 견학은 후대들로 하여금 자기 부모들을 알게 하고 부모들의 뒤를 성실하게 이어가게 해주려는 독특한 학습이였습니다. 송금주선생은 제자들에게 인생주로를 똑바로 그어준셈입니다. 이런 미거가 어떻게 되여 공명주의보자기를 써야 하며 신성한 교원총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여야 합니까.》

어떻게 되여 조학문선생이 이 모든 사연을 저렇듯 상세하고 정확하게 알고있을가. 그 내막을 알고있는건 정애경뿐인데. 이거야말로 조화다.

그럼 정애경이 조학문선생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말해주었단 말인가. 아무튼 저 조학문선생이 고맙구나. 어쩌면 저리도 사리정연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인간에 대한 변호를 할수 있을가. 조학문선생은 언제나 정의를 옹호하고 정의로운것만을 사랑해왔다. 그러니 나는… 나는…

뜨거운것이 갑자기 봄물처럼 눈시울로 밀려들었다. 송금주는 이마우에 손채양을 가져다붙이고 치미는 오열을 참느라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출구를 찾아헤매던 그 오열은 손채양밑에서 방울방울 눈물로 되여 걷잡을수 없이 쏟아져내리였다. 이상한 일이였다. 리신태한테서 억울한 비판을 당하던 그 시각에조차 그렇게 천연덕스럽던 마음이 어이하여 조학문의 공정한 변호앞에서는 그리도 여리여졌는지.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싶은 이 심정을 어디에 기대일가.

《다음, 우리 마을 도서실문제를 좀 론해봅시다.》

조학문은 사람들의 이목을 자기에게로 집중시킨 다음 안경을 벗어 여유작작하게 닦은 다음 천천히 말을 이었다.

《지난해 교원총회에서도 한번 열변을 토한적이 있습니다만 우리 학교 교원들속에서는 아직도 학풍이 서지 않았습니다. 학풍을 세우자면 독서열풍을 일으켜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실태는 어떻습니까. 나는 여가시간에 교수안을 작성하는 교원들은 많이 보았지만 책을 읽는 교원들은 얼마 보지 못했습니다. 리신태선생이 손에 책을 들고다니는건 더구나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독서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몇몇 교원들이 지금 우리 마을 도서실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시비질을 하며 돌아가고있는데 이건 언어도단입니다. 책도 읽지 않고 교과서와 교수안에만 매달리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학생이 되고맙니다. 이런 퇴화과정을 막는게 바로 책입니다. 책은 과거와 오늘의 력사로 미래를 밝혀줍니다.

리신태선생은 지금 마을에 도서실을 왜 두느냐고 하면서 그 주인공에게 공명주의자의 꼬리표를 달아주지 못해 몸살을 앓는데 다른 사람들도 아닌 교원들이 그런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한다는게 말이나 됩니까. 어디에 내놓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조학문의 말은 여기서 잠간 동강이 났다. 갑자기 찾아든 정적에 놀라 살그머니 머리를 쳐들고 보니 연사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훔치고있다. 지난해 설날 조학문이 숫눈우에 찍힌 자기의 발자국을 보고 송금주선생은 모험가이고 고생을 사서하는 사람이니 남들보다 곱절 더 힘들게 인생길을 걸어가게 될것 같고 정애경은 조용히 무난하게 살아가게 될것 같다고 예언하던 광경이 떠올랐다. 10달도 되나마나한 사이에 그 예언은 현실로 되여가고있는것이다. 그 10달이 천년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엇때문인지 알수가 없다. 송금주는 지금도 그날의 생눈우에 서있는듯 한 기분이였다.

《고덕탄광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정문호라는 장서가가 있습니다. 두다리를 쓰지 못해 사회보장을 받고있는 불구인데 3천권이나 되는 책을 가지고 마을의 청소년들을 계몽시키고있습니다. 나도 이따금 거기에 가서 참고서들을 빌려다보군 합니다. 얼마나 훌륭한 사람입니까. 내가 생각컨대 송금주선생은 이 집에 가본 다음부터 우리 마을 도서실을 내오기로 결심한것 같습니다. 이 도서실이 나오게 되면 군도서관과 학생도서실의 부담을 얼마간 덜게 되고 마을사람들을 계몽시키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것입니다. 나는 아직 다른 고장들에서 이런 도서실을 운영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신문지상에도 그런 보도나 소개는 없었습니다. 송금주선생의 우리 마을 도서실이야말로 천리마시대가 요구하는 귀중한 창조물이라고 봅니다. 이런 창조물에다가 감투를 씌워서야 되겠습니까. 리신태선생은 교수지상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조학문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최춘숙문학분과장이 토론에 참가하려고 일어섰다. 그는 어지간한 자극에도 화약처럼 달아오르는 흥분파였다.

《나는 우리의 곁에 어떻게 되여 리신태선생과 같은 보수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교육자가 건재하는지 도저히 리해할수 없습니다. 보수주의에도 자기식의 론리가 있는데 우리 마을 도서실이나 갱견학을 비난하는 신태선생의 견해에는 론리가 없습니다. 론리가 있다면 학업과는 인연이 없는 부질없는짓이라는겁니다. 자기는 하지도 않으면서 남들이 무슨 일을 펼쳐놓으면 입부터 삐죽거리는 사람들… 리신태선생뿐이 아닙니다. 수물분과의 일부 교원들도 송선생의 뒤소리를 하며 빈정거렸지요. 이런 교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싶습니다. 석달동안 여유를 주고 실적을 본 다음 담임교원을 교체하자는 신태선생의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므로 더 론하지 않겠습니다.》

최춘숙은 일어서던 때와 마찬가지로 급하게 토론을 끝내고는 자리에 앉았다. 집행석에서 김영찬이 정애경의 이름을 불렀다.

《정애경선생의 견해를 한번 들어봅시다. 송금주선생에 대해서는 제일 잘 알고있는 사람인데 갱견학이나 우리 마을 도서실설립을 두고 어떻게 생각해왔습니까?》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후에는 지지자가 되였습니다. 정문호동지의 서재에 다녀온 다음부터는 도서실공사도 진심으로 도와주었습니다. 송금주선생은 이 두가지 일을 백년대계로 보고 있는 힘을 다하여 전투적으로 해제끼였습니다. 저는 우리가 학생들의 교육교양을 위해 하는 모든 일은 백년대계로 되여야 한다고 봅니다.》

송금주는 량볼에 흐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슬그머니 씻으며 의사표시를 솔직하고 거침없이 해낸 정애경을 고마운 심정으로 돌아보았다.

생활의 방정식에는 자기에게 호감을 품고있는 사람들과는 좋게 지내게 된다는 등식이 있다. 더구나 공식석상에서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적극적인 지지를 표시하는 사람들에게 불리한짓을 하지 않는것이 보편적인 도덕으로 되고있다. 이것은 인생수업 제1과에 속하는 초보적인 상식이다. 정애경은 방금전에 그 상식을 뒤집어엎었다.

대담하다고 해야 할지 당돌하다고 해야 할지 정의롭다고 해야 할지 자기의 단짝과 자기를 격찬한 교원과의 사이에서 그는 참으로 힘든 대답을 하였다. 애경이, 장해 하고 손이라도 잡아주고싶은 심정이였다.

《나 개인적인 견해를 좀 말해보겠습니다.》

김영찬은 버릇처럼 안경코를 밀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교육지상주의도 반대하고 교수만능주의도 반대합니다. 리신태선생의 토론을 들어보면 교원은 학교울타리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수교양외에는 그 어떤데도 헛눈을 팔지 말아야 한다는건데 이것은 교수교양의 폭을 학교울타리안에만 국한시키려는 위험천만한 교육지상주의적견해입니다. 교육교양은 교단에서만 이루어지는것이 아닙니다. 사회주의건설로 들끓는 건설장들과 공장들, 탄전들, 어장들, 농촌벌들이 다 교단으로 되며 극장, 박물관, 도서관, 회관들이 교육교양을 위한 수단으로 됩니다. 학교와 가정, 사회는 청소년들의 교육교양을 위한 3위1체입니다. 송금주선생은 갱을 실물교육의 현장으로 만든 선구자이며 이 선생의 발기로 일어선 우리 마을 도서실은 일반화할 필요가 있는 과외교양수단입니다. 교육자가 이런것을 반대한다는것은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뒤에서 송금주선생을 비난할것이 아니라 적극 도와주어야 합니다.》

김영찬은 리장준교장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리장준은 일어서자바람으로 송금주의 이름부터 불렀다.

《오늘 송금주선생이 한 일에 대한 발언들이 많았는데 다른 의견이 없겠습니까?》

《없습니다. 앞으로 학생관리에 더 많은 힘을 돌리겠습니다.》

송금주는 일어서서 이 말만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리장준은 시꺼먼 눈섭밑으로 그를 부드럽게 일별하고나서 알릴락말락하게 고개를 끄덕여보이였다.

《다들 훌륭한 토론들을 했기때문에 나로서는 따로 할말이 별로 없습니다. 다만 수업규률이 문란한 책임이 학급담임한테만 있는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경종을 울리고싶을뿐입니다. 모든 교원들이 수업규률은 철저히 과목담임이 책임진다는 립장을 가지고 교수사업을 해야 합니다. 내가 말하고싶은것은 이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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