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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 회


제 4 장

3

송금주의 주간생활에서 시간적여유가 제일 많은 날은 월요일이다. 과정안에 따르는 이날의 수업시간은 6시간인데 그는 3시간만 강의를 하고 나머지 3시간은 다음날 하게 될 교수준비에 바친다. 첫 2시간에 연거퍼 강의를 하고난 송금주는 지금 래일의 수업을 위한 교수안을 짜고있다. 교수요강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복사하면 1시간동안에 2시간분의 교수안을 작성할수 있지만 실속있게 짜자면 1시간분의 교수안밖에 마련하지 못한다.

오늘은 어째서 그런지 2시간사이에 1시간분의 교수안도 짤수가 없다.

특별한 리유도 없이 마음이 별스레 울적하고 뒤숭숭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아무리 따져보아도 정애경이 저기압으로 된 근원을 알수 없었다.

육체적과로에서 오는 이상현상도 아니였고 사색의 결핍에서 오는 부진상태도 아니였다. 무엇이라고 딱히 꼬집어말할수 없는 구름장같은것이 뇌수를 오락가락하며 사색을 방해하고 가슴을 훑어내리였다.

그의 눈앞에서는 줄곧 눈에 물기를 담고 애처로운 표정으로 자기를 쳐다보던 정애경의 얼굴이 어른거리였다. 정애경은 숨이 차서 송금주를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했고 요새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만 든다고 했으며 무슨 일이 생기든지 자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였다.

숨이 차서 나를 따라오기가 힘들다는건 리해할만 한 말이다. 그런데 불길한 예감만 든다는것은 무슨 뜻일가. 제 전도가 어쨌게 그런 방정맞은 소리를 하나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둘사이의 우정이 당장 어떻게 되는것도 아니다. 그 우정에 장차 무슨 곡절이 있을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가 친자매이상으로 엮어온 우정의 나날이 그것을 증명해주고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가 불길한 예감이라고 한것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산생되는가 하는것이다. 애경인 혹시 자기가 락오자로 될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던 나머지 운명의 파도앞에서 미리 겁부터 집어먹고있는게 아닐가. 아니다, 그런 악발이가 락오자로 되다니. 그런 일은 있을수 없다.

그가 맡은 학급은 지금도 총점 1위로 앞장에서 달리고있다.

가만, 애경의 정신세계에서 일어날수 있는 어떤 내적변화에서 그가 어떤 심리적좌절을 겪고있는가를 포착해야 한다.

열광에 가까운 나의 개척정신과 파격적인 일본새가 혹시 심리적안정과 자존을 뒤흔들어놓은것은 아닐가. 문제의 실마리는 나에게 있는것이 틀림없다. 나라는 존재가 그의 심신에 아열대성태풍과 같은 작용을 해온지도 모른다.

애경의 눈에서 떨어지던 눈물이 송금주의 가슴에 옮겨와 무거운 연추로 매달렸다. 그래서 그런지 도무지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다. 애경이가 얄팍한 감상주의에 빠지거나 비관에 잠기는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그에게 용기와 의욕을 북돋아줘야지 안되겠다. 그의 저기압을 고기압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런 결심을 하고난 다음에야 송금주는 다소 마음을 가라앉히고 교수준비에 전념할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그는 2시간분의 교수안을 완성하였다.

그가 교수안을 밀어넣고 《문학개론》을 펼쳐들었을 때 손기척소리와 함께 학급반장 리기석이 심각한 얼굴빛으로 방안에 들어섰다. 송금주는 놀라서 리기석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휴식시간도 아닌 때에 학급반장이 분과실에 불쑥 나타난것은 전례없는 일이였다.

《수업중일텐데 어떻게 된 일이예요?》

《대수선생님이 선생님을 데리고오라구…》

리기석은 말을 잇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서 고개를 푹 떨구었다.

《왜 무슨 일이 생겼나요?》

《일남이가 수업시간중에 전동기를 가지고 장난하다가 들켰습니다.》

《그래요?…》

송금주는 사태의 본질을 짐작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분과장사무탁의 앞에 다가가 사발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얼핏 들여다보았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아직 10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10분이면 옹근 하나의 대전도 개괄할수 있는 아까운 시간이다. 수업중에 있는 리신태가 송금주를 호출하였다는것은 이 10분을 포기하는것으로 된다. 학생이 수업도중에 장난질을 좀 했다고 하여 과목담임이 학급담임을 제멋대로 오라가라하는것은 교칙에도 없고 도덕과 례의에도 저촉되는 오만방자한 월권행위이다.

송금주는 오래전부터 자기를 보는 리신태의 눈길이 곱지 않다는것을 감촉해왔다. 리신태는 많은 교원들앞에서 그가 맡은 학급학생들이 수업태도가 문란하다고 여러번 떠들어왔었다. 송금주가 우리 마을 도서실설립을 발기하고 용약 공사에 착수하였을 때에는 《공명주의로 빚어진 처녀》, 《동서남북도 모르는 돈 끼호테》라고 비난하였다. 송금주는 그런 뒤소리들을 망발로 치부하고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어느때인가는 그도 송금주라는 인간을 리해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를 천연스레 대해주었다. 하지만 리신태한테는 이런 관용과 선의가 통하지 않았다. 그는 정애경과는 롱질까지 하면서도 송금주한테는 말조차 걸지 않았다. 출근길에서 송금주가 인사를 해도 받는둥마는둥하였다.

그럴수록 송금주는 리신태앞에서 더 곰상곰상하게 굴었다.

리신태의 호출은 여러달 지속되여온 랭전의 폭발이였다. 상대가 실제적인 행동으로 도전을 표시해온 이상 송금주는 그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송금주의 가슴속에서는 화염과도 같은 노여움이 서서히 피여올랐다. 리신태가 강요하는 이런 호출은 사실상 일축해도 된다. 학생들의 생명을 좌우하는 A급정황이나 담임교원에게 알리지 않으면 안될 특별한 재난 같은것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수업중에 있는 교원이 다른 교원을 제멋대로 불러대든가 또 수업을 하지 않는 교원이 수업중에 있는 교원을 교실밖으로 마음대로 호출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은 있어서도 안되며 또 있을수도 없는 위법이다.

교원년한이 10년이상이나 된다는 리신태가 이것을 모를리 없다. 수업중에 있는 학생이 소설책을 몰래 본다든가 과목학습과는 인연이 없는 소도구를 가지고 장난질하다가 들키는것은 별로 해괴한 일도 아니다.

그런 정도의 행동은 즉석에서 간단한 충고나 책망으로 제지시킬수 있다. 중학교 2학년학생이 자기 손으로 전동기를 만들었다면 동무들에게 그것을 자랑하고싶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운전에 몰두할수도 있고 자기의 창조물에 도취되여 수업에 태공할수도 있다.

나같으면 학생의 재능을 칭찬해주면서 적당한 꾸지람을 한 다음 수업을 계속하였을것이다. 그런데 리신태는 장일남의 얼혼이 빠질 지경으로 박살탕을 먹이고 나까지 호출하였다. 이것은 그가 완전히 리성을 잃었다는것을 의미한다. 리성을 잃은 인간과 마주서게 되면 백해무익한 방전만이 일어나게 되며 인간관계에서도 상처가 생기게 된다. 리성을 잃은 사람들과는 마주서지 말아야 하며 시비를 가르지 말아야 한다.

리신태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가, 응하지 말아야 하는가?

송금주는 결심을 선뜻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였다. 호출에 응하자니 자존심이 허락치 않고 응하지 않자니 상대를 너무 무시하는것 같아 그것도 탐탁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내가 가지 않으면 신태선생이 파발을 또 보내겠는데 그러면 일이 얼마나 시끄럽게 번져지겠는가. 자존심을 누르고 신태선생의 요구대로 해보자. 그는 나보다 나이도 10여살 우이고 선배교원이 아닌가. 이렇든저렇든 불집은 장일남으로 해서 터진것이니 내가 찾아가서 사죄하고 불을 끄는 수밖에 없다. 그가 나를 인간적으로 모욕하고 랭대한 잘못은 묻어두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것이 상책이다.

《가자요.》

송금주는 리기석의 등을 떠밀며 분과실을 나섰다. 박자가 뚜렷하고 률동성이 강한 걸음걸이로 교사 2층 맨 구석쪽에 있는 2학년 1반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리기석이 먼저 손기척을 내면서 교실안으로 들어가고 그뒤를 이어 송금주가 교실에 들어섰다. 50쌍의 긴장된 눈길이 부채살처럼 그에게로 뻗쳐왔다. 리신태의 노여움과 날이 선들선들한 지청구앞에서 다들 셈세기라도 당하고난듯 한 초췌하고 후줄근한 모습들이였다. 그 50쌍의 눈동자들중에는 짝지발을 짚고 교탁옆에 엉거주춤 서있는 장일남에게 보내는 눈총도 있었고 머리에 뽀마드를 바르고 왼켠으로 치우쳐 가리마를 낸 리신태를 온곱지 않게 흘겨보는 불신과 원망의 눈총도 있었다. 교탁우에는 장일남에게서 회수한 전동기를 동력으로 하여 그의 책상우에서 굴러다녔다는 포장마차가 전리품처럼 놓여있었다.

《선생님, 우리 학급 학생들이 선생님을 되게 노엽힌 모양이지요? 미안하지만 복도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송금주는 문설주에 몸을 기대고 서서 리신태를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 그러자 리신태는 나들문쪽을 닫고 복도에 나섰다. 교실을 나서기바쁘게 서슬이 퍼래서 선언했다.

《금주선생, 난 2학년 1반 수업을 더는 담당하지 못하겠소. 교장선생한테 제기해서 담당을 바꿀테니 그렇게 알고있는게 좋겠소.》

《그건 선생님뜻대로 하십시오. 그렇지만 중단된 대수수업을 계속 해주었으면 합니다. 아직 시간이 10분 남았습니다.》

《그건 송선생이 념려 안해도 되오. 수업중에 선생을 불러온데 대해서는 후날 교원총회에서 나를 비판해도 좋소.》

《전 신태선생님의 어떤 맹폭격도 다 받을 준비가 되여있습니다. 교원총회도 좋고 1 대 1로도 좋으니 아무때건 저를 가차없이 비판해주십시오.》

울컥하는 불뭉치가 목구멍을 지지는 바람에 어성이 격해졌다.

대수시간에 벌어진 일은 그것으로 막을 내리는것 같았다. 리신태도 그 일때문에 더는 송금주를 찾지 않았고 송금주 역시 두번다시 리신태를 찾아가지 않았다. 하기야 그게 무슨 두 교육자가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이며 서로 열에 떠서 왕복담판을 할만큼 그렇게 요란한 사건으로 될수 있겠는가. 그런 류의 일은 어느 학교에서나 다 있는 다반사이다. 이런 소소한 일때문에 교원들이 서로 혀끝에 날을 세워가지고 아웅다웅하는건 부끄러운 일이다. 송금주는 일이 그런 정도로 번지다가 잦아든것을 다행으로 여기였다.

하루일과를 끝내고 합숙에 돌아오니 김동주와 리기석이 장일남과 함께 뜨락에서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송금주를 보자 리기석과 김동주는 뒤전으로 물러나고 장일남이 짝지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앞에 나서서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다시는 선생님속을 태우지 않겠습니다.》

장일남은 처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부동자세로 꼿꼿이 서있었다. 그 어떤 벼락이 떨어져도 다 받아들일 순편하고 허심한 자세였다. 김동주와 리기석은 재판정의 피고들처럼 어깨를 움츠러뜨리고 머리우에 떨어질 담임선생의 노성을 기다리였다.

하지만 송금주는 대수시간에 있은 일을 거들지 않고 상기시키지도 않았다. 다만 만사를 다 초탈하고 용서한 사람처럼 장일남의 팔굽을 껴안고 《들어가자요.》하며 합숙방으로 앞장서 들어갔다. 김동주와 리기석도 장일남의 뒤를 따라 방에 들어섰다. 세 소년은 담임선생이 시키는대로 장방형의 밥상앞에 나란히 앉았다.

셋이 이 합숙방에 들어와보기는 처음이였다. 도서실을 지을 때 밖에까지 와서 토피도 찍고 지붕을 얹는 탄부들을 도와 널판자도 날라다주었지만 방에 들어와보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방안풍경을 둘러보는 그들의 눈길은 자못 산란했다. 하나 장일남만은 고개도 변변히 쳐들지 못하고 목대가 부러진 사람처럼 줄곧 밥상만 내려다보고있었다.

송금주는 웃방에 올라가 외출복을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세 소년과 마주앉았다.

《다시는 이 선생속을 썩이지 않겠다고 하니 대수시간에 있은 일은 없었던것으로 치자요. 일남학생은 래일 당장 신태선생한테 가서 용서를 빌어요. 신태선생이 얼마나 기분을 잡쳤겠어요. 그런데 일남학생, 전동기를 만들었으면 담임선생한테 먼저 보여주는게 옳지 않아요?》

장일남은 턱을 조금 쳐들고 담임교원의 얼굴을 송구스럽게 바라보았다.

《사실은 선생님에게 보여드리고싶어 학교에 가지고나왔더랬는데 전동기가 돌아가는걸 보자고 장수가 자꾸 조르는 바람에…》

송금주는 손을 옆으로 흔들어 장일남의 말꼬리를 분질었다.

《그렇다면 됐어요. 나에게 보여주려고 했다니 말만 들어도 고마와요. 그럼 그 전동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번 볼가요?》

《네.》

장일남의 얼굴에는 갑자기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는 덤벼치면서 책가방속에 넣어둔 포장마차를 밥상우에 꺼내놓았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가는 깜찍하고 앙증스러운 꼬마마차였다. 바퀴와 멍에는 나무로 되여있었는데 세공을 얼마나 잘했던지 전문공예사의 솜씨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니스나 에나멜 같은 화학물질을 전혀 쓰지 않은 순수한 목각제품이였다. 송금주가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전동기는 포장마차의 뒤바퀴안쪽에 설치되여있었다. 전동기의 축에 달려있는것은 감속기였다. 적재함밑바닥에 붙어있는 두개의 손가락전지는 회선으로 전동기와 련결되여있었는데 전동기가 돌아가면서 마차전체를 움직이게 되여있었다. 장일남이 전동기의 회선과 전지를 련결시키자 마차는 치차의 이발들이 맞물리는 소리를 내면서 느릿느릿 밥상으로 굴러갔다.

《솜씨가 대단한데요!》

송금주는 장일남의 심혼이 깃들어있는 포장마차를 세번이나 왕복운행시키면서 그의 뛰여난 손재간을 거듭 칭찬해주었다. 장일남의 재능은 전동기제작은 물론 목각기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포장마차를 끄는 말의 형상은 너무도 정교하고 우아해서 혀를 내두르지 않을수 없었다. 하나하나의 형상들이 다 굴곡이 선명하고 음양의 대조가 뚜렷하였다.

《말은 무엇을 보고 깎았나요?》

송금주가 물었다.

《어렸을 적에 려관앞에서 본 말의 모양을 그려보면서 깎았습니다.》

장일남은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대답했으나 내심에서 도도히 고개를 쳐들고있는 자부심만은 감추지 못하였다.

《일남인 이 말을 만드는데만도 한주일은 바쳤습니다.》

김동주는 포장마차와 전동기를 만들어낸 주인공보다 더 열에 떠서 그의 수고를 두고 한참동안 력설하였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장일남은 한필의 말을 깎는 과정에 세차례의 오작을 냈다고 한다. 원화도 없이 순수한 기억력의 도움으로 네번째만에 성공했다는 말은 만사람의 감탄을 자아낼만 한 걸작이였다. 이것은 장일남에게 사물현상을 그대로 방불하게 재현할수 있는 미술적안목이 있다는것을 증명해준다. 마차에 전동기를 설치하여 전기에네르기가 운동에네르기로 전환되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보여줄수 있게 설계한 장일남의 과학적환상도 역시 높이 평가해야 할 재능의 싹이다.

《잘 만들었어요. 정말 대단해요. 일남학생의 목각술은 공예전문가들 찜쪄먹겠어요.》

송금주는 이 말을 벌써 세번째나 곱씹었다. 칭찬하고 칭찬해도 또 칭찬하고싶은 환희의 물결이 가슴속에서 파도가 되여 철썩이였다.

인간의 재능이란 참으로 신비한거로구나. 저거야말로 타고난 솜씨지 뭐야. 저런 재능을 제때에 발견하고 거기에 날개를 달아주어 높은 리상을 안고 허공으로 훨훨 날아가게 하는게 우리 교육자들의 의무가 아닐가. 그런데 이 송금주는 일남에게 참고서나 한권 구해다 던져주는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자처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그러고도 일남이 보고 뭐 전동기를 만들었으면 담임선생한테 먼저 보여주는게 옳지 않은가구?…

송금주는 이 순간에 자기가 일남이를 위해 바친 지성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장일남을 개조대상으로만 보고 핀잔만 해온 자기자신을 두고 후회할뿐이였다.

《일남학생, 이 포장마차는 다 좋은데 주인공이 없는게 흠이예요. 마부석이 텅 비여있으니 허전한감이 들어요. 고삐를 잡고 마부석에 앉아있는 마부를 형상하지 못할가요?》

송금주는 머리에서 번쩍이는 령감을 붙안고 장일남을 계발시키였다.

그러자 장일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선생님, 마부를 형상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선생님, 그게 좋겠습니다.》

김동주도 엉치를 들썩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그의 얼굴은 조명이라도 받은것처럼 삽시에 환해졌다. 눈에서도 뜨거운 광채가 이글거리였다. 바로 저런 눈, 저런 눈동자를 보는것이 우리 교육자들의 보람이고 락이 아니겠는가. 송금주는 억제할수 없는 희열과 행복감에 도취되여 흐뭇한 심정으로 뜨락에까지 나와 학생들을 바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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