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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2 회

리 국 철

3

집이 한쪽으로 찌그러들더니 기와장들이 와르르 그쪽으로 쏠리며 첨벙첨벙 물에 떨어졌다.

혼이 쑥 빠진 정복은 무턱대고 남편의 허리를 그러안고 가슴에 머리를 틀어박았다.

《어-쩌면 좋아요. 이젠…》

절망에 빠진 부르짖음이였다.

남편의 젖은 옷자락을 꽉 거머쥐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

마치 그 품을 놓치기만 하면 자기 모든것이 금방이라도 끝날것만 같아 겁이 더럭 들었다.

너무도 태연하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귀가를 간지럽혔다.

《여보, 나를 보오.… 날 보란데…》

정복은 고개를 쳐들었다. 물에 푹 젖어 반디불보다 좀 나아보이는 전지를 켜들었다.

비물에 흠뻑 젖은 남편의 얼굴이 웃고있다.

분명 남편은 웃고있었다!

투박해도 따뜻하게만 느껴지는 윤식의 두손이 정복의 얼굴을 어루쓸었다.

윤식의 두눈가에 눈물이 그윽히 차오른다.

《우린 살아, 살아야 해! 꼭… 왜냐하면 우린 지금 우리 집에서 가장 귀중한것을 안고있소. 그리구 우리에겐 원수님이 계셔! 이까짓 재난이 다 뭐요. 안 그래?》

정복도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죽음이 눈앞에 닥쳤다고 생각할 때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고마운분을 우러르니 불시에 눈물이 쿡 솟아나는것이다.

원수님! 아, 우리 원수님!

그 순간 지난해 전화위복의 새 전설이 꽃펴난 라선땅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 살자… 살아야 해. 살기만 하면 또 잘살게 돼. 또다시 지붕이 우르르 진동했다.

처음처럼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때 윤식이 튀여나듯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정복의 손목을 잡아 일으켜세웠다.

남편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여보, 들어보우! 들리지? 우릴 부르는 소리요! 우릴 찾는 소리야!》

윤식의 두손이 만세라도 부를듯 허공을 휘저어댔다.

정복이 무슨 소린가 하여 가슴을 모두어잡으며 귀를 강구었다.

들렸다! 들려왔다!

뗑- 뗑-

종소리였다. 똑똑히 들리는 종소리…

뗑- 뗑-

그것은 위험에 처한 생에 활력을 부어주는 소리였다. 삶을 지키라는 그리고 가슴에 품안은 생명보다 귀중한 그 함을 꼭 지켜내라는 당부의 웨침이였다.

윤식은 정복의 손을 꽉 잡았다.

그 시각 산둔덕에 오른 사람들속에서 인민반장녀인은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혹 그 종소리라도 듣고 그곳을 찾아오기를 바라는 애타는 마음에 그때까지도 남편이 지고있는 그 종을 치기 시작했다. 장밤 아니, 한생이라도 그렇게 종을 치고싶었다. 팔이 떨어져나갈듯 기진해지고 물과 싸우느라 기력을 다 뺀 반장녀인이 맥없이 주저앉자 또다른 사람이 그 종을 쳐댔다. 순간도 멈춤없는 종소리! 아! 종소리… 우리의 경애하는 원수님 품속에서 더 아름다와지고 뜨거워진 그 마음들이 애타게애타게 찾는 소리였다.

부부는 울었다. 절해고도가 아니였다. 결코 둘이 아니였다. 자기들도 천만의 한사람이고 우리 원수님께서 하늘처럼 떠받드는 그 인민의 한 성원이라는 자각이 새겨졌다.

이제는 지붕과 물면이 같아졌다. 그 사나운 물이 집을 어느 순간에 무너뜨리리라는 무서운 예감을 느낀 윤식이 그때 마침 어디선가 떠내려오다가 지붕에 걸려 빙그르르 돌아 방향을 바꾸는 통나무 한대를 간신히 붙잡았다. 통나무가 그 힘에 몇순간 멈춰섰을 때 안해의 손을 잡아끌어내렸다. 비명을 지르며 물에 빠져드는 안해의 손목을 뽑아지도록 잡아끌어 그 통나무를 붙잡게 했다. 윤식이자신은 그만에야 통나무를 놓쳐버렸다. 뒤미처 굉음을 내지르며 집이 와그르르 물속에 무너져버렸다. 단 몇초동안에 벌어진 일이였다.

통나무를 그러안은 정복도, 물속에서 허우적이는 윤식도 사나운 물살에 사정없이 떠밀려갔다.

정복은 통나무를 꽉 그러안은 창황중에도 남편을 피터지게 찾았다.

《여보!》

불과 한메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남편이 점점 멀어져가고있었다.

정복은 한껏 손을 뻗쳤다.

《손을, 잡으라요! 손을…》

그 손에 와닿은것은 윤식이 등에 지였던 배낭이였다. 언제 풀려졌는지 알수 없는 끈이 너울거리는 그 배낭부터 남편은 먼저 내밀었다. 자기쪽을 향해 물속에 길다랗게 늘어진 끈을 잡아당겨 재빨리 목에 칭칭 감고 배낭을 꽉 거머쥔 정복은 뒤를 돌아보다가 정신이 아찔해났다. 미친듯이 소리쳤다.

《여보!》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무서운 소용돌이가 일고있다. 통나무도 그 소용돌이에 말려들어 빙그르르 돌아갔다. 정복의 의식도 빙그르르 돌았다. 그는 실신해버렸다.

한참이나 물살에 떠내려가던 정복은 희생을 각오하고 바줄을 늘이며 물에 뛰여든 주둔구분대 인민군군인들에 의해 구원되였다.

모심함을 품에 꼭 안고 정신을 잃었던 그는 한참만에야 눈을 떴다.

심장이 다시 멎는듯 한 고통이 쓸어들었다.

남편이 없다는 무서운 절망이 그를 순간에 미쳐버리게 한듯 했다.

담가에서 떨어지며 마구 몸부림을 쳤다.

온몸이 찢어지는 상실의 아픔에 소리를 터치고싶었으나 너무도 억이 막혀 숨을 꺽꺽 톺았다.

믿을수 없는 사실, 금방까지도 살자고, 꼭 살자고 하던 남편… 생시처럼 눈앞에 삼삼히 안겨드는 웃음비낀 그 얼굴… 저 시꺼먼 물 어디에선가 윤식이 불쑥 솟구쳐나올것만 같은 기대에 정신없이 원한서린 물결만을 주시했다. 그러다가 정복은 소리도 못 내고 손톱이 뽑아져나가는줄도 모르고 마구 땅을 허벼댔다. 아니, 자기 가슴을 마구 허벼댔다.

당장 저 물속에 뛰여들어 남편을 찾아내고싶었다.

눈에서 흘러내리는것은 눈물이 아니라 진하디진한 피물이였다.

그 정상이 너무 처참하여 군인들도, 모여든 사람들도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어깨들만 들먹인다.

소리도 터치지 못하고 안타까이 제 가슴을 마구 두드리던 정복은 이윽해서야 혼신의 힘을 다 짜내는듯 한 쉬여버린 석쉼한 소리를 피처럼 토했다.

《여어- 보오- 어이구…》

추덕추덕 내리는 비소리를 짓누르며 울려퍼지는 곡성이 모두의 가슴에 피눈물이 고이게 했다.

무산땅의 대재앙, 그것은 자연과 인간과의 대전쟁이였다.

그 전쟁에서 사람들은 목숨보다 먼저 무엇을 지켜냈는가.

조국과 민족의 어버이이시고 번영과 미래의 상징이신 위대한 수령님들의 초상화를 보위하는 길에서 그들은 자기들의 생을 기꺼이 바치였다.

손을 뻗치면 살수 있는 다급한 정황속에서도 남편은 손이 아니라 물 한점 스며들세라 싸고 또 싼 모심함이 든 배낭을 먼저 내밀었다.

무산사람들은 강하고 억센 사람들이였다! 절해고도에 홀로 남는대도, 그 어떤 광풍이 덮쳐든대도 흔들릴수 없는 신념의 기둥이 있었기에 그들은 주저없이 사품치는 죽음의 격랑에 뛰여들었고 그 죽음의 소용돌이속에서 끝끝내 솟구쳐 영생의 언덕에 올랐다.

그들이 목숨을 내대고 보위한 모심함들이 하나 또 하나 산둔덕 가장 높고 안전한 곳에 정히 놓여지고있다.

정복은 터쳐나는 오열을 짓씹었다.

생각할수록 자신이 원망스럽고 저주스러웠다.

귀가에 종소리가 들려왔다.

뗑뗑-

가슴을 두드리는 절절한 소리… 인민반장녀인의 얼굴이 그 소리를 타고 눈앞에 안겨왔다.

이 시각에는 귀찮게 여겨지던 인민반장녀인의 그 목소리가 못견디게 그리워났다. 소개준비를 단단히 하고있으라던 인민반장의 말도 소홀히 들었던 정복이였다. 아, 미리 준비를 하고있었더라면… 해이되여 졸음에 빠져있지 않았던가.

《우린 모두 그저 당에서 하라는대로만 하면 돼요.》

인민반장이 범상히 한 그 말이 이렇게 가슴에 새겨질줄 몰랐다. 그 말을, 그 말을 왜 좀더 똑똑히 새겨안지 못했단 말인가. 가슴이 패이게 새겨안아야 할 그 귀중한 참뜻을 난 왜 대수롭지 않게 들었단 말인가.

정복은 마구 머리를 흔들다가 고개를 수그렸다.

가슴아래에 데릉거리는것을 보았다.

남편이 걸어준것이였다.

흑흑 느끼며 패쪽을 손에 감아쥐고 돌려보던 정복은 그만 억장이 무너지는듯 하여 고개를 기운껏 쳐들었다.

소중히 손에 쥔 그것… 아, 그것은 2중26호모범기대마크였다!

남편이 다루던 선반에 꽂혀있던 마크였다!

기대들을 소개시킬 때 남편이 떼서 건사했으리라!

정복은 한참이나 그 마크를 쓰다듬었다. 이 마크를 내 목에 걸어줄 때 남편은 무슨 생각을 했을가. 그 시각에 그는 벌써 죽음을 각오하고 나를 살리려한것이다.

아직도 가슴노리에서 데릉거리는 또 다른것이 눈을 아프게 찔렀다.

늘쌍 걸고 살아온 집열쇠이다.

떨리는 손으로 그 열쇠를 꽉 움켜쥐였다.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쇠쪼각이였다.

열쇠를 활 벗어내여 기운껏 던져버렸다.

또다시 설음이 북받쳐올랐다.

아, 여보, 나때문에 당신이… 이젠 어떻게 살아요. 당신없이… 앞이 꽉 막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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