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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0 회

리 국 철

1

또다시 하늘이 울부짖었다.

그 울부짖음에 더 기가 세진듯 한 바람이 땅우의 모든것을 모조리 요정낼듯이 우우 소리를 내지르며 거리며 언덕, 벌판이며 집들사이의 골목길 할것없이 사방 무섭게 몰아쳤다. 그 바람과 함께 연 3일동안이나 내리는 비에 온 무산군이 흠뻑 젖어버렸다.

두만강과 성천수가 예상외로 그 수위가 높아졌다는 불안한 소문이 집집에 흘러들고 이번 비에 혹 홍수가 일것 같다는 무서운 소리도 바람처럼 떠돌았다.

허나 무산사람들은 아직 설마하는 태도였고 매해 장마때처럼 이번에도 그러다 말겠지 하는 위안을 하고있었다. 80년대에 한번 홍수를 겪어본 무산사람들이였지만 물가까이에 있는 집들을 걱정하는 정도였지 해방후 기상관측이래 처음 보는 대재앙이 자기들을 휩쓸게 되리라고는 그때 누구도 생각지 못하였다. 원망의 눈빛을 하늘에 보내면서도 자기 할일들을 부지런히 찾아했고 자기 갈 곳으로 총총히 뛰여다녔다.

무산읍의 서부지구와 남산지구에 있는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여전히 200일전투승리를 위한 동음을 높이 울리고있었다.

봉사시간이 끝나서야 읍거리 상점들과 식당들은 문을 닫았고 여느때처럼 학교정문으로는 하루공부를 끝마친 아이들이 참새떼마냥 쏟아져나와 살창이 부러질듯이 휘여든 우산들밑에서 깔깔대며 사방으로 뿌려졌다.

그때 유정복은 자기 집 부엌에서 돌아쳤다.

강풍과 비벼락에 어떻게나 닥달질을 당했는지 오래된 기와장들이 맥을 못 추는듯 이때껏 살아오면서 별일 없던 부엌천정에서 비물이 떨어졌던것이다.

정복에게는 그것이 하늘이 무너진것만치나 큰일이 아닐수 없었다. 꼬바기 3일동안이나 쏟아지는 이런 비에 어느 집 지붕이 무사하랴만 일나간 남편에게 욕을 해대며 소랭이, 버치, 바께쯔, 쌀함박, 지어 국사발까지 부엌바닥에 펴놓았다.

《집이 이 지경이 되다니… 어디 들어오기만 해봐라. 그만큼 기와를 갈아씌우자는데 말을 안 듣더니…》

한참 눈먼 욕을 해대는데 범도 제 소릴 하면 온다더니 비옷을 썼으나 흠뻑 젖은 남편 박윤식이 부엌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이크, 이거 우리 집 부엌도 구멍이 뚫렸군.》

정작 남편이 나타나자 정복은 입을 쑥 다물었다.

성미그대로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남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 실린것이다. 하긴 저도 집이 근심되길래 교대를 끝내자바람으로 달려온터인데 거기에다 무슨 소릴 더 하랴.…

남편은 무슨 큰 전쟁이라도 치를것처럼 방안에 씩씩거리며 비옷이며 젖은 옷가지들을 와락와락 벗어버리더니 속바지바람에 지붕으로 올라갔다.

비닐박막을 가지고 올라간 윤식이 억수로 퍼붓는 비줄기에 잔등을 내댄채 엉기적거리며 부엌쪽지붕에 그 박막을 펴놓고는 우아래와 량옆 네귀를 기와장사이로 쓸어넣느라고 덤벼쳤다. 다시 터진 바람에 그만 박막가운데가 거대한 풍선모양으로 확 불어오르더니 네 귀퉁이의 기와장들을 벌컥벌컥 뒤집어놓았다. 오히려 긁어부스럼을 만든 격이 되고말았다.

남편이 벗어던진 비옷을 집어쓰고 마당에 나와섰던 유정복은 지붕을 더 만신창처럼 해놓은 남편을 입을 항 벌리고 바라만 보았다.

바람이 얼마나 기가 센지 비물에 번들거리는 윤식의 근육투성이의 단단한 몸도 금시 멀리로 날아가버릴것 같다. 휘친거리는 남편을 조마조마해서 올려다보던 정복은 겁이 더럭 나서 소래기를 질렀다.

《여보, 됐어요. 당장 내려오라요.》

정복은 지붕수리를 단념하고 사다리를 타고 주르르 미끄러져내려온 남편을 상한데가 없나 하는 걱정짙은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떠오르는 고까운 생각에 제사 먼저 부엌으로 들어오고말았다. 뚤렁뚤렁 떨어지던 비물이 이제는 꽉 막지 못해 새나오는 수도물처럼 쭈르륵거리며 천정 사곳에서 쏟아져내린다.

정복은 말이 다 나가지 않았다.

이게 어떤 집인가. 아글타글 애면글면 꾸려오는 집인데… 군대나간 아들을 위한 집이다. 입술을 깨물고 눈을 꼭 감았다.

안해에게 멋했던지 윤식은 으스스 떨리는 몸을 방안으로 들이밀며 또 엉너리를 쳤다.

《여보, 지붕에 올라가 〈결사전〉을 하고 들어온 세대주인데 왜 그러고있소? 비가 멎은 다음에 기와를 다시 손질하기요. 그까짓 기와 몇장… 내 어떻게 하나 실어오지 않으리… 어서 저녁이나 주오.》

밥상을 챙겨가지고 들어오며 정복은 입속에서만 맴돌던 말을 방바닥에 쏟았다.

《그저 일만 바쁘다고 늘 나가사니… 합숙생도 이런 합숙생이 어디 있소. 에이구 참…》

《허허, 생뚱같이 합숙생은 또 뭐야? 내 배에선 소쩍새가 운지 오랜데… 빨리 밥이나 먹기요. 비때문에 아무래도 공장에 다시 나가봐야 할것 같애. 200일전투를 끝내고나서 기와두 다시 씌우구 하면 될걸 가지구… 그 양양대는 성민 언제면 고치겠는지…》

정복은 그냥 신경이 돋아 소리를 높였다.

《양양 안 대게 됐어요? 양양… 아니, 공장일은 무조건이다, 법이다 하며 다 해내면서두 집일엔 왜 그렇게 무관심해요? 그저 말루만 하자, 하자… 어제 남철이 편지를 보았지요? 이제라도 그 애가 표창휴가를 받고 집에 불쑥 들어서면 어쩔래요? 이런 비새는 집에 아드님을 모시려우?》

아들소리에 윤식의 입이 벙글써 벌어졌다.

그리고는 제사 밥상을 끄당겨 술질에 여념이 없더니 잠간새 그릇들을 반반히 비워놓았다. 고래 새우먹는격이라 할지… 식찬이 변변치 않아도 짜증 한번 없는 남편이다. 다소 마음이 풀린 정복이 바싹 붙어앉아 남편의 얼굴을 새새 더듬었다. 아직 건장한 남편을 쳐다보느라면 힘들고 외로왔던 감정이 순간에 날아나버린다.

윤식은 넋을 잃은듯 자기를 지켜보는 정복의 시선을 달고 움쭉 몸을 일으키더니 말리우려고 아래목에 벗어놓았던 옷들에 팔을 끼기 시작했다.

정복이 손을 내저으며 만류했다.

《아니, 젖은 옷을 그냥 입고 나간다는거요? 새 옷으로 갈아입어요.》

《됐소. 그래야 또 젖겠는데 뭐.》

옷장을 뒤지는데 벌써 윤식은 문을 열었다.

신경이 돋은 정복이 다시 잔소리를 하려는데 윤식이 두말 못하게 눌러놓았다.

《여보, 난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긴장해있소. 저놈의 하늘이 일을 칠수도 있으니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있다가 소개지시가 오면 제꺽 내뛰란 말이요.》

그 소리에 겁이 더럭 난 정복이 목을 움츠리며 토방을 내려선 윤식을 겁질린 목소리로 찾았다.

《여보!》

윤식이 비옷을 뒤집어쓰며 웬일인가 해서 돌아본다.

정찬 눈으로 남편을 살펴보면서도 본시 속이 매운 정복의 입에서는 삐뚤어진 다른 소리가 나갔다.

《물란리가 난다는데 녀편네 둬두구 집나가는이가 무슨 세대주예요? 저 가구들이랑 TV랑 귀중한것들을 혼자서 어떻게 하란 말이예요? 하긴 언제한번 내나 집생각을 하기나 했나? 그저 공장에만 나가 살지. 에이.》

문을 꽉 닫았다.

안되겠던지 윤식이 다시 토방에 올라서는 기척이 들리고 이내 문이 빠금히 열렸다.

웬일인가 해서 올려다보니 그 문새로 장난기가 재글재글 실린 사랑스런 남편의 그 얼굴이 자기를 내려다보며 웃고있다.

《하, 번개는 하늘에서 쳤는데 우뢰는 왜 당신입에서 울리는거요. 응?》

《밉다면 깨꼬한다더니… 어서 가기나 해요.》

윤식은 우야 소리를 죽이며 계속 노죽을 피운다.

《여보, 만약을 생각해서 그러는거지 뭐 큰일이야 나겠소. 천번에 한번이나 있을 일인데… 그리구 내 당신한테 계속 말하는데 우리 집에서 제일 귀중한건 하나뿐이야!》

멀어지는 윤식의 발걸음소리에 귀를 강구며 정복은 생각했다. 제일 귀중한건 하나뿐이라구? 그게 이 녀편네라는 소린가?…원.

속이 뭉클해났다.

고개를 수그리는데 목에 건 열쇠가 가슴에서 데릉거린다.

정복은 그 열쇠를 꼭 손에 쥐였다. 산뜩한 감각이 마쳐왔으나 마치 소중한 보물을 쥔듯이 마음이 즐거워진다.

정복은 방안을 휘둘러보았다.

어느것 하나도 자기의 손이 닿지 않은데가 없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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