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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회


제 1 장

7

문에 친 모포구멍으로 흘러드는 실오리만 한 해빛이 던지는 눈부신 동그라미가 코방울옆에서 한들거렸다. 잠에서 채 깨나지 못한 권일균은 그것이 날아다니는 곤충의 장난인줄로 알고 시끄러워 쫓아버리려고 손을 몇번 젓다가 폭신한 닭털베개우에서 머리를 옮겨놓았다.

그는 얼굴이 부석부석해나도록 늘어지게 자고났으나 따스하고 폭신한 이부자리에서 기여나오고싶지 않았다.

그는 털이 부르르한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는 소왕청지구에 나갔던 일들을 더듬어봤다. 마촌의 밤에 홍병일이 리재명을 권총으로 위협하려고 했던 일이 문득 가슴을 쳤다.

그 사람은 이번 소왕청지구에 나가서도 왜 그토록 열광적으로 뛰여다녔는가? 사람들앞에서 자기를 내세우자는 수작인가?

사회운동자로서 볼 때 약간한 말재주와 미치광이같은 과단성을 빼놓는다면 그한테 무엇이 있는가?… 걸핏하면 팩해서… 인격도 없지.…

그러자 마음속에 은근히 품어오던 홍병일에 대한 경계심과 적의가 되살아오르며 목에서 피줄이 펄떡펄떡 뛰였다. 그가 사회주의혁명을 한다고 저렇게 광분하는것도 화요파의 두각을 나타내자는노릇이다. 저자는 언제인가는 나를 몰아내려고들것이다. 국제당의 배경을 움직여 치명적인 압력을 가해오든가 은밀한 모해공작을 펴서 불의에 나를 엎어뜨리려고들것이다. 뒤이어 홍병일에게 도전하던 리재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봐야 주대가 없던 그로서, 더우기나 사회운동자로서 아무런 지반도, 배경도 없는 무소속인사나 다름없는 그로서 그런 무모한 도전을 하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이것은 분명히 김중권의 작용과 관련된다.

회의에서 홍병일과 리재명 둘을 다 눌러놓은것이 잘한 일인가? 리재명이 김중권의 영향으로 그렇게 나섰다면 그에게 호의를 보이며 홍병일이만을 꾹 눌러놓을걸 그러지 않았는가? 내가 혹 잘못 처신한게 아닐가? 전략적으로는 옳으나 전술적으로는 잘못 처신한게 아닌가?

어쨌든 김중권의 출현은 리재명이 도전해나서는것과 같은 심상치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있다.

보름전에 왕청지구에 나타난 김중권은 중일촌의 권일균을 찾아와 김일성동지의 지시에 의하여 반유격구형성에 대한 실태를 료해하러 왔다고 인사하며 도움을 청하였다.

김중권은 첫인상부터가 썩 좋지 못하였다. 마음에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어보이는 그는 자기가 받은 임무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것 같았다. 그의 고향이며 혁명경력 그리고 교육정도와 사생활에 대하여 이것저것 물어보며 담화에 윤활유를 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는 될수록 대답을 적게 하거나 어색하게 웃어넘기면서 인차 사업이야기로 되돌아오군 하였다. 그때 권일균은 (윤택이 없는 친구이군.… 기름기가 적어.) 하고 속으로 웃었다.

김중권은 유격근거지주변의 광활한 지역에 반유격구를 꾸릴데 대한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왔다고 하면서 석현지구에 나간 최춘국이 언제 돌아오는가고 물었다. 유격대 정치지도원을 하면서 유격구주변의 적통치구역에 지하공작사업을 자주 나가는 최춘국의 활동을 시답지 않게 여기고있던 권일균은 모르겠노라고 퉁명스레 잘라 말했다. 그러자 김중권은 무슨 생각엔가 잠겨있다가 적통치구역에 들어가서 료해하고 와서 다시 만나자고 하고는 떠나갔다.

권일균은 김중권이나 최춘국이가 반혁명이 살판치는 백색구역에 들어가서 무엇을 료해하고있는지 알수 없었으나 앞으로 그들과의 심각한 론쟁은 불가피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목이 칼칼해지고 번열이 나서 이불을 가슴아래로 밀어내리며 굵은 두팔을 이불깃우에 던졌다.

밖에서 인기척과 함께 급한 숨소리가 나더니 문고리가 달그락거리고 누구인가 비상사태가 생겨서 왔노라고 말했다. 최형준의 목소리이다.

권일균은 들어오라고 소리치고는 이불을 대충 말아놓고 거기에 엇비스듬히 기대여앉았다. 최형준은 이부자리도 거두지 않은 방에 뛰여든것이 송구스러워 문가에서 머뭇거렸다.

《무슨 일이야?》 하고 권일균은 거칠게 물었다. 언제나 그와 단둘이 있으면 이런 투로 말이 나가는 권일균이였다. 그 말투에는 오히려 친밀감이 느껴졌다.

최형준은 눈이 시꺼매져서 숨을 씨근거리며 마촌에서 있은 탈주사건과 그후의 사태발전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홍병일이 마동호라는 탈주병을 혁명감옥에 넣으려고 했으나 김중권과 그에 합세한 리재명의 완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들은 권총을 빼들게까지 되였다. 그러자 장룡산이 무장한 유격대원들을 끌고와서 그들의 무장을 해제시키고는 이곳 쏘베트구역의 안전을 책임진 자기로서는 이러는 수밖에 없노라고 량해를 구했다는것이다.

《그러니 장룡산이도 리재명이와 단짝이 됐나?》

권일균은 주먹으로 이불을 내리치며 뛰여일어났다.

《이게 무슨 개판인가? 김중권이 월권행위로 간섭해드는걸 왜 가만놔두는가? 우리 대원을 우리가 처벌하겠다는데 제가 무슨 참견인가? 장룡산은 뭣이 어째? 정견도 없는 무식한 포수쟁이! 엑! 동무는 뭘했소?》

권일균은 방안을 왔다갔다하다가 벽에서 옷을 와락와락 벗겨입고는 문을 차고 뛰여나갔다.

이윽고 그는 매처럼 안장에 엎드려 말을 몰아 남쪽방향으로 내달리였다.

공기를 가르면서 달리던 말이 무연한 등판으로 날아올랐을 때 우불구불한 달구지길 저끝에 거먼 점 두개가 아물거렸다.

권일균은 말에 채찍을 계속 먹이였다. 먼지구름이 이는 길바닥이 말발굽밑으로 날아지나갔다. 그는 홍병일과 김중권의 얼굴이 앞으로 날아드는 순간 말을 돌려세우려고 고삐를 한옆으로 힘껏 잡아챘다. 말은 큰 원을 그리며 돌아치면서 두사람에게 누런 흙먼지를 들씌웠다. 그 먼지구름속에서 김중권이 뛰여나와 말의 자갈쇠를 움켜잡고 비틀었다.

《내리시오!》

그의 팔뚝힘에 말은 투레질을 하면서 뒤걸음질쳤다.

권일균은 그를 내려다보며 거칠게 소리쳤다.

《동무, 왜 월권행위를 하는게요?》

《그런게 아니요!》

《나도 보고를 다 들었소!》

《동지가 책임지고 사태를 바로잡으시오!》

《좋-소! 내 방으로 오시오!》

권일균은 말을 홱 돌려세웠다.


×


권일균이 부르는 중일촌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김중권은 뒤에서 누가 자기를 지켜보는것 같아 얼결에 머리를 돌렸다.

저쪽지름길에 서있는 가냘픈 오리나무밑에 감장치마저고리에 회색목도리를 두른 녀자가 서서 이쪽을 보고있었다.

왕청에 와서 부녀회장으로 사업하는 림성실이였다. 순간 김중권의 얼굴은 근엄하게 굳어지였다.

그는 오리나무쪽으로 다가갔다.

림성실은 이마에서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정기가 흐르는 눈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둘은 말을 못했다. 림성실의 부풀어오른 저고리앞섶만 조용히 오르내렸다. 김중권의 뒤를 쫓아 20리길을 종주먹을 쥐고 달려온 그였다.

김중권도 말없이 림성실을 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였다.

그들은 이미 약혼한 사이였다. 흑곤색세라복에 윤나는 머리칼을 날리며 길림의 학생운동을 따르던 그 시절에 림성실은 룡정동흥중학교 학생시위대렬의 선두에서 주먹을 내휘두르던 김중권을 알게 되였다. 그후에는 은밀한 자유련애, 약혼… 간도를 휩쓴 5. 30폭동의 참화가 있은 뒤 림성실은 오래간만에 찾아온 녀동무로부터 김중권의 쪽지편지를 받았다. 나는 당신에게 행복을 안겨줄수 없다, 혁명은 시련기에 들어섰고 나는 생사를 기약할수 없는 혈전의 길에 나선다, 나때문에 구속을 느끼지 말고 자유로운 몸이 되여 행복을 찾아가라, 당신이 행복하게 살고있다면 나는 어느 하늘밑에서 숨이 져도 마음이 편할것이다, 이것이 쪽지내용의 전부였다.

림성실은 자기 운명에 던져진 폭탄선언을 안고온 동무에게 그가 지금 어디에 숨어있느냐고 물었다.

그 동무는 조직의 비밀이니 더 묻지 말라고 했다.

림성실은 언제인가 읽은 애국렬전에서처럼 머리칼 한줌을 잘라 봉투에 넣어 편지와 함께 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고는 돌아서서 눈물을 삼키였다. 칠흑같이 검고 향긋한 처녀의 그 머리칼은 영원히 변치 않고 그를 따르리라는 맹세의 표시였다. 림성실은 그 맹세대로 지하공작을 하다가 유격근거지가 생기자 왕청에 들어와서 부녀회장이 되였다.

세해가 지난 다음 김중권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여 왕청에 나타났다. 림성실이 가슴속에 고이 품고있은 얼굴빛이 맑은 청년이 아니였다. 초연에 그슬려서인지 검스레하게 탄 그의 얼굴은 언제나 근엄하게 굳어져있었다.

이전에는 그리도 시원하고 밝게 웃던 그였건만 이제는 웃으면 한쪽볼편이 어색하게 떨며 좀 작아진 왼쪽눈에 인차 물기가 어리는것이였다.

그 변모된 얼굴인상은 림성실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며 세월의 가차없는 흐름과 혁명의 준엄성을 깨우쳐주는듯 하였다.

김중권은 마촌에서 오래간만에 림성실을 만났건만 별로 기뻐하는것 같지도 않았다.

림성실은 그것이 못내 섭섭하였다. 그러나 리재명의 집으로 찾아가서 김중권과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중권은 5. 30폭동직후 간도에로 나오신 장군님을 만난 이후로는 내내 그이를 따라다니며 싸웠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였다. 그는 성실이를 통하여 유격근거지와 그 주변농촌들의 형편에 대하여 료해하려고 할뿐 사적인 이야기는 피하려고 하였다.

림성실이 지나가는 말로 그사이 눈병을 앓았댔는가고 묻자 그는 손등으로 왼쪽눈을 훔치고는 허거프게 웃었다.

《이거말이요? 5. 30폭동때 왜놈의 총탁에 얻어맞은 자리요. 김일성장군님께서 좋은 약도 써주시고 나 혼자 돌찜질도 부지런히 해서 그래도 이만하게 됐소. 보는데는 지장이 없소. 이를테면 그릇된 로선을 따른 값으로 받은 선물이요, 허허허…》

어색하게 떠는 볼편… 물기가 어리는 눈… 림성실은 가슴이 에이는듯 아파났다.…

림성실은 오리나무를 붙잡고 애끊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속삭인다.

《가지 말아요. 돌아서자요!》

《나때문에 달려왔소?》

《리재명동지한테서 다 들었어요. 그들을 이기지 못해요. 자기 의지에 복종하지 않으면 사람을 사살할수도 있는 쏘베트광신자들이예요. 큰 사명을 띠고 와서 소소한 문제에 끼여들었다가 공연히…》

《이건 소소한 문제가 아니요. 마동호라는 한 청년의 운명문제가 아니요. 나는 다 들었소. 로선상 문제요. 쏘베트의 시책을 바로잡지 않고는장군님께서 구상하신 반유격구도 꾸려나갈수 없소!》

림성실은 눈을 조용히 내리뜨고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근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가도 과격한 론쟁은 피하세요.》

《성실동무!》

그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림성실이 눈시울을 올리떴다.

《네?》

김중권은 그 눈이 아니라 어딘가 좀 옆쪽을 보았다.

《앞으로는 자주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하오.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닌것 같소. 다르게 오해는 하지 마오.》

림성실은 마른침을 삼키였다.

김중권은 떠나갔다.

림성실은 쓰러지듯이 오리나무를 붙잡고 거기에 몸과 마음을 기대였다. 가냘픈 오리나무는 그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운듯 휘청거리며 하늘에 뻗은 가지들을 구슬프게 흔들어대였다.

얼마후 김중권은 권일균의 방에 들어가서 권일균, 홍병일이와 마주앉았다. 최형준은 겁에 질린듯한 눈으로 세사람을 둘러보다가 인차 방에서 나갔다.

몇가지 묻고 대답하는 일이 있은 다음 갑자기 어조가 신랄해지기 시작하여 격렬한 론쟁이 끓어번졌다.

김중권과 홍병일이 주로 열변을 내뿜었고 권일균은 량편의 의견을 편견이 없이 신중하게 듣는다는 자세로 중간조절자의 립장을 지켰다.

김중권은 마동호일가의 사건이 우발적인것이 아니라 농민문제, 토지문제를 잘못 취급하고있는 쏘베트의 그릇된 시책의 필연적결과라고 하며 근거지인민들과 적통치구역인민들의 반향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례증하면서 비판하였다.

홍병일은 얼굴이 해쓱해지다못해 파랗게 질려서 그를 쏘아보았다. 홍병일은 김중권이 혁명의 립장에서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판단하는것이 아니라 농민적소소유자근성에 발을 붙이고 불평분자, 동요분자들의 감정을 대변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러자 권일균은 상대방의 의사를 리해하려고 할 대신 죄명부터 서둘러 씌우려 한다고 홍병일을 질책하며 김중권의 말을 더 듣고싶다고 했다.

김중권은 권일균을 똑바로 보며 쏘베트가 사회주의혁명을 하려고 무모하게 접어든데로부터 이 모든 후과가 생긴것이라고 지적하고 이것은 우리 혁명의 성격을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라고 천명하신 김일성동지의 사상에 심히 어긋나는 좌경적착오라고 까밝혔다.

홍병일은 문을 차고 밖으로 뛰여나가 머리를 식히고 들어와서 방구석에 앉아있다가 다시 다가왔다.

권일균은 얼굴근육만 떨면서 한동안 말을 못하다가 갈린 목소리로 세상에 명성을 떨치고있는 김일성동지의 사상을 그릇되게 빌어서 누구를 위협하는것은 사실상 그 사상을 훼손하는 경솔한 행동이 아닌가고 심히 나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혁명의 성격에 관한 문제는 심오한 리론적문제인바 김일성동지께서 우리 혁명의 성격을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라고 규정하였을 때 그것은 조선사회의 전반을 포괄하는 혁명의 성격을 념두에 둔것이라고 하였다.

《특수적으로는…》 하고 권일균은 커다란 손을 들어 허공을 내리치며 열을 내였다.

《유격근거지와 같은 특수한 환경과 유리한 력량관계가 조성된데서는 대중의 혁명기세를 고도로 앙양시키면 혁명의 한 발전단계를 뛰여넘어 즉시 사회주의혁명에로 대담하게 진출할수 있소.》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앞으로 김일성동지와도 의견을 나누려고 한다고 말하였다.

김중권은 문득 머리속에서 혼란이 생기며 말문이 막혔다. 그는 웬일인지 화가 터져오르며 스스로도 자기 얼굴이 시뻘개진다는것이 느껴졌다.

그는 리론은 피하고 여기에 와서 본 사실들을 성급히 렬거하며 당신들의 로선이 옳다면 왜 인민들속에서 이런저런 여론들이 구구하며 마종삼의 도주와 같은 현상들이 생기는가고 부르짖었다.

그 말에 권일균은 아량이 있는 미소를 지으며 우여곡절이 많은 혁명의 길에서는 성공과 패배가 있을수 있는데 우리의 소소한 흠을 긁어모아가지고 그 무슨 로선상착오를 운운한다는것은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했다.

이렇게 론박하기도 하고 론박당하기도 하면서 끓어번졌다가는 식어잦아드는 론쟁은 여러 시간 계속되였다.

문득 권일균은 그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김일성동지는 지금 어디에 계시며 언제쯤 근거지에 들어오시느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김중권은 또 말문이 막혔다. 량강구에서 헤여진 다음 그이의 행처를 똑똑히 모르는 그였다. 그저 김일성동지께서 부대를 이끌고 동북방향으로 계속 진출하여 근거지에로 몰려드는 왜놈들과 힘에 부치는 전투를 벌리고계시리라고 믿어왔었다.

권일균은 갑자기 공세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동무는 우리가 반유격구를 꾸리는 사업에 등한하다고 돌아가며 시비한다는데 우리가 백색구역의 량면파군중을 믿고 조직을 내왔다가 조직망이 다 드러나 엄중한 손실을 가져올 때에는 책임질테요? 우리는 우선 근거지에서 혁명을 추진시켜 그 위력을 강화하고… 그 세력에 눌려 백색구역의 량면파군중이 동요성과 이중성을 버릴 때에 근거지를 썩 확장하거나 반유격구를 꾸릴 작정이요. 지금은 믿을수 있는 소수 혁명가들의 지하세포를 잠복시켜두면 되오. 동무는 우리 의도는 알지도 못하고 시비부터 건단 말이요. 탈주병문제도 그렇소.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소. 우선 그 사건을 조사심의할 때까지 범인을 구류해두는것은 혁명의 규률이요. 그런데 동무는 탈주병, 변절자일지도 모르는자의 비렬한 자기 변호에 귀가 솔깃해서 우발적인사건이 아니라고 하면서 로선부터 걸고드는데 이거야말로 전도된 립장이고 심한 월권행위가 아닌가.

이 고장에 료해하러 왔으면 지방조직을 존중하면서 자기가 맡은 일이나 할것이지 무엇때문에 우리가 하는 혁명전반을 들추려드오?》

《로선상의 원칙적문제가 걸렸는데 월권행위인가 아닌가가 문제가 아니요!》

《동무! 이건 도대체 무슨 무규률이고 무질서요? 동무가 로선문제를 검토할만 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요? 또 그런 리론적준비가 돼있소? 젊은 혈기려니 하고 참자고 하다가도… 나는 동무와는 할 얘기가 없소. 김일성동지를 만나면 동무 소행에 대해서 보고하겠소.》

김중권은 격분이 지나쳐서인지 목구멍이 꺽 막혀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기까지 하였다.

권일균은 갑자기 년장자의 아량을 보이며 너그럽게 웃었다. 그는 동무도 우리 감정을 존중하고 우리도 동무의견을 참고하자고 하며 제 주장만 냅다 우기는 그 성미는 견결성이라고 하겠는지, 좌우간 특이하고 흥미있는 성격이라고 하며 쾌활하게 웃었다.

김중권이 떠날 때 권일균은 말까지 선선히 풀어주며 타고가라고 했다. 그는 뿌리치다싶이 사양하고 걸어서 길을 떠났으나 웬일인지 우롱당한듯 한 불쾌감이 가셔지지 않았다.

걸음마다 분격이 치밀어올랐다.

(저것들은 도깨비들이다! 마귀들이다.… 여기는 무슨 땅이길래 저런 미치광이열정가들이 지도적자리를 차지했는가?)

아침에 림성실이와 헤여졌던 오리나무까지 오니 하늘에서 저녁노을이 쇠물빛으로 타올랐다. 그 노을을 바라보니 사령관동지의 파견을 받던 량강구의 그날이 눈앞에 떠올랐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남만진출에서 돌아오시던 길에 량강구에 이르러 간도와 국내의 여러 지방들에 정치공작원들을 파견하시였는데 김중권도 그들중의 한사람이였다.

그이의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의 발걸음은 저도모르게 김일성동지께서 드신 집쪽으로 옮겨졌다. 이때 마을길로 학생복차림의 한 청년이 마주 걸어오다가 그에게 김일성동지께서 드신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청년은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넘기였는데 바탕이 환한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비감의 그늘이 비껴있었다.

김중권은 청년의 용모를 뜯어보며 누구인데 무슨 용건이냐고 물었으나 그는 그저 수집게 웃어만보이였다.

김중권은 가슴에 짚이는데가 있어 그를 안내하여주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마당에 나오시여 청년을 반겨맞으시고는 중권에게 동생 철주라고 하시며 서로 인사까지 시켜주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저녁녘에 그를 가까이에 불러주시였다.

철주는 보이지 않았다.

그이께서는 어디서 마련한것인지 솜을 얍슬하게 둔 회색덧저고리를 그에게 안겨주시며 자신께서도 이전에 간도와 온성지구에 나가시였을 때 이런 덧저고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밤길을 걷게 되면 입기도 하고 찬데서 자게 되면 덮기도 하니 좋더라고 말씀하시였다.

그것은 고름을 달지 않고 단추를 채우게 된 나무군들의 덧저고리 비슷하게 만든 수수한 솜덧저고리였다.

김중권은 그이의 세심한 보살피심에 목이 메여 한동안 말을 못하였다.

퇴마루에 자리를 잡으신 그이께서는 그를 옆에 앉혀놓고 이제 공작지에 나가면 반유격구형성문제에 중점을 두고 사업하라고 하시며 오래동안 간곡한 말씀을 하시였다.

김중권은 앞집의 돌배나무가지들 저쪽에 띠처럼 가로 비낀 황금빛노을을 바라보며 그이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겨넣었다.

그이께서는 김중권이 왕청지구에 나가면 근거지에 오래 머무르지 말고 곧장 근거지주변의 적통치구역으로 들어가 반유격구의 조직형편과 반유격구형성의 기초로 되는 그곳 인민대중의 각성정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깊이 료해하여야 한다고 가르치시였다.

그러시면서 반유격구의 형성과 그것이 완전유격구와의 호상관계에서 놀게 될 거대한 역할에 대한 구상도 펼쳐보여주시였다.

완전유격구주변의 광활한 지대에 펼쳐지게 될 반유격구는 적통치구역이면서도 완전히 우리의 영향하에 있게 되여 유격구에 적정자료와 후방물자들을 보내주고 유격구의 혁명적영향을 광범한 인민들속에 펼치여 인민대중을 하나의 혁명력량으로 묶어세우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수행하게 될것이였다. 반유격구는 정치적측면에서는 혁명력량을 전국적판도에 확대하여나가는 전초선으로 될것이며 경제적측면에서는 근거지의 믿음직한 후방보급기지로 될것이며 근거지방위의 측면에서는 완전유격구주변 수백수천리를 둘러싼 눈에 보이지 않는 외성으로 될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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