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 1 장

6

쏘베트에 모여앉은 몇몇 사람들이 《사회주의혁명》에 대하여 열변을 토할 때면 세상에 당장 놀라운 변화가 생길것 같았으나 밤이 가면 여전히 아침이 밝아왔으며 그리고 아침이면 동쪽산마루에서 여느날과 조금도 다름없이 붉은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계절은 계절대로 흘러갔으며 생활은 생활대로 끓어번졌다.

김진세는 아침을 대충 걸치고 집아래모퉁이에 무져진 두엄무지를 번지였다.

그는 걸싸게 쇠스랑을 놀려 여름내 쌓인 두엄무지를 헐어번지며 새 무지를 쌓았다. 낡은 무지를 깊이 파헤치니 김이 문문 피여오르고 풀이 썩은 구수하고 시크무레한 냄새가 풍겨올랐다. 그가 팔뚝에 힘을 주며 쇠스랑을 앞으로 내뻗칠 때마다 두엄덩이들은 흰김을 꼬리처럼 날리며 새 무지로 씽씽 날아갔다.

그 김을 보느라니 래년 봄에 나가 이랑마다에 두엄을 듬뿍듬뿍 뿌리고 씨를 심으면 어김없이 풍년이 들리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흐뭇해지고 배심도 든든해졌다.

김진세는 이따금 허리쉼을 하며 여느때없이 활기에 넘쳐있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어떤 집에서는 내외간이 나와서 신바람이 나 감자움을 파다가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판을 벌리고 떠들썩하게 웃어대는가 하면 다른 집에서는 도리깨마당질이 한창이여서 도리깨열이 곡식단을 후려치는 소리가 마을에 쿵쿵 울려퍼진다. 어떤 집에서는 서둘러 겨울나이차비를 하느라고 싸리나무로 새로 엮은 울바자를 둘러치는가 하면 다른 집에서는 지붕에 새로 조짚을 잇고있다. 여러 집의 지붕들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들이 해빛을 받아 금방 활활 불타오르기라도 할듯이 빛갈이 유난스럽게 빛난다.

마을길로는 곡식포대를 실은 소발구 서너대가 느릿느릿 움직여가고있다. 물방아간으로 낟알 찧으러 가는 소발구들이다.

제일 앞에서 소발구를 몰고가는 키가 작달막한 농군이 드문드문 소궁둥이에 나무회초리를 먹이며 골안이 떠나가게 노래가락을 불러넘긴다.


농부일생 무한하니

춘하춘경 년년사라…


지붕을 예던 사람이 엉거주춤 일어나서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손을 내흔들며 소리친다.

《예보게- 칠성이- 자네가 방아간걸음을 하다니, 이게 웬일인가?-》

소발구를 몰아가던 땅딸보는 노래를 뚝 그치고 그를 쳐다본다.

《성님- 내라구- 세상덕을 못 입는다는 법이 있소다?-》

《허긴 그래- 생남을 했다더니 한턱을 쓸텐가?-》

《모두 정 소원이면 두턱두 내겠수다-》

《허- 님자 그 말이 멋지다. 새 세상에 새 아들이라- 두턱두 낼만하지비, 엉? 흐흐흐…》

김진세는 수염밑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돌아서 다시 쇠스랑질을 하는데 봉남이가 달려나와 바람개비를 돌리며 김이 문문 날아오르는 두엄무지둘레를 돌아갔다.

봉남이는 바람개비가 김속으로 들어갈 때면 제법 구름속을 나는 비행기처럼 붕- 붕- 하는 소리까지 내며 두엄무지옆을 좋아라 뛰여다녔다.

《이녀석아, 네가 자꾸 뱅글뱅글 도니 어지러워서 일을 하겠니, 저-리 가서 놀아라!》

그는 이렇게 엄하게 꾸짖었으나 부모없이 자라 언제나 할아버지곁을 떠나지 않는 녀석이 측은하여 손자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무릎을 기운 바지가랭이를 너펄거리며 맨발로 두엄냄새속을 뛰여다니는 녀석의 코구멍에서는 버들강아지만 한 코물이 흘러내려 입술우에서 대롱거리다가도 숨을 들이키면 훌쩍 말려들어가는것이였다.

김진세는 손자를 붙잡아 나무가리옆으로 끌고가서 가둑잎을 뜯어 코밑을 닦아주었다. 봉남이는 바람개비에 정신이 팔려 할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만 하였다.

김진세는 들까부는 녀석의 볼기를 철썩 때려주었다.

《이녀석아, 코를 시원히 풀고다니면 숨쉬기도 헐하지. 옷주제는 이게 또 뭐냐. 놀데가 없어서 두엄무지옆에서 뛰여다녀? 저-리 가 놀아라!》

이때 뒤에서 누군가의 건드러진 목소리가 울렸다.

《형님, 안녕하시우?-》

돌아보니 오풍헌이다.

지게를 진 그는 물동이만 한 호박을 안고 뚱기적거리며 다가왔다. 지게에 올려놓은 삼태기안에도 크고작은 호박이 가득 들었다.

너부죽한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넘친다.

《형님, 호박이 이렇게 큰걸 본 일이 있수다?》

김진세는 호박도 호박이려니와 그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지라 손자를 놓고 달려나가 호박을 쓸어만지며 같이 기뻐하여주었다.

《여보게, 정말 희한하이. 내 난생 이렇게 큰 호박은 처음 보네!》

《지난봄에 저 가재골어귀에 대충 뚜지구 심어놓구는 여태 잊고있었수다. 원, 글쎄 제 혼자 이렇게 크다니. 이놈두 세상이 달라진걸 안 모양이우다.》

《글쎄말이네, 허허허…》

《그전같으면 변지주놈이 당장 갖다바치라구 호령하지 않겠수다? 첨에 따가지구 척 안았을 때는 어디로 해서 숨어갈가 하고 두리번거리게 됐수다. 그러다가 아니 이 정신 봐라, 이제야 뭐가 겁날게 있어 하는 생각이 들어 큰길로 버젓이 걸어오며 이집저집에 들려 자랑도 하면서 올라왔수다. 흐흐흐…》

그들이 이렇게 기쁨을 나누는 사이에 봉남이는 호박을 어루만져보며 《야- 야-》 하고 환성을 지르다가 좀 안아보자고 졸라대였다.

김진세도 손자녀석에게 안겨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으나 오풍헌이는 발등을 깬다고 하면서 품에서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하였다.

《내 이놈을 쪄놓구 형님네를 청하겠으니 그때 맛을 같이 봅시다.》

봉남이는 찌뿌둥한 얼굴로 뚱기적거리며 멀어져가는 오풍헌의 뒤모습을 지켜보다가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할아버지, 우리 호박은 왜 저렇게 크지 못하나?》

철없는것의 애타는 목소리는 김진세의 가슴에서 아들 창억이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런 내색은 내비치지 않고 손자의 차분한 머리칼을 말없이 쓸어만져주었다.

(남들은 모두 저렇게 일이 척척 잘돼가는데 우리 일은 왜 틀어지기만 하는겐가?…)

봉남이는 자기 머리를 쓸어주는 껄껄한 손바닥을 거쳐 할아버지의 기분이 전해져왔던지 눈이 올롱해져서 그 손을 살며시 치워놓고 어슬렁어슬렁 바깥쪽으로 나가버렸다.

김진세는 한숨을 후- 내쉬고는 쇠스랑을 두엄무지에 쿡 박았다. 그는 모든 시름을 땀으로 씻어버리려는듯 또다시 걸싸게 두엄무지를 번지였다.

이때 안방쪽에서 다듬이질소리가 들려왔다.

김진세는 먼발치에서도 다듬이질소리를 듣고 며느리가 하는것인지, 로친네가 하는것인지를 인차 가려들을수 있었다.

로친네의 다듬이질소리는 기분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면서 그 가락이 고르롭지 못했으나 며느리가 하는 다듬이질소리는 언제봐야 한결같이 고르로왔다.

그는 다듬이질소리를 들으며 그저 제 성미대로라니까 하고 혀를 차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김진세는 지금도 고르롭게 들려오는 다듬이질소리를 듣노라니 다듬이돌에 빨래를 집어놓고 그앞에 꿇어앉아 부지런히 방지를 놀리고있는 며느리의 자태가 눈앞에 그린듯이 떠올라 자주 눈을 슴벅이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일매지게 고르롭던 그 다듬이질소리가 오늘 따라 이전과는 다른 음조를 띠며 들려왔다. 그 소리는 집안사람들을 위로하는듯 부드럽게 잦아내리다가도 애끊는 마음을 하소하는듯 갑자기 구슬픈 음조를 띠면서 가락도 잦아지는것이였다.

쇠스랑을 짚고 서서 다듬이질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그의 눈은 어느덧 우수에 젖어 침울하게 흐려졌다.

아들은 유격대입대가 부결되여 며칠이 지나도록 집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그러나 보금이는 변함없이 시부모공대도 잘하고 살림살이도 극성스럽게 해나갔다. 단지 그의 얼굴이 이전보다 파리해졌을뿐이다. 며느리의 얼굴기색을 봐서는 아들과 며느리사이가 버그러졌는지 어떻게 되였는지 가늠할수 없었다.

김진세는 근거지에 지주도 없는 좋은 세상이 왔는데 아들이 유격대에 못 들어가는바치고는 이제는 집에 정을 붙이고 살림살이나 버젓하게 꾸려놓고 남부럽지 않게 살기를 바랐다.

요새 현당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평정을 내리는것을 보면 혁명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따로있는것인데 우리야 평백성으로서 혁명군의 뒤시중이나 들면서 잘살아볼 생각이나 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것이 그의 속심이였다.

그러나 창억이는 아버지의 이런 속심과는 다르게 자격이 없다고 밀어내는데도 유격대에 들어보겠다고 별의별 루추한짓을 다하며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그의 귀에는 망측한 소문만 들려왔다.

창억이 유격대에 들어보겠다고 어제는 현당조직책의 승마를 끌고가서 편자를 신겨오더니 오늘은 밤중에 쏘베트에 달려들어 화풀이로 소동을 벌리는가 하면 현에서 내려온 강사와도 다투고 지어는 도시에서 온 녀선생에게까지 교섭해달라고 빌붙는다는것이였다.

좌충우돌하며 돌아가는 아들때문에 김진세는 속이 곪아터질 지경에 이르렀으나 며느리가 어려워 한번 큰소리도 치지 못하였다.

그는 집안사람들중에서 며느리를 보기가 제일 딱하였다. 설사 며느리가 속이 못된 녀자여서 집안에서 행패를 부리며 시부모에게 고약하게 군다고 해도 할소리가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며느리는 자기를 보기 딱해하는 시아버지의 심중을 눈치챈듯 요새와서는 될수록 피하려고 하며 숨어서 살아갔다.

갸륵한 그 마음이 가슴에 젖어들어 김진세는 며느리가 더 측은하게 느껴지면서 갑절로 아껴주고 위로해주고싶어졌다.

그는 얼른 두엄무지를 다 쌓고 흙을 얇게 덮어놓은 다음 마당으로 들어가서 울바자기둥과 벽기둥에 대못을 박고 그사이에 빨래줄을 보기 좋게 늘였다.

빨래줄은 바람을 안고 춤추듯이 흐느적이였다.

김진세는 정지문을 열고 안방쪽에 대고 은근한 목소리로 며느리를 불렀다.

《아가야, 이걸 좀 나와 봐다구!》

다듬이질소리가 그쳤다.

그는 다시 불렀다.

《얘야, 이걸 좀 나와 봐다구!》

그리고는 며느리가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마당에 내려서서 그의 키에 맞겠는가 가늠해보며 빨래줄을 쓰다듬어보았다.

정지문을 나선 보금이는 해빛에 눈이 부신듯 눈살을 곱게 찌프리고 하늘을 흘깃 쳐다보고는 시아버지곁으로 다가왔다.

《빨래줄이 이만하면 키에 맞겠느냐?》 하고 김진세는 며느리에게 물었다.

보금이는 방긋 웃어보이며 한손을 어리광스럽게 들어 빨래줄을 쓰다듬어보았다. 빨래줄은 그의 키에 알맞춤하게 늘여졌다.

빨래줄에서 손을 내린 보금이는 입가에 서글픔이 밴 미소를 간신히 그려보이고는 눈길을 땅에 떨구었다.

《어머님키에 맞아야지 저야…》

기뻐할줄 알았던 며느리에게서 이런 기특한 소리를 들은 김진세는 시원한 목소리로 말했다.

《집안빨래야 제가 도맡아서 하는건데 제 키에 맡아야지 봉남이 할미는 일없어. 이제는 집안살림살이부터 하나하나 꾸려나가자구. 내 집앞에 우물도 잘 파놓겠다. 우물터에는 수양버들도 한대쯤 심어놓고 떡돌도 번듯한 놈을 업어다놓지.… 아가야, 이제는 제가 집안살림을 해나가겠는데 불편한게나 요구되는게 있으문 어려워말구 나한테 다 얘기해라.…》

《아버님…》

보금이는 물기어린 눈으로 시아버지를 흘깃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발등에 비방울같은것이 몇방울 떨어졌다.

《얘야…》

《…》

보금이는 머리를 소곳이 숙인채 정지문으로 황황히 들어가버렸다. 느닷없이 휩쓸어드는 회오리바람이 마당에 널려있는 지푸라기들을 휘말려올렸다.

김진세는 얼굴빛이 컴컴하게 죽어서 며느리가 사라진 정지문쪽을 바라보며 가슴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였다.

(눈에 넣고 다녀도 쓰리지 않을 앤데… 저런것을 외면하구… 녀석이 환장을 했지.)

문득 아들에 대한 노여움이 목구멍에까지 치밀어올랐다.

이날 밤 김진세는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자리에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면서 앓음소리까지 내였다.

밤중에 며느리가 들어와 머리밑에서 목침을 빼내고 베개를 조용히 들이밀어주고는 머리맡에 숭늉대접을 놓고 나갔다.

김진세는 그때는 자는척 했으나 그가 사라지자 가슴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그가 보금이를 며느리로 맞아들인데는 기구한 사연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것이 안해 허씨가 앓아누웠던 사정과 관련되는것 같다. 어느해 장질부사에 걸려 몇번 저세상에 굴러떨어지려다가 겨우 명이 불어난 허씨가 하루는 눈물이 그렁해서 간짐고등어를 구워먹어봤으면 원이 없겠노라고 했다.

김진세는 그 말이 가슴을 쳐서 지게에 귀밀섬을 지고 온성장으로 나갔다. 국경읍의 장날은 떠들썩하였다. 간짐한 고등어를 몇손 사든 김진세는 그냥 돌아서기 섭섭하여 선술집에 들려 탁배기를 두어사발 들이켰다. 그는 얼근해지자 궁색한 마음에도 기름기가 돌아 예전에 길을 가다가 종종 신세를 진 일이 있는 풍인동의 윤치석댁에 들리였다.

그때는 석양녘이였다. 윤치석이네 집은 수라장이 되였다. 윤치석은 마당복판에 쓰러져있고 명주바지저고리를 입은놈이 도끼를 휘두르며 기둥뿌리를 찍겠다고 덤벼치고있었다. 그놈은 포악성으로 하여 간도땅에까지 소문이 난 온성지주 서완오였다.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매달려 울고 안해는 놈에게로 달려가며 비명을 터뜨렸다.

김진세는 취중이라 담도 커져서 서완오에게 달려들어 도끼를 앗아 울바자밖으로 내던지고 행패질에 펄펄 날뛰는 놈을 닁큼 안아서 달구지길에 내다가 팽개쳤다. 서완오는 순사를 불러올테니 법앞에서 네놈의 완력이 어느만큼 센가 보자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뒤걸음질쳐갔다. 윤치석을 방에 들여다눕힌 다음 그의 안해 조씨는 길손에게 기막힌 사정을 실토하였다. 윤치석이네는 리자까지 겹쳐 엄청나게 불어난 빚값에 맏딸 보금이를 한해전에 지주집부엌데기로 들여보냈었다. 지주의 서자인 서기태란 망종이자식이 보금에게 눈독을 들여오다가 마침내 지분거리기 시작하며 못된짓을 걸어왔다. 보금은 분을 새기며 참고참아오다가 며칠전 밤중에 그 집을 뛰쳐나왔다. 공교롭게도 그밤에 서완오의 방에서 돈궤가 없어졌다.

서완오는 윤치석을 찾아와서 도적년도 내놓고 돈궤도 내놓으라고, 네놈이 딸년에게 도적질을 꼬드겼다고 을러메며 행패질을 했다. 그리하여 란투가 벌어졌던것이다.

조씨는 억이 막히고 겁이 나 와들와들 떨었다.

《저게 벼락을 맞자고 남의 집 돈궤를 넘겨다봤겠소다? 신세를 망칠가봐 뛰쳐나왔는데 도적혐의까지 쓰게 됐으니 아이고, 이 일을 어찌문 좋을지?》

김진세가 딸애는 어디에 감추었느냐고 묻자 조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뒤울안 감자움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순사가 달려와서 집을 발칵 뒤지는 날에는 감자움에 눈길이 미치지 않을수 없겠는데 무슨 수가 없겠느냐고 물었다.

김진세는 깊이 생각해보고 자기한데 딸을 맡기라고 했다. 그는 그밤으로 보금이를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 량수천자아래쪽 솔골로 들어갔다. 김진세는 뒤에서 추적의 그림자가 언뜻거리는것 같아 자주 뒤를 돌아보며 걸음을 다그쳤다. 보금은 그것이 어떤 운명의 길인지도 모르고 오돌오돌 떨면서 따라왔다. 김진세는 서초평으로 넘어와 셋째섬을 거쳐 십리평쪽으로 빠져 친척집에 숨었다가 이튿날 밤중에 마촌에 들어섰다.

석유등잔불밑에서 소심하게 숟가락을 돌리며 강냉이죽을 먹는 보금의 수수하고 마음씨 곱게 생긴 얼굴을 뜯어보며 김진세내외는 그저 측은하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창억은 웃방으로 올라가는 문턱에 걸터앉아 지난겨울 아버지가 산에 올라갔다가 눈속에서 새끼사슴을 안아왔을 때처럼 놀아댔다. 그는 처녀애를 툭툭 건드려도 보고 와락 놀래워도 주고싶은 충동에 가슴이 근질거려하는것 같았다. 녀석은 처녀애가 숟가락끝에 죽을 조금씩 묻혀 입에 가져가는것을 보며 시물시물 웃기도 하고 가슴이 섬찍하도록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줴치기도 했다. 그때마다 처녀애는 울먹울먹해졌다. 허씨는 보금이 몰래 녀석에게 눈을 흘기였다.

보금이는 그의 집에 반년나마 있었다. 그사이 온성과도 몇번 래왕이 있었다.

어느날 김진세로인이 산에서 나무를 한지게 잔뜩해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굴뚝옆에서 보금이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섧디섧게 울고있었다. 웬일이냐고 아무리 따져물어야 대답을 못했다.

안해 허씨가 나와 그를 정지간으로 끌고들어가 눈이 화등잔처럼 되여 이런 망신이 어디 있느냐고 하며 창억이녀석의 소행을 귀뜀해주었다. 그녀석이 무슨 도깨비 마음을 먹었던지 우격다짐으로 저 애 머리태를 감아쥐고 목을 꽉 끌어안아보고는 어디론가 내뛰였다는것이다.

《사람을 얕잡아보고 업수이여겨도 분수가 있지, 저녀석이 글쎄…》 하고 허씨는 자기 말에 꼬리를 달았다.

김진세는 물푸레몽둥이를 들 대신 허씨에게 역증을 버럭 내며 오늘밤중으로 흰 두루마기를 다려놓으라고 이르면서 여느때없이 모질게 굴었다.

이튿날 김진세는 온성으로 나가 윤치석이앞에 엎드려 큰절을 하며 사죄의 말을 하였다.

《로형, 용서하시오. 내 집에 못된자식이 있어 이 집 귀한 딸에게 방정치 못한 소행을 가하려 했으니 의절로 징계한대두 할말이 없소이다. 로형이 남의 불행을 틈타서 제 욕심을 채우려 했다고 매를 내려도 발명질할 소리 없게 됐소이다.》

조씨는 그것이 혼사말이란것을 인차 알아듣고 저고리고름을 눈에 가져갔다. 윤치석은 어서 주안상을 차리라고 엄하게 이르고는 김진세의 손을 이끌어 바로앉히며 방석을 권했다.

탁배기종지가 오가는 가운데 사연이 밝혀졌다. 취기에 얼굴이 벌개진 윤치석은 김진세를 능청스레 건너다보며 그의 얼굴에서 창억의 용모며 성모를 가늠해보는듯 했다.

이윽고 윤치석은 호방하게 무릎을 치며 웃어댔다. 이왕 일이 이렇게 된바치고 둘사이에 그만하면 연분도 없지 않은것 같은데 백년가약을 맺자는것이였다. 그러자 문턱옆에 앉아서 내내 말이 없던 조씨가 화닥닥 놀라서 령감을 쳐다봤다. 그의 눈에는 원망의 빛이 번뜩이였다.

그 눈치를 인차 가늠한 김진세는 조씨를 돌아보며 어머니되시는분께서는 다른 의향이 계시지 않는가고 물었다.

조씨는 령감이 이미 승낙해버린 일이라 반대의 말은 못하고 문턱만 자꾸 쓸어만졌다. 김진세는 어머니의 심중을 가늠해볼수 있었다. 어느 집에서나 혼사말이 나면 색시편에서 서너번은 틀게마련인데 아무리 도적혐의를 쓰고 불쌍하게 된 딸자식이라고 해도 그렇게 한마디 말로 남에게 훌 주어버리겠는가 하는 불만일것이였다.

김진세는 우리도 왜놈들에게 쫓겨서 간도오지에 들어가 숨어사는 처지이고 이 집도 지주놈밑에서 갖은 고생과 수모를 당하며 사는 처지이니 두집이 사돈간이 되여 서로 돕고 살면 동기간처럼 의합이 잘될것이며 또한 이 집 딸을 며느리로 삼으면 비단필로 감싸주지는 못해도 친자식으로 여기고 마음고생만은 시키지 않을것이라고 달래는 말을 하였다.

조씨는 치마자락에 얼굴을 묻으며 서러웁게 울었다. 윤치석은 안해의 눈물에는 아랑곳없이 대범하게 웃으며 탁배기종지를 권하였다. 그것으로 약혼이 이루어졌다.

김진세는 그때의 일을 더듬어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였다.

(그때 안사돈이 앞을 내다봤지. 으흠… 이 집에 이런 일이 생길줄이야.…)

이때 정지간문이 열리며 누가 들어오는 기척이 났다. 그는 보지 않고도 아들의 체취를 온몸에 느꼈다. 김진세는 얼른 일어나앉았다.

창억은 정지간에서 어머니가 묻는 몇마디 말에 언짢은 소리로 대답하는것 같더니 사이문을 열고 방에 들어왔다. 열려진 사이문을 통하여 정지에서 물동이를 안고 밖으로 나가는 며느리의 모습이 언뜻 비쳐들었다.

김진세는 노여움보다도 반가움이 앞서 더부룩한 수염밑에 미소를 머금고 아들을 쳐다봤다.

창억이는 그 억척스럽던 기세가 어디로 갔는지 후줄근해진 몰골이 되여 아버지앞에 서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이 잔뜩 실렸다. 피발이 선 눈만이 열기를 띠고 번쩍이고있었다.

김진세는 아들이 측은하여 싫은소리 한마디 없이 부드럽게 일렀다.

《게 앉거라.》

그리고는 자리에 앉은 아들의 무릎앞으로 담배쌈지까지 슬그머니 밀어주었다.

《한대 말아 피워라. 속이 상할 때는 동무가 되네라.… 일있냐? 피워라. 세상에 새 풍조가 휩쓰는 판에…》

창억이는 머리를 수굿하고 떨리는 손끝으로 담배를 굵직하게 말았다가 피우지는 않고 무릎밑에 감추어버렸다.

《그래 어떻게 됐냐?》

《안됐습니다.》

《음… 정 안된다더냐?》

《아주 갈라져버리면 어떻겠는지.…》

《갈라지다니? 리혼말이냐? 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냐?》

《말은 그렇게 안하지만 눈치가 뻔한데… 저게 차라리 고약하게 굴면 콱 내팽개치지 않겠습니까. 양같이 고분거려왔는데 제 혼자 잘되자구 어떻게 그런 모진짓을 하겠습니까?》

《음…》

김진세는 몸을 뒤로 젖힐사하며 대견한 눈으로 아들을 건너다보았다.

《옳다.… 그런짓은 못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고 저애를 데려왔니.》

창억이는 머리를 수굿하고 말이 없었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김진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두 요새 속을 많이 썩였다. 이제는 어떻게 하겠니? 집에 정을 붙여라. 혁명을 할 사람들은 따로있는 모양이다. 자격이 없으면서 자꾸 머리를 들여밀어봤댔자 소용있냐. 아무리 생각해봐두 우리는 뒤에서 혁명을 시중들라는게다. 나하구 같이 농사나 짓자.》

그 말에 창억이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아버지는 분하지 않습니까?》

《글쎄 분하면 어떻게 하겠냐?》

《나는 여기를 뜨겠습니다!》

《뜨다니? 엉?》

김일성장군님을 찾아가겠습니다!》

《또 그 생각이냐? 이전에 죽도록 고생하구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신다는 장군님을 네 재간에 어떻게 찾는다구 그러니? 또 장군님부대에선들 근거지에서 제멋대로 뛰쳐난 녀석을 받아줄것 같으냐?》

《떠나겠습니다!》

《이녀석아, 좀 생각해봐라. 장군님부대에는 모두 펄펄나는 장수들만이라는데 너는 갔댔자 짐이나 된다.》

《그게야 제할탓이지요.》

《정 고집을 부릴테냐?》

아들을 뚫어지게 쏘아보는 김진세의 눈에서는 분노가 펄펄 타올랐다.

창억의 얼굴도 사납게 이그러졌다.

《아버지가 절 일찌기 장가보내서 이 꼴이 됐는데 이제 와서 또 앞길을 막는단 말이요?》

김진세는 아들의 다음말을 잘 듣지 못하였다. 여태까지 가슴에 쌓이고쌓였던 노여움, 벼르고별러온 모진 마음이 배밑창으로부터 터져오르는 소리에 귀가 멍멍해져서였다.

로인은 무릎과 주먹을 우들우들 떨다가 목침으로 방바닥을 내리쳤다.

《이녀석아!》

목침이 두쪽으로 갈라져 방바닥에서 딩굴었다.

온 집안공기가 얼어붙었다. 쥐죽은듯 한 고요가 흘렀다.

이때 밖에서 가느다란 비명소리가 나더니 무엇인가 와지끈 하고 박산이 돼버리는 소리가 울렸다. 방안에서 터진 노성의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그 비명에 아버지와 아들은 얼굴이 해쓱해져서 마주보았다.

김진세는 불길한 예감이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어제꼈다. 불빛이 마당으로 쏟아져나갔다.

마당복판에 보금이 얼굴을 두손으로 싸쥐고 앉아있고 그의 둘레에서 번들거리는 물판우에 산산 부서진 동이쪼각들이 흩어져있었다.

《얘야!》

김진세는 놀라 소리치며 맨발바람으로 달려나갔다.

보금이는 얼굴을 싸쥔채로 정지문으로 달려들어갔다. 아버지와 아들은 참사의 스산한 흔적처럼 마당에 널려진 동이쪼각들을 누가 볼세라 얼른얼른 주어모았다. 그런데 여기로 한 그림자가 급히 달려들었다. 오풍헌이였다.

그는 심상치 않은 공기를 느끼고 두리번거리다가 동이쪼각들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이런 깨진게 뭐요?》

김진세는 당황해하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아무것도 아닐세. 로친네가 물을 긷다가 그만… 아… 아무것도 아닐세.》

《동이가 깨졌군. 상하지는 않았소?》

《자넨 이 밤중에 웬일인가?》

《생각다못해 형님을 찾아왔소. 마형네 집으로 가기요!》

《엉?…》

《저녁녘에 찾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여기를 뜨겠다는게 아니겠소. 이제 여기서두 공동식당을 내오구 토지는 뙈기밭까지 쏘베트에다 다 바치구 공동경작을 하게 된다면서… 가기요. 가서 말려야지. 허- 이거 동네에 큰변이 나겠소!》

《그 사람이 환장을 했군!》

《가기요. 우리 셋이야 결의형제를 무은 사이인데 이런 때 옳게 도와야 할게 아니요?》

이때 하늘에서 온 세상을 들부시는듯 한 총성이 메아리쳤다.

그들은 소스라쳐놀라 하늘을 쳐다봤다.

시커먼 하늘에 세방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그것은 유격대와 적위대의 비상소집을 알리는 신호였다.

창억은 아버지옆을 에돌아 길을 달려나가 총소리가 부르는쪽으로 정신없이 뛰여갔다.

개짖는 소리, 아이들의 바스라지는 울음소리, 이집저집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웅성대며 왁작 떠드는 소리들이 귀전을 스쳐지나갔다.

유격대병실로 쓰이는 영림서마당에 사람들이 빼곡 차서 설레였다. 처마밑에서 여러개의 불뭉치가 활활 타올랐다. 그옆에서 웬사람이 권총으로 하늘을 찌르며 웨치고있다.

《…체포해오라! 그것이 안되면 혁명의 이름으로 처단하라! 변절자와 타협하거나 동정하는자들은 가차없이 혁명재판에 고발하라! 동요분자들을 색출하며 우울분자, 불평분자들의 동태에 눈을 밝히라! 쏘베트를 사수하자!》

홍병일의 피타는 목소리이다.

창억은 사람들속을 비집고 들어가며 무슨 일이 생겼느냐고 물었으나 누구 하나 그에게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얼굴이 감때사납게 생긴 적위대원이 역증을 내며 대답해주었다.

《잠을 잤댔어? 마동호네가 다 내뺐어.》

《뭐?》

《동호자식은 무기고에서 수류탄까지 훔쳐가지고 애비를 따라 도주했어!》

창억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마종삼이 뙈기밭에서 콩대를 뽑아던지던 일이며 지붕우의 경비초소에서 동호가 몸부림치던 일이 가슴을 쳤다. 자기들을 적위대에 받아주고 맏형처럼 보살펴온 장룡산중대장에게라도 그 일들을 미리 알렸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지 모른다. 창억은 제 일때문에 윽윽거리며 뛰여다니다나니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다.

그는 숨을 죽이고 홍병일의 옆에 서있는 장룡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홰불때문에 그의 얼굴은 이글이글 타오르는듯 하였다. 그는 이제 돌아오게 될 책임따위는 생각하지 않는것 같았다. 그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듯 한 방심한 얼굴로 분노에 펄펄 뛰는 군중을 둘러보다가 억이 막히는듯 턱을 약간 쳐들사하고 눈을 꾹 내리감았다.

사람들의 분격의 파도속에서 5인조의 추격대들이 무어졌다. 창억은 장룡산이 책임진 추격대에 들었다.

5인조추격대들은 라자구쪽으로, 할바령쪽으로, 3도구와 석현쪽으로, 석두촌과 량수천자쪽으로 파견되였다.

장룡산이네 추격대는 울창한 숲속을 누비며 사동방향으로 나가다가 어느 높은 령마루에 올랐다.

그들은 아득한 지평선쪽으로부터 번져오는 대화재의 불길을 보았다.

화재의 불길이 지나온 뒤의 광활한 황야의 어둠속에는 수백수천으로 헤아려지는 모닥불같은것이 타고있었다. 그것은 부락들이 불타고있는것이였다. 멀고 가까운곳에서 둔중한 폭음이 울려오고 그 사이사이로 총성이 들려왔다. 왜놈들이 《토벌》전을 벌린것이 분명했다.

바람을 타고 연기내, 재티, 피비린내가 날아들것만 같았다. 사람들의 아우성이 간간이 들려오는듯 했다.

그들이 사동쪽으로 내뻗은 길에 들어서 한참 걸어가는데 앞쪽에서 말소리가 융융 나더니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나타났다.

그들은 몸을 날려 길가의 숲속에 엎드렸다.

중키에 힘꼴이나 쓰게 생긴 사람이 웬 사나이를 부축하고 그들의 눈앞을 지나갔다.

창억이 미심쩍은 생각에 그쪽을 쏘아보는데 옆에서 누군가 휘파람같은 소리로 속삭였다.

《저게 동호 아니야?》

그들은 장룡산의 손짓에 따라 일시에 달려나가며 손을 들라고 소리쳤다. 농민복차림을 한 중키의 남자는 마동호를 부축한채로 홱 돌아서며 총부리를 내댔다. 그의 몸에서는 범접 못할 위세가 풍기였다.

《돈주머니를 털자는겐가? 어리석은- 자식들-》

그 사람은 눈에 적의를 번뜩이며 거칠게 내쏘았다.

《허- 이것 봐라, 우리를 뭘로 아는게야?》 장룡산은 자기를 겨눈 총구앞에서 태연하게 몸을 흔들거리며 주눅이 좋게 히죽거렸다.

《우리는 마적도 비적도 아닐세. 우리는 왕청유격대요!》

《동무들, 이건 큰 오해이구만! 총을 거두시오!》하고 그 사람은 반기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장룡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도대체 누군데 이래라저래란가?》

농민복차림의 사람은 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마동호의 잔등에 손을 얹었다.

《이 동무가 당신네 대원이 아니요?》

마동호는 비틀거리다가 장룡산의 발밑에 쓰러졌다.

장룡산은 덮치듯이 그의 어깨를 와락 거머쥐고 불이 황황 이는 눈으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장포리형님! 아버지를… 아버지를 돌려세워보자구 따라갔다가…》

창억이 그의 옆으로 다가서며 울음섞인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제탓입니다. 동호 아버지가 쏘베트를 험하게 욕하는 소릴 듣고도 제가 미처 보고를 못해서 이런…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비켜서라!》

장룡산은 그를 와락 밀쳐버리고는 외면하여 돌아섰다.

《어허, 왜 이렇게 복잡하냐?》

그는 혼자소리로 뇌까리며 숨을 험하게 몰아쉬였다.

농민복차림의 사람이 그에게로 다가서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근거지에서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모르겠소. 일이 잘돼가댔는데 요새는 무슨 도깨비바람이 부는지 속이 푹푹 썩는 일뿐이요!》

이렇게 내뿜고보니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장룡산은 그 사람을 찬찬히 살펴봤다. 어둠속이지만 그는 성미가 매우 강직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인사가 늦어 미안합니다. 저는 김일성장군님의 파견을 받고온 공작원입니다. 김중권이라고 합니다.》

《예?》

장룡산은 펄쩍 놀라 한걸음 물러섰다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거 몰라보고 안됐습니다. 하- 기차다! 이런데서 만나다니! 왕청유격대 중대장 장룡산이올시다!》

《반갑습니다! 근거지에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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