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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제 2 장

6

하루수업 마감을 알리는 종소리가 길게 울리였다. 래일의 교수준비에 여념이 없던 정애경은 그 종소리와 함께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시간동안의 신고를 바쳐 완성한 교수안의 마지막행에 마침표를 찍고 거울앞에 서서 꼼꼼히 머리를 비다듬어넘긴 그는 곤청색크레브로 뚜껑을 해씌운 사업일지를 옆구리에 끼고 담당학급인 1학년 2반교실로 향하였다.

마감수업이 끝난 후 30분간은 중등반이 소학반학생들에게 교실을 내주는 시간이며 그중 첫 10분은 담임교원들이 학생들의 하루생활을 총화하고 다음날의 과제를 주는 시간이다. 이 10분은 교원들이 자기가 맡은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을 다 하는 긴요한 시간이다. 때로는 칭찬도 하고 때로는 꾸지람도 하며 때로는 안타까운 호소와 격렬한 선동으로 총화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학급이 걸어온 하루동안의 로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건들과 가치있는 세부들이 이 시간에 모조리 종합되고 계산되며 평가된다. 어떤 날은 교원이 학급의 명예를 더럽힌 말썽꾸러기나 락후생들을 꾸짖느라고 총화시간을 다 소비할 때도 있다.

교원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설 때의 표정이나 행동거지를 보면 그날 총화마당이 고기압이겠는가, 저기압이겠는가를 대체로 판단할수 있다.

기분좋은 일이 있을 때일수록 엄숙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서는것이 송금주의 특징이라면 정애경은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학생들앞에 나타나 자기의 심리를 그대로 드러내보인다. 전날 밤의 기압이 고기압일 때에는 정애경의 파마머리 뒤켠에 접시꽃모양의 도라지색리봉이 달리군 하며 오전중의 기압이 고기압인 경우는 깍지낀 두손으로 사업일지를 가슴에 붙안고 들어서는 그의 우아한 모습을 꼭꼭 볼수 있다. 그가 량쪽주머니에 두손을 찌르고 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서는 날은 어김없이 1학년 2반 학생들의 머리우에 우뢰가 울고 벼락이 떨어진다.

개학후 두달도 못되는 사이에 1학년 2반 아이들은 자기네 학급의 날씨를 알아맞출수 있는 여러가지 징후들을 죄다 포착하였다.

오늘도 정애경은 접시꽃모양으로 된 리봉을 달고 교실에 들어섰다.

교원총회에서 1학년 2반이 전교의 모범이 된다는 평가를 받은 날부터 그 리봉은 그의 머리에서 하루도 떨어진적이 없었다. 학교에서는 출석정형, 학과성적, 교실관리, 위생문화, 례의도덕 등으로 된 조항을 정해놓고 점수제에 의한 학급별경쟁을 붙이였는데 그 경쟁에서 1학년 2반이 단연 1등을 하였다. 며칠전에는 읍지구 교원들이 《생산문화의 본보기》라는 평가를 받은 이 학급의 교실을 참관하고 돌아갔다.

정애경은 교단에 선 보람을 수시로 느끼며 살았다. 그러니 어찌 그의 머리에서 도라지색리봉이 한시인들 떨어질수 있겠는가.

물론 이런 행운은 그가 개학 첫날부터 뼈심을 들여 아글타글 애써온 노력의 결과였다. 정애경은 복도에서 발끝걸음으로 걷는 훈련과 청소할 때 둘이서 책상을 맞들어 옮기는 훈련, 교원의 부름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훈련, 동무들끼리 소년단경례를 하는 훈련에만도 옹근 한겻을 바치였다. 격식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동작을 되는대로 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무한정 반복훈련을 시키였다. 그가 성취한 교권의 기초는 엄격한 요구성이였다. 이 요구성을 밑천으로 하여 정애경은 부임후 두달도 못되는 사이에 일약 모범교원으로 솟구쳐올랐다.

정애경은 입귀에 피여오르는 미소를 자제하느라고 억지로 입술을 오무라뜨리면서 교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뭉글뭉글 피여오르는 마음속 희열은 피난처를 찾지 못하고 뜨거운 입김이 되여 밖으로만 쏟아져나온다. 그러자 오무라뜨렸던 입술이 방싯이 열리고 고운 이새가 드러나면서 은방울을 굴리는것 같은 목소리가 옥류금소리처럼 흘러나온다.

《오늘 학습과 생활에서는 장영환, 박항하, 김성만, 리근수, 허인학학생들이 모범이였습니다. 장영환학생과 박항하학생들은 문학시간에 짧은글짓기를 잘해서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고 김성만학생과 리근수학생은 로어시간에 인칭변화를 잘해서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정애경의 말은 고저장단과 강약, 휴지가 뚜렷하고 적절했다. 그의 말에는 음악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가 말할 때마다 즐거운 기분으로 그 음악을 감수하군 하였다.

《오늘 허인학학생은 우편통신원이 량쪽손에 무거운 우편물을 들고 학교로 찾아올 때 우편물을 들어주어 착한 학생이라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청소당번들도 교실관리를 잘하였습니다. 이번주 당번학생들은 물에 적신 깨끗한 수건을 교탁우에 놓아 수업중에 있는 선생님들이 백묵가루가 묻은 손을 씻을수 있게 했습니다. 모든 교원들이 1학년 2반 학생들은 따뜻하고 세심하다는 평가를 아끼지 않고있습니다.》

정애경의 방글거리던 얼굴에 갑자기 하늬바람같은것이 일었다. 그는 언제 웃었던가싶게 새초롬한 표정을 얼굴에 싣고 약간 노기가 어린듯 한 억양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어떤 학생들은 복도에서 모자를 집어던지며 장난하다가 지나가던 력사선생님의 백묵통을 떨어뜨렸습니다. 정윤철학생, 조인영학생!》

정애경의 쌀쌀한 눈길은 두 학생에게로 비수처럼 날아갔다. 정윤철과 조인영이 소리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정애경의 비수같은 시선에 압도되여 목을 잔뜩 음츠라뜨리였다.

《이제는 당당한 중학생인데 소학교학생들처럼 유치한 장난을 하면 돼요?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만 하지요? 됐어요. 앉으세요.》

정애경은 앉으라는 뜻으로 손을 까딱해보이고나서 창문쪽 맨 앞책상으로 시선을 옮기였다.

《김여진학생, 다시는 집의 열쇠를 학교에 가지고나오는 일이 없어야겠어요. 어머니가 열쇠를 찾으려고 학교에까지 와서 수업중에 있는 아들을 불러낸다는게 말이 돼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명심하세요.》

수십쌍의 눈동자가 김여진을 지켜보았다. 몇몇 아이들은 그가 목에 열쇠를 걸고 얼굴이 뻘개서 복도로 나가던 모양을 상기하는지 키득키득 웃고있었다.

정애경이 다시 무슨 말인가를 하려고 할 때 나들문을 두드리는 손기척소리가 들리였다. 문이 빠금히 열리면서 《X》 자형으로 접은 쪽지를 쥐고흔드는 손이 보이였다. 그 쪽지를 받아들고 글줄을 따라내려가던 정애경의 눈에 알지 못할 긴장이 서리였다.

《월요일 오후 롱구경기장에서 1학년 1반 학생들과 롱구시합에 참가한 학생들을 전원 데리고 내 방으로 와주시오. 리장준.》

정애경의 가슴에 불현듯 가을안개같이 칙칙한 불안이 서서히 스며들었다. 그는 롱구시합에 참가한 아이들을 한명한명 불러내다가 교장실로 데려가야 한다는것도 잊고 초점없는 눈길을 쪽지에 던진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분명 이것은 불길한 징후이다. 교장이 무슨 칭찬이나 하려고 자기와 자기네 학급아이들을 부르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날 시합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그도 잘 알고있었다. 그 사건때문이라면 별로 걱정할것도 없었다. 그날의 분쟁을 조장시킨 장본인은 장철갑이라는 2학년학생이였다. 1학년학생들은 그가 저지른 망동때문에 참을수없는 모욕을 당한 피해자들이였다. 그렇다면 교장선생의 호출지령은 무엇을 의미할가. 롱구시합에 참가한 우리 학급 학생들속에서 무슨 불량행위라도 나타났단 말인가.

정애경은 의혹을 풀지 못한채 한명한명 지명해서 불러낸 다섯명의 학급롱구선수들을 데리고 교장실로 향하였다. 아이들을 둘러보니 다들 아무 구김살도 없는 당당한 표정들이였다. 저런 표정을 가진 아이들이 교장의 꾸지람을 들을만 한 재구를 쳤다고는 도저히 믿기가 어려운 일이였다.

정애경은 교장 리장준의 심각한 얼굴빛을 보자 온몸이 굳어지는것 같은 불안을 다시금 느끼였다. 사무탁을 사이에 두고 교장의 맞은켠에 앉아있는 풍채좋은 로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 늙은이가 우리 학급 학생들을 신고한 모양이구나 하고 직감하였다. 아이들을 쏘아보는 로인의 눈길에서는 일종의 적의가 느껴졌다.

《로인님, 어떻습니까? 이 애들가운데 로인님이 만났던 애들이 있습니까?》

교장이 이렇게 물었으나 로인은 대답을 서두르지 않고 방안에 둘러선 아이들을 세세히 훑어보았다. 한참만에야 실망한듯 한 어조로 배앝듯이 말했다.

《이 애들은 아니오이다.》

교장은 그 말을 듣자 정애경에게 분부하였다.

《애경선생, 학생들을 돌려보내고 송금주선생에게 이 쪽지를 전달해주시오.》

그는 책상우에서 백지 한장을 끌어당겨 속필로 두어줄 휘갈긴 다음 그것을 접지도 않고 정애경에게 내밀었다.

《월요일 롱구장에서 1학년 2반 학생들과 함께 롱구시합에 참가하였던 학생들을 전원 데리고 내 방으로 와주시오. 리장준.》

좀전에 자기가 받았던 쪽지와 한자의 오차도 없는 내용의 쪽지였다.

그런즉 신고는 나와 금주네 학급의 롱구선수들을 동시에 겨냥한것이 틀림없다. 우리 학급선수들가운데는 로인이 찾고있다는 주범들이 없으니 혹시 금주네 학급선수들가운데 덜미를 잡혔던 주인공들이 있는게 아닐가.

정애경은 쪽지를 들고 교장실에서 나오려다 돌아서서 리장준에게 물었다.

《교장선생님, 학생들이 무슨 몹쓸짓이라도 했습니까?》

《월요일에 롱구시합에 참가하였던 1학년학생들중에서 세 학생이 저 로인네 자전거를 개울바닥에 팽개치고 달아났다누만. 중학생들이 한짓 치고는 너무 야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소?》

리장준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쯧쯧 소리를 내며 혀까지 찼다.

《네, 듣고보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애경은 내심으로 훨씬 더 강도높은 표현을 골랐으나 그것을 감히 입밖에 내지 않고 삼켜버리였다. 개울바닥에 자전거를 팽개쳤다는 그 불량생들이 정녕 송금주네 학급 학생들이라면 그들을 정도이상의 과격한 말로 탓하는것은 곧 곤경에 처한 송금주에게 더 불리한 결과를 가져다줄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기때문이였다.

그런 일을 제쳐놓고라도 송금주는 10월에 들어와 줄곧 남들의 말밥에 오르고있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수업규률이 문란해서 수업을 못하겠다는 항의가 들이닥치더니 이즈음엔 학생들의 평균실력도 저조하고 교실관리도 잘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교원들은 물론 학부형들속에서까지 쉬쉬하고 돌아가는 판이였다. 점수제에 따르는 학급별경쟁에서 정애경이네 학급이 1등을 할 때 송금주네 학급은 8등을 하였다. 전교의 학급이 모두 14개인데 8등이면 그 절반수준보다 못하다는 답이 나온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송금주는 특별히 초조해하거나 전전긍긍하지도 않았다. 또 창피해하지도 않았으며 다른 녀교원들이 흔히 그러듯이 이발을 사려물고 표가 나게 바글바글하지도 않았다. 그저 바다를 바라고 흘러가는 강물처럼 침착하고 꾸준하게 듬직한 률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있었다. 그 어떤 명예나 등수 같은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저러단 한달후에는 1학년 1반이 모든 조항의 경쟁에서 꼴찌가 되지 않을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러면 송금주는 말할것도 없고 그의 슬하에 있는 학생들이 내내 렬등감을 안고살아야 한다.

앞장에서 1위의 영예를 안고 달리는 이 정애경이 송금주를 보기가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무사태평으로 흠흠해있지 말고 좀 분발하렴!》

언제인가 그는 송금주에게 이런 훈계를 하였다. 그러나 송금주는 생긋 웃으면서 정애경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이것 봐 애경이, 내가 락후분자로 될가봐 네가 무던히도 왼심을 쓴다는걸 난 잘 알아. 그러나 너무 걱정말어. 우리는 지금 800m나 5000m달리기를 하는게 아니라 몇천몇만km인지 알수 없는 인생마라손을 하고있어. 언제인가는 이 송언니가 선봉장이 될수 있다는걸 알아야지. 그때 1등자리를 떼웠다구 앙탈을 부리지 말아야 해.》

《글쎄 그렇게 된다면 이 동생 마음이 얼마나 가벼워지겠니. 그런데 그게 그림의 떡으로 될가봐 걱정돼.》

《이 언니 걱정은 놓고 어떻게 하면 1등의 영예를 계속 고수하겠는가하는 그거나 생각해라.》

정애경은 학교후원에서 학생들을 모여놓고 총화를 하고있는 송금주를 찾아냈다. 영천중학교 교원들중에서 총화를 밖에서 하는 교원은 송금주밖에 없다. 괴짜같은게, 교실을 둬두고 하필이면 왜 이 썰렁한 한지에서 총화를 할가. 염소나 양 같은 집짐승들도 우리에서 내놓으면 제멋대로 갈개는데 이 너렁청한 밖에 아이들을 끌어내다 연설을 하면 애들이 사방에 눈을 파느라고 그 연설을 듣나, 이거야 교육학의 초보인데 저 답답한 처녀가 그걸 무시하고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넓은 공간에 있을수록 아이들은 통제하기가 말짼 망아지같은 존재들이라는걸 알아야지.

그런데 그 망아지같은 존재들이 지금 자기네 담임교원앞에서 입들을 항아리만큼씩 벌리고 《하하하.》 라고 소리를 내지르면서 마음껏 웃고있었다. 송금주가 무슨 우스개소리를 했는지 학생들은 한번 벌린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

이 으슥한 한지에서 무슨 굿을 하는지 좀 구경이나 하자.

정애경은 단풍나무줄기에 몸을 기대고서서 송금주의 말을 기다리였다.

《그럼 다음문제로 넘어갑시다.》

그가 마침 입을 열었다. 백묵냄새가 물씬 풍기는 저력있는 목소리였다.

《우리 나라 탄광들가운데서 대표적인 탄광들을 10개 들라는 문제입니다. 어느 학생 대답해보겠습니까?》

응, 하루 30분씩 운영한다던 상식시간인게로구나. 하루는 상식자료를 주고 하루는 그 소화정형을 문답의 방법으로 받아낸다고 했지. 때로는 과제도 주어 학생들스스로가 그 해답을 찾아내게 한다고 했던가. 오늘은 과제수행정형을 검열하는 날인가보다.

정애경은 8등의 자리에서 뭉기적거리면서도 일부러 시간을 짜내여 학생들에게 상식공부를 시키는 송금주의 여유작작한 모습을 보자 어째서인지 역증이 욱 하고 치밀어올랐다. 상식을 주는거야 과목담임들의 몫인데 그걸 왜 학급담임이 하나. 조선에 무슨 탄광, 무슨 탄광이 있는가 하는건 고중에서 다 배워준다. 그런걸 아까운 시간을 소모해가면서 앞질러 배워줄 필요가 있겠는가. 교수준비와 학생교양외에 교실관리만 하자고 해도 교원들에게는 무한정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한데 그런 기본문제에는 눈을 적게 돌리고 해도 되고 안해도 무방할 상식공부라는데 귀한 시간을 물처럼 퍼주고있으니 이거야말로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정애경은 송금주가 사업에서 중심고리를 놓치고있는것 같아 민망스런 생각이 들었다. 몇번 조언도 주고 잔소리도 했지만 마이동풍이였다.

고철룡이 지명을 받고 히물히물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 장난꾸러기가 그랬는지 그의 머리에는 연분흥색코스모스꽃잎들이 잔뜩 얹혀있었다. 아이들이 그걸 보자 와 하고 웃어댔다.

《철룡학생은 대답도 하기 전에 꽃보라부터 선사받았군요. 누가 뿌렸는지 순서를 헛갈린것 같은데요.》

고철룡은 그제서야 머리에 손을 올려 꽃잎들을 털어버리였다. 아이들이 그 모양을 보고 또 한참이나 웃어댔다. 고철룡은 뒤로 팔을 뻗쳐 김동주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탁 튕겨주었다. 자기에게 때아닌 꽃보라를 선물한 주인공을 김동주로 점찍은것 같았다.

《선생님, 대답하겠습니다. 우리 나라의 큰 탄광들로는 고건원탄광, 송남탄광, 회령탄광, 고원탄광, 덕천탄광, 신창탄광, 안주탄광, 학포탄광, 룡문탄광, 삼신탄광, 사동탄광이 있습니다. 더 있습니다. 대랍니까.…》

고철룡은 천천히 자리에 앉으면서 김동주의 이마를 딱 소리나게 또 튕겨주었다.

《철룡학생이 상식숙제를 아주 잘해왔습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자기 나라 력사와 문화, 지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것이 조선혁명에 실지 써먹을수 있는 지식으로 될수 있습니다. 자기 조국에 무슨 명산이 있고 무슨 공장이 있으며 자기 나라의 현대사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개척되였는가 하는것조차 모른다면 그런 학생들이 어른이 된 다음 혁명을 위해 얼마만큼 이바지하겠습니까. 우리는 석탄으로써 온 나라에 불을 지펴주고 뜨거운 열을 주는 탄부들의 자식들로서 고덕탄광과 같은 큰 탄전지대에서 사는것을 자랑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자, 그럼 다음의 상식시간까지 해올 숙제를 내주겠습니다.…》

송금주가 어떤 상식문제를 내겠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정애경은 귀를 바싹 도사리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래일 이 시간까지 나라이름과 그 나라 수도이름이 꼭같은 실례를 세개이상 찾아내십시오. 실례로 아메리카주에 있는 메히꼬란 나라는 수도이름도 메히꼬입니다. 무슨 숙제인지 다들 알만 합니까?》

《네.》

목청과 호흡이 통일되지 않은 성글고 미적지근한 대답이였다. 무슨 아이들이 저렇게도 령감티를 내며 대답할가, 저런 대답을 듣고도 송금주는 만족해할가, 학생들의 대답속에 학급의 기백이 있는데 저 대답에서는 시들한 권태와 무관심성만이 느껴진다. 대답이 미미하면 두번세번 반복시켜 총성같이 땅땅 여무진 대답소리를 받아내는것이 정애경이다. 그런데 저 송금주는 어떤가. 반복은커녕 《그럼 좋아요.》 하면서 다음공정으로 서둘러 넘어간다. 교원이 저런 식으로 아이들을 다루니 교권이 어떻게 서며 학급이 무슨 꼴이 되겠는가. 오죽하면 요전날 조학문선생이 1학년 1반 수업을 하고나와 송금주네 학급에 《령감학급》이라는 별명을 붙였겠는가.

팔에 열성자표식을 단 학생이 송금주앞에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선생님, 11월달 벽보편집방향을 세워보았는데 좀 봐주십시오.》

그 학생은 담임교원앞에 16절지 한장을 내밀었다. 송금주는 번개같이 빠른 눈길로 그것을 몇초사이에 훑어보고나서 짤막하게 결론을 주었다.

《11월에는 인사례절에 대한걸 크게 편집해야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애경은 마음속에 어떤 전률같은것이 길다란 파장을 가지고 번져가는것을 느끼였다. 송금주는 결코 잠자고있는 락후분자도 아니였고 하루하루를 무사태평하게 보내는 둔감한 게으름뱅이도 아니였다. 그는 학생들의 자질과 인격을 높이기 위해 먼 장래까지 내다보면서 다각적으로 활동하는 단수가 높은 교원이다. 방금 본 상식학습이라는것도 부질없는 짓이라고 일축해버릴것이 아니다. 송금주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 꽃에 갔다, 저 꽃에 갔다 하는 무사분주한 나비로만 보아서는 안되겠다. 그는 자기식의 전략을 가지고 일을 착실하고 심도있게 해나가고있다. 교원들이 다들 1학년 1반을 규률이 문란하고 정돈되지 않은 학급이라고 하면서 찌글사하게 보는데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저 8등이 언제인가는 용을 쓸 때가 있을것이다.

아무튼 송금주가 자전거사건을 무난히 넘겨야 할텐데…

정애경은 송금주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교장이 준 쪽지를 내밀었다.

송금주는 쪽지를 얼핏 일별하고나서 롱구시합에 참가했던 학생들의 이름을 뜬금으로 불렀다.

《내 짐작이 틀리지 않는다면 저 각하들이 무슨 재구를 친것 같구나.》

그는 앞에서 책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고철룡이네를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지금 교장실에 장철갑이네 할아버지가 와있는데 그분에게 우리 학급 아이들을 먼저 데리고들어가 선을 보였더니 아니라질 않아. 교장선생의 말이 두 학급선수들가운데서 누구들인가 장철갑이네 자전거를 개울가에 처박았다는거야.》

《그렇다면 범인은 분명 우리 학급애들속에 있어. 너희네 학급선수들은 대체로 꽁생원들이지만 우리 팀의 저 고철룡이나 김동주 같은 인물들은 3학년생들의 귀쌈도 후려칠수 있는 맹수들이야. 월요일에 두 학급이 롱구시합을 할 때 장철갑이란 싱검둥이가 나타나 못난 짓을 했다고 하지 않았어. 아마 거기에 대한 복수를 했을거야.》

송금주는 여기까지 말하고나서 교장실로 호송되여가는 학생들의 등뒤에 대고 큰소리로 물었다.

《철룡학생, 학급동무들앞에서 작가 최서해에 대한 소개를 언제 한다고 했던가요?》

《래일입니다.》

고철룡이 걸음을 멈추고 대답하였다. 그는 태연하다못해 제법 으시대기까지 하면서 여유작작하게 짝패들을 뒤쫓아갔다.

《그럼 잘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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