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상원사람들
리 명 순
6
2016년 10월 14일
《마지막렬차, 화차 170량》
이날 모두가 마지막렬차를 바래워주려고 역두에 나와 서있었다.
재혁은 렬차를 바래워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형언하기 어려운 시련과 난관을 이겨낸 사람들답게 억세고 준엄한 표정을 띤것 같기도 했고 어찌보면 친구를 바래우는 사람들처럼 그저 평범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멘트가 가득가득 실린 화차들을 바라보는 순간에만은 눈이 부신듯, 환희에 잠긴듯 눈살을 쪼프리군 하였다. 혼자 벙긋 웃는 사람도 있었다. 우는 사람은 없었다.
청년들은 롱담과 익살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학생들은 장쾌한 취주악으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가리라
룡희가 들국화꽃묶음을 들고 눈물이 글썽해서 화차에 다가갔다. 재혁의 눈앞에는 화염을 내뿜는 소성로안에서 자기에게 웃음을 보내던 김영길의 모습이 떠올랐다.
영길이, 보라구! 자네가 그리도 걱정하던 일을 다 해냈어. 이 친구야! 이젠 마음을 놓으라구!…
마침내 렬차가 기적소리를 붕- 하고 내지르자 역구내에 만세의 환호성이 터져올랐다. 학생들의 힘있는 취주악과 상원사람들의 열광적인 바래움속에 렬차는 전선으로, 북부전역에로 힘차게 내달렸다.
재혁은 축축히 젖어든 눈으로 평양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경건히 아뢰였다.
×
재혁은 마침내 일력을 덮었다. 그리고 당위원장을 손전화기로 찾았다.
《당위원장동지, 고맙습니다, 제게 참으로 많은것을 생각하게 해주어서… 그런데 방송야회에는 말입니다. 영길동무를 보냅시다.》
징- 전류 흐르는 소리.
재혁이 송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여보시오!》
인차 대답소리가 울리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소성직장장과 그의 딸 룡희를 말이지요.》
짤막한 대답소리였지만 그속에는 최용 당위원장의 감동에 젖은 모습이 통채로 담겨있었다.
×
방송야회무대에 나선 소성직장장 한문성은 이렇게 소리높이 웨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