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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 회

상원사람들

리 명 순

1


소성로 돌아가는 소리가 멀리에서 들려오고있었다.

련합기업소 지배인 윤재혁은 아까부터 책상에 마주앉아 고르롭게 울리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지배인동지, 인차 북부지구 피해복구전투과정에 발휘된 소행자료들을 소개하는 방송야회가 있다는군요. 제 생각엔 지배인동지가 참가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회의때문에 평양에 가있는 당위원장에게서 이런 전화가 걸려온지도 이슥했다. 하지만 도무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가 없었다.

《북부피해복구전투때 우리 상원사람들이 어떻게 투쟁했는가에 대해서야 지배인동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또 지배인동지는 올해에 로력영웅칭호까지 받지 않았습니까.…》

재혁은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아직도 자기가 영웅칭호를 받았다는 사실에는 익숙될수가 없는 그였다. 영웅, 영웅이란 말이지.… 바로 내가…

그는 어둠이 창가에 만들어놓은 커다란 《거울》속에 비쳐진 자기의 너부죽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체구는 남보다 좀 컸으나 특별한것은 찾아볼수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작업모자나 안전모를 쓰고 로동자들이 일하는 기대앞에 서면 믿음직한 선반공이나 소성공이다. 그런 자기가 상원땅에 온지 4년밖에 안되는 올해에 영웅이 될줄 어찌 꿈엔들 생각이나 했을것인가.

북부피해복구전투라는 류례없는 전쟁은 너무도 짧은 기간에 너무도 많고많은 기적과 전설을 낳았다.

북부에서 그렇게도 멀리 떨어진 여기 상원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단 며칠동안에 수십만톤의 세멘트를 생산한 그 기적의 나날들은 생각만 해봐도 가슴이 뿌듯해진다. 그렇다면 기계가 좋아서였던가? 아니면 원료나 자재조건이 특별히 좋아서?… 아니였다. 기계도 그 기계, 원료도 그 원료, 오히려 조건은 여느때보다 더 나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하다면 과연 무엇이 상원땅에 그런 기적을 안아왔던가.… 그는 책상우에 놓여있는 탁상일력을 끄당겼다. 흐르록 지나간 날들을 되돌려세우자 그의 앞에는 9월의 나날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2016년 9월 5일

《!》

그날 련합기업소에서는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상원의 로동계급에게 보내주신 말씀을 전달하는 모임이 있었다.

재혁은 몇분도 안되여 목이 꽉 메고말았다. 눈물이 툴렁툴렁 옷자락에 떨어져내렸다.

이 모임은 곧 궐기모임으로 이어졌다. 사전준비는 없었지만 끓는 가슴을 열어헤치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었던것이다.

그는 제일먼저 연단으로 달려나갔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큰물피해를 입고 한지에 나앉은 함북도지구의 여러 시, 군 인민들에게 추위가 닥쳐오기 전에 집을 지어주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거기에 필요한 세멘트생산을 우리 상원로동계급에게 부탁한다고 하시였습니다.

우린 죽으나사나 꼭 해내야 합니다. 이번 전투에서 한몸이 그대로 기발이 되겠다는것을 맹세합니다.》

《하늘땅이 무너진대도 우린 기어이 해내겠습니다!》

《경애하는 원수님의 9월 3일 말씀을 기어이 관철하자!》

잠시후에 재혁은 사람들의 물결에 휩싸여 현장으로 가고있었다.

하늘은 맑고 대기는 따스했다. 명당다리란간에 내려앉으려던 비둘기들이 사람들의 걸음에 놀라서 푸르릉 날아오르고있었다.

《반장한테 말하라구!》

《오늘 밤교대는 우리가 맡겠다는데!…》

《휴가가 다 뭐야! 차라리 잘됐지 뭐!…》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됐어, 내가 가서 다 말하겠어!…》

멀리서, 가까이에서 걸음을 다그치는 사람들의 행렬속에는 나이가 많은 최용 당위원장의 모습도 보이였다. 그는 절대로 현장으로 갈 때에는 차를 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당위원장에게 익숙되였고 출근시간이 아무리 바빠도 자전거에서 내려서 당위원장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기들도 걸어서 정문으로 가군 하는것이였다.

재혁은 침착하게 걷고있는 최용 당위원장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에서 안정을 찾고 자기가 할바를 생각해보았다.

눈앞에 보이는 웅장한 소성로며 가소로탑, 크링카창고같은 건물들 말고도 련합기업소의 련관공정들과 배속된 탄광, 광산, 내화물공장이며 수송로까지 그 거대한 수십, 수백의 공정들이 작은 모형으로 변하여 머리속에 차곡차곡 정돈되여 들어온다. 직장장들과 기대공들, 현장을 돌아볼 때마다 낯을 익혔던 나이많은 아바이들과 젊은 새 세대들… 그속에서도 전날에 료양소로 떠나보낸 소성직장 수리반장인 김영길의 얼굴이 제일 가까이에 다가든다.

《지배인동지, 전 못 가겠습니다. 200일전투가 한창인데 전호를 떠나라는게 어디 말이 됩니까?》

어제일이 돌이켜졌다.

사실 그때 재혁은 기분이 무척 좋았었다.

그날 아침 7시 그가 막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손전화기음악이 울렸다.

《지배인동지십니까?… 지배인동지가 맞지요?… 여긴 려명거리건설장입니다!》

왕왕 울리는 기중기소리며 호각소리, 차소리를 누르며 알지 못할 어떤 젊은이의 목소리가 귀전에서 울렸다.

《아,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지배인동지, 기뻐하십시오! 우리 대대에서 지금 이 시각까지 맡은 대상의 내부미장공사를 전부 끝냈습니다. 려단적으로 제일먼저 말입니다. 들으십니까?》

《듣고있소! 축하하오! 헌데 동문 누구요?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구?》

《아니, 저… 그저 우연히 알게 되였는데… 어쨌든 말입니다. 세멘트를 꽝꽝 생산해서 보장해준 상원로동계급에게 우리 대대성원들을 대표해서 경례를 드립니다.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세멘트를 받으러 왔다가 차가 고장났다고 하며 도와달라고 지배인의 사무실에 뛰여들어왔던 성미급한 고수머리청년의 감때사나와보이는 얼굴이 얼핏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평안북도려단에 속해있다고 했던것 같다.

재혁은 기분이 붕 떠올랐다. 중요한것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제국주의와의 대결전으로 선포하신 려명거리가 완공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것이고 다음은 경쟁에서 이긴 환회의 순간에 다름아닌 바로 우리 상원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이였다. 온몸에 쌓인 피로가 다 달아나는것 같았다.

바로 그때 문이 벌컥 열리였다.

《지배인동지 , 안녕하십니까?》

들어선 사람은 김영길이였다. 눈이 크고 살색이 녀자들처럼 맑았는데 여느때에는 사람들을 곧잘 웃기던 사람이 왜선지 좀 성난듯 하였다.

그는 다짜고짜로 말하였다.

《지배인동지, 전 못 가겠습니다. 200일전투가 한창인데 전호를 떠나라니 어디 말이 됩니까?》

재혁은 눈섭을 찌프렸다. 명령에 불복종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저도모르게 표정이 굳어지군 하는 그였다.

《동무도 제대군인이 아니요?》 재혁은 이렇게 말하고싶었으나 입을 꾹 다물고 그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영길은 재혁을 면바로 마주보며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지배인동지도 알지 않습니까? 우리 소성로가 보수기일을 넘겼다는걸 말입니다. 언제 온도상승이 일어나고 로안에서 뭐가 떨어져나갈지 모르는데 수리를 책임진 제가 훌쩍 가버리면 그사이 무슨 사고라도…》

《가만!》

재혁은 손을 들어 영길의 말을 중지시켰다. 그러지 않으면 자기도 그의 말에 수긍해버릴것만 같았던것이다. 세멘트가 아무리 귀중해도 로동자들의 건강에는 비길수 없다고 하신 위대한 수령님들의 유훈을 지켜야 할 의무를 지닌 자기가 아닌가. 가렬처절했던 조국해방전쟁시기에도 금강산휴양이 조직되고 병사들의 건강을 회복시켜주었다.

그는 엄한 목소리로 그루를 박듯 말했다.

《무조건 가야 하오. 이건 명령이요!》

영길은 야속한지 긴숨을 푹 내쉬며 손에 들고있던 책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던 재혁의 눈가에 책짬에 끼여있는 사진 한장이 비쳐들었다.

재혁은 손을 내밀어 그것을 꺼내들었다.

푸른 숲속에 세워진 정각과 명주자락같은 리명수폭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였다. 날자를 보니 7월 중순이였다. 다른 한사람과 어깨나란히 서있는 영길은 퍽 젊어보였다. 시름없이 활짝 웃고있는 사진속의 영길과 재혁의 앞에 서있는 영길은 정말 한 십년은 차이나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영길동무, 더도 말고 이 모습을 회복해가지구 오라구!…》

재혁은 싱긋 웃었으나 영길은 머리를 수그리고 씽하니 나가버렸다.…

재혁은 머리를 흔들어 자꾸만 눈에 밟혀오는 그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벌써 그는 모체공장 정문에 다달으고있었다.

《북부피해복구전투에서 우리가 기치를 들자!》

정문가에 금방 써붙인 속보판에서 물기가 번쩍거렸다. 온 공장이 달라진듯 하였다. 즉시 직장별로 종업원총회가 진행되고 세멘트생산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한 토의사업이 벌어졌다. 련합기업소 당위원회와 행정일군들로 송풍기조들이 무어졌으며 매 조들에는 직장들이 분담되였다.

재혁은 실험실과 중앙조종실, 원료직장을 맡은 조에 소속되였다. 저녁이 되니 어떤 참모부성원들은 침구류들을 들고 자기가 맡은 단위에 아주 내려갔다는 말도 들리고 또 어떤 일군은 샘물공급소와 목장, 버섯기지에 자기의 거처를 정하고 후방사업을 완강히 내미는것으로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마음의 신들메를 더 바싹 조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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