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손전화홈페지열람기
날자별열람


제8회


제 2 장

2

오후에 정애경은 《어머니의 생일》 작곡에 참가한 15명의 녀학생들을 음악실로 불렀다. 그들은 영천중학교 예술소조지도교원이였던 리영란이 지난봄에 무은 녀성중창조성원들이였다.

제목을 찍어주고 아이들에게 작곡까지 시킨것을 보면 그의 포부가 아주 원대했던것 같고 어린 가수들에 대한 요구성 역시 대단히 높았던것 같다. 음악교육을 얼마나 심도있게 했으면 13~15살밖에 안되는 중학생들이 선률까지 쭉쭉 뽑아내겠는가. 좀 설익기는 해도 그 15개의 곡들은 다 제나름의 생동한 악상들을 담고있었다. 아이들도 하나같이 령리하고 귀염상스러웠다.

김영찬교무주임의 말에 의하면 리영란은 1년동안의 훈련과정을 거친후 래년부터 전국학생소년예술축전에 참가할 계획이였고 중창조의 실력이 전국적인 수준에 올라서면 그것을 모체로 하여 종목도 여러 갈래로 늘여나가려고 했다고 한다. 정애경에게 예술소조를 맡긴다고 선포하던 날 김영찬은 리영란선생이 기초공사를 잘하고 갔는데 품을 들여 멋있는 집을 지어보라고 그를 고무해주었다. 지금은 중창조성원들이 영천중학교의 예술소조를 대표하고있는셈이였다.

리영란이 떠나간 다음 한달이상이나 쇠를 잠가두고있던 음악실이 오늘은 새 주인을 만난 기쁨으로 흥성거리였다. 15명 소조원모두가 시간전에 모여 방안정돈을 끝내고 풍금앞에 반달모양으로 놓인 1인용걸상들에 앉아 조용조용 한담을 나누고있었다. 정애경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나같이 의젓하고 생신하고 발랄한 얼굴들이였다. 수백명이나 되는 녀학생들속에서 특별히 선발한 신동들이여서 그런지 다들 몸가짐도 점잖고 눈정기도 초롱초롱했다.

새 지도교원을 대하는 소조원들의 태도가 얼마나 장중하고 엄숙했던지 정애경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손짓으로 학생들을 자리에 앉힌 다음 풍금앞에 다가서면서 말하였다.

《소조원동무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는 내가 리영란선생을 대신하여 음악소조를 맡아보게 되였습니다.》

소조원들은 그 말에 열정적인 박수로써 대답하였다.

《그럼 소조원들의 얼굴을 좀 익혀봅시다.》

정애경은 벽장속에서 찾아낸 《어머니의 생일》 악보들을 한장한장 번지며 소조원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김춘희, 주옥경, 리예화, 리주선, 태인순, 김혜경, 송미라, 홍소영, 진성녀…》

처녀애들은 이름을 불리운 순서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옛!》, 《옛!》 하고 대답하였다. 어린 가수답게 목소리도 랑랑했고 몸놀림새도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고 세련되여있었다. 정애경은 그들의 눈망울과 몸가짐에서 리영란의 모습을 읽는것 같아 그를 잠시 눈앞에 그려보았다. 그는 소조원들의 표정과 거동을 보면서 그들이 지금 새 지도교원의 모습과 언행을 통하여 중창조의 미래를 가늠해볼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기대와 호기심으로 불타오르는 아이들의 눈길이 그것을 말해주고있었다.

정애경은 악보를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나는 이 악보들을 시창하면서 리영란선생이 참으로 똑똑한 소조원들을 골라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음악적감각이 대단합니다. 이런 감각만 갖고있으면 무슨 노래든지 다 형상할수 있습니다.》

정애경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그것은 개학날 첫 수업을 하면서 느꼈던것과 비슷한 그런 흥분이였다. 교단은 하나지만 그는 두 고지를 맡은 지휘관이 된셈이였다. 하나가 학과목수업이라면 다른 하나는 음악소조운영이다. 어깨가 뻑적지근해지는것 같은 충만감과 사명감으로 하여 심장의 박동마저 빨라지는것 같은 순간이였다.

《우리 나라는 음악의 나라입니다. 우리 인민은 김원균, 리면상, 김옥성과 같은 세계적인 작곡가들을 가지고있는 재능있는 인민이며 김일성원수님의 존함으로 빛나는 우리 시대, 천리마시대는 음악으로 전진하고 번영하는 위대한 시대입니다. 소조원동무들은 이 위대한 시대를 노래로써 온 세상에 자랑하는 어린 가수들이며 사회주의건설에 일떠선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들을 노래로써 고무해주는 연예대원들입니다.》

정애경은 지금 자기가 전문 음악가들이나 대학생들에게나 해줄수 있는 격조높은 선동을 하고있다는 멋적은 생각이 들어 잠간 입을 다물고 소조원학생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그가 말하고저 했던것은 과연 어마어마한것이 아니였다. 그는 리영란선생이 중창조를 무을 때 어떤 포부를 품었는가에 대해 간단히 상기시키고 그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합쳐 소조를 본때있게 운영해보자는 말로 부임인사를 대신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 말은 한마디도 못하고 위대한 시대니 세계적인 작곡가들이니 하는 요란한 표현들로 문화선전상같은 간부들이나 할수 있다고 생각되는 연설을 하고말았다.

어떻게 되여 이런 탈선이 빚어졌는지 자기로서도 리해할수 없었다.

좀더 따뜻하고 생활적인 말로 초면인사를 할수도 있지 않았을가. 무릎을 마주하고 오손도손 의논이라도 하듯이… 교무주임선생이 그러는데 리영란선생은 영천중학교 중창단을 1년안으로 전국에서 으뜸가는 중창단으로 만들 계획이였다고 한다. 나도 같은 결심이다. 학생동무들, 1년사이에 전국의 패권을 쥘 자신이 있는가 하는 식으로 말했더라면 학생들이 나에게 더 큰 친근감을 품을수도 있었을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 정애경은 자기도 모르게 시대와 음악을 두고 력설하였다.

왜 그렇게 했을가? 교육자의 본능때문이였을가? 가슴속에서 항시적으로 출렁거리던 시대에 대한 자부와 애정의 범람때문이였을가.

정애경의 그 자부는 소조원들의 가슴속에서도 격렬한 공감을 볼러일으키는것 같았다. 그들은 손장난도 하지 않고 눈을 옆으로 굴리지도 않았다. 그 무엇인가에 흠뻑 취한듯 한 눈빛속에 교원의 말 한마디한마디를 고스란히 새겨넣고있을뿐이였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학교의 음악활동은 지금 령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 음악소조는 경제선동도 하지 못하고 학생소년예술축전에도 참가하지 못하고있습니다. 넉달전에 조직되였으니 그저 첫걸음을 뗀데 볼과합니다.》

정애경은 그 첫걸음을 애처롭게 바라보는듯 한 눈빛을 지어보이며 풍금뚜껑우에 팔굽을 얹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였다. 소조원들도 한사람처럼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하지만 락심할것은 조금도 없습니다. 가까운 앞날에 우리 중창단은 1등급의 중창단으로 될것입니다. 나는 소조원동무들의 악보를 보고 그걸 확신하였습니다.》

박수가 또 일었다.

《자, 그럼 소조원동무들, 먼저 발성훈련을 해봅시다.》

정애경은 허리를 꼿꼿이 펴면서 풍금뚜껑을 뒤로 잡아제끼였다.

이윽고 낮은 옥타브로부터 높은 옥타브로 올라가면서 3화음을 련발하는 소리가 갑자기 음악실을 진동하였다. 그 신묘하면서도 은은한 음악소리에 소조원들은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성부에 따르는 서렬을 지었다.

《마이- 마이- 마이- 마이마-》

정애경이 이렇게 선창을 떼자 처녀애들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외웠다.

《마이 - 마이 - 마이 - 마이마- 》

풍만하면서도 아름답고 부드러우면서도 옹골찬 발성소리가 커다란 진폭을 가지고 방안을 울리였다. 그 어데서도 들을수 없었던 매혹적인 음색과 넘쳐나는 음량이 정애경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것은 기대했던것 이상의 결과였다. 음색과 호흡의 통일을 저런 경지에까지 끌어올린 리영란에게 다시한번 진심으로 되는 경의를 표시하지 않을수 없었다.

《발성이 아주 훌륭합니다. 그럼 이번에는 학생동무들이 리영란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형상했다는 노래 〈사랑하는 조국에〉를 복습하겠습니다.》

정애경은 건반을 짚어가는 손가락들에 힘을 주며 전주를 쳤다.


새 교실 창문마다 비치는 해발

아름다운 강산을 노래부르자

승리로 빛나는 영웅의 나라

창조와 건설을 이어갈 우리다


깊은 서정을 타고 흐르는 선률과 가사의 구절구절들은 마치도 정애경이 몸을 담그고있는 교단이 어떤 일터인가를 깨우쳐주기라도 하는것 같았다. 《창조와 건설을 이어갈 우리》, 이것이 바로 이 나라 아이들의 긍지이며 이 긍지높은 세대들을 조국의 미래를 걸머지고 나갈 인재들로 키우는것이 나의 임무이다. 나는 지금 얼마나 신성한 일터에 서있는가.

단성으로 울리던 노래는 후렴에 들어서자 고음과 저음의 두개 성부로 갈라져 조국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껏 터치며 절정에로 치달아올랐다.


사랑하는 조국에 인사를 드리자

우리를 키워내는 어머니품이여 어머니품이여


가슴속에서 치밀어오르는 격정이 피줄을 타고 전류처럼 온몸에 번지다가 얼굴에까지 밀려와 눈굽을 쿡 쑤시였다. 정애경의 눈은 물기에 젖어 번들거리였다. 교실에 차넘치는 어린 가수들의 랑랑한 노래소리를 들으며 그도 지금 마음속으로 사랑하는 조국에 끓어넘치는 감사를 드리고있었다. 그것은 내칠보마을 화전민의 후손인 자기 아버지와 자기를 교육자로 키워 교단에 내세워준 당과 조국에 대한 고마움이였다.

내칠보마을을 떠나 영천땅에 자리잡은 후 정애경의 할아버지는 그리스도교신자가 되여 례배당에 드나들었다. 목사의 신비스런 설교를 들으며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지하다는 하느님아버지에게 부지런히 기도를 드리며 자손들에게 밥을 주고 글을 주고 행운을 주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하느님아버지는 정씨가문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하였다. 온 일가가 달라붙어 손톱끝이 모지라지도록 농사를 지었으나 그들에게 차례지는것은 죽물과 람루와 눈물뿐이였다. 청운의 뜻을 품고 일본에 건너간 정애경의 아버지 정수일은 고학으로 우에노학교를 다니다가 학비를 대지 못해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해방의 날을 보지도 못하고 질병으로 세상을 떠나갔다.

조국은 그들에게 할아버지가 가지고싶어하던 그 모든것을 다 주었다. 집도 주고 땅도 주고 음악을 주었다. 어제날의 고학생이였던 정수일은 대학교원으로 성장하였다. 정애경도 아버지처럼 교단에서 음악을 가르치고있다.

조국은 그를 위해서만도 12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바치였다. 얼마나 보람차고 행복한 학창생활이였던가. 그 12년은 하루하루가 다 명절이였다. 세월은 류수같이 빨리도 흘러갔건만 그 물결우에서 넘실대던 가지가지 사연들은 지금도 정애경의 추억속에서 아지랑이처럼 아물거렸다. 그가 면에서 조직한 소학교 독창경연에 나갈 때 담임교원은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치였던가. 경연에서 1등을 하고 돌아왔을 때 자기를 안아주며 머리에 코스모스꽃잎을 달아주던 정경이 오늘따라 눈물겹게 되새겨지는것은 무엇때문일가. 중학시절에 급성페염으로 의식마저 잃고 신고할 때 머리맡에 앉아 찬물에 수건을 적시여 이마에 연방 얹어주던 담임교원, 칠보산탐승의 날 반달령 굽이굽이를 넘을 때 숨이 차서 할딱거리던 자기에게 지팽이를 깎아주며 즐거운 유모아로 힘을 북돋아주던 체육교원의 모습도 이 시각에는 아이들이 청아한 목소리로 엮어가는 노래의 선률에 실려와 조국에 대한 끓어오르는 고마움을 자아내게 했다.

그 선률이 불러일으키는 감흥이 얼마나 컸던지 정애경은 1절과 2절이 어떻게 물러갔고 3절이 어느새 끝났는지 그것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였다. 등뒤에서 난데없는 박수소리가 일어났을 때에야 그는 건반에서 손을 떼고 조용히 고개를 쳐들었다. 그다음 꿈에서 방금 깨여난듯한 몽롱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까지도 박수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정애경의 눈앞에는 얼굴에 함박같은 웃음을 머금고있는 송금주와 김영찬, 노래라면 쪽을 못쓴다는 최춘숙문학분과장이 서있었다. 그뒤에 어깨성을 쌓고 늘어선것은 상급반 녀학생들의 담벽이였다. 이런 구경군들은 복도에도 가득했다. 자기가 그들의 존재를 감촉하지 못했다는것도 놀라운 일이였지만 노래 한곡을 부르는 사이에 그토록 많은 관객들이 음악실에 몰려와 중창곡을 감상했다는것은 더더욱 놀라운 일이였다.

이게 바로 음악의 힘이라는걸가. 노래가 얼마나 강한 울림으로 심장을 두드렸으면 저 애들이 모두 저렇게 중창이 끝난 다음에도 교실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복도에서 서성거리고있을가.

《애경선생, 어떻소? 우리 학교의 중창수준이?》

김영찬이 송금주와 정애경을 번갈아 돌아보며 물었다.

《이만하면 어떤 무대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것 같습니다. 리영란선생의 솜씨가 대단합니다.》

정애경의 대답이였다. 그는 리영란이 곁에 있으면 절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이였다.

《교무주임선생님, 래년쯤에는 축전에 나갈수 있을것 같습니다.》

송금주도 탄복을 금치 못하였다.

김영찬은 기분이 좋을 때면 늘 하는 버릇대로 오른손 장지손가락으로 안경코를 밀어올리였다.

《그렇다면 됐소. 리영란선생의 수고야 어디 가겠소. 그 선생이 사실은 보배였소. 오죽하면 저 애들이 영란선생을 바래줄 때 엉엉 울었겠소. 우린 모두 락심했댔소. 음악소조는 다로구나 하고 생각했댔지. 그런데 글쎄 정애경이란 보배덩이가 굴러들더란 말이요.》

정애경은 눈을 곱게 흘기였다.

《보배덩이라니요. 막돌이 될가봐 두렵습니다.》

《아버지가 대학교원을 하면서 작곡까지 한다는데 피줄이야 어디 가겠소. 애경선생, 우리는 선생에게 큰 기대를 걸고있소. 노래소리가 높은 학교일수록 최우등생도 많이 나는 법이요. 한달째 중창조가 가동을 하지 못하니 학교가 학교같지 않고 딱 발동이 꺼진 자동차같이 돼가는데 이거야 고리타분해서 견딜수가 있나. 노래와 담을 쌓고 지낸다면야 그게 무슨 온전한 학교겠소. 사람이 노래가 없이야 무슨 재미로 살겠소.》

김영찬은 아까처럼 또 오른손 장지손가락으로 안경코를 밀어올리였다. 사색을 집중할 때면 늘 하는 버릇대로 시꺼먼 량쪽눈섭을 미간으로 몰아붙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은 어디서나 노래를 요구하고있소. 일을 많이 하자니까 에네르기가 필요한거지. 노래란 곧 에네르기거던. 탄광들에서도 농장들에서도 경제선동대를 보내달라고 야단들이요. 그런데 예술소조를 제때에 꾸리지 못하다보니 그런 부탁을 미처 들어주지 못했소. 애경선생, 우리도 예술소품을 가지고 한시바삐 근로자들을 찾아갑시다. 그리구 예술축전에도 선을 보여야 하지 않겠소.》

정애경은 무심결에 소조원들쪽을 얼핏 돌아보았다. 그들의 표정에서 자기가 해야 할 대답을 찾고싶은 충동이 불쑥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중창조성원들은 한결같이 이글거리는 눈의 열기로써 그를 고무해주고있었다.

《교무주임선생님, 힘껏 해보겠습니다.》

김영찬은 손바닥으로 턱을 쓸며 흐뭇이 웃었다.

그러다가 표정을 바꾸어 소조원들에게 눈을 끔쩍해보이며 롱조로 독백이라도 하듯이 뇌이였다.

《가만, 그러다가 리영란선생처럼 또 훌 날아가버리면 어쩐다?》

《교무주임선생님, 그것만은 마음을 놓아도 됩니다. 애경인… 아니, 애경선생은 어떤 경우에도 영천땅에서 날아가지 않을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송금주가 정애경을 대신하여 대답하였다.

《서로 그렇게 약속했소?》

《저희들을 믿어주십시오.》

정애경은 자기가 하는 말에 력점이라도 찍듯이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김영찬을 바라보았다. 소조원들속에서 갑자기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믿음과 기대에 찬 한결같은 표정으로 정애경을 지켜보았다.

《저것 보. 저 애들이 영란선생이 떠날 때 얼마나 상심했으면 오늘 저렇게 박수까지 치며 기뻐하겠소. 우리 다같이 저 박수소리를 잊지 맙시다.》

김영찬은 이런 말을 남기고나서 음악실을 나왔다. 그는 사람들을 흥분시킬줄 아는 선동가형의 교육자였다. 교무주임이 사라진 후에도 정애경의 귀전에서는 《저 박수소리를 잊지 맙시다.》 하던 그의 말마디들이 그냥 지꿎게 맴돌았다.

《금주, 우리의 사회생활이 서막부터 너무 요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정애경은 소조원들이 듣지 못하게 송금주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 물었다. 송금주도 그의 팔에 손을 얹으며 귀속말로 말했다.

《인생의 1막 1장이야 다 그런거지. 오늘 라남탄광기계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일하는 수련이를 만났는데 그도 입직하는 날은 명절같았다누나. 꽃보라, 훈시, 통성, 특식, 오락… 하여튼 요란했다는거야.》

《금주, 지금의 내 심정이 어떤지 알아? 오래동안 객석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무대에 올라 눈부신 조명속에 서있는것 같은 심정이야. 모두가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나를 지켜보고있는것 같은 광경을 좀 상상해보렴.》

《옳아, 우린 방금 인생의 출발선을 떠난셈이야. 인생을 통털어 교향곡이라고 한다면 그 악보의 1악장을 그린다고 할가. 말하자면 너나 나나 다같이 인생의 악보를 그린다고 말할수 있지.》

《인생의 악보》 라는 송금주의 말에 정애경은 손벽을 가볍게 마주쳤다.

《인생의 악보, 거 참 멋진 비유로구나.》

《우리가 어떻게 살며 투쟁하는가에 따라 그 악보는 아름다운 선률로 엮어질수도 있고 무미건조하고 저급한 선률로 엮어질수도 있겠지. 애경이, 우리 힘을 합쳐 아름다운 인생의 교향곡을 창조해보자.》

송금주는 정애경의 손우에 자기의 손을 슬그머니 덧놓았다.

《그래, 우리가 그리는 인생의 악보는 명곡이 될거야.》

정애경도 송금주의 손우에 손을 얹었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