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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제 1 장

6


출발시간을 30분 앞둔 아침 6시정각에 송금주는 갱견학을 가게 될 학생들을 운동장에 모여놓고 인원점검을 하였다. 가, 나, 다, 라순서로 된 출석부의 학생명단을 그대로 복사한 수첩을 펼쳐들고 이름과 얼굴을 하나하나 대조해가며 50명전부를 불렀다.

담임교원이 직접 구상하고 주관하는 막장견학에 50명중 49명이 호응했으면 대단한 출석률이다. 50명전원이 출석했더라면 더 흐뭇했을것이다. 그런데 이 49명의 대오에 섞이지 못하고 지금껏 나타나지 않는 락오자는 도대체 누구일가?

《장일남!》

행여나를 바라며 다시한번 결석자의 이름을 불렀다. 역시 대답이 없다. 장일남, 어떻게 생긴 학생이더라. 학급을 맡은지 한주일도 되지 않은 때여서 개개의 학생들에 대한 표상은 아직 미완성상태이다. 50명식솔의 얼굴들을 완전히 익히자면 좀더 시간이 걸려야 할것이다.

그가 개별담화를 해본 학생이란 학급반장 리기석뿐이다.

《장일남학생이 왜 안 왔는지 누가 모르나요?》

송금주는 자기로서도 리해할수 없는 애틋한 미련을 가지고 대렬을 둘러보았다. 사정은 어떻든 단 한명이라도 견학에서 루락된다면 그것은 완벽한 견학으로 될수 없다.

《선생님, 일남인 오늘 안 나올겁니다.》

대렬 앞코숭이에서 학급반장 리기석이 남도억양이 강한 말씨로 하는 말이였다. 전쟁때 린제쪽에서 들어와 영천에 눌러앉았다는 이주민의 아들이였다. 소학교 4학년때의 경력대로 학급반장자리에 류임시켰는데 과연 학급관리를 잘하였다. 그런즉 리기석은 벌써 장일남이 갱견학에 참가하지 못하는 리유를 알아냈다는 소리가 아닌가. 저런 학급반장이 학급을 통솔한다면 학생관리는 걱정 안해도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학생들은 다 나오는데 일남학생만은 왜 못 나온다는건가요?》

송금주의 시선은 리기석의 얼굴에 못박혔다.

리기석은 그 눈길에 신명이 난듯 했다.

《선생님, 그 동문 짝지발을 짚고 다닙니다.》

《그럼 불구자인가요?》

《네, 어려서 미국놈폭격에…》

학급반장은 우물쭈물하면서 다음말을 잇지 못하였다.

영천지방사람들은 쌍지팽이를 짝지발이라고 한다. 중학1학년생이 쌍지팽이신세를 지고있다면 이거야말로 불행이다. 학급을 맡은지도 한주일이 되여오는데 나는 왜 여적 학생들가운데 불구자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있었을가. 교실에서 학생들과 첫 인사를 나눈것이 한주일전 일이지만 그때도 송금주는 쌍지팽이를 보지 못했었다. 그날은 아마 장일남이 그걸 새 담임교원이 보지 못하게 책상밑에 간수했을수도 있다.

장일남, 출석을 부르고 《예.》 하는 대답을 들은것도 분명하지만 어인 일인지 얼굴만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학급에 불구가 있다면 교원의 시선이 응당 그런 애부터 포착해야 하는데 그걸 놓치였다. 얼마나 큰 실책인가. 실책은 둘째치고라도 아이들축에 끼지 못하는 장일남은 지금 자기자신의 육체를 두고 얼마나 한탄하겠는가.

《학급반장학생, 일남학생의 아버지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는가요?》

《네, 탄광에서 굴진공으로 일합니다.》

리기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대렬 중간쯤에서 김동주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날아왔다. 고덕역사앞에서 송금주의 손짐을 들어주고 화물자동차운전사에게 그를 소개해주던 소년이였다. 자기가 맡은 학생들의 무리속에서 김동주의 낯익은 모습을 발견했을 때 처녀는 속으로 얼마나 기뻐했던가. 운동장에서도 교실에서도 송금주에게 특별히 알은체를 하지 않던 그가 오늘은 무엇때문인지 교원의 물음에 학급반장을 앞질러 대답한다. 그 목소리나 어조에는 그와 장일남의 친밀한 관계를 가늠하게 해주는 살틀한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할가요? 일남이를 둬두고 우리끼리만 갈가요?》

송금주는 이런 물음을 던지고나서 대렬을 둘러보았다.

《선생님, 짝지발을 짚고서는 갱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 애를 데리고 갔다간 이제 애를 먹을수 있습니다. 시간도 다 됐는데 빨리 떠납시다.》

리기석이 제법 사리를 따져가며 하는 말이였다.

《빨리 떠납시다!》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으로 터치는 합창이였다. 그 합창소리가 얼마나 단호하고 랭정했던지 아이들은 모두 오한이라도 만난것처럼 몸을 떨었다. 몇초동안은 누구도 그 목소리의 임자들에게 감히 맞서나서지 못하였다. 송금주는 자신이 고립무원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저 아이들중에 그래 이 담임교원의 심정을 알아줄만 한 리성을 가진 인물이 한명도 없단 말인가, 내가 맡은 저 아이들이 모두 동정심도 없는 무지막지한 랭혈들이란 말인가.

《선생님, 일남일 데리고 갑시다!》

대렬속에서 그 무엇인가 항변하는듯 한 김동주의 야무진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의 제의는 즉석에서 반격에 부딪쳤다.

《동주, 정신있어?! 너 누굴 고생시키자구 그러니?》

무슨 일에서나 걱정부터 앞세우는 뚱뚱보 오장수가 발끈해서 하는 말이였다. 김동주가 전열기라면 그는 랭각수라고 하던 소학교시절의 담임교원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교원이 왜 《전열기》와 《랭각수》라는 대조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그 두 학생에 대해 특별히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되였다.

《인차를 타고간다는데 고생은 무슨 고생이야.》

김동주의 변론도 만만치 않았다.

《인차에 오르내릴 땐 누가 거들어주구?》

《누군 누구야, 우리지.》

《우리는 무슨 우리… 일남인 네가 맡으려무나.》

콕콕 쪼아대며 승벽을 다투는 모양이 수닭의 싸움을 련상시키였다.

김동주의 흥분이 도를 넘는것 같았다. 그가 왜 그렇게 흥분하는지 그 까닭을 알길이 없었다. 그의 항변에 주눅이 들었는지 오장수는 입을 닫아매였다. 주도권은 김동주에게로 넘어갔다.

《선생님, 일남일 데리고 갑시다.》

아무쪽에도 기울지 않고 형세를 지켜보던 학급반장 리기석이 두 아이의 언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자 모두가 《데리고 갑시다.》 하고 그의 말을 입을 모아 되풀이하였다. 학생들은 리기석의 태도에 맞추어 붉을 홍도 되고 푸를 청도 되였다. 이 학급에서 학급반장의 영향력이 얼마나 센가를 직감하게 하는 순간이였다. 송금주는 푸른 신호등을 켜들고 자기를 도와나선 김동주가 얼마나 고맙고 대견스러운지 목마라도 태워주고싶은 심정이였다. 바람따라 돛을 달지 않고 신념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가 얼마나 돋보이는지 몰랐다.

《동무들이 생각을 옳게 했습니다. 습격전에 나갔던 인민군대아저씨들이 부상당한 전우들을 떼던지고 적후에서 돌아왔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습니까. 인민군대아저씨들은 설사 자기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전우들을 절대로 버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정신, 그런 동지애를 따라배워야 합니다. 동지애만 있으면 무서울것도 없고 못해낼 일도 없습니다. 막장견학에 일남일 데리고 갑시다. 누가 일남이네 집을 알아요?》

《제가 압니다.》

김동주가 대렬앞에 한걸음 나섰다. 그는 명령을 기다리는 병사처럼 바지혼솔에 손을 붙이고 빳빳이 서서 송금주의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고슴도치의 털처럼 총이 센 직각으로 곤두선 머리털들은 애되고 해말간 얼굴과 이상한 부조화를 이루고있었다. 그런데 이런 부조화가 오히려 담차고 선량한 그의 성격적우점을 강조해주고있었다.

《집이 어느 동네인가요?》

송금주가 물었다.

《신영천역앞에 있습니다.》

《그럼 빨리 가서 일남일 데리고 영천려관앞으로 오세요.》

《알았습니다.》

거수경례를 붙이지 않았지만 어조만은 군인식이였다. 김동주는 몸에 날개라도 돋친것처럼 신바람나서 교문밖으로 빠져나갔다. 발에서 문수가 맞지 않는 로동화가 철러덕거리였다. 어른들의 신을 신고 나온 모양이였다. 막장에 들어간다고 일부러 저런 신을 신었을가. 그가 끌고가는 로동화에서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떠납시다.》

송금주는 리기석을 향해 눈짓으로 출발구령을 주었다.

《모두들 노래를 부르면서 갑시다. 어제 선생님이 배워준 노래 말이예요.》

그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우리는 중학생》의 선창을 뗐다.


푸른 하늘 저 높이 공화국기 휘날고

우리들 가슴엔 새 희망 넘친다


아이들은 4렬로 종대를 짓고 행진을 시작하였다. 중학생이 된 자랑을 가슴가득 안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면서 시내쪽으로 흘러갔다.


원수님의 그 은혜 해빛처럼 비치여

우리들은 영예로운 중학생이다


아이들이 중학교교문에 들어섰다. 고급중학교와 대학들도 신입생들로 흥성거릴것이다. 후대들의 성장과 더불어 조국도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키를 솟구치고있다. 시각을 다투며 변모하는 조국을 생각하면 저절로 가슴이 부풀어오른다.

심혈을 뿌려 나라에 바칠 한개 구분대가 출발선을 떠나가고있다. 저애들을 위해서 심장을 다 바치리라. 송금주는 이런 충동에 잠겨 교문밖으로 흐르는 대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금주!》

정애경이 뒤에서 그의 팔을 잡아당기였다.

《난 다 봤어. 그리고 다 들었어. 그 짝지발만은 제발 떼두고 가렴. 데리고 갔다가 무슨 고생을 하자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어. 갱도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야.》

《솔직히 말해서 난 처음부터 너의 그 갱견학을 무모한짓이라고 생각했다. 교장선생님도 승낙을 했지만 걱정이 여간 아니다. 넌 뭐든지 한번 빠지면 발을 뽑지 못하는게 탈이야. 이것 봐, 금주야. 사랑이라는건 그렇게 소낙비처럼 아무데나 막 퍼붓는게 아니야. 사랑에도 조절이 필요한거야.》

이 아침에는 하얀 크레브로 지은 정애경의 브라우스조차 송금주에 대한 념려와 질책으로 불그스레 상혈되는듯싶었다. 송금주는 두손으로 정애경의 볼을 쓸어주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그런 사랑이라면 난 차라리 안하고말겠습니다. 사랑에는 조절이라는 요물이 있을 자리가 없지요. 너무 걱정말고 이 언니가 갱에서 돌아온 다음 오이랭국이나 대접할 준비를 하는게 어떨가요?》

그는 정애경의 반응을 기다릴 사이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대렬을 뒤쫓아갔다. 얼마쯤 가다가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았다. 정애경은 교문앞에서 얼없는 표정으로 대렬이 움직이는쪽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래도 학교운동장까지 나와 있을수 있는 사고도 걱정해주고 그 무슨 고생도 념려해주는 정애경이 친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려관쪽에서부터 김동주가 헐레벌떡거리며 대렬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마주왔다. 그는 대렬뒤에서 걸어오는 송금주를 보자마자 덤벼치면서 정황보고를 하였다.

《선생님, 일남인 집에 없습니다. 다섯시에 아침밥을 먹고 나갔다는데 혹시 갱에 직방 가지 않았을가요?》

송금주는 동감의 표시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다섯시에 벌써 아침밥을 먹고 나섰다면 직행이 틀림없었다. 그라고 왜 갱견학에 참가하고싶은 욕심이 없겠는가.

《갱으로 직방 간게 틀림없어요. 학생동무들, 속도를 높입시다.》

송금주의 지령에 따라 대렬은 평보로부터 속보로 넘어갔다. 잠간사이에 정문호의 집을 지나 공무동력직장을 지나고 저탄장을 지났다. 전차갱앞에 이르자 송금주는 대렬에 휴식구령을 주고 리기석과 김동주에게 장일남을 찾으라고 이른 다음 갱사무실로 들어갔다.

전날 갱장의 소개로 인사를 나눈적 있는 로동안전원이 복도에서 그를 맞이하였다. 성미가 팔팔한 갱장과 달리 조용하면서도 결패있게 생긴 그는 상대가 미처 인사를 하기도 전에 히죽히죽 웃으며 물었다.

《아이들이 왔습니까?》

《네.》

《그럼 나가서 한바탕 연설을 해볼가요?》

《그렇게 해주십시오.》

송금주는 로동안전원을 앞세우고 갱사무실을 나섰다. 갱입구앞에 아이들을 태우고 들어갈 인차가 서있었다. 인차 옆구리에는 《그날계획은 그날로!》라는 선동적인 구호가 붙어있었다. 유리가 달리지 않은 운전칸의 창틀너머로 상체를 내밀고 아이들과 롱을 주고받는 애어린 운전공총각의 모습이 보이였다. 아이들은 갱어귀에서 50메터 떨어진 공지에 모여 리기석의 말을 듣고있었다.

송금주는 학급반장을 불러낸 다음 귀속말로 물었다.

《일남이를 찾아냈어요?》

《네.》

《그런데 왜 보이지 않아요?》

《저기 저 굽인돌이뒤에 있습니다.》

리기석은 잡관목으로 뒤덮인 언덕을 손짓해보이고나서 무슨 처분이라도 기다리는듯 고개를 푹 떨구었다. 자기가 갱사무실로 들어간 사이에 무슨 사달이 있은 모양이였다.

《왜 누가 뭐라고 했어요?》

《네, 철룡이가 일남이의 짝지발을 짚고 절뚝절뚝하면서 병신흉내를 냈습니다. 그리구 장수는 일남이보고 집에 가만 앉아있지 않고 왜 여기까지 왔는가, 네가 갱에 들어가면 온 학급이 걱정하고 선생님도 마음을 못 놓겠는데 네 생각만 하면 되니 하고 퉁을 놓았습니다. 일남인 울면서 저리로 달아났습니다.》

《옳지들 않아요.》

송금주는 로동안전원이 알아듣지 못하게 나직이 내뱉고나서 말을 이었다.

《불구자들을 모욕하는건 야만적인 행위예요. 더구나 일남인 어렸을 때 미국놈폭격에 부상당하지 않았나요. 이런 일이 두번다시 되풀이되면 학급반장부터 용서안하겠어요. 심보가 고약한 인간들은 천리마시대에 살 자격이 없다는걸 알아야 해요.》

로동안전원이 송금주의 곁으로 다가왔다.

《선생님, 시작할가요?》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송금주는 대렬을 한바퀴 휘둘러보고나서 표정을 가다듬고 엄숙하게 말했다.

《학생동무들, 이제부터 탄광 로동안전원동지가 갱에 들어가서 지켜야 할 주의사항을 설명해주시겠습니다. 명심해서 들어두었다가 그대로 행동해야 하겠습니다.》

로동안전원이 아이들에게 갱내 행동준칙을 해설해주는 사이에 그는 언덕배기너머에서 울고있는 장일남이한테로 찾아갔다. 굽인돌이를 돌아서자 무르팍에 짝지발을 올려놓은 장일남이 땅바닥에 퍼더버리고앉아 조각품처럼 굳어져있는 모습이 바라보이였다. 련민과 노기가 엇섞인 담임교원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는 일어서서 례의를 표시해야 한다는것도 잊고 이마가 무르팍우의 짝지발에 부딪칠 정도로 고개를 푹 꺾었다. 모든것을 체념해버린듯 한, 비분으로 이지러지고 절망에 시들어버린것 같은 소년의 참담한 인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학생들의 얼굴을 익히느라고 교실에서 두번이나 출석을 부르면서도 특별히 기억에 새겨두었던 모습은 아니였다. 검은 눈동자보다 흰 눈동자가 더 두드러져보이는 부조화는 어쩐지 이상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앙다문 입술의 모양새 역시 록록치 않다. 떼를 쓰면 강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면 옹고집을 부릴 형이다.

《일남인 담임선생앞에서 례절을 차릴줄도 몰라요?》

송금주는 동정이나 위로대신 소년을 엄하게 꾸짖었다. 례절이라는 그 말이 무엇을 념두에 두고있는가를 재빨리 간파한 장일남은 짝지발을 겨드랑이에 끼고 낑낑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정황에서는 될수록 상대가 자기자신의 육체적약점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해야 하였다.

《녀자애들처럼 왜 시시하게 눈물을 짜면서 그래요. 도대체 남자가 맞기는 맞아요?》

장일남이 변명을 늘어놓을 사이도 없이 두번째 강타를 안기였다. 잔뜩 이지러졌던 그의 얼굴에 놀랍게도 온화한 빛이 어리였다.

《빨리 동무들한테로 가자요.》

저항도 없고 반발도 없었다. 장일남은 짝지발을 옮겨짚으며 송금주를 따라 갱구쪽으로 절뚝절뚝 걸어갔다. 아이들이 싸리가지로 엮은 안전모를 쓰고 인차에 오르고있었다. 그들의 무리속에서 김동주가 인차에 오르려다 말고 장일남의 앞으로 뛰여왔다.

《일남아, 빨리 가서 인차에 오르자.》

그 말에 장일남은 걸음을 더 옮기지 못하였다. 육체의 어느 한 부위에서 제동기 같은것이 그의 걸음에 훼방을 논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선생님, 난 병신흉내를 내는 아이들하구는 같은 인차에 타지 못하겠습니다.》

그는 얼굴을 쳐들고 송금주를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학생들을 다루는데서는 고차방정식을 풀 때와 같은 고충을 겪어야 할 정황에 맞다들수 있다고 하던 교육간부학교 교장의 말이 얼핏 떠올랐다. 이거야말로 1차, 2차도 아닌 3차원급방정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누가 말했던가. 교육은 심오한 사색과 과학적인 방법론을 필요로 하는 변증법적인 창조과정이라고.

장일남의 눈물과 노여움, 그것은 진리와 원칙만을 용납하는 준엄한 현실이 송금주에게 제시한 방정식이다. 송금주는 인차의 출발시간인 8시전까지 그 방정식을 풀고 장일남을 입갱시켜야 한다. 그런데 장일남은 병신흉내를 내는 아이들과는 인차를 같이 타지 않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를 까다로운 아이라고 나무랄수는 없다. 인격에 대한 모욕은 때때로 사람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오늘 장일남이 철룡이한테서 당한 상처는 치명상이라고 볼수 있다. 그가 그런 애들과 인차를 같이 타지 않겠다고 하는것은 훼손당한 인격을 보호하고 고수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다. 이 몸부림을 교권으로 간단히 눅잦힐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럴 가망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할것인가?

송금주가 이렇게 망설이고있을 떼 로동안전원이 인차에 오르라고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선생, 빨리 차에 오르시오. 입갱시간이 다 되였수다.》

송금주는 구답표 한장을 더 뽑을 권리라도 주는듯 한 심정으로 장일남을 다그어댔다.

《저것 봐요. 옹근 하나의 전차가 일남이때문에 입갱도 못하고 시간을 지체하지 않나요. 빨리 인차에 오르자요.》

《저 애들하고는 싫습니다. 난 짝지발을 짚고 걸어서 막장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송금주는 더 말을 붙이지 않고 인차에 다가가 로동안전원에게 장일남이 노여움을 타게 된 전말을 추려서 말해주었다. 그리고는 결론을 짓듯 말했다.

《지금 저로서는 도저히 설복시킬수가 없습니다. 자존심이 여간 아닙니다. 노여움도 도를 넘고…》

《애들의 롱질이 지나쳤구만. 일남이가 짝지발로 병신흉내를 냈다는 녀석을 후려치지 않은게 다행이우다.》

《로동안전원동지, 일남인 내가 책임지고 데리고 들어가겠으니 먼저 출발하십시오.》

《그럼 선생이 일남일 데리고 천천히 뒤따라 들어오시오. 내가 인차를 가지고 마중나올테니. 자, 이걸 받수다.》

로동안전원은 송금주에게 칸데라와 싸리로 엮은 안전모 2개를 넘겨준 다음 운전공에게 출발신호를 보냈다. 견학생들을 태운 전차가 기적소리를 울리며 갱으로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갔다.

송금주는 장일남에게 안전모를 씌워준 다음 《자 일남학생, 우리도 가자요.》 하고는 앞장서서 갱구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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