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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회

전선에서 만나자

백 상 균

3


항전투지휘부는 긴장상태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5일에 원산항에서 세멘트 4 500t을 싣고 출항한 《송평7》호가 동해상에서 시속 17m의 강풍으로 인한 3m이상의 파도와 맞다들렸다는 통보를 받았던것이다.

포장하지 않은 세멘트를 싣다보니 풍랑에 의한 짐류동으로 항해가 어려운데다가 광란하는 파도와 맞다들렸으니 배의 안전을 담보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런 때는 가까운 안전한 곳에 빨리 대피하는것이 상책이다. 현재 배가 떠있는 수역은 마양도앞바다였다.

이제라도 긴급대책을 세우면 된다.

항전투지휘부에서는 《송평7》호에 빨리 대피하라는 긴급무전을 날리였다.

인차 답전이 왔다.

《절대로 대피할수 없다. 원쑤들이 이 땅우에 핵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전쟁연습에 미쳐돌아가고있을 때 어머니 우리 당은 인민사랑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오늘의 전투는 광란하는 바다와의 싸움이 아니라 원쑤들과의 사생결단의 해상격전이다. 그런데 파도가 사납다고 대피한다는것이 말이 되는가. 절대로 물러설수 없다.》

《송평7》호 선원들의 비장한 각오에 일군은 뜨거운것을 삼키였다.

이제 그들이 벌릴 사나운 파도와의 싸움이 눈앞에 방불하게 떠올랐다.

현재의 강풍이 지속된다면 20여시간은 파도와 싸워야 할것이다.

그 시간이면 계획된 화물수송이 지체될수 있는 공백이 생긴다.

지금 항부두에는 북부전선으로 탄원한 수백명의 인원들과 산더미같은 마감자재와 건구류들이 다른 배들보다 먼저 출항한 《송평7》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있었다.

이제라도 비상대책을 세워야 하였다.

하다면 어떻게… 동해상의 짐배들은 모두 짐들을 싣고 북부로 떠났다. 이제 서해상에 있는 배들을 불러오자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것이다.

이렇게저렇게 방도를 모색해보았지만 그 공백을 메울수 있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속이 탔다. 길 잃고 어둠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모양 안타까와하던 일군의 뇌리에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아까 낮에 찾아와 자기네 배도 짐을 싣고 출항을 하겠다고 생떼를 쓰던 《홍원88》호 선장이였다.

그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어정쩡한 대답을 하였었는데 선장은 무작정 배를 항에 대겠다고 했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그 공백을 《홍원88》호가 메워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도저히 자신심이 생기지 않았다. 성일군들도 결심을 세우지 못하지 않는가. 천금처럼 귀중한 수백명의 인원들과 마감자재와 건구류들을 싣고가다가 도중에 사고라도 나면 어쩐단 말인가.

기연가미연가하며 닭알낟가리를 쌓았다헐었다하던 일군은 미련을 털어버리듯 머리를 흔들었다.

안돼, 아무리 일이 긴급하다고 해도 절대로 모험할수는 없다.

그때였다. 부두쪽에서 《붕-》하는 배고동소리가 길게 울리였다.

그 소리에 누가 뒤덜미를 잡아채기라도 한듯 벌떡 몸을 솟구치고 창가로 다가서는데 문두드리는 소리에 이어 나들문이 벌컥 열리며 웬 사람이 방안으로 뛰여들었다.

놀란듯 문가쪽으로 돌아보니 범 제 소리하면 온다더니 《홍원88》호 선장 리효영이 근엄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례복에 금줄이 건너간 모자를 쓴 그에게는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이 엿보였다.

일군은 한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어떻게 된거요? 선장동무.》

《어떻게 되다니요? 내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도 기어이 북부전선으로 출전하겠다고… 그러니 더이상 되니 안되니 하지 마십시오.》

리효영의 못질에 일군은 더는 그를 설복시킬수 없음을 느끼고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었다. 이 사람의 결단은 성일군들도 휘여내지 못할것이다.

했으나 미타한 생각을 쉽게 털어버릴수가 없었다.

《정말 무사히 청진항까지 가낼수 있겠소?》

《걱정마십시오. 죽음을 각오한 사람 당할자 세상에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배심있게 하는 장담에 일군은 껄껄 웃으며 리효영의 어깨를 툭 쳤다.

《좋소, 동무들을 믿겠소. 동무네 배가 출전하겠다니 한숨이 나가누만. 솔직한 말로 내 그새 고민이 많았소. 지금 이 시각 저 마양도앞바다에서 〈송평7〉호가 시속 17m의 강풍과 3m이상의 파도와 맞다들렸소.》

그 말에 리효영은 깜짝 놀랐다.

처음 듣는 말이였던것이다.

지금쯤 청진항에 짐을 부리고 돌아섰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날바다에서 강풍과 사나운 파도를 여러번 맞다든적이 있는 리효영은 그 싸움이 얼마나 처절한지 잘 안다.

그야말로 생사를 판가리하는 격전이였다.

《송평7》호 선원들이 지금 이 시각 광풍과 길길이 날뛰는 파도와 격전을 치르고있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마음이 긴장해졌다.

자기네 배도 항행중에 날바다우에서 그런 일을 당할지 어이 알랴.

만약 그런 정황에 부닥치면 우리 배가 꽤 견디여낼가.

힘들것이다. 그렇다고 바람새 좋은 날을 택할수야 없지 않는가.

《벌써 몇시간째 날바다와 싸우고있소. 대피를 하라고 했지만 어디 말을 듣소. 기어이 헤치고 나가겠다는거요. 그들을 믿어야지. 하지만 그들이 간난신고하며 바치는 시간에 공백이 생겼소. 지금 북부전선에서는 건설자재가 싸우는 고지에서의 총탄처럼 귀한 때가 아니요.

그래 성일군들도 우리도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것인가를 고심하댔는데 동무가 이렇게 나타났구만. 그렇다는 의미에서 내 동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것 같소.》

일군의 진정에 리효영은 빙긋이 웃어보였다.

《그러지 마십시오. 고맙다는 인사는 오히려 저희들이 해야지요. 왜냐면… 에, 그만둡시다. 전 그럼 배에 가겠습니다.》

《함께 가기요.》하던 일군은 이제껏 까맣게 잊고있었던 처녀의사의 말이 생각히웠다.

아까 그가 자기를 찾아와 《홍원88》호 선장은 당장 입원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하였었다.

그때 《송평7》호소식을 듣고 속이 새까매서 헤덤빈탓에 처녀의사의 경고를 그만 《귀양》을 보냈었다.

《선장동무, 아까 시인민병원 의사선생이 왔댔소.》

그 말에 리효영은 어마지두 놀랐다.

처녀의사가 여기까지 나타날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었다.

검질기기란. 융통성이란 꼬물만큼도 없는 처녀로군.

리효영은 그 처녀의사와 다시 맞다들릴것만 같아 은근히 마음이 불안하였다.

《의사선생이 뭐라고 했습니까?》

《입원을 거절하고 달아났다면서 당장 비상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더군. 그러지 않았다간 생명을 잃을수 있다면서… 그게 사실이라면 걱정되누만. 이제라도 병원으로 가는게 아니요? 동무가 아니라도 대신할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지 않소.》

일군의 걱정에 리효영은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

《의사들이란 참, 혈압이 좀 올라간걸 가지고 무슨 큰일이라도 난것처럼… 걱정마십시오. 전 정상입니다.》

일군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어떤 말로도 이 사람을 눌러앉힐수 없음을 알고 가벼운 한숨을 내쉬였다.

《정말 일없겠소?》

《마음놓으십시오.》

《하여튼 주의하오.》

두사람은 나란히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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