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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회

《화선결혼식》

김해룡


함북도 피해복구전투는 말그대로 전쟁이였다. 이 전쟁에 군대와 인민이 어깨겯고 나섰다. 군대와 인민사이에 오가는 그 혈육의 정, 그 사랑과 의리, 그 사상과 투쟁기풍은 가장 극악한 조건에서 가장 위대한 힘으로 화산처럼 분출하였다. 북부전역에서 군민이 한덩어리가 되여 불사신처럼 싸우던 시기 그곳에서는 소박한 결혼식이 있었다.

북부의 군민은 이 결혼식을 《화선결혼식》이라고 불렀다.

북부전역에 화선병사, 화선군의, 화선방송, 화선공연이라는 말은 있었으나 아직 《화선결혼식》이라는 말은 없었던 때였다. 이 나라의 평범한 처녀총각의 결혼이였지만 북부전역의 군대와 인민은 그 결혼을 소중히 여겨주었고 다함없는 축복을 해주었다. 하다면 북부전장의 군대와 인민은 이 평범한 한쌍의 결혼에서 무엇을 보았던가… 무엇을 그려보았던가? …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영아는 결혼을 하게 된다. 꿈많던 처녀시절을 끝내고 결혼을 하게 된 영아는 이상야릇한 두려움과 새 생활에 대한 동경으로 하여 한껏 부풀어오른 가슴을 진정할수가 없었다. 애틋한 마음으로 결혼식일정도 품들여 작성하였다.

…만수대언덕에 높이 모신 위대한 수령님들께 삼가 인사를 올리고,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과 중앙식물원에서 사진촬영도 하고, 그다음엔 화려한 결혼식식당에서 사람들의 축복속에 큰상을 받고…

영아는 밤이면 아름다운 봄꿈을 꾸듯 이 모든 결혼식일정을 그려보군 하였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이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군 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자기가 세운 이 결혼식일정에 대해 말해주면 싱글벙글하며 입을 다물줄 모를 광명의 모습도 방불히 안겨와 혼자서 속웃음을 짓기도 했다.

영아는 광명과 선을 보던 3년전의 그날도 즐거운 마음으로 추억해보았다.

그때 영아는 24살, 꽃나이처녀시절을 보내고있었다.

처녀들이 그 나이가 되면 누구나 총각들의 지꿎은 눈길을 받게 되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아에게는 어느 한 총각도 다가서지 않는것이였다. 그런데는 관심이 적어 심상하게 여기던 영아는 어느날 번역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무들의 속삭임소리를 듣게 되였다.

영아가 대학 최우등졸업생이고 또 너무 고우니 총각들이 저런 처녀에게야 이미 대상자가 있겠지 하고 단념해버린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는것이였다.

영아는 그 말을 웃음으로 스쳐넘겼다. 그래서 그날 저녁 언니인 순아에게도 한담식으로 그 소리를 했었다. 하지만 영아보다 시집도 먼저 가고 생활경험도 더 있는 순아는 심중해졌다.

대체적으로 영아와 같은 류의 처녀들이 《억울》하게 나이먹은 처녀가 된다는것을 순아는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그리하여 순아는 자신이 직접 영아의 대상자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영아에게 언니의 전화가 왔다. 좋은 청년이 한명 있는데 선을 보라는것이였다. 아직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영아는 펄쩍 뛰였지만 벌써 청년이 기업소 정문앞에 가있으니 빨리 나가 만나보라고 언니는 《강박》했다. 마음고운 영아는 언니의 체면을 봐서 내키지 않는 걸음을 했다. 그러나 영아는 청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키도 늘씬하고 생김생김이 굵직굵직한 청년의 외모도 그랬지만 웅심깊어보이고 자신심에 넘쳐있는 어글어글한 두눈빛이 불시에 가슴을 활랑이게 했던것이다.

말소리는 또 얼마나 시원시원한가?…

《백광명이라고 합니다.》

《저… 전 아직 나이가…》

《걱정마십시오. 나도 지금시절에 더 많은 일을 하고 장가를 들 생각입니다.…》

이렇게 선을 본지도 이제는 3년이라는 세월이 꿈같이 흘렀다. 그 나날 사랑은 한껏 무르익어 어느덧 결혼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것이다.

영아가 결혼식생각으로 아름다운 꿈을 꾸던 그때 갑자기 북부지역이 엄청난 큰물피해를 입는 일이 벌어졌다. 당의 호소를 높이 받들고 온 나라가 피해복구에 떨쳐나섰다.

영아는 이 현실앞에서 망설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서 결혼식을 미루려고 한다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아의 아버지 권성호는 북부피해가 있은 그 다음날로 피해지역에 달려나가 건설설계와 감독사업을 맡아안고 밤낮없는 전투를 벌리고있었던것이다.

영아의 아버지는 결혼식을 미루려고 한다는 딸의 소리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결혼식날자를 10월 5일로 잡았지? 결혼식을 하거라. 총포탄이 울부짖던 전화의 불길속에서도 우리의 선대들은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다. 아버지가 못 올라간다고 섭섭해말아. 너희들의 결혼을 축복한다.…》

그래서 결혼식을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영아는 그날 저녁 보통강변에서 광명을 만났다.

선을 보던 그때에는 광명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던 때였으나 지금은 목깃에 두알의 별을 반짝이는 군관이다.

《저… 어쩔가요? 내 생각엔 결혼식을 하기 전에 먼저 북부피해지역 건설자들에게 우리의 성의를 다해 지원사업부터 했으면 좋겠어요.》

영아의 제의에 광명은 선선히 응했다.

《나도 그 생각을 하던중이였소. 찬성이요, 지금 내가 부대에서 결혼식으로 휴가를 받은 상태니까 우리 지원물자를 직접 가지고 북부에 가기요.》

영아는 어머니와 가족들에게도 자기의 생각을 터놓았다.

대찬성이였다. 그 자리에서 계획도 구체적으로 세웠다. 그밤으로 영아와 광명, 온 가족이 지원물자를 마련하는데 떨쳐나섰다.

영아는 새살림을 꾸리려고 마련하였던것들을 지원물자를 준비하는데 아낌없이 내놓았다. 장화 한컬레, 과자 한봉지라도 더 많이, 더 성의있게 마련하기 위해 이악을 부렸다. 사실 영아가 지원물자를 마련하는데 이토록 품을 넣는데는 그대로의 생각이 있어서였다. 릉라지도국에서 번역원으로 일하고있는 영아는 며칠전 경제관계문제로 우리 나라에 온 서방나라의 대표단과의 면담에 통역으로 참가하였었다. 영아는 면담휴식시간에 그 외국인들이 저희끼리 수군수군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였었다.

《…북부지역에서 참혹한 피해를 입었다던데…

미래과학자거리를 일떠세우고 또 려명거리건설에 힘을 많이 소비했겠는데 북부의 그 엄청난 피해를 인차 가실수 있겠는가?…

지도부에서 두달내로 북부지역에 만세대가 넘는 살림집을 짓고 100여개의 탁아소나 유치원, 학교들을 일떠세울것을 결심했다는데 그게 가능한가? 믿기 어려운 소리다.… 미국도 남부지역을 휩쓴 〈커트리너〉태풍피해를 3년기간이 지나도록 가시지 못해 세계의 비난을 면치 못하지 않았던가.…》

빠른 말씨로 이야기하면 통역인 영아도 알아듣지 못하리라고 짐작하고 하는 외국인들의 소리였다. 물론 우리 나라에 대한 리해가 아직 부족한 그들이고 또 자기 나라식으로 계산하고 타산하는 외국인들이니 그런 소리를 할수밖에 없었을것이였다. 하지만 그 어투와 속심에는 분명 불결한것이 있었다. 영아는 어이가 없었다.

분한 생각까지 들었다. 꼭 고귀하고 더없이 신성한것이 온곱지 못한 속심속에서 저울질당하는감을 느꼈던것이다.

영아는 그들에게 조용하나 무게있는 소리로 물었다.

《그 소리를 우리 인민들에게 해볼가요? 그러면 우리 인민들이 뭐라고 할가요? 우리 인민들이 어떤 식으로 명쾌한 대답을 줄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는가요?》

놀란 외국인들은 그때 영아에게 정식으로 사죄했었다. 하지만 지금도 영아는 그들의 이지러진 견해에 좀더 맵짠 타격을 주지 못한것만 같아 아쉬움으로 가슴이 알알했다.

그래서 더더욱 지원물자를 더 많이 북부피해지역에 가져가고싶었던것이다.

다음날 이른아침 지원물자를 실은 뻐스는 북부피해지역으로 떠났다.

영아와 광명은 물론 결혼식준비로 바쁘던 영아의 어머니와 언니, 광명의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도 모두 따라나섰다.

차창밖에 화물차들이 줄지어 질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말하자면 전선을 향해 달리는 전시수송차들이였다. 영아는 자기의 곁에 앉아있는 광명의 옆모습을 잠시 띄여보았다. 언제 봐도 믿음이 가는 모습이였다.

그러자 갑자기 영아에게는 얼마전 소꿉시절동무였고 대학동창이였던 복실이가 자기에게 물었던 말이 생각났다.

《영아, 넌 광명동지의 무엇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니? 호호… 말하자면 사랑의 뿌리라고 해야 할지…》

아마도 복실이는 한창 선을 보고있는중이여서 먼저 결혼을 하게 되여 선험자라고 할수 있는 영아의 조언이라도 듣고싶었던 모양이였다.

하지만 영아는 복실이의 그 물음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정말 나는 광명동지의 무엇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던가? 분명 열렬히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하는것이였지만 복실의 물음에 한마디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던것이다.

그래서 다음날 광명을 만나 《광명동진 나의 무엇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나요?》하고 대담하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광명도 갑자기 닥쳐든 물음에 큰 눈을 슴뻑이기만 할뿐 입을 열지 못했다. 그때의 일을 상기해보며 영아는 결혼을 하게 되는 처녀들이 다 그러한 물음에 준비되여있어야 하는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뻐스가 북부전역에 도착한것은 다음날 늦은저녁녘이였다. 북부피해지역은 그대로 전선이였다. 화연내가 풍기고 화광이 충천하는 화선이였다.

여기에서는 어느 부대나 어느 기관의 건설장이 어디에 있는가고 물으면 안되였다. 건설장이 아니라 격전장이 어디에 있는가고 물어야 한다는것이였다. 지원물자는 전선물자로, 수송전투는 전시수송이라는 말로 바뀌였다. 군인들이 전투를 벌리고있는 곳을 바라보느라니 속보판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걷는자는 비켜서라!》, 《어제날의 기적이 오늘의 목표가 아니다》

북부전역의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현장속보판의 글발들이였다.

뻐스에서 내린 영아는 광명을 따라 남양로동자구의 탁아소건설전투장으로 향했다. 광명의 부대가 그곳에서 전투를 벌리고있었던것이다. 영아의 어머니와 가족들이 현장지휘부에 지원물자를 넘겨주는 동안 부대지휘관에게 보고를 하고 떠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는 기초파기가 한창이였다. 군인들이 힘찬 전투를 벌리는 전투장은 불도가니처럼 들끓고있었다.

영아는 그 군인들속에서 돌격대원들과 녀맹지원대의 모습도 볼수 있었다.

지휘관들에게 갔던 광명은 인차 돌아왔다. 하지만 그 발걸음도 무거웠고 이야기하는 어조도 밝지 못했다.

《…정치위원동지가 여긴 걱정말고 어서 평양에 올라가 결혼식을 하라고 등을 떠밀더구만.…》

영아는 광명의 심중이 리해되여 마음이 무거웠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이런 목소리가 울려왔다.

《…안되겠소. 그런 방법으로는 탁아소건설을 앞당겨 끝낼수 없소. 이제 이 탁아소뒤에 유치원을 건설하고 또 인민병원도 세워야겠는데 결정적으로 시간이 모자라오.》

광명의 부대지휘관의 목소리였다. 그곳에서는 여러 군관들과 녀맹일군, 시공일군들이 모여 탁아소건설에 대한 토론을 하고있었던것이다.

그들에겐 나흘동안에 2층짜리 탁아소골조공사를 결속하여야 할 과업이 나섰던것이다.

사실 기존의 공법, 순차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점령할수 없는 목표였다.

영아는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광명과 함께 서서 그쪽을 걱정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섰다.

얼마후 부대지휘관이 힘있는 목소리로 결론짓는것이였다.

《…이렇게 합시다. 벽체콩크리트치기와 띠보콩크리트치기를 동시에 진행합시다.…》

녀맹일군도 적극 호응해나섰다.

《옳아요. 그러자면 통방식휘틀조립방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들의 제기를 적극 지지하는 시공일군들의 목소리도 여기에 합쳐졌다.

아직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공법이 생겨나고 새로운 속도가 창조되고있는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어렵고 긴장한 과제였다.

이윽히 전투장을 바라보던 영아는 광명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광명의 심중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영아였다. 그래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광명동지, 우리 여기서 며칠간만이라도 일하다가 가는게 어때요? 결혼식까진 아직 날자가 남아있으니 말이예요.》

그러자 광명의 얼굴색이 순간에 밝아졌다.

《어쩌면… 영아, 내 심정을 알아주어서 정말 고마워.》

《호호, 내 심정은 뭐 다른 심정인가요 뭐.…》

《하긴 그래, 참 저길 보오. 우리 부대가 마침 녀맹지원대와 함께 일하고있소. 여긴 군대와 인민이 한전호에서 싸우는 전투장이란 말이요. 나는 군대, 동문 인민… 하하, 우리 함께 어깨겯고 일해보기요.》

기쁨에 넘쳐있는 광명의 목소리에 영아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그 억양이 군인들의 대렬구령같이 들려와 웃음을 자아냈던것이다.

영아와 광명의 이야기를 들은 영아의 어머니와 가족들은 처음에는 놀라더니 나중엔 자기들도 함께 일하겠다며 떨쳐나섰다.

그들은 돌격대식당에서 증가된 인원들로 하여 드바쁜 식당근무들의 일손을 돕기로 했다.

《자, 잔치국수를 누릅세.…》

언제나 쾌활한 성격인 영아의 어머니 정연실이 팔을 걷어붙이며 가족성원들에게 처음으로 웨친 《구호》였다. 광명의 어머니가 적극 호응해나섰다.

영아는 녀맹일군에게 평양에서 휴가를 바치러 왔다고 이야기하고 녀맹지원대원들과 함께 세멘트하차작업을 시작했다. 저쪽에서는 광명이 다른 군인들과 함께 휘틀조립을 하고있었다. 광명의 곁에는 사람좋게 생긴 부대정치위원이 있었다. 광명은 정치위원에게 사연을 보고하고 겨우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얼마후 모래를 나르는 작업이 시작되였다. 군인들과 녀맹원들이 서로서로 어울려 맞들이질을 했다.

영아와 광명도 맞들이를 잡았다. 영아가 앞에 서고 광명이 뒤에 섰다.

한창 달리던 영아는 다른 맞들이조들도 모두 앞에는 녀인들과 돌격대원들을 세웠고 뒤에는 군인들이 섰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또 군인들이 너도나도 앞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맞들이채의 썩 앞을 잡고있는것도 보았다. 영아는 왜서 자기의 맞들이가 가벼운지 알게 되였다.

《어여차, 어여차…》

군인들이 앞사람과 발을 맞추려고 웨치는 먹임소리가 흥을 돋구었다.

영아와 광명도 그 먹임소리로 발을 맞추어나갔다.

문득 광명동지의 무엇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느냐고 하던 복실의 물음이 다시 상기되였다.

(…선을 보던 그날에 내가 광명동지의 용모에 끌려 반한것은 아니였던가?…)

솔직히 그것이 작용한것만은 사실이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였다.

그것은 사실 사랑의 요인으로서는 너무나도 빈약한것이였던것이다.

(그렇다면 난 무엇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을가?…)

어둠이 짙어갔지만 전투장은 더더욱 열기를 뿜어올리고있었다.

휘틀을 조립하는 군인들, 용접불꽃을 날리는 돌격대원들, 세멘트와 모래, 물을 나르는 녀맹지원자들…

여기저기서 와와 하는 함성이 터지고 힘찬 노래소리가 울려퍼졌으며 웃음바다도 펼쳐지군 했다.

영아는 이 건설장에서 뜨거운 감정을 느낄수 있었다. 그것은 군인들과 인민들사이에 오가는 정이였다.

군인들은 돌격대원들과 녀맹원들이 힘들어할가봐 어려운 일을 도맡아했다. 혼합물이기기며 나르기, 콩크리트치기는 자신들이 다 도맡아하다싶이 했다. 돌격대원들과 녀맹원들도 그 마음을 알고있어 지지 않고 더 힘든 일을 하려고 이악을 부렸다. 탁아소건설전투는 그로 하여 점점 더 고조되여갔다.

이미 여러동의 살림집건설을 끝내고 이 탁아소건설전투에 진입한 군인들이여서 힘들면 더 힘이 들테지만 피곤한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밤을 꼬바기 새운 군인들은 또다시 전투에 진입하였다.

돌격대원들과 녀맹원들도 군인들을 따라섰다.

한마디로 군대와 인민이 한덩어리가 된 불꽃튀는 전투장이였다.

그 새벽녘 샘터로 물초롱을 들고가던 영아는 한 중년의 녀인이 찾는 바람에 멈춰섰다. 어제부터 낯을 익힌 청진녀인이였다.

《평양체네, 내 말을 좀 들어보라구. 내 청진에서 오면서 우리 군대들에게 성의를 보이려고 저 염소 두마리를 끌고왔다네. 그런데 군대들이 인민들이 주는 원호물자는 절대로 받지 않는다질 않나? 글쎄 자기 집을 지어주는 군인들이 고마워 이 고장 할머니가 산에 묻어놓았던 감자 한배낭을 들고왔다가 말도 제대로 못 붙이고 돌아갔다질 않나. 그뿐이 아니야. 숱한 여기 주민들이 자그만 성의라도 보이려고 했지만 군대들이 그들의 숙소까지 따라가서 쌀까지 놓아주고 오는 바람에 신세만 졌다질 않나. 나도 이 염소를 끌고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간곳마다 거절을 당하고말았네. 어쨌으면 좋겠나? 평양처녀, 하도 마음이 고와보여서 내 체네와 토론을 해보는걸세.…》

영아는 청진녀인의 제의가 마음에 들었다. 인민을 위해 바치는 군인들의 수고에 이런 진정도 바치지 못한단 말인가? 더구나 이 염소야 피해지역주민들것도 아니고 청진에서 가져온 원호물자가 아닌가?

《이렇게 하자요.…》

영아는 두눈을 반짝이며 자기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미명의 어둠이 시작되자 염소를 한마리씩 끌고 군인들의 식당뒤로 몰래 갔다. 거기에 염소를 매놓고 염소의 목사리에 이런 글이 씌여진 종이쪽지를 남겨놓았다.

《군인동지들, 청진에서 온 원호물자입니다. 시간이 바빠 미처 알리지 못하고 갑니다.》

그 일이 얼마나 큰일을 빚어내리라는것을 영아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부대정치위원이 사색이 되여 염소주인을 찾으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줄 알지도 못했다. 오히려 식당주변에 매놓았던 염소가 없어진것을 보고 청진녀인의 성의가 병사들에게 전달된것 같아 기쁘기만 했다. 그날 오후 휴식시간에 부대정치위원이 지친듯 한 모습으로 염소 두마리를 몰고 한 군인과 함께 돌격대원들과 녀맹원들이 모여 일하고있는 곳으로 왔다.

《여러분, 이 염소가 어디 염소인지 아시는분이 없습니까? 나는 이 염소를 끌고 지금까지 열두곳이나 갔댔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럽니다.》

정치위원의 이 곡진한 호소에 영아의 가슴이 널뛰듯 했다.

하지만 영아는 머리를 푹 수그리고 아래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염소임자를 말해줄수 없었던것이다. 남을 고발하는 행위여서보다 결사전을 벌리는 군인들에게 인민들은 자그마한 성의도 보이면 안된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그냥 머리속에 자리잡고있었던것이다. 영아는 마음곱고 착했지만 일단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보통 고집이 세지 않았다.

항상 전투대오의 앞장에 서다나니 입술은 터갈라지고 손은 여러곳을 상해서 군데군데 붕대를 감고있는 정치위원은 석쉼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러분, 우리 병사들이 긴장하지 못하다나니 누군가 이 염소를 식당뒤에 매놓는것을 아침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병사들을 책임진 이 정치위원의 잘못입니다. 우리에겐 인민들의 생명재산을 털끝만치도 다칠 권리가 없습니다. 부대의 정치위원으로서 저는 여러분들앞에 사죄하며 상급에 이 사실을 보고하여 해당한 처벌을 받을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병사들은 이제부터 저 염소를 끌고 주변마을들을 돌며 주인을 찾을것이며 이 정치위원은 그 마을들마다에서 사죄할것입니다.…》

영아는 눈앞이 아뜩했다.

《헉…》

끝내 누군가 오열을 터뜨렸다. 청진녀인이였다. 돌격대원들과 녀맹원들의 눈가에도 물기가 흐르고있었다. 어푸러질듯 달려나가 정치위원의 손을 두손으로 모아잡은 청진녀인의 두어깨는 오열로 물결치고있었다.

《정치위원동지, 염소 두마리가 뭐라구 이렇게까지… 제가, 제가 그 염소를… 지난 조국전쟁때에도 싸우는 고지에 후방인민들은 전선물자를 나르지 않았나요. 우리 집에서도 두 남동생이 군대에 나가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한 가정의 성의라고 생각하고 이 염소만은…》

정치위원의 얼굴에 안도의 기색과 함께 사람좋은 미소가 피여올랐다.

청진녀인의 손을 잡아 일으킨 정치위원은 뜨겁게 말하는것이였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그 성의만은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것은 우리의 본분입니다.…》

영아는 가슴이 찌르르 해왔다. 병사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쌀을 덜어 피해지역 인민들에게 나누어준다고 한다. 자신들에게 차례진 건식마저 피해지역 아이들에게 나누어준다고 한다. 그날 저녁 녀맹일군은 정치위원에게 우리를 군인가족으로 생각해달라고 떼를 써서 겨우 병사들의 작업복을 넘겨받아 빨아주고 수리해주는 일을 할수 있었다. 그런 성의라도 보이니 녀맹지원대의 마음이 한결 개운해졌다. 오가는 그 정속에 콩크리트벽체는 시간을 다투며 올라서고있었다. 녀맹지원대와 함께 혼합물다지기를 하는 영아의 귀전에는 부대정치위원의 절절한 그 목소리가 떠날줄 몰랐다.

그러자 불현듯 지난해 초겨울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아마도 오늘의 염소사건과 류사한 일이여서 그 일이 상기된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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