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손전화홈페지열람기
날자별열람


제 34 회


34


날이 감에 따라 그들의 학습은 본격적인 고비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량선생님도 확신을 갖지 못한채 대원수님의 열성과 패기에 감동되여 해보자고 하였는데 정작 착수하고보니 학습반동무들의 열의는 불길이라도 헤쳐나갈것 같았다. 더우기 호철이에 대해서는 거의 믿음성이 없었는데 대원수님께서 꼭 같이 해보겠다고 하시는 바람에 담임선생님도 반대하지 않았던것이다. 그런데 호철이의 성적도 날을 따라 높아져갔다.

이렇게 되자 량선생님도 신심을 가지고 매일처럼 그들의 학습을 성의껏 도와주게 되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분주한 나날을 보내게 되시였다. 자신의 공부를 하시면서 칠골과 팔골 두 마을의 학습반을 지도하셔야 했으며 명구와 보패의 학습도 도와주셔야 했다. 그리고 또 호철이의 학습을 책임적으로 지도하셔야 하였다.

그런데 요즘 학교에서는 매해 가을마다 진행하는 교내 대운동회준비까지 겹치게 되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대운동회에도 여러 종목에 선수로 뽑히게 되셨고 경기준비와 진행에서도 여러가지 일들을 맡았기때문에 거기서도 빠질수 없으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이렇듯 많은 일중에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시지 않으셨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중학교입학시험을 치기 위한 학습에 더 힘을 넣으셨다. 저녁상을 물리기가 바쁘게 학습반동무들은 모여앉아 시간가는줄 모르고 밤이 깊도록 학습에 열중하였다.

《그런데 그 입학시험이라는건 누가 먼저 만들었을가? 공부하겠다는 아이들은 다 넣어주면 얼마나 좋겠냐 말이야.》

어느날 호철이가 책을 들여다보다가 이런 말을 했다.

《학교는 적구 아이들은 많은데 어떻게 다 넣을수 있겠니? 왜놈들은 조선에 중학교를 많이 지어주지 않는단 말이야.》하고 대원수님께서 대답하셨다.

《왜놈들이 안지어주면 조선사람들이 초가집이라두 짓구 공부하게 하면 될게 아냐?》

《넌 정말 한심하구나. 왜놈들이 그렇게 하라구 허가를 해준다던?》

《학부형들끼리 돈을 모아서 짓는데두?》

《돈두 없지만 돈이 있대두 허가를 해주지 않아. 그놈들은 조선사람들이 눈을 뜨는걸 좋아하지 않으니까.》

이 말을 들은 호철이는 제법 어른들처럼 한숨을 《후》 하고 짓더니 책상우에 팔꿈치를 세우고 손으로 턱을 받쳤다. 그는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있더니 이런 말을 하였다.

《공부하고싶은 아이들은 누구나 다 공부하는 그런 나라는 세상에 없을가?》

《있지. 쏘련이라는 나라가 그렇다는거야. 쏘련에서는 나라의 주인이 로동자, 농민들이라는거야. 로동자나 농민들을 잘살게 하는 그런 나라란 말이야. 그러니까 공장의 주인이 자본가인게 아니라 로동자구 땅의 주인이 지주인게 아니라 농민들이래.》

《그럼 우리 나라의 주인은 누구냐?》 하고 호철이가 물었다.

《지금 우리 나라의 주인이야 일본놈들이구 그놈들에게 붙어다니는 지주, 자본가놈들이지.》

《그럼 쏘련이라는 나라에는 지주나 자본가가 없다나?》

《물론 없지.》

《그럼 낟알은 모두 농사군의 몫으로 되겠구만.》

《물론이지.》

《야! 정말 그런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좋겠구나.》

《좋지, 아이들은 누구나 다 공부할수 있구, 병이 나면 누구나 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수 있구, 누구나가 다 일할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니?》

《우리 나라는 그렇게 되지 못할가?》

《왜놈들을 쳐부시구 독립을 찾으면 우리 나라두 그렇게 될수 있는거야.》

《야! 그때는 정말 좋겠구나. 그때 너희들은 무슨 일을 하겠니?》하고 윤병이가 물었다.

《난 학교선생이 되겠다. 산골에 가서 소학교선생이 되겠단 말이야. 아직 종소리두 들어보지 못했구 학교가 뭔지 알지두 못하는 산골에 가서 가난하게 살던 아이들을 모아놓구 우리 글과 우리 나라 력사 그리구 노래와 춤을 배워주면 얼마나 좋아하겠니?》 하고 호철이가 대답했다.

그는 벌써 학교선생이 되기라도 한것 같은 기분이였다.

《그런데 윤병이 넌 그때 뭘 하겠니?》

《난 건축가가 될테다. 우리 나라가 독립을 하면 얼마나 많은 집들을 지어야 하겠니. 학교두 지어야 할테구 병원두 지어야 할게구, 극장과 영화관들두 지어야 할게 아니가. 그때 가서두 토성랑에서 판자집살림을 해서야 되겠니. 그때 호철이 너의 집두 하나 큼직하게 지어주지.》

《우리 집은 그만두고 창덕학교나 하나 지어라.》

《창덕학교두 짓구 그곁에 중학교두 하나 덩그렇게 짓자꾸나.》

《그런데 그때 성주는 무슨 일을 하겠니?》 하고 호철이가 물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언젠가 외할아버님께서 주신 한 시집을 읽으시면서 생각하신것을 이야기하시려다가 말머리를 다른데로 돌리고 마셨다.

《야, 그러다가 독장수 구구처럼 되겠다. 어서 공부들이나 하자.》

이렇게 되여 학습은 다시 계속되였다.

량선생님의 발기에 의하여 진행하는 중학교입학검정시험에 대한 산술 제1차 예비시험을 하루 앞둔 어느날 저녁이였다.

이날은 아침부터 궂은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오후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해질무렵부터는 하늬바람까지 선들선들 불기 시작하더니 차츰 세차게 불어왔다. 바람은 계속 기승을 부렸고 비는 밤에도 멎지 않았다. 때때로 번개가 번쩍하고는 우뢰소리가 《우르릉 땅땅》했다.

대원수님께서는 저녁상을 물리시고 책상앞에 마주앉으셨다.

전같으면 벌써 호철이와 윤병이들이 토방을 울리며 들어올 시간이였다.

그러나 이날은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시험을 앞두고 오늘 저녁에는 서로 묻고 대답도 해보고 어려운 문제들을 다시한번 풀어보아야겠는데 뜻하지 않은 비바람때문에 모이지 못하는것만 같으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책을 보시다가도 동무들이 들어오는것만 같아서 가끔 문쪽을 돌아보시군 하셨다.

역시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칠골아이들은 집에서 혼자 공부해도 문제없다고 생각되였으나 호철이가 걱정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까다로운 제법계산문제를 푸시다가 다시금 호철이의 생각을 하시였다.

(호철이가 이 문제를 바로 풀었을가?)

언젠가도 동무들이 모여 산술공부를 하고있었는데 그때도 바로 이 문제를 풀고있었다.

그런데 다른 애들은 계산을 옳게 했는데 호철이만은 답을 바로 쓰지 못하였었다.

그는 상까지는 제대로 써놓았는데 나머지를 《0.0013》이라고 써야 할것을 《0.00》은 빼놓고 그저 《13》이라고만 써놓았었다. 그래서 상보다는 나머지가 더 많아졌던것이다.

이것을 보신 대원수님께서 친절히 설명을 해주셨지만 호철이가 똑똑히 깨달은것 같지 않았다.

그가 알겠다고 하기에 다시 반복해서 설명을 해주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붙들고 더 설명을 해주거나 그와 비슷한 응용문제를 새로 내주지 못한것이 후회되시였다.

이 문제가 나면 어떻게 할가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지 않으셨다. 처음으로 실시하는 산술예비시험에서부터 락제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시니 다른 문제들도 걸리는데가 많으셨다.

대원수님의 눈앞에는 산술문제를 풀지 못하고 안타까와하는 호철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호철이는 안타까와 한동안 모대기더니 비바람을 헤치며 새로 만든 운동장을 지나 칠골로 허둥지둥 넘어오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는 어느덧 대원수님의 방으로 들어오는것만 같으셨다.

대원수님께서는 문을 여시고 밖을 내다보셨다.

비는 계속 내렸고 바람은 백양나무가지를 세차게 흔들었다.

대원수님께서는 그대로 앉아계실수가 없으셨다.

책을 주섬주섬 거두어 책보에 싸놓으시고는 사이문을 여시였다.

외할머님과 외삼촌어머님은 캄캄한 방에 마주앉아서 풋콩을 까고계셨다.

《거기서 뭐 보이십니까?》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보이지 않아두 콩이야 못까겠니?》

외할머님의 말씀이였다.

《여기 등이 있어요. 나는 팔골 호철이네 집엘 좀 갔다와야겠어요.》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석유등을 아래방에 옮겨 걸어놓으셨다.

《아니,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비오는 이밤에 간단 말이냐?》

외삼촌어머님은 깜짝 놀라는것이였다.

《같이 학습을 해야겠어요. 래일 산술시험이 있거든요. 오래 걸릴건 없어요. 삼촌어머님, 길등이 어디 있었지요?》

《길등은 부엌에 있더라만 그 등을 가지구야 어떻게 바람이 세찬데 가겠니?》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외삼촌어머님은 부엌으로 나가더니 양철로 만든 길등을 가지고 들어왔다. 기다란 통졸임통처럼 생기고 앞만 트인 등인데 초불을 켜게 되여있는 길등이였다.

초꽁다리도 조금 남아있었다.

《됐어요. 그거면 팔골은 넉넉히 갔다올수 있어요.》

《얘, 이 캄캄한 밤에 그 등을 가지구가다가 불이 꺼지면 어찌겠니? 래일 새벽에 일찍 가서는 안되는 일이냐?》하고 외할머님께서 자못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씀하셨다.

《꺼져두 괜찮아요. 소경은 한평생 캄캄하게 사는데 어둡다구 팔골쯤이야 못갔다오겠어요?》

대원수님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더니 길등에 불을 붙여가지고 밖으로 나가 우장을 쓰시고 집을 떠나셨다. 그런데 마을어구도 채 벗어나기 전에 불은 꺼지고말았다. 그리고 휘몰아치는 돌개바람에 우장도 큰 효과가 없었다.

대원수님께서는 한손에는 꺼진 등을 드시고 다른 한손으로는 펄럭이는 우장을 부여잡으시고 어방대고 언덕길을 걸으셨다. 새로 만든 운동장까지는 줄곧 다니시던 길이여서 발짐작으로도 더듬어 올라가실수 있었다.

그러나 운동장에서 팔골로 내려가는 길은 익숙되지도 못하였거니와 매우 험했다. 물웅뎅이도 있었고 미끄러운 언덕길도 있었다.

가끔 번쩍이는 번개가 지나갈 때만 앞이 훤히 보일뿐 캄캄한 어둠속을 줄곧 헤쳐나가셔야 하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물웅뎅이에 빠지기도 하시고 진흙우에서 주르르 미끄러지기도 하시면서 겨우 팔골에 이르시여 마을을 한번 둘러보셨다.

마을은 죽은듯이 고요하였고 몹시 캄캄하였다.

호철이네 집에서만 창문으로 희끄무레한 불빛이 새여나오고있을뿐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호철이네 집을 향하여 걸음을 다그치셨다. 어느덧 그 집 토방앞에 이르시였다.

대원수님께서 호철이를 부르시자 그는 밖으로 뛰여나왔다.

《야! 이밤중에 이게 어찌된 일이야? 그렇지 않아두 아까 갈려다가 너무 비바람이 세차서 망설이다 말았는데 그런줄 알았으면내가 갈걸 그랬구나.…》

호철이는 무척 미안해하는것이였다.

《난 뭐 너의 집에 못오니? 미안하지만 발씻을 물이나 좀 떠다다구.》

호철이는 얼른 부엌으로 가서 소랭이에 물을 떠내왔다.

대원수님께서는 발을 씻으시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니 이밤중에 성주학생이 어떻게 왔나?》

호철이 어머니는 눈이 둥그래서 대원수님을 바라보는것이였다.

《호철이와 같이 공부하려구 왔습니다.》

《배우려는 놈이 찾아가야 할걸 배워줄 사람이 그 험한 밤길을 찾아왔구만. 그런줄 알았더면 아까 가겠다구 할 때 내버려두었을걸 그랬구만.…》

호철이 어머니는 머리채를 땋아올리며 연방 혀를 찼다.

《비를 기다릴 때는 안오더니 쓸데없는 가을장마가 지려는 모양이군. 옷이 젖었겠는데 호철이옷이라두 갈아입으라구.》하며 새로 빨아둔 호철이의 적삼과 잠뱅이를 꺼내놓는것이였다.

《우장을 쓰고왔더니 괜찮습니다.》

《괜찮다니, 어서 갈아입으라구.》 하며 호철이 어머니는 부엌으로 나갔다.

《자, 옷이 젖었는데 갈아입으라구.》

호철이는 옷을 대원수님앞으로 내놓았다.

《별로 젖지 않았으니까 괜찮아. 입구있으면 마르겠지. 어서 공부나 계속하자. 이젠 열시는 훨씬 넘었을거야. 너 시험에 자신있니?》

《자신이 뭐야. 이자두 이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끙끙거리구있던 판인데.》

호철이는 산술책을 펼쳐놓으며 응용문제에 손가락을 짚어보였다.

《래일 락제했다가는 큰 망신인데.》 하며 그는 볼을 살살 긁었다.

《같이 풀어보자.》

대원수님께서는 호철이 책상앞에 다가앉으셨다.

그러나 대원수님께서는 교과서에는 눈을 돌리지 않으시고 그의 산술학습장을 집어드셨다.

아까 집에서 생각했던 그 계산문제를 제대로 풀었는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학습장을 뒤지시던 대원수님께서는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띠우셨다. 아주 정확히 풀어놓았기때문이였다.

《그럼, 그 문제부터 같이 풀어보자.》

대원수님께서는 호철이와 가지런히 앉으시여 산술문제풀이에 달라붙으셨다.

대원수님께서 조금 귀띔을 해주시자 호철이는 제꺽 풀어놓았다.

《야! 그런걸 가지구 한참 애먹었구나.》

호철이는 손가락을 꺾어 《딱딱》소리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두 동무는 또 다른 문제에 달라붙었다. 이리하여 밤이 깊어가는줄 모르고 학습을 계속하였다. 호철이가 어려워하는 문제는 하나도 빼지 않고 풀어나갔고 그가 깨달을 때까지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응용문제계산을 끝내고 대원수님께서 설명해나가실 때였다.

밖에서 발자국소리가 났다.

대원수님과 호철이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귀를 강구고 숨소리마저 죽이고있었다.

《분명히 발자국소리가 들렸지?》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난것 같기두 했는데. 누가 이 비오는 밤중에 돌아다니겠니. 이젠 열두시두 넘었겠는데.》

발자국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데? 분명히 발자국소리가 들렸는데…》

《아마 우리 어머니가 밖에 나갔댔을거야.》

《좋아, 그럼 계속하자.》

학습은 다시 계속되였다. 앞으로 몇문제만 풀면 어려운 문제는 모두 풀수 있었다.

《너 졸음오지 않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졸음두 체면이 있지, 래일 시험치겠는데 이제 꿈나라루 바쁜 사람을 끌구가면 어찌겠니.》

호철이는 대원수님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었다.

아닌게아니라 졸음도 천리만리로 달아났는지 호철이의 눈동자는 사뭇 반짝이였다.

《공연히 나때문에 너까지 고생하누나.》

《그런 걱정은 그만둬. 래일 최우등합격만 하면 되는거야.》

이때에 호철이 어머니가 삶은 고구마를 가지고 들어왔다. 바가지에서는 김이 물물 피여올랐다.

《자, 감자라두 하나씩 들구 공부들을 하게. 뭐 도무지 대접할게 없구만.》

호철이 어머니는 사발에 김치까지 퍼가지고 들어와서 책상우에 놓아주었다. 장난과 싸움밖에 모르던 아들을 옳은 길로 이끌어주었을뿐만아니라 중학교에까지 같이 가게 하려고 밤낮없이 도와주었고 오늘은 또 비바람을 헤치고 험한 밤길을 걸어오신 대원수님에 대하여 호철이 어머니는 뜨거운 감사의 정을 금할수 없었던것이다.

그는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알수 없었다.

대원수님께 무엇을 대접하고싶었으나 가난에 억눌린 그는 아무것도 내놓을것이 없었다.

그래서 비를 맞으며 밭으로 달려가 고구마를 캐왔던것이다.

《어머니, 일하시기에 무척 곤하시겠는데 비를 맞으면서 밭에까지 나가셨댔구만요.》

대원수님의 말씀이였다.

《내야 뭐 곤할게 있나. 공부하는 임자네들이 수고하지. 저녀석은 요즘 입술까지 텄다네.》

《공부할 때야 그렇게 해야지요 뭐.》

대원수님의 말씀이시였다.

《자! 하나씩 먹구 계속하자.》

호철이는 큰 고구마 한개를 저가락에 꿰서 대원수님앞으로 내놓았다.

《어머니께 먼저 드리려무나.》

호철이는 어머니께도 드리고 자기도 하나 들었다.

대원수님께서는 호철이 어머니가 드는것을 보시고서야 고구마를 받아드셨다. 고구마맛은 아주 각별하였다.

《저녀석두 정말 중학교시험을 치러 갈수 있을가?》 호철이 어머니가 물었다.

《갈수 있지 않구요. 호철이가 공부를 얼마나 잘하기에 그러십니까.》

《그까짓게 뭘 잘하겠나. 모두 임자가 그렇게 직심스럽게 배워준 덕이지. 중학교에 붙기야 웬걸 바라겠나만 시험치러만 간대두 얼마나 자랑이겠나. 옛날에 서울루 과거보러 올라가던것만큼이나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겠나.》

두 동무는 새벽녘까지 어려운 문제를 다 풀어놓았다. 학습이 끝나자 대원수님께서는 집으로 돌아가시려고 하셨다.

《방은 추해두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구 가라구.》 호철이 어머니는 얇은 이불을 내리워주었고 호철이도 굳이 못가게 붙들었다.

그래서 대원수님께서는 하는수없이 호철이와 가지런히 누우셨다.

호철이는 자리에 눕자 코를 골기 시작했다.

조금후에 대원수님께서도 소르르 잠이 드셨다.

대원수님께서 눈을 떴을 때에는 문창이 환히 밝았을 때였다. 호철이는 아직 세상모르고 깊이 잠들어있었고 그의 어머니는 부엌에서 아침을 짓고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책보와 길등을 드시고 소리나지 않게 조용히 문을 여시고 밖으로 나오셨다.

비바람은 어느덧 멎고 하늘은 맑게 개였다.

이날 아침 밥상에 마주앉은 때였다.

《어제 새날이 들도록 공부들을 하더구나.》 하고 가운데외삼촌이 말씀하셨다.

이 말에 대원수님께서는 깜짝 놀라셨다.

《아니 외삼촌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새벽녘에 너의 외삼촌이 호철네 집엘 갔댔단다.》 하고 외할머님께서 대답하셨다.

《무엇때문에요?》

《하기야 내가 가보려구 했댔지. 글쎄 갔다 곧 온다던 아이가 새날이 들도록 돌아와야지. 그래서 내가 팔골로 가보려구 하는데 너의 외삼촌이 일어서면서 제가 갔다오겠다질 않겠니. 갔다와서 하는 말이 〈그애들은 아직두 공부를 하구있습니다. 우린 먼저 잡시다.〉 하구 말하지 않겠니. 그래서 눕긴 했어두 네 생각때문에 어디 잠이 오더냐.》 하시면서 외할머님께서는 손으로 입을 가리우고 하품을 하시는것이였다.

《그랬구만요. 나두 그때 발자국소리같은걸 들었는데 공부하기에 바빠서 문두 열어보지 않았댔어요. 저때문에 외삼촌까지 고생하셨구만요. 그리구 할머님은 주무시지두 못하시구요.》

《하루밤쯤 못자는거야 뭐라니? 난 네가 있어서 네 어머니 보구싶던 생각두 다 없어졌단다.》 이러면서 외할머님께서는 주름진 얼굴에 웃음을 지으셨다.

이때 외삼촌어머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 날두 추워질게구 왔다갔다 하느라구 시간이 무척 없어지겠는데 호철이두 우리 집에서 먹구 자면서 같이 공부하도록 하려무나. 어차피 시작한 일인데 성사를 해야 할게 아니냐?》

이 말에 가운데외삼촌, 외할아버님 그리고 외할머님까지 모두 찬성하셨다.

《글쎄요…》

대원수님께서는 외가집의 살림이 걱정되시여 똑똑한 대답을 하지 못하셨다.

《글쎄는 무슨 글쎄야. 자기가 먹을 낟알이나 메구오면 되겠는데. 우리가 식량이 넉넉하다면 그냥 오게두 할수 있겠다만 호철이 어머니가 그렇게는 안할게다.》

외삼촌어머님의 말씀이였다.

《삼촌어머님이 힘드시지 않겠어요?》

《힘은 무슨 힘이 든다구 그러냐. 오늘이라두 곧 넘어오도록 하여라.》

대원수님께서는 외삼촌어머님의 말씀이 고마왔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에 산등성이를 넘으시면서 그런 생각을 하셨으나 페를 끼친다는 생각이 드셔 그런 말이 입밖에 나가지 않으셨던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속을 꿰뚫어라도 본듯이 먼저 이렇게 말씀하시는것이 아닌가.

대원수님께서는 외가집 온 가족들의 마음에서 어머님과 꼭같은 곧고도 아름다운 성품을 그대로 찾아볼수 있으셨다.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훌륭한 가족들속에서 사는것이 한없이 자랑스럽고 행복하셨다.

대원수님께서는 학교에 가서 호철이와 의논해보겠다고 대답하시고 학교로 올라가셨다.

학교에서 대원수님을 만난 호철이는 심드렁해서 말했다.

《넌 어느짬에 집으로 돌아갔니? 우리 어머니가 오늘 아침에 얼마나 섭섭해했는지 아니? 옆집에서 기장쌀까지 구해다가 밥을 해놓구 열무우국까지 끓여놓았는데 귀중한 손님은 벌써 달아나지 않았겠니.》

《정말 미안하게 됐다. 우리 집에서두 날 기다릴가봐 그랬어. 너의 어머님께 잘 말씀드려다구.》

《하기야 늦잠을 자구있은 내가 잘못이지 뭐.》

《그건 그렇구, 너 오늘부터 시험을 칠 때까지 우리 집에 와있자.》

《뭐?》

호철이는 눈이 둥그래졌다. 대원수님께서는 오늘 아침에 있은 사실을 호철이에게 이야기하셨다.

대원수님의 이야기를 들은 호철이의 두눈에는 눈물이 글썽해졌다.

이날 산술예비시험문제는 모두 다섯문제였다.

대원수님과 윤병이는 다섯문제를 모두 정확히 풀었다. 그런데 호철이는 덤비던 나머지 분수계산문제 하나를 잘못 풀었다.

그러나 성적은 우수한 편이였다. 그들은 시험의 고개 하나를 넘은것이였다.

이날 저녁에 호철이는 간단한 짐을 꾸려가지고 칠골로 넘어왔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