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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 회


33


산과 들은 푸른 포장을 펼친듯이 날을 따라 푸르러가고있었다.

(그러구보니 내가 온지두 벌써 일년이 넘었구나!)

이렇게 생각하신 대원수님께서는 그동안 지나온 일들을 돌이켜보셨다. 모두가 유쾌하고 보람있는 일들이였다. 아버님의 뜻이 얼마나 크고 깊으셨는가를 새삼스럽게 느끼실수 있었다.

그러나 대원수님께서는 그것으로 만족하실수는 없었다.

아버님께서 내다보신 그 한길만을 향하여 더 빨리, 더 힘차게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사실 고향에 돌아오시여 일년동안에 보고 듣고 배우고 체험하신 모든것을 한데 묶어놓은 결론은 하루빨리 왜놈들을 두들겨쫓고 나라의 독립을 찾아야겠다는 그것이였고 아버님의 뜻이 또한 그것이였던것이다.

그런데 왜놈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것을 알아야 하며 알기 위해서는 우선 중학교까지는 다녀야겠다고 생각하셨다. 중학교에 가면 각처에서 각이한 청년들이 모이겠으니 조선에 대해서 더 많은것을 알게 될것이고 읽고싶은 책도 구해볼수 있을것이고 피끓는 청년들을 많이 사귀게 될것이 아닌가. 그들을 잘 묶어세우면 왜놈들을 반대하는 싸움을 본격적으로 벌릴수 있을것만 같으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어떤 어려움이 앞을 막더라도 중학공부만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대원수님의 머리에는 정다운 학습반동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도 어차피 같은 길을 걸어야 할 친한 동무들이였다. 그 동무들을 버리고 혼자 중학교에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셨다. 그런데 1년동안 지내보신데 의하면 동무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하여야 하며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생각조차 하는것 같지 않았다. 부닥치는 환경에 맹목적으로 휘말려들뿐이였다. 그럴 때마다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을 타이르시고 깨우쳐주셨던것이다.

(우리들은 꼭같은 길을 향하여 한본새로 걸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 학습반동무들이 모두 공부를 계속하도록 하자. 그래서 동무들을 왜놈을 반대해서 싸우도록 이끌어나가야 한다.)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아보시기 위하여 량선생님을 찾아가셨다.

량선생님은 책상에 마주앉아 두툼한 책을 펴놓고 빨간 줄을 쳐가며 부지런히 읽고있었다. 그는 대원수님을 보자 매우 반가와하며 자리를 권했다.

《요즘 얼마나 수고하나. 팔골학습반원들의 성적두 몰라보게 올라갔더구만.》 하며 량선생님은 매우 기뻐하였다.

《제가 뭐 수고할게 있습니까?》

《호철이랑 창호들한테 다 들었는데 그애들을 잘 도와주라구. 서당에서 온 아이들도 학습반에 잘 나온다면서?》

《그애들도 잘 나옵니다.》

량선생님은 머리를 끄덕이며 매우 반가와했다.

방안은 한동안 고요했다. 량선생님의 책상우에 놓여있는 탁상시계소리만이 《재깍재깍》 들려올뿐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집에서 나오실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셨는데 정작 선생님과 마주앉게 되니 좀처럼 말이 나가지 않으셨다.

《그런데 어떻게 찾아왔니?》 하고 량선생님이 물었으나 대원수님께서는 곧 대답을 못하셨다.

《책을 빌리러 왔나? 무슨 책이든 맘대로 가져다보래두. 새로 온 잡지를 줄가?》

량선생님은 책장에 꽂혀있는 잡지를 몇권 뽑아놓았다.

《선생님, 책을 빌리러 온게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왔나? 말을 하라구. 선생님앞에서 못할 말이야 어데 있나. 내가 아직 학생들에게 선생구실을 잘 못하는가봐.》

량선생님은 이렇게 말하며 싱글벙글 웃는것이였다.

《선생님, 중학교입학시험을 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합니까?》

대원수님의 뜻밖의 질문을 받은 량선생님은 잠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가늘게 한숨을 짓는것이였다.

《창덕학교는 6학년을 졸업하고도 중학교에 입학할려면 무척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게 되였는데…》 하며 량선생님은 좀 딱한 표정을 지었다.

《어려운 과정이라니요?》 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약간 놀란 기색으로 량선생님을 쳐다보셨다. 소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한다는것은 하늘의 별따기만이나 하다는것을 모르시지 않는 대원수님이시였다. 그러나 창덕학교래서 남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으시는것이였다.

이윽고 량선생님이 천천히 이야기하였다.

《보통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중학교입학시험으로 〈국어〉와 산술시험을 보고는 인물심사로 끝나는데 창덕학교와 같은 사립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입학시험을 보기 전에 중학교입학검정시험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 그 시험에서 합격을 해야 보통학교졸업생들이 보는 입학시험을 보게 돼있다네.》

이 말을 들으신 대원수님께서는 분격하시여 가슴이 이글이글 타번지는것 같으셨다. 물으나마나 놈들은 사립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중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4년제 인가제를 만들어놓고 그따위 시험제도까지 꾸며놓은것이 분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물러설수는 없으셨다. 그래서 시험제도에 대해서 더 자세히 물으셨다.

량선생님은 검정시험과목으로는 5~6학년에서 배우는 열두과목을 다해야 한다는것과 교과서에 있는것을 다 알기만 하면 문제없다는것 그리고 응시자격은 학년에 관계없이 학교에서 추천만 해주면 누구나 다 할수 있다는것 등 시험제도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래 한번 해보고싶은가?》

량선생님이 물었다.

《예!》

《음, 아주 좋은 생각이야. 한번 해보라구. 성주학생이 우리 학교에 와서 성적을 올린것을 보면 넉넉히 할수 있을거야.

성주학생의 그 비상한 머리와 실력 그리구 그 열성과 의지를 가지구 해내면 못할것이 없단 말이야. 든든히 맘먹구 한번 해보라구. 그래서 우리 창덕학교의 이름을 높이 날려보자구.》

《해보겠습니다.》

대원수님께서는 자신있게 대답하셨다.

량선생님이 말씀하는대로 한번 해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리라 결심하셨다.

《좋아! 아주 좋단 말이야. 나두 힘껏 도와줄테니까 크게 맘먹구 해보자구.》

량선생님도 저으기 흥분하였다.

이날 대원수님께서는 량선생님이 가지고있던 여러권의 참고서들과 입학시험준비에 필요한 책들을 빌려가지고 나오셨다.

대원수님께서는 그길로 윤병이를 찾아가서 담임선생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으셨다.

윤병이도 까만 눈을 반짝이며 자못 흥분된 얼굴로 대원수님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것이였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우리 같이 해보자. 해서 안되는 일이 어디 있겠니.》

《진짜 6학년을 졸업해두 검정시험인가 하는 그놈의 시험을 쳐서 합격해야 중학교입학시험을 본다던?》

《그럼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거짓말하시겠니?》

《그런데 검정시험인가 하는 그놈의 시험이 굉장히 어렵겠는데 꽤 해낼수 있을가?》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니. 교과서에 있는 문제를 내는 시험인데 학기말시험이나 학년말시험과 뭐가 다르겠니. 글쎄 너두 생각해봐라. 남들은 몇백리, 몇천리밖에서 공부를 하겠다구 평양에 와서 밥을 사먹으면서 공부하는데 여기서는 평양이 바루 코앞에 있지 않니. 그래서 우리 학습반동무들이 다같이 준비해보잔 말이야.》

《그런데 돈이 있어야 하지.》

《돈이야 벌면 되지 않니. 고학을 하잔 말이야. 물지게두 지구 신문두 나르구 우유배달두 하구 로동두 하구… 하자꾸나. 하면 돈 없어서 공부 못하겠니? 우리 아버지두 숭실중학교에 다니셨는데 뭐 돈이 많아서 공부를 하신줄 아니? 로동하시면서 고학을 하셨단 말이야.》

《좋아, 그럼 해보자.》

《그런데 너 단단히 결심해야 한다. 남들은 입학시험준비를 두과목만 하면 되는데 우리는 열두과목을 해야 한단 말이야.》

《응, 알겠어. 한번 해보자꾸나.》

대원수님과 윤병이는 굳게 약속을 했다. 이런 약속을 하니 더욱 친근해지는것 같으셨다.

저녁에 이것을 알게 된 윤병이 어머니는 아들이 당장 중학교에 입학이라도 한듯이 기뻐하며 책들을 사보라고 돈까지 윤병이에게 꺼내주었다.

이날 저녁 대원수님께서는 학습반동무들에게 중학교입학준비를 하자는것을 이야기하셨다. 뜻밖의 이야기를 들은 동무들은 뭐라고 대답을 못하고 서로 얼굴들만 쳐다보았다.

《우리들이 꽤 해낼가?》 하며 경만이는 덕범이와 인삼이를 바라보았다.

《너희들이나 해봐라. 난 자신없어.》

덕범이가 그답지 않게 목을 움츠러뜨리며 대원수님과 윤병이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돼. 무엇이나 할수 있다구 생각하구 해내면 되는거야. 너 씨름이나 뽈차기하듯이 공부를 더 들이파면 왜 안된단 말이냐. 그러지 말구 같이 해보자. 아직 시험칠 기일도 멀었으니까. 이제부터 하면 넉넉히 할수 있어.》

대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덕범이는 말없이 한동안 눈만 꺼벅이고있더니 머리를 번쩍 들며 대답했다.

《좋다. 그럼 나두 한번 해보겠다. 공부해서 밑질건 없지 않니. 중학교에 들진 못해두 입학시험치러 가는것만두 대단하단 말이야.》

《넌 벌써 그게 글렀어. 꼭 붙겠다는 결심을 가지구 시작해야지 붙으면 붙구 말면 만다는 그런 생각이 글렀단 말이야.》 하고 윤병이가 쏘아주었다.

《흥,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두 속으로는 생각이 있단 말이야. 알겠어?》 하며 덕범이가 눈을 뚝 부릅뜨자 동무들은 까르르 웃었다.

대원수님과 윤병이 그리고 칠골학습반동무들이 중학교입학시험준비를 한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전교에 퍼졌다.

량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한것이 어느덧 아이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되였던것이다.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학생들사이에서도 대원수님과 윤병이는 중학교에 입학할 실력이 넉넉하다고들 이야기하였다.


팔골에서는 아침부터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호철이네 옆집 처녀가 성안으로 시집을 가게 된것이였다. 그 집마당에서는 이른아침부터 차일(볕을 가리기 위하여 치는 포장)을 친다 병풍을 날라온다 멍석을 편다 야단법석이였다. 아이들은 례식을 지내기 위하여 자리를 만든 돗지적밑에 수수대를 넣으면서 시시닥거리는가 하면 젊은 축들은 단자를 쓰느라고 먹을 갈아가지고는 《마상평안래(馬上平安來)》라고 써놓고는 글씨가잘됐느니 안됐느니 하며 머리를 기우뚱거리고있었다. 꼬마들은 새서방이 타고오는 말꼬리를 뽑아서 새코를 놓겠다고 길다란 참대끝을 쪼개들고 낟가리옆에서 쑥덕공론을 하고있었다.

마을의 아주머니들은 모두 자기네 일처럼 분주히 잔치집으로 드나들면서 목기를 나른다 부엌일을 돕는다 하며 돌아갔고 색시들과 처녀들은 안방에서 새색시의 칠보단장을 돕느라고 떠들썩했다.

온 마을이 처녀의 잔치를 위하여 떨쳐나선것이였다. 그런데 호철이만이 마을사람들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게 아까부터 책상앞에 앉아서 한손으로 턱을 고이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마당에서 아이들이 왁작 떠드는 소리도 그의 귀에는 도무지 들리는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는 책을 읽는것도 아니였고 무슨 장난에 몰두한것도 아니였다.

이때에 잔치집에서 일하던 마을의 아주머니 한분이 호철이네 부엌으로 들어왔다.

국수를 말기 위해 사발을 빌리러 온것이였다.

아주머니는 당반에서 사발 몇개를 들고 밖으로 나가려다말고 방안에 누가 있는듯 하여 무심결에 사이문을 방긋이 열어보았다.

방안에는 호철이 혼자 앉아서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고있는것이였다. 호철이는 아주머니가 사이문을 연것조차 알지 못하고있었다. 아주머니는 문을 살며시 닫고 분주히 잔치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국수꾸미를 치고있는 호철이 어머니의 옆구리를 꾹 찌르며 끼득끼득 웃었다.

《형님, 집에 가서 호철이를 좀 보구 오시라요.》

그 아주머니는 웃음을 겨우 참고 이렇게 말했다.

《왜 무슨 일이 있었나?》

《글쎄, 가보시라요. 정신없이 무얼 생각하구있어요. 다 큰 총각인데 왜 안그러겠나요.》

《난 또 큰일이나 났다구.…》

호철이 어머니는 그저 따라웃을뿐 집으로는 가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뜨락에서는 례식이 시작되였다. 늙은이, 젊은이, 남자, 녀자할것없이 온 마을사람들이 다 모인것 같았다. 호철이 어머니는 아까 들은 말도 있고 하여 분주히 집으로 돌아갔다. 호철이가 아직 방안에 있다면 국수나 떡이라도 한그릇 얻어먹이고싶었던것이였다.

아닌게아니라 호철이는 책상앞에 앉아서 두손으로 턱을 고이고 무슨 생각에 골똘해있었다.

어머니가 사이문을 여는것도 모르는상싶었다.

《아니, 넌 왜 잔치구경두 안가구 혼자 앉아있니. 가서 국수라도 한그릇 얻어먹으려무나.》

방안으로 들어서자바람으로 하는 어머니의 말이였다.

《벌써 례식이 끝났어요?》 하고 호철이는 대수롭지 않게 묻는것이였다.

《방금 시작하려는가부더라. 어서 가봐라. 너의 동무들이 다 모였더라.》

《아까 그애들이 우리 집에 왔댔어요. 난 안가겠다구 했어요.》

《어째서?》

《그까짓 잔치구경은 해서 뭘해요.》 하며 호철이는 어머니를 흘깃 돌아보더니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다가 그만 입을 다물고말았다.

《구경이라면 한사코 쫓아다니더니 갑자기 어른다운 소리를 하는구나. 왜 무슨 일이 있었냐?》

어머니는 약간 의아한 눈초리로 호철이를 바라보는것이였다.

《어머니, 나두 중학교에 갈수 있을가요?》

호철이는 어두운 밤에 홍두깨 내밀듯이 이렇게 불쑥 물었다.

어머니는 눈을 크게 뜨고 호철이를 바라볼뿐 한동안 대답할 말마디를 찾지 못했다.

《뭐 중학교?》

호철이 어머니는 얼마후에야 겨우 이렇게 되물었다. 그리고는 땅이 꺼지게 깊은 한숨을 짓는것이였다.

《네가 중학교에 붙긴 어떻게 붙으며 웬 돈으로 뒤를 치겠니?》

어머니는 창문가를 바라보며 맥없는 소리로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학교에 붙기만 하면 돈이야 벌어서 해야지요.》

《돈벌 구멍이 있다더냐?》

《신문이나 우유같은것두 배달해주구 밤마다 닥치는대루 일을 하면 학비는 벌수 있을거야요. 김성주동무랑 윤병이들두 그렇게 돈을 벌어서 공부하겠다는거야요.》

《그러나 네가 어떻게 중학교에 붙어내겠니? 중학교에 붙는다는건 하늘의 별따기만이나 하다는데.》

《이제부터 달라붙으면 되겠지요 뭐. 나두 전에는 공부는 그냥 어려운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공부두 하면 할수 있는거라구 생각돼요.

김성주동무가 도와준 덕으로 내 성적두 이제는 거의 우등에 가깝거든요.》

《그러기 팔골서두 그 학생에 대한 칭찬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 이제는 칠골이니 팔골이니 하면서 편쌈두 안한다면서?》

《편쌈은 그 동무가 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부터 하지 않게 됐어요. 그런 동무가 벌써부터 우리 학교에 왔더라면 칠골이니 팔골이니 하면서 터세같은것은 하지두 않았을거예요.》

《그래서 너두 그 시험을 치러보겠단 말이지?》

《요즘은 그 생각때문에 밤에 잠두 잘 오질 않아요.》

《그래서 오늘 잔치구경두 안가구 그러댔구나.》

《예…》

《녀석같으니, 그런걸 가지구 큰놈이 어머니는 너를 보구 와서 자꾸만 웃질 않겠니.》

그는 여기까지 말하고나서 혼자 빙그레 웃을뿐 말끝을 맺지 않았다.

《큰놈이 어머니가 뭐라구 해요?》

《아무것두 아니다. 그건 그렇구, 그렇게 정 소원이라면 한번 해보려무나. 그래, 그 성주라는 그 학생과 의논은 해보았냐?》

《여러번 의논을 해보려구 마음먹었다가두 막상 만나면 그 말이 나오질 않아요.》

《그런 졸장부의 생각으로 무슨 큰일을 하겠다구 그러는거냐. 내가 가서 말해달라냐?》

《아니예요, 내가 말하겠어요.》

이날 호철이는 어머니에게서 큰 힘을 얻을수 있었다.

그는 대원수님을 만나서 자기의 희망을 꼭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다음날 아침이였다.

대원수님께서 책을 드시고 참나무아래로 올라가시는것을 본 호철이는 단단히 결심을 하고 그이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때마침 거기에는 대원수님과 호철이 단 두사람뿐이였다. 호철이는 사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자기가 이야기하는것을 누가 듣지나 않겠나 하는 걱정이 생겼던것이다. 누구도 보이지 않았건만 역시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나와 무슨 할 말이 있니?》 하고 대원수님께서는 벌써 호철이의 생각을 꿰뚫어보신듯 이렇게 물으셨다.

《좀 의논할 일이 있어서…》 하며 호철이는 머리를 숙였다.

《호철이도 우물쭈물할 때가 있나, 하하하… 뭔데, 어서 얘기해.》

《얘기를 들으니까 윤병이랑 칠골아이들은 중학교입학시험준비를 한다면서? 나같은 아이는 같이할수 없겠는지 해서 좀 의논해보려구 따라왔댔어.》

《왜 할수 없겠니. 중학교 가는 사람은 별사람이라던? 공부는 누구나 하려구 애쓰면 할수 있는거야. 우리 함께 해보자꾸나. 너보구 미리 얘기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게 됐다.》

《원 별말을 다하누나. 사실 나는 이전에야 어디 중학교같은걸 생각이나 해본줄 아니. 창덕학교만 졸업해두 다행이라구 생각했지뭐. 그런데 네가 와서 〈우리는 왜놈과 싸워야 한다. 왜놈과 싸우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늘 이런 말을 하는것을 들으면서 내 생각두 차차 달라지게 됐어. 정말 이제부터라두 든든히 결심하구 공부를 해야겠어. 내 나이가 벌써 열일곱살이거던.》

《좋아! 네 생각을 알만하다. 오늘부터 우리 같이 해보자.》

학습반동무들은 시간을 쪼개가며 이악하게 공부를 하였다.

호철이의 성적도 몰라보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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