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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26


대원수님께서는 응화에게 하루에 두번씩 빠짐없이 글을 가르쳐주시였다. 대원수님께서 말씀이 있은 후부터 응화는 숙제를 꼭꼭 해놓았고 광호도 응화의 학습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졌다. 응화는 날이 갈수록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되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어느날 오후 공부를 끝마치신 후 소를 끌고 만경봉으로 오르시였다. 응화와 광호도 꼴지게들을 지고 함께 산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산판에 지게를 버텨놓고 풀을 베기 시작했다.

대원수님께서는 산판에 소를 놓고 그들의 풀베기일을 도와주셨다. 그러시고는 큰 소나무아래에 앉아 잡지를 보고계셨다. 응화와 광호는 베여놓은 꼴을 단으로 묶어놓고는 대원수님의 곁에 와서 자리를 잡았다.

《성주는 만경봉에 오면 여기밖에 모르누나.》 하고 응화가 대원수님께 말했다.

《왜 넌 여기가 좋지 않니? 봐라, 경치가 얼마나 좋으냐.》

이렇게 말씀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사위를 바라보셨다. 두 동무도 아름다운 경치에 눈이 팔렸다.

응화의 말대로 대원수님께서는 만경봉에 오르시면 언제나 이 자리를 찾으셨다. 그것은 경치가 좋기때문만은 아니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아버지를 따라 여기에 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던 그때 일을 회상하시면서 자주 여기를 찾으셨던것이다.

아버님께서 평양감옥에서 나오신 후 아직 몸이 채 추서기 전이였다. 아버님께서는 대원수님을 데리고 만경봉에 오르시였다. 만경봉에 오르신 아버님께서는 매우 감개무량해하시면서 사방을 둘러보시였다.

《아버지가 없어두 너는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어머니를 모시구 살수 있지?》

아버님께서는 대원수님을 무릎에 앉히시며 이렇게 물으셨다. 이 말을 들으신 대원수님께서는 깜짝 놀라셨다.

《아버지는 또 어디에 가시나요.》

《멀리루 가려고 한다.》

《거기두 여기처럼 강두 있구 산두 있구 밭두 있구 하나요?》

《다 있지. 우리 나라는 어디를 가나 다 살기 좋단다. 그러니까 강도 왜놈들이 우리 나라를 빼앗지 않았냐?》

《빼앗기지 말지 왜 빼앗겼나요.》

《허허허… 참 네 말이 옳다. 빼앗기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그런데 량반통치배들이 나라를 잘못 다스려서 기름진 우리 나라를 왜놈들한테 빼앗겼구나.》

《아버지는 나라를 다시 찾으려구 늘 어디로 다니시지요?》

《그렇단다.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아줄테니 너희들은 커서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아라.》

《어떻게 하면 빼앗기지 않나요.》

《모두가 힘을 합쳐 일두 잘하구 쳐들어오는 원쑤들을 척척 막아내야 한단다. 너 증조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었지?》

《예, 들었습니다. 배를 타구 대동강에 왔던 미국놈들을 때려부신 얘기말이지요?》

《맞았다. 그 배이름을 〈셔먼〉호라구 그런단다. 너두 크면 증조할아버지처럼 나쁜놈들을 쳐부시겠니?》

《난 인제라두 그런 나쁜놈이 오면 이 고무총으로 쏠래요. 그리구 작은삼촌만큼 큰댐에는 진짜 총으로 쏠래요. 아버지 그때 진짜 총 사주어요.》

《오냐, 사주마. 암, 사주구말구.》

《아버지, 그때는 왜놈이 다 쫓겨가지 않나요?》

잠시 무엇을 생각하신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물으셨다.

《그때는 네가 잡을 왜놈이 없을가봐 걱정이냐?》

아버님께서는 크게 웃으시며 물으셨다. 대원수님께서는 대답은 하지 않고 머리만 끄덕이시였다.

《그때까지 왜놈들이 남아있을수두 있구, 왜놈들을 쫓아보낸대두 또 다른 원쑤놈들이 나타날수두 있지. 원쑤는 언제나 있기마련이란다. 왜놈과 꼭같은 미국놈들두 우리 나라를 노려보구있단다.》

대원수님께서는 바로 이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시던 그때의 아버님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히 떠오르셨다.

이때 대원수님의 곁에 앉아있던 응화가 소리치듯이 말했다.

《야! 오늘도 곡식을 실어나르누나.》

순화강나루터에서 배 세척이 곡식을 가득 싣고 대동강쪽으로 떠가고있었다.

《저게 무슨 곡식이냐?》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밀이야. 어제부터 실어가기 시작했으니까 아마 한동안 실어나를거야.》 하고 응화가 대답했다.

《저 밀을 어디로 실어가니?》

《남포루 실어가지 뭐. 남포사람들은 좋겠지? 가만히 앉아서 배를 두드리면서 먹어대겠으니까.》

《야, 넌 정말 한심하구나. 저걸 실어가면 남포사람들이 먹는줄 아니?》 하고 광호가 쏘아주었다.

《그럼 누가 먹니? 남포가 우리 나라끝이란 말이야. 남포다음에는 서해라더라야. 그럼 바다사람들이 먹니? 물사람들이 산다는데 그럼 물사람들이 먹겠구나. 하하하…》

응화는 어처구니없다는듯이 고개를 젖히고 깔깔 웃어댔다.

광호는 뭐라고 말해야 응화가 알아들을수 있을가를 생각하면서 웃고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다.

《넌 남포에선 다른데루 더 못가는줄 아니? 거기서 배에 척 실으면 어디든지 갈수 있어 씨.》

알지도 못하면서 고아댄다는듯이 광호는 아래입술을 쑥 내밀며 고개를 내저었다.

《어디루 가니?》

《어디루 가겠니. 생각해보려마!》

광호는 잠시 응화를 바라보더니 이야기를 계속했다.

《일본으로 가는거야 일본. 하기야 일본으로 가져가는게 밀가루뿐인줄 아니? 너 가을에 남포에 한번 가봐라. 굉장하단다. 안주열두삼천리벌이랑 재령나무리벌이랑 안악, 신천, 봉산벌에서 모여드는 벼가 얼마나 많은지 아니? 다 모아놓으면 저 룡악산보다두 더 높을거야.》

《너 가봤니?》

《가봤지. 그럼, 우리 고모네가 남포에 사는데 못가봐? 밀은 실어다가 남포에서 밀가루루 만들어가구 벼는 쌀로 찧어서 일본으로 실어가는거야.》

《진짜 그렇게 하나?》 하고 응화가 대원수님께 물었다.

《그렇게 하지. 밀가루나 쌀뿐인줄 아니. 왜놈들은 우리 나라에서 좋은것은 다 빼앗아간단다.》

대원수님의 대답이시였다.

세 동무는 그대로 서서 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다. 한 배에만도 몇백가마니를 실었는지 알수 없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순응골 밀밭에 나가시여 물을 주던 일이며 품앗이군들과 외할아버님네 온 가족이 땀을 흘리며 밀마당질을 하던 일이며 귀동이네 집에서 장리로 조를 가져오던 일이며 밀 세가마니가 차례졌을 때에 그나마도 기뻐하시던 외삼촌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얼른거렸다.

배에서는 사공들이 한걸음앞으로 내디뎠다가는 뒤로 물러서면서 노를 저었다. 배는 삐거덕소리를 내며 움직이였다. 앞배가 퍼그나 멀리 떠나자 그 다음배도 떠나고 조금후에 또 다음배도 떠났다.

조선사람이 지은 밀과 쌀을 왜놈들이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니 대원수님께서는 치가 떨리셨다. 배사공들에게 실어가지 말라고 소리라도 치고싶으셨다. 그러나 소리를 친다고 해서 배를 세우지도 않을것이며 밀가마니를 내려놓을수도 없는 일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그대로 서시여 배들을 지켜보시였다. 노를 젓는 소리는 구슬프게 계속 들려왔다.

대원수님의 머리에는 압록강으로 수많은 떼목들이 내려가던 모습과 후창광산에서 쇠돌을 실어가던 모습들이 떠오르셨다.

(왜놈들은 우리 나라에서 재목도 빼앗아가고, 금은보화도 빼앗아가고, 귀중한 식량도 빼앗아가는구나. 그래 왜놈들의 배를 채워주려고 조선농민들이 땀을 흘리며 농사를 지었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시니 대원수님께서는 분하고 원통한 마음이 불같이 일어나셨다.

《빼앗긴 나라를 아버지들이 다시 찾아줄테니 너희들은 커서 다시는 나라를 빼앗기지 말아라.》

몇해전에 여기에 앉아서 하시던 아버님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듯 하셨다.

그러나 그런 말씀을 하신지도 벌써 여러해가 지났건만 왜놈들은 쫓겨가기는커녕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있지 않는가.

(빨리 커서 왜놈들을 모주리 족쳐버려야 하겠다.)

대원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고계셨다.

《넌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구있니?》 하고 응화가 대원수님께 물었다.

《응화야, 너 왜 조선사람들이 땀흘려 지은 곡식을 일본놈들이 빼앗아가는지 아니?》

《잘 모르겠어. 그렇게 많은 곡식을 왜 일본으로 실어갈가? 그걸 다 조선사람들이 먹으면 굶지 않겠는데.》

응화는 눈이 둥그래서 대원수님과 광호를 번갈아 바라보는것이였다.

《우리 나라가 왜놈들한테 멕히웠으니까 그놈들이 빼앗아가는거야. 그것두 몰라?》

광호는 응화를 바라보며 노상 으시대는것이였다.

《광호의 말이 맞았어. 왜놈들은 밀이나 쌀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귀한 재목이니, 땅속에 있는 보물이니,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귀중한 물건들을 모주리 빼앗아가구 조선사람들을 소나 말처럼 부려먹는거야.》

《그럼!》 하고 광호가 한마디 끼였다. 응화는 대원수님과 광호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부러운 눈초리로 《너희들은 그런걸 어떻게 다 아니? 그런것두 학교에서 배워주니?》 하고 묻는것이였다.

《배우지. 보통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해두 순화학교나 창덕학교같은데서는 배운단 말이야.》 하고 대원수님께서 대답하시였다.

《자꾸 그렇게 빼앗기다나면 나중에는 어떻게 되겠니. 조선사람들은 알거지가 되구말겠구나.》

《벌써 조선사람들은 거지가 된셈이지. 밥두 배불리 먹지 못하구, 옷두 변변히 못입구. 응화, 네가 학교에두 다니지 못하는것이 누구때문인지 아니? 그것두 다 왜놈들때문이란 말이야.》

《그럼, 그놈들을 왜 그냥 두나?》

《그러기 왜놈들을 모두 때려부셔야 하는거야.》

《그놈들은 총이랑 칼을 가지고있는데 어떻게 때려부시니? 야, 난 순사만 봐두 무섭더라 얘.》

《그런 놈들을 무서워해선 안돼.》

《흥, 칼을 차구 뚜거덕뚜거덕하는데 무섭지 않아?》

《조선사람이 칼두 만들구 총두 만들면 되지. 그놈들만 총이 있겠니?》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사이에 배들은 어느덧 대동강에 들어섰다. 앞서가는 배에서 돛을 달자 뒤따르던 배들도 돛을 올렸다.

바람새가 좋은 모양인지 배들은 남포쪽을 향하여 씽씽 달려나갔다.

세 동무는 말없이 멀어져가는 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있었다. 배는 어느덧 굽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되였다.

《자, 이제는 옛말이나 하나 해다구.》 하고 응화가 말했다.

《옛말보다두 더 재미있는 소설을 하나 읽어주마.》

대원수님께서는 아까 혼자 읽으시던 잡지의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하셨다.

두 동무는 무릎을 세우더니 손으로 턱을 고이고 소설을 듣기 시작하였다. 광호는 재미있는 장면에 가서는 웃기도 하고 계속 귀를 도사리고있는데 응화는 점점 싫증이 나는 모양이였다. 그는 얼마후에는 풀속에서 커다란 송충이 한마리를 발견해가지고는 솔잎으로 몸뚱이를 쿡쿡 찌르는것이였다. 그럴 때마다 송충이는 꿈틀꿈틀했다. 그걸 보면서 재미있는 모양인지 혼자 키득키득 웃기도 하였다.

《야, 이놈 봐라. 그래두 살겠다구 꿈틀거리거덩. 이런 놈은 솔잎을 먹어서 소나무를 마르게 하니까 죽여야 돼.》 하며 그는 동무들을 바라보는것이였다.

그러나 대원수님께서는 책만 내리읽으셨다. 응화는 또 다른 송충이를 잡아다놓고 장난하였다.

《응화, 넌 이 소설이 재미없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나두 들어. 어서 읽으려마.》

대원수님께서는 계속 책을 읽으셨다. 조금후에 응화는 부시시 일어서더니 풀을 뜯고있는 소곁으로 가서 소꼬리털을 한오리 뽑았다. 그러더니 소다리에 붙어있는 큰 등에 한마리를 잡았다. 등에배에서는 불그레한 소피가 내비쳤다.

응화는 소총으로 올가미를 짓더니 등에허리를 살며시 옭아매고 놓아주었다. 등에는 《윙》 하고 날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총의 한끝을 응화가 잡고있었기때문에 등에는 《윙윙》소리만 낼뿐 도망가지는 못했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잠자리 한마리가 날아와서 등에를 덥석 물었다. 이때에 응화는 날쌔게 잠자리를 붙들었다.

《한마리 잡았다!》 하며 그는 잠자리날개를 모아 입에 물고 다시 등에를 날렸다.

《응화 ! 너 재미나는 소설인데 듣지 않겠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얘기를 해야지 글루 읽어서는 못알아듣겠거덩. 그 책을 다 읽구 얘기루 해주려마.》

《그럼, 얘기하는것처럼 읽어줄게 이리 오너라.》

응화는 다시 대원수님의 곁에 앉았다. 한동안 앉아서 조용히 듣고있던 응화는 다시 싫증이 나기 시작했는지 먼산도 바라보고 날아가는 까치도 쳐다보군 하였다.

《이렇게 읽어두 잘 모르겠니?》

《얘기루 해주어야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좋다, 그럼 이야기루 해주마. 사실 소설은 제가 읽어야 재미있는거야.》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대원수님께서는 소설의 내용을 이야기로 전달했다. 그제야 응화는 재미가 나는 모양인지 점점 대원수님앞으로 다가앉으며 귀를 강구고 듣는것이였다.

《제가 읽으면 지금 얘기하는것보다 진짜 더 재미있니?》

이야기를 다 듣고난 후에 응화가 이렇게 물었다.

《더 재미있지 않구.》

《어디 그 책 좀 보자꾸나.》

대원수님께서는 책을 응화에게 주셨다. 응화는 책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뒤적여보더니 물었다.

《다른 책에두 이렇게 재미있는 얘기가 많니?》

《많구말구! 이것보다 몇배 더 재미있는 얘기가 얼마든지 있지.》

《나두 그 소설에 나오는 갑돌인가 하는 그 아이처럼 부지런히 너희들한테 글을 배우면 우리 큰아버지네 집에 편지두 쓸수 있겠지?》

《쓸수 있지 않구.》

《이런 책두 읽을수 있을가?》

《그야 물론이지. 이런 책만 읽겠니? 이보다 재미있구 더 어려운 책두 읽을수 있지.》

《난 이런 책만 읽어두 좋겠다야.》

《너두 이제 곧 이런 책을 막 읽을수 있게 돼. 지금두 쉬운 글을 꽤 읽지 않니.》

응화의 얼굴에는 기쁨과 새 희망의 빛이 함뿍 어리였다.

얼마후에 광호와 응화는 마을로 내려가고 대원수님 혼자 산에 남으셨다. 소는 산기슭에서 계속 풀을 뜯어먹고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어느 학교 교원이 쓴 《불쌍한 남매》라는 수기를 읽기 시작하셨다. 글줄마다에 담겨져있는 내용은 눈물없이는 읽을수 없었다.

어느 농촌마을에 가난한 사람이 살고있었는데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남매가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페결핵에 걸려 3년이나 앓다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지 보름만에 어머니마저 열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리하여 여덟살난 오빠와 다섯살나는 누이동생만이 남게 되였다. 그런데 그들을 돌봐줄만한 친척도 없었다.

마을사람들도 그들을 먹이고 입혀줄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도 자기와 제 집식구들의 입에 풀칠하기가 어려운 처지였기때문이였다. 한꺼번에 부모를 잃은 어린 두 남매는 서로 붙들고 울기만 했다. 그런데 지주놈은 목놓아울고있는 어린이들을 내쫓고 빚값에 집과 보잘것 없는 가장집물을 빼앗았다. 불쌍한 두 남매는 손을 잡고 갈 곳 없는 길을 떠나 헤매고있다는 이야기였다. 책에는 그 남매의 사진까지 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눈물을 흘렸고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하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시간가는것도 잊으시고 줄곧 책만 읽고계셨다.

이때 곁에서 작은어머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는걸 모르구 두루 찾아다녔구나.》

작은어머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대원수님께서는 얼굴을 드셨다.

《아니, 작은어머니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오셨어요?》

작은어머님께서는 말없이 대원수님을 바라보시며 웃고만 계셨다. 대원수님께서는 그제야 소를 먹이러 왔었다는 생각이 나서 사위를 둘러보셨다. 그러나 소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소가 어디루 갔을가?》

대원수님께서는 혼자말로 이렇게 말씀하시며 사방을 둘러보셨다.

《소가 어디루 달아난 모양이구나.》 하시며 작은어머님께서는 여전히 히죽이 웃으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이상한 생각이 드시여 작은어머님을 바라보셨다.

《걱정말아라. 소는 벌써 집으로 돌아갔다.》

《아니, 누가 끌어갔어요?》

《해가 넘어가자 소는 저혼자 수걱수걱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너두 그뒤로 오는줄 알았더니 한참 기다려두 돌아오질 않더구나.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다 예까지 오지 않았니!》

《참, 그 소가 아주 령물인데요.》

《아, 령물이구말구. 그러기 소는 아무리 먼길을 갔다가두 제 집을 찾아온단다.

어서 내려가자. 타개죽이 다 식겠다.》

대원수님께서는 작은어머님을 따라 마을로 내려가셨다.

이날밤에 대원수님께서는 자리에 누워서도 오래도록 잠을 이룰수 없으셨다. 저녁에 읽으신 《불쌍한 남매》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한 농촌에 살던 두 남매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조선의 전체 아동들이 겪고있는 이야기로 생각되셨다.

《이 불쌍한 소년과 소녀의 부모들은 왜 죽어야 하며 무엇이 그들을 죽였는가? 돈! 돈! 돈이 그들을 죽였다. 사람은 모르고 돈만 아는 이놈의 세상이 언제나 바로잡힐것인가. 어떤 나라에는 일하는 로동자, 농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데 왜 많은 나라가 아직 놀고먹는 돈있는 놈이 나라의 주인으로 되고있는지 알수 없구나.

부모를 잃고 집까지 빼앗긴 불쌍한 소년과 소녀는 어디로 갈것인가? 그들을 구원할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대원수님께서는 필자가 마지막에 쓴 이 글발이 자꾸만 눈앞에서 꿈틀거리는것 같으시였다. 그리고 두 남매의 모습이 눈앞에 아물거렸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도와달라고 애걸하는것만 같으셨다. 그러나 그들을 구원할 방도는 잘 생각나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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