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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24


대원수님께서 만경대에 도착하신 날 저녁이였다. 할아버님께서는 대원수님의 통신부를 들여다보시더니 얼굴에 웃음을 띠우시며 머리를 끄덕이셨다.

《그래, 도장원을 했수?》 하고 타개죽을 쑤시려고 보리망질을 하고계시던 할머님께서 물으셨다.

《이걸 좀 보우, 모두 갑을 받았으니까 도장원을 한셈이지.》

《그러느라니 얼마나 힘들었겠니. 공부하는것이 제일 힘들다더라.》

《닷새전에만 방학을 했더래두 너의 아버지에게 네 소식을 좀 더 자세하게 전할수 있었겠는걸 그랬구나.》

할아버님께서는 혼자말처럼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원수님께서는 놀라시는 표정으로 《무슨 편이 있었나요?》 하고 물으셨다.

《편이 있었다. 네가 여기로 나올 때 달구지를 태워주었다는 분이 있지 않았니?》

《예! 박창걸선생님말이지요?》

《역시 기억하구있구나. 그분이 여기 닷새전에 왔댔다.》

《그래요? 야, 그런데 왜 칠골에는 안들렸을가요?》

《그분도 너를 만나보았으면 좋겠다고 여러번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매우 바쁘다면서 선길로 돌아갔단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댔다나요?》

《너의 아버지한테 가는 편이 있다면서 기별할것이 있으면 그 편에 부탁하라구 일부러 왔더구나. 아마 누가 나왔다가 들어가나부더라.》

《그럼 박선생님한테 팔도구 집소식도 들으셨나요?》

《모두 잘 있다구 그러더라. 철주랑 영주는 형이 보구싶다구 늘 네 얘기를 한다더라. 방학동안에 갔다올 짬은 없겠니?》

《짬두 없지만 그만두겠어요.》

대원수님께서는 벌써 생각하신바 있었기때문에 이렇게 대답하고마셨다.

《그래서 박선생님께 무슨 기별을 하셨어요?》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뭐 특별히 기별할게 어디 있더냐? 만경대와 칠골집들이 모두 잘 있구 너두 공부를 잘하구있으니 집걱정은 말구 어서 큰일에 전력하라구 했다.》

《야! 정말 그분을 만나봤으면 좋았을걸. 그때 그분한테 신세를 단단히 졌는데. 그분은 분명히 아버지와 함께 일하시는분이였구만요.》

《그런분들의 성함이라든지 얼굴모습을 잘 기억해두어라. 사람은 많아두 그렇게 몸바쳐 나라를 위해 싸우는 사람은 많지 못하지 않냐? 너두 후에 그런분하구 같이 싸우게 될지 뉘 알겠니.》

대원수님께서는 달구지를 타고오시면서 보던 그 아저씨의 모습을 머리속에 그려보셨다.

《공부하기 애를 썼는데 이번 방학동안에 푹 쉬여라.》

할머님의 말씀이였다.

《방학이라구 쉬여서야 쓰나? 식칼두 쓰지 않구 부엌구석에 박아두면 녹이 쓰는 법인데 공부두 계속하지 않으면 머리에 녹이 쓸어서 둔해진단 말이야. 너 이번 방학기간을 어떻게 보낼 작정을 하구 왔냐?》 하고 할아버님께서 물으셨다.

《제 공부도 해야지만 응화에게 글두 좀 배워주고 일두 좀 하겠습니다.》

《암! 일두 해야지. 공부하는 사람두 일을 할줄 알아야 하느니라. 공부를 한다는것은 결국 일을 더 잘하자는것이 아니겠느냐. 사람이 힘든 일을 해서 땀을 흘려봐야 일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알게 된단다. 그러기 네 아버지는 중학공부를 할 때두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일을 했단다. 일할 때에도 혼자 한것이 아니라 농민들과 같이하면서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기두 하구 좋은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면서 일을 했지. 큰일을 하려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아야 하지만 백성들의 형편을 잘 알아야 하거든. 그래야 농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있는지 알게 되고 어떤 고통을 겪고있는지도 알게 되고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날것이 아니냐. 네가 응화에게 글을 배워주겠다는것은 아주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그것도 네가 응화를 만나보구 그애의 이야기를 들어봤기때문에 그런 좋은 생각이 난것이 아니겠느냐.》

《그래요. 그애를 처음 만났을 때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는것을 알구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떨어져있으니까 생각뿐이지 배워줄수 있어야지요. 그래서 광호에게 부탁했더랬는데 그애는 제대로 배워주는것 같지 않아요.》

《짬을 내서 응화에게 글을 잘 배워주어라. 그리구 광호를 잘 타일러서 그애가 응화를 잘 배워주도록 해야 할게다. 너는 개학이 되면 또 칠골로 가야 할게 아니냐.》

《알겠습니다.》

《그리구 인제 한 보름이면 김매기가 끝나게 되겠는데 너는 소를 먹여라. 그놈의 소가 한손을 꼭 붙들어맨다니까.》

《소를 먹이는것보다 좀더 힘든 일을 하구싶어요. 소를 먹이는거야 뭐 일인가요?》

《어째서 소를 먹이는것이 일이 아니겠니. 아주 큰일이지. 네가 소를 먹이면 내나 네 작은아버지가 다른 일을 할수 있지 않겠니. 일에는 작은 일두 있구 큰일두 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야. 큰일을 맡구두 제대루 해내지 못하는것보다 작은 일을 맡구라두 그 일을 잘하면 되는거야. 알겠느냐?》

이리하여 대원수님께서는 소먹이는 일을 맡고 짬짬이 조밭과 팥밭 김매는 일을 도와드리기로 하셨다.

대원수님께서는 만경대집으로 오신 날 자신이 여름방학동안에 할일과 매일매일 지켜나갈 일과표를 세우셨다. 여기에는 아침기상으로부터 밤에 잠자리에 드시기까지의 하루의 일들이 다 적혀져있었다. 공부하는 시간, 집일을 돕는 시간, 응화에게 글을 배워주는 시간, 동무들과 노는 시간 할것없이 모든 일이 다 계획화되여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일과표를 흰종이에 곱게 써서 책상앞에 붙여놓으셨다. 일과표를 세우고 그대로 생활해나가는것은 대원수님에게 있어서 하나의 습관처럼 되여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문창이 훤히 밝기만 하면 할아버님과 함께 일어나셨다. 그리고는 대원수님께서 소를 끌고나가셨고 할아버님께서는 벌로 나가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소를 먹이면서도 그냥 소만 먹이지 않으셨다. 언제나 책을 들고나가시여 소를 산판이나 갈밭에 놓고 책을 읽으셨다.

(나는 책을 보면서 소를 먹이니까 괜찮은데 일부러 소만 먹이고있는 사람은 얼마나 갑갑할가?)

대원수님께서는 가끔 이렇게 생각하셨다. 아닌게아니라 이른 새벽에 소를 끌고나가도 소는 해가 거의 중낮이 될 때까지 풀을 뜯어먹어야 배가 부르기마련이였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조금 지나서 소를 끌고나가면 해가 질 때까지 먹여야 하였다.

그러기에 할아버님께서는 일에 무척 바쁘셨기때문에 소고삐를 들고 오래 소를 먹이지 못하셨다. 날이 훤히 밝자 소를 끌고나가셨다가 해가 솟아오르면 곧 소를 끌고 들어와서 외양간에 매고 조반을 급히 하시고는 벌로 나가군 하셨다. 그대신 일하고 점심참에 돌아오실 때는 의례히 갈꼴을 한단 베가지고 돌아오군 하셨다. 소는 꼴단을 보기만 하면 너무 좋아서 머리를 흔들며 맞받아오려고 하였다. 그럴 때면 할아버님께서는 《워랴, 워랴.》 하시며 꼴단을 풀어서 절반쯤 소구유앞에 놓아주었다. 그러면 소는 갈꼴을 한입 잔뜩 물고 우선 파리부터 윙 날려보냈다. 그바람에 입에 물었던 갈꼴은 절반이나 산산이 흩어지군 하였다.

《좀 자그만씩 물려무나.》 하며 할아버님께서는 흩어진 갈들을 집어다가 소입에 물려주군 하셨다.

허기증을 만났던 소는 잠간사이에 다 먹고는 남은 꼴단을 바라보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것이였다.

《이건 밤참이다.》 하시며 할아버님께서는 남은 꼴을 묶어서 그늘에 숨겨두군 하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이런것을 아시기때문에 며칠간이라도 소를 배불리 먹여보리라고 생각하셨다. 늘 허기가 져서 꼴을 보기만 해도 입맛을 다시군 하는데 도대체 소는 얼마나 먹나 시험을 해보고싶으셨다.

대원수님께서 소를 처음 끌고나간 아침이였다. 날이 훤히 밝자 소를 끌고 산으로 올라가셨는데 중낮이 되도록 계속 먹여도 배가 부르는것 같지 않았다.

《어디 네가 얼마나 먹나 보자.》

대원수님께서는 마치 사람에게 하듯이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계속 내버려두셨다. 소는 계속 풀을 뜯어먹고있었다.

거의 점심때가 되였다. 대원수님께서는 하는수없이 소를 끌고 돌아오셨다.

《점심먹구 또 나오자! 네가 얼마나 먹겠는지 끝장을 보구야 말겠다.》

대원수님께서 집에 돌아오시니 할아버님께서는 마당 가득히 이것저것을 벌려놓고 무엇을 만들고계셨다.

《할아버지, 뭘 만들구계세요?》

《쟁기를 만든다. 옆집에서 빌려가더니 그만 망그라쳐 놓았구나.》

할아버님께서는 끌로 구멍을 뚫으시면서 소를 흘깃 바라보셨다.

《야, 그런데 그 소배가 굉장히 불렀구나.》 하시며 할아버님께서는 히죽이 웃으셨다.

《그런데두 계속 먹으려고 하거든요.》

《그러기 많이 먹는 사람을 소먹듯 한다고 하지 않더냐?》

《사람두 그렇게 먹는다면 큰일나겠어요.》

《사람이야 그보다 더 먹는셈이지. 값을 따져보렴. 부자놈들은 혼자서두 소 백마리 먹는것만큼이나 먹을게다.》

《정말 그렇겠군요. 그런데 소는 끝없이 먹나요?》

《소두 배부르면 못먹지.》

《점심 먹구 또 나가서 얼마나 먹나 시험해볼래요.》

《갈꼴을 베다가 두었는데 그걸 먹여라.》

대원수님께서는 소를 끌고 외양간으로 가셨다. 그옆에는 꼴단이 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소를 매고 꼴단을 풀어 구유통으로 안아다주었다. 소는 꼴을 보더니 전과 다름없이 아귀아귀 먹기 시작하였다.

《야! 너는 정말 천하에 첫째가는 식충이구나.》

대원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여 할아버님께서 일하시는 앞에 마주앉으셨다. 거기에는 톱이니 자귀니 통송곳이니 대패니 먹통이니 별의별게 다 있었다. 끌도 큰것, 작은것 여러가지였다.

대원수님께서는 한편에 있는 뒤웅박에 눈이 가셨다. 이전에 보던 눈에 익은 뒤웅박이였다. 박 웃꼭지를 동그랗게 도려서 뚜껑을 만들고 걸어둘수 있게 끈까지 맨것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뒤웅박 뚜껑을 여시였다. 거기에는 별별 쇠붙이들이 다 있었다. 문고리가 있는가 하면 문돌쩌귀도 있었고 꺾쇠가 있는가 하면 접철도 있었고 의농못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인지 알수없는 쇠붙이들도 가득 들어있었다.

《할아버지, 이 뒤웅박이 아직두 있구만요.》

《그게 보물통인데 없어서야 되겠냐.》

할아버님께서 싱긋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보물통이라니요?》

《나오라는건 다 나오니까 보물통이지.》

《이것들은 뭣하는데 쓰는가요?》

대원수님께서는 알수없는 쇠붙이들을 꺼내보이시면서 할아버님께 물으셨다.

《넣어두어라. 그것두 다 쓸데가 있느니라. 뭐든지 모아두면 쓸데가 있는 법이야.》

대원수님께서는 들었던 쇠붙이를 뒤웅박속에 다시 넣으시고 뚜껑을 덮으셨다.

《할아버지는 목수일두 할줄 아시는군요.》

《사나이는 목수일이건 대장쟁이일이건 배사람의 일이건 할것없이 다 할줄 알아야 한단다.》

《할아버지는 그런걸 다 할줄 아세요?》

《다 할줄 아다뿐이겠니? 그게 뭐 어려워서.》

대원수님께서는 할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고싶으셨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수 없어 그대로 구경만 하고계셨다.

할아버님께서는 작은 손톱으로 굵은 나무통을 자르기 시작하셨다. 할아버님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내가 베여보겠어요.》

대원수님께서도 그 일은 할수 있을것 같으셨다.

《어디 해보아라.》

대원수님께서는 톱을 받아가지고 나무를 자르기 시작하셨다. 할아버님께서는 길다랗고 한가운데가 약간 굽은 소나무를 자귀로 다듬기 시작하셨다. 역시 땀은 계속 흐르고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런 큰 농쟁기두 모두 자작 만들어서 쓰시나요?》

톱질을 하시면서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제손으로 만들수 있는것은 자작 만들어쓰는것이 제일 좋으니라. 제손으로 만들줄 알아야 어디가 마사져두 인차 고쳐서 쓸수 있을게 아니냐. 무엇이나 남이 만든것을 사다 쓰기만 하는 사람들은 농쟁기 하나가 마사져두 고쳐서 쓸 생각은 안하구 집어던지기가 일쑤란다. 그러니 살림살이가 뭐 되겠니?》

할아버님께서는 말없이 한동안 자귀질을 하시고나서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그것은 집살림만이 아니라 동네나 나라의 살림살이두 매한가지지. 너의 아버지들이 왜놈들을 내쫓구 나라의 독립을 찾은 후에는 우리가 나라의 주인이 될게 아니냐. 그때에 가서두 모두 남들이 만든 물건만 쓰고있겠냐. 그래서야 무슨 독립국가라고 말할수 있겠느냐. 왜놈들이 제아무리 기승을 부려두 며칠 못간다. 너 포구에 나가서 조수물 오르내리는걸 봤지?》

《예.》

《밀물이 한창 밀려올 때는 무섭지 않더냐? 강뚝을 넘을것 같지. 그렇지만 몇시간후에는 어떻게 되더냐?》

《다시 썰물이 되여 내려갑니다.》

《그렇지, 다시 물이 내려가는 법이니라. 왜놈들이 지금은 온 세상에 기세를 뻗칠듯이 덤비지만 얼마 못가서 꺼꾸러질게다. 지금 너의 아버지들이 나라를 찾으려구 목숨을 내걸구 있지 않냐. 오래지 않아서 우리두 환한 세상에서 살게 된다.》

《아버지께서두 팔도구에서 여러곳으루 다니시면서 독립운동을 하는분들을 만나 한데 묶어세우시려고 무척 애쓰구계시는것 같아요.》

《독립을 찾으려면 응당 그래야지. 혼자의 힘으로는 큰일을 못치느니라. 그러구 모두 저만 잘났다구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가기마련이라는 말이 있지 않냐. 나라의 독립두 모두 제멋대로 해서는 안되느니라. 큰 대장이 있구 그 대장밑에 모두 뭉쳐서 싸워야 하느니라.》

할아버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옆에 찼던 담배쌈지끈을 풀어서 잎담배를 꺼내쥐고 후후 입김을 불어서 대통에 담으셨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요즘 글쪼박이나 배웠다는 사람들은 제손으로 귀떨어진 바늘 한개도 만들지 못하면서 미끈한 양복을 입구 가죽구두를 신구 머리에는 기름을 찔찔 바르구 노상 잘난체 하구 다니는데 그 꼴을 보면 정말 구역질이 나더라. 하기야 그런자들이야 돈냥이나 있는자들이니까 나라나 백성들이야 생각인들 하겠냐? 그저 제배가 부르구 제 옷이나 뜨뜻이 입으면 고작으로 알구있겠으니 그럴수밖에 없지. 벌거벗구 금가락지를 껴서야 뭘하겠니. 나라를 빼앗긴 주제에 몸치레나 잘하구 다녀서 뭘하겠냐 말이다. 결국 남들을 웃기기나 할노릇이지. 그건 다 나라를 찾구 우리 나라 살림살이가 넉넉해진 후에 해두 늦지 않는거다. 넌 아예 그러지 말아라.》

《난 그러지 않겠으니까 걱정마세요.》

할아버님께서는 자귀를 놓으시고 다듬던 소나무 한편끝을 잡으시더니 한눈을 지그시 감고 저편끝을 내다보시는것이였다. 그러시더니 다시 자귀를 드시며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너의 할머니와 작은어머니를 봐라. 낮에 그렇게 힘들게 일을 하고도 밤늦도록 물레질을 하지 않더냐? 그 덕에 우리는 천이라군 아예 사들이지 않는다. 조선사람이 만든 무명이 얼마나 좋으냐. 그러기 훌륭한분들두 무명에 검은 물감을 들여서 두루마기를 해입지 않더냐? 옷을 해입으면 얼마나 뜨뜻하구 질기겠니. 너의 할머니와 작은어머니가 만든 보름새를 봐라. 왜놈들이 만든 천이야 앉았던 자리에두 못가지.》

《할머니는 밤에 불두 켜지 않구 물레질을 하시더군요.》

《이제는 그게 습관이 됐단다. 말하자면 물레질졸업장을 받은셈이지.》

《내가 불을 켜드리니까 저기 불이 있지 않느냐구 하시면서 달을 가리키시지 않겠어요?》

이 말을 들으신 할아버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대원수님을 돌아보셨다.

《할아버지, 옛날에 달빛아래서 공부한 사람두 있다지요?》

《그렇지. 달빛아래서 공부해가지구 과거에서 도장원을 한 사람두 있구 남의 집 창문으로 비치는 불빛으로 공부한 사람두 있구 반디불루 공부한 사람두 있단다.》

대원수님께서는 할아버님의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나무통을 다 자르셨다. 그리고 할아버님께서도 쟁기채를 깡그리 말라놓으셨다.

대원수님께서는 다시 외양간으로 뛰여들어가셨다. 소는 누워서 새김질만 하고있었다. 그런데 꼴은 절반도 먹지 않았다.

《네가 나한테 항복을 했구나!》

대원수님께서는 소앞에 가서 이렇게 소리치시고 밖으로 뛰여나오셨다.

《할아버지, 소가 꼴을 절반도 먹지 못하구 누워서 새김질만 하구있어요.》

《소가 오늘은 생일을 쇴구나. 매일 그렇게 먹이면 살이 피둥피둥 오를게다.》

할아버님께서는 만족한 얼굴로 대원수님을 바라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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