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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회


자강도소년


4

진국이는 방금전 어머니한테서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또다시 부대를 다녀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진국이는 그만 억이 막혔습니다.

너무도 맥이 풀려 풀썩 방바닥에 주저앉고말았습니다. 저절로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야, 나는 왜 자꾸 이럴가. 정말 원수님께서 떠나가셨을가.

진국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아버지원수님께서 건설장에 계실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진국이가 올 때가 되였는데… 하시면서 아직도 그곳에 서시여 자기를 기다리고계실것만 같았습니다. 진국이는 복슬강아지가 뛰놀고있는 할아버지네 집대문을 바람같이 달려나왔습니다.

새파란 잔디밭을 옆에 끼고 미끈하게 뻗어간 길을 따라 두주먹을 쥐고 내달렸습니다. 확확 숨이 차올랐지만 그의 두다리는 씽씽 앞으로만 내달렸습니다. 살림집들이며 공장이며 뻐스들이 다가오다가는 옆으로 비껴서서 뒤로 멀어지군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달려갔건만…

진국이는 굴착기운전공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그에게서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이번에도 진국이를 만나시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며 떠나가셨다는 말을 들으니 눈물만 자꾸 나왔습니다.

운전공아저씨는 울고있는 진국이의 어깨우에 다정히 큰 손을 얹었습니다.

《울지 말아, 원수님께선 언제든지 너를 꼭 찾으실게다.》

아저씨도 격정에 넘쳐 속삭였습니다. 진국이는 그 아저씨의 품에 와락 안겼습니다.

《아니예요. 이젠 안 찾으실거예요. 찾으실 때마다 없는 나같은 아이를 원수님께선 다신 안 찾으실거예요. 아저씨, 난 어쩌면 좋아요?!》

《너무 섭섭해말아, 비록 원수님을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원수님께서 너를 칭찬해주시지 않았니, 두번씩이나… 너처럼 두번씩이나 원수님의 칭찬을 받은 아이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니. 난 그런 네가 막 부럽기만 하다.》

그 말을 듣고서야 진국은 마음이 좀 진정되였습니다.

《정말 아저씨도 내가 부럽나요?》

《부러워, 난 너의 친구가 아니냐? 친구에게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니, 그렇지? 자, 어서 집으로 가자. 꼬마〈고려의사〉동지!》

아저씨가 진국이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차렷자세를 취하면서 깍듯이 군대인사를 하자 진국이는 그제서야 살풋이 고운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얼굴이 도마도처럼 빨갛게 익은 명호가 숨이 하늘에 닿아 뛰여왔습니다.

명호도 아버지원수님께서 진국이를 찾으셨다는 기쁜 소식을 사람들에게서 듣고 한시바삐 진국이를 만나고싶었던것입니다.

한참 설명을 듣고난 명호는 우습강스럽게 얼굴을 찡그리며 익살까지 부렸습니다.

《챠, 꼬마〈고려의사〉선생님, 이젠 내 다리도 좀 봐주지 않겠습니까?》

《〈환자〉동문 안되겠습니다.》

《예?! 그건 왜요?》

《쩍하면 나무에 올라가길 좋아하는 다리엔 약이 없으니까요.》

《뭐야? 하하하…》

진국이와 명호는 서로 그러안고 한바탕 웃었습니다.

명호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진국이의 눈앞에는 굴착기운전공아저씨를 처음 만나던 일이 눈에 삼삼히 떠올랐습니다.…

한달전 연두봉기슭에서 쑥을 뜯던 날이였습니다. 함께 갔던 명호가 비가 올것 같다면서 돌아간지 얼마 안되여 정말 소나기가 쏟아져내렸습니다. 집채만큼이나 큰 너럭바위틈새기에 들어가 비를 그었지만 진국이는 비맞은 수닭모양이 되였습니다.

그러나 쑥배낭만은 비물에 젖을가봐 가슴에 꼭 껴안았습니다.

얼마후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는 그만 실망하고말았습니다. 소낙비에 산골물이 불어나 나무다리도 물에 잠기고 징검돌들도 숨어버렸던것입니다.

어쩔가? 큰 다리로 가자면 한참이나 에돌아야겠는데…

몸이 오슬오슬 떨려서 빨리 집으로 가고싶은 생각뿐이였습니다.

물을 건너갈테야! 하고 진국이는 입술을 옥물고 한발을 물에 들여놓았습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그를 끌어당기는것이였습니다. 돌아보니 군대비옷을 입은 아저씨가 빙그레 웃음을 짓고 내려다보고있었습니다.

《내 등에 업혀라.》

《일없어요. 물이 얼마 깊은것 같지 않은데요 뭐.》

그러나 벌써 그 아저씨는 자기의 비옷을 진국이에게 씌워주고 등에 업었습니다.

《물이 깊어서가 아니야. 이 산골물이 얼음장같이 차서 그래. 너같이 홀딱 젖은 몸으로 이런 찬물에 들어섰다가는 감기에 걸릴수 있거던.》

정말 고마운 아저씨구나!

진국이는 아저씨의 따뜻한 잔등에 볼을 꼭 대고 생각했습니다.

방긋이 웃으며 아저씨의 등에 업혀 개울을 건느던 진국이는 문득 이상한 감촉을 느꼈습니다. 아저씨의 발걸음이 고르롭지 못했던것입니다.

한발자국, 두발자국…

아저씨는 분명 불편하게 다리를 옮겨짚고있었습니다.

(혹시 방금 나를 업고 개울에 들어서다가 다친게 아닐가?…)

진국이는 겁이 덜컥 났습니다. 그래서 아저씨의 잔등에서 내리자마자 그의 발부터 쳐다보았습니다.

《아저씨, 다리를 다치지 않았나요?》

《아니다.》

《아니예요, 아저씬 아파서 그래요. 어디 보자요.》

진국이가 아저씨앞에 쪼그리고앉으며 바지가랭이를 들어보려 하자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빙긋 웃으며 주먹으로 무릎을 툭툭 쳤습니다.

《일없어. 관절염때문에 그래.》

《그래요? 언제부터 앓아요. 병이 심해요?》

아저씨는 진국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또 빙긋 웃었습니다.

《괜찮다. 치료를 받는중이니 네가 걱정안해도 돼. 너 우리 대대장동지의 아들이지? 진국이… 부대에 쑥배띠랑 토끼곰이랑 해가지고 오던 너를 난 잘 안단다. 우리 친구가 되지 않겠니?》

《야, 그럼 나한테 인민군대친구가 생기겠네. 좋아요, 우리 약속하자요.》

진국이는 토기뜀을 하면서 깜찍스러운 새끼손가락을 쏙 내밀었습니다. 아저씨의 굵고 길죽한 손가락이 진국이의 작은 손가락에 척 걸렸습니다.

《약속했어요!》

《그래!》

이때 집에 먼저 내려갔던 명호가 달려왔습니다.

《아니, 너 왜 또 왔니?》

진국이가 물었습니다.

《아무렴 내가 친구를 버리고 혼자 갈것 같니? 네가 쑥배낭을 채우기 전에는 내려올것 같지 않아서 이 비옷을 가지러 갔댔어.》

《야, 넌 정말… 참, 인사해. 이 아저씬 오늘부터 내 친구가 됐어.》

《뭐?! 친구?》

명호는 눈이 휘둥그래서 올려다보았습니다.

아저씨는 벙글벙글 웃었습니다.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라는데 진국이 친구도 내 친구지.》

《야, 좋구나!》

명호는 손벽을 짝 치며 깡충 뛰여올랐습니다.

진국이는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그 아저씨의 다리를 빨리 고쳐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웃마을에서 사는 고려의사선생님을 찾아가볼 생각입니다.

다음날 진국이는 그 선생님을 찾아가서 관절염에 좋은 약을 가져오면서 그 약을 무엇으로 만드는가 하는것도 알아보았습니다. 아저씨의 병을 고치는데 자기의 정성도 바치고싶었던것입니다.…

이렇게 되여 진국이는 오늘 또다시 아버지원수님의 칭찬을 받게 되였던것입니다.

진국이는 마음속으로 맹세했습니다.

(그래, 난 원수님께서 바라시는대로 아저씨의 다리를 꼭 고쳐드릴래.… 그래서… 원수님께 기쁨만을 드리는 아이가 될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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