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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따사로운 우리 해님


최 치 성


7월 14일, 아이들의 속삭임인양 소곤소곤 소리내며 비가 내린다.…

기쁨에 넘쳐, 행복에 겨워 어쩔줄 몰라하는 아이들을 한품에 안으시고 두번이나 거듭 말씀하신 아버지 김정은원수님!

반갑다고, 그런데 너무 늦게 와서 참 미안하게 되였다고…

그담엔 맨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예순이의 두볼을 살뜰히 감싸쥐시였다.

《오- 예순이구나. 그간 노래련습을 많이 했느냐? 오늘도 독창을 할수 있겠지?》…

바로 그래서 지금 불빛밝은 무대우에 나선 예순이였다.

선참으로 박수를 보내주시며 해님의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지원수님!…

꼭 다시 오겠다고 말씀하시며 떠나가셨던 그날로부터 마흔다섯날만에 그 약속 지키여 유치원을 찾아주신 우리의 원수님.

예순이는 콩콩 높뛰는 가슴우에 살며시 두손을 포개얹었다.


나의 마음속엔 언제나 계셔요

나를 안아주신 김정은원수님

잠잘 때도 잠을 깨도 따스한 그 품이

나를 안아줘요


아버지원수님께서 처음으로 유치원을 다녀가신 다음 받아안은 행복과 끝없는 그리움이 마냥 차넘치는 예순이네의 마음을 다 담아 얼마전에 새로 지은 노래 《김정은원수님 고맙습니다》였다.

지금 예순이의 눈앞에는 어려오고있었다. 아버지 김정은원수님의 사랑의 품속에 처음으로 안기던 행복의 그날이 어제런듯 삼삼히 어려오고있었다.


1


5월 30일, 하늘은 어쩌면 저리도 파랗고 구름은 또 얼마나 새하얀가.…

눈부신 해빛은 예순이네 집 창유리를 넘어 방바닥으로 발볌발볌 기여오고있었다.

오늘도 예순이는 거울앞에 마주서서 제 손으로 머리단장을 하고있었다.

어머니의 커다란 얼레빗으로 살살 빗어 모아넘긴 머리채를 두손으로 감아쥐고 한쌍의 토끼방울이 매달린 분흥색고무줄로 두번 동이면 되는것인데 예순이에게는 그게 얼마나 품드는 일인지 모른다.

《얘, 내가 해주마. 늦잠 안 자고 벌어들인 시간 그 머리때문에 다 잃어버리겠다.》

할머니가 등뒤로 다가왔으나 예순이는 고집스레 웃몸을 흔들며 끝내 제 손으로 머리를 꽁졌다. 할머니가 해준것만큼 맵시나지는 않아도 마음이 으쓱해져 생그레 웃던 예순이는 문득 두눈을 동그랗게 치뜨고 할머니를 돌아보았다.

《할머니, 수영이모 언제 오시나요?》

잠시 어리둥절해있던 할머니가 무척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예순아, 노랜 그만두렴. 피아노 배우기도 힘든데 노래까지 어떻게? 응?》

그러자 예순이는 저도 할머니 못지 않게 속상하다는듯 이마살을 잔뜩 찌프렸다.

《싫어싫어.… 아니아니, 좋아, 난 노래배우는거 좋아요.》

《그쯤 배웠으면 됐다. 네나이에…》

《피, 할머닌 나보구 어릴 때부터 많이 배워야 한다 그러구선…》

그러나 할머니는 예순이를 다시 거울앞으로 돌려놓고는 부엌으로 나갔다.

예순이의 얼굴엔 다시금 생글생글 고운 웃음이 그려졌다.

《하여튼 새 유치원이 좋긴 좋다. 우리 집 늦잠둥이가 새벽둥이로 됐지, 노래도 배우지, 게다가 머리단장까지 제 손으로 하구… 내 보기엔 할머니가 매준것보다 더 멋있구나.》

출근하시던 할아버지가 싱글싱글 웃으며 하는 말이였다. 이름난 큰 병원의 과장인 할아버지는 키도 크고 배우처럼 멋지게 생겼는데 아직 60도 안된 나이에 머리칼은 눈처럼 새하얬다.

항상 예순이를 편들어주는 할아버지, 하루에 한번이상은 꼭 업어주시군 하는 참 좋은 할아버지였다.

하얀 달린옷을 입은 예순이가 토끼그림이 붙어있는 빨간 가방까지 척 둘러메고 전실로 나오자 할머니가 앞을 막아섰다.

《아니 얘, 너 또 그냥 갈려구? 안돼!》

할머니는 옆으로 새여나가려는 예순이를 가방채로 담쑥 안아 밥상앞에 앉혀주었다.

예순이는 입을 쏙 내밀고 가방은 그냥 둘러멘채 마지못해 숟가락을 집어들었다.…


바로 그 시각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은원수님께서 타신 승용차가 만수대언덕을 넘어 창전거리쪽으로 내려서고있었다.

차가 굽인돌이를 돌아 곧추 뻗은 넓은 길이 시창앞에 나타났을 때 원수님께서 말씀하시였다.

《세우시오, 여기서 창전거리전경을 부감해보고 갑시다.》

차에서 내리신 원수님께서는 가슴을 쭉 펴시며 허리에 두손을 얹으시였다.

아직은 이른아침.

티 한점 없이 맑고 깨끗한 아침이였다.

대동강너머 문수거리 꼭대기로 한발만큼 솟아오른 아침해가 눈부신 해빛을 아낌없이 뿌려주고 노을이 가셔지기 시작한 하늘가엔 흰구름이 피여나고있었다.

만수대언덕우에 서계시는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사랑담아, 정담아 바라보시는 평양, 어디를 보나 아름다운 수도 평양에 또다시 솟아오른 희한한 새 거리가 저아래 펼쳐져있었다.

대원수님들의 동상을 잠시 숭엄히 바라보고나신 원수님께서는 창전거리쪽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저 하늘의 구름떼가 내려앉은듯, 서로 마주쳐 솟아오른 큰 파도의 모양인듯 아름답고 황홀한 새 거리가 한눈에 안겨왔다.

《수령님 계시는 만수대기슭에 훌륭한 새 거리를 세워주시려고 그리도 애쓰시던 우리 장군님께서장군님께서 저 희한한 광경을 보실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뜨거운 그리움을 담고 못내 절절히 울리는 원수님의 말씀이였다. 따라선 일군들의 눈굽마다에 뜨거운 물기가 고여 번쩍이고있었다. 무척 기쁘시고, 무척 만족하시여 새 거리를 바라보시던 원수님께서는 왼쪽 첫자리에 듬직하게 틀고앉은 아동백화점을 가리키며 말씀하시였다.

《볼수록 아동백화점은 명당자리에 들어앉았습니다. 수도의 아이들은 물론 평양을 찾아오는 온 나라 아이들이 즐겨찾는 백화점이 바로 만수대아래 첫자리에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백화점에 올 때마다 아이들은 대원수님들을 뵈옵는 심정일것이고 대원수님들께서는 세상에 부럼없는 우리 아이들을 날마다 굽어보시며 기뻐하시는 화폭입니다.》

일군들의 얼굴마다에는 마음속 감격이 뜨겁게 어려있었다.

문득 원수님께서는 즐겁게 웃으시며 일군들을 돌아보시였다.

《동무들은 그렇지 않습니까? 난 아동백화점을 볼 때마다 〈일요일〉이라는 단편소설을 생각하군 하는데…》

첫 순간엔 무슨 말씀을 하실가 궁금해졌던 일군들의 얼굴에는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여났다.

《아직 나어린 철호와 남이가 바로 저 백화점에서 제 손으로 학용품들을 샀지요. 제법 어른이나 된것처럼 우쭐해서 나오다가 누군가에게 이끌려 따라갔는데 꿈만 같게도 어버이수령님을 만나뵙게 되였고 하늘같은 행복을 받아안았고…》

그날의 철호와 남이가 당장 백화점에서 달려나올듯싶은지 일군들은 모두 그쪽으로 눈길을 보내고있었다.

원수님께서는 다시금 대원수님들의 동상을 우러러보시며 절절하게 말씀하시였다.

《정말 대원수님들께서는 아이들을 극진히도 사랑하시였습니다. 언제나 조국의 미래를 첫자리에 놓으셨습니다. 수령님처럼, 장군님처럼 우리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미래를 귀중히 여겨야 합니다.》

한없는 격정으로 가슴을 들먹이는 일군들을 정겹게 바라보시며 원수님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오늘은 품놓고 새 거리를 돌아봅시다. 인민들이 새집들이를 하고 아이들이 새 학교, 새 유치원에 다니기 전에 우리가 먼저 돌아보아야 합니다. 자, 저 아동백화점부터 가봅시다.》

이어 원수님께서는 백화점을 향해 활달한 걸음을 내짚으시였다.

그 걸음이 얼마나 빠르신지 일군들은 모두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

예순이가 현관문을 나서자 기다렸던듯 맞은편 아빠트현관에서 설미가 퐁당퐁당 뛰여나왔다.

《예순아, 나야, 나.》

《피, 내가 먼저 나왔거던.》

두 아이는 뒤질세라 달음박질쳐 두 아빠트사이길의 한복판에서 부딪칠듯 마주섰다.

예순이와 꼭같이 창전동에서 나서자랐고 경상유치원에도 한날한시에 붙은 설미였다.

예순이는 제 손으로 꽁진 머리채를 내보이며 웃몸을 흔들어댔다.

하지만 설미의 깜박거리는 두눈은 예순이의 입을 바라보고있었다.

《예순아, 너네 이모 아직 안 완? 노래련습 못핸?》

만나자마자 그것부터 묻는 설미였다.

《열다섯밤 지나야 온대. 난 막 속상해, 노래부르고싶어. 아-》

갑자기 예순이가 크고 긴 소리를 내지르자 호들짝 놀랐던 설미는 덧이가 드러나게 해쭉 웃었다.

설미도 예순이처럼 달린옷을 입었는데 거기에 나무잎문양이 점점이 박혀있었다. 예순이가 흰 토끼라면 설미는 얼룩토끼라고 할가.…

두 아이는 손을 맞잡고 한쌍의 토끼처럼 깡충깡충 대극장앞으로 달려나갔다. 거기서 지하건늠길을 건너 키높은 아빠트뒤로 돌아서면 지난 1년동안 예순이네가 다닌 유치원이 있다.

건늠길옆에 멈춰선 두 아이는 해방산려관앞을 지나 평양제1백화점쪽으로 뻗은 큰길로 반짝이는 눈길을 보냈다.

둘 다 약속이나 한듯 발뒤축을 한껏 쳐들었다. 그 바람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면서도 서로서로 손을 잡고 키를 돋구었다.

벌써 며칠째 바로 요 재미때문에 늦잠버릇을 뚝 떼버리고 아침일찍 집을 나서는 그들이였다.

저 멀리 하늘가에 두둥실 솟아오른 창전거리의 많고많은 창문들이 번쩍번쩍 빛뿌리며 아이들을 바라보고있었다.

마치도 어서 오라 손저으며 싱글벙글 웃고나 있는듯이…

바로 그속에 이제 예순이네랑 설미네랑 함께 이사가게 될 새 집의 창문들도 있다. 그보다는 세상에서 으뜸으로 멋지게 짓고 희한하게 꾸렸다는 그들의 유치원이 바로 저 거리에 있었다.

이제 몇밤만 자고나면 창전거리 새 집으로 이사를 가고 그 다음날부터는 새 유치원을 다니게 된 그들이였다. 아직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동화속의 궁전보다 더 황홀하다는 선생님들과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밤마다 꿈속에서 찾군 했던 그리운 유치원…

꿈에서 보는 유치원은 동화속의 궁전보다 더 멋이 있었다.

예순이는 다시한번 손가락셈을 해보았다.

시간아, 어서빨리 지나가주렴, 토끼처럼 깡충깡충 달려가주렴.

그때 설미가 소리쳤다.

《예순아, 저거 시간!》

팔짝 정신이 들어 고개를 쳐들자 길가에 서있는 가로등모양의 시계가 냉큼 눈동자속으로 뛰여들었다.

에쿠! 정말 토끼처럼 달려가는가?…

《빨리 가자.》

예순이와 설미가 숨차게 달려 유치원앞에 거의 다달았을 때였다.

유치원정문앞에서 날아오는 선생님들의 목소리…

《빨리들 오세요, 빨리.》

《뛰라요, 뛰라요.》

…잠시후 아이들을 가득 실은 두대의 뻐스가 창전거리쪽으로 씽씽 달리고있었다.

눈물에 젖은 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아이들의 귀전을 울리고있었다.

《이른아침 창전거리를 돌아보러 나오신 아버지원수님께서는 아동백화점이랑 창전소학교랑 우리 유치원이랑 선참 찾으셨어요. 유치원을 돌아보시던 원수님께서는 주인없는 유치원이나 보고가선 무엇하겠는가고, 아이들이 마음에 들어하는가 꼭 보아야겠다고 하시며 어서 가서 그 애들을 모두 데려오라고…》

흐윽 울음소리가 터졌다.

선생님들이 두손으로 얼굴을 싸쥔다.

예순이도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것을 느꼈다.

즐거움일가 아니면 기쁨일가.… 그것만은 아닌것 같았다. 기쁘고 즐거울 때면 막 신이 나고 웃음이 쏟아지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눈시울이 따끈해지고 거기서 당장 눈물이 샘솟아오를것만 같았다.

설미랑 강일이랑 남이랑 은주랑 다른 애들도 모두 예순이와 꼭같은 모습들이였다.

예순이는 마침내 가랑가랑 물기가 고이는 눈을 설미에게로 돌렸다. 설미의 까만 눈동자도 물기에 싸여 반짝반짝 빛나고있었다.

문득 두 아이는 약속이나 한듯 한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버지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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