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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약 속


4

《음…》

원수님께서는 깊어지는 생각을 이 한마디에 담으시며 천천히 큰방으로 건너가시였습니다. 애들과 어른들이 뒤따랐습니다.

큰방의 한쪽벽에 붙어있는 사진앞에 이르시자 원수님께서는 두손을 허리에 얹으시고 어딘가 저 멀리를 바라보며 싱그레 웃고있는 혁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시였습니다.

축구에 남달리 희망을 품었던 혁이입니다. 지금은 학교의 운동장을 달리고있지만 마음속엔 세계를 안고있는 아이였습니다. 그 꿈이 소중하고 대견하시여 원수님께서는 혁이를 무척 보고싶어하신것입니다.

원수님께서는 한참이나 사진을 들여다보시다가 혁이에게 은근한 웃음을 보내시였습니다.

《허, 사내라는게 고쯤한 일에 맥을 놓다니. 이제보니 마음에도 상처가 생겼는걸.》

남이가 형을 향해 코살을 찡긋했습니다. 그래가지고도 걸핏하면 이 동생을 비웃어! 하는 뜻이였습니다.

허나 다음순간 힘주어 하시는 원수님의 말씀에 호들짝 어깨를 떨었습니다.

《아니, 혁이는 결코 저 하늘의 별을 딸수 없는 애가 아니야. 난 혁이를 더 믿게 된다.》

《?》

혁이의 두눈에 의혹의 불꽃이 확 튕겼습니다.

원수님께서는 그 눈빛에 어린 의혹을 가셔주듯 나직하나 친근하신 음성으로 계속하시였습니다.

《혁이가 자신을 알게 됐거던. 무엇보다 그게 중요한거다. 사람은 자기를 알면 자각하게 되고 자각하면 그만큼 배가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 법이다. 혁이야, 그렇지 않니?》

혁이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한숨만 내쉬며 주저앉아버리다싶이 한 자신을 탓할 대신 믿음을 주시고 힘을 주시는 원수님의 그 사랑에 그만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원수님께서는 혁이의 두볼을 다정히 다독여주시였습니다.

《사람은 일단 결심을 품은 이상 주저를 몰라야 한다. 그 어떤 난관이 겹쌓여도 그것을 박차고 일어나는 강의한 정신과 함께 오늘은 비록 내가 떨어졌어도 래일엔 반드시 앞선다는 신심을 가지고 해나가면 혁이의 꿈은 얼마든지 실현될수 있는거야.》

원수님께서는 눈빛이 초롱초롱해서 귀담아듣고있는 남이와 혁이를 사랑스레 굽어보시다가 그 애들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로 시선을 보내시였습니다.

《너희들의 부모님들이 바로 그런 정신으로 오늘과 같이 사희주의강국을 일떠세우기 위해 헌신하고있지 않느냐. 그 정신을 본받아 이 나라를 빛내이는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여야 한다.》

원수님의 간곡한 말씀은 그대로 혁이의 가슴에 크나큰 힘으로 흘러들고있었습니다.

맥을 놓고 주저앉을번 한 혁이한테 더 크고 억센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고있었습니다.

《아버지원수님!》

혁이는 더해지는 흥분과 충동으로 가슴을 들먹이며 원수님을 우러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만족하게 웃으시며 혁이를 정담아 보시였습니다.

평범한 로동자의 집안에서 이런 큰 꿈이 자라고있는것을 무엇보다 기쁘게 보신 원수님이시였습니다. 그 꿈을 안고 자라는 아이가 보고싶으시여 귀중한 시간을 바치시며 그 애를 기다려주신 그이이시였습니다.

이윽고 원수님께서 함께 온 일군에게 조용히 이르시였습니다.

《참, 내가 새집들이기념으로 좀 준비해가지고온것이 있지.》

원수님께서는 가지고온 선물을 그 애들에게 안겨주시였습니다.

새집들이를 기념으로 성냥과 여러가지 부엌세간들… 그중에서도 애들의 마음을 기쁘게 한것은 한아름씩 안고도 남을 재미있는 책들이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행복에 겨워 저마끔 책들을 뽑아보는 혁이와 남이에게 이렇게 차근차근 일러주시였습니다.

《여기에 우리 나라와 세계를 알게 하는 책들이 많이 들어있다. 우선 많이 읽고 배워야 해. 알아야 더 큰 꿈을 자래울수 있고 세계를 알수 있다. 조국을 빛내는 축구선수도 될수 있구.》

혁이는 순간에 가슴이 확 넓어지는듯 했습니다. 세계의 한복판에 우리의 공화국기를 휘날리는 자기의 모습이 눈앞에 우렷이 안겨오며 가슴에 새로운 신심과 배짱이 막 용솟음쳤습니다.

《원수님, 꼭 우리 나라를 빛내이는 축구선수가 되겠습니다.》

《옳다, 그래야 하구말구.》

원수님께서는 혁이의 어깨를 크게 두드려주시며 계속하시였습니다.

《세계를 향해 내닫는 오늘의 선군조선에서 너희들은 그런 꿈을 안고 자라야 하구말구. 내 혁이의 성공을 지켜보겠다. 그리고 약속하자, 그때 가서 나에게 편지를 써라.》

《원수님, 그 약속을 꼭… 꼭…》

혁이는 더 말을 잇지 못한채 한없이 넓고 따뜻한 그이의 품에 와락 얼굴을 묻었습니다.

아, 세상에 이보다 더 뜨거운 약속이 있을가? 세상에 이보다 더 큰 믿음의 약속이 또 있을가?

뒤쪽에서 감격에 젖은 가느다란 흐느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격정과 흥분으로 높아진 숨결소리가 방안에 차넘쳤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사색이 그윽히 흐르는 시선으로 혁이의 부모들과 일군들을 돌아보시였습니다.

《지금 나라의 그 어디를 가보아도 체육열기가 대단합니다. 그 열기속에서 우리의 미더운 체육선수들이 국제경기들에 나가 많은 성과를 올리고있습니다. 하지만 선군의 우리 조국을 세계우에 우뚝 올려세우자면 오늘의 체육열기에 만족할수 없습니다. 더 세찬 체육열풍이 볼어치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당에서는 이번에 일련의 조치들을 취하려고 하는데 오늘 이렇게 혁이를 만나고보니 우리의 의도가 정말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 나라에 끓어번질 체육열풍속에서 혁이와 같은 애들의 희망은 더 크게, 더 빨리 꽃펴날수 있을것입니다.》

순간 방안에는 격정의 파도가 세차게 일렁이였습니다. 온 나라에 타오를 체육열풍, 그 열풍이 바로 혁이네 집에서부터 불어예는듯싶었습니다.

원수님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시였다가 혁이 아버지에게 시선을 멈추시였습니다.

《참, 혁이 아버지도 해군에 복무할 때 수영선수로 손꼽혔다고 하는데 새로 선 야외물놀이장이나 운동쎈터들에 가족들과 함께 가서 수영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휴식의 한때를 즐길수 있지 않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의 뜻을 받들어 체육열풍의 맨 앞장에 우리 가정이 서겠습니다.》

원수님께서는 힘찬 대답을 올리는 혁이 아버지를 미덥게 보시였습니다.

아까부터 마주친 손벽을 가슴에 대고 형을 부럽게 쳐다보는 남이의 얼굴에도 원수님의 정어린 시선이 봄볕처럼 닿았습니다.

《남이도 앞으로 형처럼 그런 큰 꿈을 안고 자라야 한다.》

남이는 웬일인지 선뜻 대답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무엇인가 망설이듯 입술을 오무리고 두눈만 반짝거립니다. 그러다 마침내 능금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얼굴을 반듯이 쳐들었습니다.

《원수님, 난… 난 미술가가 되고싶습니다.》

엄청난 그 대답에 혁이의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한테서도 그림을 장난처럼 여긴다며 늘쌍 꾸지람을 듣군 하던 애가 원수님앞에서까지?!

아버지와 어머니도 면구스러워 황황히 얼굴을 돌려버립니다.

그러나 원수님께서는 못내 기쁘신듯 남이의 볼을 다독여주시였습니다.

《그래, 될수 있구말구. 아까 네 그림들을 보면서 나도 생각된바가 있었다. 아직 대상물을 정확하게 그리는 재간은 부족해도 학교와 정원을 제법 거리감이 나게 그렸더구나. 대체로 소학교 애들이 구도를 잘 잡지 못하는데 남이한텐 그게 장점이거던.…남이 어머니 생각은 어떻습니까?》

어머니는 참고참았던 눈물을 끝내 흘리고야말았습니다.

어머니인 자기조차 나무람만 하였던 아들애의 그림장난에서 귀중한 싹을 발견하시고 정을 담아 희망을 꽃펴주시는 원수님이시였습니다.

《이 좋은 새 집에서 사는것도 꿈만 같은데… 이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큰 꿈도 안겨주시니 정말…》

어머니는 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남이가 원수님을 우러러 씩씩하게 대답드렸습니다.

《원수님, 저도 조국을 빛내이는 미술가가 되겠습니다.》

《허, 미술가! 남이의 꿈도 대단해. 그래, 너희들은 무슨 일을 하든 이거-》 하시며 원수님께서는 엄지손가락을 내드시였습니다.

《이렇게 되여야 해. 그럼 우리 남이의 그림도 내 꼭 보아주마.》

두형제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주시며 원수님께서는 태양과도 같은 웃음을 지으시였습니다.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다. 새집들이한 혁이네를 알게 된것도 기쁘지만 너희들과 한 약속이 내 마음을 더없이 기쁘게 하는구나.》

원수님께서는 더없이 만족해하시며 혁이네 집을 나서시였습니다. 이 세상 가장 큰 사랑과 믿음이 담긴 소중한 약속을 남기시고 원수님께서는 불밝은 창전거리를 떠나시였습니다.

《형, 내가 정말 미술가가 될수 있을가?》

불빛 현란한 창전거리를 내다보며 두형제가 나누는 말입니다.

《그럼. 꼭 돼야 해. 원수님의 품속에서 우린 못해낼 일이 없어!》

혁이의 귀전에 원수님의 우렁우렁한 음성이 메아리가 되여 계속 들려옵니다.

이 세상 가장 큰 꿈을 지닌 혁이와 남이, 이 세상 가장 큰 믿음을 받아안은 두형제를 축복하듯 창전거리는 더더욱 황홀한 불야경을 펼쳐갑니다.

주체10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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