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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19


외가에서 밀마당질을 하는 날이였다. 품앗이군 네명과 두집의 일손까지 합쳐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이 귀동이네 마당으로 내려갔다. 밀은 가을해서 그길로 땅임자인 귀동이네 마당으로 들여다 낟가리를 가렸던것이다.

이날은 아침부터 날씨가 매우 무더웠다.

오후수업이 끝난 후 대원수님께서는 외할아버님과 함께 도리깨를 드시고 마당질하는데로 나가시였다.

《김을 맨다 마당질을 한다 네가 요즘 한몫 단단히 하는구나. 공부를 해야지 일에 시간을 빼앗겨서 되겠느냐?》

외할아버님의 말씀이였다.

《공부는 저녁에 해두 돼요. 일두 좀 배워야지요 뭐.》

대원수님의 대답이시였다.

대원수님께서 마당질하는데로 내려가셨을 때에는 점심후 첫 참으로 밀단을 내리려던무렵이였다. 그런데 낟가리에 올라간 젊은이는 밀단을 내리우지 않고 낟가리우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누구도 밀단을 내리라고 말하지 않았다.

(왜 밀단을 내리지 않을가?)

대원수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시며 젊은이를 바라보고있는데 최돼지가 담배를 꼬나물고 부채질을 하면서 대문밖에 나타났다. 그제야 낟가리에 올라갔던 젊은이가 일어서는것이였다.

《내리게!》

최돼지가 호령조로 말했다. 그때에야 젊은이는 큰소리로 밀단을 세면서 아래로 내려뜨렸다. 최돼지는 밀단내리는것을 두눈을 흡뜨고 살펴보고있었다. 우에서 밀단을 내리면 아래서는 들어다가 마당 한켠에서부터 펴놓는것이였다.

젊은이가 한마당 될만한 밀단을 내리자 최돼지는 수첩을 꺼내들고 무엇을 적어넣더니 분주히 작은 마당쪽으로 돌아가는것이였다. 거기서는 인삼이네가 마당질을 하고있었다. 인삼이네는 두명의 품앗이군과 인삼이 어머니 그리고 앓는 몸이기는 하지만 인삼이 아버지도 나왔고 오후부터는 인삼이도 도리깨를 들고나섰다.

최돼지가 작은 마당으로 간지 조금후부터 거기서도 밀단을 세는 소리가 들려왔다.

(흥! 밭에서 바로 제놈네 마당으로 밀단을 들여다 쌓아놓게 하구선 뭐가 못미더워서 저렇게 지켜서서 밀단을 내리우게 하는가? 아마 소작인들이 밭에서 밀단을 훔쳐가는줄 아는 모양이지. 돈냥이나 있는 놈들은 사람들을 그렇게 의심하게마련인가?)

대원수님께서는 최돼지가 지금은 인삼이네 밀단 내리는것을 아까처럼 눈을 흡뜨고 감독하고있겠구나 하고 생각하시니 불쾌하기 짝이 없으셨다.

대원수님께서 밀단을 풀어서 이삭이 우로 가게 마당에 펴나가고계시는데 뒤에서 《원삼아!》 하고 부르는 어린애목소리가 들렸다. 귀동이 동생 금동이가 부른것이였다. 그애는 큰 접시에 딸기를 무둑히 담아가지고 대문밖으로 나오면서 볼따구니를 불룩거리며 상추쌈먹듯이 아귀아귀 먹고있었다.

이윽고 인삼이 동생 원삼이가 나타났다. 어머니를 따라 마당질하는데 나왔던 모양이였다.

《왜 찾았니?》 하며 원삼이는 금동이앞에 다가섰다. 그는 딸기라도 하나 얻어먹을수 있겠는가 해서인지 금동이를 빤히 바라보고 서있었다. 그는 연방 닭알침을 삼켰다.

《너 이거 뭔지 아니? 딸기야 딸기, 먹구싶니?》 하며 금동이는 딸기를 한줌 집어들더니 원삼이앞으로 쑥 내미는것이였다.

원삼이는 그애가 손을 내미는 바람에 딸기를 자기에게 주는것으로 알고 두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금동이는 《안줘!》 하며 내밀었던 손을 움츠리더니 자기 입으로 아귀아귀 밀어넣는것이였다.

원삼이는 내밀었던 손을 슬며시 떨어뜨렸다. 그는 그냥 딸기가 먹고싶어서 계속 닭알침을 삼키며 금동이의 입과 딸기그릇만 번갈아 바라보고있었다.

《너 원삼이를 불렀으면 딸기를 몇알이라도 줘야지 불러놓구는 그렇게 자랑만 해서 되니?》 하고 덕범이 형 덕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

《싫어! 우리 돈으로 사왔지 원삼이네 돈으로 사왔나 뭐.》 하며 금동이는 아래입술을 쑥 내밀고 덕보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럼 뭣때문에 그애를 불렀니?》 하며 덕보는 금동이를 흘겨보았다. 금동이는 애꿎은 혀바닥만 쑥 내밀었다. 할 말이 없는 모양이였다.

《콩심은데서 콩나구 팥심은데서 팥난다더니 돼지아들이니까 역시 돼지밖에 될게 없겠다.》

덕보는 혼자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금동이는 딸기 한접시를 어느덧 다 먹더니 딸기물이 빨갛게 든 제 손바닥을 들여다보는것이였다. 그러더니 그애는 원삼이의 잠뱅이괴춤에 손을 쓱 문지르고는 좋아라고 깔깔 웃어대는것이였다.

원삼이는 괴춤에 묻은 빨간물을 들여다보더니 금동이를 흘깃 쳐다보았다. 금동이는 계속 웃어댔다.

《이새끼 너 왜 남의 옷에다 더러운 손을 씻니?》 하며 원삼이는 와락 달려들어 금동이의 척 늘어진 볼따구니를 주먹으로 힘껏 내갈기였다. 그러더니 해진 고무신을 벗어들고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야 이새끼, 네가 날 때려?》 하며 금동이는 접시를 내동댕이치고 원삼이를 다우쳐갔다. 그바람에 접시는 박산이 났다.

원삼이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우뚝 서서 금동이를 기다리고있더니 그가 곁에 오자마자 고무신짝으로 그놈의 뺨을 두번이나 후려갈겼다.

금동이는 《아구구…》 하며 두손으로 볼을 싸쥐고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

《에그, 잘했다. 3년 앓던 가슴앓이가 뚝 떨어진것 같구나.》

덕보의 말이였다.

대원수님께서도 매우 통쾌하셨다.

원삼이는 승리자인양 금동이앞에 떡 뻗쳐섰다.

《너 이새끼 또 붙간?》

원삼이는 량손에 고무신을 한짝씩 갈라쥐고 신바닥에 침을 《투투》 뱉더니 두다리를 떡 버티고서서 금동이를 노려보고있었다. 금동이는 맨땅에 펄썩 주저앉더니 고개를 뒤로 젖히고 목놓아울고있었다.

《이새끼 붙기만 해라.》

원삼이는 으름장을 놓더니 천천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당에 가득 펴놓은 밀이삭들이 해볕에 바삭바삭 마르자 마당질군들은 도리깨를 들고나섰다.

대원수님께서도 그속에 끼여드셨다. 마당질은 신바람이 났다.

대원수님께서는 도리깨질이 재미가 나서 높이 추켜드셨다가는 힘을 주어 내리치군 하셨다. 그러면 바싹 마른 밀알들이 우수수 떨어져나간다. 한마당을 널었다가도 열명이 두들겨나가면 잠간사이에 다 털수 있었다.

한번 두들기고는 밀짚을 뒤집어놓고 해볕에 잠시 말리워서 다시 두들겨나가는것이였다.

그런데 마지막에 후려치는 도리깨질이 아주 볼만했다. 도리깨를 옆으로 획 돌렸다가 후려갈기면 밀짚이 뭉테기로 휙휙 뒤집혀진다. 그러면 그것을 마주선 사람들이 두들겨나간다. 이런 작업이 끝나면 밀짚은 단을 지어놓고 북데기를 쓸어내면 한마당이 끝나는것이였다. 그리고는 다시 새 밀단을 내리우게 된다.

대원수님께서는 땀을 흘리시면서 어른들처럼 도리깨를 힘있게 계속 내리치군 하시였다. 이마와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하였다. 눈으로 땀이 들어가면 눈이 사뭇 쓰렸다. 그러나 대원수님께서는 마지막북데기를 쓸어내고 새 밀단을 펴널 때까지 계속 어른들과 같이 일에 성수를 내셨다.

한마당을 끝내고는 마당에 편 밀이 마를 때까지 모두 그늘에 모여 쉬였다.

보패는 매 쉬는 참마다 랭수를 길어다가 그늘에 놓았다. 마당질군들은 모두 랭수동이에 매달렸다.

대원수님께서도 쉴참마다 랭수를 마시군 하셨다.

《어떠냐, 마당질하기 힘들지?》 하고 외할아버님께서 물으셨다.

《힘드는것은 별로 모르겠는데 땀이 너무 나서 야단이구만요.》

《그러기 서울사람들은 제일 쌍스럽게 하는 욕을 시골에 가서 밀마당질이나 해먹을 놈이라구 그런단다.》

《서울량반들은 밀마당질하는것이 제일 힘드는걸루 아는 모양인데 막상 몸적셔하면 밀마당질두 별게 아니지요. 우리네 농민들이 하는 일치구 이만큼 힘들지 않은것이 어디 있나요.》

덕보의 말이였다.

《힘들여 일하구서라두 먹을것이나 많았으면 좋겠네. 이렇게 죽도록 일하는 놈은 보리죽두 없어서 못먹는데 그늘에 앉아있는 지주놈들은 흰쌀밥에 고기반찬을 먹게마련이니 이놈의 세상은 거꾸로 된게 아닌가.》

맞은편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아저씨가 담배대를 털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물동이앞에 가서 물을 한사발 퍼서 꿀꺽꿀꺽 마시더니 손바닥으로 입술을 쓱쓱 문지르며 《자, 또 한마당 해봅시다.》 하고 말했다.

《오늘부터 물쿠는 꼴이 비가 올듯 한데요.》

《한보지락 왔으면 얼마나 좋겠소. 하여간 금년처럼 가무는 해는 처음이라니까요.》

《하늘에 닿는 장대기라도 있으면 한번 찔러보겠건만 그런 장대기가 있어야 말이지.》 하고 덕보가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장대기루 뚫으면 자네 정수리에 폭포가 쏟아져서 서해루 떠내려가 죽으면 어찌겠나.》

《나같은 인간 살아서 뭘하겠소. 배운것 없어 무식하니 어디 가서 말 한마디 제대루 하겠소, 친구에게 편지 한장 내 손으로 쓰겠소, 죽으라는 통지가 온들 알아보길 하겠소. 돈 한푼 없으니 명절에 늙은 부모 고기 한칼 사다드리겠소, 아이새끼들 공부를 제대로 시키겠소. 먹느니 죽이요 입으니 누데기뿐아니요. 차라리 가물에 홍수라도 한번 쏟아지게 해주구 죽으면 동네사람들이 가을에 곡식거둘 때 내 얘기라두 하지 않겠소.》

《자네 덕담은 어디서 그렇게 배웠댔나?》

《덕담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지 않소.》

품앗이온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였다.

이날 마당질은 해질무렵에 끝났다. 순응골 밀밭 천평에서 밀 일곱가마니가 났다.

밀을 말로 돼서 마지막가마니에 넣는데 황주집할아버지가 아이를 업고 나타났다. 그는 밀가마니에 손을 넣어 밀을 한줌 꺼내가지고 들여다보는것이였다.

《그 밀 아주 잘 여물었는데 몇가마니가 났슴마?》

《일곱가마니 났습니다.》 하고 외할아버님께서 대답하셨다.

《어?》

황주집할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외할아버님을 바라보는것이였다.

《천평에서 일곱가마니면 고작이 아닌가?》

《형님, 밀밭에 물을 주면 망한다구 말씀하셨지요. 허허허…》

외할아버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황주집할아버지를 바라보셨다.

《세월이 개명하니 속담도 달라지는 모양이야, 흐흐흐…》 하며 황주집할아버지는 할 말이 없는 모양인지 너털웃음을 웃으며 이렇게 둘러대고마는것이였다.

《올해 가물이 들었다구 걱정했는데 우리 밀은 대풍작을 거두었쉐다. 재작년보다 두가마니가 늘었는걸요. 우리 성주가 머리를 잘 쓴 덕택이지요.》

밀가마니를 새끼로 묶으면서 가운데외삼촌이 하는 말이였다.

《우리 몫으로는 얼마나 차례지나요?》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반타작에서 종자대니 거름값이니 지세를 제하면 세가마니나 차례지게 될게다.》

외삼촌의 말씀을 들으신 대원수님께서는 밀 세가마니면 열세명식구에서 얼마동안의 량식으로 될수 있겠는가를 속으로 계산해보셨다. 밀죽을 쑤어먹는대도 달반량식이 되나마나하였다. 그런데 밀 세가마니를 가지고 조를 걷어들일 때까지 이어대야 하겠으니 외가집의 살림은 계속 난처하기만 하였다.

《세가마니가지구는 어림두 없겠구만요.》 하고 대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걱정말아라. 산 사람의 입에 거미줄 쓰는 법은 없단다.》 하고 가운데외삼촌이 웃는 얼굴로 대답하셨다.

이때에 《에헴, 에헴.》 하고 기침을 하면서 최돼지가 수첩과 산판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어떻게 하겠소? 밀을 집에서도 좀 들여가야 식량보탬을 할게 아니겠소?》

최돼지는 외삼촌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식량보탬이 아니라 조날 때까지는 밀이 우리 식량의 전부웨다.》

《교감선생님의 낯을 봐서라도 그럼 한가마니 들여가지요.》

최돼지는 마치도 선심이라도 쓰는듯이 이렇게 말했다.

《종자대니 비료값이니 지세를 제하구 두세가마니는 가져가게 되지 않습니까?》

외삼촌은 약간 놀라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허허허… 명구 아버지두 좀 아둔한 축이군! 일전에 조장리를 가져간것이 있지 않소.》

《조장리야 조가을때 물게마련이지 미리 밀로 받는 법이 있습니까?》

《허! 이런 딱한 소리라구야. 명구네 조밭이 몇마지기요. 조 두섬을 장리로 가져갔으니 가을에 석섬을 타작하려면 엿섬이 나야 하겠는데 어디서 조 엿섬을 내겠단 말이요. 그리구 그때에 가서도 먹구 살아야 하겠다구 하겠지? 그러니 여러말말구 어서 한가마니라도 고맙게 생각하구 가져가란 말이요. 사실은 한가마니도 저 교감선생님의 낯을 보구 주는거란 말이요.》 하며 최돼지는 노상 두눈을 번들거리는것이였다.

이것을 보신 대원수님께서는 속이 펄펄 끓는것 같으셨다.

《당신이 도대체 한것이 무엇이기에 밀을 모두 빼앗자는거요!》 하고 대들어 쏘아주고싶은 생각이 불같이 일어나셨다.

그러나 할아버님께서 말씀도 하시기 전에 먼저 그럴수도 없고 하여 치밀어오르는 분을 억지로 누르고계시였다.

이때에 외할아버님께서 천천히 입을 여시였다.

말소리는 잔잔하셨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흥분하셨던지 입술까지 떨리는것이였다.

《우리 살림에 대해서는 우리가 걱정할 일이구 댁에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구 생각하오. 우리는 조장리를 먹었지 밀장리를 갖다 먹지 않았소. 이 사람들아! 세가마니가 차례졌으면 어서 지고들 가게나.》

외할아버님의 단호한 분부이시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속이 후련해지셨다.

《자, 한가마니는 내가 메구가지요.》

덕보가 이렇게 말하더니 밀가마니를 닁큼 들어 어깨에 메고 쏜살같이 외가집을 향하여 쿵쿵 발을 구르며 달려갔다. 그리고 다른 아저씨가 또 한가마니를 지고 덕보의 뒤를 따랐다.

《이건 제게 지워주세요.》 하며 대원수님께서는 남은 밀가마니앞에 가서 등을 돌리셨다.

《네가 꽤 질만 하냐?》 하며 가운데외삼촌과 다른 아저씨가 들어서 지워드렸다.

대원수님께서는 밀 한가마니가 도무지 무겁게 생각되지 않으셨다. 이런 때는 두가마니라도 질것만 같으셨다.

《아, 아니 어 어쩌자는거요?》

최돼지의 목갈린 소리였다.

《우리 몫으로 차례진것을 우리 집으로 가져가는데 관계할게 없소.》

외할아버님의 노기띤 목소리였다.

《좋수다! 어디 두구봅시다!》

최돼지의 이런 목소리가 밀가마니를 지고가시는 대원수님의 뒤에서 들려왔다. 대원수님께서는 코웃음을 치셨다.

땅거미 내릴무렵부터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밀려들기 시작하였다. 마당질군들은 분주히 밀짚낟가리를 가리고 마당을 쓸었다.

이때에 작은 마당에서 최돼지의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원수님의 머리에는 인삼이네가 마당질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불길한 예감이 드셨다.

대원수님께서는 비를 드신채 분주히 작은 마당으로 달려가셨다.

인삼이 아버지는 최돼지를 쳐다보며 뭐라고 애걸하는것 같았다.

《돈만 가져오면 밀은 주겠다구 하지 않소?》

최돼지는 이렇게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자기네 사랑방쪽으로 총총히 걸어가는것이였다. 인삼이 어머니는 맨땅에 펄썩 주저앉더니 가슴을 치며 울었다.

《이제는 굶어죽었구나. 아이구, 가슴이야.…》

인삼이 아버지는 최돼지를 한동안 쏘아보더니 하는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쌈지를 꺼내 담배를 붙여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대원수님께서 인삼이곁으로 가서 낮은 소리로 물으셨다.

《빚값에 밀을 한알두 안남기구 모두 다 빼앗아갔어. 그래두 어방없이 모자란다나?》

인삼이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이렇게 말하더니 굵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는것이였다.

《고약한 놈같으니… 그걸 그래 그냥 두었니?》

대원수님께서는 최돼지네 사랑방을 노려보시며 두주먹을 부르르 떠시였다.

인삼이는 뭐라고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했다.

《그만두지 않으면 어쩌겠니? 무슨 살아갈 방도가 있겠지. 돌아들 가자.》

인삼이 아버지의 말이였다. 품앗이왔던 농민들도 치를 떨고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무슨 방도가 없는 모양인지 마당에 쭈그리고들 앉아서 애꿎은 담배만 피우고있었다.

《이놈, 어디 얼마나 기승스럽게 오래 잘사나 보자!》

인삼이 아버지는 이러면서 최돼지네 집을 향하여 두눈을 흘기더니 도리깨와 키를 들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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