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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18


이른아침이였다. 여름이라지만 아침대기는 서느러웠다.

아직 자동차들도 다니지 않아 먼지도 일지 않는 신작로로 한패의 소년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고있었다. 평양에서 남포로 가는 큰길로 나선 그들은 송산리앞에서 왼쪽으로 꺾어들어 만경대쪽으로 굽어들었다.

어제저녁 대원수님과 약속한대로 칠골과 팔골아이들이 군사놀이를 하기 위하여 만경대로 가는것이였다. 그들속에는 경만이의 얼굴도 보였다. 그는 흰 점심보자기를 어깨에 메고 제법 물통까지 들고있었다. 자기 어머니 몰래 점심밥도 부엌에서 제손으로 꾸려가지고 왔다는것이였다.

덕범이를 비롯하여 여러 아이들은 긴 나무칼도 찼고 대원수님께서 명구에게 만들어주신것과 같은 나무기관총도 만들어서 어깨에 척 메고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정말 신바람이 나서 걸었다. 줄까지 서서 걸으니 절로 발걸음도 맞춰지게 되여 더 으쓱해졌다. 진짜 조선군대라도 된듯 한 기분이였다.

사실 조선군대가 못될것이 무엇이겠는가!

만경대로 걸어가는 그들의 가슴은 정말 흐뭇했다.

만경봉기슭에 이르자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을 먼저 만경봉으로 올려보내시고 안동네로 뛰여내려가셨다.

이때에 안동네아이들이 군함바위앞에서 제기차기들을 하고있었다. 광호가 차는것을 여럿이 둘러서서 《…쉰다섯, 쉰여섯,》 하며 세고있었다.

《너희들 잘들 있었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야! 성주 오누나.》

동무들은 대원수님앞으로 우르르 달려왔다.

《창덕학교아이들이 만경봉으로 올라갔어. 너희들 같이 놀지 않겠니? 군사놀이두 하구 씨름두 하구 진치기두 하면서 재미있게 놀자. 여기 견장도 이렇게 많이 만들어가지고왔다.》

안동네아이들은 모두 기뻐하며 저마끔 같이 놀겠다고 나섰다.

《그럼 잠간만 기다려라. 우리 집에 곧 갔다올게.》

대원수님께서는 할아버님네 집으로 달려가셨다. 때마침 할머님께서는 뜨락에 앉아서 헌 항아리를 때고계셨다.

《할머니 안녕하십니까?》

대원수님께서 모자를 벗어드시고 공손히 인사를 하시였다.

《오, 너 왔니. 어서 들어가자. 왜 지난 일요일에는 오지 않았댔니. 난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그래요? 지난 일요일에는 성안에 들어가서 아이들이 뽈차기하는걸 구경했어요.》

《공부하러 왔는데 공부를 부지런히 해야지 그렇게 놀러다녀서 쓰겠니.》

《공부할 때는 공부를 하구 놀 때는 좀 놀기두 해야지요 뭐.》

《하긴 그렇다만 넌 남들이 4년동안 배운것을 따라잡아야 한다면서?》

《할머니 걱정마세요. 이젠 따라잡았어요.》

《벌써? 야, 그거 아주 네 글재주가 대단하구나! 그렇다구 맘놓구 놀러다니냐? 남보다 열걸음, 백걸음 앞서나가야지. 안그러냐?》

할머님께서는 일손을 멈추시고 대원수님의 얼굴을 바라보셨다.

《알겠어요, 할머니.》

《하여간 오늘은 놀러왔으니 놀아야지.》

《그럼 이따 또 오겠어요.》

《오냐, 놀다 곧 오너라.》

대원수님께서는 안동네아이들을 데리고 만경봉으로 올라가셨다. 동무들은 벌써 펑퍼짐한 잔디밭에서 씨름판을 벌려놓고있었다. 소나무에 올라가서 솔방울을 따는 아이들도 있었다.

《야! 너 윤병이두 왔구나.》

광호는 윤병이앞으로 달려가 그의 두손을 덥석 잡았다.

《씨름군두 오구!》

안동네아이들은 덕범이곁으로 모여들어 그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것이였다.

《너 어쩌면 그렇게 씨름을 잘하니. 평양아이들이 쪽을 못쓰더구나.》 하고 광호가 말했다.

《덕범이가 뭐 잘해서 그렇다던? 평양아이들이 씨름을 할줄 몰라서 그렇지.》

호철이의 으시대는 대답이였다.

《사실은 너희들을 소개해주려구 했는데 피차에 아는 사이들이였구나.》

대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이들은 모두 웃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창덕학교아이들하구 만경대아이들의 친선놀이를 시작하겠는데 무엇부터 하는게 좋을가?》 하시면서 대원수님께서 동무들을 둘러보셨다.

《만경대에 와서 하자구 하던 왜놈잡기놀이부터 하는게 어떠냐. 해보지는 못했지만 말만 들어두 그럴듯 하더라.》 하고 인삼이가 대답했다.

《그런데 해는 짧구 할건 많구 야단났는데. 인삼이 말대루 그럼 왜놈잡기놀이부터 시작하자. 자, 이 견장들을 모두 달아라. 이건 조선군대견장들이다.》

동무들은 모두 견장들을 가져다 어깨에 달구 우쭐렁거렸다.

《왜놈잡기놀이는 어떻게 하는거야? 설명을 좀 해다구.》 하고 응화가 제기했다.

《설명은 길게 할게 없어. 왜놈만 하나 나오면 되는거야. 누가 왜놈이 되겠니? 왜놈에게는 이 견장을 주구 모자에는 이 띠를 둘러줄테다.》 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견장과 빨간 띠를 꺼내놓으셨다. 견장에는 별이 세개나 달려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왜놈이 되겠다고 선뜻 나서는 아이가 없었다.

《너희들 왜놈이 된다니까 진짜 왜놈이 되는줄 알구 벌벌 떠누나. 그럼 내가 왜놈이 되마.》 하며 호철이가 앞으로 쑥 나섰다.

호철이는 견장도 달고 빨간 띠를 두른 모자를 쓰더니 칼을 쭉 뽑아들었다.

《자, 이만했으면 왜놈처럼 보이지?》

《됐어. 왜놈졸병놈들이 보면 진짜 저희네 장교인줄 알고 벌벌 떨겠다야. 그럼 솔방울을 따서 주머니에 가뜩 넣어라. 왜놈장교놈은 총알을 가지게마련이니까.》

《우리들은 총알을 못가지나?》 하고 솔방울을 주머니에 가뜩 따넣었던 인삼이가 물었다.

《모두 총알을 가지면 호철이 혼자서 당해내겠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럼 너희들 가지구있는 총알들을 모두 꺼내놓아라.》

호철이는 우선 인삼이앞으로 가서 손을 내밀었다. 인삼이는 하는수없이 솔방울을 모두 호철이에게 넘겨주었다. 호철이의 주머니는 솔방울로 불룩해졌다.

《호철이는 아주 왜놈장교 비슷한데 왜놈들은 남의 물건을 빼앗아서 제 주머니에 넣기마련이야.》

대원수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깔깔 웃어댔다.

《자, 이제부터 왜놈잡기놀이를 시작하겠는데 이걸 장난으로만 알아서는 안된다. 진짜 왜놈이 나타나서 조선사람들의 물건을 빼앗구 나라를 빼앗았다는것을 생각하구 그놈을 꼭 붙들어서 처단하구야말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구 해야 하는거야.

그리구 호철이 넌 진짜 왜놈은 아니지만 왜놈처럼 해야 되는거구.》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나서 호철이의 귀에 입을 대고 귀속말로 이야기해주셨다. 놀이방법을 대주는것이 분명했다. 호철이는 연방 머리를 끄덕이면서 키득키득 웃는것이였다.

《자, 그럼 이제부터 왜놈이 달아나겠는데 잡아야 한다. 왜놈이 도망칠수 있는 구역은 저기 바위있는데서부터 만경봉우까지로 하자. 그런데 왜놈의 총알에 맞은 사람은 죽기마련이다.》

《죽으면 어떻게 되나?》 하고 경만이가 물었다.

《죽은 사람은 왜놈이 잡힐 때까지 그자리에 그냥 앉아있어야지.》

《왜놈을 잡으면 어떻게 하나?》

이번에는 인삼이가 물었다.

《그거야 붙든 사람들이 할탓이지. 그런데 아주 죽여서는 안된다. 호철이는 진짜 왜놈이 아니거든.》

대원수님께서 시치미를 따시고 이렇게 이야기하시자 모두들 웃어댔다.

《자, 그럼 잡아라!》 하고 소리치면서 호철이가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둘레에 서고있던 동무들이 일제히 왁 밀려 호철이를 따라갔다.

이때 호철이는 대원수님께서 일러주신대로 솔방울을 주머니에서 한줌 꺼내서 한꺼번에 냅다 던졌다. 이바람에 몰켜있던 여러 아이들이 총알에 맞았다.

《이건 기관총이라는거야. 기관총!》 하며 호철이는 으시대며 계속 달아났다. 많은 아이들이 별로 자기 역할도 못하고 죽게 되자 그제야 알았다는듯이 이번에는 뿔뿔이 흩어져서 쫓아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호철이는 대원수님께서 일러주신 두번째 전술을 썼다. 이때 덕범이는 맨 앞장에서 호철이를 쫓아가고있었다. 호철이는 슬금슬금 피해가면서 기회를 노리고있었다. 덕범이는 호철이의 총알을 경계하면서 죽기내기로 쫓아갔다. 그때 호철이가 홱 돌아서면서 덕범이앞으로 와락 달려들어 솔방울총알을 냅다 던졌다. 그바람에 꼼짝 못하고 맞았다. 호철이는 이런 식으로 여러 아이를 명중시켰다.

이럴 때에 윤병이가 동무들을 불러모았다. 그들도 새 전술을 짜보려는것이였다. 그들은 뭐라고 쑤군거리더니 몇패로 패를 무었다. 그리고는 한 패거리가 일제히 왁 달려들었다. 총알을 다 없애게 하고 붙들자는것이였다.

호철이는 슬슬 피해가면서 달려오는족족 솔방울을 던져 한아이씩 잡군 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호철이는 주머니에 넣었던 총알을 다 써버렸다. 이때 아이들은 와하고 한꺼번에 공격을 들이댔다.

호철이는 바위우에 훌쩍 올라갔다. 그리고는 손을 들었다.

《자! 이제는 항복이다. 어서 붙들어라!》

아이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호철이를 붙들었다. 왜놈을 붙든 그들은 사기가 나서 만세를 부르면서 떠들썩 고아댔다.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을 모두 모아놓으시고 말씀하셨다.

《자! 어떻게 됐니? 결국 왜놈은 조선군대들 손에 붙잡히구말았지. 조선군대들은 맨손이구 왜놈군대는 총을 가졌는데 어떻게 붙잡았니? 누구 말해봐라.》 하고 대원수님께서 동무들을 둘러보시며 말씀하셨다.

《조선군대들은 꾀를 쓰구 힘을 합쳐가지구 달라붙었기때문에 총을 가진 왜놈을 붙잡을수 있었다.》 하고 윤병이가 대답했다.

《맞았어! 그러기 왜놈들이 아무리 악독하다구 해두 조선사람들이 모두 단결하면 쳐물리칠수 있는거야. 그럼 한가지 더 물어보자.》

대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이번에는 모두 자기가 대답하려고 눈을 똑바로 뜨고 대원수님을 쳐다보는것이였다.

《왜놈은 한놈이구 조선사람은 여럿인데 왜 그렇게 힘을 들여서야 붙잡았니?》

《왜놈은 총을 땅땅 쏘는데 조선사람들은 맨손으로 잡아야 했으니까 그렇지 뭐.》 하고 광호가 대답했다.

《광호 말이 맞았어. 그러기 조선사람들이 진짜 왜놈들을 쳐부시구 독립을 찾으려면 총이 있어야 하는거야. 알겠니?》

동무들은 모두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너희들 왜놈을 사로잡았는데 어떻게 할테냐?》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아이들속에서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노래를 부르라는 아이, 춤을 추라는 아이, 귀를 잡고 절을 하라는 아이, 샘물터에까지 뛰여갔다 올라오라는 아이, 모두 한마디씩 했다.

호철이는 눈을 꺼벅거리면서 동무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니야. 이번에는 하지 않아두 돼. 련습을 해보기 위해서 한건데 지구 이기구가 있니?》

호철이가 이렇게 말하자 아이들은 련습이 아니라고 떠들썩 고아댔다.

《그래. 호철이 말대로 아까는 련습하는것으로 치고 이번엔 진짜로 한번 해보자. 이번엔 왜놈을 두놈쯤 내는것이 어떠냐? 그대신 나도 조선군대편에 들겠다.》 하고 대원수님께서 말씀하시자 아이들은 왜놈으로는 호철이와 덕범이가 하는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왜놈은 그 두 동무가 되였다.

덕범이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검은 안경테까지 걸고나섰다. 제법 땅딸보 왜놈같이 보였다.

놀음이 시작되였다. 호철이와 덕범이는 서로 짜가지고 량편에서 달려들며 솔방울을 던졌다. 아이들이 벌써 여러명 《전사》하였다. 그런데 이때 대원수님께서 보이지 않으셨다. 대원수님께서는 벌써 몇동무와 짜가지고 다른 전술을 쓰셨던것이다.

이런것을 모르는 호철이는 흥이 나서 쫓아오는 아이들을 피하여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총알》을 씽씽 던졌다.

대원수님과 짜고든 아이들은 세군데서 일제히 달려들었다. 호철이는 큰 바위가 있는데로밖에 피할 길이 없었다. 그는 연방 솔방울을 던지면서 큰 바위쪽으로 비슬비슬 달아났다. 이때 바위뒤에 숨어계시던 대원수님께서 와락 달려나오시며 호철이를 붙잡았다. 호철이는 솔방울총알을 절반도 쓰지 못하고 사로잡히고말았다. 아이들은 좋아라고 환성을 올렸다.

호철이가 붙잡히는것을 본 덕범이는 총알을 아껴쓰면서 조선군대들이 숨어있을만한데는 아예 접근도 하지 않았다. 그는 《총알》 한알에 꼭꼭 한아이씩 《전사》시키는것이였다. 그러다가는 남은 아이들이 거의다 《전사》할수도 있었다.

이때에 대원수님께서는 또 다른 전술을 쓰셨다. 새 전술은 아이들에게서 아이들에게로 쏘곤쏘곤 전달되였다. 그들은 서뿔리 달려들지 않고 사면에서 덕범이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덕범이가 두리번거리며 달아날 구멍을 찾고있을 때 대원수님께서는 《돌격!》 하고 구령을 치셨다. 조선군대들이 사방에서 일시에 달려들었다. 덕범이는 솔방울을 뿌렸으나 일시에 달려드는 그들을 당해낼수 없었다. 이리하여 덕범이도 붙들리고말았다.

붙들린 두 《포로》는 《벌》로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기마병놀이》도 하고 《진치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점심때가 가까와왔다.

대원수님께서는 할아버님에게 부탁해서 동무들에게 먹을것을 좀 내다주고싶으셨다. 더구나 인삼이를 비롯한 몇아이는 점심을 가져온것 같지 않은데 그들에게만이라도 무엇을 좀 먹이고싶으셨다. 그런데 복숭아건 참외건 맞춤한것이 있겠는지 알수 없었다.

《너희들 놀아라. 내 잠간 우리 집에 내려갔다올게.》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안동네로 뛰여내려가셨다. 집은 텅 비여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재등너머 조밭으로 달려가셨다. 할머님, 작은어머님들은 김을 매고계셨고 할아버님과 작은아버님께서는 후치질을 하고계셨다. 그런데 작은아버님께서는 후치를 끌고 할아버님께서는 보잡이를 하고계셨다.

대원수님께서는 가슴이 섬찍해지셨다. 소가 끌어야 할 쟁기를 사람이 끌기때문이였다.

《소는 어떻게 하구 작은아버지가 후치를 끄세요?》

《소는 다섯집에서 부리다나니 소목이 상했구나.》

작은아버님께서 수건으로 땀을 훔치면서 대답하셨다. 그의 옷은 땀으로 푹 젖었고 대답하는 말소리도 숨가쁜 목소리였다.

《내 좀 끌어볼게 작은아버지는 잠간 쉬십시오.》

대원수님께서는 밭고랑에 들어서시여 작은아버님앞을 막아서시였다.

《그만둬라. 너는 아직 이두 나지 않았다.》

《왜, 내 힘이 작은아버지 힘보다 약해보여요? 이리 주세요.》

《너 동무들을 데리고왔으면 같이 놀아야지 혼자만 내려와서 되겠냐? 저 밭머리에 가서 구럭이나 메구 산에 올라가서 동무들하구 나눠먹어라.》

작은아버님의 말씀이였다.

《뭐 먹을것이 좀 있어요?》

대원수님께서는 기뻐하시며 작은아버님을 쳐다보셨다.

《할아버지가 너희들 주겠다구 참외니 복숭아니 수박을 한구럭 따놓았단다. 할아버지가 가꾸신건데 가져다 나누어먹도록 하여라.》

《그래요?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대원수님께서는 모자를 벗어드시고 할아버님께 절을 꾸벅하셨다.

《아이들은 많구 도래떡은 적다구 얼마 되질 않아서 걱정이구나.》

할아버님의 말씀이였다.

《점심들을 가지고왔으니까 많지 않아두 돼요. 자, 이리 주십시오. 참외값이라두 해야 할게 아니예요.》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멍에줄을 빼앗고야마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어깨에 줄을 거시고 허리를 구부리고 발걸음을 떼셨다. 생각과는 달리 후치는 헐하게 끌려왔다.

《증손이가 작은아버지보다 낫구나.》

곁에서 김을 매던 작은 어머님의 말씀이였다.

《그럼 아버진 한대 피우십시오.》 하시며 작은아버님께서는 할아버님곁으로 가서 쟁기를 잡으려고 하셨다.

《괜찮다. 너나 좀 쉬여라. 후치가 그래뵈두 사람 녹이느니라.》

할아버님께서는 그냥 보잡이를 계속하셨다. 작은아버님께서는 담배를 붙여무시더니 호미를 들고 밭고랑에 들어서시였다.

대원수님의 이마에서는 어느덧 땀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헐한것 같더니 차차 종다리가 팽팽해지면서 발걸음떼기도 힘들어지셨다.

《어떠냐, 힘이 들지?》 하고 할아버님께서 물으셨다.

《힘이 좀 드누만요. 그렇지만 해낼수 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금주고도 못산다구 고생을 해봐야 가난한 사람의 심정을 아느니라.》

할아버님의 말씀이였다.

이때에 김매러 나갔던 아주머니들이 저쪽에서 한패 밀려오며 왁작지껄했다.

《여기서두 점심잡수시러 들어갑시다.》 하고 한 아주머니가 소리치자 대원수님께서는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셨다. 해가 정수리우에 있는 모양인지 그림자가 한뽐도 되나마나했다.

《그만하구 들어들가자.》

할아버님의 말씀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밭머리로 나가셨다. 거기에는 가는 새끼로 얽은 큰 구럭이 놓여있는데 그속에는 참외, 수박, 복숭아들이 가뜩 들어있었다.

《할아버지, 이거 너무 많구만요.》

《많긴 뭐가 많다구 그러냐. 점심먹구 메구 올라가서 나누어 먹어라.》

《집에는 이따 가겠어요.》

대원수님께서 만경봉에 올라갔을 때에는 아이들이 점심먹을 차비를 하고있었다. 그리고 만경대아이들은 마을로 내려오려던 참이였다.

《자, 거기들 모두 앉아라. 이제부터는 오락회를 하자.》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을 모두 잔디밭에 둘러앉히셨다. 그리고는 구럭을 헤쳐놓으시고 참외니 수박이니 복숭아를 와르르 쏟아놓으셨다.

《어디 가서 영 오지 않기에 난 단단히 말을 해주자구 벼르고있었는데 그만둬야겠는데!》 하며 덕범이가 코살을 찡긋했다.

《야, 이렇게 먹을것을 가져올데가 있다면 또 갔다오라구 하겠다.》 하고 호철이가 대꾸를 했다.

유쾌한 오락회가 시작되였다. 목침돌림으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만담도 나왔다. 경만이의 독창과 새들의 울음소리흉내는 매우 인기를 끌었다.

점심이 끝난 후 그들은 반두를 가지고 순화강에 나가서 물고기잡이를 하였다. 물고기잡이에서는 만경대아이들이 날구뛰였다. 그중에서도 응화가 첫째였다. 그는 연방 물고기를 잡아가지고는 높이 들어 흔들면서 《잡았다.》 하고 소리치군 하였다.

인삼이가 몸뚱이와 얼굴에 감탕칠을 해가지고 돌아다니면서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떠드는 바람에 모두를 웃기였다.

재미있게 놀던 하루해도 어느덧 서산에 뉘엿뉘엿 넘어가고있었다.

《자, 이제는 그만 놀구 돌아가야겠는데 거기들 모두 앉아라.》

대원수님께서 동무들을 강뚝에 앉히셨다.

《오늘 하루 이렇게 놀아보니까 재미들이 어떠냐?》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동무들은 한결같이 참 재미있게 놀았다고들 했다.

다음 일요일에는 룡악산으로 놀러가기로 약속하고 아침에 만날 장소까지 정했다.

대원수님께서는 약속하신대로 오늘 산놀이에서 성적이 좋은 아이들에게 상을 주셨다. 산놀이에서 노래도 잘 불렀고 왜놈잡이군사놀이에서 잘 싸운 경만이에게는 《대포》연필 두자루를 주셨고 행군에서 모범을 보인 인삼이와 고기잡이에서 성적이 좋은 응화와 진치기에서 잘 싸운 호철이에게는 각각 연필 한자루씩을 상으로 주셨다.

유쾌하고 명랑한 하루를 보낸 그들은 만경대에서 헤여졌다.

대원수님께서는 경만이와 함께 걸으시며 이야기하셨다.

《경만아, 너 오늘 재미가 어떠냐? 례배당에 갔던것만 못하지 않니?》

《아니야. 례배당에 간것보다 몇갑절 재미있어. 오는 일요일에두 또 따라갈래!》

《너 오늘 돌아가면 너의 어머니한데 욕먹지 않겠니?》

《욕하겠으면 하라지 뭐. 나두 이젠 그딴데는 다니질 않겠다야. 례배당에 가구 안가는건 제 자유라는데 뭐.》

《너의 어머니도 몰라서 다닐거야. 네가 잘 깨우쳐줘야 해!》

《어떻게 깨우쳐주어야 하나?》

《하느님이 있다는건 거짓말이란다. 옛날에는 과학이 발달되지 못해서 해가 뜨구 지는것도, 비가 오구 눈이 오는것도, 우뢰소리가 울리고 번개가 이는것도 그리구 사람이 죽고사는것도 모두 하느님이 하는 조화로만 알았단다. 그런데 과학이 발달되면서 그것이 거짓말이라는것이 밝혀졌단다. 너두 학교에서 비오는 원리두 배우구 눈오는 원리두 배우지 않았니?》

《응! 수증기가 찬 공기와 부딪치면 작은 물방울이 되는데 그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서 무거워지면 아래로 떨어지거덩. 그것을 비라고 하지 뭐.》

《그것 봐라. 하느님이 어디 비를 오게 하니? 그러니까 하느님이 있다는건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냐? 그런데 왜 미국놈들이 조선에 나와서 례배당을 짓고 하느님이 있다느니 천당과 지옥이 있다구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

이렇게 말씀하신 대원수님께서는 미국놈들에 대하여 아버님에게서 들으신 이야기와 평양 양촌에서 보고 느끼신것을 모두 이야기해주셨다. 경만이는 심각한 얼굴로 대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종교라는것은 권력있구 돈많은 놈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수걱수걱 일만 하게 하려구 만들어놓은거란다. 참는 사람이 천당에 간단 말을 하지 않던?》

《응! 그렇게 말해. 어렵구 힘들어두 참아야 한다는거야.》

《거 봐라. 배가 고파두 참아야 하구 헐벗어도 참아야 하구 때려두 참아야 하구 그저 참으라구만 하는거야. 왜 참아야 한다는지 너 아니?》

《잘 모르겠어.》

《백성들이 들고일어나겠으니까. 들고일어나는것은 죄악이구 그런 사람은 지옥에 간다, 그러니 너희들은 우리가 하라는대로 하면서 참아야 한다는 수작이지. 너 생각해봐라. 너의 아버지가 농사를 지어가지구 귀동이네게 주지 않구 다 너의 집으로 낟알을 가져가면서 귀동이 아버지보구 참으라면 그 귀동이 아버지가 참을것 같으니?》

《흥! 참을게나 뭐가. 그날루 당장 주재소에 알려서 우리 아버지는 잡혀가구 낟알은 몽땅 빼앗기구 땅까지 떼우겠다야.》

《거 봐라. 참으라는건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요구하는거란 말이야. 그런데 그런걸 몰라서 너의 어머니두 례배당엘 다니는거야.》

《알았어. 나두 오늘저녁 집에 가서 그런 얘길 우리 어머니한테 할래.》

《그렇게 해라. 부모님말씀을 잘 들어야 하지만 부모네들이 몰라서 잘못된 길로 나갈 때엔 알으켜드려야 하는거야. 그래야 진짜 좋은 아들이 된단다.》

대원수님께서는 이날 하루를 그저 동무들과 재미있게 놀기만 하신것이 아니라 동무들을 일깨워주고 특히 경만이가 례배당에 가지 않도록 깨우쳐주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후련해지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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