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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17


며칠전부터 모란봉밑에 있는 공설운동장에서는 시내 소학생들로 조직된 소년축구대회가 벌어지고있었다. 요즘 학생들속에서는 소년축구대회소식으로 떠들썩했다.

일요일 아침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새로 만든 운동장으로 분주히 올라가셨다. 새로 무은 축구선수들을 데리고 오늘 진행되는 소년축구대회 결승전을 구경하러 가기로 약속하셨던것이다.

호철이와 창호들은 벌써 팔골선수들을 모두 데리고와서 기다리고있는데 칠골선수들이 아직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기다리고있는데 칠골동무들을 데리고올 책임을 진 윤병이가 몇동무들과 함께 올라왔다.

그는 누구와 다투기라도 했는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윤병이, 넌 왜 아침부터 찌뿌둥해있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웃으시며 물으셨다.

《경만이랑 인삼인 못가겠다는거야, 흥! 그런 아이들이 무슨 선수야, 공연히 시간만 늦어졌네.》 하며 윤병이는 노상 투덜거렸다.

《왜 못가겠다구 그러던?》

《경만이는 례배당에 가구 인삼이는 옷이 없다는거야.》

《옷은 빨면 될텐데.》

《빨면 되지. 그런데 그애는 평양에 구경간다는 말을 오늘 아침에야 했다는거야. 그러니 될게 뭐야.》

《너두 참 인삼이하구 비슷하구나. 오늘 아침에 말해서 왜 안된단 말이냐. 이제라두 넉넉히 할수 있어!》

이 말을 들은 윤병이는 눈이 둥그래졌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놀라운 눈으로 대원수님을 쳐다보았다.

《이제라두 할수 있다구?》

윤병이의 말이였다.

《할수 있지 않구! 여름옷이란건 홑잠뱅이적삼인데 한편에서는 빨래를 하구, 한편에서는 불을 일구어 다림질할 차비를 해가지구말이야 제꺽 빨아서 다림으로 쓱쓱 대리면 될게 아니냐.》

《응, 정말 그렇거면 되겠구나. 내 그럼 제꺽 갔다올게.》

윤병이는 어느덧 언덕아래로 뛰여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래가지구 마라손선수처럼 뛰여가면 우리들보다 먼저 운동장에 도착할수 있다구 단단히 일러라.》

달려가는 윤병이에게 대원수님께서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일행이 신작로에 들어섰을무렵에 윤병이가 씨근덕거리며 쫓아왔다.

《어떻게 됐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제꺽 빨아입구 오겠다구 했어. 누가 먼저 운동장에 도착하나 내기해보자는거야.》

그들은 서로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면서 어느덧 팔골앞을 지났다. 그들의 발걸음은 오늘따라 류달리 빨랐다.

얼마동안 말없이 걸으시던 대원수님께서 동무들을 둘러보시며 물으셨다.

《그런데 어제저녁에는 경만이두 꼭 경기장에 가겠다구 그러지 않았니?》

《그애야 뭐 늘 이랬다저랬다 하는 아이인데 뭐. 이제 우리 축구팀도 그애때문에 야단났어. 학습반보다 더하지 뭐냐. 뽈차기련습은 일요일마다 본때있게 해야겠는데 이름만 척 걸어놓구 딴데 가서 앉아있으면 될게나 뭐가?》 하고 덕범이가 대답했다.

《그래서 너희들의 생각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경만인 학습반이나 축구팀에서 떼버렸으면 좋겠어.》

윤병이의 말이였다.

《그럼 너두 례배당에 가는것을 찬성하는구나.》

《흥, 찬성? 난 그따위엔 한번도 안갔다야. 거기 가면 종이로 만든 큰 붕어를 준다면서 자꾸만 가자구 해두 난 가지 않았다야. 진짜 붕어나 한구럭 준다면 몰라두…》

《그럼 너두 경만이가 쓸데없는데 다닌다는것은 알구있구나.》

《알지 않구.》

《그럼, 헴두 칠줄 모르는 아이가 물살이 센 깊은 강으로 자꾸만 들어가는걸 보구두 그대로 내버려두구 우리끼리 저할것이나 하잔 말이지?》

《그거하구야 다르지 뭐.》

《다를것이 없어. 례배당에 다닌다는것은 쓸데없을뿐아니라 아주 위험한 길이란 말이야. 그애가 례배당에 다니는것이 위험한 길이라는것을 똑똑히 안다면 다니지 않을거야.》

《례배당에 다니구 안다니는건 제 자유지 뭐.》

《물론 자유지. 그렇다구 남이 잘못된 길루 가는걸 뻔히 바라보면서 내가 안가면 되지 하구 그대로 내버려두어서야 되니?》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시면서 발걸음을 다그치셨다.

경기장에는 벌써 사람들로 바다를 이루었다.

소년축구대회에는 시내 소학교들이 거의다 모였는데 오늘 결승전에는 광성학교와 숭덕학교가 붙게 되였다.

선수들이 운동장으로 줄지어 입장하였다. 관중들은 선수들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이때에 인삼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동무들이 있는 곳에 나타났다.

《어! 인삼이, 너 빨리 왔구나. 수고했다.》

대원수님께서 그의 손목을 끌어 자리에 앉히시였다.

《빨리가 뭐야, 내가 먼저 올라구 지름길루 내내 달려왔는데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 됐어! 하마트면 구경을 못할번 했네.》

인삼이는 이마의 땀을 씻으며 두리번거렸다.

《아침에 땀을 좀 흘렸겠다만 구경을 하게 돼서 잘됐다.》

《네가 방법을 대줘서 나두 구경할수 있게 됐지 뭐. 자 어때, 이만하면 됐지?》

인삼이는 자기의 적삼소매를 쓱 내밀어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웃으시며 머리를 끄덕이셨다.

이윽고 경기가 시작되였다. 관중들은 시작되자부터 백열전이 벌어지고있는 경기를 주의깊게 바라보고있었다.

광성과 숭덕 두팀이 다 만만치 않은 적수들로 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전반전이 시작된지 15분만에 숭덕학교가 보기 좋게 꼴을 하나 넣었다. 관중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숭덕학교 학부형인듯한 한 중년사나이는 두루마기자락을 부여잡고 학생들앞에 나와서 둥기둥기 춤을 추며 돌아갔다.

경기는 계속되였다. 광성학교선수들은 락심하지 않고 서로 격려해가며 치렬한 전투를 벌리였다.

전반전이 거의 끝나갈무렵에 광성학교가 꼴을 하나 넣었다. 이리하여 전반전은 1대1로 끝났다.

후반전이 시작되였다. 량편이 모두 만만치 않았다.

선수들은 밀려왔다밀려갔다 하면서 땀을 흘렸으나 만만하게 꼴은 들어가지 않았다.

시간은 앞으로 5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광성학교선수들이 꼴을 넣었다. 장내는 한동안 물끓듯이 설레였다. 이리하여 영예의 우승은 광성학교가 차지하게 되였다. 경기는 오전중에 끝났다.

대원수님께서는 경기를 보시면서 많은것을 생각하셨다.

확실히 개인기술을 보면 광성학교보다 숭덕학교가 우수했다. 그러나 숭덕학교선수들은 전반전에서 한꼴을 넣고 자만했을뿐만아니라 개인기술을 뽐내려다가 광성학교선수들한테 빼앗기군 했다.

그러나 광성학교선수들은 자기 개인의 기술보다도 집단적인 기술을 더 많이 발휘했다.

대원수님께서는 축구주장으로서 이 점을 꼭 살려야겠다고 생각하셨다.

대원수님께서는 검은 잠뱅이에 붉은 샤쯔를 입은 광성학교선수들중에서도 6번이 제일 인상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뽈이 이쪽으로 넘어오면 어느 사이에 이리로 달려들어 빼앗고 뽈이 저쪽으로 가면 어느덧 그리로 달려가서 차넘기고 중앙근처에서 뽈이 감돌면 그리로 달려가서 기어코 빼앗아내여 자기 편이 있는데로 차넘기는것이였다. 마지막꼴을 넣은것도 역시 6번이였던것이다. 그가 꼴을 넣었을 때 관중들은 운동장이 떠나갈듯이 환성을 올렸고 광성학교 학생들은 북을 치고 응원기를 휘두르면서 북통이 터져라 응원가를 불렀다.

《덕범이, 너두 좀 련습하면 광성학교 6번만큼 찰수 있지?》

대원수님께서 덕범이를 바라보며 물으셨다.

《아니야, 난 아직 멀었어.》 하고 덕범이는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애들이라구 뭐 별다른 아이겠니? 우리들도 부지런히 련습만 하면 그애들보다 더 잘할수 있어!》 하고 윤병이가 대답했다.

《윤병이 말이 옳아. 그애들보다 더 잘하겠다는 그런 결심을 가지구 해야 하는거야. 해서 안될것이 없으니까.》

대원수님의 말씀이였다.

대원수님께서 이날 동무들을 데리고 성안에 들어오신것은 한낱 축구구경이나 하기 위해서는 아니였다. 훌륭한 선수들의 솜씨를 보여줌으로써 그렇게 해보겠다는 의욕과 충동을 일으키게 하자는데 목적이 있었던것이다.

그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되시였다. 그런데 이번 경기를 꼭 보았어야 할 경만이가 빠진것이 유감이였다. 물론 윤병이의 말대로 경만이를 빼고 다른 아이를 넣으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수 있었다. 그러나 한 동무가 잘못된 길로 가고있는데 그의 길을 바로잡아줄 대신에 떼버릴수는 없다고 생각하신 대원수님이시였다.

축구대회가 오전에 끝났기때문에 창덕학교동무들은 거리로 나와 제각기 헤여지게 되였다. 친척집에 들리겠다는 아이도 있었고 양재물을 사겠다고 장마당으로 간 아이도 있었고 성안에 들어왔던김에 거리구경을 하겠다고 떨어진 아이도 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윤병이, 인삼이와 함께 칠성문아래로 북새거리를 거쳐 양촌을 지나 지름길로 가기로 하셨다.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과 함께 어느덧 미국놈들이 사는 양촌앞에 이르셨다. 거기에는 오고가는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높은 등성이에 뾰족뾰족한 빨간 벽돌집들이 드문드문 서있었다. 집은 몇채 되지 않는데 굉장히 넓게 자리를 잡고있었다. 주택이라기보다 별장과 같았다. 여기저기 백양나무가 있고 그사이에 사과나무, 배나무, 포도넝쿨이 있었다.

언덕중허리에 있는 집뜨락에는 열두세살가량 되여보이는 남자애들이 웃동을 벗고 나와서 개와 재미있게 놀고있었다. 과자통에서 과자를 꺼내여 공중으로 던져주면 개가 주둥이를 하늘로 향하고있다가 떨어지기 전에 과자를 척척 받아먹는것이였다.

안에서는 《둥덩둥덩》 피아노소리가 들려왔다.

조금후에 피아노소리가 멎더니 사나이와 녀편네가 나왔다. 그들은 아이들과 뭐라고 지껄이더니 모두 함께 저쪽언덕길로 천천히 올라가는것이였다. 아이들은 계속 과자를 개에게 던져주었다.

《저자식들은 사람도 먹지 못하는 과자를 개에게 주구두 맘이 편안할가?》

대원수님께서 혼자말처럼 이야기하셨다.

《과자뿐인줄 아니? 저 개 살진걸 봐라. 저놈들은 고기두 덩어리루 매일 먹인대.》

인삼이의 대답이였다.

《개는 그렇게 잘 먹여서 뭘하누? 사람두 못먹는 고기를.》

윤병이의 말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깊은 생각에 잠겨계시였다.

(나라의 주인인 조선사람들은 헐벗고 굶주리고있는데 섬나라에서 건너온 오랑캐 왜놈들이 나라의 주인노릇을 하고있으며 바다건너온 미국놈들이 조선에서도 제일 경치좋은 평양, 평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도시 한복판에 널다랗게 자리를 잡고 제 세상인양 거들먹거리며 호화롭게 살고있으니 이놈의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걸가. 저런 놈들을 모조리 쫓아버리고 조선사람들끼리 화목하게 산다면 얼마나 행복하게 살수 있을것인가?)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시니 저절로 두주먹이 불끈 쥐여지셨다. 대원수님의 머리에는 언제인가 팔도구에 계실 때 아버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떠오르셨다.

그때 평양에서 한 손님이 찾아왔던 일이 있었다. 그 손님은 아버님과 평양숭실중학교에 같이 다녔고 그후에 아버님의 지도밑에 혁명사업도 같이해온분이였다.

손님은 다음날 이른아침에 떠나갔다. 손님을 배웅하고 집에 돌아오신 아버님께서는 대원수님께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분도 한때는 목사가 되겠다고 하면서 종교에 푹 빠져있었는데 이제야 옳은 길에 들어섰지. 그분은 한때 미국놈들을 선량한 사람으로 알고 그놈들에 대해서 큰 환상을 가졌었는데 이제는 그 환상이 산산쪼각이 나구말았지. 종교라는것은 아편과 같아서 한번 거기에 미치게 되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듣게 된단 말이다.

그러기에 미국놈들은 기름진 우리 나라를 삼켜보려고 선교사들을 먼저 들여보내서 종교를 퍼뜨리지 않았니. 말하자면 종교를 미끼로 삼아서 조선사람들의 얼을 뽑아버리구 종교라는 코투레에 꿰가지구 제놈들 마음대로 하자는 수작이지.》

《아버지, 미국놈들두 일본놈들처럼 나쁜 놈들이지요?》

《그놈들은 꼭같은 강도놈들이란다.

원체 미국이란 나라는 세상에 나타난 첫날부터 남의 피와 뼈를 갉아먹구 배가죽이 두터워진 나라란다. 말하자면 미국땅덩어리에는 무고한 인디안들의 붉은피가 스며있고 그 붉은피우에서 미국놈들은 행복을 누리고있단 말이다.》

《아버지, 인디안이 뭔가요?》

《1492년 콜룸부스에 의해서 북아메리카가 발견되기 전부터 거기에는 벌써 원주민들이 살고있었단다. 얼굴빛이 붉기때문에 홍인종이라고도 하는데 그들을 인디안이라고 한단다. 양키놈들은 아메리카땅에 발을 들여놓은 첫날부터 그곳 원주민들의 땅과 재물을 빼앗으려고 인디안을 모주리 죽이기 시작했단다. 승냥이같은 양키놈들이 인디안을 멸종시키려고 사람사냥을 벌려놓은셈이지. 심지어 그놈들은 인디안의 머리가죽을 벗겨내는 만행까지 감행했는데 남자의 머리가죽 한장에는 100파운드스털링을 주고 녀성과 아이들의 머리가죽은 그 절반값인 50파운드스털링을 주었단다.》

《그놈들이 그런 악독한짓을 했구만요.》

《그놈들은 인디안사냥을 장려하구 원주민들을 모조리 없애버리자는 계책이였지. 하리손이라는 놈은 양키들을 반대해서 용감히 싸우다가 희생된 인디안의 한 추장의 가죽을 벗겨서 면도칼을 가는 혁띠를 만들어서 기념품으로 나누어가지는 만행까지 했으니 말할게 있냐.》

《그런 놈을 미국에서는 그대로 살려두었나요?》

《그대로 살려두었을뿐만아니라 그놈은 그 공로로 해서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라앉게 되였단다. 말하자면 누가 더 인디안을 많이 죽였는가, 누가 더 악착스러운 행동을 하였는가에 따라 나라의 〈공훈자〉로 인정받는 나라가 바루 승냥이들이 둥지를 틀고있는 미국이란 말이다.》

《미국에는 흑인들도 많다지요?》

《많구말구.》

《원주민은 인디안이라면서 흑인들은 어떻게 미국서 살게 되였나요?》

《미국에는 지금 약 1억의 인구가 살고있는데 대개가 유럽에서 건너간 양키들이구 약 1천만의 흑인이 살고있단다. 이 흑인들은 17세기로부터 18세기때 유럽장사군 놈들한테 붙들려온 아프리카흑인들의 후손들이란다. 유럽장사군 놈들은 흑인들을 아메리카로 끌어다가 종으로 팔아먹었단다. 북아메리카에 발을 들여놓은 양키놈들은 흑인들을 끌어다가 소나 말처럼 채찍으로 때려몰면서 황무지를 개척했지. 오늘 미국남방의 광활한 농장들은 흑인노예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것이란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개보다도 더 천대를 받고있다지요?》

《네 말이 맞았다. 미국에서 흑인들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단다. 심지어 백인들이 드나드는 공원이나 식당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되여있으니 말할게 있냐? 그들은 소나 말처럼 일만 하게마련이란다.》

아버님께서는 후 한숨을 짓고나시여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150년이란 짧은 력사를 가진 이 미국이 걸어온 길이란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피와 뼈와 기름을 짜내구 남의 나라 령토를 빼앗은 사실만으로 가득찬것외에는 아무것도 없단다. 강도질에 이골이 난 미국승냥이놈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동양 즉 아시아에 눈독을 들이고있으며 우리 나라를 노리고있다는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놈들은 왜놈들처럼 잔인하기도 하지만 또 음흉하고도 교활하다는것을 똑똑히 알아야 할게다.

왜놈들은 강도질을 하되 세상사람들이 강도라는것을 알수 있게 드러내놓고 한다면 미국놈들은 선량한 사람인듯이 가장해가지고 강도질을 하는게다. 말하자면 도적질하는 방법이 다를뿐이고 본질에서는 꼭같은 놈들이지.》

《평양에 와있는 미국놈들도 같은 놈들이지요?》

《같은 놈들이구말구. 평양에는 미국놈들이 지은 교회당이니 학교니 병원이니 하는따위들이 있단다. 그놈의 목사니 선교사니 하는 놈들은 모두 군벌출신의 미국간첩들이란다. 그놈들은 한편으로는 조선사람들의 눈을 가리우기 위하여 마치도 자선사업이라도 하는척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에 나와있는 기간에 우리 나라를 먹을수 있도록 정탐을 하자는게다. 그놈들은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그린다, 사진을 찍는다 하는것이 모두 때를 기다리고있다가 우리 나라를 쳐들어오겠다는 수작이지. 그런데 일부 어리석은 사람들은 미국놈들을 마치도 〈선량한〉사람으로 보고있으니 참 한심한 일이 아니냐. 특히 종교인들이 더 그렇단 말이다. 그들은 미국놈들이 양의 가죽을 뒤집어쓴 승냥이라는것을 모르고있단 말이다.》

아버님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셨다가 계속하셨다.

《말하자면 지금 조선이라는 한 땅덩어리를 놓구 두 강도가 달려든셈이지. 그런데 소위 독립운동을 한다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것을 가려내지 못하고 미국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면서 그놈들이 조선독립을 시켜줄것처럼 생각하고있으니 답답한 일이 아니냐. 그렇다구 한탄이나 하구있어서야 안되지. 우리 집에 왔던 그 손님도 처음에는 미국놈들을 하늘처럼 믿구있었단다. 그렇지만 여러번 만나서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이제는 똑똑히 깨닫게 되였다.》

대원수님께서는 그때 하시던 아버님의 말씀을 생각하시면서 발걸음을 옮기셨다.

(남의 피와 살을 갉아먹고 사는 승냥이떼들이 우리 나라에 기여들었구나. 그런데 그놈들을 좋은 사람으로 알구있는 경만이같은 아이가 있으니 한심하지 않는가. 그애를 잘 이끌어주어야겠어. 그애도 몰라서 그럴거야.)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시며 발걸음을 옮기셨다. 어느덧 보통강을 옆에 끼고 언덕에 게딱지같은 집아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토성랑앞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판자집들이 이어붙어있었다. 비가 새는 모양인지 검은 기름종이를 지붕우에 펴고 돌멩이를 올려놓은 집들이 많았다. 집둘레에는 오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거기서 무엇을 얻어보겠다고 해진 옷을 걸친 아낙네들이 갈구리로 오물을 들추고있었다. 그러다가 쇠붙이나 천쪼박이 나오면 큰 보물이나 발견한듯이 닁큼 바구니에 집어넣군 하였다. 바구니도 성한것이 아니라 도리가 노드락노드락 해여졌고 밑에는 구멍이 숭숭 났는데 새끼로 아무렇게나 얽어맨것이였다. 저쪽에서는 무슨 큰 공사가 새로 벌어졌는지 얼기설기하게 나무때기들을 높이 꽂아놓고 사람들이 장군들처럼 모여 일들을 하고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판자집들을 둘러보시며 공사판이 벌어지고있는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계셨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대원수님께서는 발걸음을 멈추시고 귀를 기울이셨다. 분명히 한 아이의 울음소리는 아닌데 맞은편 판자집에서 들려오는것이 분명했다.

대원수님께서는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시여 판자집앞으로 가서 방안을 들여다보셨다.

방안에는 어머니인듯한 녀인이 누워있는데 열두세살 먹은 처녀애와 일곱살가량 되여보이는 남자애가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매달려 목놓아울고있었다.

《우리들은 어떻게 살라구 죽었어요! 어머니!…》 하며 처녀애는 누워있는 어머니곁에서 가슴을 쥐여뜯고 몸부림을 치면서 울고있었다.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웠다. 남자애는 기운마저 진했는지 가느다란 소리로 울고있었다. 얼굴들은 창백한데 류달리 눈들만 커보였다. 이미 죽은 어머니에게 매달려 울고있는 두 남매가 한없이 가긍스러웠다.

대원수님께서는 방안을 둘러보시였다. 방이라기보다 움막과 비슷했다. 한편 구석에는 헌 석유상자가 놓여있었고 어머니머리맡에는 한쪽손잡이가 떨어져나간 양재기가 놓여있는데 김이 몰몰 떠오르고있었다. 어머니에게 드리려고 처녀애가 좁쌀을 한줌 얻어다 미음을 쑨것 같은데 어머니는 그 미음을 입술에도 대보지 못하고 죽은것이였다.

《너희들 아버지는 안계시냐?》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두 남매는 울음을 멈추고 대원수님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처녀애가 대답했다.

《우리 아버지는 일하러 나갔어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걸 알려드렸냐?》

처녀애는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버지한테 빨리 알려드려야지. 너희들끼리 이렇게 울고만 있음 어쩌겠니?》

《그러다가 일본십장놈한테 우리 아버지까지 매맞게. 우리 어머니도 일본십장놈한테 매맞구서 이렇게 죽었어요.》

처녀애는 북받쳐오르는 설음을 참지 못하고 다시 흐느끼는것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주먹이 후들후들 떨리셨다.

《무엇때문에 일본십장놈이 너의 어머니를 때리던?》

이렇게 물으시는 대원수님의 두눈에서는 불길이 이는듯싶으셨다.

《공장을 짓겠다구 이 집을 헐라는걸 우리 어머니가 헐지 못하겠다고 하니까 때렸어요. 저기 공사판이 벌어진데두 숱한 집들이 있었는데 몽땅 헐었지요 뭐.》

《그래서 아버지한테 어머니 죽은것도 알리지 못하구있구나. 나하구 같이 가자. 내가 가서 말해줄게.》

《오빠는 무섭지 않아요?》

《난 무섭지 않다. 어서 가자.》

《그럼 장쇠야, 너 잠간 기다려라. 내 아버지한테 인차 갔다올게.》

《싫어싫어… 난 혼자 무서워.》 하며 장쇠는 몸뚱이를 흔들었다.

《넌 우리들하구 같이 있자.》 하고 윤병이가 말했다. 그제서야 장쇠는 눈물을 주먹으로 씻더니 대원수님과 함께 달려나가는 누나의 뒤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것이였다.

처녀애는 공사장쪽을 향하여 잰걸음으로 걸어갔다. 공사장근처에는 계속 판자집들이 헐리고있었다. 집을 내놓고 그릇가지들을 꾸려가지고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정처없이 떠나는 가족, 헐리운 집에서 장작과 판자들을 새끼로 묶고있는 아주머니, 동뚝에 서서 애꿎은 담배만 풀썩풀썩 태우고있는 할아버지… 스산하기 짝이 없었다.

공사장은 소란하였다. 손달구지에 흙을 실어가지고 비칠거리며 밀고가는가 하면 아찔하게 깊은 도랑창에서 죽탕같은 흙을 파서 등짐으로 지고 올라오는 사람들, 벽돌짐을 지고 휘청거리는 사다리를 밟아 아슬아슬한 벽체우로 올라가는 사람들… 모두 땀을 철철 흘리고있었다.

처녀애는 자기의 아버지를 쉽게 찾아내지 못했다. 그가 공사판으로 한참 돌다가 도랑창에서 흙을 파내는 곳으로 갔을 때였다. 키가 크고 광대뼈가 쑥 나온 중년이 흙짐을 지고 올라오고있었다. 장골로 생긴 그분은 일에 지쳐서인지 아니면 허기가 져서인지 휘친거리며 다리를 떼기 힘들어하였다.

《아버지!》 하며 처녀애가 그의 앞으로 달려갔다.

《남북이, 너 어떻게 여길 왔니? 십장놈 만나면 큰일 날라!》

그분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사위를 둘러보는것이였다. 요행 십장놈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남북이는 아버지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아버지에게 와락 매달리더니 울음통을 터뜨렸다. 아버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채 어깨를 들먹이면서 흐느끼는것이였다.

《왜 무슨 일이 있었니? 말을 하려마. 어머니병이 더하냐?》

아버지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남북이는 대답을 못하고 흐느끼기만 하였다.

《장쇠 아버지십니까?》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그렇네. 학생은 누구인가?》

《저는 만경대에서 사는데 성안에 들어왔다가 우연히 장쇠네 집앞으로 지나댔는데…》

대원수님께서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나서 더 말씀을 이을수 없으셨다. 목이 메이셨던것이다.

《그래서?》

장쇠 아버지는 초조히 대원수님의 다음이야기를 기다리는것이였다.

《장쇠 어머니가 잘못된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잘못되다니? 그럼, 장쇠 어미가 죽었단 말인가?》

장쇠 아버지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고 입술을 실룩거렸다.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남북이와 장쇠는 일본십장놈이 무섭다구 아버지에게 알리지도 못하구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데리구왔습니다.》

《어이구… 이게 무슨 소린가! 생때같던 장쇠 어미가 죽다니…》

장쇠 아버지는 그자리에 펄썩 주저앉으며 땅을 치는것이였다. 이바람에 지고있던 질통이 벗겨지면서 한편으로 실그러졌다. 장쇠 아버지의 부스스한 수염사이로 땀과 눈물이 뒤섞이여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때 일본십장놈이 거기에 나타났다.

남북이는 두손으로 자기의 얼굴을 꼭 가리우고 발발 떨고있었다.

《뭐야! 일이나 하지 않고 뭘하는가! 나쁜 놈의 새끼, 질통이나 망가쳤구나.》

일본십장놈은 단장을 높이 들어 어깨우로 올렸다.

《사람이 죽었소.》

장쇠 아버지는 십장놈의 단장을 한손으로 꼭 잡았다.

《사람이 죽어?》 하며 일본십장놈은 잡힌 단장을 나꾸어채는것이였다.

《죽은 놈은 죽구, 산 놈은 일이나 해야 한다. 쫓겨나지 않겠으면 빠리빠리 일이나 해라.》

이러면서 십장놈은 단장을 휘두르며 장쇠 아버지를 쏘아보는것이였다. 그러더니 어디로 사라지고말았다.

대원수님께서는 증오에 찬 시선으로 사라져가는 그놈을 오래도록 쏘아보고계셨다. 가슴속에서는 불길이 이글이글 피여오르는것 같으셨다.

《어서 먼저 가거라. 내 곧 가겠다. 학생 정말 고맙네.》 하며 장쇠 아버지는 질통을 벗어내깔리더니 도랑창아래로 내려가는것이였다.

《아버지, 빨리 와요!》 하고 남북이가 애타서 부르짖었다.

대원수님께서 장쇠 아버지를 기다리고계시는데 일본십장놈이 되돌아와서 도랑창아래로 가더니 장쇠 아버지에게 뭐라고 욕지거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도 되기 전에 왜 일을 파하느냐고 따지는듯 하였다.

《가자!》

대원수님께서는 장쇠가 기다리고있을것이 걱정스러워서 남북이를 데리고 판자집으로 돌아오셨다. 그사이에 이웃아주머니들이 몇명 찾아와 눈물을 훔치면서 왜놈십장에게 욕설을 퍼붓고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두 남매에게 무엇이든 주고싶으셨다. 그러나 아무것도 줄만한것이 없었다. 요행 새로 나온 잡지를 사겠다고 할아버지에게서 탔던 은전 두잎이 안주머니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장쇠와 남북이에게 안겨주기에는 너무나도 적은것이라고 생각되셨다. 그렇다고 그저 가자고 생각하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으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은전 두잎을 꺼내시여 장쇠앞으로 내미셨다.

장쇠는 영문을 몰라 주는 돈을 받지 못하고 대원수님의 얼굴과 돈을 번갈아 바라보는것이였다.

《적은 돈이지만 받아라. 내게는 이것밖에 없구나.》

장쇠는 어쩔줄 몰라했다. 받아야 하겠는지 받지 말아야 하겠는지 알수 없는 모양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장쇠의 손을 잡으시고 은전을 들려주시였다.

장쇠는 은전을 꼭 쥐더니 대원수님의 얼굴을 똑똑히 익히기라도 하려는듯이 빤히 쳐다보는것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장쇠는 대원수님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술을 실룩거리고 코를 벌렁거리더니 대원수님의 가슴에 와락 안기는것이였다. 그리고는 흐느껴울었다. 순간 대원수님께서는 가슴이 찌르르 울려오셨다.

《장쇠야, 어머니를 죽인 놈이 누구인지 똑똑히 기억해두어라. 그래서 어머니의 원쑤를 꼭 갚아야 한다.》

대원수님께서는 장쇠를 가슴에 꼭 안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들은 그럼 가자.》

이윽고 대원수님께서 동무들에게 말씀하셨다. 동무들은 말없이 대원수님의 뒤를 따랐다.

대원수님께서는 동뚝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집들과 공사장을 번갈아 바라보시면서 붉은거리쪽으로 걸으시였다.

이날밤 대원수님께서는 자리에 누우셨으나 좀처럼 잠을 이룰수 없으셨다. 어리신 가슴이였으나 주인없는 이 나라의 운명이 너무나도 걱정되셨던것이다.

안해가 억울하게 눈을 감았건만 눈앞에 두고도 가보지 못하고 찌그러진 질통을 지고 눈물을 머금으며 시궁창으로 내려가던 장쇠 아버지의 뒤모습, 싸늘해진 시체에 매달려 목메여 어머니를 부르던 남북이의 흐느낌소리, 은전 두잎을 받아가지고 금덩이라도 받은듯이 감동된 눈으로 빤히 쳐다보다가 가슴에 와락 그러안기던 장쇠의 따뜻한 체온, 이 모든것들이 대원수님의 가슴을 파고들어 잠을 이룰수 없게 하였다.

장쇠네 세식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것이며 이 나라의 수많은 로동자, 농민들은 과연 어떻게 살며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이런 가련한 신세를 나라잃은 백성이 아니고서야 어디서 또 찾아볼수 있단 말인가? 판자집마저 빼앗기고 정처없이 떠난 그들은 오늘부터라도 당장 어디로 가야 하며 오늘은 비록 주소도 없고 번지도 없는 토성랑에서 집아닌 집이나마 쓰고살지만 공장을 짓는다, 상사를 짓는다, 길을 닦는다 하면서 계속 헐어버리겠으니 그들은 장차 어디서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조선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주고 옷을 주고 먹을것을 줄 사람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빼앗긴 내 나라, 일제의 발꿈치에 눌리운 내 조국, 우리 겨레의 신세가 정녕 이다지도 처참하단 말인가?


× ×


다음날 대원수님께서는 학교뒤 참나무아래서 윤병이를 조용히 만나시였다.

《너 어제 경만이를 학습반이나 축구팀에서 떼자구 그랬지? 그래 상기두 그렇게 생각하니?》

《아니, 네가 하는 말을 듣구서 그렇게 해서는 안되겠다구 생각했어. 그렇지만 앞으로 딱하긴 딱하지 않니.》

《딱할건 없어. 앞으로 경만이한테 례배당에 다니는게 좋지 않다는걸 타일러주자.》

《그건 네가 말해라. 난 자신없어. 그애는 나보구 오히려 례배당에 같이 다니자구 한단다. 거기 가면 옛말두 해주구 붕어랑 꽃표두 주구 크리스마스땐 무슨 상두 준다나?》

《그애두 그래서 다닌다던?》

《그럼, 그리구 그앤 젖먹을 때부터 다녔으니까 덮어놓구 일요일이면 례배당에 가는게 이젠 버릇처럼 됐단다.》

《그애가 상탄다는게 얼마나 되니?》

《얼마 되지야 않지 뭐. 백로지 너덧장에 연필 댓자루, 세면비누 한장쯤 될가? 그런거지 뭐.》

《그래야 돈 30전어치가 되나마나하겠구나.》

《하기야 뭐 그 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다던. 아이들이 모두 연보루 낸 돈을 모아두었다가 그걸루 사다주는거지 뭐. 그애두 매주일 1전씩은 꼭꼭 낸단다.》

《거 봐라. 그애가 낸 돈만 해두 1년이면 52전이나 되지 않니. 그런데 한 30전어치 받는것이 무슨 상이냐. 그리구 네 말대루 종이루 만든 붕어나 받아서 뭘하겠니. 그애에게 잘 깨우쳐주면 례배당에 가지 않구 우리들과 같이 공부두 하구 축구두 할수 있어!》

《그애두 문제지만 그애 어머닌 례배당에 미친 사람이란다. 례배당에 못가면 죽는것으로 아는 사람이거덩.》

《경만이에게 잘 깨우쳐주면 그애가 또 자기 어머니를 깨우쳐줄거야. 우선 우리들이 학습이나 놀음놀이를 례배당에 가는것보다 몇십배 더 재미있게 해보자. 그렇게 하면 경만이두 례배당에 안가구 우리들편으로 넘어올거야.》

《응. 그렇게 하면 될것 같구나. 그렇게 해보자.》

윤병이의 두눈은 별처럼 빛났다.

《요즘 칠골과 팔골아이들이 총만드는것이 류행되지 않았니?》

《응, 네가 명구에게 기관총을 만들어준 댐부터 그렇게 됐어.》

《그럼 이제부터 축구련습을 한 다음엔 군사놀이를 좀씩 하구서 학습반을 하기로 하자. 사실 군사놀이는 축구보다 더 재미있는거야. 축구는 기껏해야 22명밖에 못하지만 군사놀이는 인원의 제한이 없이 얼마든지 할수 있거든! 그리구 어두워진 후에도 할수 있단 말이야.》

《그럼, 축구는 걷어치우구?》

윤병이는 눈이 둥그래졌다.

《아니, 걷어치우자는게 아니야. 축구두 잘하구 군사놀이두 멋지게 하잔 말이야. 축구 한가지만 해서는 안돼. 뽈차기할줄 모르는 아이들은 재미없을게 아니냐. 군사놀이는 누구나 다 할수 있으니까 좋단 말이야.》

《정말 그렇겠구나. 그렇게 하자.》

대원수님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난 윤병이는 매우 기뻐했다.

이리하여 이날부터 학습반모임이 있기 전에 군사놀이를 조금씩 하게 되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중 고기맛 보듯이 재미있을만 할 때에 그만두게 되니까 모두 시답지 않아 하였다.

토요일 저녁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군사놀이를 하러 올라온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래일은 일요일인데 멋들어지게 하루를 보내는것이 어떠냐?》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귀가 솔깃해서 대원수님을 쳐다보았다.

《래일은 점심을 싸가지구 만경대로 가자. 여기는 좁아서 군사놀이나 왜놈잡이 같은건 제대로 할수 없어. 만경대는 경치가 얼마나 좋은지 아니? 너희들이 가겠다구만 하면 견장두 내가 다 만들어줄테다. 만경대에서 군사놀이를 하다가 더우면 대동강에 내려가서 목욕두 하구 순화강에 가서 고기잡이두 하자꾸나. 정말 재미있게 놀수 있어. 그렇게 놀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모여앉아서 점심을 먹으면서 오락회두 하구 씨름두 하면 얼마나 좋겠니. 오락회때 경만이가 독창을 한마디 부르면 아마 만경대아이들의 눈이 둥그래질게다. 그리구 씨름에서 일등하는 아이에겐 송아지는 주지 못하지만 〈대포〉연필이라두 몇자루 주자꾸나.》

이때에 덕범이가 손을 들면서 앞으로 쑥 나섰다.

《좋아. 그 상품은 내가 낼수 있어.》

그는 가슴을 내밀고 동무들을 쓱 둘러보았다. 아이들의 눈길은 덕범이에게로 쏠렸다.

《씨름판에서 상탄게 있단 말이야. 공책 열권 하구 연필 두타스면 될수 있지?》

《그거면 되구두 남겠다. 너 상탄걸 그렇게 내두 괜찮겠니?》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그럼 뭐. 씨름판에서 상탄걸 가지구 살림에 보태겠니? 사실은 너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줄라댔는데 아이들 수효보다 좀 모자라서 망설이구있댔는데 잘됐어.》

《그럼 그렇게 하자. 그런데 너의 아버지나 어머니한테 승낙을 받아야 한다.》

《그건 벌써 그날로 승낙을 받은거야.》

《좋다. 그럼 래일 군사놀이에 상품을 기부하기로 한 덕범에게 축하를 보내자.》

대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이들은 모두 짝자그르르 손벽을 치면서 기뻐날뛰였다.

《공부할 때는 머리에 수건을 질끈 싸매구 들이파구 놀 때는 또 멋지게 놀아야 하는거야. 노는것두 뜻이 있게 놀아야 하는건 말할것두 없지. 그리구 팔골서두 요즘 매일 모여서 학습들을 하구있지?》 하고 대원수님께서 호철이에게 물으셨다.

《응, 하구있어. 네가 와서 학습반을 조직해준 다음부터 계속하구있어.》

《좋아. 지금까지는 한주일에 한번씩 갔지만 앞으로는 한주일에 두번씩 가서 팔골아이들하구 공부를 하겠다. 반대없니?》

《반대라니, 아주 대찬성이지.》

《학생들의 본분은 학습을 잘하는거야. 그러니까 공부를 우선 잘해야 놀러다닐 자격이 있거던. 그렇지 않니?》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동무들을 둘러보셨다.

《그럼 좀 물어보자. 래일 만경대로 놀러갈 아이들은 손을 들어봐라.》 하고 대원수님께서 말씀하시자 모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런데 경만이만은 손을 든것인지 뒤통수를 긁는것인지 똑똑히 분간할수 없었다.

《경만이 넌 어떻게 하겠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따져서야 경만이는 손길을 펴고 절반쯤 들어올렸다.

《경만이, 넌 래일 례배당에 가야 하지 않니?》 하고 인삼이가 물었다.

《나두 만경대에 가겠어.》

《너의 어머니가 못가게 하면 어쩌겠니?》

《한번쯤 가는건 괜찮아.》

이때에 덕범이가 경만이를 바라보면서 툭 쏘아주었다.

《한번이나 가서 뭘하니? 차라리 그만둬라야. 너 안간다구 놀지 못할줄 아니?》

이 말을 들은 경만이는 덕범이를 바라보며 눈을 사뭇 흘겼다. 그러나 대들지는 못했다.

《한번을 가든 두번을 가든 그거야 경만이 맘대루 할거지. 그렇게 욱박을건 뭐냐. 그럼 래일아침에 모두 여기에 모이기루 하자. 그리구 오늘은 군사놀이를 그만두구 래일 해야 할 학습을 오늘밤에 모두 하기루 하자. 어떠냐?》

그들은 군사놀이를 하지 못하여 한편 서운하기는 했으나 래일 만경대에 가서 재미있게 놀것을 생각하고 그대로 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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