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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15


여름철에 들어서면서 산과 들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로 되였다. 여름에는 낮이 길고 밤이 짧아서 피곤하다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문제로 되지 않았다.

대원수님께서는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학습반모임을 낮에 조직하시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음놀이도 재미있게 조직하셨다.

어느날 오후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인삼이와 함께 학교에서 돌아오고계셨다.

《너 언제인가 만들던 뽈을 어떻게 했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인삼이를 넌지시 바라보시며 물으셨다.

《뽈은 무슨 뽈?》

인삼이는 생각이 나지 않는지 아니면 이야기하기가 쑥스러워서인지 눈을 꺼벅거리며 대원수님을 물끄러미 쳐다볼뿐이였다.

《내가 책을 빌리러 갔던 날 너 짚뽈을 만들던게 있지 않니.》

대원수님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응, 그거… 너 벌써 보았댔구나. 내버리구 말았어!》

《왜?》

《전에는 윤병이랑 덕범이랑 모두 짚뽈을 차댔는데 네가 온댐부터는 창피하다구 안차겠다는거야.》

《그래? 결국 내가 뽈차기를 못하게 한셈이 됐구나. 창피할게 없으니 짚뽈이라두 차라구 해라.》

《그럼 오늘부터 당장 차게 하지.》

인삼이는 대원수님을 쳐다보고 벌씬 웃으며 말했다.

이날 학습을 끝낸 칠골아이들은 인삼이네 마당에 모였다.

《자, 새끼뽈이라두 만들어 차자.》

인삼이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하자 《그럼 뽈은 내가 만들지.》 하고 덕범이가 새끼뭉치를 물에 추겨가지고왔다.

그는 능란한 솜씨로 척척 뽈을 얽어나갔다.

아이들은 죽 둘러서서 들여다보고있었다. 빨리 만들었으면 한번 본때나게 차보겠는데 하는 눈치들이였다.

인삼이는 옆에 앉아서 가늘게 새끼를 한발쯤 꼬더니 신등을 감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백철판을 가위로 잘라서 만든 호각을 불며 마당을 왔다갔다 하고있었다. 모두가 성수가 났다.

《자! 어떠냐?》

덕범이는 짚으로 만든 뽈을 지붕보다 높이 추켜올렸다. 뽈은 높이 올라갔다가 인삼이네 마당 한복판에 떨어져 데구루루 굴렀다. 아이들은 우르르 달려가서 서로 빼앗겠다고 싱갱이질이였다.

《그럼 학교운동장으로들 올라가자.》

덕범이가 뽈을 집어들고 주장이라도 된듯이 앞장에 섰다.

《아니야. 학교운동장에서는 안돼.》

대원수님의 말씀이였다.

《왜?》

《생각해보렴. 보통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저 거리루 지나다니는데 우리들이 학교운동장에서 짚뽈을 차면 어떻게 되겠니? 창덕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짚뽈을 내주었다고 그러면서 비방하지 않겠니?》

《이게 뭐 학교에서 내준 뽈이가?》

《그애들이야 우리가 만들어 차는줄이야 모르지. 그렇다구 우리들이 만든 뽈이라구 거리에 광고문을 써붙일수도 없지 않니?》

《정말 그렇구나. 그럼 어디 찰데가 있어야지.》

《운동장을 하나 만들자꾸나.》

《우리들이 운동장을 어떻게 만드니?》

《못만들건 뭐냐? 펀펀한데 가서 나무를 찍구 돌을 굴려내면 운동장이 되겠는데. 자! 저리루 올라가자. 좋은데가 있어.》

대원수님께서는 앞장에 서서 걸으시였다. 여러 아이들이 줄레줄레 대원수님의 뒤를 좇아 뫼나무골쪽으로 올라갔다.

팔골로 넘어가는 등마루에는 편편한 둔덕이 있었다. 군데군데 찔레넝쿨들과 가시나무들이 있었고 삐죽삐죽한 돌멩이들이 널려있기는 하나 운동장을 만들기에는 안성맞춤이였다.

《자, 여기가 어떠냐? 돌들을 굴려내구 가시덤불들을 베버린댐에 말이야, 저쪽에 문을 내구 이쪽에 문을 내면 아주 그럴듯 한 운동장이 되지 않겠니.》

대원수님께서 아이들을 둘러보시며 말씀하셨다.

《저 가시나무들을 어떻게 하겠니?》

인삼이의 말이였다.

《낫으로 베버리자꾸나.》

《그러다가 나무그루에 발바닥이나 쿡 찔릴라구?》

《그럼 삽으로 캐버리자꾸나. 그깐 일이 뭐 어려워서 그러니? 동네에 내려가서 삽들을 가져오자.》

대원수님께서 앞장에 서시여 성큼성큼 마을로 향하셨다. 다른 아이들도 몇아이 쫓아내려왔다.

이때에 한 아이가 멀찌감치 따라내려오면서 뒤통수를 쓱쓱 긁더니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제는 소먹이러 나갈 때가 됐는데 어떻게 한다?》

이 말을 들은 덕범이가 툭 쏘아주었다.

《넌 걱정두 팔자다. 소는 뫼나무골에 끌어다놓아두면 될게 아니가? 소를 먹이면서 운동장두 닦을수 있지 않니. 난 송아지를 끌고 올라올 작정이다.》

《응! 정말 그게 좋겠구나!》

그 아이는 껑충껑충 마을로 뛰여내려가는것이였다.

조금후에 대원수님께서는 삽과 괭이와 낫을 가지고 올라오셨고 다른 아이들도 모두 쟁기들을 가지고왔다. 여러 아이들이 소를 타고 올라와서 뫼나무골에 소를 놓고 운동장 닦는 일에 달라붙었다.

덕범이는 아직 코도 꿰지 않은 송아지를 끌고와서 고삐를 송아지목에 칭칭 감더니 풀밭에 놓아두고 삽자루를 잡았다. 모두 일에 신바람이 났다.

《자! 너희들 이게 누군지 아니?》

대원수님께서는 길길이 뻗은 가시나무를 가리키며 이렇게 물으셨다.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 뜻을 몰라 멍청하니 서있을뿐이였다.

《이놈이 바루 왜놈이야!》

대원수님께서는 낫을 거머쥐시고 가시나무를 후려갈기기 시작하셨다. 잠간 사이에 가시나무를 모조리 베여버렸다.

대원수님께서는 다시 괭이를 드시였다.

《요놈은 가등청정이, 요놈은 소서행장, 요놈은 이등박문, 요놈은 데라우찌…》 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가시나무뿌리를 캐내기 시작하셨다.

《나두 한번 왜놈을 족쳐볼가?》

다른 아이들도 쟁기들을 들고나섰다.

그들은 가시나무뿌리를 캔다, 돌을 굴린다 하며 떠들썩했다.

대원수님께서는 적삼을 벗어 나무가지에 거시고 땀을 흘리시며 계속 가시나무뿌리를 캐내시였다.

동무들도 모두 신바람이 났다. 이리하여 동무들은 한참만에 가시나무도 모두 캐내고 돌멩이도 굴려냈다.

《어떠냐? 이만해두 벌써 운동장꼴이 나지 않니. 이제는 꼴문만 만들면 되겠어.》

대원수님의 말씀이였다.

《짚뽈차기는 운동장이 아깝다 얘.》

윤병이의 말이였다.

《앞으로 가죽뽈두 사다 차자꾸나. 보통학교아이들만 가죽뽈을 차겠니?》

이때에 팔골아이들이 산밑에서 놀고있었다. 말뚝차기를 하는 모양이였다.

《얘들아, 올라오너라! 한바탕 해보자.》 하고 덕범이가 주먹을 내흔들었다.

다른 아이들도 일제히 손짓을 하며 올라오라고 고아댔다. 한창 일을 하고나니 승기가 돋았던 모양이다. 팔골아이들은 우뚝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있었다.

《얘들아, 그러지 마. 저기 호철이두 있어!》

경만이는 벌써 겁이 나는 모양인지 눈이 둥그래졌다. 떠들어대던 다른 아이들도 약간 기가 꺾이였다.

《호철이면 어쨌단 말이야?》 하며 덕범이만이 으시대고있었다.

그러나 덕범이도 씨름에서 진 생각이 나서 한편 켕기는데가 없지 않았다.

《야, 저애들이 올라온다.》 하며 경만이는 삽을 들고 그애들이 올라오는 반대쪽으로 가더니 남들이 나무뿌리를 다 캐낸 뒤에서 부질없이 삽질을 하고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가벼운 웃음을 띠우시고 말없이 그들의 움직임만 보고계셨다.

《얘들아, 저애들이 여기 올라오면 운동장에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고 덕범이가 머리를 내저으며 동무들을 추동했다. 아이들은 그러마하고 머리를 끄덕이였다.

《아니, 네가 먼저 올라오라구 해놓구서 여기 들어서지두 못하게 하면 되니? 그러지 말구 그애들 하구 같이 운동장을 만들기루 하자.》 하고 대원수님께서 제기하셨다.

《흥, 다 만든 운동장에 와서 돕는척 하구서 자기네 운동장이라구 하면 어쩌겠니. 그애들두 놀겠으면 운동장을 따루 하나 만들라구 하자꾸나. 이건 칠골운동장이란 말이야.》

덕범이는 제법 팔소매를 척척 걷어올리며 우쭐거렸다.

《그러지 말구 그애들하구 같이 놀자! 그래야 칠골아이들 하구 팔골아이들 하구 축구시합두 할수 있지 않니?》

《그애들이 하겠다면 시합이야 할수 있지. 그렇지만 운동장은 우리 칠골아이들의것으로 해야 한단 말이야. 이를테면 우리들은 운동장을 내구 그애들은 뽈을 내는 식으로 하면 더 좋지 않니. 팔골아이들보구 50전짜리 고무공이라두 사오라구 하자꾸나.》

덕범이는 자기 말에 찬성이라도 해달라는듯이 동무들을 쓱 돌아보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덕범이에게 맞장구는 치지 않고 대원수님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잠시후 팔골아이들이 올라왔다. 호철이가 맨 앞장에 섰다. 그들은 모두 한편을 뾰족하게 깎은 말뚝들을 몇개씩 들고있었다.

《왜 올라오라구 했니?》

호철이는 주먹을 부르쥐고 두눈을 디굴디굴 굴리면서 싸움조로 물었다. 경만이는 호철이와 덕범이를 슬슬 번갈아 바라보며 삽질만 하고있었다.

가시나무는 한대도 없는 곳에 가서 잔디뿌리만 들춰내고있었다.

덕범이는 한마디로 박아줄수 있는 멋진 대꾸를 찾느라고 삽을 척 짚고 호철이를 노려보고있었다.

이때에 대원수님께서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아니, 너희들 운동장을 닦는것을 보았으면 진작 올라올게지 왜들 꾸물거리구 있었니?》

《너희들의 운동장을 닦는데 우리들이 무엇때문에 올라오겠니?》 하고 호철이가 대답했다.

《운동장두 무슨 너희 운동장, 우리 운동장이 있니? 이제라두 왔으니 잘됐다. 호철이, 너 이걸 좀 들어다구.》

대원수님께서는 커다란 돌멩이 한편모서리를 붙드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호철이는 두눈을 굴릴뿐이였다. 싸움을 걸래야 무슨 트집을 잡을수 없는 모양이였다.

《무거워서 못들겠니? 그럼 저쪽의 작은 돌을 들어다구.》

대원수님께서는 들었던 돌을 놓으시고 그보다 작은 돌앞으로 가셨다.

호철이는 대원수님을 다시한번 흘깃 바라보았다.

이때에 그의 머리에는 언제인가 나무다리옆에서 아이들이 싸우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칠골아이를 실컷 때려주게 하려댔는데 대원수님때문에 싸움은 후지부지해지고말았던것이다. 그날 호철이는 이 산언덕을 넘어서면서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한 분한 생각에서였다.

호철이는 대원수님의 힘이 얼마나 센가를 알아보는데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대원수님을 쓱 한번 바라보더니 큰 돌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이 돌을 들어다놓자!》 하며 한편머리를 닁큼 들었다.

대원수님께서는 호철이를 바라보고 싱긋 웃고나서 그의 앞으로 가셨다.

이리하여 큰 돌 한개를 쉽게 옮겨다놓았다. 호철이는 두리번거리더니 아까보다 좀더 큰 돌을 찾아냈다.

《이번에는 저 돌을 옮겨다놓자.》

《응! 그게 좋겠다.》

대원수님께서는 그 돌앞으로 가시여 호철이와 마주 드시였다.

호철이는 얼굴이 시뻘개졌고 목에는 굵은 피대줄이 섰다.

대원수님께서는 호철이의 얼굴을 슬금슬금 바라보시면서 발걸음을 떼시였다.

이리하여 한편꼴문은 아주 멋지게 만들어졌다.

《자! 이번에는 저쪽으로 가자.》

두 동무는 맞은편으로 갔다. 거기에는 아까보다 더 큰 돌이 있었다.

《이 돌을 옮겨다놓는게 어떠냐?》 하고 대원수님께서 제기하셨다.

《너 꽤 들간?…》

《어디 들어보자꾸나.》

《좋아!》

호철이는 적삼을 벗어던졌다.

《너 옷을 그렇게 마구 던져서 되겠니?》 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적삼을 들어다 나무가지에 걸어놓으시였다.

이번에는 무척 큰 돌앞에 마주섰다.

아이들이 큰 구경거리라도 생긴듯이 죽 둘러섰다.

《너 들었다가 혼자 놓아선 안된다.》

호철이의 말이였다.

《놓지 않을게 걱정말아라.》

이리하여 그 돌도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옮겨놓을수 있었다. 어느덧 돌 네개를 들어다가 멋진 꼴문을 만들었다.

《너 정말 수고했다. 네가 처음부터 왔더라면 운동장이 더 멋지게 됐을걸.》

대원수님께서는 팔소매로 이마의 땀을 씻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호철이는 무어라고 입술을 놀렸으나 말소리는 똑똑히 들리지 않았다.

그는 제 동무들곁으로 가더니 무어라고 쑤군거리고있었다.

이때에 덕범이가 대원수님곁으로 오더니 귀속말로 소곤거렸다.

《너 정말 이 운동장을 팔골아이들하구 얼려쓸 작정이냐?》

《그럼, 그런데 너는 반대냐?》

《우리들이 만든건데 왜 얼려쓴단 말이냐. 우리들끼리 꼴문두 만들걸 괜히 그애에게 쥐꼬리만큼 일을 시켰어.》

《넌 그럼 길두 닦은 사람만 지나다녀야 되겠구나? 넌 네가 닦은 길루만 다니냐?》

《길하구 운동장하구야 같니?》

《다를게 뭐야. 그래 넌 만날 이웃동네 아이들하구 싸움만 하면서 지낼 작정이냐. 더구나 그애들두 우리 학교 아이들 아니냐.》

대원수님께서는 침착하면서도 격한 음성으로 이렇게 따지셨다.

《그럼 그애들의 체메군노릇을 하잔 말이가?》

《같이 노는데 무슨 체메군이란 말이냐?》

《난 모르겠다. 어서 네맘대루 해라. 칠골아이들이 매를 맞든 운동장을 빼앗기든 상관하지 않겠다.》

《매를 맞을 사람두 없구 운동장을 빼앗길 념려두 없으니 걱정말아.》

대원수님께서는 덕범이의 어깨를 툭 치시며 껄껄 웃으셨다.

이때에 팔골아이들이 슬슬 자기 마을쪽으로 내려가고들 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그애들을 불러세우셨다.

《너희들 왜 내려가니. 뽈이 변변치 않아서 그러니?》

《뽈이야 뭐, 우리 동넨들 그보다 나은게 있다던?》

호철이의 대답이였다.

《그럼 왜 내려들 가려구 그러니. 기분 나쁜 일이라두 있었니?》

《흥,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그냥 가겠니. 한번 제껴주구 가지.》

《그럼 같이들 놀자꾸나.》

《오늘은 그만두겠다. 우리 동네 선수들이 다 모인 다음 해보자.》

《그때는 그렇게 하기루 하구, 오늘은 우리한테 섞여서 편을 갈라가지구 차보자꾸나.》

《정말이가?》

호철이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그럼 거짓말 하겠니?》

《내중에 운동장값 내란 말두 하지 않구?》

《하하하… 넌 코흘리개처럼 그따위 말을 하구 있니. 같이 만든 운동장인데 값은 무슨 값이야 어서들 오너라!》

대원수님께서는 호철이의 손을 잡아끄셨다.

호철이는 제 동무들을 쓱 바라보더니 머리를 기우뚱했다. 그리고는 대원수님을 따라 스적스적 운동장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팔골의 다른 아이들도 호철이의 뒤를 따라왔다. 대원수님께서는 백철판쪼각을 잘라서 만든 호각을 빌려다가 호철이에게 주면서 우선 편을 가르자고 하였다.

호철이는 대원수님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더니 《삐삐》 하고 호각을 불면서 아이들을 키대로 세워놓고 편을 가를 차비를 하였다.

그런데 팔골서 올라온 칠성이라는 아이는 종처가 나서 다리를 전다고 줄밖으로 내미는것이였다.

그러자 칠성이는 다리를 절어도 문지기는 할수 있다고 우적우적 줄에 들어섰다. 호철이는 칠성이앞으로 다시 가더니 눈을 부라리며 콱 밀어뜨렸다. 칠성이는 힘으로는 호철이를 당해낼수 없으니까 대들지는 못하고 한동네 아이놈이 더하다고 하면서 입술을 비죽거리며 사뭇 투덜거렸다.

《같이 차게 하자꾸나. 뽈을 차구싶어하는 아이를 못차게 할게 뭐냐. 어서 들어서라.》 하고 대원수님께서 말씀하시자 칠성이는 다시 줄에 들어섰다.

《그럼 칠성이가 너의 편으로 가도 좋으니?》

호철이가 대원수님께 물었다.

《걱정말구 우리 편으로 다구.》

이리하여 편을 갈랐는데 대원수님의 편과 호철이네 편으로 갈렸다. 호철이네들은 팔골서 뽈을 제일 잘 차는 창호를 자기네 편으로 가게 했고 칠성이는 대원수님의 편으로 가게 했다.

이때에 대원수님의 편인 인삼이가 귀속말로 소곤거렸다.

《다리앓는 아이를 뭣때문에 맡았니?》

《그럼 같이 차야지 앓는 아이라구 따돌리면 되니? 그애말대루 문지기를 세우자꾸나.》

《문지기는 내가 서야 해. 우리 학교에서 문지기에는 내가 이거야!》 하며 인삼이는 엄지손가락을 흔들어보였다. 이때에 칠성이가 대원수님앞으로 왔다.

《난 문지기는 서래두 안서! 나가서 몰겠어.》

《꽤 할만 하냐?》

《걱정없어. 내 어떻게 해서든지 호철이네 편을 이기구야말테다.》

그 아이는 모자를 척 돌려쓰고 나섰다.

경기가 시작되였다. 그들은 적삼들을 벗고 밀려왔다 밀려갔다 하면서 분주히 뽈을 따라다녔다.

이마에 땀이 흐르면 손바닥으로 쓱 문지르고 쫓아다니군 하였다.

칠성이도 절뚝절뚝하면서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칠성이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면 대원수님께서 재빨리 따라가서 뽈을 잡으시군 하셨다.

그들은 거의 해질무렵까지 뽈차기를 하였는데 3대 2로 대원수님의 편이 이겼다.

《흥! 호철이는 나 다리 앓는다구 싫다면서 창호를 끌어가더니 결국 우리한테 졌구나!》 하고 칠성이가 호철이쪽에 대고 한마디 쏘아주었다. 그러나 호철이는 자기가 아까 한 일이 생각났는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가랑잎들을 뜯어서 부채질을 하면서 푸른 잔디우에 죽 둘러앉았다.

《래일은 돌멩이들을 굴려내구 꼴문을 나무로 해세우자. 그리구 운동장은 칠골과 팔골아이들이 같이 쓰게 하는데 반대들 없지?》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같이 쓰는데 반대는 없는데 그대신 나무꼴문을 팔골아이들이 세우게 하자.》 하고 덕범이가 말하자 칠골아이들은 모두 그 의견에 찬성이였다.

《그거야 어렵겠니. 그건 내 책임지구 해놓을테다.》 하고 호철이가 선뜻 대답했다.

이때에 인삼이가 뒤통수를 쓱쓱 긁으면서 한마디 하였다.

《나무꼴문을 세우면 나는 녹아났는데…》

《왜?》

《문을 좁혔다늘였다 할수 없으니까 말이지.》

《그런 협잡군짓을 하댔으니까 꼴이 도무지 들어가지 않았댔구나!》 하고 누가 말하자 모두 웃음통을 터쳤다.

이때 덕범이가 호철이에게 물었다.

《우리 동네하구 너희 동네하구 시합은 언제 하자니. 래일 하잔?》

그러나 호철이는 자신있는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하는것이 어떠냐?》 하고 대원수님께서 의견을 내놓으셨다.

《두 동네 아이들끼리 시합부터 하는건 좋을것 같지 않아. 얼마동안 섞어가지구 오늘처럼 같이 련습을 하자. 까놓고말해서 칠골과 팔골아이들은 지금 그리 친하게 놀지 못하고있는데 시합부터 하면 어떻게 되겠어? 또 칠골이니 팔골이니 하면서 싸움이나 하게 될게거든.》

《누구는 뭐 싸우고싶어서 싸운다던?》 하고 호철이가 눈을 크게 뜨며 대꾸했다.

《그럼 왜 싸우니?》

윤병이가 물었다.

《제 동네 개가 남의 동네 개한테 물려두 분하다는거야. 너희 동네 아이들은 뭐냐? 병아리 터세하듯이 자기네 동네에 학교나 있다구 노상 까불어대지 않니. 우리 동네에 왜 한문서당까지 만들어놓구 〈하늘천 따지〉니 〈공자왈 맹자왈〉이니 하면서 〈맹꽁맹꽁〉하는지 아니?》

《그거야 너희 동네 사람들이 덜 깨서 그렇지 뭐.》

《덜 깼다구? 너희 동네보다 평양개명이 한걸음이라도 가까이 있는데 덜 깼단 말이야?》

《그럼 왜 하늘천 따깨비만 찾구있니?》

《생각해보려마. 보통학교에는 못붙지, 창덕학교에 가면 칠골아이들이 자꾸만 성화댄다구 안가겠다구 그러지. 어쩌겠니? 하늘천 따지라두 배워줘야지.》

이때에 덕범이가 왈칵 성을 냈다.

《뽈차는 얘기하다가 하늘천 따깨비들은 왜 찾는거야. 까놓구 얘기하잔?》 하며 덕범이는 호철이앞으로 쑥 다가갔다. 경만이는 또 싸움이 붙지나 않을가 해서 눈을 껌벅거리며 두 아이의 얼굴만 번갈아 바라보며 슬슬 뒤걸음을 쳤다.

《얘기하자꾸나.》

호철이의 대답이였다.

《넌 우리 동네에 학교가 있어서 학교터세를 한다구 그랬지? 너희 동네아이들은 성안에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구 얼마나 터세를 하니. 우리 동네 아이들이 성안에 들어가다가 너희 동네 아이들한테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아니?》

《때리구서 얻어맞는거야 싸지 뭐.》

호철이가 두눈을 번들거리면서 으시댔다.

《봐라! 지금 여기서두 쌈판인데 시합을 걸어놓으면 어떻게 되겠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축구는 시합을 해야 신바람두 나구 기술도 늘어.》

호철이의 말이였다.

《그건 네 말이 옳다. 그러기 두 동네 아이들이 멋지게 련습을 해가지구 보통학교아이들 하구 시합을 걸어보잔 말이야. 그애들을 납작하게 만들어놓구는 평양성안으로 들어가자. 광성학교아이들이 평양축구팀중에서 제일이라지? 그애들하구 한번 해보자꾸나. 그 아이들이라구 뭐 별재간이 있겠니?》

이 말을 들은 호철이는 놀람과 환희에 찬 눈으로 대원수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사뭇 반짝이였고 희망의 빛이 넘쳐흘렀다. 그는 손가락을 마주쳐 《딱》 하고 소리를 내더니 《찬성이다, 대찬성이야! 그렇게 하자!》 하며 후다닥 일어나 잔디밭을 빙글빙글 돌았다.

《말만 들어두 어깨가 으쓱해지는데!》

덕범이가 어깨를 들썩들썩하면서 어리광대처럼 춤을 둥실둥실 추는바람에 아이들은 또 한바탕 까르르 웃었다.

《그런데 너희들에게 전에부터 좀 얘기하구싶었던게 있는데 오늘 얘기할가? 호철이랑 덕범이에게 더 하구싶던 말이야.》 하고 대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뭔데?》

덕범이는 갑자기 눈이 둥그래졌고 호철이는 얼굴이 약간 긴장되였다.

《얘기하려마!》

호철이의 말이였다.

《오늘 칠골아이들과 팔골아이들이 이렇게 처음으로 같이 모여 노니 얼마나 좋으냐. 늘 이렇게 놀잔 말이야. 난 요전에 만경대에 갔는데 세 동네 아이들이 함께 밀려다니면서 친형제들처럼 노는걸 보니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더구나. 만경대뿐이겠니. 팔도구에서는 우리 동무들이 수십명씩 함께 밀려다니면서 정말 친하게 놀았단다. 우리들도 이제 한두해 있다가는 학교를 졸업하겠는데 그때까지 칠골이니 팔골이니 하면서 쌈이나 하다가 헤여지겠니?

그리구 우리들이 그런 버릇을 없애지 못하구 나간다면 아래학년아이들두 그렇게 할게 아니냐. 글쎄 칠골과 팔골이 무슨 원쑤겠니. 원쑤는 다른데 있어. 왜놈들이 진짜 우리의 원쑤란 말이야! 쌈을 하려면 왜놈들하구 해야 돼! 우리들은 다같이 뽈이 없어서 짚뽈을 차구 좀 낫다는게 더덕더덕 기운 뽈을 차는 그런 가난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아니냐. 그런데 우리들이 무슨 원쑤진게 있다구 그렇게 등져서 싸우겠니. 왜놈의 아이들이나 부자집아이들을 가 봐라. 아마 이런 뽈을 차는걸 보구는 웃을게다. 왜 우리가 이런 뽈을 차야 하니. 그건 다 왜놈들때문이야. 덕범이나 호철이가 무슨 원쑤겠니.》

대원수님께서는 두 동무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시였다. 그들도 모두 말없이 눈들만 껌벅이고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호철이에게두 좋은 점이 있다구 나는 생각해. 자기네 동네 아이들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은 좋단 말이야. 그런데 그 생각이 좀 좁아서 안됐어. 왜 넌 팔골만 생각하구 칠골이나 창덕학교는 생각지 못하니. 왜 우리들처럼 가난하게 사는 조선아이들전체는 생각못하냐 말이야! 그리구 덕범이 너는 호철이하구 무슨 원쑤라도 지였니. 호철이두 그렇구.》

두 아이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있었다. 그들을 잠시 바라보시던 대원수님께서 다시 말씀을 이으셨다.

《동무들끼리 싸워서 리날건 아무것도 없어. 우리 두 동네아이들이 우선 친하게 지내도록 하자. 그렇게 하려면 먼저 호철이하구 덕범이가 등지지 말아야 될거야.》

대원수님께서는 그들을 바라보시고나서 《내 말이 잘못되지 않았니?》 하고 물으셨다.

《잘못되기야 뭐가 잘못됐겠니. 네 말을 들으니까 내가 잘못한게 많았어.》

호철이가 고개를 숙이며 입속말로 대답했다.

《호철이, 너 아주 갑자기 헴들었구나!》 하며 덕범이가 코를 찡긋했다.

《그럼 넌 앞으로두 또 싸우겠단 말이구나!》 하고 윤병이가 성을 벌컥 내며 툭 쏘아주었다.

《야, 이제는 호철이가 먼저 싸우자구 대들어두 나는 픽 웃구말겠다.》

덕범이의 대답이였다.

《그럼 됐다. 이제는 뽈차는 얘기나 하자. 그런데 이걸 가지구서야 어떻게 평양엘 가겠니? 광성학교아이들이 이 뽈을 보면 허리가 끊어지겠다 얘.》

윤병이가 대원수님앞으로 짚뽈을 데구루루 굴리며 깔깔 웃어댔다.

《이걸 가지구 성안에 들어가서 시합을 한다! 하하하…》

대원수님께서 짚뽈을 흔드시면서 크게 웃으시는 바람에 아이들도 그 웃음에 끌려 모두 허리를 쥐고 따라웃었다.

《그럼 평양성안으로 가는것두 보통학교아이들과 시합하자는것두 모두 빈말이 되구말았니?》

대원수님께서는 먼 하늘을 바라보시며 깊은 생각에 잠기셨다. 푸른 하늘에는 솜같은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여흐르고있었다.

《금방망이나 하나 있으면 좋지 않겠니. 〈뽈 나오라, 뚝딱〉하고 한번 소리쳐보게!》 하고 인삼이가 말했다.

《그건 그렇다 하구 진짜가죽뽈을 어떻게 구한다? 얘들아, 우리 학교에 뽈이 몇개나 있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몇개는 몇개겠니. 정구뽈까지 하면 몇개 되겠지만 축구뽈은 하나뿐이란다. 그런데 그건 빌려차지 못해.》

《왜?》

《민선생님이 가지구계신데 말이야. 좀해서 내놓지 않는단다.》

《그럼 헌 뽈들은 있겠구나.》

《못쓰게 된 뽈이야 몇개 있지.》

《내피두 있니?》

《내피두 꿰진거야 많지.》

《그럼 됐어. 그걸 얻어다가 고쳐가지구 차자. 외피는 꿰매구 내피는 고무풀루 때면 돼.》

《너 그런걸 할줄 아니?》

호철이가 대원수님께 물었다.

《하면 되겠지. 어서 학교루 가보자.》 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앞장에 서시여 성큼성큼 학교길로 향하셨다. 이리하여 그들은 민선생님으로부터 낡은 뽈 두개를 얻었다. 외피는 가죽을 대고 꿰매고 내피는 고무풀로 때면 한동안 찰수 있는 뽈들이였다.

이날 팔골아이들이 돌아간 후에 인삼이가 대원수님을 슬그머니 찾아와서 물었다.

《너 진짜 호철이하구 친하게 놀려구 그러니?》

《놀지 않구. 그런데 넌 반대냐?》

《반대야. 그 아이는 나쁜 아이란다. 너 개학하던 날 학교 유리를 누가 깨뜨렸는지 아니?》

《모른다, 누가 깨뜨렸니?》

《대줄게 말하지 않겠니?》

《말하지 않는것이 좋겠다면 말하지 않을수도 있지.》

《호철이 그자식이 깨뜨렸어. 내가 똑똑히 봤는데 뭐. 그런데 그 자식은 상기두 숨기구있거덩! 그런 아이하구 친하게 지내서 되느냐 말이야.》

이 말을 들으신 대원수님께서는 매우 기분이 나쁘셨다. 선생님께서 따져묻는데도 시치미를 따고 태연하게 앉아있던 호철이의 모습이 몹시 얄미웠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척 하고있은 인삼이도 역시 비굴하게 생각되셨다.

《봤으면 말을 할게지 넌 왜 입을 다물구있었니. 남이 잘못하는것을 보고도 눈을 감아준 너도 결국 그 아이와 같은게 아니냐.》

《어떻게 내가 호철이하구 같단 말이가. 그리구 내가 뭐 눈을 감아주기 위해서 말하지 않은줄 아니?》

《그럼 왜 말하지 않았니?》

《그러다가 그자식한테 양떡이나 얻어먹게. 그애는 트집을 잡지 못해서 싸우지 못하는 아이야.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걸 알아봐라. 아마 내 뼈다귀도 남지 않을게다. 너 진짜 그런 말을 호철이에게 해서는 안돼!》

《인삼아,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는 안돼. 난 말하지 않겠는데 네가 호철이보구 그 얘길 해라.》

《뭐라구?》

《유리창 깨뜨린것을 선생님께 솔직히 이야기하라구 네가 잘 말해주란 말이야.》

《흥, 그랬다가 정말 매나 맞을라구.》

《그거야 네가 말하기에 달렸지. 놀려주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한다면 몰라두 그애를 진짜 깨우쳐주기 위해서 잘 말해준다면야 무엇때문에 때리겠니. 잘못 나가는 사람은 바로잡아줄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담에 큰 사람이 된단 말이야. 알겠니?》

《글쎄, 좀 생각해보구서.》

대원수님께서는 인삼이에게 더는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인삼이를 꼭 굳센 아이로 만들어주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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