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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회


13


수리날 전날이였다. 마을에서는 작은 명절이라고 벌써 명절기분에 휩싸여있었다. 여기저기서 떡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잘사는집 어린애들은 명절차림으로 고운 옷들을 차려입고 마을로 뛰여다녔다.

동네 늙은이들은 새색시들과 큰 처녀들을 위하여 그네를 매주기에 바빴다.

벌써 최씨촌에서는 넓은 마당에 높다란 그네를 매고 처녀들이 쌍그네를 뛰고있었다.

대원수님의 외가에서도 떡을 쳤다. 명절날에 떡도 치지 못하면 아이들이 기를 잃는다고 외삼촌어머님은 장리로 얻어온 좁쌀을 주고 조찹쌀 한말을 바꾸어왔던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옷도 깨끗이 빨아 입혔다.

외삼촌어머님은 김이 무럭무럭 피여오르는 노란 떡밥을 이고 떡돌앞으로 갔다. 외가집의 아이들도 어깨춤을 추면서 모두 밀려나갔다.

《우리는 왜 노란 떡을 치나. 그리구 왜 요렇게 눈곱자리만큼 치는거야. 귀동이네는 하얀 떡을 이만큼 치는데.》 하며 명구가 두팔을 쩍 벌려보인다.

《노란 떡이 더 고소하단다.》

떡밥이 아직 뭉쳐지지 않아 떡메로 툭툭 장난하듯이 뭉개고있던 외사촌형 명식이가 대답하였다.

《빨리 꽝꽝 쳐. 나 먹구싶어.》

명구는 명식이의 잠뱅이괴춤을 부여잡고 졸라댔다.

《걱정말아라. 곧 먹을수 있다.》

명식은 떡메를 약간 높이 들었다 내리쳤다.

이바람에 어린애 주먹만한 떡덩어리가 툭 튀여 마당에 떨어졌다. 곁에 서서 꼬리를 치고있던 강아지가 떡밥덩이를 냉큼 물고 조짚낟가리뒤로 달아났다.

《요놈, 나보다 네가 먼저 먹겠니?》 하며 명구는 강아지를 따라갔다. 강아지는 명구를 흘끔흘끔 바라보며 게눈감추듯이 한입에 들이삼켰다.

외삼촌어머님은 어느덧 떡에 취를 넣어 쳐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떡함지를 내려놓자 명구는 어머님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잠간만 기다려라. 그릇에다 담아놓은 다음에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큰어머니에게 먼저 드리구 먹어야 해.》

이 말을 들은 명구는 옆에 서서 닭알침만 꿀꺽꿀꺽 삼킬뿐 더 졸라대지 않았다.

《아니, 형님은 어째 안오실가? 보패야, 어머닌 왜 같이 모시구 오지 않았니?》

외삼촌어머님이 물으셨다.

《뒤로 오시겠다고 먼저 가라고 했어요.》

《내 갔다오지요.》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밖으로 나오시여 맏외삼촌어머님네 집으로 달려가셨다. 그런데 집안이 괴괴했다.

《큰어머니, 계셔요?》 하고 대원수님께서 부르셨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큰어머니, 어디 가셨어요?》

좀더 높은 목소리로 부르셨다.

그제야 방안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주 왔니?》

《예.》

대원수님께서 방안으로 뛰여들어가셨다.

큰어머님께서는 벽에 기대여앉아 눈물을 흘리고계시다가 대원수님께서 불시에 들어오시는 바람에 눈물을 감추느라고 얼굴을 돌리는것이였다.

강진석선생님께서 혁명활동을 하시는 사이에는 가난한 살림을 도맡아하시느라고 아글타글 고생해온데다가 선생님께서 놈들에게 붙잡혀가신 후에는 더욱 몰라보게 얼굴이 수척해지셨다.

(맏외삼촌생각을 하시댔구나. 정말 맏외삼촌은 지금 얼마나 고생을 하고계실가?)

명절이나 생일 또는 그 어떤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슬픔이 가슴에 못박혀있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기쁨으로가 아니라 슬픔으로 바뀌여지기마련이다. 이러나저러나 명절이라고 모두가 기뻐하는 이날 맏외삼촌어머니는 슬픔의 울타리에 사로잡혀있는것이였다.

대원수님께서도 맏외삼촌 생각을 하시니 어느덧 눈물이 앞을 가리웠다. 그래서 목이 메여 좀처럼 입을 열수가 없으셨다.

큰어머니를 위로해야겠는데 오히려 대원수님자신이 더 목이 메이셨던것이다.

대원수님께서는 얼마후에야 겨우 목메인 소리로 말씀하셨다.

《큰어머니, 어서 가시자요.》

《오냐, 어서 먼저 가거라. 난 별로 먹구싶지 않구나.》

《그렇지만 가셔야 해요. 큰어머니가 가셔야 할머니, 할아버지두 마음이 편하실게 아니예요. 명절날 이러구 계시면 되겠어요? 큰어머니, 어서 가시자요.》

대원수님께서는 큰어머니를 잡아일으키려고 두손을 내미셨다.

《성주야.》 하며 맏외삼촌어머님은 대원수님을 가슴에 꼭 그러안으시는것이였다.

그리고는 설음을 걷잡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야말았다.

《이 좋은 명절에 남들은 모두 기쁘다고들 하는데 너의 맏외삼촌은…》

이렇게 말할뿐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방바닥에 쓰러지고말았다.

외삼촌어머니는 어깨를 들먹이며 세차게 흐느꼈다.

대원수님께서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큰어머니!…》 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그의 옷자락을 잡고 매달리셨다. 두분께서는 서로 부여안고 흐느끼셨다.

얼마후에 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가운데외삼촌어머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아니 형님, 명절날에 왜 그러세요. 어서 가시자요.》

이때 뒤에서 쫓아오던 보패가 《어머니!》 하며 어머니품에 안겼다.

그도 어느덧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가운데외삼촌어머님도 옷고름으로 눈물을 닦았다.

《내가 주책이 없는탓이지… 어서들 가세.》 하며 맏외삼촌어머님께서 일어서시였다.

대원수님께서도 보패도 따라일어섰다. 그들은 함께 큰집으로 갔는데 거기서는 아직 음식을 들지 않고 기다리고들 있었다.

《아니? 어서들 드시자요.》

맏외삼촌어머님께서는 부러 웃음을 지어보이셨다.

그러나 그의 눈가에는 아직 눈물자국이 마르지 않았다.

이때에 명구가 대원수님곁으로 오더니 《형! 큰어머니 왜 울었나?》 하고 묻는것이였다.

《울기는 왜 울어. 누가 울었다던?》

《거짓말, 난 다 알아.》

《알긴 뭘 안다구 그러니?》

《큰아버지가 왜놈들에게 잡혀갔으니까 울었지? 왜놈들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놈들이지?》

《제일 나쁜놈들이지. 너두 크면 왜놈들을 쳐부셔야 한다.》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명구의 머리를 쓸어주셨다.

두 집식구가 상에 둘러앉았다. 열세식구가 마주앉으니 잔치라도 하는것 같았다.

명절맞이로 조찰떡이라도 쳐놓고 두 집식구가 다 모였으니 한없이 기쁘련만 맏외삼촌에 대한 생각때문에 별로 이야기들도 나누지 않았다.

상을 마주하고 앉아 외할아버님께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작은 물건 하나를 강도놈에게 빼앗기구 그것을 찾으려구 해두 이만저만한 각오가 있지 않아가지구는 못하는 법인데 빼앗긴 삼천리강토를 다시 찾자는것이 헐한줄로 아느냐? 그 길이야 간고하고도 어려운 길이지. 그렇게 헐한 길이라면 누구인들 못걷겠냐. 큰일을 하자구 먼길에 나선 사람이 평탄한 길만 걸으리라구 생각해서는 안되느니라. 빼앗긴 내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높은 령두 넘어야 하구 가시밭과 불바다두 걸어야 한단 말이다. 놈들에게 끌려가서 매두 맞구 감옥생활두 하구 단두대에두 올라가구 피를 흘릴것두 각오해야 하느니라. 보패 아버지나 성주 아버지는 벌써 그런 각오를 하구있는 사람들이 아니냐. 그런 남편, 그런 아버지를 모신것을 영예스럽구 떳떳하게 생각해야지. 나라를 찾기 위한 의로운 길에 나선 사람이 어찌 보패 아버지나 성주 아버지뿐인줄 아느냐? 그중에는 피를 흘리는 사람두 있고 이미 고인이 된 사람도 적지 않으니 우리는 끝까지 싸워 나라를 찾아야 한다. 나는 보패 아버지나 성주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힘이 솟는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려고 나선 사람의 큰뜻을 알구 굳세게 살아야지 그게 뭐냐.》

외할아버님의 말씀에는 억센 힘이 흐르고있었다.

《아버님, 알만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구 살자 하면서두 가끔 옹졸하게 생각해서 그래요.》

《눈물을 걷어라. 눈물로는 아무런 일도 치르지 못하느니라. 진석이도 오늘 집생각을 하고있을게다. 그러나 그애는 약한 마음을 가지고 집생각을 하고있지는 않을게다. 감옥생활을 무서운것으로 생각하거나 고생스러운것으로 생각하고있지 않을거란 말이다. 보패 어머니두 그애가 고생한다구만 생각지 말구 우리 가문의 영예로운 일로 생각해야지. 세상에 한번 태여났다가 나라를 위해 떳떳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가슴을 내밀구 살아가야 한단 말이다. 암, 영예롭고 떳떳한 일이구말구! 사나이로 세상에 태여나서 죽기는 매일반인데 아무런 보람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만다면 그처럼 부끄러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

《알겠어요. 아버님, 어서 저녁을 드시자구요. 저때문에 그만…》

큰어머님께서 이러시면서 먼저 숟가락을 드셨다.

《명구, 너 배고프다구 아까부터 떡을 달라더니 왜 오도카니 앉아만 있는거냐. 어서 먹어라.》

외할머님의 말씀이였다.

열세식구들이 숟가락을 들었다. 한동안 방안은 고요했다. 모두 자기나름대로 방금 이야기한 할아버님의 말씀을 생각하고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무슨 이야기라도 꺼내고싶으셨다.

그래서 침울한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셨다.

《할아버지, 수리날에는 왜 떡에다 취를 넣을가요?》 하고 외할아버님께 물으셨다.

《그것두 우리 나라의 한가지 풍속이지. 수리날엔 떡에 취를 넣어 기름을 발라가지구 가랑잎에 싸먹는단다. 그리구 녀자들은 그네를 뛰고 창포뿌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는단다. 남자들은 씨름을 하는것이 우리 나라의 오랜 풍속이 아니냐? 하기야 풍속두 생활속에서 나오기마련이지.

우리 조상들은 떡에 취만 넣은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산채들도 넣었을게다. 그러다가 향기로와 떡에 잘 어울리구 떡을 쉽사리 굳어지지 않게 하는것이 취라는것을 알아냈을게다.》

《왜 여러가지 남새나 산채들을 떡에 넣었을가요?》 하고 이번에는 명식형님이 물었다.

《생각해보렴. 쌀은 적구 먹을 사람은 많구 어쩌겠니? 남새나 산채라두 섞어서 보태먹어야 할게 아니냐. 그리구 팥보숭이를 바르면 여름날이라 하루두 못가서 쉬구말게 아니냐.》

《떡을 가랑잎에 싸먹는다면서 우린 왜 가랑잎에 싸먹지 않나요?》

대원수님곁에 앉았던 보패가 물었다.

《허허허… 방안에서야 무엇때문에 가랑잎에 싸먹겠니?》

외할아버님께서는 김치국물을 몇모금 마시고나서 이야기를 계속 하셨다.

《농민들이야 봄에 농사일을 시작하면 가을에 추수할 때까지 하룬들 쉴짬이 있다더냐? 개인날은 밭으로 나가구 궂은날은 논으로 나가게마련이란다. 그러니 언제 쉬여보겠니. 그러다가 일년에 하루 돌아오는 수리명절이야 어떻게 방안에 들어박혀있겠니. 산과 들로 구경두 떠나구, 남자는 씨름판으루, 녀자는 그네터루 찾아갈게 아니냐. 무슨 돈이 있어서 음식을 사먹겠니. 집에 있는 떡이라두 싸가지구 가야 할게 아니냐. 그런데 수리날때에는 넓은 가랑잎이 한창 무성하기마련이란다. 아마 누가 먼저 그 가랑잎에 떡을 싸가지고 산놀이나 들놀이를 갔겠지. 그걸 본 다른 사람들두 그렇게 해서 이제는 아마 풍속처럼 되였을게다.》

이야기는 어느덧 다음날 평양성안에서 벌어질 씨름판과 그네터로 번져가게 되였다.

명구는 자기도 성안에 구경가겠다고 떡을 꾸려달라 돈을 달라 하며 떠들썩 고아댔다. 그런데 누구와 같이 가겠는지 결정을 못해 안달아하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오늘저녁에 만경대에 가서 하루밤 자고 래일 같이 가자고 하셨으나 할머님과 헤여져 사돈댁에 가서 잘 용기가 나지 않는 모양이였다. 할머님보고도 성안에 같이 가자고 했고 어머님에게도 졸라보았으나 보람이 없었다. 결국 작은삼촌과 같이 가기로 되였다. 명구는 성안에 가면 얼음과자도 사주고 고무풍선도 사주어야 한다고 단단히 벼르는것이였다.

할아버님께서는 명구에게 성안에 가서 구경을 잘하구 돌아와 보고 들은것을 잘 이야기해야 한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명구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이날 해질무렵에 대원수님께서는 만경대에 가시려고 길떠날 차비를 하고계셨다.

외삼촌어머님께서는 보자기에 떡을 꾸려주시면서 만경대할아버님과 할머님에게 갖다드리라고 말씀하셨다.

원체 많이 치지도 못한 떡을 거의다 꾸려주는것 같아서 대원수님께서는 굳이 사양하고계시는 참이였다.

이때 송평에 있는 대원수님의 이모되시는분이 들어섰다.

대원수님께서는 인차 그를 알아보실수 있었다.

《아! 이모님, 오래간만이구만요.》 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절을 하셨다.

《증손이가 와서 공부한다는 말을 듣구 벌써부터 온다온다 하면서두 못왔댔구나. 그동안 공부를 잘했냐.》

《예.》

《팔도구집의 소식은 모르겠구나.》

《편안들 하시겠지요 뭐.》

《글쎄 몸들이나 든든하면 좋겠는데. 세상이 너무 소란하니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구나. 그런데 어딜 가던 길이냐?》

《만경대사돈님댁에 가던 길이랍니다.》

외삼촌어머님의 말이였다.

《가야지. 그럼 저물기 전에 어서 떠나거라. 그 보자기엔 뭘 쌌냐. 이리 내라.》

이러면서 이모는 말씀도 채 끝내지 않고 대원수님께서 들고계시는 보자기를 잡아당기는것이였다. 그는 보자기를 풀더니 자신이 가져온 떡을 몇개 더 꾸려넣는것이였다.

《사돈님께 우리 떡두 한개 갖다드려라. 그리고 우리 집에 한번 놀러 오려무나.》

《예. 한번 가겠습니다.》 하고 대원수님께서 대답하시자 곁에 서있던 명식형님이 덧붙여 말했다.

《너 혼자 가지 말구 나하구 같이 가자. 이왕이면 한가위에 한번 가자꾸나. 이모네 집엔 밤나무가 아주 많단다.》

《그게 좋겠다. 둘이서 한가위에 꼭 오너라.》 하시며 이모는 보자기를 대원수님께 들려주는것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떠나시는 길에 칠골동무들을 만나 래일 성안의 씨름판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시고 만경대를 향해 길을 떠나셨다.

대원수님께서 만경대에 도착하신것은 땅거미가 질무렵이였다. 온 집안이 대원수님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런데 어쩐지 집안이 어수선하여 무슨 큰일이라도 겪은것 같았다. 알고보니 오늘 아침에 순사놈들이 또 달려들었댔다는것이였다.

《그놈들이 무엇때문에 또 왔댔나요?》

대원수님께서는 분을 참지 못하시여 물으셨다.

《그대로 두면 명절을 편안히 쇠겠으니까 그 이리떼같은 놈들의 배속이 편안하겠니.》

할머님께서 하시는 말씀이였다.

《와서 뭐라구 수작질 했어요?》

《할 수작이야 있냐. 만날 하는 수작이지. 아들이 오지 않았는가, 무슨 련락이 없었는가고 지껄이지 않겠니?》

《그건 알아서 뭘하겠는가구 들이대지요.》

《모른다니까 신발을 신은채 뛰여들어와서 의롱과 독을 다 들여다보구 저렇게 천장을 다 뚫어놓구 삿자리까지 들춰보지 않겠니. 심지어 바리뚜껑까지 모두 열어보면서 어느 집에서 떡을 가져왔는가 묻지 않겠니. 알면 잡아갈라댔는지?》

《그래서 뭐라구 대답하셨어요?》

《우리가 해먹었다구 했지. 그랬더니 그렇게 여러가지 떡을 해먹을 밑천이 있느냐구 눈을 굴리지 않겠니.》

《그래서요?》

《그래서 우리 쌀을 가지구 열가지 떡을 해먹건 백가지 떡을 해먹건 당신들에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구 들이댔지.》

《아주 멋있게 쏘아주셨구만요.》

《이제는 그놈들의 성화를 너무 받다나니 말대답두 이골이 나더구나.》

할머님께서는 주름진 얼굴에 웃음을 띠우시고 대원수님의 얼굴을 바라보셨다.

《제놈들 실컷 지랄을 놀아보라지요.》

《우리두 이제는 무서운것이 없다. 제놈들이 어디 언제까지나 기승을 부리나 두구보자!》

담배를 피우고계시던 할아버님의 말씀이였다.

《외가집에서두 떡을 보내던데요.》

대원수님께서는 떡보자기를 할머니앞에 내놓으셨다.

《떡을 다 친걸 보니 용하구나. 하기는 네가 와있으니까 섭섭치 않게 하려구 쌀을 변통해서 좀 쳤겠지.》

《우리는 떡을 못했나요?》

《떡을 치지는 못했어두 먹기는 더 많이 먹었다. 동네사람들의 신세를 언제 다 갚게 되겠는지.》

할머님의 대답은 아주 구슬프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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