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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 회


11


밤은 깊어만갔다. 전기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때라 칠골마을은 어둠의 장막속에 잠겨버렸고 인적은 고요해진지 오랬다. 북두칠성은 먼산 숲우에 내려앉을듯이 드리워졌고 삼형제별은 하늘중천에 올라왔다. 먼곳에서는 이따금 개짖는 소리만이 들릴뿐 마을의 밤은 깊어만갔다.

그러나 온 마을이 다 잠든것은 아니였다.

교감선생님네 집 웃방에는 아직도 불빛이 비치여 어둠에 잠긴 이 나라를 밝혀주는듯 빛을 뿌리고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이 깊은 밤에도 공부를 하고계셨던것이다. 한때 강반석어머님께서 혼자의 힘으로 한자두자 깨우쳐가신 그 남포등밑에서 오늘은 대원수님께서 밤가는줄 모르시고 심지를 돋구어가시며 책을 읽고계셨다. 한학기동안에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교과서들을 자습하시여 통달하실 목표를 세우시고 낮에 밤을 이어 학습을 계속하시는것이였다.

《요즘 교감선생님네 집에는 등불이 꺼질줄 모른다.》

마을에서는 이런 말들이 돌아갔다. 그도그럴것이 대원수님께서는 밤늦게까지 공부하시고도 이른새벽에 일어나시여 다시 남포등에 불을 켜놓고 책을 읽으셨기때문이였다.

그리고 대원수님께서는 창이 환히 밝아오기 시작하면 불을 끄시고 밖으로 나가 샘물터로 달려가서 랭수마찰을 하시였다. 매일 아침마다 랭수마찰을 하면 감기를 예방할뿐아니라 피부가 튼튼해지므로 여러가지 병을 미리 막을수 있으며 오래 계속하면 의지가 강해진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들으신 대원수님께서는 매일아침 꾸준히 랭수마찰을 계속해오신것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매일 아침마다 학교 뒤산에 올라가 참나무아래에 있는 판판한 돌우에 앉으시여 책을 읽으시는것이 습관처럼 되였다.

맑고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음껏 마시면서 책을 읽으면 읽는대로 머리에 들어가는것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수업시간에 언제나 선생님의 말씀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으실뿐만아니라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그것을 깊이 연구해보거나 선생님께 물어서 그 시간에 배운것은 모두 그 시간에 똑똑히 아시고야마는 습관을 붙이셨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오신 후에도 책상을 떠나지 않으셨다.

대원수님께서 이렇게 공부하시는것을 보고 누구보다도 기뻐하신분은 외할머님이시였다. 몇해전에 대원수님네 가족이 고향을 떠날 때 외할머님께서는 주름진 얼굴을 눈물로 적시셨다. 그후에도 자주 북쪽하늘을 바라보시며 이제는 딸의 얼굴과 외손자들의 얼굴을 못보고 죽게 되는가부다 하고 한숨을 짓군 하셨다. 그러던것이 뜻밖에도 대원수님께서 나오시여 몇해동안 같이 살게 되였을뿐만아니라 공부를 직심스럽게 하는것을 보니 한없이 미덥고 기뻤던것이다.

외할머님께서는 대원수님을 보실 때마다 따님까지 보는것처럼 마음이 즐거우시였다. 외할머님께서는 대원수님의 방과 통하는 사이문을 자주 열어놓고 대원수님의 공부하시는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시며 만족한 웃음을 짓기도 하시고 머리를 끄덕이기도 하셨다.

대원수님께서 책상앞을 떠나지 않고 계속 공부하시는것을 보시고는 가끔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얘야, 너두 남의 아이들처럼 좀 나가 놀기두 하려마.》

그러나 이런 말을 들으실 때마다 대원수님께서는 외할머님을 바라보시며 싱긋 웃으실뿐이였다.

어느날 저녁이였다. 외할머님께서는 검은 천으로 자그마한 방석을 만들어가지고 대원수님의 방으로 들어오셨다.

《옜다. 이거라두 깔구앉아라. 네 아버지를 닮아서 공부를 그렇게 파고드는구나. 옛날 그렇게 공부를 했으면 벌써 과거보러 가서 장원한지 오랬겠다.》

외할머님께서는 혼자말처럼 이렇게 말씀하시며 혀를 찼다.

《할머니, 전 괜찮아요. 방석은 할아버지께 드리겠어요.》

대원수님께서는 방석을 드시고 외할아버님방으로 내려가려고 하시였다.

《한개만 만들어서는 네가 깔것 같지 않아서 할아버지께도 만들어드렸다.》

외할머님께서는 주름진 얼굴에 웃음을 띠우시고 이렇게 대답하셨다.

대원수님께서는 외할아버님의 방을 넘겨다보셨다.

아닌게아니라 외할아버님 책상앞에도 새로 만든 자그마한 방석이 놓여있었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하시며 대원수님께서 그 방석우에 앉으셨다.

이것을 보고서야 외할머님께서는 만족한 얼굴로 아래방으로 내려가셨다.

(참, 할머니도 우리 어머님 마음과 꼭같은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니고계시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니 대원수님의 머리에는 몇해전에 있은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대원수님께서 팔도구소학교에 입학하신 그해 가을이였다.

학교에서 돌아오신 대원수님께서는 책상우에 들국화가 가득 꽂혀있는 꽃병이 놓여있는것을 보게 되셨다.

《야! 들국화.》 하시며 대원수님께서는 꽃병앞으로 다가가셨다.

《어머니, 이 꽃병은 어디서 났구 꽃은 누가 꺾어왔어요?》

《꽃을 보면서 공부를 잘하라구 내가 구해다 놓았다.》

어머님께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대답하셨다.

그후에도 대원수님의 책상머리에 놓여있는 꽃병에는 언제나 고운 꽃이 꽂혀있었다.

얼마후부터는 어머님의 손을 빌지 않고 대원수님자신이 꽃을 구해다가 꽂았고 아버님의 방에도 고운 꽃을 구해다 꽂군 하셨다.

(어머님께서 꽃병을 책상머리에 놓아주시던거나 외할머님께서 방석을 만들어주신것은 다 나더러 공부를 잘하라는 부탁일거야.)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시며 공부를 더 잘해야겠다고 결심하셨다.

어느날 량선생님은 숙제를 해오지 않은 아이들을 세워놓고 단단히 책망을 하셨다.

그들속에는 덕범이와 경만이를 비롯한 칠골아이들도 여러명 섞여있었다.

숙제를 해오지 않고 꾸지람을 듣는것이 이번이 처음인것은 물론 아니였다.

몇아이는 거의 날마다 숙제를 해오지 않아 꾸지람을 듣는것이였다.

그런데 이날 담임선생님은 거의 실망에 가까운 이야기까지 하였다.

《아무래도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내 생각으로는 가난한 집 아들딸들에게 한자라도 더 배워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학교에 들어왔는데 내 말이 날이 서지 않는것을 보니 나는 선생노릇을 할 자격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학생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그러면 숙제를 해와야 할게 아니요!》

담임선생님은 애원하다싶이 이렇게 말했다.

이날 대원수님께서는 많은것을 생각하셨다. 지금까지는 배우지 못했던 과목들을 따라잡느라고 주로 자신의 학습에 많은 힘을 돌리셨다.

그런 결과 성적은 날마다 올라갔다. 이렇게 계속한다면 오래지 않아 배우지 못했던 과목을 통달할뿐아니라 우수한 아이들을 따라넘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동무들의 학습이 뒤떨어져있지 않는가.

그들은 공부에는 뜻을 두지 않고 놀고 장난하는데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나 혼자 공부를 잘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5학년 학생전체가 잘해야 하고 창덕학교 학생전체가 공부를 잘해야 할것이 아닌가. 그리고 조선아이들전체가 공부를 잘해야 왜놈들과 싸워서 이길것이 아닌가.)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날 공부를 마치시고 대원수님께서는 윤병이와 함께 마을로 내려가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셨다.

《윤병이, 너는 오늘 량선생님의 말씀을 어떻게 생각하니?》

《정말 그 아이들때문에 야단났어. 그러다가 량선생님이 학교일을 그만두든가 다른 학급을 담임하게 되면 어떻거겠니? 량선생님은 글두 잘 배워주시구 이야기두 잘하시구 또 체육이랑 노래랑은 얼마나 잘하시는지 아니? 정말 그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 힘든데 그 아이들은 정신을 차리지 않거든!》 하며 윤병이도 매우 안타까와하는것이였다.

《그 아이들은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해서 그럴거야. 그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해주는 방법은 없을가?

우선 칠골아이들만이래두 매일 저녁마다 한군데 모여서 같이 공부하는것이 어떠냐? 모르는것은 서로 묻기도 하고 또 대주기도 하면 숙제도 모두 해갈수 있구 차차 공부에 재미를 붙일수 있을게 아니냐?》

《공부야 조용한데서 혼자 해야지 여럿이 모여서 왁왁 고아대문 제대로 되나?》

《물론 혼자서 조용히 하는것이 더 좋을수 있지. 그러나 뒤떨어진 동무들두 같이 잘하도록 도와줘야 할게 아니냐.》

《그건 그렇지만 공부하자구 모이자면 아이들이 모이지 않을거야.》

《그럼 처음에는 공부를 위주로 하지 말구 옛말이랑 놀음놀이랑 하면서 슬슬 공부도 좀씩 하자꾸나. 그럼 차차 그애들두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될게야.》

《그게 좋겠다. 옛말이나 놀음놀이를 한다면 모두 모일수 있어. 그런데 너 옛말 많으니?》

《나두 몇마디 할수 있지만 너두 있을게구 또 그애들두 돌림식으로 하면 될게 아니냐.》

《하기는 덕범이도 이야기를 잘해. 그리구 경만이는 노래를 썩 잘 부른단다.》

《그럼 됐다. 오늘 저녁부터 당장 모이기로 하자. 그래서 공부도 하고 재미있게 놀기도 하자꾸나.》

이리하여 장소는 대원수님의 방으로 정하고 동무들을 데려오는것은 윤병이가 맡기로 하였다.

대원수님께서 저녁상을 물리시고 책상앞에 마주앉아 책을 보고계시는데 밖에서 동무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원수님께서는 밖으로 뛰여나가셨다.

《야, 이거 너희들이 우리 집엘 찾아오는구나. 어서 들어가자.》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의 등을 밀어 방으로 데리고 들어오셨다.

《자, 앉으라구!》 하시며 그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 자리에 앉히셨다.

《야! 너희들 모처럼 왔는데 뭐 내놓을게 있어야지.》

대원수님께서는 방안에 앉은 동무들을 둘러보시며 매우 기뻐하셨다.

《부엌에 무우가 있는데 무우라도 들여다 먹으려무나.》

아래방에 계시던 외삼촌어머님의 말이였다.

《무우가 있어요? 그럼 됐어요!》

대원수님께서는 부엌으로 뛰여나가 바가지에 무우를 가득 담아가지고 들어오셨다.

《자! 무우라두 먹자. 사실 무우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거란다. 무우에는 여러가지 비타민이 들어있단다. 그러게 한해겨울에 무우 한섬만 먹으면 산삼 한뿌리 먹은것과 같다는거야.》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시며 무우를 깎아 동무들에게 들려주셨다.

《난 방금 저녁을 먹구왔어.》 하며 경만이는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싫다는 애는 그만두려마. 경만이대신 내가 먹어주마.》 하며 덕범이가 닁큼 받더니 와작와작 깨물며 배보다도 더 달다고 맛있게 먹는것이였다.

《아니 그럼 너희들 저녁을 굶고 온줄 알고 무우를 내놓는줄 아니? 사실 무우는 소화제야! 그대신 경만이에게는 큰걸 줄가?》

대원수님께서는 그중에서 제일 큰 무우를 골라서 경만이앞으로 내미셨다.

《경만이는 무우는 안먹는 아인데 뭐! 거기 받아놓아라. 내가 마자 먹어줄게.》 하며 덕범이가 큰 눈을 슴벅거렸다. 경만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무우를 슬며시 받아들었다.

《알고보니 경만이는 큰걸 안준다구 불평이댔구나. 그럼 그렇다구 진작 말을 할게지. 하하하…》

대원수님께서는 큰소리로 웃으셨다. 동무들은 무우를 먹으면서 자기들끼리 눈질도 하고 옆구리를 꾹꾹 찌르는 품이 무슨 약속들이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대원수님께서는 모르는척 하시고 계속 무우만 깎아 권하셨다. 그런데 그들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자, 너희들 모처럼 놀러 왔는데 뭘 하면서 놀가?》

《사실 우리들은 옛말을 들으러 왔댔어. 윤병이한테 들었는데 너 옛말 잘한다구 그러더구나. 멋이 있는걸 한마디 해다구. 무서운 이야기두 좋구 눈물이 쭐쭐나는 슬픈 이야기두 좋구 허리가 끊어지게 우스운 이야기두 좋구 또 깨보숭이처럼 재미가 고소하게 나는 이야기는 더 좋지!》 하고 덕범이가 말했다.

《옛말? 옛말이나 하라면 며칠이라두 할수 있지. 그런데 난 꼭 해야 할걸 못하구있는데 야단났구나.》 하고 대원수님께서는 매우 딱한 표정을 지으셨다.

《뭔데? 우리들이 해줄수 있는거면 같이하자꾸나.》 하고 인삼이가 물었다.

《같이해두 되지만 너희들은 벌써 다 했을거야.》 하며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의 얼굴을 둘러보셨다. 다른 아이들은 무슨 말인지를 새겨듣지 못하고 그저 눈이 둥그래있는데 덕범이가 제꺽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응! 숙제말이지? 그건 안해두 괜찮아. 량선생님은 때릴줄 모른단다. 그까짓 욕이나 한두마디 먹는것쯤이야 약과지 뭐!》

《너 오늘 선생님 말씀을 듣구두 그러니? 그러다가 량선생님이 나가시구 때리기 잘하는 선생님이 오면 어쩌겠니.》

《숙제 안해온다구 선생일을 설마 그만두시기야 하겠니?》

《우리 할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니까 량선생님은 하겠다구 하시면 꼭 그대로 하구야마신다구 그러시더라. 학교선생의 자격이 없다구 생각하면 진짜 그만두실지도 몰라.》

대원수님께서는 시치미를 떼고 이렇게 대답하셨다. 덕범이는 눈을 껌뻑이며 동무들을 둘러보는것이였다. 좀 켕기는 모양이였다.

《그러지 말구 우리 숙제를 제깍 하구 옛말두 하구 놀음놀이두 하는게 어때?》 하고 대원수님께서 동무들에게 물으셨다.

《응! 그게 좋겠다. 그렇게 하자.》 하고 윤병이가 먼저 대답했다.

《윤병이 너두 숙제를 못했니?》

덕범이가 물었다.

《나두 절반밖에 못했어.》

《좋다. 그럼 같이하자. 너희들이 하는걸 보구베끼면 되겠구나. 그렇지, 인삼아?》

《응!》

《모르는걸 서로 물어두 좋구, 정 모를건 남의것을 우선 베껴두 좋으니까 같이들 하자. 그래서 우리 동네 아이들은 한명두 빠지지 않구 숙제를 다 해가잔 말이야. 그럼 가서 책들을 가져오는것이 어때?》

이리하여 그들은 모두 밖으로 뛰여나가 집으로들 달려갔다가 잠시후에 책보를 끼고 돌아왔다.

그런데 경만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애보다 먼데 있는 아이들도 모두 돌아왔는데 이상한 일이였다.

《인삼이, 너 경만네 집곁인데 가서 데려오지 않겠니?》 하고 덕범이가 말했다.

《싫다야. 나 혼자 어떻게 가니. 이자두 무서운걸 가까스로 뛰여왔는데.》 하며 인삼이는 방 한복판으로 쑤시고들어와 앉는것이였다.

《겁쟁이같으니! 싫으면 그만둬라. 내가 갔다오겠다.》

덕범이가 성을 버럭 내더니 밖으로 뛰여나갔다.

《그럼 나하구 같이 가잔?》

인삼이는 한편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덕범이는 대답도 하지 않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이 퍼그나 지났다. 그런데 데리러간 덕범이마저 돌아오지 않았다.

대원수님께서는 두리반과 책상을 내놓으시고 동무들을 죽 둘러앉히셨다. 그리고 두 동무를 기다리고있었다. 그런데 역시 두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기다리지 말구 우리들끼리 옛말이라두 하자꾸나. 그애들은 오지 않을거야.》 하고 인삼이가 말했다.

《왜 안와? 가보지도 않구 네가 어떻게 아니.》 하고 한 아이가 쏘아주었다.

《경만이두 공부하기 싫으니까 안오구 덕범이두 공부하기 싫으니까 저의 집으로 돌아갔을거야. 벌써 아마 코를 골면서 잘지 모를게다.》

《벌써 잔단 말이가?》

《흥, 덕범이는 저녁밥 먹으면 자는 아이야. 그대신 새벽에 일찍 일어난단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밖에서 발자국소리가 나더니 문이 벌컥 열리면서 덕범이 얼굴이 나타났다. 그런데 언제나 명랑하던 그의 얼굴에 근심빛이 어려있었다. 그는 매우 딱한 얼굴로 방 한구석에 가서 벽을 기대고 펄썩 주저앉는것이였다.

《덕범이, 왜 무슨 일 있었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그러나 덕범이는 머리를 숙이고있을뿐 한동안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잡동사니들을 모두 꺼내 두리반우에 무드기 쌓아놓는것이였다.

《자! 너희들도 똑똑히 봐라. 이래두 나를 의심할수 있니?》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동무들을 둘러보는것이였다.

《너 그게 무슨 말이냐? 똑똑히 얘기를 해야 알게 아니냐.》 하고 대원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공연한데 갔다가 의심을 받게 됐단 말이야. 참 기가 막혀서.》

동무들은 모두 영문을 몰라 눈이 둥그래서 덕범이를 바라보았다.

덕범이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덕범이가 어둠을 헤치고 경만이네 집으로 달려갔을 때에 그 집에는 대문밖으로 이미 자물쇠가 잠겨져있었다. 덕범이는 자물쇠를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며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잠겨있는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경만이가 그사이에 딴데로 갔을상싶지는 않았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자물쇠가 잠겨있었다면 그는 문밖에 서있거나 아니면 빈손으로라도 아이들을 찾아왔을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덕범이는 담장을 넘겨다보았다.

방안이 캄캄하였다. 덕범이는 자기 엉뎅이를 철썩 갈기며 빙그레 웃었다.

(응! 네가 공부하기 싫으니까 밖으로 자물쇠를 잠그고 담을 넘어들어가서 불을 끄구 방안에 숨어있구나. 흥! 너한테 속을줄 알구?)

이렇게 생각한 덕범이는 담장우로 훌쩍 뛰여올라가서 안뜨락으로 살그머니 내렸다.

그는 발걸음소리를 죽이고 토방앞에 가서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안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덕범이는 토방우로 살며시 올라가서 문살을 《뚜르르륵》 하고 훑었다.

이쯤 되면 방안에서는 굉장히 놀라서 벅적 고아댈줄 알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덕범이는 다시한번 훑어보았다. 역시 방안은 고요하였다.

(내가 온걸 아는 모양이구나.)

이렇게 생각한 덕범이는 방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방안을 둘러보았다. 역시 빈방이였다. 그는 문을 닫고 나와서 부엌문도 열어보고 외양간도 들여다보았다. 소는 누워서 아금만 새기고있었다.

덕범이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어정어정 담밑으로 와서 다시 담을 타고넘어 밖으로 뛰여내렸다.

그런데 이때 공교롭게도 누가 그의 앞을 꽉 막아섰다.

《누구야!》 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덕범이는 깜짝 놀랐다.

《저 접니다.》

《저라니, 누구란 말이야? 오, 너 덕범이로구나.》

이렇게 말하는분은 다름아닌 량선생님이였다.

덕범이는 자기도모르게 한발걸음 멈칫 물러섰다.

《너 어째서 밤에 남의 집 담장을 넘어다니는거냐?》 하고 량선생님이 따지는것이였다.

덕범이는 갑자기 뭐라고 대답해야 좋겠는지 적당한 말마디를 고를수 없었다.

《저 메사니…》

《메사니라니?…》

량선생님의 목소리는 약간 높아졌다.

《함께 모여서 공부하려구 경만이를 데리러왔댔습니다.》

덕범이는 더듬거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량선생님에게는 덕범이의 말이 참말로 들리지 않았다. 모여서 공부한다는 말도 믿어지지 않았거니와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 남의 집담을 넘어다닌다는것은 더욱 믿어지지 않았다.

경만이네 담을 넘겨다보니 방안은 캄캄하였다.

량선생님은 남의 빈집 담을 넘어다니는 덕범이의 행동도 좋지 않게 생각되였지만 거짓말을 하려는 그의 태도가 더욱 못마땅하게 생각되였다.

량선생님은 덕범이를 톡톡히 타일러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렇다고 마을 한복판에 학생을 세워놓고 오래 이야기할수는 없었다.

우선 오늘밤은 그대로 돌려보냈다가 다음날 학교에서 차근차근 타일러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선생님, 저는 진짜…》

덕범이가 뭐라고 이야기하려는것을 량선생이 막았다.

《좋아!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정직해야 하는거야. 오늘은 그만하구 돌아가서 잘 생각해보라구. 왜 남의 빈집 담을 넘게 되였는가. 그것을 잘 생각해보란 말이야. 그래서 래일 아침에 학교에서 다시 만나자구. 알만 하지?》

덕범이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대답도 할수 없었다. 그는 맥없이 발걸음을 옮겨 돌아왔던것이다. 덕범이는 이야기를 끝내고 동무들을 둘러보았다.

《남의 물건에 손을 안댔으면 됐지, 걱정할게 있니.》 하고 대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난 검불 한대 집어온것이 없다. 자, 이걸 보래두 그래.》 하며 덕범이는 손바닥으로 두리반을 툭툭 쳤다.

《그럼 됐어. 그런데 덕범이가 잘못한게 하나 있다.》

《내가 뭘 잘못했니?》

《너 남의 대문에 자물쇠가 잠겼으면 그냥 돌아올것이지 담을 넘을건 뭐란 말이냐. 동무를 그렇게 의심해서는 안돼. 경만이는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어디에 갔을거야. 하여간 이제는 공부를 시작하자. 덕범이도 이리로 나앉으라구.》

대원수님께서는 그날 배운 책들을 모두 펴놓게 하셨다. 그들은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하고 산술문제들을 풀기도 하였다. 모여서 하니 재미도 있고 서로 물어서 하니 어려운 문제도 슬슬 풀려나갔다. 그런데 얼마후에 덕범이가 끄덕끄덕 졸기 시작하였다.

《얘들아! 내 옛이야기 한마디 하란?》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그래그래.》

동무들은 모두 찬성이였다. 덕범이도 눈을 번쩍 떴다.

《옛날 어느곳에 유명한 의사가 있었구나. 그 의사는 얼마나 용했던지 못고치는 병이 없었다는거야. 앉은뱅이두 일어서게 하구 소경두 눈을 뜨게 하구 귀머거리두 듣게 하구… 별별 오만가지 병을 다 고쳤다지 않니. 그러니 환자들이 얼마나 모여들었겠니. 그 병원앞에는 매일 장마당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는거야. 그 의사는 그렇게 많은 환자를 모두 다 고쳐보냈다누나!

그런데 그 의사에게는 또 하나 비밀약이 있었다는거야.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약인데 그 약은 누구에게도 써주지 않는 약이야. 그게 무슨 약인지 알아맞춰보아라.》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을 둘러보셨다. 동무들은 머리를 갸웃거릴뿐 좀처럼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죽은 사람을 살리는 약이야. 얼마나 좋은 약이니. 그런데 약재가 많지 못해서 그 의사두 한병밖에 가지고있지 못했다누나.》

《그 약은 죽은 다음에 발라야 하나?》 하고 윤병이가 물었다.

《그럼!》

《다시 살아나면 얼마나 더 오래 살수 있다니?》

《지금까지 살아온것만큼 더 살수 있다는거야.》

《야! 정말 멋진 약이구나.》

아이들이 모두 감탄했다.

대원수님께서 이야기를 계속하셨다.

《…그런데 그 의사는 자기가 죽은 후에 그 약을 바르게 하려구 자기가 가장 신용하는 제자에게 그 약을 보관한 장소를 알려주었다는거야. 그리구 부탁하는 말이 〈내가 죽으면 자네가 이 약을 내몸에다 발라주게. 바르는 방법은 발바닥에서부터 우로 모조리 바르란 말일세. 그래서 머리에까지 바르면 죽었던 나는 다시 살아날수 있네.〉 이렇게 말하지 않았겠니? 그 제자는 꼭 그렇게 하겠다구 단단히 약속을 했지.

그런데 몇해후에 그 의사가 병에 걸려 며칠 앓더니 세상을 떠나구말았구나. 그래서 온 가족이 울며불며 야단법석이였지. 이때에 약을 맡아가지고있던 제자가 약을 가지구 나타났구나. 그 제자는 그 약이 진짜 죽은 사람을 살리는 약인지 혹은 가짜 약인지 알수 없지 않겠니. 그래서 가족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선생이 일러준대로 발바닥에서부터 약을 바르기 시작하지 않았겠니. 그런데 그 약을 배꼽까지 발라 올라갔더니 죽었던 사람의 다리가 이렇게 버둥거리지 않겠니.》

대원수님께서는 발로 시늉까지 하셨다.

《에구 무서워!》 하며 문앞에 앉았던 아이가 안으로 쑤시고 들어앉는것이였다.

《그 선생이 진짜 죽기는 죽었댔나?》 하고 덕범이가 물었다.

《죽었지. 몸뚱이는 얼음장처럼 싸늘했구 팔다리는 장작개비처럼 꽛꽛했지 뭐.》

《그래서 어떻게 됐나?》

《그 제자라는자는 무릎을 툭 쳤다는거야. 〈진짜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약이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약병을 들여다보지 않았겠니. 그런데 약은 한 절반쯤 남아있었다는거야. 이때에 그 제자는 욕심이 생겼지 뭐.

〈남을 살리느니 나부터 살아야겠는걸!〉 이렇게 생각하게 됐단 말이야. 그래서 약바르던 손을 떼구 병마개를 막지 않았겠니. 그 죽은 의사는 어떻게 됐겠니. 다리만 몇번 버둥거리다가 그대로 죽고말았지.》

《그후에 어떻게 됐나?》

《한 10년후에 그 제자가 또 죽지 않았겠니. 그자는 남에게 부탁했다가는 자기처럼 할것 같아서 자기 아들에게 그 약을 맡겼던거야.

그래서 아들이 아버지 시체앞에 앉아서 약을 바르기 시작했구나. 그런데 배꼽에까지 약을 발랐더니 역시 다리를 버둥거리더라는거야. 아들은 기뻐하면서 머리에까지 바르려고 했지만 약이 벌써 떨어지구 빈병이더라는거야. 그러니 그 제자는 어떻게 되였겠니.》

《죽구말았지 뭐.》

《맞았어! 그렇게 자기만 살려구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남도 살리지 못하구 자기두 살아나지 못하는거야!》

《야! 정말 재미있구나. 한마디 더 하려마.》

덕범이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아이들도 모두 한마디 더 하라고 졸라댔다.

《덕범이, 이제는 졸음이 달아났니?》

덕범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럼 남은 공부를 마자 하자.》

아이들은 다시 학습에 달라붙었다. 그런데 다시 책을 펼친지 얼마 오래지 않았는데 덕범이는 다시 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가끔 하품을 하였다. 시간은 그리 늦지 않았는데 아직 학습에 단련이 되지 않은탓이였다.

《너희들 졸음이 오는 모양인데 졸음 안오는 약을 좀 써줄가.》 하고 대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뭐, 그런 약도 있나?》

아이들은 놀란듯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있지. 아주 좋은 약이 있단다.》

대원수님께서는 빙긋이 웃으시였다.

《그럼 좀 다구. 약이라도 먹구 밤새도록 공부나 해보자.》

《자, 그럼 내 그런 약을 주지.》

대원수님께서는 동무들을 우물가로 데리고 나가셨다.

《자, 여기에들 엎디여라.》

아이들은 그제야 알았다는듯이 우물돌우에 손을 짚고 쭉 엎디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드레박으로 물을 길어 그들의 머리우에 부어주셨다.

《어떠냐? 이젠 졸음이 안오지?》

《난 한드레박 더 끼쳐다구.》

덕범이의 말이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물을 한드레박 철철 넘게 길어서 덕범이 머리에 다시 부어주셨다.

《에, 시원하다! 됐어됐어. 이제는 졸음이 천리만리로 달아났어!》

학생들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다음날 공부할 책들을 펴놓고 예습까지 해놓았다.

《자! 오늘은 밤도 깊었고 학습도 다 끝났는데 헤여지기로 하고 래일저녁에 다시 모이는것이 어떠냐?》 하고 대원수님께서 물으시였다.

동무들은 모두 날마다 오늘처럼 모여서 공부도 하고 옛이야기도 하자는것이였다.

이리하여 대원수님께서는 윤병이만 남게 하시고 다른 동무들은 모두 돌려보내셨다.

《어때? 오늘밤처럼 계속 모여서 학습을 하면 그애들도 학습에 재미를 붙이게 될것 같지 않니?》

《응, 그렇게 하면 되겠어. 나두 혼자 하는것보다 더 재미있었어.》

《그럼 됐다. 그리구 너하구 하나 의논하자는것은 덕범이문제야. 이야기를 들으니 량선생님이 오해하신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것이 좋겠니?》

《글쎄 덕범이 그앤 정말 뚱딴지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았니. 자기가 공부하기 싫으니까 남들도 모두 자기처럼 본단 말이야.》

《그거야 뭐 그애만 그러니? 인삼이두 덕범이를 그런 식으로 보지 않던? 그건 그렇구, 난 래일아침에 량선생님을 찾아갈 작정이야.

그래서 덕범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걸 이야기하려구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다가 너까지 량선생님한테 의심을 받을려구 그러니?》

《의심은 무슨 의심을 받겠니?》

《남의 빈집 담을 넘어다니는 아이를 두둔하다가 너까지 의심하면 어쩌겠니?》

《그럴수야 없지. 아무렴 선생님이 그렇게야 생각하시겠니. 량선생님께 사실대로 잘 말하면 오해는 풀릴거야.》

《글쎄 버선목이라구 뒤집어보일수도 없구 참 딱하게 됐어.》

《그러니까 우리들이 선생님께 잘 말씀올려야 해. 그러기에 동무가 좋다는게지. 제 동무가 나쁜 일을 하지 않은것을 뻔히 알면서 어떻게 우리가 모르는척 하구있겠니. 그래가지구서야 무슨 동무라구 할수 있겠니. 그렇지 않어?》

《하긴 덕범인 한번 혼나기는 혼나봐야 될 아이야. 글쎄 남의 담장을 넘을게 뭐란 말이야.》

《그렇지만 이 문제를 가지구 혼나게 해서는 안돼.》

다음날 이른아침에 대원수님께서는 량선생님의 집을 찾아가셨다.

《어떻게 이렇게 일찍 찾아왔나?》 하고 량선생님이 물었다.

《어제 저녁에 덕범이가 경만이네 담장을 넘어갔던것은 잘못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덕범이가 경만이를 데리러갔던것은 사실입니다. 그애가 나쁜 장난을 한것은 없습니다.》

대원수님께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시고 어제밤 모여서 학습한 이야기를 자세히 말씀드리셨다.

량선생님은 칠골아이들이 모두 숙제를 했고 예습까지 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매우 기뻐하는것이였다.

《알겠어! 그 아이들을 계속 잘 도와주라구. 난 그런것은 모르고 덕범이가 남의 집 담을 넘었기때문에 그저 나쁜 장난을 한줄로만 알았댔지.》

량선생님은 이렇게 말하면서 덕범이때문에 매우 걱정했다는것이였다.

한편 덕범이는 이날 아침 여느때보다 일찌기 학교에 나왔다.

그는 대원수님께서 나타나시자 곧 달려와서 매우 초조해하면서 물었다.

《량선생님이 부르시겠는데 가서 뭐라구 대답해야 될가?》

《사실대로 말하면 되지. 무슨 큰 죄를 진것도 아닌데 뭐. 량선생님이 지금 사무실에 계실게다. 부르기 전에 먼저 찾아가 뵈여라.》

대원수님의 말씀에 힘을 얻은 덕범이는 그길로 직원실에 들어갔다. 조금후에 덕범이는 매우 기뻐하는 얼굴로 다시 대원수님을 찾아왔다.

《그래, 량선생님이 뭐라고 말씀하시던?》

대원수님께서 물으셨다.

《너한테 벌써 이야기를 다 들었다구 하시면서 공부를 잘하라구 말씀하셨어. 선생님은 나보구 도리여 미안하다구 말씀하시지 않겠니?》

이러면서 덕범이는 무거운 짐이라도 벗은듯이 개운해하는것이였다. 이때에 경만이가 나타났다.

《너 어제 책가지러 간다구 하구서는 어디 숨었댔니?》 하고 덕범이가 따졌다.

경만이는 잠시 두눈을 깜박이더니 더듬더듬 대답했다.

《내 내가 뭐 숨었댄줄 아니. 례배당에 갔댔지. 우리 어머닐 대문간앞에서 만났거덩. 자물쇠를 잠그면서 글쎄 삼일례배하러 례배당에 가자구 하지 않겠니?》

《응, 그래서 공부도 하기 싫구 하니까 차라리 잘됐다 하구 례배당에 따라갔댔구나.》

《아니야, 모여서 공부해야 한다구 말했지 뭐. 그랬더니 그런 꼬임에 들지 말구 어서 례배당에 가자구 내 손목을 끌구가지 않겠니? 그래서 하는수없이 따라갔지 뭐. 너희들 어제 옛이야기를 들었니?》

《듣지 않구. 아주 기가 막히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 난 어제 공연히 례배당에 끌려가서 졸기만 하다가 왔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상학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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