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손전화홈페지열람기
날자별열람


제38회


약 속


2

혁이는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의 크고 따뜻한 품에 볼을 꼭 대고 원수님을 우러렀습니다. 이게 정말 꿈은 아닐가? 날마다 텔레비죤에서 뵙군 하던 원수님께서 이렇게 평범한 로동자의 가정인 우리 집을 찾으신것이… 정말 나에게 하신 말씀일가? 집안의 맏이가 왜 이리 늦었느냐고 걱정담아 다심히 물으시던 그 음성이…

그게 정녕 꿈이 아니라는듯 원수님의 우렁우렁하시면서도 부드러운 음성이 방안을 울렸습니다.

《혁이가 열두살나이에 비해 키가 크고 하체도 미끈한게 축구선수로서 육체적준비는 나무랄데 없는것 같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중학교에 올라오며 축구학급에 뽑혔습니다. 그때부터 축구라면 오금을 못씁니다. 당장 이름난 선수가 되기라도 하듯이 들떠가지고서는…》

아버지의 어줍은 대답이였습니다.

그러자 원수님께서는 《허, 그러니 내가 오늘 창전거리 새 집구경을 왔다가 앞날의 유명한 축구선수와 상봉한셈이구만.》 하시며 사내답게 눈망울이 시커멓고 볕에 타서 검실검실해진 혁이의 얼굴을 대견히 굽어보시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말씀도 듣지 않고 마음대로 나다닌건 잘못했다. 훈련하는 동무들이랑 선생님이 보고싶어 학교부터 달려간 네 마음은 리해되지만 수술자리가 잘 아물지 않으면 어쩐다?》

혁이는 멋적게 앞이마를 긁적거렸습니다.

형을 지켜보던 남이가 속이 켕겨나는지 원수님의 다른 한팔에 매달렸습니다.

《그건 형이 동무들이랑 막 보고싶어해서… 그래서 제가 승인했습니다.》

《네가 승인을 했다, 하하… 그러니 장본인은 우리 남이였구나.》

《예…접니다.》 하고 남이가 슬쩍 원수님의 등뒤로 얼굴을 숨기자 방안에는 웃음꽃이 확 피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서로 마주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했습니다.

어른들의 웃음이 잦아들무렵 남이가 빠끔히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이자 학교갔을 때 형은 운동장 한구석에서 가만히 구경만 하고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형의 편역만 드는걸 보니 형제사이가 보통이 아닌걸.》

원수님께서는 남이의 동글납작한 얼굴을 사랑스레 다독여주시고나서 혁이에게 물으시였습니다.

《그래 동무들이 무척 반가와했겠구나.》

《네, 새집들이를 한 기쁨이랑 나누면서 기세들이 올라 야단입니다. 앞으로 경기에서 꼭 창전거리에서 사는 자랑을 떨치자고 말입니다.》

《음, 창전거리에서 사는 자랑을 떨친다!… 그래 자신있느냐?》

혁이가 선뜻 입을 열지 못하자 이번에도 남이가 장한듯이 냉큼 나섰습니다.

《원수님, 우리 형은 축구학급에서 속도가 제일 빨라 1등으로 꼽힙니다. 앞으론 학교에서만 아니라 우리 나라적으로 1등이고 그다음엔 또…》

갑자기 남이의 자랑주머니가 잦아들었습니다. 형의 부릅떠진 눈길이 그 애의 속을 찔끔하게 했던것입니다.

원수님께서는 그러는 두형제를 재미있게 여겨보시다가 다정히 량옆에 껴안으시였습니다.

《허허… 남이 마음속엔 온통 형에 대한 자랑뿐이구나. 그게 더 내 마음에 드는구나. 자, 그럼 어디 너희들 방을 구경해볼가?》

남이가 얼른 원수님의 손을 꼭 잡고 왼쪽으로 꺾인 복도로 이끌었습니다.

복도를 마주한 방이 그 애들의 방이였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두개의 방이 칸막이로 되여있었는데 웃쪽은 공부방이고 아래켠은 잠자는 방이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방안을 정겹게 둘러보시다가 책장과 책상이 나란히 놓인 공부방으로 올라가시였습니다.

순간 남이는 금시 자라목이 되여 목을 움츠러뜨렸습니다. 아까 학교에 간 형을 기다리며 그림련습을 하느라 펼쳐놓았던 책이 그대로 놓여있었던것입니다.

혁이 역시 가슴이 한줌만 해서 동생을 민망스레 흘겨보았습니다.

(그만큼 말해주었는데 저 망신스러운걸 또 꺼내놓았구나.)

동생의 그림종이책에서 살고있는 기러기형제가 눈앞에서 막 너울거리며 돌아가는듯 했습니다. 그림재간이 없어가지고도 쩍하면 그림종이책을 꺼내드는 동생입니다. 그래 한번은 이렇게 물은적이 있었습니다.

《남이야, 너 앞으로 커서 뭐가 될래?》

《아직 몰라. 형이 대줘. 난 뭘해야 할가?》

《그건 제가 하고싶어하는거지 형이 하라 해서 되는건 아니야. 형처럼 축구에 취미가 있다던가…》

《난 그림에 취미가 있어.》

《핫하하…》

《왜 웃니?》

《신통히 못하는걸 하겠다고 하니까 웃음이 안 나올수가 있어? 다른거라면 몰라도 너 그림만은 안돼. 그러다 그림종이책이 기러기떼에 올라앉아 훌 날아가버리지 않나 봐라.》

그런데 혁이가 비웃던 그림종이책을 원수님께서 보시게 될줄이야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원수님께서는 여전히 환한 웃음속에 한장한장 그림종이책을 번져가고계셨습니다. 방금 그리다만 그림을 보시자 남이를 옆으로 바싹 끄당겨세우시였습니다.

《남이가 아직 꽃을 그리는 법을 잘 모르는것 같구나.》

《좋은 일을 하는 동무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그림이였는데 학교건물은 그런대로 비슷해보였지만 정원의 꽃송이들은 꽃잎의 모양이 저마끔인게 마치도 인형애기의 손바닥을 그려놓은것 같았습니다.

원수님께서는 남이 손에 연필을 쥐여주시고 그우를 덧감아쥐시였습니다.

《꽃은 처음에 안에 있는 씨앗주머니부터 이렇게… 이렇게 그려야 한다. 그다음 돌려가며 잎을 그려야 해. 간격을 맞춰서… 마감에 이렇게 꽃술을 그려넣고… 봐라, 고운 꽃이 되지 않았느냐?》

《네.…》

새로 그린 꽃송이를 들여다보는 남이의 얼굴에 행복의 웃음이 남실남실 피여올랐습니다. 혁이도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는 원수님의 인자하신 모습에 가슴이 사뭇 달아올라 동생이 그린 꽃을 희한해서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번엔 네 힘으로 한번 다시 그려보아라.》

원수님께서 의자에 앉혀주시자 남이는 방금 가르쳐주신대로 열심히 꽃송이를 그려나갔습니다. 남이의 그림을 이윽히 들여다보시던 원수님께서 아버지, 어머니를 향해 만족한 웃음을 지으시였습니다.

두손을 맞잡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서있던 아버지가 조심히 말씀올렸습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애들의 학습방조에 조금만 시간을 바쳤어도 애의 그림수준이 이렇게까진…》

원수님께서 더 말을 말라는듯 가볍게 손을 저으시였습니다. 그러시고는 애들의 침대를 구석구석 일일이 짚어보시고나서 그우에 스스럼없이 앉으시였습니다.

《이만하면 해면깔개가 맞춤한게 애들이 편안히 잘수 있을것 같습니다. 참, 혁이는 형이니까 이 바깥쪽에 눕겠구나. 동생은 안쪽에서 자고…》

다심한 그 물으심에 혁이가 그렇다고 대답올리는데 어느새 꽃을 다 그린 남이가 코날개를 발름거리며 원수님앞에 나섰습니다.

그림종이책을 들여다보시던 원수님께서 잘 그렸다고 칭찬하시며 그 애를 안아 자신의 무릎우에 앉히시였습니다.

어머니가 남이더러 일어나라고 눈짓을 해보였으나 그 애는 뻐기듯 아래입술을 슬쩍 내밀어보이고는 더 깊이 원수님의 품에 파고들었습니다.

한가정의 따뜻한 정이 함뿍 흘러넘치는 순간이였습니다.

남이가 어려움도 잊고 말씀드렸습니다.

《원수님, 우리 형 이사온 첫날밤에 침대에서 떨어졌댔습니다. 경기땐 꼴을 못 넣고 꿈속에서 〈슛, 꼴인〉 하다가…》

형의 눈총에 이번에도 남이는 말꼬리를 감추고말았습니다.

《저런…》 하시며 원수님께서는 침대와 방바닥사이를 세심히 가늠해보시였습니다.

《침대가 낮으니 그렇지 상할번 했구나. 헌데 꿈속에서도 〈슛, 꼴인!〉을 했단 말이지. 혁이야, 그게 정말이냐?》

혁이는 고개를 떨구며 기여드는 소리를 했습니다.

생각할수록 아쉽고 분했습니다. 그날 있은 과외체육학교 애들과의 경기에서 다문 한꼴이라도 넣었대도 이렇게는 부끄럽고 창피하지 않았을것입니다.

원수님께서는 혁이의 수그린 머리에 다정히 손을 얹으시였습니다.

《네가 진짜 축구라면 오금을 못쓰는구나. 그런 정열이면 앞으로 유명한 축구선수가 될수 있다. 가슴에 품은 희망대로 세계적인 축구선수, 조선의 10번이 될수 있을게다.》

《네?》

혁이가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10번이라니? 원수님께서 그걸 어떻게…)

원수님께서 웃음속에 넌지시 물으시였습니다.

《어때, 내가 우리 혁이의 꿈을 바로 맞혔느냐?》

《야, 맞습니다. 원수님!》 하며 남이가 기뻐 어쩔줄 몰라했습니다.

《우리 형은 이담에 꼭 뻴레나 마라도나처럼 세계적인 축구명수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그래, 세계적인 축구명수들은 거의나가 10번을 단 중앙공격수들이였으니까. 그래서 번호도 10번을 달았을게고…》

혁이의 검실한 눈망울이 놀라움에 한껏 커져갔습니다. 덤불속에 숨겨진 샘물마냥 가슴속 깊은 곳에 간직된 자기의 희망을 대번에 알아맞히시는 원수님의 말씀에 가슴은 흥분으로 마구 일렁이였습니다.

그 심정을 들여다보신듯 원수님께서 환히 웃으시며 맞은켠 방들을 가리켜보이시였습니다.

《저 큰방에 걸려있는 혁이의 사진이 나에게 모든걸 알려주었지. 앞에 10번을 단 운동복을 입고 찍은 사진말이다. 사진밑에 10번이란 글을 크게 새겨넣은걸 보니 의미가 더 깊어보이더구나. 그래서 큰 꿈을 안고 자라는 혁이를 만나보고싶어한거다.》

《아버지원수님!》

혁이는 뜨거움에 목메인 부름을 터쳤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언제 그랬냐싶게 혁이의 눈길은 방바닥으로 향해졌습니다. 《히야!》 하고 연신 감탄을 빼물던 남이가 의아해서 형을 쳐다봅니다.

마침내 혁이는 단숨을 헉 삼키며 가까스로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헌데 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그건 허황한 꿈이였다는걸.…》

퍼그나 놀라신 기색이 원수님의 밝으신 안색을 흐리게 했습니다. 뜻밖에 듣게 되신 혁이의 주눅든 말마디들이 원수님의 눈빛을 깊은 사색속에 잠기게 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느냐?》

혁이는 가빠오르는 숨결을 애써 누르며 문어구에 서있는 아버지, 어머니를 흘끔 곁눈질해보았습니다. 저으기 긴장해진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길이 그의 얼굴에 못박혔습니다.

아직은 집안사람들도 모르는 혁이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 시각 혁이는 원수님앞에서 모든것을 터놓고싶었습니다.

자기의 희망을 귀중히 여겨주시는 원수님앞에 마음속 그늘을 조금도 숨기고싶지 않았습니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