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손전화홈페지열람기
날자별열람


제35회


피여나는 꿈


5

이른새벽.

준공을 앞둔 시교외의 대상건설장을 찾으셨던 김정은동지를 모신 차는 시내로 향하고있었다.

풍요한 계절!… 무르익은 낟알향기, 산열매들의 향기와 멀고 가까운 산천의 다채로운 색채와 환희로운 설레임으로 가득찬 가을이였다. 도로옆의 코스모스들은 제 흥에 겨워 한들한들 춤을 추었고 선잠을 깬 새들도 푸릉거리며 날아내리기도 하고 갑자기 무엇에라도 놀란듯 흩어져오르기도 하였다.

그이께서는 무슨 즐거운 상념에 잠기시였던듯 빙긋이 미소를 그리시며 리주영부국장을 바라보시였다.

《언젠가 유명찬강좌장의 생일이여서 전화를 했는데… 여전하더구만. 그 억양센 목소리, 결곡한 성미…》

《전 그만 전우의 생일도 감감 잊고…》

리주영이 거쿨진 몸을 움썩거렸다. 그이께서는 최근에 완공기일을 앞둔 건축대상들에서 제기되는 문제들로 하여 눈코뜰새없이 바삐 지내는 리주영에게 다정히 뇌이시였다.

《집에 들어가볼 새도 없었지. 요즘 부국장동무 수고가 많소. 그런데 유명찬강좌장 말이요, 그가 아직도 아들을 그닥 미덥지 못해하는것 같더란 말이요. 아들이 이제는 한몫 할 나이로 자랐는데… 하여간 그들부자간이 재미있소.》

《원수님의 높으신 뜻에 따라서지 못할가봐 다잡아주는 마음에서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강명이의 소묘를 보고나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잘했소. 강명이의 솜씨가 점점 더 늘고있소. 〈새싹〉이 자기 모양과 특색을 갖추고 피여나고있더란 말이요.》

정이 푹 묻어나는 그이의 말씀을 들으며 리주영은 문득 언젠가 유명찬이 들려주던 사연깊은 그 여름밤의 이야기를 되새기였다. 조국의 밝은 래일에 대한 꿈과 사랑을 피력하시던 그이의 대학시절, 그밤의 일을 당연히 자기자신이 겪은것처럼 느껴지는 리유를 리주영은 너무나 잘 알고있었다.

바로 그자신이 21세기 건축의 새시대가 어떻게 태동하고 이 땅우에 펼쳐지는가를 산 현실로 목격한 그 무수한 낮과 밤들의 체험자, 증견자였기때문이였다.

그날들에 리주영은 건축으로 사회주의문명강국의 새 모습을 그려나가시는 그이의 비범한 건축학적자질과 예지, 특출한 미감과 진취적인 탐구자세, 기발한 착상력에만 경탄한것이 아니다. 건축과 더불어 인재강국건설의 새 력사를 창조해나가시는 그이의 위인상은 또 하나의 거대한 감동과 격찬의 세계였다. 대학생들의 설계형성안들과 도안들을 지도하실 때면 과분한 치하도 해주시고 때로는 안목도 넓혀주시며 세계를 향한 조선식환상의 나래를 활짝 펼쳐주시는 위대한 스승의 손길아래서 얼마나 많은 제자들이 자라나고 성장했던가.

어느날엔가 하시던 그이의 말씀!

《사회주의문명강국의 래일은 몇몇 건축가나 전문가들의 힘만으로는 가꿀수 없소. 이 땅을 밟고사는 모두가 조국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원예사가 되고 창조자가 되여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앞자리에도 응당 젊은 세대가 서야 합니다.

요즘 다들 젊어진다고 하는데 그 말이 얼마나 좋소! 시대가 젊어지고 사람들도 젊어지고…》

젊음! 젊다는것은 결코 인생의 나이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사랑과 희망, 꿈속에서 젊어진다. 절세의 위인을 닮아서 우리 시대가 젊어지고 약동하고있는것이다.

가슴에 물결치는 이런 충격에 묻혀있는 리주영에게는 차창너머로 비껴드는 거리의 가로수들아래로 펼쳐진 새 품종 잔디의 푸른빛이 더욱 의미깊게, 선명하게 안겨오고있었다.

새 잔디의 푸른빛에 사색을 얹고계시던 김정은동지께서 금릉동굴 쇠바줄다리쪽으로 차를 몰라고 하시였다. 차는 지난해 여름부터 운영하고있는 릉라인민유원지전경을 다시 보고싶으신 그이의 심정을 안고 속도를 늦추어 다리우를 달리고있었다.

《부국장동무, TV에서 저 곱등어관, 물놀이장, 유희장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소?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더구만. 웃음이 그칠새 없더라니까. 이제 웃음집, 거울집이 완공되면 더할거요.》

그이께서는 TV화면으로 인민의 웃음 넘쳐나는 즐거운 화폭들을 보시던 감회를 더듬고계시는것이였다. 한여름의 무더위와 강바람 세찬 현지를 몸소 밟으시며 바쳐오신 로고는 감감 잊으신채 인민의 기쁨만을 생각하며 그리도 희열을 느끼시는 그이!

《웃음집마크도안이 아주 인상적이였소. 대학생의 도안이였지.》

그날의 회억을 떠올리신 그이께서는 사색깊은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대학생의 도안이 선택되였다는 의미가 례사롭지 않소. 우리 시대 대학생들의 모습을 새롭게 보게 된 하나의 계기였다고도 할수 있소. 어떻게 하면 그들모두를 하루빨리 문명강국건설의 척후대로 키울수 있겠는가. 나는 대학생들의 국제프로그람경연 우승소식을 듣거나 그들의 참신한 착상이 깃든 설계형성안들을 볼적마다 자주 그런 생각을 하군 합니다.

참, 부국장동무의 모교도 이제 곧 창립절을 앞두고있지요?!》

《예, 전승의 해에 재더미를 헤치고 태여난 대학입니다.》

《전승의 해에 태여난 대학!》 하고 뇌이시며 김정은동지께서는 어언 창립 60돐을 맞는 평양건축대학이 오늘 사회주의문명강국건설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임무가 중요한것만큼 대학에 나가 건축인재들을 고무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계시였다.

어느덧 차는 금릉동굴을 가까이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모란봉 청류벽언덕에 차를 세우게 하시였다.

《해솟는 아침을 배경으로 문수지구의 새 건축대상들을 보고싶구만.》

마침 저 멀리 건듯 들리운 동켠하늘자락을 물들이며 피여오르는 적황색노을에 실리운듯 아침해가 불끈 솟아오르고있었다. 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 격정을 터치시였다.

《 〈해돋이 순간은 열정의 순간〉 하는 노래가 있지. 정말 장쾌하구만. 혁명가는 이런 새벽을 맞는 멋에 사는것 같소.》

그 정서에 물들어 더 청신해진듯 한 아침대기, 해돋이순간의 랑만…

청류벽언덕우에 서니 태양빛이 아낌없이 쏟아져내리는 가운데 문수지구의 새 모습들, 그 한 기슭에 키솟구는 문수물놀이장이며 그옆으로 잇달아 류경치과병원, 아동병원이 더 정답게 한눈에 다가드는듯싶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모란봉 솔숲의 가을정취를 한껏 감수하시며 대동강너머 한곳을 가리키시였다.

《저기 아동병원은 아직 이름을 못 달았지.… 어떻소? 옥류아동병원이라고 달면 좋겠구만.》

김정은동지의 안광이 밝게 빛났다.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옥처럼 다듬어낸다는 의미도 실리고…

《옥류, 옥류… 대동강 맑은 물이 구슬처럼 흘러내리는 문수지구에 자리잡은 옥류아동병원, 참 뜻깊은 이름입니다. 정말 좋습니다.》

《그렇소?! 합격되였다는건데!》

강변의 새벽고요를 흔드는 그이의 청청한 웃음소리!

《아동병원건설도 다 되여가고있지?》

《예, 내부의 세부작업 몇가지가 남았더랬는데 그나마 오늘래일내로 다 마무리될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화그림들은…》

《무슨 일이 있소?》

리주영은 엊저녁 현지에 나가본 사실을 그이께 말씀올리였다.

건설자들중에 애호가들이 저마끔 그린 수십장의 동화그림들을 보던 리주영은 자기 사업의 실책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림이야 무슨 문제로 될가싶어 급히 준비시킨것인데 준공을 앞둔 마지막대목에 와보니 너무도 어설퍼보이는게 후회막급하였다. 일정한 방향과 의도도 없이 그저 일반적인 과업으로만 준 결과였다.

《아동그림을 전혀 손대보지 못한 사람들이 개별적인 취미에 따라 산발적으로 그리다보니 그림들의 내용이 련결되지 못했고… 기본은 동심을 살리지 못한것이라고 보는데…》

《동심을 놓치면 무슨 아동그림이겠소? 어린이는 곧 동심이고 동심은 때묻지 않은 깨끗한것이고 자유분방한것입니다. 동심이라고 해서 단순하고 폭이 좁은것으로만 리해해선 안됩니다. 물론 현지에 나가봐야 전모를 알겠지만 동무말을 들으면 의인화만으로 동심을 다 담을수 있다고 단정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누만.》

그이께서는 솔향기가 물씬거리는 청류벽둔덕길을 천천히 거닐으시며 화제를 이으시였다.

《우리가 아동병원그림형상에 관심하는것은 순수 장식효과나 바라서가 아닙니다. 어린이들의 치료는 물론 지능계발에도 도움이 되게 하자는것입니다. 말없는 그림이 아이들의 치료심리나 인식적, 정서적면에서 의사들이나 부모들이 못다하는 일을 대신할수도 있단 말입니다.》

김정은동지의 열정에 넘치신 음성이 계속 울렸다.

《설비는 최신식으로, 병원의 환경은 동심에 맞게! 이런 목표를 걸고 내부장식그림들도 멋들어지게 다시 해줍시다.

그러자면 두 측면에 모를 박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으로, 이것이 첫째이고 다음은 그림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심어줄수 있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치료를 받으러 온 아이들의 눈동자에 래일이 비끼게 합시다. 자기들이 가닿을 미래의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지게 하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신심을 주게 말이요. 이것을 내부장식창조의 기준으로 삼읍시다.

그러되 지금처럼 몇장정도가 아니라 더 많이, 더 훌륭하게! 이왕이면 아동병원복도와 입원실들의 벽면을 동심을 반영한 그림들로 꽉 채우자는거요.》

리주영이 급히 수첩에 몇자 적어나갔다.

《즉시 과업을 주겠습니다. 소재선택에서나 형상에서 세련되고 원만한 수준을 보장하자면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난 평양미술대학에 맡겼으면 좋겠구만. 대학생들에게 말이요.》

수첩을 쥐고있던 리주영의 손이 흠칠했다. 놀랍기도 하여 주위를 휘- 둘러보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아닌 대학생? 또 아동병원은 그이께서 얼마나 품들여 지도하시는 중요대상인가?

피뜩 떠오르는것이 있다. 국가산업미술전시회장에서 돌아오는 차안… 《아직 배우는 단계에 있는 학생들인데…》 그 말에 격한 심정 누를길 없어하시던 그이!

불현듯 그이의 안광이 번뜩이였다.

《왜? 대학생들이라고 미덥지 않소? 그들이 그림을 그리면 오랜 화가들보다 생신하고 기발한 착상이 나올수 있소.》

그렇다. 년령기적특성으로 봐도 환상이 나래치는 시절. 진취성과 패기가 있고 모험심 또한 강한 그들의 기질적, 심리적특성이 수백, 수천점을 예견하는 이번 아동그림형상에 더 필요할것이다. 그리고 제 손으로 실질적인 창조물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시야도 넓히고 착상력, 형상력도 최대로 발휘되게! 대학생들의 꿈과 포부도 커지게!… 교육과 실천의 결합을 통한 성장, 여기에 또한 우리가 대학생들에게 맡기려는 의도가 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아침해빛이 눈부신 동녘하늘을 바라보시였다.

《동무도 강명이의 소묘 〈새싹〉을 봤겠지? 동무도 인정하듯이 대학생의 수준치고는 괜찮은 작품이요. 그 초본은 중학교때 그렸는데 만일 그 그림을 아버지가 장난으로만 외면했다면 강명이의 오늘이 과연 있을수 있겠는가. 또 오늘 배우는 단계에 있는 대학생들이라고 해서 배우는것만이 전부라고 여긴다면 그들의 래일이 그만큼 더디여지지 않겠는가. 노래에도 있듯이 더 좋은 래일을 앞당겨오자는 의미가 과연 무엇이겠소?! 우린 이걸 깊이 생각해봐야 하오.

오늘의 꿈! 래일을 향한 꿈! 그 꿈은 피여야 합니다. 피여서 만발하고 화창해야 합니다.》

한찰나 초점을 잃었던 리주영의 눈앞이 당장 강한 촉수의 빛을 받은듯 선명해졌다. 새 세대들을 문명국건설의 개척자로 불러주시는 그 믿음이 커다란 충격의 뢰성으로 가슴을 쾅쾅 울리고있었다.

김정은동지의 음성이 높아지셨다.

《나는 아동병원 장식그림전체를 통채로 그들에게 맡기자는거요, 통채로! 필요한 그림자료들도 보내줍시다.》

이어 그이께서 화제를 바꾸시였다.

《부국장동무는 아동그림도 더러 그려봤소?》

어름거리는 리주영을 눈여겨보시며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아동그림과 인연없이 자란 사람은 아마 없을거요. 우리 글을 배우기 전부터 아이들의 말없는 길동무로, 스승으로 되여준것이 아동그림책들이요. 아동그림의 의미가 결코 작지 않소.》

김정은동지께서는 문득 《동화그림책》이라는 아동가요구절을 떠올리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요즘 내가 우리 나라 음악대전집을 드문히 보군 하는데 1950~1960년대를 비롯해서 1980년대에도 좋은 아동가요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가. 그런데 지금 그 전통이 원만하게 계승되지 못하고있다. 아동화가, 아동작곡가, 아동작가라면 제3부류로 여기는 경향이 우리 문단과 예술계에 왕왕 존재하고있다. 이건 결국 아이들을 무시하는것과 같다. 우리는 교육과 함께 예술작품을 통한 지적교양, 정서교양, 도덕교양도 중시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교단의 강의도 큰몫을 차지하는 법이다. 그러자면 우리 나라에서 세계적인 만화영화, 명작동화, 아동명작소설들이 꽝꽝 나오게 해야 한다.…

어느덧 다리우로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첫 로선을 달리는 뻐스, 산뜻하게 교복을 입은 대학생들의 모습…

김정은동지의 사색은 이어지고있었다.

아동그림! 사실 동화그림이라는게 얼마나 반갑고 정이 가는 세계인가. 우리가 큰 마음먹고 건설하는 아동병원에 아동그림들도 멋들어지게 그려주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텐가. 그리고 그 그림형상을 대학생들에게 맡기면…

그이께서는 크나큰 기대감과 확신을 안고 큰 호흡을 하시였다.

《가만, 지금 대학생들이 실습계절이 아니던가?》

《예, 그들을 빨리 평양으로 불러야 할것 같습니다.》

《좋소. 구체적인것은 래일 아동병원건설장에 나가보고 결정합시다. 대학생들을 믿고 대담하게 맡깁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확신에 찬 어조로 이르시였다.

그렇다, 아동병원을 대학생들의 실습장으로 아낌없이 내여주자! 그래서 대학생들의 모습이 화첩이 아니라 시대의 창조물에 빛나게 하자!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