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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그밤, 그 새벽


5

해빛은 따갑고 파도는 기슭에서 어리광친다. 해빛을 취하도록 마시고 끝간데없이 드러누워 흥떡이며 굼니는 초록빛바다, 은모래 도글도글 반짝이는 하얀 백사장, 그뒤로 상긋한 솔향기가 진동하는 나무숲…

사공복천은 뽀트경기의 출발선에 나섰다. 작은 가슴은 마냥 활랑인다. 산골에서 자라 물에서는 돌덩이인 그로서는 난생처음 나선 경기였다. 야영소소년단담당지도원이 덩지가 크고 힘깨나 쓸것 같아 그를 3분단선수로 지목했다. 게다가 물과 이어진듯싶은 《사공》이라는 성이 매혹적인 작용을 했던것이다. 아무튼 복천은 선수로 뽑힌 날부터 소년단지도원의 뽀트훈련지도를 받았었다.

이윽고 출발신호가 울렸다. 한껏 긴장했던 복천은 노를 물속에 박고 힘껏 몸을 뒤로 제쳤다. 뽀트가 앞으로 쑥 미끄러져나갔다. 그러나 다음순간 옆주로에 있던 4분단뽀트가 총알처럼 씽 앞섰다.

와아- 백사장도 응원열로 달아올랐다. 수영복만 입은 발가숭이들이 북통과 꽹과리를 두드리며 야단법석했다. 복천은 얼핏 뒤를 돌아봤다. 1분단과 2분단뽀트들은 뒤전에서 어물거렸다. 하지만 앞선 4분단뽀트는 점점 멀어져갔다. 조바심이 났다. 제창 잦은 노질로 넘어갔다. 생각보다 뽀트는 더 굽떴다. 돌연 《노를 크게 저어라!》 하는 웨침소리가 메아리쳐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훈련에서 익힌대로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고 호흡을 깊숙이 들이키며… 노를 뒤로 당겼다. 뽀트는 한결 기운차게 달렸다. 늠실늠실 다가오던 파도가 배코숭이에서 쩍쩍 갈라진다. 바다물도 장하다는듯 배전을 철썩철썩 두드린다.

또다시 북소리, 함성소리… 바다도 끓고 백사장도 끓었다. 복천은 심호흡과 몸의 률동을 맞춰가며 씽씽 나갔다. 물면우에서는 《3》자 표식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복천의 귀환점이였다. 귀환점가까이에서는 한 처녀애가 감시원완장을 팔에 두르고 뽀트들을 살피고있었다.

신바람이 난 복천은 소금기가 밴 대기를 페장깊이 빨아들이며 한본새로 노만 저어댔다. 그통에 귀환점에서 속도를 늦추고 잦은 노질을 하게 된 묘기를 까맣게 잊고있었다. 감시원처녀애가 기겁한 소리를 질러서야 펄쩍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4분단뽀트는 귀환점을 맵시나게 돌고있는데 자기는 썩 지나고있지 않는가! 눈에서 볼이 일었다.

복천은 뽀트를 돌려세우기 바쁘게 귀환점을 향해 육박해갔다. 이른바 춤추듯 가락맞게 전진하던 경쾌한 률동이 급한 박절로 뒤죽박죽되였다. 복천은 덤벼치며 뽀트를 한옆으로 꺾었다. 뒤미처 선미쪽에서 무엇인가 부딪치는 충격과 함께 비명같은 가는 소리가 바람결에 지나갔다. 이미 분별을 잃은 복천은 어떤 재구를 쳤는지 알바가 아니였다. 눈앞에는 오직 4분단뽀트만이 크게 확대되여 안겨왔다. 그때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앞서나가던 4분단뽀트가 돌연히 멈춰서더니 빙그르르 배머리를 돌렸다. 헹, 노대가 빠진 모양이군. 때는 이때다! 복천은 쾌재를 올리며 결승선으로 돌진해갔다.

흥성들썩한 백사장, 꽃보라의 소나기, 풍짝이는 환영곡속에서 복천은 1등단상에 올랐다.

4분단뽀트는 맨 나중에 들어왔다. 그런데 거기에는 감시원처녀애가 실려있지 않는가. 복천의 뽀트에 얻어맞은 애였다. 사고를 치고도 아닌보살한 복천은 즉시에 꼴찌로 선포되였다.

며칠 지난 뒤였다. 분단별 수구경기가 있었다. 뽀트경기에서 《위신》이 납작해진 복천은 수구경기에서는 동지애를 발휘하리라 맘먹었다.

수구경기장은 물이 키를 넘었다. 물에서는 돌덩이나 다름없는 복천은 가슴에 구명대를 착용한 유일한 선수였다. 구명대만 척 차면 날바다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가 한창 열이 올랐을 때였다. 미칠듯 한 승벽에 몸이 달아 수구공을 자기편 선수에게 넘겨주고 상대방문전을 향해 돌입하던 복천은 갑자기 구명대가 훌쭉 잦아드는 바람에 더럭 겁이 났다. 바늘구멍같은데로 공기가 빠져나가고있었다. 복천은 누구인가 일부러 구명대에 구멍을 뚫고 풀로 붙여놓은듯 한 감촉을 느꼈었다. 하지만 더 생각할새가 없었다. 급기야 입으로 물이 쓸어들어오고 숨이 막혀 아부재기를 쳤다. 그러나 눈에 달이 뜬 선수들은 누구도 그를 관심하지 않았다. 복천은 물속에 몸이 잠기는 몽롱한 상태에서 《사람 살려요!》 하는 처녀애의 다급한 소리를 아슴푸레 들으며 의식을 잃었다.

복천은 야영소진료소 구급소생실에서 정신을 차렸다. 저녁녘이였다. 웬 처녀애가 구급실창밖턱을 짚고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어딘가 경원하면서도 주눅이 든 눈길이였다. 얼굴이 갸름하고 눈정기가 새록새록한, 전날 뽀트에 얻어맞은 자강도처녀애였다. 복천은 처녀애를 보는 순간 피뜩 물속에 몸이 잠길 때 아슴푸레 들렸던 사람살리라고 하던 처녀애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구명대에 뚫린 바늘구멍이 뇌리를 스쳤다.

《얘, 네 작간이지?》

《흥!》

《내 구명대에 구멍을 낸것 말야?》

《흥!》

《너 죽어볼래!》

《흥!》

복천의 두눈꼬리가 당장 이마우에 날아올랐다. 주먹을 쥐고 침대에서 벌떠덕 튕겨일어났다. 그러자 처녀애는 날쌔게 창문을 열더니 사과구럭을 창턱에 올려놓고 어디론가 달아뺐다.…

《재미있소, 재미있어. 깜찍한 신아가 병주고 약주러 왔댔군, 하하…》

김정은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자못 경거망동하고 우둘렁거리는 감궂은 소년과 지나친 보복에 주눅이 들었던 소녀, 어린시절 그들의 생활이 눈앞에 방불히 그려지시였다.

《다툼끝에 정이라고 후일담은 서로 정분을 두터이 한 과정이였겠지?》

그이께서는 무등 흥미가 동해하시였다. 복천은 그이의 허물없는 호기심에 저도모르게 끌려 마음속에 가득차있는 하많은 사연을 다 퍼내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었다.

《군사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가게 된 저는 기념으로 전우들과 함께 진귀한 나무들을 떠가지고 금수산기념궁전(당시)수목원을 찾았습니다. 마침 대학생들이 나무를 심고있었습니다. 나무심기는 오후에도 계속하게 되였습니다. 점심시간에는 군인, 대학생련환오락회가 열렸습니다. 흥겨운 노래와 춤이 번갈아 진행되였습니다. 오락회가 절정에 올랐을 때 한 녀대학생이 나섰습니다. 퍼그나 수집어하는 처녀였는데 그는 노래대신 자작시를 읊었습니다.

자기가 나서자란 고향에 대해 말하면서 심심산골의 작은 분교, 뜨락같은 운동장, 다섯명의 아이들,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생활들을 펼쳐나가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와들짝 놀란 저의 가슴은 금시에 달아오르고 온몸에서는 피가 줄달음쳤습니다. 그것은 산골에서 자란 저를 두고 지은 시같았습니다. 몹시 격동된 저는 자리를 차고 일어나 무작정 그한테 달려나갔습니다. 그의 손을 뜨겁게 잡고 열렬히 축하하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웬일이겠습니까. 앞에는 그리도 낯익은, 어릴적 그 겁많고 주눅이 들었던 깜장눈이 기쁨을 함뿍 담고 저를 바라보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결혼식날이였다. 평양에서 잔치를 하게 된 복천은 이날을 뜻깊게 하고싶어 신아를 데리고 경치좋은 바다가로 나갔다. 승용차는 교외를 벗어나 달리였다. 복천의 곁에는 화려한 꽃문양이 돋친 눈부신 치마저고리를 입은 신아가 향기로운 꽃속에 묻혀있었다. 어제날 봄날의 애순처럼 섬약하던 모습은 흔적조차 없는 쭉 빠진 몸매, 정기로 반짝이는 눈에 어린 아련하고 행복한 미소… 복천은 신아의 손을 꼭 잡았다.

신아, 아득한 옛적에 말이요. 항간에서는 우리 조상이 나루배를 다루는 사공이였다는 말도 있었소. 그래서 우리 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지어주며 우린 물에서 살아온 조상의 후손들이니 물에서 복을 따라고 《복천》이라 했다는거요. 할아버지가 얼마나 선견지명하오. 난 신아를 물에서 만났으니까. 그래 내 오늘 신혼의 첫 유람을 바다가로 택했소. 우리의 인연을 맺어준 그 야영소바다는 아니지만 신아와 함께 바다가를 거닐며 마음을 가다듬고싶소. 한생 바다처럼 끝없이 사랑하고 바다처럼 변함없이 억세고 줄기차게 살리라고 말이요.…

복천은 이야기를 맺었다.

시종 따뜻한 미소속에 들으시던 김정은동지의 안색이 근엄해지시면서 그 어떤 섬광같은 빛줄기가 뿜어나왔다. 침묵이 흘렀다. 부지중 한세건은 그이의 심원한 사색의 바다속에 온넋이 빨리우는 세찬 흥분에 휩싸였다. 언제나 그러하듯 비범한 예지로 빛발치는 그이의 창조의 세계는 어둠을 불태우는 해빛처럼 눈부시고 일망무제한 우주처럼 끝없었다.

한세건은 위대한 창조의 그 무한하고 눈부신 빛발속에서 이제 당장 하늘이 열리고 땅이 치솟을것 같은 벅찬 예감으로 숨을 죽이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힘찬 박동으로 뛰는 심장을 잠시 진정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복천동무, 동무가 할아버지의 예언대로 복을 얻게 된 그 물, 그 바다가 과연 무엇일것 같습니까?》

《예?!》

복천은 의아해했다. 아직 지난 생활의 단꿈에서 깨여나지 못한것 같았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에게 사색의 곬을 틔워주시려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의 표현을 빈다면… 따가운 해빛, 해빛을 취하도록 마신 초록빛바다, 흥치며 굼니는 파도, 반짝이는 하얀 백사장, 뽀트경기와 응원… 이 모든것은 어버이장군님품속에서 생긴 자연이고 생활이 아니겠습니까. 장군님께서는 우리 아이들과 인민들에게 그런 생활과 기쁨을 주시려 땀으로 야전복을 적시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시였습니다. 그래서 장군님은 전선으로 아이들은 야영소로라는 노래가 나온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바로 그런 생활, 그런 삶의 환희를 여기 물놀이장에 펼쳐놓자는거요. 그렇게 되면… 우리 인민들이 누리는 그 환희로운 생활을 어버이장군님께서 보신다면 만시름을 놓으시고 환하게 웃으실것입니다.》

복천의 거밋한 관자노리가 움씰하고 흐려있던 눈에 흥분의 빛이 번뜩이였다. 여태 생활의 뿌리를 망각하고 할아버지의 예언대로 자연이 준 복으로만 여겼던 그의 얼굴이 밝은 광채로 빛났다.

한세건이도 가슴이 후두두 뛰였다. 그렇게 피타는 고심과 애끓는 탐구의 낮과 밤을 보내면서도 찾지 못했던 화폭이 희미한 감각으로 안겨오는 전률에 온몸이 떨렸다.

그들의 모습을 뜨거운 눈길로 지켜보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격앙되는 심정을 누를길 없으시여 한세건이와 복천의 손을 힘있게 잡으시였다.

《그래 동무들, 지나온 생활은 물론 매일 매 순간마다 피부로 감각하고 온몸으로 체험하는 자신의 생활을 음미해보시오. 복천동무, 동무가 제일 기쁠 때가 뭐라고 했던가?》

복천은 깊은 의미를 담고 물으시는 그이를 넋없이 우러르며 입속말처럼 뇌이였다.

《그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제가 창조한 건축물을 보시면서 우리 장군님의 기쁨을 생각하실 때…》

복천은 가슴이 꺽 막혔다. 어떤 거대한 충격이, 폭발같은 눈부신 섬광이 뇌리에서 번쩍했다. 그러자 눈앞에 위대한 인간의 자애로운 영상이 우렷이 솟아올랐다.

《아, 최고사령관동지!…》

복천은 눈물을 왈칵 쏟으며 그이의 품에 와락 몸을 던졌다. 그리고는 환희의 흐느낌을 터치였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높으신 뜻을 이제는 알았습니다. 우리는 이 물놀이장에 어버이장군님을 모시겠습니다. 해당화향기 풍기고 싱그러운 해풍이 불어오는 푸른 바다가… 파도는 넘실넘실 춤추고… 은모래 반짝이는 백사장에서 우리 인민이 세기를 두고 꿈꾸어오던 물놀이를 보시며… 시름놓고 웃고계시는 우리 장군님의 태양의 모습을…》

김정은동지께서는 가슴이 뭉클하시여 푹 젖은 갈리신 음성으로 받으시였다.

《고맙소, 고맙습니다! 진실로 인민의 사상감정과 정서를 담은 화폭은 우리의 풍부하고 아름다운 생활속에 있습니다. 우리 어버이장군님을 이 물놀이장에 모시여 영원히 웃으시게 합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복천의 어깨를 꽉 끌어안으시였다. 마음같아서는 업고다니고싶으시였다. 이런 슬기롭고 대견스러운 젊은이들이 있어 나라의 문명과 건축예술의 래일은 끝없이 창창하리라는 확신이 더욱 굳어지시였다.

한세건은 숭엄한 격정에 눈물이 핑 어리였다. 그 뿌잇해지는 눈앞으로는 하늘의 별을 밟으시며 여기 물놀이장에 오시여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짓고계실 위대한 어버이의 영상이 어려왔다.

아, 평범한 인간들의 생활속에서 보석같은 씨앗을 찾아 거대한 불멸의 화폭을 창조하도록 이끌어주시는 그이, 그 비범하고 무한대한 예지의 빛발이 비치여 우리 조국의 래일은 또 얼마나 문명하고 아름다울것인가!

불현듯 한세건의 눈앞에는 우리 당이 리정표로 내세운 사회주의문명국의 표상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그는 크나큰 격동에 뻐근해지는 가슴을 쭉 펴며 그이의 앞에 나섰다.

《원수님, 저는 지금까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훌륭한 건축물들과 활성화된 인민생활기지들을 보실 때마다 〈우리 장군님께서 보셨더라면 얼마나 기뻐하셨겠습니까.〉라고 말씀하시는 그 깊은 뜻을 미처 몰랐댔습니다. 제 자식이나 인간에 대한 참사랑이 없이 그 무슨 희한한것에 젖어있던 제가 어찌 헤아릴수 있었겠습니까. 제 오늘에야 바로 그 높으신 뜻에 우리의 문명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온몸에 파도치는 기쁨을 다시금 느끼시며 한세건이한테 정찬 눈빛을 보내시였다.

《참 기쁩니다. 한동무, 우리는 온 나라 곳곳마다 다계단으로 일떠세우는 건축물들과 인민생활기지들을 실지 우리 장군님께서 보신다면 크게 기뻐하실수 있게 창조해야 합니다. 장군님의 기쁨과 미소속에 우리 인민의 념원과 누리게 될 문명한 생활의 높이와 기준이 있습니다.》

쏴- 한줄기의 바람이 열려진 창문으로 흘러들었다. 새벽기운이 돋친 신선한 가을바람이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상쾌한 대기를 호흡하시며 또 한밤을 지샌 거뜬한 기분과 함께 이해의 수확의 계절은 땅우에도 문명의 열매를 풍성히 익히는것 같아 마음이 하냥 즐거우시였다.

《복천동무, 물놀이장이 문을 열면 동무네 부부가 맨 먼저 즐길것을 부탁합니다. 어릴 때처럼 다투지는 말고, 하하…》

푸른 정기가 흘러넘치는 김정은동지의 안광은 봄빛같은 미소로 환해지시였다. 주위세계가 금시에 밝아지였다. 멀리 동녘하늘가에 희푸르스름한 빛이 서서히 퍼지며 날이 휘연해지였다.

이 나라의 새벽이 밝아오고있었다.


주체10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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