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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그밤, 그 새벽


4

대동강반의 드넓은 구역을 차지한 문수물놀이장에도 고즈넉한 정적이 흘렀다. 어제까지 실내와 야외의 여러 수조들에 대한 최종시운전을 성과적으로 끝냈다. 마감세부장식이며 주변정리도 완결되여 이제 중앙홀만 완성되면 당창건기념일을 맞으며 준공할수 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불빛이 훤한 지하주차장을 거쳐 물놀이장중앙홀에 오르시였다. 넓은 중앙홀은 천정가운데 현란한 무리등이 걸려 대낮처럼 밝았다. 홀 한켠구석에는 건축설계가들을 위한 작업장을 림시 꾸렸는데 누구인지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있었다.

《허, 텅 빈줄 알았는데… 주인이 있었군.》

김정은동지께서는 허물치 않으시고 오히려 반색하시였다. 한세건이 보기가 딱하여 그쪽으로 다가갔다.

《깨우지 마시오, 밤을 새운것 같은데.》

그이께서는 저으기 낮은 소리로 속삭이시였다. 잠에 취한줄 알았던 그가 인기척에 머리를 쳐들었다. 하지만 한동안 까딱 움직이지 못했다. 눈앞의 현실이 꿈인듯. 다음순간 그는 벌떡 몸을 세웠다.

《최고사령관동지, 건축설계실장 사공복천…》

《아, 복천동무로구만!》

김정은동지께서는 불쑥 치미는 따뜻한 정을 안고 싱싱한 혈기가 넘쳐나는 복천의 손을 꽉 잡아주시였다.

《그래 책상에 엎드려 뭘 구상하댔소?》

《아닙니다. 깜빡 잠들었댔습니다.》

《잠들었댔다니, 나라의 건축문명이 동무들의 이 책상우에서 움튼다는것을 잊은 모양이군.》

그이께서는 짐짓 나무라시면서도 티없이 솔직한 그가 마음에 드시였다. 복천은 생기가 빠진 꺼칠한 얼굴과 고뇌의 빛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짓숙였으나 북받치는 격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물의 환희》의 수치감이 머리를 들때려 낯빛이 꺼멓게 질렸었다.

《최고사령관동지, 제가 당의 기대와 믿음에 미처 따라서지 못하였습니다.》

복천은 심심히 자신을 반성하였다.

그이께서는 관골이 두드러지고 창백해보이는 그가 밤을 지새며 모대긴것 같아 가슴가득 련민의 정이 끓어오르시였다. 번민속에 부대끼는 그한테 힘을 주고 고무를 주고싶은 충동을 강렬하게 느끼시였다.

《복천동무, 당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새롭게 착상하고 독특하고 특색있게 창조할것을 바라고있습니다. 그래서 동무들의 안목도 넓혀주고 또 자기의것을 더 잘 알도록 다른 나라 건축물들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그래, 여러 건축물들과 함께 물놀이장도 봤겠는데 감상이 어떻습니까?》

자못 처져있던 복천은 얼굴을 쳐들었다. 그는 려행과정에 조국의 아름다움과 민족적긍지감을 더더욱 절절히 느꼈으므로 가슴을 펴고 말씀드릴수 있었다.

《나라들마다 큰 도시에 실내수영장과 물놀이시설들이 있었습니다. 건축물들이 자기식의 사치스러운 외형미를 갖추어 호기심과 유혹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값비싼 마감건재와 재료들을 들여 눈맛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사람들의 눈을 끌게 하는 화려한 도금미였습니다. 실지 쓸모에서는 대중화되지 못하고 돈과 권세있는자들의 도락을 위한 유흥장이였습니다. 때문에 물놀이장에 대중용바다물수조같은것은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그럴수밖에 없습니다.》

그이께서 수긍하시였다.

《건축물의 생활적인 실용성을 차요시하면서 외형미만 강조하는 인기적이고 광고적인 건축은 형식주의이고 자연주의입니다. 그것은 봉사활동이 근로대중을 위한 복무가 아니라 리윤추구에 목적을 두었기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도시복판에 바다물을 끌어들이는 엄청난 투자는 결코 쉽게 할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복천동무, 우리가 건설하려는 문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복천은 순식간에 더운 피가 관자노리에서 들뛰였다. 세찬 흥분에 공기를 한껏 들이쉬였다. 그는 자신심에 넘쳐 호기있게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우리 인민이 즐겨야 할 물놀이장은 편리성이나 미학성에 있어서 세상에 없는 일류급으로 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없는것으로 돼야 한다?…)

그이께서는 입속말로 되받아뇌이시였다. 확실히 당의 품속에서 배운 새 세대 건축가다왔다. 나라의 건축과학을 세계적수준에 올려세우려는 의기도 열렬하고 세계를 딛고 올라서려는 배짱도 보이였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일류급의 건축물들을 세우고 거기서 향유하는 생활이 과연 우리의 문명이라 할수 있겠는가? 우리 인민의 감정과 정서, 구미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이 아무리 세계적인것이라 하여도 우리가 누릴 문명이 아닐것이다.

《복천동무, 그래서 우리가 물놀이장에 바다물수조를 넣었다고 생각합니까?》

굳이 대답을 듣고싶어하시는 물으심이 아니였다. 문득 이미 짐작하신대로 이들이 범한 실책이 어디에 기인되였는가가 명백해지시였다. 우리가 건설하고있고 또 우리 인민이 향유할 문명에 대한 표상이 그 어떤 세계적인것, 다른 나라에 없는 《희한한》것, 이른바 세계일등급에서 찾고있는 그 사상관점이였다.

《나는 언제인가 당보에 실린 실화를 읽은적이 있습니다. 한 녀기자가 쓴 기사인데 그는 어린시절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의 바다생활을 잊지 못해하였습니다. 평양에서 살고있는 그한테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각별하였습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읽으며 우리 인민이 좋아하는 바다, 특히 아이들한테 바다를 주고싶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말씀을 더 이으실수 없었다. 갑자기 복천의 눈자위가 휘둥그래졌다. 볼편근육이 움씰거리고 조갈이 든 입술이 떨었다.

복천은 벅찬 감격에 터질것 같은 가슴을 다잡고 가까스로 말씀을 드리였다.

《최고사령관동지… 그 실화를 낸 리신아가… 저의 안해입니다.》

《?!》

한순간 그이께서는 크게 놀라시였다. 잊지 못할 인간의 운명이 마치도 아름다운 무지개의 빛갈처럼 안겨와 가슴속에서는 기쁨의 물결이 출렁이였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더니… 한동무, 생활이란 얼마나 기이하고 극적인가 보시오. 고난의 시기 장갑의 주인공이 바로 복천동무의 안해란 말입니다. 하하…》

그이의 명쾌한 웃음소리가 홀안을 꽉 채우며 뒤흔들었다. 놀라움에 굳어졌던 한세건이도 즐겁게 웃었다. 복천은 그이의 쾌청한 웃음소리에 여직껏 가슴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졸지에 사라졌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훈훈한 감개에 젖어 오랜지기와 해후를 나누시듯이 복천의 손을 잡아 자신의 곁자리에 앉히시였다.

《그래 신아동무와는 언제 가정을 이루었소?》

《3년전입니다.》

《신아동무가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을 마치고 당보기자로 성장한것은 나도 알고있습니다. 복천동무의 고향도 자강도입니까?》

《아닙니다. 량강도 산골내기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를 알게 됐습니까?》

《…》

어딘가 희떱고 직통배기인 복천이지만 이 순간 웬일인지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한것은 저 멀리 세월의 수평선너머에 찍힌 어린시절의 자취들이 너무도 진하고 벅차고 순결한 행복으로 가슴에 그들먹이 차있어서였다.

《저희들의 인연은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로부터 시작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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