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그밤, 그 새벽
4
대동강반의 드넓은 구역을 차지한 문수물놀이장에도 고즈넉한 정적이 흘렀다. 어제까지 실내와 야외의 여러 수조들에 대한 최종시운전을 성과적으로 끝냈다. 마감세부장식이며 주변정리도 완결되여 이제 중앙홀만 완성되면 당창건기념일을 맞으며 준공할수 있었다.
《허, 텅 빈줄 알았는데… 주인이 있었군.》
《깨우지 마시오, 밤을 새운것 같은데.》
《아, 복천동무로구만!》
《그래 책상에 엎드려 뭘 구상하댔소?》
《아닙니다. 깜빡 잠들었댔습니다.》
《잠들었댔다니, 나라의 건축문명이 동무들의 이 책상우에서 움튼다는것을 잊은 모양이군.》
복천은 심심히
《복천동무, 당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새롭게 착상하고 독특하고 특색있게 창조할것을 바라고있습니다. 그래서 동무들의 안목도 넓혀주고 또 자기의것을 더 잘 알도록 다른 나라 건축물들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그래, 여러 건축물들과 함께 물놀이장도 봤겠는데 감상이 어떻습니까?》
자못 처져있던 복천은 얼굴을 쳐들었다. 그는 려행과정에 조국의 아름다움과
《나라들마다 큰 도시에 실내수영장과 물놀이시설들이 있었습니다. 건축물들이 자기식의 사치스러운 외형미를 갖추어 호기심과 유혹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값비싼 마감건재와 재료들을 들여 눈맛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사람들의 눈을 끌게 하는 화려한 도금미였습니다. 실지 쓸모에서는 대중화되지 못하고 돈과 권세있는자들의 도락을 위한 유흥장이였습니다. 때문에 물놀이장에 대중용바다물수조같은것은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그럴수밖에 없습니다.》
《건축물의 생활적인 실용성을 차요시하면서 외형미만 강조하는 인기적이고 광고적인 건축은 형식주의이고 자연주의입니다. 그것은 봉사활동이 근로대중을 위한 복무가 아니라 리윤추구에 목적을 두었기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도시복판에 바다물을 끌어들이는 엄청난 투자는 결코 쉽게 할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복천동무, 우리가 건설하려는 문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복천은 순식간에 더운 피가 관자노리에서 들뛰였다. 세찬 흥분에 공기를 한껏 들이쉬였다. 그는
《저희들은 우리 인민이 즐겨야 할 물놀이장은 편리성이나 미학성에 있어서 세상에 없는 일류급으로 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없는것으로 돼야 한다?…)
《복천동무, 그래서 우리가 물놀이장에 바다물수조를 넣었다고 생각합니까?》
굳이 대답을 듣고싶어하시는 물으심이 아니였다. 문득 이미 짐작하신대로 이들이 범한 실책이 어디에 기인되였는가가 명백해지시였다. 우리가 건설하고있고 또 우리 인민이 향유할 문명에 대한 표상이 그 어떤 세계적인것, 다른 나라에 없는 《희한한》것, 이른바 세계일등급에서 찾고있는 그 사상관점이였다.
《나는 언제인가 당보에 실린 실화를 읽은적이 있습니다. 한 녀기자가 쓴 기사인데 그는 어린시절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의 바다생활을 잊지 못해하였습니다. 평양에서 살고있는 그한테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각별하였습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읽으며 우리 인민이 좋아하는 바다, 특히 아이들한테 바다를 주고싶었습니다.…》
복천은 벅찬 감격에 터질것 같은 가슴을 다잡고 가까스로 말씀을 드리였다.
《?!》
한순간
《세상은 넓고도 좁다더니… 한동무, 생활이란 얼마나 기이하고 극적인가 보시오. 고난의 시기 장갑의 주인공이 바로 복천동무의 안해란 말입니다. 하하…》
《그래 신아동무와는 언제 가정을 이루었소?》
《3년전입니다.》
《신아동무가
《아닙니다. 량강도 산골내기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를 알게 됐습니까?》
《…》
어딘가 희떱고 직통배기인 복천이지만 이 순간 웬일인지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 한것은 저 멀리 세월의 수평선너머에 찍힌 어린시절의 자취들이 너무도 진하고 벅차고 순결한 행복으로 가슴에 그들먹이 차있어서였다.
《저희들의 인연은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로부터 시작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