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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그밤, 그 새벽

리 명

1

…출발신호와 함께 여러필의 말들이 일시에 네굽을 안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맨 나중에 말에 박차를 가하시였다.

뽀얀 먼지를 말아올리며 일선대형을 짓고 달리는 말들은 굽인돌이에 들어서면서부터 간격이 벌어졌다. 그 짬으로 장군님께서 타신 말이 살같이 빠져나갔다.

땅을 구르는 말발굽소리가 산발에 메아리친다. 휙휙 길녘나무숲이 바람소리를 지르며 스쳐지난다. 곧추 뻗은 길과 푸른 산발들이 마주 달려온다. 땅도 나무도 산천도 달린다.

말고삐를 억세게 조여잡고 웃몸을 말목가까이에 바싹 굽히신채 질풍같이 달리시는 장군님의 기상은 마치도 불비가 쏟아지는 화염속으로 기병대군을 이끌고 가시는듯 무쌍한 용맹과 위엄이 풍긴다.

기폭처럼 나붓기는 반외투자락, 섬광이 번뜩이는 존안, 온몸에서 발산하는 열정과 젊음…

미림승마구락부건설장에서 돌아오시는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눈앞에는 오래전에 위대한 장군님께서 일군들과 함께 경마장에 나서시였던 모습이 떠오르시였다.

그날 장군님께서 하신 말씀이 때없이 귀전에 울리였다.

…우리 인민은 조상대대로 승마를 즐기였다. 천년강국인 고구려때에는 누구나 어려서부터 말타기와 활쏘기를 중시하였다.

오늘날에도 승마는 체력을 단련하고 담과 배짱, 승벽과 기개를 키우는 매우 유익한 운동으로 되고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문득 자신께서도 말을 탈 때마다 체험하게 되는 말의 률동적인 억센 호흡과 탄력이 온몸에 퍼지면서 달릴수록 박차를 가하고싶은 질주의 쾌감, 끓어오르는 담과 용용 솟구치는 억척의 힘을 생각하시였다. 그러자 승마구락부를 하루빨리 인민들에게 안겨줘야겠다는 절박감이 세차게 가슴을 두드리였다. 그것은 어버이장군님의 뜻이자 문명한 생활을 지향하는 우리 인민의 꿈이였다. 우리 인민이 누려야 할 사회주의문명이 어찌 그뿐이랴. 그래서 지금 나라의 곳곳마다 경이적인 건축물들과 인민생활기지들을 다계단으로 일떠세우고있지 않는가.

김정은동지께서는 상념을 지우시며 차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높이 들린 하늘에는 고기비늘같은 구름쪼각들이 떠있었다. 산과 들이 황금옷으로 단장된 풍요한 계절이였다. 돌연 구름짬으로 저녁노을이 쏟아져내렸다. 대동강물면은 금시에 금빛으로 반짝이며 눈을 시그럽혔다. 그너머 모란봉숲과 5월1일경기장의 은백색의 웅장화려한 몸체는 불그레한 색조로 뒤바뀌고 이편 대안 울창한 숲의 향취가 흘러드는 곳에 거대한 각뿔모양으로 치솟은 문수물놀이장의 뾰족지붕이 검붉은 빛을 반사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새로 일떠서는 문수물놀이장이 가까이 다가오자 얼핏 한 인간의 미더운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리시였다. 국가건설사업을 맡아보는 한세건이였다.

한세건은 마식령스키장건설이 시작되자 현지에 나가 건설에서 설계의 요구와 질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지도사업을 책임적으로 하였다. 얼마나 깐깐하고 틈없이 하였으면 건설자들속에서 그를 《한세밀》이라고 하였겠는가. 실지 그는 서글서글하고 호방스러운 성미였지만…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외아들을 군대에 입대시켰다. 그 애가 지금 마식령스키장건설장에 가있었다.

올해 정초부터 한세건은 문수물놀이장건설장에 옮겨앉았다. 그곳에서도 손탁이 세게 일자리를 푹푹 제껴나갔다. 그런데 물놀이장건설의 마감단계인 중앙홀형성안에서 실책을 범할줄이야.…

그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해당 부서를 통하여 문수물놀이장 중앙홀형성안을 지도받고싶다는 의견을 받고 한세건을 부르시였다.

황급히 달려온듯 혈조가 핀 그의 얼굴은 환한 기색이였다.

볕에 그슬려 검실검실해진 훤칠한 이마아래 시원스레 번쩍이는 눈에서는 열정이 끓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를 반갑게 맞아주시였다.

《한세건동무, 그간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래 문수물놀이장중앙홀형성안이 나왔다지요?》

《예, 건축설계가들의 현상모집을 조직하였습니다. 우수하게 평가된 몇점을 가지고왔습니다.》

한세건의 어조는 자못 흥분되여있었다. 그는 제창 서류가방에서 몇점의 형성도안을 꺼내여 앞탁에 펼쳐놓았다. 그이께서는 한장한장 사색깊은 눈길로 들여다보시였다.

《한동무는 어느 형성안을 선택했으면 좋겠습니까?》

김정은동지께서는 한세건의 드놀지 않는 내심의 의지가 어린 륜곽이 뚜렷한 얼굴에 믿음어린 시선을 주시였다. 쉰줄에 들어선 그는 건설부문에서는 막히는것이 없는 다문박식가였다. 설계와 시공, 경제적타산이 밝아 이번에 문수물놀이장의 설계예산을 검토하면서 자재와 건재, 설비들의 국산화비중을 훨씬 높이게 하여 국가에 커다란 리익을 주었다.

한세건은 어떤 자신심에 떠밀려 훤한 이마를 번쩍 쳐들었다.

《저는 〈물의 환희〉가 마음에 듭니다. 지금 보시는 형성안입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들고계시던 형성도안에 다시 주의깊은 시선을 모으시였다.

은은한 빛으로 하여 아늑하고 안정된감을 주는 중앙홀공간, 물결무늬를 한 기둥들가운데 있는 원형분수터, 갖가지 모양과 색갈의 물보라와 분수, 그 모든것들이 서로 뿜기도 하고 교차되기도 하고 쌍곡선을 긋기도 하면서 화려한 신비경을 펼치였다.

《물이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물에다 넋을 부어넣으려고 애썼구만.》

《예, 인간에게 복무하게 된 물의 〈희열과 환희〉를 형상하려고 하였습니다.》

한세건은 사뭇 자신만만하게 말씀드렸다. 하지만 그이의 안색이 무거워지시였다.

《중앙홀형성은 물놀이장의 전체적인 주제를 안고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물의 환희〉라?…》

그이께서는 창밖, 줄기찬 해빛과 청신한 대기가 흐르는 정원숲을 내다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하긴 물과 인간이 서로 뗄수 없는 관계를 맺고있는것은 사실입니다. 생명의 기원을 물을 떠나 상상할수 없듯이 인간은 태고적부터 물을 따라 류동하면서 자기의 생활터를 정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발굴된 대동강문화유적들을 봐도 그래, 세계적판도에서 보아도 그래 인간은 큰강류역들에 자기의 삶의 보금자리를 꾸렸습니다. 오늘날에도 인간은 풍치좋은 호수나 바다, 강가에 휴양소나 주택들을 앉히고있습니다. 이 모든것은 죄다 인간이 물을 따라 생활터전을 잡고 살아왔다는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물을 사람들이 운집된 대도시로, 바다를 도시복판으로 끌어들여 사람들의 건강과 생활에 복종시키려고 합니다. 이것은 문명한 생활을 지향하는 우리 인민의 정서이고 꿈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꿈과 리상을 실현해가는 의지에 대해, 사랑에 대해 더 깊이 파야 하지 않겠습니까? 건축을 하나의 종합예술로 볼 때 〈물의 환희〉는 예술을 위한 예술, 어딘가 유미주의적경향이 다분한것 같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때 한세건이 우뚝 굳어지면서 얼굴색이 해쓱하니 질리고 시원스럽던 눈에서 빛이 꺼지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르시였다.

그러자 웬일인지 그가 마식령스키장건설장에 나가있으면서도 거기서 복무하는 아들을 한번도 만나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짚이시였다.

너무 일에 골몰하여 짬을 낼수 없어서였는지 아니면 아들을 아버지에 대한 의존심이 없이 키우고싶은 웅심이 작용해서인지. 그것이 만약 그의 뜨겁지 못한 인간미때문은 아닌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날 다른 내색은 하지 않으시고 중앙홀형성안을 다시 연구해볼데 대한 고무적인 말씀만 해주시였다. 그러나 아직 소식이 없었다. 필경 물놀이장중앙홀형성안을 붙안고 고민에 빠진것 같았다. 건설장에 들려 그를 만나보고싶으시였다.

하지만 최고사령부작전회의가 박두하여 단념하시였다.

미제는 지난해 우리의 인공지구위성 《광명성-3》호 2호기의 쾌승을 두고 장거리미싸일발사라느니,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위반》 이라느니 뭐니 하며 우리의 평화적위성발사에 부당한 제재조치를 취했다.

동시에 조선반도정세를 일촉즉발의 핵전쟁접경에로 몰아갔다. 세계는 숨을 죽이고 사태발전을 주시하였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전략적인 로선을 제시하시고 조국의 방선을 지켜야 할 수많은 군인들을 사회주의문명국건설에 떨쳐나서도록 명령하시였다. 적들은 기가 꺾이고 세상사람들은 경탄하였다.

지금 온 나라는 군인건설자들이 창조한 마식령속도의 열풍으로 끓고있었다. 마식령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구락부… 사회주의수호전이 총포성으로가 아니라 평화적건설로 진행되고있었다. 그러나 이즈음 서해의 열점지역과 군사분계선일대에서의 미제와 남조선괴뢰패당들의 전쟁광기는 날로 가증되고있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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