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해군댕기
리주
바다에선
해병모의
댕기 두오리
잠들지 않는다
병사가 날리는 기발인듯…
(무명시인 2014. 1. 15.)
1
밤, 다…
불쑥 타오르다 사그라지군 하는 불빛들…
적들의 함포사격은 벌써 몇달째 계속되고있다.
잠간씩 동안을 두고 광막한 바다물면은 먼 수평선에서 달음쳐오는 발사의 여광을 받아 피빛으로 출렁인다.
멀지 않은 바다기슭 어데선가에서 둔중한 폭음이 올리군 한다. 그러면 이 땅의 또 누군가가 침략자의 오만과 악행을 저주하며 잃어진 집과 상처입은 혈육을 부여안고 타오르는 분노속에 복수를 다짐하리라. …
이밤도 적의 군함들은 우리의 해변 가까이에 기여들어 주민지대들을 야수적으로 포격하고있다. 함흥과 원산을 비롯한 동해안의 수많은 도시들과 공장, 마을들이 페허로 되여버렸다.
어둠덮인 바다, 굴할줄 모르는 조선의 밤…
그것은 정전을 며칠 앞둔 7월의 어느날 밤에 있은 일이였다. …
그때로부터 60년세월이 흘러갔다.
…
《평양-개성고속도로가 시작되는 갈림길에서 차를 세우시오.》
농장마을쪽 갈림길로 시누렇게 익은 강냉이이삭들을 한가득 실은 뜨락또르가 퉁퉁 소리내며 달리고있다. 운전수가 보통욕심꾸러기가 아닌 모양 한발 잘되게 높인 적재함을 두개씩이나 련결해 끌고있다. 역시 잘 여문 강냉이이삭들을 넘칠듯 실은 달구지행렬이 길섶으로 바싹 붙어 바쁜길을 가고있다. 멀지 않게 강냉이창자들로 둘러싸인 탈곡장이 보였다. 가을걷이를 서두는 모습들을 보니 풍작을 마련한 사람들의 기쁨이
전선시찰을 마치고 이 길로 돌아오실 때면 언제나 잊을수 없는 하나의 회억이
기다림으로 밤을 보내던 잊지 못할 그날들이 이제는 소중한 추억으로만 간직되여있다.
…
승용차는 소리없이 멈추어섰다.
지난해 동해의 자그마한 군항에서 낯을 익힌 병사들의 모습이였다. 그날 구잠함의 기동훈련을 보아주실 때 얼마나 씩씩하고 활기에 넘쳐있던 전사들이였던가.
(함장 박명호, 수뢰수 림철순이…)
훈련결과를 보고하던 함장의 표정 뚜렷한 눈길과 어딘가 바르지 못한 자세로 대렬끝에 서있던 외줄배기 림철순의 잘 익은 사과알모양 발깃하고 통통한 두볼은 아직도 그냥 눈에서 사물거리기만 한다. 그러던 사람들이 지금은…
누가 말했던가, 준엄한 평화라고. …
그들에게 무엇을 주었던가. …
주머니는 비여있었다. 그러나 그냥 의자우로 손더듬을 하시였다.
문득 옆좌석에서 반들거리는 종이장이 손에 잡힌다. 펼치니 보고 또 보아 눈에 익을대로 익은 용사묘의 형성안이였다.
묘석, 화환진정대, 묘를 둘러싸게 되여있는 란간…
형성안을 만든 해당 군부대에서 무척 성의를 기울였다는것이 알린다. 그러나 어덴가 허전해보인다. 무엇때문일가. 그들은 바다를 지키던 해병들이였다, 해병…
해병들에게만 고유한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셨다. 묘비에는 돌사진도 붙여주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고이 잠들어있는 용사들의 생전의 모습을 볼수 있게 하는것도 필요할것이다. …
풍요한 가을날을 마음에 안아보는 기꺼움과 이 땅에 대한 남다른 애착심이 오늘따라
귀중한 전사들의 생이 이 대지에 그 신성한 숨결을 더해주고 떠나간것이다. 인민군총정치국 부국장이 발자욱소리를 죽여가며 다가왔다.
그의 목소리도 슬픔에 떨리고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움이 더 커지는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그렇게 마음을 쓰시면…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 눈이 동그랗던 림철순이… 아직도 량볼에 솜털을 벗지 못한 그가 그냥 해죽이 웃고있는것만 같단 말입니다. …》
《…》
《림철순의 사진을 지금 볼수 있습니까?》
《예, 그런데 사진이…》
최상민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대답을 좀자른다.
《어서 가져오시오.》
최상민이 서류가방을 조심히 열었다.
《중대사물고에 보관되여있던 사품들에서 가족사진을 찾아냈습니다.》
키낮은 꽃나무와 마당 한켠에 놓여있는 자그마한 나무의자마저 사진의 주인공들과 잘 어울리고있다.
사진속의 중학생은 어쩐지 얼굴색이 밝아보이지 않았다. 사진으로는 그가 훈련때 수뢰수로 자기 임무를 어김없이 수행한 군인이라고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어깨폭이 좁고 목이 길었으며 눈가에는 자기 내심의 그 무슨 불만스러움을 응시하듯 고뇌의 빛이 짙었다. 사진의 아래부분에 정히 박아쓴-《고향을 잊지 말라. 주체100년 5월》이라는 글자가 자못 의미심장하게 안겨왔다. 그러니 군대에 입대할무렵에 찍은 가족사진인것이다.
《학생시절 사진이구만. …》
《군복을 입은 사진은 더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알아볼데 대한 과업을 주었습니다.》
최상민이 조심스레 말씀올렸다.
《노상 함선에서 살다나니 언제 사진을 찍어보았겠소. 그런데 이 병사의 얼굴표정이 왜 밝지 못한지 알아보았습니까?》
《아직…》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가족에서 어떤 문제라도 없었는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영웅의 해병모를… 아직 행처를 찾지 못했다?》
(이젠 더 찾기를 단념해야 하는가. …)
《오늘은 내게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그러니 부국장동무가 날 대신해주시오.》
《알겠습니다. 군부대에 내려가 전사들의 생활형편을 자세히 료해하구 보고올리겠습니다.》
《꼭 그렇게 해주십시오. 병사들을 아끼고 그들의 생활을 잘 돌봐주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지난해 구잠함을 시찰하고 돌아오면서 그들에게 무엇인가 요긴한것을 주고싶었는데… 그들이 내곁을 떠나간 지금에 와서는 그것도 필요없게 되였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서 부국장동무와 얘기를 좀 해야 하겠습니다.
동무가 한발 먼저 들어가 림철순의 사진을 찾기 위한 사업을 조직해야겠습니다. 가족들에게 알아보는것으로 그치지 말고 내가 구잠함을 시찰할 때 찍은 기념사진이나 록화자료에서도 찾아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김수철장령의 편지는 두고가시오.》
《김수철장령이 이제는 나이가 적지 않습니다.》
총정치국 부국장이 정중히 보고드렸다.
《전쟁로병들이 이제는 모두 일흔고개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그가 나이때문에 맡은 일을 하기 힘들어합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그가 힘들어하면 우리가 잘 도와주어야 합니다. 전쟁로병들은 우리곁에 앉아만 있어도 힘이 됩니다.》
전쟁이 끝날무렵 어느날 원산앞바다에서 기뢰공격으로 적군함 3척을 침몰시키고 장렬하게 전사한 영웅의 유물인 해병모자, 그 모자를 영웅의 아들에게 넘겨주던 전후의 어느날 이야기며 지금에 와서 그 행처를 알지 못하고있다는 사연이였다. 그가 영웅의 아들을 찾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김수철장령이 구잠함소식을 알고있습니까?》
《그 일이 아직은 군대안에서도…》
《김수철장령은 구잠함 722호의 세번째 함장이였습니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갔으니 아마 그걸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것입니다.》
《예, 저도 문건상으로만 알고있었습니다.》
《가슴아파하겠지만 알려줄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구잠함용사들을 길이 추억하며 영웅의 유물을 끝까지 찾으려는 당의 의도에 대하여 더잘 알수 있을것입니다. 조국을 위하여 바친 렬사들의 고귀한 생을 빛내주는것은 우리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일이 바쁘더라도 전쟁시기 그 해병모자는 꼭 찾아내야 합니다. 내가 직접 조직사업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희생된 용사들의 묘소를 꾸리는 문제도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해당 부대의 일군들과 토의해보는것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그들의 안해와 부모, 자식들에 대하여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습니다. 내 가슴이 이렇게 아픈데 그들의 심정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
《용사묘형성안은 전승기념관의 김수철소장같은 로병들과도 협의해볼 필요가 있을것입니다. 조국해방전쟁참전렬사묘형성안을 만들 때 의견을 들어보았는데 로병들은 생각이 깊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랑하는 전우들을 잃으며 가렬처절한 전장을 피로써 헤쳐온 로병들은 정신심리적으로 매우 강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그러한 정신세계를 체험하는것은 필수적입니다.
반세기이상 미제와의 치렬한 대결속에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해오고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매
그동안 내가 생각한것들을 여기에 그려보았습니다. 참고가 되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평화스런 정경에 눈굽이 아릿해오시였다.
이 나라의 하늘과 땅에 흐르고있는 이 평범한 하루하루의 생활에도 용사들이 바친 고귀한 생이 깃들어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워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