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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밝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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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국이 방연순의 애기이름때문에 신경을 쓰게 된데는 깊은 사연이 있었다.

보름전 최정국이 새로 세운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부작전계획에 따라 녀성비행부대에 나가 타격훈련방안을 다시 완성하고났을 때였다. 최정국은 밤이 깊었지만 부대를 떠나기 전에 바람도 쏘일겸 비행사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고 오자면서 김명숙부대장과 함께 지휘부를 나섰다. 부대들에 내려갈 때마다 비행사마을을 돌아보며 그들의 생활에 이상이 없는가, 잠은 푹 자군 하는가 구체적으로 알아보군 하는것을 어길수 없는 일과처럼 여기는 최정국이였다. 최대의 정신적긴장과 고도의 집중력, 강한 육체적담보를 요구하는 비행사들에게는 건강과 휴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때문이였다.

《동무도 알겠지만 놈들의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은 3월말부터 무모하게도 〈평양점령〉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적인 련합상륙훈련으로 넘어갔소. 그 연장선우에서 진행되는 〈맥스 썬더〉는 공화국북반부 전지역을 공중타격하기 위한 위험천만한 련합공중전투훈련이요. 따라서 이번 타격훈련은…》

환한 달빛을 걸음걸음 밟으며 이번 타격훈련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던 최정국은 문득 어느 한 집 창가림사이로 불빛이 파르스름하게 비쳐나오는것을 보자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저게 누구네 집이요? 혹시 무슨 상서롭지 못한 일이… 가만, 저게 연순이네 집이 아니요?》

최정국이 고개를 기웃거리자 피뜩 그 창문을 쳐다본 김명숙이 새무죽이 웃었다.

《예, 연순동무네 집입니다. 아마 지금 애기이름을 짓느라 그럴겁니다.》

《애기이름? 오참, 연순이가 며칠전에 아들을 낳았다고 했지.》

최정국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엊그제 안해가 산원에 갔다와서 연순이가 떡돌같은 아이를 낳았다고 좋아하던 일이 떠올랐던것이다. 그는 흐뭇한 눈길로 그 창문을 바라보았다. 전투임무수행중에 전사한 옛 대렬기비행사의 외동딸… 친딸처럼 여기는 방연순이다. 딸의 응석은 못 받아주어도 연순의 응석만은 기꺼이 받아주군 했었다. 그가 자라 아버지의 뒤를 이어 녀성비행사가 되고 또 비행사총각과 사랑을 맺어 부부비행사가 될 때에도 최정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방조가 있었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문을 열고 들어가 옛 전우의 외손자를 품에 안고 한껏 애무해주고싶었지만 늦은밤이라 참는 수밖에 없었다.

《하긴 아이이름 짓기가 쉬운 일이 아니지. 자기들의 지향과 념원을 담아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이름을 아기에게 달아주고싶은것이 부모들의 하나같은 심정이니깐. …》하며 발걸음을 옮기려던 최정국은 다시 무춤 서버렸다.

《가만… 연순이는 산후휴가로 잠을 좀 못 자도 일없겠지만 남편이야 래일 훈련에 참가해야 하지 않소?》

《그렇습니다. 래일 타격훈련에는 순길동무네도 참가합니다.》

최정국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래일은 기상조건도 좋지 않다고 하오. 훈련이 헐치 않을거요.》

최정국이 무엇을 우려하는지 제꺽 판단한 김명숙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알았습니다. 제 당장 재우겠습니다.》

《어떻게?》

《래일 훈련을 고려하겠다고 하면 됩니다.》

최정국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오. 이번 훈련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비준해주신 작전계획에 따라 진행된다는것을 잊지 마오. 원수님께서 관심이 크시오.》

《명심하겠습니다.》

김명숙이 그 집 창문가로 조용히 다가가 무슨 말인가 하기 바쁘게 이게 무슨 변이냐는듯 제꺽 불이 꺼졌다.

최정국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자기도 애기이름을 짓는데 관심을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


김명숙부대장이 창밖에 와서 아직 자지 못하는걸 보니 래일훈련을 고려해야 할것 같다고 하는 바람에 와뜰 놀라 당장 잠을 자겠노라면서 불을 끄고 눕기는 했지만 어둠속에서도 그들의 《전투》는 의연 계속되고있었다.

《언제인가두 한번 말한것 같은데… 그것 말이요, 우리 둘의 이름에서 한자씩 떼내여 짓는것. … 리길연! 그게 그래두 좀 낫지 않아?》

방연순은 애기를 안고 끙 하며 등을 돌려댔다.

《0점짜리예요.》

리순길은 후유- 하고 긴숨을 내쉬였다. 아직 한번도 2점이상 맞아 본적이 없는 그였다. 하늘에 사는 비행사는 요구성도 하늘만큼, 자존심도 하늘만큼 높아야 한다는것이 방연순의 주장이였다.

원래 리순길은 안해가 임신했다는것을 알게 된 그날부터 잠자리에 누우면 팔베개를 하고 천정을 올려다보며 행복한 공상에 잠기군 했었다.

(이 리순길이도 머지않아 애기아버지가 된단 말이지. 이거 어깨가 무거워지는데?… 이름은 뭐라고 지을가? 아들이면 뭐라 짓고 딸이면?…)

밤늦도록 이렇게도 지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보았으나 어느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라, 애기가 태여나자면 아직 멀었는데… 후에 짓자, 래일도 훈련을 해야겠는데. …)

그는 팔베개를 풀고 이불을 당겨쓰며 잠을 청했다.

그러나 날자가 많은것도 아니였다.

어느날 안해가 웃으며 《우리 애기가 배안에서 툭툭 차면서 무엇인가 독촉하는것 같아요, 호호호.》하던 날 그는 마주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촉박감을 느꼈었다. 그날 저녁부터 그의 두뇌는 더 맹렬히 이름들을 지어냈다.

《여보, 오늘 병원에 갔댔는데 글쎄 우리 아기가 추격기비행사래요. 총각애!》하고 희한한 소식을 안고 온 날은 저리 멋있는 모조지학습장을 책상우에 척 펼쳐놓고 미래의 추격기비행사이름을 정히 써넣기 시작했다. 하루저녁에 네댓페지씩 새라새로운 이름들이 그 하얀 모조지우에 가득 적히군 했다. 그 학습장 절반을 썼는데도 신통한 이름은 지어지지 않았고 그러건말건 날은 흘러 마침내 아들은 고고성을 우렁차게 울리며 세상에 태여나게 되였다. 깜찍스러운 꼬토리가 호똘거리는 아들애를 받아안던 순간 가슴 뭉클해지던 그 행복감이란…

《자, 우리 조장동지에게 보고를 하자요. 〈리순길조장동지! 미래의 추격기비행사 당신네 비행사가정에 입대하였음을 보고합니다. 전사 리공공.〉 호호호, 전사 리공공동지, 아버지에게 〈난 대렬명단에 언제가야 등록할수 있나요.〉하고 물어보라요.》

안해는 귀염둥이를 둥둥 비행기태우며 깔깔거렸지만 리순길은 시름없이 마주 웃기만 할수는 없었다. 그날 저녁부터는 아예 《결사전》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아직 결판을 보지 못한것이다. …

《이젠 자자요. 부대장동지 말대로 혹시 래일 훈련에 못 참가하면… 알게 뭐예요, 지금 정세가 최대로 긴장한 때인데…》

《그따위 적비행기들은 백천이 덤벼들어도 자신있는데… 이거 우리 애기이름 짓는건 정말 헐치 않구만. … 소문난 하늘의 매가 이렇게 벌벌 기다니… 허허허. 가만, 하늘의 매라… 하늘의 영웅!

거 그래도 웅천이란 이름이 좋지 않아? 리웅천! 우리 앤 앞으로 하늘의 영웅이…》

《1점!》

방연순이 돌아보지도 않으면서 단마디로 그의 말을 짤랐다.

《왜?》

《3중대장동지네 아들이 웅천이라는거 몰라요? 우리 애가 뭐가 모자라서 남의 이름을… 본딴단 말이예요, 자존심도 없이…》

《아 거, 3중대장은 왜 그 이름을 먼저 가로채가지구. …》

리순길이 툴툴거리자 방연순이 어이가 없어 호- 하며 애기볼에 입을 쪽 맞추었다.

《가로채긴요, 먼저 애기를 낳았으니 그렇게 이름을 지었지.》

그러자 리순길은 자기를 변명할 구실을 찾은것이 기뻐서 얼른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게 불공평하다는거요. 먼저 애기를 낳은 사람들이 좋은 이름들을 그렇게 먼저 다 골라가지면 우리같이 후에 애기를 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거요? 사람들이… 그래두 좋은 이름 한두개쯤은 남겨둬야지. … 너무 량심없단 말이요.》

《어서 누우라요. 아무리 그래두 그렇지 애아버지란 사람이 얼마나 책임성이 없으면… 태여난지 언제길래 아직까지… 이름 하나 못 짓구. …》

《이름을 못 지었나? 너무 많이 지어서 그러지. 가만, 지금까지 지은 이름가운데서 하나 골라볼가?》

리순길이 책상에서 그 학습장을 내리우려고 손을 뻗치자 방연순은 얼른 그의 잠옷을 끄당겼다.

《됐어요. 이젠 자자요. 그러다 당신 진짜 래일 훈련 못 참가하겠어요.》

《할수 없지. 그럼 자자구. 현역비행사들이야 어쨌든 하늘을 나는게 급선무이니까. … 예비역비행사는 하루만 더 기다리라고 하자구.》

리순길은 모든 잔걱정을 한꺼번에 다 내불듯 후- 하고 긴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았다.

3분도 못되여 벌써 방안에서는 비행기발동소리같은것이 울리기 시작했다.


×


멀리 동해안쪽에 있는 비행부대에 나갔다가 놀라운 소식을 들은 최정국은 흥분을 금치 못해하며 곧장 김명숙부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명숙은 너무도 격동되여 울먹거리기까지 했다.

《…그렇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원래 다른 부대를 현지시찰하시고 떠나실 예정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내가 여기까지 왔다가 녀성비행사동무들을 만나보지 않고 가면 그 동무들이 얼마나 섭섭해하겠는가고 하시면서… 몸소 우리들을…》

최정국은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끼며 눈을 슴벅거리였다.

《그래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새로운 방안대로 타격훈련하는걸 보아주시였소?》

《예,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오랜 시간 훈련모습을 보아주시면서 녀성비행사들이 어려운 기상조건에서도 전투동작들을 훌륭히 수행한다고, 높은 비행술을 소유하고있다고 대견해하시였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훈련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우리 비행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면서 수고했다고, 대단하다고 치하해주셨어요. 그러시면서 우리 녀성비행사들의 사상적각오가 높다고, 이 정신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뜨겁게 말씀하시였습니다.》

최정국은 막혔던 숨이 활 나가는것만 같았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 기쁨을 드렸다니 그가 곁에 있다면 그리고 남자라면 번쩍 안아 들어올리고 빙빙 돌리고싶은 충동을 억제할수가 없었다.

《장하오. 부대장동무, 축하하오.》

《그건 다 부사령관동지가 타격훈련방안을 바로잡아주었기때문입니다.》

《아니요. 그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가르쳐주신 우리 사령부작전계획에 따른것이였소. 그리고 동무들이 일상적으로 훈련을 잘했기때문이고… 그래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또 뭐라고 말씀하셨소?》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이 부대에 오면 위대한 장군님 생각이 더 난다고 하시면서 장군님께서는 서거하시기 전날밤 바로 우리 녀성비행사들의 평양견학과 관련한 전화를 하셨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

김명숙은 목이 메여오르는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최정국이도 눈굽이 젖어드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바로 김명숙이네 부대 녀성비행사들과 부부비행사들을 만나주시던 일이 눈앞에 선히 떠올랐던것이다.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그리도 사랑해주시던 녀성비행사들과 부부비행사들이였다.

한동안이 지나서야 김명숙은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원수님께서는 부부비행사들에게도 뜻깊은 은정을 베풀어주시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가사보다 국사를 더 귀중히 여기며 단란한 가정생활을 뒤에 두고 조국보위항로를 함께 나는 부부비행사들은 위대한 대원수님들 품에서만 나올수 있는 참된 애국자들이라고 하시면서 이들이야말로 세상에 내놓고 자랑할만 하다고 하시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부부비행사들은 자신께서 보고싶을 때마다 보고 알아볼수 있게 매 부부와 따로따로 사진을 찍자고 하시면서 그들 매 부부를 다 따로따로 자신의 량옆에 세우고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어주시였습니다.》

《그렇소?! 정말 영광의 영광이구만. …》

최정국은 심장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름을 어찌할수 없었다. 세상에 영광이면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에 또 있으랴싶었다.

하면서도 마음 한끝에 매달리는 아쉬움은…

최정국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우리 연순이가 안됐구만. 그 앤 아직 휴가중이지?》

역시 옛 전우의 딸에 대한 정은 각별한것이였다.

허나 다음순간 그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뭐라구? 우리 연순이도 사진을 찍었다구?》

《예, 연순동문 산후휴가로 애기요람을 지키면서 아무것도 모르고있다가… 글쎄 원수님께서 부부비행사들은 다 만나보고싶다면서 연순동무도 데려오라고 친히 일군을 보내주셔서… 그 동무도 남편과 함께 원수님을 모시고 영광의 기념사진을 찍게 되였습니다.》

《정말 세상에 우리 원수님같으신분은 없소. 그처럼 세심하시고 그처럼 인자하시구. …》

《꼭 친아버지같은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인자하시였으면 연순동문 어려움도 잊고 글쎄… 호호호.》

《왜, 무슨 일이 있었소?》

《예. 〈원수님, 며칠전에 아들을 낳았는데 애기이름을 좀 지어주십시오.〉하구… 청을 드렸습니다.》

《뭐? 애기이름을?》

《예.》

《허.》

최정국은 어이없어 그만 웃고말았다.

세상에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최고사령관동지께 애기이름까지… 기가 막혔다.

자기네는 몇달을 두고서도 못 지었다면서…

《그래, 원수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셨소?》

《원수님께서는 환히 웃으시면서 쾌히 승낙하시였습니다. 〈아기의 이름이야 잘 달아야지. 좀 깊이 생각해보아야겠소.〉하시면서…》

《뭐?》

최정국은 천천히 웃음을 거두었다.

좀 깊이 생각해보아야겠다고 하신 말씀이 갑자기 가슴을 쩌릿하게 해주었던것이다.

원수님께서 지금 얼마나 바쁘시기에…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뇌리를 치며 지나갔다. 무엇이라 말이 나가지 않았다.

《좀 깊이 생각해보아야겠소.》라고 말씀하셨다는 말은 전화를 끝내고 이곳 추격기부대의 비행훈련을 지도할 때에도, 비행사들의 훈련총화에 참가하여 적들의 합동군사연습이 점점 절정으로 치달아오르는데 대처하여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할데 대한 문제를 재삼 강조하던 그 순간에도 메아리처럼 계속 울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도 무엄한 청이였다.

지금이 어떤 때이게 그처럼 분망하신 그이께 애기이름까지 지어달라고…

생각이 깊어졌다.

그 생각은 다음다음날 비행사대회문제를 토의하러 총정치국에 갔다가 한 책임일군의 말을 들은 다음부터 더욱 깊어지게 되였다.

우리 원수님께서 어느 한 기업소를 현지지도하시고 돌아오시는 길에 깊은 사색에 잠기셨다가 한 녀성비행사로부터 애기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 이름을 두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씀하시였다는것이였다.

최정국은 가슴이 뭉클해지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애기이름 짓는 문제를 그처럼 중히 여기시다니… 불뭉치같은것이 목을 꽉 메우며 솟구쳐올랐다. 그뒤로는 가슴을 파고드는 또 하나의 생각…

지금은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의 전쟁광증이 최절정으로 치달아오르고있는 때이다. 일촉즉발의 정세가 조성되고있는 이 시각 그이께서는 전당, 전군, 전민을 사회주의수호전에로 이끌어 이 조국, 이 행성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가고계신다.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할수 없는 통이 큰 작전을 펼치시면서 피를 물고 접어들던 원쑤놈들이 어리둥절해서 정신을 미처 못 차리게, 기절초풍하게 련속 공격을 들이대신다. 이 준엄한 대결전에서 통쾌한 공격전으로 련전련승을 이룩해가시는 속에서도 우리 인민들에게 하루빨리 사회주의만복을 안겨주기 위해 사회주의강국건설의 원대한 구상을 펼쳐가신다. 우리 수령님들의 념원, 인민들이 품고있는 그 모든 꿈을 다 안으시고 인민들이 미처 바라지도 못했던 그 꿈까지 다 이루어주시기 위해 매일과 같이 밤을 패우신다. 지금까지 문수물놀이장건설장, 미림승마구락부와 마식령스키장건설장… 위성과학자주택지구와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건설장들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을 맞으시는것을 한두번만 목격했던가.

그렇게 바쁘게, 하루와 같이 밤을 패며 일하시면서도 나에겐 지금 시간이 제일 부족하다고, 오늘 하루를 놓치면 후날에 백날천날을 잃는다고 늘 말씀하신다고 한다.

그처럼 거창하고 성스런 위업을 위해 분초를 쪼개가며 일하시는분께서 그 작은 애기이름 하나때문에 깊이 생각해보시게, 생각을 많이하시게 해드렸으니 이 얼마나 외람되고 죄스런 일인가. 그 시간이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인류를 위해 얼마나 크고 필요하고 중요한 일들을 구상하고 설계하실것인가. 이제라도 원수님께 다시 말씀드려 그 문제로 더 마음을 쓰시지 않게 해드리는것이 옳지 않을가.

최정국은 밤깊도록 생각을 거듭해보다가 마침내 김명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연순이를 도와줍시다. … 원수님께는 내가 기회를 보아 말씀드리고 가르치심을 받겠소. 이름은 나도 생각해보겠소. 큰아버지구실 아니, 그 애기한테야 외할아버지격이지. 허허허, 내 그 구실이야 해야지.》

그러나 그 외할아버지구실을 하기가 헐치 않았다. 최정국이 어쩌다 애기이름이 생각나서 전화를 걸어 《선일이란 이름이 어떠냐. 리선일! 언제나 1번수로 앞장서라는 뜻이다.》하면 대뜸에 단마디로 항의나 하듯 《1점!》하는 소리가 맞받아 메아리쳐오군 했었다. 노력과 성의에 비하면 형편없이 린색한 평가였지만 최정국은 너그럽게 웃지 않을수 없었다.

《얘, 짓는 이름마다 모두 1점, 2점뿐이니… 참 안타깝구나. 어쨌든 빨리 이름을 지어야 할게 아니냐.》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지을수 있어요?》

《이름이 문제냐, 내용이 문제지.》

《우리 앤 내용도 5점이예요.》

도저히 어쩔수 없는 연순이였다.

마침내 부대에서 《현상모집》을 하여 당선된 이름들이 방연순이네 집 책상우에 놓이게 되였다고 한다.

방연순이네도 드디여 아들이름을 골라잡았노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속이 내려가지 않는지 앵돌아져서 그 이름마저 대주지 않겠다고 엇드레질을 하고있는것이다.

(이번 기회에 그이께 말씀드리고 가르치심을 받았으면 좋으련만…)

최정국은 《음-》하며 또 한번 큰숨을 몰아쉬였다.

승용차는 어느덧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계시는 곳을 가까이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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