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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밝은 하늘

조 상 호

1

최정국장령은 이제 곧 온 세상을 들었다놓을 그런 력사적인 대회를 준비하느라 더없이 바쁜 자기가 갓난애기이름과 같은 그처럼 소소한 문제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저 드넓은 하늘을 휘저으며 날으는 비행사들의 대부대를 통이 크게 지휘하군 해서 사람이 역시 대틀이라는 평을 받고있는 자기가… 그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승용차 뒤좌석에 앉은 최정국은 입을 쩝쩝 다시며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차는 벌써 수도의 거리로 들어서고있었다. 길 좌우의 꽃밭들과 집집의 창가마다에는 울긋불긋 꽃들이 만발히 피여 짙은 봄향기를 풍기고있었다.

최정국은 온 거리에 진동하는 꽃향기를 페부깊이 들이키며 문건우에 얹은 서류가방을 조심히 어루쓸었다.

그는 지금 건군력사에 처음으로 있게 될 비행사대회준비와 관련하여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동지의 가르치심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그런 중대사를 안고가는데 갓난애기이름문제가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해줄줄이야. …

(방연순이! 너 이제 두고보자. 그저 곱다구 어자어자했더니… 아무때나…)

하지만 애기어머니인 녀성비행사 방연순은 사실 최정국으로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할 《애》였다. 이렇게 윽벼르다가도 정작 마주서기만하면 턱자없이 마음이 물러져서 허허허 하며 그가 하자는대로 다 해주고야 견디는 최정국이였다.

방연순은 최정국이 친딸보다 더 사랑하고있는 옛 전우의 외동딸이다.

며칠전에도 최정국은 그 문제때문에 우야 시간을 내여 방연순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연순이냐? 그래 우리 귀염둥이 앓지 않고 잘 자라느냐?》

왜서인지 수화기에서는 가느다란 한숨소리부터 흘러나왔다.

《예, 잘자라요.》

대답이 시원치 못했다. 마주서기만 해도 들꽃만발한 봄언덕에서 종달새의 노래를 듣는듯 즐겁고 명랑한 기분에 휩싸이게 하던 애인데…

까닭모를 불안이 스르르 가슴속으로 흘러들었다.

《왜,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니냐?》

《아니예요.》

역시 시들한 대답이였다.

언제나 고무공처럼 통통 튀던 애인데 왜 이렇게 김빠진 풍선처럼 되였는지 알수가 없었다.

《그래 이젠 애기이름을 결심했겠지?》

《예.》

《그럼 그 이름을 좀 대주렴.》

방연순은 선뜻 대답을 안했다. 고르롭지 못한 숨소리만 들리더니 이어 총알같은 단마디 목소리가 튀여나왔다.

《안 대줄래요.》

《뭐?》

최정국은 뜻밖의 소리에 자기가 잘못 듣지는 않았는가 하여 구멍이 송송한 송수화기를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뭐? 애기이름을 안 대주겠다고?

순간 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허허허- 하고 웃고말았다.

(이 애가 나에 대한 불만이 보통이 아니구나.)

아닌게아니라 방연순은 최정국이가 뭐라고 할새도 없이 애기한테 빨리 가봐야 한다면서 서둘러 인사를 하더니 제 먼저 송수화기를 놓아버렸다.

꼭 철없던 때 응석을 부리다 앵돌아지군 하던 그 본때였다.

《아니 얘, 연순아!》

최정국이 급히 신호단추를 다시 눌렀으나 잠시후 송수화기를 든 사람은 연순이네 부대장 김명숙이였다.

《연순동무는 집으로 갔습니다. 애기가 기침을 좀 하는데… 병원에 가봐야겠다면서… 예, 애기이름은 우리에게도 아직… 대주지 않습니다.》

최정국은 혹시 안해는 애기이름을 알고있지 않는가 해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안해의 대답은 그를 더 아연케 했다.

《애기이름은 아직 비밀이래요. 호, 당신에게 단단히 의견이 있는것 같습디다.》

《의견이야 있겠지. 하지만 후엔 다 리해하게 될게요. 그건 그렇구, 연순의 애기가 앓는것 같은데 시간을 내서 한번 가보우.》

방연순이네 집으로 갔던 안해는 사흘이나 있다가 엊그제야 돌아왔다.

놀랍게도 방연순이가 애기때문에 옥류아동병원에 입원을 했다는것이였다. 급한 고비는 넘겼지만 치료는 더 받아야 한다기에 자기만 먼저 돌아왔다고 했다.

밤늦게 집에 들어가 밥상에 마주앉았던 최정국이 눈을 흡떴다.

《그럼 다 나을 때까지 간호를 해주어야지 오긴 왜 왔소?》

《애어미가 보냅디다. 병원에서 의사선생들이랑 간호원들이랑 그렇게두 극진히 치료해주는데 조꼬만 애를 놓고 덩지 큰 어른들이 둘씩이나 뭘하러 멍청하니 앉아있겠는가구. … 하긴 나같은건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하지… 필요없겠더군요.

병원이 정말 멋있어요. 궁궐같은 방들에 치료설비들은 또 얼마나 그쯘하구 현대적인것들인지… 병원이 아니라 휴양소같은게 나도 그런데서 한번 치료를 받아보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듭디다.》

《원수님께서 지어주신 병원인데 어련하겠소. 우리 아이들은 정말 복을 받았소. 참, 애기이름은 어떻게 하겠답디까?》

안해는 그제야 생각난듯 두손으로 무릎을 치며 아차 하는 소리를 냈다.

《그건 또 물어보지 않았지요.》

《아니, 사흘씩이나 같이 있으면서도 그것도 안 물어봤단 말이요?》

최정국이 어이없어 안해를 치떠보았다. 안해는 눈길을 어데 둘지 몰라하더니 퉁명스레 한마디 했다.

《아, 비밀이라는데 멋적게 꼬치꼬치 묻겠수. 어련히 대줄 때가 있지 않으리.…》

그리고는 《가만, 내 좀…》 하더니 얼른 세면장으로 나갔다. 무엇을 하느라 수도꼭지를 틀었는지 《쏴-》하고 물소리가 들려왔다.

최정국은 물끄러미 세면장쪽을 쳐다보다가 입맛이 없어 수저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앞에 놓인 걸상에 가앉아 담배를 한대 붙여물었다.

저 로친도 그 애와 무슨 짝자꿍을 하고있는것이 분명했다. 방연순이 자꾸 엇드레질만 하는것이 노여움까지 들었다.

(할수 없지. 아무래도 결정적인 대책을 세워야겠어.)

최정국이 단단히 마음을 먹었지만 정작 사령부에 나가서는 그런데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대회를 하나 준비한다는것이 정말 헐치 않았다.

매 부대들의 참가인원수할당으로부터 전투직일문제, 유사시 전투에 진입할 부대선정, 참가자들의 숙식보장, 토론자선정과 그 준비…

이미 진행한 여러 대회들의 경험을 연구하면서 비행사대회의 특성에 맞게 하나하나 빈틈이 없이 준비해나가자니 앉으나서나 그 생각뿐이였다.

오늘 원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대회준비와 관련하여 미진된것이 무엇일가 따져보다가 불쑥 떠오른것이 바로 방연순의 애기이름문제였다. 그래 김명숙부대장에게 전화를 거니 방연순은 대회참가자명단에도 못들어갔다고 한다. 산후휴가기간인데다가 아직 병원에 입원해있는 상태라는것이다.

최정국은 차창밖으로 흘러가고 흘러오는 환희에 넘친 사람들의 물결을 내다보며 나직이 긴숨을 내그었다. 대회에도 못 참가하게 되였으니 그 애가 몹시 섭섭해하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글썽해진 그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며 가슴을 아릿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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