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우리의 계승
5
이틀후, 그날은 섣달그믐날이였다.
오성권이 다시 조직된 심의회의에 참가하고 집에 들어오는 참에 약속이나 한듯이 덕찬이도 출장지에서 돌아오는 길이였다.
손자녀석은 더 분주탕을 피우며 방안이 좁다하게 돌아쳤고 마누라는 며느리를 훈수하며 설음식차비에 성수가 났다.
온 집안이 설기분에 한껏 잠겨있던 저물녘 심광진소장을 앞세우고 낯모를 일군 하나가 오성권의 집을 찾아왔다. 곤색닫긴깃옷을 단정하게 입은 그 사람은
오성권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고난 그는 경건한 자세를 취하더니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는것이였다.
《오성권동지!
《예?!》
성권은 떨리는 두손으로 년하장을 받아들었다. 어깨가 가볍게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앞을 가리워 어룽어룽 비추이는 년하장우에 활달한 글체로 씌여진 글발을 한자한자 읽어나갔다.
…새해를 축하합니다. 새해에도 건강한 몸으로 더 많은 일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오성권동지가 앞으로도 사업에서 더 큰 성과를 이룩하며 조국을 지키는 길에서 언제나 나와 운명을 함께 하는 한전호속의 동지, 영원한 전우가 될것을 굳게 믿습니다. …
《아버지!》
덕찬이 아버지를 부축하려들었다. 성권은 그의 손을 가볍게 밀어버렸다.
《일없다, 난 쓰러지지 않아.
《오성권동무!》
의미심장하게 머리를 끄덕이며 박수를 치던 심광진이 그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도 퍽 잠긴것이였다.
《여보!》
눈물에 젖어 얼굴이 번들거리는 마누라가 그의 팔을 부여잡는다. 오성권은 류달리 긴 눈섭에 맑은것이 가랑거리는 그의 얼굴을 처음이나 보는듯이 이윽토록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솟구쳐오르는 환희에 넘쳐
《이보 로친네, 우린 정말 행복해!
제 어머니치마폭에 감겨돌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던 손자애녀석이 장난감총을 비껴멘채로 달려와 할아버지의 무릎에 매여달렸다.
성권은 후들거리는 손으로 그 애의 머리를 어루쓰다듬었다.
(그래, 나는 늙지 않아.
세월이 흐르면 변화하기마련인 모든 사물과 함께 사람도 세월의 흐름속에 늙게 되고 늙으면 도태하게 되는것이 자연이 정해놓은 법칙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지금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세월은 끝없이 흐르고흐를것이다. 허나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해도 이 나라에만 고유한 계승의 전통, 사랑과 믿음으로 이어지고이어지는 세대와 세대의 참다운 계승이 있는 한
힘과 용기에 한껏 충만된 오성권의 마음은 꿈속에서처럼 온 조국의 대지우를 훨훨 날으고있었다.
온 나라 천만군민이
(천만군민을 이끌고 앞장에서 나아가시는
오성권은 이런 생각에 눈굽이 또 젖어들었다.
그는 주체할수 없을만큼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며느리나 마누라가 볼가봐 한손에는 손자애의 손을 쥔채 다른 손으로 아들 덕찬의 손을 끌어당겨다가 꾹 쥔 다음 슬며시 돌아서서 창문가로 다가갔다.
창밖에는 언제부터인지 눈이 내리고있었다. 더욱 희망차고 활기롭고 행복할 새해를 축복하는듯 함박눈이 펑펑 푸지게도 쏟아졌다.
주체102(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