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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우리의 계승

3

김정은동지께서는 기쁜 심정으로 집무탁우에 놓인 원고를 보시였다. 총참모부에서 그이의 지도를 받고싶어 올린것인데 분량이 꽤 많았다.

날이 갈수록 그이의 가르치심을 바라며 군대와 사회의 많은 일군들이 저저마다 문건을 올리고있는 까닭에 무척 시간이 긴장하시였지만 한해전에 과업을 주시고 얼마전에 구체적인 방향을 다시 확정해주신 연구집필과제가 이렇게 빨리 수행된것이 일면 놀라운 생각까지 드시여 다른 일감들을 미루어놓으시고 그것부터 손에 드신것이였다.

원고집필에 관여했을 사람들의 얼굴들을 그려보며 한장한장 번지시였다. 각이한 표상의 반가운 얼굴들이 연줄연줄 눈앞에 흘러지나갔다.

제일먼저 떠오른것은 심광진연구소장이였다.

(심광진소장! 군사장비활용과 관련한 리론문제에서는 그를 당할 사람이 없지.)

폭설이 쌓인 숲속에서 감자구이하던 날 귀불을 잡고 웃던 그의 천진란만한 모습이 생각나시여 빙그레 웃으시였다.

(년세가 많아질수록 더 활기로와지거던. 좋은 일이야.)

그다음엔 능력있는 교수, 박사들, 아직 학위학직은 높지 않아도 군사수재로 기억에 있는 젊은 일군들…

오성권의 얼굴도 그려졌다. 지형에 따른 작전안수립과 관련한 리론문제에서는 그가 많은 도움을 주었을것이다.

도서는 그만하면 잘되였다. 지난 시기의 군사리론에서 많이 전진하여 현대전쟁에 활용되는 각종 무장장비들과 전략전술의 특징들을 명료하게 서술하고있었다. 능숙한 로세대의 체취와 대담무쌍한 젊은 세대의 기백을 감득할수 있는것이 그이께서는 무엇보다도 기쁘시였다.

어느새 밤이 지새고 날이 밝은것을 의식하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원고의 맨 마지막장을 들여다보시였다. 거기에는 도서의 집필편찬과 심의에 관여한 사람들의 이름들이 올라있었다. 예상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줄느런히 자리잡고있는데 오성권의 이름은 없었다. 의혹이 드시여 또다시 훑어보시였다. 분명히 없었다.

길쑴한 얼굴에 크고작은 주름살들이 많아도 진중하고 리지적인 성품이 엿보이는 사람, 권위있는 군사리론가로 알려져있고 오랜 기간 군사과학연구사업을 해오면서 깊은 조예와 무시할수 없는 관록을 지닌 그가 왜 빠졌을가?

이제는 나이가 많고 건강상태가 좋지 못해서 고문격으로 드문드문 출근하고있지만 이처럼 중요한 도서편찬사업에 관심이 없을 그가 아닌것이다. 숨지는 마지막순간까지 책임적으로 일하다가 순직하겠다던 오성권이였다. 그를 고문격으로 쉬염쉬염 일하게 한것은 전쟁때 입은 부상의 후독과 나이의 사정을 고려하여 당에서 취해준 조치였다.

그이께서 알고계시는 오성권은 강의한 의지력으로 로당익장하는 사람이였다.

(그런 로병이 배제되다니?! 하다못해 심의에라도 관여했을텐데. 이상한 일이다. 얼마전까지 병원치료를 받았다더니 혹시 또 위급한 중병이라도 앓는것은 아닌가?!)

더럭 근심이 앞서신 그이께서는 문건을 밀어놓으시고 집무탁 한켠에 놓인 전화기를 끄당기시였다. 총참모부의 해당 부서에 물어보니 도서집필에 관여한 일군들의 구체적인 견해를 알수 있었다. 그들에 대한 지도를 담당한 부부장은 몹시 송구스러워하는 어조로 설명해드렸다.

《저도 좀 석연치 않은 생각이 들어서 알아보았는데 오성권 전 부소장은 건강상 무리한 업무를 피해야 할 형편이라는것입니다. 심광진소장은 처음에 그를 인입하려고 생각했지만 오성권 전 부소장이 이제는 리론적으로 낡아서 현대전쟁에 대한 과학리론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적합하지 않은데 년로한 사람에게 부디 과중한 짐을 얹어주어서 괜한 고생을 시킬게 있느냐 하는 의견이 제기되여 생각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낡았다구? 그건 누가 한 소리입니까?》

김정은동지께서는 너무도 놀라우시여 웃몸을 의자등받이에 기대시며 다우쳐물으시였다.

《예, 젊은 박사로서 도서편찬사업을 책임진 오덕찬동무가 오성권 전 부소장의 외아들인데 그가 직접 심광진소장에게 그런 제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이께서는 무척 놀라시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아들이 자기 아버지를 부정하다니?! 사실이래도 선뜻 믿을수가 없는 일이였다.

오덕찬, 김정은동지께서는 그를 잘 알고계셨다. 문득 그를 처음으로 알게 되던 그날의 일이 떠오르시였다.

우리 나라 군사교육의 최고전당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혁명활동을 벌리시던 때였다.

어느날 그이께서는 그냥 스쳐보낼수 없는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시였다. 온 대학적으로 수재라고 떠받들리우며 교직원, 학생들속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되고있는 한 학생이 강의시간에 교원에게 직접 의견을 제기했다는것이였다. 그 의견이라는것은 도덕에도 어긋날 정도로 뾰족한것이였는데 그 교원이 맡은 과목에서 취급하는 내용이 다른 과목에서 취급하는것과 어슷비슷하기때문에 별로 배울것이 없다는 식의 항의였다. 그의 언행은 많은 사람들속에서 물의를 일으켰다. 그가 바로 오덕찬이였다.

관록있는 군사리론가들이 이미 오랜 세월 연구하고 완성해온것을 순간에 부정해버리는 담찬 청년에 대해 큰 호기심을 느끼신 그이께서는 시간을 내시여 본인을 만나보기로 결심하시였다. 만나보니 굽실굽실한 반고수머리에 눈빛이 록록치 않고 끼꿋한 청년이였다.

생활적인데로부터 학술적인것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오덕찬의 그릇된 관념을 직감하신 그이께서는 어이가 없으시였으나 내색은 하지 않으시고 넌지시 물으시였다.

《동무, 군사예술에 대한 정의부터 말해보시오.》

너무도 기초적인것을 물으시는 바람에 오덕찬은 얼떠름해졌다. 그의 두뇌에는 복잡한 공식들과 웬간한 사람들은 듣고서도 알아들을수 없으리만큼 《단수높은 현대군사학리론》들만 가득차있었던것이였다. 총명한 두뇌를 자부하는 그였지만 초보적인 개념이나 정의에 대해서는 너무도 뻔한것으로 치부해버렸던 까닭에 갑자기 대답하자니 쉽사리 입을 열수가 없었다. 까다롭거나 심오한것은 아니여도 막상 말로 옮기자면 생각대로 안되는것이 있는 법이다.

여느때라면 《독수리는 파리맛을 모른다》느니, 《상대성리론의 창시자인 아인슈타인도 기술과 상업을 결부시킨 다재 에디슨의 문제는 풀수 없었다》느니, 《다재는 무재》라느니 하는 회괴한 《명구》로 슬쩍 둘러쳐버렸을 그였다.

하지만 김정은동지의 엄한 물으심앞에서 오덕찬은 머리를 떨구고말았다.

《그것 보시오. 자랑끝에 빈손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또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안 낀다는 말도 있고… 그런데 동무는 뭡니까? 학과목의 기초로 되는 개념조차 모르는 초학도에 불과하면서도 감히 자만하여 주체적인 군사예술의 경지를 다 아는척 하다니… 설사 아는것이 많다고 해도 그렇게 발언하면 안됩니다.》

그날 덕찬은 기초를 든든히 다질 대신 자만과 소총명에 빠져 경솔하게 행동한것을 심심히 뉘우쳤고 그이앞에서 새로운 결심을 다졌다. 그때부터 김정은동지의 시야에 비끼는 덕찬은 무척 허심하고 열정적인 그러면서도 명민한 두뇌로 군사과학의 최첨단을 헤쳐나갈 믿음직한 인재로 성장하는 성실하고 미더운 모습이였다. 하여 몇해전 그가 책임적인 직무에 임명되였을 때 그이께서는 누구보다도 기뻐하시였다.

(그런 동무가 어떻게?! 그때의 자만과 소총명이 되살아난것인가?)

걷잡을수없이 갈마드는 걱정에 마음이 무거워진 그이께서는 급히 집무탁을 거두신 다음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으시고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일군을 보내거나 전화로 실태를 료해하고 대책할수도 있었지만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알고싶으시였다. 오성권이 심하게 앓는것이 아니였다는 안도감은 드시였으나 결코 차후로 미룰 일이 아니였다. 잘못 처리되는 인간들의 문제를 두고서는 순간도 안심하신적이 없으신 그이이셨다.

오덕찬이 출장중이라니 심광진소장을 만나보실 결심을 세우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손수 승용차운전대를 잡으시고 연구소로 떠나시였다.

부관이나 운전사도 없이 홀로 찾아오신 그이를 맞이한 심광진소장은 아연실색하여 엎어질듯 달려왔다. 젊어서 련합부대 부대장으로 이름을 날린 경력이 있는 그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척 부해진 몸집인데도 꽤 민첩했다.

검소하나 품위있게 꾸려진 소장실에서 길지 않은 담화를 하시는 과정에 사연을 속속들이 파악하실수 있었다.

루루이 설명하는 심광진의 긴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귀담아 다 들으신 그이께서는 심호흡을 크게 하시고나서 무게있고 잘 울리는 음성으로 한 인간의 운명을 보증하시듯 천천히 말씀을 떼시였다.

《오성권동지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수령님의 높은 신임에 의해 사단작전참모까지 하면서 사상적으로나 군사기술적으로 성장한 훌륭한 군사일군입니다. 전후에서 오늘까지 한생토록 장군님의 의도를 받들어 나라의 군사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한 로병입니다.

리론적으로 낡았다는것은 배울것도 기대할것도 없다는 소리인데 이런 로병에게서 배울게 없다는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도서원고에도 오성권동지의 몫이 없다고는 말할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형에 따른 작전안수립과 관련한 부문에서는 그가 지난 시기에 연구한 내용을 많이 리용했기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혁명의 계승문제를 두고 나는 오늘 참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심광진은 머리를 수그리였다. 그이의 말씀을 들으며 축축히 젖어든 눈굽을 손수건으로 훔치고난 그는 문득 고개를 들더니 울먹울먹한 소리로 진정을 헤쳐놓았다.

《저를, 이 미련한 놈을 처벌해주십시오. 사실 저는 도덕적으로 봐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그런 견해에도 부정할수 없는 일리가 있겠다고 인정하고 동감했더랬습니다. 저도 이미 고목이 되였고 그래서 새 세대 재사들한테 인차 직무를 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있던 참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의 중요한 일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견해를 무조건 옳다고 여기고 지지해주고싶었습니다. 결국 저는 일종의 패배주의에 빠진셈입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심광진의 거쿨진 손을 잡으시였다. 꽛꽛하고 투박한 손이였다. 이 순간 희생과 헌신을 보람으로 알고 험한 일, 궂은 일 가리지 않으며 평생을 살아온 그의 진정을 헤아려보게 되시였다.

《그 심정을 나도 리해합니다. 그러나 나이든 일군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직무를 내여주려고 하는것을 결코 패배주의라고만 볼수는 없습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요구성을 더 높여서 기술실무적으로도 발전하는 현실의 요구에 따라서야겠지만 나이가 많기때문에 그럴수 없는것이 안타까와서 소장동지와 같은 심경에 잠기게 되는것은 바로 당적량심이 있고 애국심이 있기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 순결하고 결곡한 마음을 깊이 리해하려 하지 않고 무작정 늙었소, 낡았소 하며 밀어버리려는데 있습니다. 그것은 혁명선배들에 대한 의리심과 존경심이 없는 표현입니다. 이건 심중한 문제가 아닐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심광진은 대답을 못하고 어깨를 들먹거렸다. 그의 얼굴에 무수히 건너간 주름살들을 눈여겨보시느라니 련민의 정이 가슴속에 파고드는것을 김정은동지께서는 어찌할수 없으시였다.

《소장동지도 이제는 일흔이 넘었지요?》

《한 일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노여우신듯 심광진의 손을 놓으시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창문가로 다가가시였다. 창유리너머 잣나무가지우에서 메새가 울었다. 그놈은 푸른 가지우에 얼어붙은 잔설을 작은 부리로 톡톡 쪼아보다가 흥심이 없는지 인차 훌 날아가버렸다.

(사람의 운명문제에 관심이 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런 인간이 보잘것 없는 저 메새보다 나은것이 무엇이겠는가!)

이런 생각이 드시자 은연중 다시금 솟구치는 의분을 느끼시였다. 창문밖에 시선을 던지신채 하시는 그이의 말씀은 준절하였다.

《왜 한 일이 없다고 하십니까. 16살나이에 인민군대에 입대하여 미국놈들과 싸웠는데… 그것만으로도 로병들은 금방석에 앉아야 합니다. 수령님과 장군님을 받들어싸운 전쟁로병들은 우리 당의 귀중한 보배들이고 혁명의 영원한 기수들입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서 고개를 푹 숙였던 심광진은 경건히 머리를 쳐들고 그이를 우러렀다. 말로써는 바이 표현할길 없는 격렬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용암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창문가에서 몸을 천천히 돌리시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로병세대들에게는 혁명의 교대자들인 새 세대들에게 참된 인생관, 혁명관을 더욱 깊이 심어주어야 할 신성한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성권동지를 도서심의에 참가시키고 그의 이름을 꼭 밝혀야 하겠습니다. 오덕찬동무가 생각이 많을수 있겠는데… 하지만 그 동무도 나의 심정을 리해하리라고 믿습니다. 내 꼭 시간을 내서 그 동무를 만나보겠습니다.》

이제는 시간이 퍼그나 흘러갔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싶으셨으나 다른 바쁜 사업들도 있어 떠나셔야 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작별인사를 나누시고 발걸음을 떼시였다.

《일을 쓰게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꼭 대책하겠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오성권동무도 기뻐할겁니다. 그러니 제발 너무 마음쓰지 마십시오.》

심광진은 따라서며 애절한 목소리로 아뢰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좀 안심이 되시는듯 미소를 지으시며 그의 팔을 끼시고 문밖으로 나서시였다. 그러나 승용차가까이에 이르시여서도 하실 말씀을 다 못하신듯 인차 차문을 열지 않으시고 당부하시였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아는 오성권동지는 우리 장군님께서 아시는 동지입니다. 장군님께서는 그를 군사과학리론에 해박한 일군으로 알고계십니다. 비록 발전하는 오늘의 현실이 지난 조국해방전쟁때나 〈푸에블로〉호사건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많은 변화를 보이고있는것은 사실이나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을 받들어 승리만을 떨친 그 정신, 그 본태는 영원히 변할수 없는것이며 선군조선의 새 세대들이 지녀야 할 현대전쟁에서의 전투능력도 그에 기초하지 않고서는 사상루각에 지나지 않는것입니다. 나는 이번의 도서편찬사업을 통하여 주체적인 군사리론을 일층 발전시키는것과 함께 조국통일대전의 본질을 명확하게 확증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본질은 사랑과 믿음에 기초한 것입니다.》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심광진의 두손을 잡으시고 힘있게 흔들어주시였다.

그것은 직무와 직분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으로 맺어진 혈연의 정이 뜨겁게 흐르는 순간이였다.

사열이나 받는듯 잣나무들이 늘어선 연구소구내를 벗어나 멀리 달려가는 승용차를 오래도록 바라보며 심광진은 또다시 손수건으로 눈굽을 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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