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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우리의 계승

2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린 아침이였다. 작전전술학에서 취급되는 지형들을 현지에서 확인하기 위해 오성권과 심광진소장은 북부내륙지대의 산지를 편답하고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자신께서 현지지도하시는 단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들이 출장나와있다는것을 아시게 되자 바쁜 시간을 내시여 차머리를 돌리게 하시였다.

종밤 얼마나 먼길을 달려왔는지 야전차우에는 흰눈이 한뽐도 넘게 얹혀있었다.

《평양에서 먼 여기서 만나니 정말 반갑습니다. 그래 아침식사들은 했습니까?》

밝은 미소를 지으시며 야전차에서 내려서신 그이께서는 언손들을 다정히 잡아주시고 소탈하게 물으시였다. 이제 숙소에 가서 먹으려 한다는 심광진의 대답에 예상이 들어맞았다는듯이 크게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그러면 마침입니다. 나도 식전인데 아침식사를 같이합시다. 내 혼자면 그냥 번지고말겠지만 이렇게 동반자들이 생기니 식욕이 나는군요. 내게 좋은게 있는데 다들 후회없을것입니다. 대단한 특식이니까, 하하…》

그이께서는 모두를 데리고 이깔나무가 촘촘한 길가의 숲속에 들어서시였다.

어디나 눈, 흰눈천지였다. 잡초들은 무릎을 치는 폭설에 죄다 묻혀버렸고 우중충한 숲우듬지에도 흰눈이 무겁게 내려앉아 희끗희끗했다.

잠풍한 날씨여도 북부고산지대의 맵짠 추위는 길손들에게 위력시위라도 하려는지 승악을 부리며 모두의 두볼을 빨갛게 얼구어놓았다. 입김이 비자루모양으로 내불리였다.

숲속을 휘둘러보시다가 안침지고 펑퍼짐한 장소를 찾아내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솔가지로 두툼한 눈을 손수 밀어내시며 호협하게 말씀하시였다.

《여기가 어떻습니까? 모닥불을 피우고 감자구이를 하자는것입니다.》

《좋습니다!》

모두들 기쁨에 둥 떴다. 오성권은 수행원들과 함께 눈판을 누비며 부지런히 삭정이를 주어왔다. 김정은동지께서 만류하셨지만 광솔을 따고 마른 나무가지를 주어모으느라 나이를 잊은채 아이들처럼 뛰여다녔다. 그이께서는 땔감들을 고깔모양으로 가려쌓으시고 손수 불을 지피시였다.

인차 불길이 타올랐다. 찬기운을 밀어내며 세차게 솟구치는 불길에 언손을 내들고 쪼이느라니 얼어들었던 온몸이 훈훈해왔다.

야전솜옷 앞자락을 활 터쳐놓으시고 모닥불에 마주앉으신 김정은동지께서는 한 수행원이 야전차에서 가져온 자그마한 자루를 받아드시고 그속에서 누르끼레한 모래흙이 겉발린 감자알들을 꺼내시였다.

둥글둥글 잘생긴 감자였다. 그것들을 밑불이 이글거리는 모닥불속에 한알한알 던져넣으시였다. 그리고는 나무꼬치를 골라드시고 감자알들이 타지 않도록 솜씨있게 굴리시며 구우시였다.

《감자란 놈은 아마 구워먹기 좋으라고 이렇게 둥글둥글하게 생겨먹은것 같습니다, 하하…》

좌중을 즐겁게 해주시려 하시는 롱담에 모두들 유쾌한 등산객들처럼 흥그러워졌다.

미구하여 감자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기기 시작했다. 흰눈덮인 숲속을 가득 채우는 그 냄새에 성권은 군침까지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제스스로 면구스러워나서 옆사람들의 눈치를 슬쩍 살폈다. 그와 눈길이 마주친 심광진도 식욕이 북받치는듯 좀 게면쩍어하는 기색이더니 비위좋게 싱긋 웃어버렸다.

김정은동지께서 겉이 거밋거밋해진 감자알을 나무가치로 툭툭 두드리시니 숯처럼 되여버린 껍질이 벗겨지고 노르끼레한 속살이 드러났다.

《이젠 다 익은것 같구만. 어디 좀 볼가.》

감싯감싯한 감자 한알을 굴려내시여 손으로 껍질을 벗겨보시고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잘 익은것 같습니다. 다들 출출할텐데… 자, 오성권동지부터 받으십시오.》

《아닙니다. 전 나중에…》

《허허… 산천도 년장자를 알아본다는데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어서 받으십시오. 소금은 여기 있습니다.》

해학을 담아 말씀하시며 껍질을 말끔히 발그어 먹음직스러워보이는 감자를 오성권의 손에 끝내 들려주시고서야 자신께서도 다른 한알을 집어드시였다.

따끈따끈한 온기, 가루가 팍팍 일어나는 속살…

아침식사치고는 꽤 늦은것이였지만 뜻밖의 별식에 모두들 후- 후- 입바람을 불어가며 맛스럽게 먹었다.

《엇, 뜨거!》

아이들처럼 입언저리에 숯검댕이칠을 해가며 벌써 한알을 다 먹어치우고 덤벼치면서 욕심스럽게 또 한알 골라들던 심광진이 아부재기치는 소리였다. 그의 두손은 귀불에 가있었다. 그 바람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어허허…》

즐거운 시간은 늘 헤픈 법이다. 몇알씩 요기를 하고나니 감자가 동나버려서 인상깊은 감자구이는 너무 간단히 끝났다. 다들 그랬듯이 오성권도 좀 아수한 생각이 들어서 김정은동지를 슬며시 바라보았다. 한웅큼 뭉그려쥔 흰눈에 손을 문대시던 그이께서도 그런 속마음들을 짐작하셨는듯 오성권을 피끗 돌아보시였다.

《혹시 너무 냠냠해서 그러는게 아닙니까?》

《아, 아닙니다. 정말 맛있게 많이 먹었습니다.》

성권은 두손을 황황히 내들며 설레발쳤다.

《허허…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좋고… 그래 이런 숲속의 눈판에서 감자구이를 해보니 감상이 어떻습니까? 무슨 생각되는것이 없었습니까?》

당황했던 오성권은 그이의 각근한 물으심에 별스레 마음이 흥그러워져서 기꺼이 말씀드렸다. 그의 고향이 감자고장으로 일컫던 삼수라는것을 념두에 두고 하신 말씀같아서였다.

《예, 고향생각이 났습니다. 저희네 고향마을사람들은 감자수확철이 오면 재미로 이런 감자구이를 하군 했습니다. 고향을 떠난지가 수십년이나 되였지만 그때의 광경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재미로 했다?!》

《예, 감자구이는 재미로 하는것이지 끼때거리로 하는것인줄 저는 몰랐댔습니다. 사실 구운 감자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헛헛한게…》

김정은동지께서는 크게 웃으시였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이거 야단났구만. 가지고온 감자는 이게 전부인데. 하… 난 오성권동지가 그런 대식가인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 아닙니다. 전 정말이지 대식가는 못됩니다. 진짜대식가는 저 심광진소장동뭅니다.》

오성권이 되게 바빠하면서 발뺌하는 바람에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일행중에서 제일 년장자인 자기가 대식가의 칭호를 받게 되니 체면도 없이 너무 걸탐스럽게 군것 같아서 쑥스러웠고 그래서 손아래 나이벌인 만만한 심광진에게 얼른 넘겨씌운것이였다.

《정말 그런것 같기도 합니다, 하하하…》

김정은동지께서 맞장구를 쳐주시자 웃음소리는 더 높아졌다. 방금전까지 비위좋게 제일 욕심을 부리기도 했지만 사람이 원체 푸수하면서도 데면데면한 심광진은 퉁투무레한 얼굴을 하늘로 쳐들고 흐무지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때문인지 이깔나무가지에 얹혔던 흰눈이 푸르르 날아내리면서 뽀얀 눈가루가 날리였다.

축포처럼 연방 터져오르던 웃음발이 잦아들무렵 김정은동지의 존안에는 차츰 숭엄하리만큼 진중한 감정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장군님을 모시고 전선과 후방의 많은 곳을 다니면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런 때에 나는 구운 감자 몇알이면 한끼를 넉근히 치르군 합니다. 그럴 때마다 수령님 생각, 장군님 생각, 항일빨찌산들 생각…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령님을 따라 백두의 설한풍속에서 싸운 항일유격대원들은 불도 피울수 없어서 생감자로 끼니를 에울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백절불굴이였습니다. 억세인 정신력으로 모진 고난을 이겨내며 수령님을 받들어 혁명을 승리적으로 떠밀어왔습니다. 그러한 혁명정신이 없이야 어떻게 국가적후방도 외부적지원도 따로 없는 그런 조건에서 포악한 일제를 타승할수 있었겠습니까.

미제를 쳐부신 전쟁로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어려움도 꿋꿋이 참고 이겨내게 하는 고귀한 혁명정신이 있었기에 청소한 우리 인민군대는 보총마저 부족했지만 비행기와 땅크, 항공모함을 가진 미제침략군을 쓸어눕힐수 있었던것입니다.

우리의 후대들은 바로 선렬들의 투철한 그 정신을 따라배워야 합니다. 또 혁명의 선대들에게는 자신들이 발휘한 백절불굴의 혁명정신을 후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적인 의무가 있는것입니다.》

그이의 말씀은 오성권의 심금을 세차게 울려주었다. 모두들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그이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이깔숲도 이 순간을 위해 태고연한 정적을 지켜온듯싶었다.

숭엄한 감정에 휩싸이시여 눈덮인 먼 산발에 생각깊은 시선을 주고계시던 그이께서는 푹 잠긴 음성으로 절절한 말씀을 이으시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빨찌산식생활을 오늘은 우리 장군님께서 야전생활로 이어가고계십니다. 우리 인민들 누구나 잘 알고있는 사연이지만 장군님께서는 감자 몇알로 때식을 에우시며 초강도강행군, 눈보라강행군을 이어가신적도 있지요.》

침묵, 침묵!

소리없이 사그라들던 모닥불이 탁탁 불찌를 튕겼다. 두두룩한 재무지를 남기며 타는 모닥불은 자기를 희생하여 사위에 열을 뿌려주는 헌신이 기쁜듯 소슬히 불어오기 시작한 바람결에 숯불을 이글거리며 웃는것 같았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터쳐놓으시였던 야전솜옷 앞섶을 여미시였다.

《자, 한숨 쉬였으니 또 숫눈길을 달려봅시다. 갈길이 머니까 함께 더 즐겨볼 시간이 없구만. 모두들 건강에 류의하십시오. 특히 오성권동지는 전쟁때의 부상자리가 아직도 편안하지 못하다던데 이런 눈길에 조심해야 합니다. 모두 건강한 몸으로 커다란 사업성과를 안고 평양에서 다시 만납시다.》

《안녕히 다녀가십시오.》

밝은 미소를 지으신채 한참이나 손을 흔들어보이시고 야전차에 오르시는 그이를 바래워드리며 오성권은 뜨거운것을 삼켰다.

…그날에 하신 말씀은 그의 마음속에 지금도 메아리치는것만 같았다.

《오늘 항일투사들은 몇분 남지 않았고 전쟁로병들의 머리우에도 흰서리가 내렸습니다. 앞으로도 세월은 계속 흐르고 세대는 끊임없이 바뀌게 될것입니다. 그러나 영원히 변할수 없고 바뀌여서도 안되는것이 있으니 그것은 선렬들이 발휘한 투철한 혁명정신입니다.》

오성권은 어쩐지 지금껏 자기의 직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것만 같은 자책감에 휩싸이게 되는것이였다.

(그래, 혁명정신을 물려주어야 해. 그것이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을 받들어 한생 변함없이 싸워온 우리 세대의 본분이고 의무인거야. 하지만…)

생활은 말처럼 단순한것이 아니다. 무정한 세월은 오늘을 과거로 만들고 낡은것은 거품처럼 생활의 기슭으로 사정없이 떠밀어버린다. 락엽은 떨어지고 새싹은 돋는 법이다.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은 그 생활의 리치에 랭정성을 더해주었다.

그의 손은 어린 감나무의 초리를 매만지고있었다.

(후- 흐르는 세월속에 늙게 되는것은 어쩔수 없는 법이지. 락엽은 그 새싹을 위한 밑거름이 되여야 해.)

오성권은 이렇게 자신을 위안하게 되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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