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 회

제 2 장. 후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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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을 꾸려 당나라 각지로 먼길을 떠나려던 응통은 갑자기 등주에 불쑥 나타난 미령을 대하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것은 지금 오령과 관나가 수송선단을 꾸려가지고 금성을 지원하러 내려간다는 소식이였다.

이것은 새 국가의 존망과 송악의 상인들의 생존과도 관련된 일이니 가능한껏 지원을 해달라는 오령의 서신을 받아본 응통은 심중하게 생각을 거듭하던 끝에 여기에 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금 자기가 쓸만 한 수송선들을 다 끌고 등주로 온것만큼 오령에게는 변변치 못한 배들만 남아있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이제 응통이 해야 할 일은 여기 등주에서 식량과 여러가지 가재도구들을 준비하여 오령이 대준 항로를 따라 시급히 바다를 가로질러 선단과 만나는것이였다.

사실 그가 맡은 소임은 궁예의 어명으로 가져온 물건을 중원상인들에게 팔고 돌아가는 일이였으나 오령의 부탁을 거절할수 없었던것이다.

응통은 당나라 각지로 먼길장사를 떠나는 일을 잠시 뒤로 미루고 먼저 금성에 대한 지원부터 할 결심으로 능환이를 찾아갔다.

이 일은 국가의 중대사인것만큼 함부로 발설하기 곤난하여 능환에게는 송악에 잠시 다녀와야 한다고 적당히 말하고는 자기가 가져온 잡화와 약재, 비단 등을 담보로 수백섬의 쌀을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생각같아서는 더 많은 식량을 가져가면 좋겠으나 그 많은 량곡을 가져올데도, 지체할 겨를도 없었던때문이였다.

능환은 갑작스러운 응통의 태도에 의아해하였으나 딴 기색이 없이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

응통이 가져온 막대한 물품과 진귀한 약재에 비하면 수백섬의 식량같은것은 별로 큰것이 아니였기때문이였다.

응통은 곧 돌아올 생각으로 금성을 지원할 준비만 서둘렀다.

지금쯤이면 송악에서 수송선단이 떠났을것이니 한시바삐 출항해야 했던것이다.

드디여 며칠동안에 모든 준비를 끝낸 응통은 출항하기 위하여 등주포구로 나왔다.

길을 떠나는 응통이를 바래우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포구까지 따라나왔다.

산적을 치러 함께 태산에 올랐던 상단무사들로부터 신세를 진 신라방의 상인들 그리고 그의 구원을 입은 수나와 발해관의 총관 여노자와 차인행수의 얼굴도 보였다.

응통이 등주에 머물러있은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이들에게 지울수 없는 인상을 남겼던것이다.

딸의 부축을 받으며 지척지척 다가온 여노자가 응통에게 갈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장사로 늙어오면서 많은 사람들과 상종해보았으나 자네와 같은 장사군은 처음 보네. 이번에 자네와 손잡고 한번 크게 장사를 해보려고 했더랬는데…》

《제 인차 돌아오겠으니 그때 한번 손잡고 장사를 크게 해보시오이다.》

응통이가 이렇게 겸양의 말을 하자 여노자는 고개를 저었다.

《자넨 내 딸의 생명까지 구원해주었는데 이 늙은게 보탬은 주지 못할망정 신세를 져서야 되겠나? 자네가 다시 오면 내가 힘자라는껏 돕겠네.…》

응통은 겸손하게 웃으며 여노자의 손을 꼭 잡아쥐였다.

《우리야 동족이 아니오이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였소이다. 낯설은 이국땅에서 자기를 지키는 한가지 방도는 동족에게 의거하는것인줄 아나이다.》

응통의 진심의 말을 들은 여노자는 감동이 된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렇지.… 자네 말대로 동족의 정은 칼과 불로써도 끊을수가 없는 법이지. … 자네 뜻대로 나는 발해관이요, 신라방이요 계선을 긋지 않고 장사를 해도 동족에게 의거하여 장사를 하겠네.》

《고맙소이다. 이국땅에서 같이 고생하는 처지에 동족끼리 서로 의지한다면 참으로 큰 힘이 될것이오이다. 제가 다시 돌아오면 어르신께서 많이 도와주소이다.》

응통은 이렇게 하직인사를 하고 배에 올라 바래주러 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저어주었다. 응통이 탄 배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점도록 바래주고난 여노자는 수나에게 돌아서며 탄식하듯 말하였다.

《내 평생을 장사로 늙어왔으나 오늘에야 비로소 진짜 장사군을 보았구나.》


오령의 선단을 후백제함대에게 먹이감으로 던져주고 진도를 거쳐 금성으로 곧장 들어가려는 관나의 계책은 성공한듯싶었으나 그의 비렬한 행위에 하늘이 노했는지 그만에야 석도근처에서 폭풍을 만나 커다란 손실을 입지 않으면 안되였다.

관나가 이런 랑패를 보게 된것은 그의 수송선들이 대부분 조세나 실어나르던 조운선이라든가 연해를 드나드는 운반선이라는데 그 원인이 있었다.

그러니 결국 먼바다로 나가 폭풍을 만나게 되자 이렇듯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였던것이다.

그들이 금성에 들어갈 때는 송악을 떠날 때보다 절반도 안되는 배들이 간신히 들어갔다.

그나마 군량을 실은 배들만 침몰되여 금성에 들어간 식량은 수백섬밖에 안되는 보잘것없는 량이였다.

이러한 지원으로는 며칠밖에 견디기 어려웠다.

오령의 수송선들을 단숨에 수장시킨 후백제함대가 또 다른 선단이 금성으로 들어간것을 알고 급히 달려와 바다를 봉쇄하고있어 포구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였다.

이젠 다시 돌아가 군량을 가져오기는커녕 포구밖을 벗어날수 없는 처지가 되여버렸다.

후백제왕 견훤은 어떻게 하나 금성을 타고앉으려는 생각으로 그곳과 가까운 진도에 수군함대의 보급기지를 두고 봉쇄망을 바싹 조이고있었다.

왕건은 하는수없이 견훤의 포위공격에 대처하여 이미전에 타고앉았던 금성주변고을들을 내놓고 읍성으로 퇴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출로란 없었다. 해상이 봉쇄된것만큼 오직 후백제군이 쳐들어와서 이 모든것을 끝장내기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아있었다.

한편 등주를 떠나 서해를 가로질러 사흘만에 후백제의 령해에 들어선 응통은 오령의 수송선단을 기다리기 위해 진도앞바다에 닻을 내렸다.

먼저 보냈던 배가 돌아와서 지금 벌어지고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고하였다. 진도앞바다에서 만나기로 한 오령의 수송선단의 종적은 가뭇없고 후백제함대가 바다를 완전히 봉쇄하여 포구로 쉽사리 들어갈수 없다는 소식이였다.

싸움배도 없이 삼엄한 포위진을 뚫고 포구로 들어간다는것은 명백히 자살행위였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먼바다에 닻을 내리고 기다릴수도 없는 처지였다.

응통은 이 위기를 극복할 방도를 찾았다.

그러던 그의 뇌리에 기발한 생각이 번개쳤다.

지금 후백제군은 당나라 등주에서부터 수송선단이 들어오고있는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고있을것이다. 지금 후백제함대의 주의는 오직 금성군에만 쏠려있을것이다. 하다면 함대의 보급기지인 진도는?… 보나마나 아무 방비도 없이 비여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때 불의에 진도를 습격하여 모자라는 군량을 탈취하고 보급기지를 불태운다면… 승전은 문제없을것이다.

다만 한가지 문제는 아무리 비여놓은 보급기지라고 해도 일정한 수군병력이 지키고있을것인데 상단의 호위무사들과 배군들만 가지고는 힘에 부친 싸움이 될수 있었다.

응통은 희생이 두렵다고 물러설수 없었다. 지금 저기 금성군에서 수천명의 생명이 지원을 안타깝게 기다리고있었던것이다. 그들의 생사는 모두 자기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응통은 습격의 불의성을 보장하기 위해 배들에 후백제수군의 표식기를 띄우게 하고 밤이 깊어 달무리가 질무렵 은밀히 후백제수군의 보급기지가 자리잡은 정박장으로 접근해갔다.

선두배에는 로련한 배군들과 상단의 무사들이 타고있었는데 응통이 직접 여기에 올라 선단을 이끌었다.

바다싸움이 목적은 아닌것만큼 누가 먼저 선손을 쓰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기에 응통은 제발 딴 말썽이 없이 정박장에 무사히 가닿기를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일단 정박장에 발을 붙이면 자고있는 수비군을 덮쳐 보급창을 타고앉는것은 문제가 아니였기때문이였다.

선두배가 곶을 돌아드는데 그리 크지 않은 협선이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이물갑판에서 바싹 긴장하여 앞을 잔뜩 주시하고있던 응통은 별안간 후백제함선과 맞다들리게 되자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아마 연해를 기찰하는 순찰선인듯싶었다.

이 함선도 갑자기 정체모를 덩지 큰 배와 맞다들리게 되자 어지간히 놀란듯 하였다. 배를 정지하라는 불빛신호가 올랐다.

응통은 순간적으로 결심을 내렸다.

그들의 요구대로 배를 세웠다가는 정체가 곧 탄로나게 되고 온 정박장이 깨여나 소동을 일으킬것이다.

그러면 응통의 수하 배군들과 상단일군들만 가지고는 정박장을 타고앉기는커녕 스스로 함정에 뛰여든 꼴이 될수 있었다.

《배를 멈추지 말고 그대로 저 협선을 들이받으라!》

응통은 이렇게 소리치며 제가 직접 키를 잡고 배를 조종했다.

응통의 구령에 따라 배군들은 힘살이 울끈불끈한 맨몸을 드러내고 일제히 노를 세차게 저었다. 바람을 가득 안은 돛폭이 크게 부풀어올랐다.

불빛신호를 올리고 방심해있던 협선은 상대가 멈추기는커녕 그대로 맹수처럼 돌진해오자 어쩔바를 몰라 아우성쳤다.

너무도 뜻밖의 정황이라 키를 조종하여 배를 뒤로 물릴 생각도 못하고 아우성만 쳤다.

쾅! 덩지가 산같은 수송선의 룡골이 협선의 허리를 사정없이 들이쳤다.

와지끈! 요란한 소리와 함께 협선은 미처 어쩔새도 없이 중둥이가 뭉청 부러져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곶을 지나 기슭을 치는 파도소리가 어찌나 높은지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정박장은 홰불 하나 오르지 않고 잠잠했다.

응통의 선두배는 원양을 위해 건조된 든든한 수송선이라 협선과 부딪친 룡골부분만 조금 파손되였을뿐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드디여 정박장에 다달아 배를 대였다. 응통은 공격개시를 알리는 불화살신호를 올리게 하고는 상단무사들과 함께 배에서 뛰여내려 보급창을 공격했다. 그제서야 정박장을 지키는 후백제의 수군이 당황하여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뛰쳐나왔으나 그들의 무모한 반항은 순식간에 제압당하였다.

모든것이 응통의 뜻대로 되였다.

날이 밝을무렵 응통의 상단무사들은 정박장과 수군의 보급창을 완전히 타고앉았다.

후백제왕 견훤은 광주에 본영을 두고 이제나저제나 금성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들어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있었다.

그가 지금 기대를 걸고있는것은 륙군의 전투행동이 아니라 바다를 막고있는 수군이였다.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고 이제 금성에 갇혀있는 왕건의 군사가 최후의 반격에로 나온다면 견훤은 적을 소멸한것 못지 않게 많은 손실을 입을수 있었다.

그럴바에는 바다를 열어줄것처럼 하여 왕건이 금성을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할 때 바다에서 완전히 수장해버리자는것이 견훤의 생각이였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진도의 정박장에 쓸만 한 전함들을 많이 숨겨놓고있는 견훤으로서는 이런 궁냥이 무리가 아니였다.

비록 왕건이 지원을 받았다고 해도 수송선단의 규모로 보아 큰 힘이 되지 못했을것이라고 짐작한 견훤이였다.

왕건의 원정군을 소멸하고 금성을 빼앗으려던 견훤의 꿈이 현실로 눈앞에 다가오고있었다.

이제 왕건의 원정군만 쳐없애면 적아의 력량관계가 확 달라질것이고 그 기세를 타서 궁예의 후고구려국을 단숨에 집어삼킬수 있다는 생각에 견훤은 흥분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로 이때 견훤의 총애를 받는 수군장수 금달이 헐레벌떡 장막안으로 뛰여들어왔다.

《큰… 큰일났소이다. 진도가… 진도의 보급창이 불타고있소이다.》

견훤은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구?!》

《갑자기 적의 예상치 못했던 공격으로 진도가 점령되고 보급창과 정박장이 불타고있다는 파발의 보고이오이다.》

견훤은 너무도 놀라운 충격에 한자리에 굳어져버렸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냐? 내가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온 그 모든것이 한순간에 눈앞에서 가뭇없이 사라져버리다니…

《왕건이에게 무슨 전함이 또 있었단 말이냐?》

한참만에야 정신을 수습한 견훤이 맥빠진 어조로 중얼거렸다.

《저 실은…》 금달이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였다.

《적의 수송선들이 아군함선들로 위장하고 진도의 정박장과 보급창을 기습공격하였소이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좀 자상히 말하거라.》

《파발의 보고에 의하면 송악에서 남하해온 선단이 아니라 저기 중원에서부터 온 배들이라고 하오이다.》

《뭣이?! 그럼 당나라군사들이?…》

금달은 견훤의 우려가 무엇인지 깨닫고는 쓰겁게 웃었다.

《그건 중원의 군사가 아니라 당나라에 장사를 갔던 상인들이라 하오이다.》

《그렇다면… 여느 상인들에게 수군의 보급기지를 빼앗겼단 말이냐?》

견훤은 너무 기가 막혀 이렇게 부르짖었다.

《손실은 얼마나 되느냐?》 견훤이 물어보자 금달은 어두운 기색으로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대답은 들어보나마나였다. 진도의 정박장이 통채로 불붙는다는것은 그토록 기대를 가지고있던 수군함선들이 한척도 남아있지 않다는 소리였다.

더우기 보급창이 점령되였으면 수년간 애써 저축해놓은 군량과 군수기재가 어찌되였을것이라는것은 불보듯 뻔했다.

견훤은 미쳐죽을것만 같았다.

이것이 모두 고스란히 금성군으로 들어가면 범에게 날개가 돋친셈이 될것이 아닌가?!

《음!-》 견훤은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는 패배를 자인하는수밖에 다른 방도는 없었다.

더이상 전투를 계속했댔자 힘만 소비될뿐이였다.

견훤은 이를 갈며 고개를 들었다.

《반드시 진도를 습격한 놈들을 내 손으로 잡아없애겠다. 오늘의 수치를 잊지 않을테다.》

마침내 견훤은 패전의 고배를 마시며 군사를 뒤로 물리지 않으면 안되였다.

뜻하지 않게 응통의 덕분으로 위기를 면하게 된 왕건은 지금까지 점령한 성읍들에 군사를 나누어 주둔시켜 수비를 공고히 하고 둔전을 경작시키는 등 만전지책을 강구하고 천하에 금성을 라주로 개편한다는것을 선포했다. 라주앞바다에는 후고구려국의 함대가 머무를 정박장이 크게 확장되고 든든한 성벽들에 의거하여 주변의 각 군, 현에는 수비무력이 주둔하여 견훤의 후백제군이 쳐들어오면 단매에 쳐부실 준비를 갖추어놓았다.

진도의 수군보급창을 잃어 위축된 후백제함대가 배길을 열어주어 이제는 후고구려국의 함선들이 크게 품을 들이지 않고서도 바다를 자유로이 오갔다.

이 모든것은 원정군의 생사가 결정되는 위급한 순간에 응통이 상단 일군들과 배군들로 진도를 기습공격하여 형세를 역전시키는데 큰 공적을 세운 결과였다.

응통은 원래 원정군의 보급지원을 끝내고는 인차 등주로 돌아갈 예정이였으나 아직 오령의 행방을 알수 없는것으로 하여 라주에 몇달동안 머물지 않으면 안되였다.

더우기 관나의 수송선단이 절반이나 되는 배를 잃어 왕건의 원정군이 송악으로 개선하려면 응통의 도움이 필요했던 사정이 그의 발목을 잡았던것이다. 그는 여기에 머물고있는동안 왕건의 령을 받고 라주를 금성탕지로 만들기 위한 일에 자기의 힘과 지혜를 아낌없이 바쳤다.

드디여 왕건은 라주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고 후백제군의 장기전인 포위전에도 견딜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는 송악으로 개선하였다.

왕건의 개선대오를 따라 개선하는 응통의 표정은 밝지 못하였다.

그것은 그때까지도 오령의 행방을 찾지 못했기때문이였다.

왕건의 개선대오가 송악으로 들어오자 궁예왕이 직접 성밖까지 마중나왔다. 라주를 탈취하고 그곳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고 돌아오는 개선대오를 성밖까지 마중나올 정도로 궁예의 기쁨은 컸던것이다.

견훤의 잔등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은셈이 되였으니 이제 천하의 패권을 잡을 날도 멀지 않게 되였던것이다.

응통은 왕건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궁예를 알현하고 대룡부(재정행정을 맡은 중앙관청)의 말단 하급관리의 벼슬을 하사받았다.

겸하여 이번 전역에 큰 공을 세운 송악의 동시전상단에 당나라와의 해상무역권을 독점하게 한다는 궁예의 어지가 발표되였다.

송악의 상인세력, 구체적으로 왕륭일가의 해상무역권은 응통의 활약에 의해 지켜진것이였다.

이것은 오령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의 대가였다.

그토록 바라던 해상교역권을 얻기는커녕 이번 먼길에 막대한 손실만을 입은 관나는 앙앙불락하며 이를 갈았으나 궁예의 이번 조치를 그저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설사 궁예가 관나를 편들려고 하여도 이미전에 만장에 대고 선포했던것만큼 일이 더이상 로골적으로 감싸고돌 형편이 못되였던것이다.

결국 관나는 이번에도 응통에게 보기 좋게 채우고말았다.

하지만 관나는 이것을 그대로 감수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하나 응통을 제끼고 나라의 해상교역권을 따낼 야망을 속에 감추고 기회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게 될줄을 관나는 생각도 못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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