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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 회

제 2 장. 후삼국

8


밤이 이슥해지자 응통은 능환이와 함께 상단무사들을 거느리고 은밀히 태산으로 올랐다.

산적들은 발해관의 동향만 정신없이 살피고있느라 이렇듯 신라방에서 움직이고있는줄은 전혀 알지 못하고있었다.

응통이가 노리는 놈들의 약점이 바로 이것이였다.

놈들이 극단한 경우 볼모로 잡은 수나를 해칠지 모르기때문에 그를 구출하는것은 두개 조로 나누어 행동하기로 하였다.

우선 능환이가 무예가 뛰여난자들을 거느리고 산적들의 소굴을 정면으로 공격하여 놈들의 주위가 거기에 쏠린 기회에 응통이 산뒤의 절벽으로 올라 수나가 갇혀있는 옥사를 습격하여 구출하기로 하였다.

행동의 은밀성을 보장하고 성공적으로 수나를 구출하기 위해 그곳 지리에 밝은 사냥군을 하나 고용하였다.

태산은 중원의 5대명산중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이름난 산이였다.

비교적 산세가 험하고 골이 깊어 기암괴석이 많아 기기묘묘한 경치로 이름을 떨쳐 명산으로 불리우는 5악의 하나인 태산은 동쪽에 치우쳐있다고 해서 동악이라고도 불리웠다.

주위의 기묘한 산세를 이룬 일흔두개의 봉우리로 둘러막힌 태산은 이십여군데에 명소가 있어 예로부터 명산중의 명산이라 불리웠다.

바로 이러한 태산에 산적들의 한무리가 웅거하고있는것이였다.

당나라조정의 부패와 관리들의 탐오로 도처에서 들고일어나는 봉기와 변방절도사들의 반란으로 혼란된 중원의 정세는 이렇듯 명산으로 유명한 태산에까지 산적들이 웅거하게 하였던것이다.

이름난 옥왕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골짜기에 산적들이 웅거하는 소굴이 자리잡고있었다.

비록 산적이라고 해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다.

이 시기 산적이라고 하면 대체로 조정에 항거해나섰던 변방절도사의 무력이 주력을 이루군 하였던것이다.

반란을 일으켰다가 정부군과의 싸움으로 패해서 갈곳이 없게 되면 이렇듯 깊은 산중에 웅거하여 산적으로 되는 현상이 허다하였다.

그러니 결국 산적들과의 싸움은 일반도적무리와의 싸움이 아니라 정규군과의 싸움 못지 않게 어려운 법이였다.

태산의 산적은 고을의 관군도 감히 어쩌지 못할 정도로 세력이 왕성한 도적무리로서 이렇듯 산동지방 각지를 횡행하며 사람을 랍치하여 몸값을 받아내고 마을들을 습격하여 재물을 략탈하고 처녀들을 끌어가는 등 못하는짓이 없었다.

응통이와 능환은 바로 이러한것으로 하여 수나를 구출할뿐아니라 이놈들에 대한 원성이 하늘에 사무쳐있는 산동백성들의 원한도 풀어주리라 생각하고있었던것이다.

태산에서 몇해째 사냥을 전업했다는 사냥군을 앞세운 응통은 유명한 남천문이 자리잡은 봉우리의 벼랑을 타고올라 놈들의 소굴이 자리잡은 옥포동골짜기를 가까이하고있었다.

드디여 놈들의 소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벼랑턱에 이른 응통은 능환의 불화살신호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한편 능환은 십여명의 상단무사들을 거느리고 골짜기아래로 해서 포복전진하여 산적들의 소굴로 한치한치 전진해갔다.

될수록 가까이 접근하여 불을 지르며 공격해야 더 큰 효과를 얻을수 있으리라 타산하였던것이다.

처음에 능환은 응통의 설복으로 여노자의 딸 수나를 구출하러 나서는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었다.

응통이가 비단값을 융자받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일에 괜히 따라나선것만 같아 은근히 후회되기도 했었다.

물론 다같이 이국땅에서 장사를 하는 처지에 동족의 불행을 차마 외면할수가 없어 나선 길이였으나 속으로는 무엇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고 이런 일에 나서야 하는가 하는 불평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히 되새겨보니 응통의 결심이 옳았다는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이제 신라방의 아압소 총관인 자신이 이 일에 발벗고 나서서 발해관 총관의 딸을 구원하였다는 소문이 퍼지면 삽시에 명성이 높아질것은 물론이요 장사거래에서도 큰 리득을 얻게 될것이였다.

신용이 기본인 상업계에서 대방의 불행을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나섰다는 소문 하나만으로도 그의 명성을 하늘로 띄워올리기엔 충분한것이였다.

능환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비로소 응통이가 어째서 이 일에 그렇게도 극성인지 알것 같았다.

확실히 응통의 생각하는바는 자기의 능력으로써는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남달랐다.

열두살 어린 나이에 벌써 문물에 정통하고 동서고금에 대해서 모르는것이 없는 응통을 대했던 능환은 그때 벌써 은근히 그를 질투하였었다.

하긴 그때로부터 근 십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그때 응통에게서 느꼈던 감정은 변하지 않고 여전했다.

드디여 자정무렵이 되자 능환은 행동을 개시했다.

산적들의 파수막을 감쪽같이 덮쳐 파수를 서는 놈들을 해제낀 능환은 무사들을 거느리고서 골짜기를 가로지른 토성으로 접근해갔다.

그리 크지 않은 이 토성만 넘어서면 놈들의 소굴이였던것이다.

이제는 놈들의 소굴을 습격하여 소란을 떨어 산적들의 주의를 끈 다음 조용히 빠지면 될것이였다.

그때 불화살신호를 날리면 이미전에 벼랑을 톺아올라 놈들의 진영에 새여들어간 응통이가 옥을 습격하여 여노자의 딸을 구출하는 일만 남아있었다.

이때 문득 능환의 뇌리에는 응통의 힘을 빌릴것없이 자기가 옥까지 습격하여 여노자의 딸을 마저 구출하는것이 좋으리라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이왕지사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바에야 방자노릇이나 하겠는가?

어쨌든 오늘의 목적은 수나의 구출인것만큼 그를 구원하는 사람이 영광의 단상에 오를것은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옥을 직접 습격하여 수나를 구출한 응통을 기억하지 놈들의 주의를 끈 자기자신은 돌아보지도 않을것이라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것만 같았다.

그는 이러한것을 타산해보지 못하고 응통이가 하자는대로 응해나섰던 자신을 탓하며 반드시 수나를 제 손으로 구출하리라 이를 악물었다.

이렇듯 공명심에 잔뜩 열이 오른 능환은 응통과의 약속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쉽게 파수막을 점거하고 소굴로 진입하게 되자 은연중 산적들을 깔보게 되였던것이다.

하지만 능환의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오산이였다.

실지 그가 손쉽게 점거해버린 파수막은 산적들의 기본파수막이 아니기때문이였다.

교활하기 그지없는 산적들은 로출된 곳에 보란듯이 파수막을 설치하고 토성의 으슥진 곳에 또 다른 파수막을 설치하였던것이다.

그런줄을 전혀 알수 없었던 능환은 자기들의 일거일동이 벌써 놈들의 시야에 든것을 알지 못한채 태연하게 토성으로 접근해갔다.

성가퀴에 갈구리를 올리던져 걸어매고 토성을 넘어섰다.

주위는 바스락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쥐죽은듯 조용했다.

능환이가 산중턱에 자리잡은 동굴옥사로 향하자 여기까지 그를 따라온 발해관의 차인행수가 의아한듯 속삭였다.

《놈들의 소굴을 습격하여 소란을 떠는것은 우리의 소임이고 옥을 습격하는건 응통행수가 할 일이 아니오이까?》

《저길 보시오. 우리가 놈들의 파수막을 찍짹소리없이 덮치는 바람에 산적들은 아무 기미도 차리지 못하고있소. 괜히 소란을 떨어 분주탕을 피울것이 아니라 차라리 이 기회에 옥까지 마저 들이쳐 수나아씨를 빼내자는거요.》

능환의 이 말에 차인행수는 기겁한듯 두눈이 커졌다.

《그… 그러다가 혹시라도 일을 그르치면…》

차인행수가 이렇게 만류하려들자 능환은 번들번들한 눈으로 차인행수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총관의 딸을 구하겠소, 말겠소?… 이제 한마디라도 더하는 날엔 그냥 돌아가고말겠소.》

능환이 성이 독같이 나서 위협의 말을 내뱉자 차인행수는 울며 겨자먹기로 입을 다물고 순순히 따를수밖에 없었다.

능환은 제가 직접 앞장에 서서 놈들의 소굴을 에돌아 옥이 있는 산중턱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놈들이 전혀 모르고있으리라 생각하고서 마음을 놓고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그들이 거의 산중턱에 올랐을 때 갑자기 함성이 일어나며 주위가 대낮처럼 밝아지는것이였다.

능환이네가 미처 정신차릴새없이 좌우의 풀섶에서 날이 시퍼런 창칼을 든 산적들이 뛰쳐나왔다.

정면에는 활을 겨눈 궁수들이 주런이 늘어섰는데 군데군데 홰를 잡은 산적들이 서있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능환이 빠질 곳을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완전히 독안에 든 쥐신세가 되고말았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경적필패라고 놈들을 너무도 모르고있었구나. 능환이 속으로 거듭 후회하며 이 위기를 모면할 방도를 모색하고있는데 정면에 벌려선 산적들을 헤치고 두목인듯싶은자가 나와서는 모양이 시야에 들어왔다.

풍채가 그럴듯한것이 어쩐지 산적같아 보이지 않는자였다.

비록 복면을 했으나 능환은 한순간 그자의 행동거지와 몸가짐이 무척 낯익다는 생각을 머리속에 떠올렸다.

《흥, 너희 신라놈들이 그래도 동족이랍시고 발해관을 도와나설줄은 생각도 못했구나. 네놈들이 줄곧 무사도를 운운하더니 계집을 구출하는것을 업으로 삼는 모양인데… 자,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서 칼들을 버리고 무릎을 꿇어라.》

그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능환은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분명 그 목소리는 동주 취향루의 주인사내의 목소리였던것이다.

그럼 그자가 그토록 유명짜한 태산 산적의 두목이였단 말인가?

그러니 이번 사건이 당나라관권과 결탁되여있으리라 여겼던 응통의 짐작이 옳았구나.…

《잠간, 당신은 혹시 등주 취향루의 주인 량관이가 아니요?》

능환은 용기를 내서 소리쳤다.

그자는 껄껄 웃어제치더니 그제서야 복면을 벗는것이였다.

《역시 내가 임자를 잘못 보지 않았군. 첫눈에 날 알아보다니…》 이렇게 빈정거리던 그자는 별안간 표독스러운 살기를 드러내보이였다.

《내 정체를 알았으니 살아돌아갈 생각을 하지 말아라.》

능환은 결사전을 벌려야 할 때라는것을 절감했다.

어차피 순조롭게 빠져나가기는 이미 글러버렸으니 죽기로 싸워서 이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능환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며 손에 든 검을 힘껏 휘뿌렸다.

검은 윙! 소리를 내며 두목의 가슴팍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다.

순간 쟁! 야무진 소리를 내며 능환이 던진 검이 두목의 가슴에 맞고 도로 튕겨나오는것이였다.

그제서야 능환은 교활한 두목놈이 가슴팍에 갑옷을 껴입고있는줄 알게 되였다.

《어리석은 놈, 내가 네놈이 말끝마다 자랑하던 살수의 수법을 잊은줄 알았더냐?》

쓰거운 웃음을 지으며 두목놈은 좌우에 대고 눈짓하였다.

놈의 눈짓에 따라 궁수들이 일제히 활을 겨누었다.

바로 이 순간 갑자기 궁수들의 뒤켠에서 울쑥불쑥 검은 그림자들이 치솟았다.

그들은 능환이네를 향해 화살을 날리려는 궁수들을 사정없이 베여 쓰러뜨렸다.

《공격하라!》

이들이 바로 응통이가 거느린 상단무사들임을 잘 아는 능환은 이렇게 소리치며 얼결에 칼을 내대는 산적의 칼을 빼앗아들고 좌충우돌하기 시작했다.

불의에 역습을 당한 산적들은 비록 수적으로 엄청난 우세였으나 능환이네의 기세에 압도되여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응통은 사방에서 덤벼드는 적들과 필사적으로 싸우고있었다.

그가 위기일발의 순간 제때에 결단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어떤 참사가 벌어졌을지 모르는것이였다.

부하들은 능환의 불화살신호를 기다리자고 하였으나 놈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서 위기를 직감한 응통은 산적들의 배후를 기습공격할 용단을 내렸던것이다.

하지만 산적들과의 싸움은 직업무사가 아닌 그에게 있어서 몹시 힘에 부치는 싸움이였다.

응통은 지금 철퇴를 가진 털보와 창을 내대는 조무래기산적을 동시에 대상하고있었다.

창을 가진자는 엄벙덤벙하는것이 별로 신통한자는 아니였으나 철퇴를 가진 털보는 이전에 직업무사였는지 행동거지가 여유작작하였다.

응통이 겪어본 싸움이란 이전에 행상을 다닐 때 상단을 습격하였던 도적들과 싸운것이 고작이였지 이렇듯 직업무사와 대결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물러설수도 없었고 또 물러설 곳도 없었다.

오직 힘과 힘으로 맞서싸우는수밖에 다른 길이 없었던것이다.

응통은 먼저 창을 가진자를 해제끼고 다음에 철퇴가진자와 맞서기로 마음먹었다.

뒤로 물러나면서 우정 틈을 보이니 짐작대로 장창을 든 산적이 배창을 꿰려는듯 창을 뻗치면서 들어오는것이였다.

잔뜩 노리고있었던지라 어렵지 않게 창대를 물리치고 가깝게 다가든 상대의 몸을 비스듬히 베였다.

그자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털썩 나가넘어졌다.

그제서야 팔짱을 끼고있던 털보가 윙 소리가 나게 철퇴를 휘둘러보이고나서 여유작작하게 나서는것이였다.

웬만한 어른머리만큼 큰 철퇴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털보는 철퇴를 휘두르며 응통을 빠질수 없는 벼랑으로 몰아갔다.

털보의 기세에 압도되여 뒤걸음치던 응통은 조금 더 물러섰다가는 벼랑으로 굴러떨어진다는것을 의식하고서 반공격을 들이대리라 결심했다.

응통이 별안간 기합을 넣으며 공격해오자 털보놈은 기다렸다는듯 철퇴를 내대는것이였다.

쟁강!- 날카로운 쇠소리와 함께 응통의 칼날이 철퇴와 부딪쳐 중둥이가 부러져나갔다.

털보놈은 씩 이발을 드러내보이더니 응통의 머리를 향해 철퇴를 쳐들었다. 응통은 순간적으로 아찔하여 두눈을 감았다.

바로 이때 쉿!-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더니 금방이라도 응통의 머리우로 떨어지려던 철퇴가 맥없이 땅에 떨어지는것이였다.

응통은 깜짝 놀라 두눈을 크게 떴다.

털썩 무릎을 꿇고앉은 털보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다가 그대로 나가넘어지며 절명하였다.

그때에야 응통은 털보산적의 목덜미에 꽂힌 칼자루를 보았다.

위급한 순간에 제때에 달려온 능환이가 칼을 던져 응통의 목숨을 구해주었던것이다.

《형님, 고맙소이다.》

응통이 능환에게 치하하듯 이렇게 말하니 능환은 손을 저었다.

《고맙긴… 네게 진 빚을 갚았을뿐인데…》

그제서야 주위를 인식한 응통은 능환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산적들은 다 제꼈는가요?》

응통이 이렇게 묻자 능환은 고개를 저었다.

《졸개들은 몰살시켰으나 두목놈은 그만 놓쳤다. 후환이 없을려면 그놈을 반드시 죽여야 하는건데…》

능환이 이렇게 분해하자 응통이가 그를 위로하였다.

《이젠 놈이 감히 등주성에는 나타나지 못할것이니 념려하지 마소이다.》

응통의 이 말에 능환은 어두운 기색으로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네가 모르는 소리다. 놈이 등주자사와 친척간이니 아마 벌을 받지 않고 위기를 모면할게다. 반드시 어디엔가 숨어서 복수하자고 하겠지.…》

그들은 상단무사들에게 산적들의 시체를 수습하라 이르고는 옥사로 올라갔다. 비록 일시적으로 놈들의 함정에 빠져 죽을고를 치를번 하였으나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산적들을 일망타진하였으니 성공하였다고 해야 할것이였다. 상단사람들중에서 죽은 사람은 없으나 여럿이 상하였으니 더 지체하지 말고 빨리 산을 내려야만 했다.

옥문을 부시고 옥사로 진입한 그들은 여노자의 딸 수나를 위시하여 산적들에게 랍치되여온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할수 있었다.

응통과 능환은 곧 발해관의 차인행수를 한발 먼저 등주로 보내여 수나를 구출한 사실을 알리게 하였다.

그들이 등주에 도착하니 어느새 소문이 났는지 구경군들이 하얗게 행길을 뒤덮고있었다.

관군도 어쩌지 못하고있던 잔인한 산적들을 신라방의 상인들이 가서 전멸시켰다는 소문에 온 등주성이 통채로 떨쳐나섰던것이다.

결국 산적들을 치고 여노자의 딸을 구출한 사건이 신라방의 존재를 더욱 크게 부각시킨셈이였다.

산동의 여러 고을들에서 관원들과 부자들, 상인들이 산적을 친 신라방사람들을 보겠다고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신라방의 총관인 능환은 평소에 거만하기 그지없던 당나라장사치들이 제발로 찾아와 안면을 트자고 간청하는것을 보고는 어깨가 아예 으쓱해졌다.

산적두령과 결탁되였던 등주자사놈은 이것이 밝혀지자 조정의 문책이 두려워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고말았다.

그때에야 비로소 밝혀진데 의하면 신라의 비단을 사지 않는 장사군들의 불매동맹이라는것도 실상은 등주자사가 몇몇 상인들을 위협하여 조작한것이였다.

등주자사놈이 산적두령과 결탁된 사실이 밝혀지자 지금까지 그자에게 빌붙어 불매동맹이요 뭐요 돌아치던 장사군들이 머리를 숙이고 능환을 찾아와 종전의 가격대로 비단을 거래하자고 애걸하는것이였다.

이렇게 되여 신라방에 드리웠던 위기의 구름은 가뭇없이 사라지고말았다.

이 일이 있은 후로 응통은 처음 계획했던대로 상단을 거느리고서 당나라 각지에 먼길을 떠나기로 작정하였다.

신라방의 비단은 종전가격으로 거래를 할수 있었으나 그건 일시적인것에 불과했다.

등주는 어디까지나 중계무역지였지 물건을 직접 먹일수 있는 거래대상은 아니였던것이다.

앞으로 당나라와의 장기적이면서도 안정적인 교역의 길을 열자면 응통이자신이 중원을 발칵 뒤져서라도 안정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판로를 찾아야만 했다.

응통의 결심을 알게 된 능환은 깜짝 놀라 그를 만류하려들었다.

이젠 신라방의 명성도 올라가고 안정적인 거래를 할수 있는 길도 열렸는데 무엇때문에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천만한 길을 다니겠는가고 응통을 만류하였다.

그러나 응통은 한번 마음 먹었던 일을 끝까지 해내고야마는 제 주견대로 먼길을 떠나기 위해 상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는 송악에서 가져온 막대한 잡화와 약재들, 수천필에 달하는 비단들을 내지로 가져가 팔고 정상적인 판로를 열기로 작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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